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3,808
추천수 :
5
글자수 :
501,857

작성
22.09.07 07:11
조회
54
추천
0
글자
12쪽

4 - 10. 두려워하지 말라

DUMMY

"‘선택받은 자’라고 한다면... 그 전설 속에 등장하는 소년이 기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게 이 메달과 무슨 상관이죠?"

"기원은 그 단어뿐만이 아닌, 검은 가면의 ‘살덩어리’와도 관련이 있다."



박사는 ‘세난 왕국’의 작은 메달을 받으라는 식으로 나루에게 내밀었다.


나루는 ‘살아 있다고’ 하는 메달을 박사가 건네자, 조금 주저하다가 두 손 내밀어 받았다.



"전설에 등장하는, ‘제국의 새장’ 2대 황제가 있던 시대, 즉 ‘새장의 여명기 시절’에는, 대놓고 ‘인체 실험’ 지원자를 모집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인간의 생명이 그야말로 파리 목숨으로, 새장 밖이나 속이나 위험한 건 별다르지 않았어."

"그건... 학교 역사 시간에 배워서 알고 있는데..."

"그럼, 여기서 전설 속 소년이 왜 ‘태초의 새장’에 간 것인지도 알고 있겠군."

"... 누군가의 아들이라서가 아닌가요?"

"아들이라는 말은 기록상 좋은 인식을 남기기 위한 세탁용 신분이었다. 후대에 좋은 것만 알리고 싶다고 당시 황제가 명령했으니까... 아무튼, ‘태초의 새장’은 그 거대한 크기와 어울리게 ‘천사의 기술력’이 지천에 깔려있어, 흔히 박사란 작자들은 인체 실험할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현장에서 바로 실험을 해댔었지."



박사의 하얀 가면이 냉정한 그 하얀색과 어울리지 않게,


나루의 두 손에 얹어진 ‘세난 왕국’의 메달을 멍하니 바라보며, 회상에 잡힌 사람처럼 변했다.



"... 그 실험 중 ‘선택받은 인간’이라고 불리며, ‘성공한 실험’으로써 탄생한 것이 안드레이 황자를 집어삼켰다는 ‘살덩어리’... 그 비슷한 것이라 보면 되겠군. 그리고, 이런 살덩어리로 만들어진 게 바로, 그 메달이다."



박사의 하얀 가면이 회상에서 빠져나오며, 나루 앞으로 드리웠다.



"그 메달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천사로부터 안전할 거다. 아르에게서 줄을 받아 목걸이처럼 매달고 있어라."

"알겠어요..."



나루는 뭔가... 메달에서 고동이 느껴지는 것 같아, 얼른 메달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박사가 방금 했던 말을 머릿속에 정리했다.


박사의 말에 따르면 결국, 전설 속 소년은 ‘천사의 기술력’을 실험하기 위해 데려온 ‘실험쥐’ 중 한 명으로,


그 전설 속 소년으로 검은 가면의 ‘살덩어리’, 그 비슷한 게 탄생한 건지는 방금 박사가 말했던 정보만 가지고 알 수 없었지만,


문맥상의 이어짐과 박사의 하얀 가면에 여운으로 봤을 때는, 왠지 그럴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또, 우린 내일 학생들을 새장에 내려 주자마자, 메달과 이어져 있는 살덩어리로 이동할 테니, 준비하길 바란다."



----------



‘서릿바람 새장’의 철제 방범 셔터가 살짝 올라가 있던 ‘새장의 출입구’ 한쪽 구석,


저격수 김우는 스코프에 눈을 붙인 채,


승천자의 부유기구로 위로 올라오는, 빨간색을 바라보았다.



'...?'



빨간색은, 새빨간 장미처럼 피어난 것 같았다.


그건 잘못된 사랑의 증표와도 같은, 한 떨기의 장미꽃 같았다.


오만하고도 거만하게 타오르는, 주인 모를 빨간 장미꽃 같았다.


피로 물든 빨간 단발머리를 가볍게 흩날리는, 빨간 장미꽃 같았다.



'저놈은...'



빨간 장미꽃은, 겹겹이 싸인 양팔을 개화하며,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승천자 부유기구 위에서,


한 명의 지휘자처럼 김우의 마음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승천자들의 우두머리 정태연.'



대담하고, 어리석다.


정태연의 힘 있고 절도 있게 휘젓는 팔에, 김우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설마 승천자의 우두머리가 이렇게 대놓고 부유기구 위로 올라와 보란 듯이 팔을 휘젓다니.



'소문대로 겁대가리를 상실한, X친놈이군.'



답답하고. 짜증 난다.


정태연의 느긋하게 내려지는 손재간에, 김우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지금 바로 저 사이비 종교의 원흉, 정태연의 머리를 관통시킬 수 있는데,


이 새장마저도 흠집 낼 수 있다고 하는,


‘제국의 새장’에서 공수해온 특제 대물 저격총으로 말이다.



'... 그래도, 참아야지... 위에서의 명령이 있었으니까.'



‘서릿바람 새장’ 대표님의 명령.


그건, 적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이쪽에서 괜히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최대한 ‘맹세한 자’들의 지원을 기다린다는 게, 지금 대표의 방침이었다.



'씨... 하필, ‘맹세한 자’들이 이곳에 없을 때 쳐들어올 줄이야...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잖아.'



‘맹세한 자’는 한동안 이곳에 머물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지금 ‘맹세한 자’들은 인근 ‘고아들의 새장’을 둘러본다고 자리를 빈 상태.


이곳까지 오려면 적어도 반나절 정도 잡아야 한다고, 한 시간 전 보고가 들어온 상태였다.



'그때까지... 우리가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다. 두렵다.


가로로 길게 긋는 정태연의 지휘에, 김우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저런 수장마저도 미친 집단이, 과연 쳐들어오지 않을까?


만약, 저들이 쳐들어온다면, 집에 있는 가족들은 제발 무사해야 할텐데...



'아니... 버텨야 해!'



김우는 집에 있는 가족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퇴근하면 힘들었냐고 위로해 주던 아내.


칭얼거리면서도 아빠가 제일 좋다는 두 명의 자식.


김우는, 정태연의 지휘에 더는 흔들리지 않겠노라고,


저격총의 손잡이를 꽉...



"두려워하지 말라."



김우는, 울리는 듯한 따사로운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내 너희와 함께함이라..."



정태연의 종막을 알리는 듯한 길게 이어지는 손가락 끝 마침표에,


김우는 하늘에서 펄럭이는 새하얀 깃털을 올려다보았다.



'아아... 어머니, 아버지...'



천사.


아름다웠다.


날개를 펄럭거리며, 내려오는 천사는 그야말로 순백의 연인.


심장이 두근대고, 눈에 초점이 희미해질 정도의 새하얗던 천사의 날개는, 그야말로 백천의 연인.


천사가, ‘새장의 출입구’에 처진 철제 방법 셔터를 종이 찢듯 찢어내고 들어오니,


김우의 눈 끝으로, 부모님의 얼굴이 스쳐 갔다.



'어떻게든 막아야 해...'



어머니, 아버지.


죄송하지만, 전 여기서 생을 끝내야겠습니다.


부디... 내 아내와 자식들은 지켜주시길.


김우는 얼른, 대물 저격총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 댔다.



'적어도 넌, 나와 함께 간다.'



탕!


김우는 부유기구 위, 정태연의 머리를 향해 저격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으로 승천자의 교주만큼은...'



김우는 저격총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주변에 천사가 가득 차올랐지만, 그런 건 알 바 아니었다.


한 마리의 천사가 귀를 물었지만,


한 마리의 천사가 팔을 물었지만,


김우는 끝까지 저격총 스코프로 정태연의 머리를 지켜보았다.



"... 씨x"



맞지 않았다.


아무런 이변도 없었다.


분명, 탄도 계산은 정확히 끝냈다.


바람, 습도, 온도, 모든 요소의 계산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정태연은 기분 좋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 설마... 부유기구 주위로 자기장이...'



그저, 직감이었다.


사지가 뜯어 먹히기 전, 주마등이었다.


부유선이나 부유기구 주위로,


‘총알의 궤도를 휘어 트릴 수 있는 강력한 자기장을 펼치는 기술’을 어느 새장에서 개발하고 있다고,


김우는 문 뜻 생각해 냈다.



'아... 희연아...'



아프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그녀의 품에 다시 한번 안길 수 있다면...


그게, 김우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박사의 부유선 지하 5층에 위치한 실험장에서,


앤지는 아르의 부탁으로 지도가 띄어져 있던 커다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칫... 이걸 하면 박사님이 좋아한다고? 아니기만 해봐..."



아르의 말로는,


박사님은 이 모니터 속 지도 위로 길게 그어져 있던 ‘연기의 흔적’을 쫓는다고 했다.


그래서 만약, 이 모니터에서 ‘연기의 흔적’에 근원을 찾는다면 박사님이 좋아해 줄 거라고,


보상으로 칭찬을 듣는다고 했으니, 앤지는 한껏 기대하던 중이었다.



"... 칭찬... 헤헤..."



앤지의 머릿속으로, 박사의 하얀 가면이 잔뜩 차올랐다.



"언젠간 내거로 만들어야지..."



아직도 선명했다.


그가 돼지우리 같던 감옥에 찾아 왔을 때의 기억이, 선명했다.


몸과 마음이 토막 났을 때, 그는 자신에게 손을 뻗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언젠간..."



앤지는 등에 달린 날개를 천천히 펼쳤다.


이 날개도, 박사님이 달아준 천사의 날개.


박사님은 이미 ‘여러 장기’가 적출당해, 죽어가던 자신에게 선택하라 했다.


이대로 죽을 것인가? 아니면 미약한 희망을 믿어 볼 것인가?


당연히 자신은, 후자를 선택했다.



"아...! 박사님에게 칭찬 들으면 그걸 빌미로 볼에 뽀뽀..."



앤지가 싱글벙글, 때 묻은 과거의 기억을 묻어 두고,


자신만의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였다.



“음?”



‘어떤’ 기척이 앤지의 피부를 바늘로 관통하다시피, 밖에서 날아들었다.



"설마... 천사?"



앤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박사의 실험장 벽면을 가만히 바라봤다.



"... 조금 희미한 것 같지만... 이건 분명 천사의 기척이야!"



백은 새장에서, 학생들이 전이된 이름 없는 새장에서, 느껴보았던 천사의 기척.


박사님이 말하길 이건 천사까리 공유된 하나의 ‘감정’ 같은 거라고,


그 감정에 현혹되지 말라고, 박사님이 ‘직접’ 부탁했었다.



"얼른 박사님께 말해..."



앤지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만...! 이 연기의 흔적, 내가 느꼈던 ‘천사의 기척’과 같은 방향으로 이어져 있잖아?"



모니터에 떠오른 지도에서 깜빡이고 있는 한 점.


아무리 호야에게 공부 좀 해라는 소리를 듣고 있어도,


앤지는 박사님의 부유선에서 앞뒤 위치쯤은 잘 알고 있었다.



"히히... 이걸로 칭찬 들을 수 있겠다."



앤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두 손을 포갠 채 한 발, 한 발 새장 속으로 발을 내디디는 천사.


자비로운 표정과 반대로, 무자비한 폭력의 식사로,


미처 도망치지 못한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먹으면서,


서릿바람 새장의 도시 곳곳을 휩쓸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면서 쏘라고 해!”



터무니없는 괴물들이다.


천사라는 탈을 쓴 괴물.


하얀 깃털로, 날개를 도배한 괴물.


‘서릿바람 새장’에 파견 온, ‘제국의 새장’의 ‘제2부대 지휘관, 루마니 대대장’이 천사를 처음 본 감상이었다.



"한 마리를 집중적으로 쏴 갈겨! 그래야지 녀석들을 멈출 수 있다!"



이것들은 총알이 몸에 박히는 건 전혀 타격이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애초, 총알이 몸에 잘 박하지도 않았다.


8발 중 1발, 천사의 신체 부위 한 곳을 집중적으로 사격했을 때, 총알이 몸에 박힐 확률이었다.



"수류탄을 거의 다 썼다고? 그렇다면 LPG 가스통이라도 어디서 빼 와!"



이렇게 강철보다 더 단단한 천사의 피부를 겨우 뚫고,


육체를 3분의 1정도 훼손시키고서야, 그들은 간신히 걸음을 멈췄다.


정말... 끔찍한 악마들이었다.


전략, 전술 따위 없이 그저 육체와 식탐, 그리고 머릿수로 밀어붙일 뿐인데, 이 정도로 위협적일 수 있다니...



'젠장...!'



만약, 이런 악마들을 통제할 수 있다면,


전략적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한다면,


그건 끔찍함을 너머, 일방적인 개죽음의 시작.


제발, 승천자의 주교인 정태연은 이들을 컨트롤 할 수 없어야 할 텐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2 4 - 17. 운명 22.10.22 55 0 12쪽
61 4 - 16. 운명 22.10.15 53 0 13쪽
60 4 - 15. 사도 22.10.08 75 0 12쪽
59 4 - 14. 사도 22.10.01 57 0 12쪽
58 4 - 13. 지켜보는 자 22.09.24 49 0 13쪽
57 4 - 12. 지켜보는 자 22.09.17 54 0 12쪽
56 4 - 11. 두려워하지 말라. 22.09.10 49 0 13쪽
» 4 - 10. 두려워하지 말라 22.09.07 55 0 12쪽
54 4 - 9. 선택받은 인간 22.09.06 48 0 13쪽
53 4 - 8. 선택받은 인간 22.09.05 45 0 12쪽
52 4 - 7. 승천자 22.09.04 44 0 12쪽
51 4 - 6. 승천자 22.09.03 43 0 12쪽
50 4 - 5. 전설 22.09.02 42 0 13쪽
49 4 - 4. 전설 22.09.01 40 0 12쪽
48 4 - 3. 선지자 22.08.31 40 0 14쪽
47 4 - 2. 고아들의 새장 22.08.30 42 0 13쪽
46 제 4장. 고아들의 새장 22.08.29 44 0 12쪽
45 3 - 14. 맹세한 자 22.08.28 36 0 13쪽
44 3 - 13. 맹세한 자 22.08.27 40 0 12쪽
43 3 - 12. 맹세한 자 22.08.26 36 0 12쪽
42 3 - 11. 세력 22.08.25 35 0 12쪽
41 3 - 10. 세력 22.08.24 34 0 12쪽
40 3 - 9. 날개 잃은 제국 22.08.23 23 0 12쪽
39 3 - 8. 날개 잃은 제국 22.08.22 29 0 13쪽
38 3 - 7. 작은 날개 22.08.21 24 0 11쪽
37 3 - 6. 작은 날개 22.08.20 29 0 11쪽
36 3 - 5. 천사의 기술력 22.08.19 30 0 12쪽
35 3 - 4. 천사의 기술력 22.08.18 24 0 12쪽
34 3 - 3. 제국의 새장 22.08.17 24 0 13쪽
33 3 - 2. 제국의 새장 22.08.16 33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