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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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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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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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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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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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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3장. 제국의 새장

DUMMY

"우리는 이곳에서 암-바야드가 알아내려던 걸 찾아야겠지. 그리고... 겸사 ‘저쪽 세상’에 관해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



박사가 하얀 가면을 긁적였다.


그러자, 박사의 하얀 가면 위에 올라타고 있던 라프가,


박사의 행동을 따라 자신의 얼굴을 긁적였다.



"하긴... 뭐, 좋아요. 뭔가 봉사활동하는 기분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 녀석과 관련된 일이니까..."



울란드는 물고 있던 시가에 불을 붙여, 한 입 길게 빨아 당겼다.



"후... 그나저나, 앤지 방에 있는 에샤드..."

"저기!"



울란드의 입속에서 길게 뻗어 나온 시가 연기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달려온 한 여자의 외침에 멈춰섰다.



"헉. 헉... 여러분들이... 아르가 말한 이쪽 세계의 분들이죠?"



여자는 헐떡이는 숨을 억누르지 못하고, 무릎에 손을 짚은 채 바닥을 향해 말했다.



"그렇다만?"



박사가 대답했다.



"저, 저도 이쪽 세상 사람, ‘로젤리나’라고 해요. 왜 학생들과 같이 있었냐고 물어보시면 여러 사정이 있어서 그런거고, 그보다 지금 학교에 위독한 학생이 몇 명 더 발견되었어요. 그러니..."

"그래. 충분히 알아들었지만..."



박사는 입고 있던 하얀 가운 주머니에서, 안이 비어있는 주사기 하나를 꺼내 들었다.



"우리도 약물이 동나서 말이야."

"그런..."



로젤리나는 박사가 꺼낸 주사기를 향해 안절부절,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 그럼 어쩌죠? 우리를 더는 도와주실 수 없는 건가요?"

"정확히는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주는 거지만..."



박사는 빈 주사기를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으며, 새장 밖을 바라봤다.



"... 우리에겐 부유선이 있으니 약물을 확보해보도록 하지."



박사의 하얀 가면에 올라타고 있던 라프도, 새장 밖을 향해 작은 눈살을 찌푸렸다.



----------



'나는 이런 세상에 살아서 뭐하나...'



한 남자가 높다란 건물 위, 옥상 난간에 앉았다.


크고 작은 건물들의 네온사인이, 장송곡의 악절로 남자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서늘한 공기 바람이, 콧속에 들어와 시큰거렸다.



'씨X 인생.'



하찮은 인생이다.


이젠 일용직 노가다도 지긋지긋하다.


빚은 갚아도 갚아도 끝이 안 보이고,


뭔가 해보려고 하면 전부 쫑나고,


되는 게 없다.


상담을 받아봐도, 술을 퍼지게 마셔봐도,


풀리는 게 없다.



'진짜... X같네.'



남자가 옥상 난간에서 몸을 던졌다.


무거운 중압감과 가파른 인생이,


어두운 무리와 함께 시원히 밤바람에 나부끼면서 몸 사이사이로 스며들다가...



"‘의식 전이 실험’ 가동하겠음."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헉!"



또 그 꿈이다. 잊을만하면 꾸는 꿈.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 죽는 꿈.


벌써 10년 전 이야기인데,


아직도 이 꿈을 꾸고 있다니...



"아무나 물 좀 떠와 줘!"



올해 내 나이는 10살.


‘제국의 새장’에서 황제 순위 1위인 황자로,


나는 10년 전 이 새장 속에서, 기억이 온전히 유지된 채 다시 태어났다.



"안드레이 황자님. 여기 물 떠왔습니다. 부디, 편안히 즐기시길."



메이드가 물 한 컵을, 안드레이가 앉아 있던 침대 옆 탁상에 올려놓곤 앞을 바라본 채 뒤로 슬금슬금 물러갔다.


안드레이는 메이드가 가져온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후...'



안드레이는 베란다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국의 새장’의 경치를 잠시 구경했다.


푸른 하늘 밑으로 펼쳐진 크고 작은 건물들.


‘이전 세상’에서 흔히 보았던 네모나고 각져 있는 빌딩들과,


또 판타지에서나 등장할 법하게 둥근 구체이거나, 기형적인 건물들이 펼쳐져 있는,


'제국의 새장'의 경치.


항상 보아왔던 경치인데도, 과거의 꿈을 꾸고 나니 그런 경치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건 그렇고... 참 독특하단 말이야.'



이 ‘제국의 새장’의 분위기는 자신이 전이되기 전 소설이나 만화책에서나 보았던 ‘중세 판타지’의 분위기와 가까우면서도, 어느 한 부분은 현대 사회... 아니. 미래 사회와 가까운 정말 희한한 곳이었다.


예를 들자면, 이곳 택배는 죄다 무인 드론들이었고, 공중에 살짝 떠서 움직이는 부유 자동차에 부유 바이크까지... 심지어 비싼 휴대폰 중에는 홀로그램 스마트폰도 있었다.


이렇게 미래적인 면모도 있었지만, 반대로 ‘제국의 새장’은 계급제, 계급은 매우 단순히 왕족, 귀족, 평민 이렇게 3가지로 구분되어 있었고,


귀족과 평민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왕족만큼은 절대적인, 중세적인 면모도 있었다.



'... 그나저나, 검은 가면이라는 놈이 세난 왕국을 그렇게까지 만들다니... 덕분에 우리도 비상이 걸렸어.'



‘세난 왕국’은 우리 ‘제국의 새장’보다야 군사력이나, 소유하고 있는 새장의 수는 적었지만,


그래도 그곳엔 ‘왕가의 손가락’이라는 전설적인 암살자 집단이 있었을뿐더러.


연구되고 있던 ‘천사의 기술력’도 우리보다 앞서 있었다.



'덕분에 아바마마가 내가 머무는 방 주변으로 대규모 경비대를 배치했네... 이거 완전, 몰래 마을로 놀러 가지도 못하게 돼버렸다고.'



나는 이 흡수력 좋은 어린 몸을 이용해.


진작에 고등 교육 끝내 버렸고,


현재는 대학생들이나 펼쳐 본다는 전문 서적으로,


모든 학문 중 가장 인기 있다던 ‘천사의 기술력’에 대해서 익히는 중이었다.


덕분에 내 천재성은 제국의 새장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는 열띤 칭찬 중이었다.



'그래도 이 새로운 몸... 도가 지나칠 정도로 이해력과 암기력이 좋아. 내가 전이되기 전의 몸은 이렇진 않았는데.'



솔직히 조금 허탈하긴 했다.


‘타고난 것’과 ‘가지고 있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얻어버리니.


10년 전, 그때의 자신이 허탈하긴 했다.



'그러면...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겠지...? 오늘은 전투 훈련을 처음으로 받는 날이니까.'



세난 왕국에 그런 일이 일어난 직후,


자신에게 ‘전투 훈련’ 일정이 짜였다.


아마 이것도 아바마마나 어마마마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정에 넣은 신 것 같은데...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지금껏 학문에 열중한다고 운동에는 담쌓고 살았던 자신이었던지라.


이 몸이 지닌 운동신경은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기대는 하지 않지만... 만약에 운동신경까지 좋으면, 왠지 그때가 더 비참해질 것 같아.'



안드레이는 메이드에게 몸을 맡겨 잠옷에서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약속된 훈련 장소인, 황궁의 운동장으로 나왔다.



"안드레이 황자님. 이렇게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제 이름은 구슬비, 황자님의 기초 체력을 측정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늠름한 청년, 구슬비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안드레이를 반겼다.



"어... 그럼 부탁할게."

"감사합니다. 그럼... 기초체력을 측정하기 전, 이 보호구부터 착용하겠습니다."



구슬비가 안드레이에게 다소 지나칠 정도의 보호구... 방탄조끼와 무릎 보호대 심지어, 머리보호대를 손수 착용시켰다.


안드레이는 이 불편한 보호구에 인상을 조금 찡그리면서도, 과거와 비교하면 '이 정도의 불편함쯤이야 별거 아니라고' 자신을 타일렀다.



"좋습니다... 이제, 간단히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천천히 달려보죠. 스트레칭 동작은 절 보고 따라 하시면 돼요."



달린다... 그래, 그게 기초 체력 측정하는 데 좋은 수단이긴 하지.


하지만, 러닝머신도 있는 왜 굳이 구슬비는 밖에서 달리려고 하는 거지?


안드레이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슬비의 구령에 맞추어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 했다.


자신은 전이 되기 전 아침 운동으로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오던 사람인지라.


구슬비의 스트레칭 동작을 어설프지 않게 잘 따라 할 수 있었다.



"어우... 잘 따라 하시는군요! 혹시 어디서 스트레칭을 배우신 적 있나요?"

"아니. 딱히 배운 적 없는데?"

"... 저는 지금까지 수많은 아이를 훈련 시킨 결과, 스트레칭 동작만으로 그 아이의 운동신경을 대충 직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트레칭과는 별개로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뭐... 아무튼, 이로 판단했을 경우 황자님은 아주 훌륭하십니다. 이건 아부가 아니에요. 마치,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왔던 분 같으십니다."



뜨끔하다.


거짓말이 아닌데. 거짓말하는 기분.


안드레이는 이런 기분이 들 때마다,


지금... 그래, 지금이 더 중요하니까. 옛날은 묻어 두자고.


라고 자신을 타일렀다.



"이제 스트레칭 끝났으니, 한 번 천천히 달려보죠. 만약 달리다가 몸이 저릿하거나, 속이 안 좋거나, 두통이 느껴지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안드레이는 구슬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운동장 겉 테두리에 깔린 탄성 포장재를 밟으며 달렸다.


옆에는 나를 따라 구슬비도 함께 달렸다.



'크... 역시 나이가 나이인지라 관절도 안 아프고, 몸도 가볍네. 진짜... 영원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아.'



운동신경은 모르겠지만, 일단 체력만큼은 기가 막혔다.


조금 빠르게 뛰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


앉아서 공부만 했던 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굉장했다.



"... 후... 후... 황자님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여기까지 뛰도록 합시다."



안드레이가 거의 무아지경으로 운동장을 28바퀴 정도 달렸을 때,


옆에서 함께 달리던 구슬비가 안드레이를 말리듯이 멈춰 세웠다.



"황자님... 진짜 운동 처음 하신 거 맞으시죠?"



구슬비는 새것처럼 보이는 수건과 이온 음료 담긴 물병을 안드레이에게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내밀었다.



"달리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거였다니."



안드레이는 구슬비가 내민 물병과 수건을 받아 들며 그리 말하자,



"... 천재이자 미남을 넘어서, 운동신경까지 좋으실 줄이야... 왜 황제님께서 그리 아끼시는지 충분히 이해됩니다."



구슬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뭐, 그냥... 운이 좋을 뿐이지."



과찬이긴 하지만... 안드레이는 솔직히 자신도 놀랐다.


설마 체력까지 좋을 줄이야.


진짜, 이 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건가?


이 몸은 객관적으로 봐서도 뭔가가 불합리할 정도로 굉장했다,



"하하. 그런 재능이 있으신 대도 겸손하기까지 하시다니. 이 한 몸 하찮은 신하로서 몸 둘 바 모르겠군요."



구슬비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황자님 정도의 체력과 재능이라면, 지금 당장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불러 간단한 게임을 해도 될 것 같은데... 허하시는지요?"



구슬비의 흥미로운 제안.


안드레이는 이런 구슬비의 제안에,


마을로 신분을 숨기고 몰래 내려가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할 때의 긴장감이 사뭇 느껴지는 듯했다.



"오! 좋은 제안이야."



안드레이가 기쁜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합니다. 황자님. 그러면 바로 준비..."

"다만 조건이 있어, 내 신분을 다른 학생들이 알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내고 싶거든."



안드레이의 그 빨갛고 앳된 입술이, 흘깃 미소를 흘렸다.



----------



부유선 5층에 있는 박사의 실험실.


그곳에서 서진수와 몇 명의 학생들이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액체가 가득 든 실험관에 둥둥 떠 있었다.



"흠... 조금씩 원래의 몸으로 돌아오는 것 같지만, 아직은 한참 걸릴 것 같군."



박사는 실험관 속 서진수를 보며, 손에 든 차트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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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4 - 8. 선택받은 인간 22.09.05 45 0 12쪽
52 4 - 7. 승천자 22.09.04 46 0 12쪽
51 4 - 6. 승천자 22.09.03 43 0 12쪽
50 4 - 5. 전설 22.09.02 43 0 13쪽
49 4 - 4. 전설 22.09.01 40 0 12쪽
48 4 - 3. 선지자 22.08.31 42 0 14쪽
47 4 - 2. 고아들의 새장 22.08.30 44 0 13쪽
46 제 4장. 고아들의 새장 22.08.29 45 0 12쪽
45 3 - 14. 맹세한 자 22.08.28 37 0 13쪽
44 3 - 13. 맹세한 자 22.08.27 41 0 12쪽
43 3 - 12. 맹세한 자 22.08.26 37 0 12쪽
42 3 - 11. 세력 22.08.25 35 0 12쪽
41 3 - 10. 세력 22.08.24 35 0 12쪽
40 3 - 9. 날개 잃은 제국 22.08.23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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