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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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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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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1,857

작성
22.10.1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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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 - 16. 운명

DUMMY

'... 신도를 통해 정보를 얻어 내는 건 그 사도라는 것 때문에 글렀고... 이제는 진짜 이곳밖에 없는 건가?'



혼자 있는 신도들은 이제 없었다.


그들은, 경비병까지 포함해 전부 홀린 것마냥 사도를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덕분에 미카엘은 ‘부유 기구’ 4층 중심부까지 딱히 별다른 마주침 없이 올 수 있었지만,


이제 남은 문제는 성계의 비상계단 순찰을 담당하는 ‘정예병’들이었다.



'만약, 이들의 손에 잡힌다면...'



미카엘은 캡슐 형태의 알약을 입속에 넣어, 혀 밑에 감췄다.



'이 약을 입에 문 지도 오랜만이네~'



위액이나 침으로 녹지 않은 캡슐 형태의 알약.


먹을 때는 강하게 깨물어서 먹어야 하며,


먹고 난 뒤에는 정확히 2초 뒤에 심장 멎게 해,


첩자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자살용 알약으로,


미카엘은 새장에서 철두철미한 암살자로 키워졌을 때,


가장 먼저 익힌 기술이 이 알약을 입에 숨긴 채, 정확히 발음하는 방법이었다.



'역시... 기분 나쁜 알약이야.'



50명의 소녀 중, 마지막까지 이 알약을 쓰지 않은 인원은 총 5명.


그 인원들은 시험을 통과한 인재이자,


무고한 시민들을 죽인 인재이자,


새장에 충성을 바칠 인재로써,


날개가 떨어진, 감정 없는 살인 인형으로 자라났었다.



'볼 수 있다면, 다시 보자고...'



그래, 자신은 장길수를 만나기 전까지, 새장 속 작은 인형일 뿐이었다.


새장을 위해 노래하면서, 떨어진 날개를 부여잡고 울부짖은 작은 인형...


미카엘은 그때 장길수를 만난 것이 인생 최대의 행운이라 생각하면서,


성계로 가는 비상계단의 문을 열었다.



"...?"

"모험가님. 정태연 교주님께서 찾으십니다."



뒤집어쓴 붉은 후드에, 화려한 금장식이 새겨진 한 신도가,


미카엘을 기다렸다는 듯이 비상계단 문 너머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해치지 않겠다고 제 믿음으로써 약속 하나이니, 이리로..."



어느 틈에 미카엘의 뒤쪽으로, 붉은 후드를 뒤집어쓴 두 사람이 천천히 걸어왔다.



'젠장...'



마카엘은 입속에 있던 알약을 살며시 이로 물었다.



"정태연 교주님께서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으시다는 군요. 손해 볼 장사는 전혀 아니니까, 성급한 판단은 그분의 말을 들어보고 하는 것도 좋지 않겠나요?"



화려한 금장식 후드를 뒤집어쓴 신도가 미카엘의 행동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다급하게 말했다.



"... 거래라고?"

"네. 현재 우리 ‘부유 기구’에 사도분이 찾아오셨답니다. 그와 관련해서, 교주님께서는 당신과도 같은 모험가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하나 알려드릴까 합니다."



미카엘은 자신 뒤에 있던 두 명의 신도를 흘끔 쳐다보았다가,


후드를 벗으며 앞에 있던 금장식 후드의 신도를 바라봤다.



"... 알겠어."



이들에게서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급하게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이라,


‘이쪽에서 무언가를 요구해도 될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다리도 아프실 테니, 엘리베이터로 가시죠."



미카엘은 신도의 안내에 따라 이 비상계단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던, ‘성계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성계로 가는 엘리베이터 근처에는 다른 복도와 다르게 그림이라던지, 조각상 따위는 일절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숫자를 표시해주는 장치도 없이, 그저 ‘엘리베이터 문’ 달랑 하나뿐이라, 미카엘이 보기에 어딘가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그런 장소였다.



'... 생체 인식 같아 보이지만, 이들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어. 뭔가 더 있는 건가?'



미카엘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신도들이 이 엘리베이터 문을 열기 위해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살피고 있을 때,


띠링-


엘리베이터의 문이 작은 종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열렸다.



"자. 먼저 타시지요."



미카엘 앞에 있던 금장식 후드의 신도가 엘리베이터 문 안쪽으로 두 팔을 뻗었다.



"... 그 전에, 지금 밖의 상황은 어떻지?"



미카엘은 엘리베이터로 팔을 뻗은 이 신도를 향해, 그저 인형과도 같은 죽는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



"아... 깜빡했군요. 당연히, 천사의 공격도 우리들의 공격도 멈춘 상태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요구가 아닌 부탁이니깐요."



금장식 후드의 신도가, 뒤에 있던 두 명의 신도에게 ‘후드’를 끄덕이자,


그 두 명은 미카엘을 바라본 채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럼 좀 더 예의를 갖추도록 하지요."



마카엘은 뒤로 물러가는 두 신도를 보고서야, 엘리베이터로 발을 올렸다.



----------



서릿바람 새장 속,


붉은 피로 젖혀진 이 도시에서,


날개 달린 따사로운 천사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뭐야...?"



‘칠성 모험가’ 바질은 쏟아지는 햇볕에 마치 진눈깨비처럼 표정이 일그러뜨리며,


날아오르는 천사들을 바라봤다.


소문대로 그것들은 ‘순수한 백지’에 폭식만이 담긴 그릇된 것으로,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카엘을 꼬시는 멘트로 ‘천사’란 말을 줄곧 사용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어 바질은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혹시... 천사가 물러간 게 모험가들 덕분인가요?"



‘제국의 새장’의 한 병사가 바질에게 다가오며,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물었다.



"... 나도 모르겠는데...?"



일방적인 학살이 질리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맹세한 자들이 도착이라도 한 것인가?


‘제국의 새장’ 병사들도 왜 그런지 모르는 것을 보니,


맹세한 자들이 도착한 것 같지는 않았다.


바질은 천사에게 물려 살점이 떨어져 나간 오른팔을 붕대로 꽉 동여맸다.



"일단, 우리 대장에게 통신해야겠는데... 통신장비 좀 빌릴 수 있을까?"

"아. 네... 따라오시죠."



바질은 ‘제국의 새장’ 병사를 따라, 거의 폐허가 되어 버린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다양한 식품들과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너저분히 어지럽혀져 있었고,


그 사이로는 상처 입은 병사들이 작은 공간을 만들어 누워 있었다.



"... 저기... 통신장비가 있으니, 마음대로 쓰세요."



바질을 안내한 ‘제국의 새장’의 병사가,


폐허처럼 변한 이곳에서 한때 ‘카운터’였을 것 같은 장소에 놓여 있던, ‘가방 형태의 이동식 통신장비’를 가리켰다.


바질은 병사가 가리긴 통신장비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장길수 대장님은 살아 있는가?"



바질은 통신장비의 주파수를 맞춘 뒤,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치익- "현재 상황은 어떻지?"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장길수의 목소리가 통신장비에서 울렸다.



"상황은 보다시피 천사들이 물러갔는데... 그쪽은 어때요?"

"여기도 승천자들의 공격이 멈췄어."

"미카엘... 미카엘에게 연락은 해봤어요?"

"미카엘에게선 아직 응답이 없다."

"..."



신경 쓰인다.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수’마저도 죽은 이 마당에 적진 한가운데에 잠입해 들어간 미카엘이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오랜 동료로서 당연했다.



"미카엘에게서 소식이 들어오면 연락해줄 테니..."

"아니, 미카엘에 대한 건 대장님이 잘 간직하고 있어요... 저는 우리 애들 상태 확인한 후에 다시 연락 드릴게요."

"... 괜찮나?"

"뭐... 수가 죽은 이 상황에서, 미카엘에게 가장 필요한 놈이 대장님이란 거 알고 있죠? 그럼..."



바질은 통신을 끊었다.



'젠장...'



천사에게 물려 욱신거리는 팔.


이 정도 상처쯤은 이미 익숙할 텐데 오늘따라 왜 이리 쑤시는지,


바질은 자리에서 일어나 팔에 감긴 붕대를 한 번 더 꽉- 동여맸다.



----------



윙---


엘리베이터는 기름칠한 가벼운 음색과 함께,


층수도 모를 이 이 장소에 가벼이 착지하며 문을 열었다.



"그럼, 별다른 격식은 갖추지 마시고, 교주님과 대화를 나누시지요."



승천자 신도의 금색 무늬 후드가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나가라는 식으로,


미카엘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미카엘은 금색 후드를 지나쳐 가듯이 쓰-윽 훑으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나갔다.


윙- 척.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엘리베이터의 문이 부드럽게 닫혔다.


미카엘은 부드럽게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에도 급히, 그곳을 바라보며 경계했다.



"잘 오셨습니다~ 당신은 수와 같은 ‘칠성 모험가’의 멤버인 미카엘이시군요."



커다란 의자에서, 미카엘에게 뻗어오는 기분 좋아지는 음색.


친절하면서도 앳되고, 정겨우면서도 다정한,


‘모르는 사람’에게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목소리.


미카엘은 그 옛날 배웠던 차가운 감정으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뻗어 나오는, 커다란 의자의 뒷모습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수는 어떻게 죽었지?"



미카엘이 의자의 뒷모습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끝까지 명예롭게 싸우다가, 죽었답니다."

"... 그래. 잘 됐어."



미카엘은 정태연 교주가 앉아 있을 거로 예상되는 커다란 의자로 몇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원하는 게 뭐야? 왜... 칩입자인 나를 이곳에 불러들인 거지?"



기묘한 기분이다.


전혀 긴장되지도, 불안하지도 않은, 마치 내 방에 들어온 기분...


그래서, 미카엘은 더더욱 정태연을 경계하며,


지금 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당신... 만약 당신의 운명이 한 ‘신’에 의해서 계획된 거라면, 어떤 기분이겠나요?"



정태연은, 관찰하는 미카엘을 전혀 경계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그야... 기분 나쁘겠지."

"그렇죠? 그러면... 그 신이 이제 운명을 맞을 시간이라고 자신에게 찾아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나요?"

"... 그게 무슨..."



미카엘이 바라보던 정태연의 커다란 의자가, 자신에게 돌아섰다.



"사도, 그것은 ‘지켜보는 자’, 그것은 ‘세상의 심판자’. 모험가인 당신에게 이 ‘세상의 진실’을 조금 알려드리죠. 당신은, 이 진실을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이번 거래의 조건입니다. 자... 어떠신가요?"



의자에 앉아 검은 눈물을 흘리는 정태연.


그는 두 손을 기도하듯이 포갠 채, 땅을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



라프의 한결같은 꿈속에서 그윽하게 퍼지는 풀 향기를 따라,


한 소년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봐봐. 라프, 이 방아깨비 엄청 크지?"



소년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잡은 방아깨비를, 라프가 몸을 늘어뜨리고 있던 큼직한 나무를 향해 들어 올렸다.



"하음... 크긴 하지만, 난 더 큰 걸 봤다. 그 정도는 별거 아니다. 라프"



라프는 나무 위에서 몸을 쭉- 기지개 켠 뒤, 소년 앞으로 툭! 털어졌다.



"에이! 이 정도도 엄청 큰데..."

"이 숲에는 분명 더 큰 것도 있다. 못 믿겠으면 내가 잡아 줄까? 라프."

"아니. 그럴 필요는 없는데..."



소년은 방아깨비를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금세 다시 기운을 차리면서 다리를 잡고 있던 방아깨비를 두 손으로 포개 감쌌다.



"비록 엄청 크지는 않지만, 라프를 나무 위에서 내려오게 했으니 그걸로 만족해. 그럼... 날아가라!"



소년은 잡은 방아깨비를 숲속으로 날려 보냈다.


라프는 소년이 방아깨비를 날려 보내자,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깝다... 먹던지, 통에 넣어 두던가 하지, 기껏 잡을 걸 왜 놓아주는 거냐? 라프"



라프는 날아간 방아깨비를 보며, 4개의 커다란 손톱 중 하나를 입에 가져다 대어 입맛을 다셨다.



"라프는 벌레가 맛있어?"

"계속 말했지만 나는 맛으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라프"

"그래도 내가 준 음식들은 맛있게 먹었잖아..."



소년은 방아깨비가 날아간 숲속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라프"



라프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소년의 얼굴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내비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라프... 넌 이 새장에서 뭘 하고 싶은 거야?"

"... 이건 또 뭔 뚱딴지같은... 라프...."



소년의 순진무구한 표정이, 앞에 있던 라프의 얼굴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자,


라프는 당황했는지 뒤로 벌러덩 넘어지면서 얼굴을 붉혔다.



"난... 난 딱히 뭘 하고 있지 않다. 난 단지 새장을 지킬 뿐이야. 라프."

"그럼... 라프는 왜 새장을 지키는 거야? 이 새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면 안 돼?"



뒤로 넘어진 라프에게 소년은 시선을 낮추며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갔다.


라프는 다가오는 소년의 시선에 고개를 뒤로 빼며, 솜털이 나 있는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가... 가깝다. 라프. 그만..."

"라프, 나와 함께 새장에서..."



라프는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던 꿈에서, 부스스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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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4 - 14. 사도 22.10.01 58 0 12쪽
58 4 - 13. 지켜보는 자 22.09.24 49 0 13쪽
57 4 - 12. 지켜보는 자 22.09.17 54 0 12쪽
56 4 - 11. 두려워하지 말라. 22.09.10 50 0 13쪽
55 4 - 10. 두려워하지 말라 22.09.07 55 0 12쪽
54 4 - 9. 선택받은 인간 22.09.06 48 0 13쪽
53 4 - 8. 선택받은 인간 22.09.05 45 0 12쪽
52 4 - 7. 승천자 22.09.04 45 0 12쪽
51 4 - 6. 승천자 22.09.03 43 0 12쪽
50 4 - 5. 전설 22.09.02 42 0 13쪽
49 4 - 4. 전설 22.09.01 40 0 12쪽
48 4 - 3. 선지자 22.08.31 41 0 14쪽
47 4 - 2. 고아들의 새장 22.08.30 43 0 13쪽
46 제 4장. 고아들의 새장 22.08.29 44 0 12쪽
45 3 - 14. 맹세한 자 22.08.28 37 0 13쪽
44 3 - 13. 맹세한 자 22.08.27 40 0 12쪽
43 3 - 12. 맹세한 자 22.08.26 36 0 12쪽
42 3 - 11. 세력 22.08.25 35 0 12쪽
41 3 - 10. 세력 22.08.24 34 0 12쪽
40 3 - 9. 날개 잃은 제국 22.08.23 24 0 12쪽
39 3 - 8. 날개 잃은 제국 22.08.22 30 0 13쪽
38 3 - 7. 작은 날개 22.08.21 25 0 11쪽
37 3 - 6. 작은 날개 22.08.20 29 0 11쪽
36 3 - 5. 천사의 기술력 22.08.19 30 0 12쪽
35 3 - 4. 천사의 기술력 22.08.18 25 0 12쪽
34 3 - 3. 제국의 새장 22.08.17 24 0 13쪽
33 3 - 2. 제국의 새장 22.08.16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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