퀵바

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3,814
추천수 :
5
글자수 :
501,857

작성
22.08.18 07:24
조회
24
추천
0
글자
12쪽

3 - 4. 천사의 기술력

DUMMY

"오늘도 오셨군요. 안드레이 황자님."



그곳에서 서재관리인으로 근무하고 있던 나이 지긋한 노인, 그린디아 주니어가


복슬복슬하게 올라온 하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안드레이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할아범. 오늘은 그 책. 마저 읽으려고 해."



안드레이가 그린디아를 보며, 말했다.



"바로 준비해 드리죠. 허허허"



그란디아 할아범은 그 구수한 웃음을 내뱉으며,


‘천사의 기술력이란’ 두꺼운 책 한 권을 책장에서 꺼내 안드레이에게 내밀었다.



"저희 손자놈도 안드레이 황자님처럼 책 좀 읽으면 좋으련만... 그저 놀기만 바쁘네요."

"그래도, 어린 손자가 건강하게 뛰어노니, 좋지 않은가? 그걸로 만족하면 되지. 뭘 더 바라나?"라고 말해놓고 안드레이는 아차 싶었다.



너무, 어른 흉내...가 아니고 전이 되기 전 자신을 드러낸 것 같았다.



"가끔 안드레이 황자님은... 마치 ‘신’ 같으십니다. 나이 지긋한 이 늙으니 보다도 깊은 생각을 하실 수 있다니."



또 과대평가다. 얼른 주제를 넘겨야겠다고. 안드레이는 생각했다.



"그럼 슬슬, 책을 읽어야겠어. 할아범은 이제 날도 늦었으니, 들어가 쉬어. 독서가 끝나면, 늘 그랬던 것처럼 이 자리에 책을 두고 가지."

"흐음... 여기에 남아 있으려고 해도, 황자님은 또 반대하시겠죠... 알겠습니다. 그러면 황자님의 편안한 독서를 위해 이 한 몸 들어가 쉬겠습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그란디아는 안드레이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물러갔다.


안드레이는 그란디아가 물러가고서야 ‘천사의 기술력이란’ 두꺼운 서적을 펼쳤다.



‘천사의 기술력. 그것의 형태는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견되고 있다. 액체, 기체, 고체를 넘어서 그 어떠한 것들...


이러한 형태는 현재까지 계속 다양하게 발견되고 있어, 지금도 꾸준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다만, 그것이 어떠한 형태로 발견되고 있어도 하나 확실한 건 ‘그 어떤 물질’과도 분자식이 비슷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략)


천사의 기술력을 사람에게 접목하려면, 일단 접목하고자 하는 사람의 유전자 일부를 천사의 기술력과 합쳐 ‘적응’시킨다.


이렇게 합쳐서 적응된 ‘천사의 기술력 알파’를 해당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몸과 합침으로써,


천사의 기술력을 사람에게 접목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굉장히 단축된 이야기로,


유전자의 배열이라든지, 천사의 기술력의 반응이라든지 등등 확인할 게 많기에


‘천사의 기술력’을 ‘사람’에게 접목하는 기술은 각종 분야의 전문 지식을 필수적이게 필요요 한다.


하지만 이런 수고에도 사람에게 천사의 기술력을 접목할 수 있는 확률은 고작 1~2%. 이것도 체질상 ‘천사의 기술력’이 맞아야 할 때의 수치로,


일반 사람의 수치는 0.3%~0.45%밖에 안 된다.’



안드레이는 책을 덮었다.


어느덧, 서재 벽에 걸려 있던 시계는 밤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서재에서 풍기던 라즈베리 향은 이제 익숙해져,


책들 사이로 풍기는 막연한 밤기운 냄새만이 안드레이의 후각을 서늘하게 지폈다.



'슬슬, 자야겠어. 내일 아침 일찍 ’천사의 기술력‘을 연구하고 있다던 시설로 견학 가야 하니...'



안드레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서재에서 나왔다.


황궁의 복도는 해가 저문 밤 속에서,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일은 견학 가는 김에, 아바마마가 연구원들의 상태도 확인하라 했지?'



현재 우리 ‘제국의 새장’은 근처 ‘추방자의 새장’에서 범죄자를 데려오거나, 관할 새장에서 지원자를 뽑는 형식으로,


인원을 선출하여 ‘천사의 기술력’을 이용한 인체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덕분에 현재 연구원들의 상태는, ‘지금 당장 도망치더라도 이상한 게 아닐 정도로’ 매우 좋지 못했다.



'... 인체 실험... 결코, 일어나서 안 될 거지만, 마냥 반대하기에는 별 뾰족한 수도 없어...'



천사의 기술력.


그것만 있으면 사람을 초월한 무언가가 될 수 있었고,


그것만 있으면 강력한 병기를 만들 수 있었고,


그것만 있으면 불치병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마치 금단의 과실 같은 것이 바로, 천사의 기술력이리.


안드레이는 자신의 방 앞에 우두커니 섰다.



"안드레이 황자님 오셨습니까? 그럼 제가 씻는 걸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드레이 전속 메이드가, 방문을 열어젖히며 마중 나왔다.



"괜... 괜찮아. 씻는 건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늘 한결같이, 또 시작됐다.


나는 정말 괜찮은데...


나의 전속 메이드인 리나는 날 너무 어린애 취급하는 것 같았다.


뭐, 따지고 보면 어린 애가 맞긴 했지만...


리나는 항상 내가 샤워나, 목욕하는 것을 옆에서 일일이 도와줬다.



"제가 황제님께 하달받음 임무 중에는, 안드레이 황자님이 12살 될 때까지 발육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있습니다... 혹여나, 제가 꺼려지셔서 그런 거라면 인원을 바꿔달라 황제님께 간청..."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런 요청을 받았었다니.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리나는 뭘 모르겠단 듯이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안드레이를 지그시 바라봤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면... 슬슬 물 좀 받아줘."



왕족들은 이런 걸 당연시 생각한다.


왕족 중에서는 유독 내가 별난 거였다.


나는 나의 배다른 형제에게 찾아갔을 때,


그는 심지어 5명의 메이드에게, 씻김을 당하고 있었다.


참... 이런 걸 봤을 때는 완전 중세 시대처럼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왕족의 성생활이 문란하나?


그건 또 아니었다.


물론, 아바마마는 부인을 3명씩이나 두고 있었지만,


이건 '문란해서' 라긴 보다는 정치적인 것과 연결되어 맺은 관계라 그런 거였고,


애초 ‘제국의 새장’에선 계급에 상관없이, 그게 설령 왕족이라도 성범죄는 강한 처벌이 내려지기에,


이건 또 현대 시대와 비슷했다.



'후.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적응이 안 돼.'



안드레이는 옆에서 자신의 옷을 벗기고 있는 리나 몰래 한숨을 쉬었다.



----------



학교 운동장에 쳐진 커다란 캐노피 천막 안.


그 속에서 울란드는, 간이침대에 누워 불규칙한 숨을 뱉어내던 스카일러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신수가 당할 정도의 독이라..."



신수.


이 작은 여우, 스카일러라도 자신과 같은 ‘신수’.


이들의 육체는 ‘새장의 수호신’이라 불릴 만큼 강인한 존재로,


어지간한 독이나 날붙이는 통하지 않았을뿐더러, 때에 따라선 새장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지만,


암-바야드가 고용한 ‘그 정체 모를 변태’는, 이러한 신수를 위험에 빠뜨릴 정도의 ‘천사의 유적’으로 강화된 실력자인 것 같았다.



"생명엔 지장은 없지만, 꽤 힘들어 보이는군."



스카일러의 상태를 살펴본 울란드는 자신의 몸집과 비교해 아주 작은 접이식 천 의자에 몸을 얹히며, 옆에 서 있던 로젤리나를 바라봤다.



"생명에 지장이 없다뇨...?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이 녀석은 지금 회복 중이라 힘들어하는 거야. 아마 반나절이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올 거다."



울란드의 걸걸한 목소리는 이윽고 딸깍, 캔맥주 따는 소리로 바뀌어 로젤리나의 귓가를 자극했다.



"... 당신... 이 소년과 가족 아니었어요?"

"피를 나눈 가족이지."

"그렇다면서 지금 이런 상황에 술을..."

"내가 말했잖아? 스카일러는 반나절 정도 지나면 돌아온다고. 그때까지 이 천막 안에 있으려면 맨정신 가지곤 힘들거든."



울란드는 길쭉한 주둥이에 캔맥주를 대고, 벌컥벌컥 목구멍으로 흘려넘겼다.


로젤리나는 울란드가 캔맥주 마시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 저도... 한 캔만..."



그래... 조금은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좋겠지.


조금은...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로젤리나는 울란드에게서 캔맥주를 받아 들었다.



"생각보다 답답하지 않은 아가씨로군. 큭큭"



울란드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다시금 캔맥주를 입속에 밀어 넣었다.



"뭐... 저도 모험가로서 별거 다 봤으니깐요."



로젤리나도 캔맥주를 따고 희망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기억을,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크..."



오랜만에, 맛보는 시원한 맥주의 향기.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마비 독처럼.


로젤리나는, 혀끝을 진하게 어루만지는 탄산에, 절로 감탄을 내뱉었다.



"그런데... 검은 가면은 학교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건가요?"

"돌아와도 내가 버티고 있는 이상 그놈도 별수 없을 거다."

"... 별수 없다니... 그놈이 천사들을 끌고 와도요?"

"천사들은 이곳에 들어오지 못해. 이 새장엔 앤지가 버티고 있으니까."

"앤지라면 그 미소녀... 말씀이군요."



로젤리나는 학교 옥상에서 기도하고 있는 한 소녀를 떠올렸다.


그녀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작은 입술로 연신 기도문을 읊으니, 그야말로 여신...


자신이 옛날에 떠올렸던 ‘천사’라는 이미자와 딱 맞아 떨어지는,


숭고하고도 고결한 빛의 사도처럼 보였다.



"그녀에게 무슨 힘이라도 있나요?"

"흐음... 그건 비밀이야. 너는 '천사로부터 이 새장은 안전하다.' 그것만 알고 있으면 돼."



울란드는 캔맥주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 텐트 밖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어 주변을 살펴봤다.



"것보다, 학생들의 상태는 좀 어때?"

"... 다들 힘들어하죠... 몇 명은 정신 착란 증상을 보이고, 또 다른 몇 명은 자해까지 했어요. 그래도... 지금 겨우, 제정신인 학생들의 도움으로 제가 쉬고 있긴 하지만..."



로젤리나는 반쯤 남긴 캔맥주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죄송해요. 다는 못 마시겠네요."



그 검은 가면이 누구인지.


왜 이런 죄 없는 학생들이 공통 받은 것인지,


그리고... 당신들의 정체는 뭔지.


로젤리나는 울란드에게 여러 가지로 궁금한 게 많았지만,



"전 이만, 학생들을 보살피러 가야겠어요."



지금은 이들이 우리를 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로젤리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 그래... 너도 고생이 많군."



울란드는, 다시금 캔맥주를 입에 대고 쭈-욱 들이켰다.



----------



"안드레이 황자님, '천사의 기술력'을 연구하는 시설에 도착했습니다."



부유 자동차의 문을 여는 운전사.


동시에 안드레이 앞으로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 한 명이 부랴부랴 시설 안에서 뛰쳐나왔다.



"황자님. 헉헉...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셔서 배웅이 늦었습니다. 헉헉..."



숨을 몰아쉬며, 안드레이에게 한쪽 무릎을 꿇는 남자.



"그래도 가까스로 시간을 맞출 수 있었군. 태웅."



그의 이름은 태웅.


‘천사의 기술력’을 연구하는 시설의 총 책임자이며,


실험에 관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광기 적인 면을 지닌 자.


그래서 그는 그야말로 ‘천사의 기술력’을 연구하기에 딱 적합한 인물이라고,


안드레이는 배다른 형제에게서 전해 들었었다.



"헉... 헉... 너그러운 마음 감사합니다. 그러면 제가 지금부터 시설을 안내하겠습니다. 이리로..."



태웅은 안드레이에게 두 손을 뻗으며 길을 열었다.


안드레이는 부유 자동차에서 나와, 태웅을 안내를 받으며 시설로 걸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2 4 - 17. 운명 22.10.22 55 0 12쪽
61 4 - 16. 운명 22.10.15 53 0 13쪽
60 4 - 15. 사도 22.10.08 76 0 12쪽
59 4 - 14. 사도 22.10.01 57 0 12쪽
58 4 - 13. 지켜보는 자 22.09.24 49 0 13쪽
57 4 - 12. 지켜보는 자 22.09.17 54 0 12쪽
56 4 - 11. 두려워하지 말라. 22.09.10 50 0 13쪽
55 4 - 10. 두려워하지 말라 22.09.07 55 0 12쪽
54 4 - 9. 선택받은 인간 22.09.06 48 0 13쪽
53 4 - 8. 선택받은 인간 22.09.05 45 0 12쪽
52 4 - 7. 승천자 22.09.04 44 0 12쪽
51 4 - 6. 승천자 22.09.03 43 0 12쪽
50 4 - 5. 전설 22.09.02 42 0 13쪽
49 4 - 4. 전설 22.09.01 40 0 12쪽
48 4 - 3. 선지자 22.08.31 41 0 14쪽
47 4 - 2. 고아들의 새장 22.08.30 42 0 13쪽
46 제 4장. 고아들의 새장 22.08.29 44 0 12쪽
45 3 - 14. 맹세한 자 22.08.28 37 0 13쪽
44 3 - 13. 맹세한 자 22.08.27 40 0 12쪽
43 3 - 12. 맹세한 자 22.08.26 36 0 12쪽
42 3 - 11. 세력 22.08.25 35 0 12쪽
41 3 - 10. 세력 22.08.24 34 0 12쪽
40 3 - 9. 날개 잃은 제국 22.08.23 24 0 12쪽
39 3 - 8. 날개 잃은 제국 22.08.22 29 0 13쪽
38 3 - 7. 작은 날개 22.08.21 24 0 11쪽
37 3 - 6. 작은 날개 22.08.20 29 0 11쪽
36 3 - 5. 천사의 기술력 22.08.19 30 0 12쪽
» 3 - 4. 천사의 기술력 22.08.18 25 0 12쪽
34 3 - 3. 제국의 새장 22.08.17 24 0 13쪽
33 3 - 2. 제국의 새장 22.08.16 33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