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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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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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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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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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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6. 작은 날개

DUMMY

"나는 ‘백은 새장’에 소속되어 있었던 박사라는 자다. 협조는 제대로 할 테니, 어서 입국 허가를 내려줬으면 좋겠는데?"



부유선 갑판으로 나온 박사는 하얀 가면 쪽에 무전기를 대고 말했다.



"... 백은 새장의 박사라고...? 알, 알겠다. 허가를 내려 주지."



박사는 경비원의 지시에 따라 부유선 갑판으로부터, 정박장으로 기다란 계단을 내려보냈다.


그러자 두 명의 경비원은 소총을 앞으로 겨눈 채, 계단을 올라와 부유선 갑판에 올라탔다.



"인원은 총, 10명. 수인 세 명에 나머진 인간들이다."



박사는 그 큰 키를 살짝 굽히며 2명의 경비원에게 하얀 가면을 들이댔다.



"... 그... 그렇군요. 그런데... 당신, 그 가면 좀 벗어야겠는데...요."



2명의 경비원 중 한 명이, 박사의 큰 키와 이질적인 가면에 위축되어 목소리가 주눅 들어가듯이 말했다.



"그건 힘들겠어. 대신, 내가 ‘백은 새장’의 인사팀 소속 여자를 데려오겠다. 그녀라면, 백은 새장의 대표와 이 하울링 새장에 자주 왔으니, 내 신원을 보증해줄 수 있겠지."



박사는 부유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담요를 어깨에 뒤집어쓴 채 '새하얗고 푹신한 동물' 같은 것을 품에 껴안고 있는,


‘다 죽어갈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여자’가, 박사와 함께 부유선 갑판 위로 걸어 올라왔다.



"... 여기..."



여자는 두 명의 경비원에게 신분증을 내보였다.



"에샤드... 인사팀 소속... 바코드와 얼굴은 일치하는데..."



경비원은 에샤드가 내민 신분증을 받아 휴대용 스캐너 장치에 대어 보곤, 그녀의 얼굴과 신분증 사진을 대조해보다가,



"혹... 혹시, 이 박사라는 자가 당신을 유괴..."



그녀의 다 죽어 같은 표정에 놀란 듯이 말했다.



"... 유괴 아니고요. 박사님은 우리 백은 새장을 구해주셨어요. 당신들도 천사에게 새장이 망가지지 않으려면... 이분의 말을 잘 들어야 할 거예요."



에샤드는 경비원이 들고 있던 신분증을 뺏듯이 손에서 낚아채고는, 도로 부유선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됐나?"

"아... 역시... 당신이 ‘백은 새장’과의 통신에서 들었던 그 박사라는 자가 확실한 것 같군요..."



두 명의 경비원은 박사에게서 떨어져 누군가와 통신하고는, 다시 박사 앞으로 다가갔다.



"원래라면 더 많은 걸 체크 해야 하지만, 위에서의 특별 지시로 새장의 출입이 허가되었습니다. 부디 마음껏 쉬다 가세요."



두 명의 경비원은 박사에게 겨눈 총구를 그제야 거두며, 부유선을 내려갔다.



"그럼..."



박사는 두 경비원이 내려가자, 부유선 갑판 한쪽 구석에서 빨간빛을 내뿜고 있던 큼직한 ‘부유석’을 두 손으로 번쩍 들었다.



"새장에 다녀올 테니, 너희들은 부유선을 지키고..."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부유선 갑판에 나와 있던 아르와 박슬혁, 그 중심에 서 있던 서진수가 불쑥 박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 약품을 마련하시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서진수는 작은 새가 되기 싫었다.


다시금 연약하게, 학교 안에서 울부짖기 싫었다.


새처럼 변했던 자신의 몸이 원래의 몸으로 돌아오기 전에.


박사에게 최대한 힘을 보태고 싶었다.



"부유선을 지키고 있는 것도 충분히 도움 되는 일이다."

"하지만..."

"..."



박사는 하얀 가면을 긁적이다가, 서진수를 잠시 바라봤다.



"... 알겠다. 따라와라."



냉정하게 거부할 것만 같은 박사의 하얀 가면이 선뜻 승낙하니,


서진수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으론 안심했다.



----------



유리 덮개가 덮여, 안드레이 양옆으로 세워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진열장들’


그것들 안에는 각각 하나씩 ‘천사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이 빨간 쿠션 위에 얹어진 채로, 전시돼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유리 진열장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전부 다 특수 제작된 방탄유리로, 망치는 물론이고 총조차 흠집 하나 없이 막아 낼 수 있죠."



태웅은 유리 진열장으로 다가가, 손으로 쿵쿵 내리쳤다.



"심지어 바닥과 일체형 진열장이라, 이렇게 주먹으로 내리쳐도 미동 하나 없어요."



자랑스럽게 목소리를 높이는 태웅.



"보안이 정말 철저하군. 아바마마께서 태웅을 신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정말 치밀하게 잘 짜인 보안 시스템이었다.


이런 진열장은 둘째치고,


환풍구라든지,


CCTV의 배치라든지,


방의 구조라든지,


모든 걸 하나하나 감시하면서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안드레이는 태웅을 인체 실험과는 별개로, 보안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하하. 과찬이십니다. 그러면... 이번에 안드레이 황자님께서 보실 건...."



태웅은 안드레이와 함께 진열장을 쭉 살펴보다가,


‘동그란 링’처럼 생겨 빛나는 것 앞에 멈추어 섰다.



"바로 이 천사의 고리, 할로입니다."



태웅이 안드레이에게 보여 준, 밝은 링.


보통 천사나 죽은 사람을 표현할 때 머리 위에 동그랗게 그리는 바로 그 ‘링’으로,


안드레이는 링이 내뿜는 밝지만, 눈부시지 않은 그 빛을 잠시 바라봤다.



"이것도... 여기서 만든 ‘천사의 기술력’인가? 내가 보기엔 왠지 아닌 것 같은데..."

"네. 말씀하신 대로 이건 ‘승천자’들이라는 사이비 종교인들이 불법 거주하고 있던 새장에서 발견한 겁니다. 덕분에 이 링을 기반으로, 천사의 기술력이 가미된 무기들을 만들 수 있었죠. 그런데... 그걸 어찌 알아보신 건지...?"

"그저 감이야. 이 링이 내뿜는 빛. 범상치 않았거든. 마치... 누군가가 따스하게 포옹하고 있는 것 같달까?"



천사의 링, 할로.


생김새를 보아하니 이 세계에 있는 사이비 종교 ‘승천자’들이 좋아할 만한, 천사들과 가까운 ‘천사의 기술력’으로,


제국의 새장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지만,


‘승천자’만큼은 우리 ‘제국의 새장’에서도 이단으로 취급하며 배척하는, 골칫거리인 사이비 종교였다.


그도 그럴 게 ‘승천자’들은 인간이 새장에서 살면 안 된다고,


모두 ‘밖’으로 날아가야 한다는 교리를 믿는 족속들이기에,


새장 속 작은 마을에 불을 지르거나, 큰 도시에는 폭탄테러를 하는 등.


종교라는 믿음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들이었다.



"현재 소문으로는 승천자들이 계속 이 링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직원 관리로써 종교까지 살펴보고 있죠... 이만저만 귀찮은 게 아니에요."



태웅은 작게 한숨 쉬었다.



"이번에 세난 왕국과 관련해서 보안이 더 살벌해졌으니... 그들이 잡히길 기대해야겠지."



분명 그들은 우리 ‘제국의 새장’에 숨어 있다.


불과 일주일 전, 그들의 상징 마크인 ‘기도하는 여인’의 그림이 도시 한 쪽 구석에서 발견되었으니까.


그들은 남몰래 우리 곁에 숨어,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자! 그러면, 어서 다른 걸 구경해볼까요?"



----------



"수인족이네? 거의 1년 만에 보는걸?"

"오...? 웬일로 수인족? 일주일 전에는 엘프족도 오더니만..."

"뭐... 그건 그렇고 저 수인족 옆에 있는 하얀 가면... 엄청 소름 끼치지 않아?"



하울링 새장의 시민들이 거리를 걷는 박사와 서진수를 보며 웅성거렸다.


박사는 시민들의 웅성거림을 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갔지만.


서진수는 수인족이나 엘프족이라는 단어가 낯설어,


주위를 재차 두리번거리기 바빴다.



"혹시... 박사님의 동료들도 수인족인 인가요?"



서진수는 그들이 내뱉는 낯선 단어에 결국, 앞서 걷던 박사에게 물었다.



"내 동료들은 수인족이 아니야. 그들은 너와 같은 ‘신수’들이다. 다만, 네 몸은 일시적인 거지만, 그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신수인 녀석들이지."

"... 신수와 수인족의 차이점이 뭐죠?"

"수인족은 너처럼 엄청난 재생력을 지니고 있거나, 특별한 힘을 쓰지 못해. 그들은 그저 하나의 인종일 뿐... 그래, 네 세상에 있다던, 백인이나 동양인처럼 말이야. 뭐, 그래도 수인족들은 수인족답게 아가미로 물속에서 호흡하거나, 날개로 날아다니거나 할 수 있긴 하지만 말이야."

"그렇군요..."



서진수는 등에 달린 날개를 몇 번, 펄럭거렸다.


로젤리나에게 인종에 관해 들었을 땐 상황이 상황이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지만...


진짜 이 세상에 그런 인종들이 있다니, 서진수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너희 세계에도 우리 인종에 관한 말들이 퍼져있다는 걸 안다. 그로 판단했을 때, ‘전이’는 꽤 오래전부터 일어났던 모양이더군."

"전이가... 오래전부터 일어났었다고요?"



그래, 박사의 말대로 우리 세계에는 수인족이나 엘프족과 같은 여러 종족이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져 있었다.


그렇단 말은 누군가 이쪽 세계로 넘어와, 원래의 우리 세계로 정보를 가지고 돌아갔다는 건데...


서진수가 다시 한번 박사에게 입을 열려고 할 때.



"물론, 그저 우연으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내 예측이 사실이라면 네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이 어딘가엔 분명 존재한다는 거겠지."



박사가 먼저 서진수에게 말했다.



"그거... 정말 다행이네요..."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말...


서진수는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날개를 다시 한번 펄럭거려, 버텨냈다.



"이제 곧 중개 사무소에 도착하겠군. 너도 혹시 모르니 기억해 둬라. 새장에서 어떤 물건을 거래하고자 할 때나 누군가에게 맡겨야 할 문제가 발생했을 땐 이 중개 사무소만 찾으면 된다."

"... 말로만 들었을 때는 뭔가... 우리 세계에 있는 ‘일력 사무소’ 같기도 한데..."

"일력 사무소?"

"네. 산업현장에서 하루 단위로 일할 사람들을 중개해주는 그런 곳이죠."

"... 하루 단위로 일할 사람들을 중개한 다라... 그건 새장의 시청에서 하는 일이니, 중개 사무소는 네가 이해하는 곳과는 조금 다른 곳이군. 중개 사무소의 주 고객층은 모험가로, 새장의 시민들이 할 수 없거나 부담스러운 일을 맡아두는 곳이다. 예를 들어, 특정 새장에 가서 특정 물건을 전달 혹은 가져온다거나, 이름 없는 새장을 찾아 지금의 나처럼 부유석을 가져온다거나, 어디 위험한 새장을 가는 데 경호를 해준다거나, 특정 새장에만 서식하는 포악한 짐승을 사냥한다던가, 같은 일이지."

"그... 렇군요."



마침 게임에서나 보았던, 임무 판에서 시민들의 임무를 받아 해결한다는, 흔하디흔한 게임의 레퍼토리.


서진수가 박사에게서 중개 사무소에 관해 들었을 때 느꼈던 기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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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4 - 8. 선택받은 인간 22.09.05 44 0 12쪽
52 4 - 7. 승천자 22.09.04 44 0 12쪽
51 4 - 6. 승천자 22.09.03 42 0 12쪽
50 4 - 5. 전설 22.09.02 41 0 13쪽
49 4 - 4. 전설 22.09.01 40 0 12쪽
48 4 - 3. 선지자 22.08.31 40 0 14쪽
47 4 - 2. 고아들의 새장 22.08.30 42 0 13쪽
46 제 4장. 고아들의 새장 22.08.29 44 0 12쪽
45 3 - 14. 맹세한 자 22.08.28 36 0 13쪽
44 3 - 13. 맹세한 자 22.08.27 40 0 12쪽
43 3 - 12. 맹세한 자 22.08.26 36 0 12쪽
42 3 - 11. 세력 22.08.25 35 0 12쪽
41 3 - 10. 세력 22.08.24 34 0 12쪽
40 3 - 9. 날개 잃은 제국 22.08.23 23 0 12쪽
39 3 - 8. 날개 잃은 제국 22.08.22 29 0 13쪽
38 3 - 7. 작은 날개 22.08.21 24 0 11쪽
» 3 - 6. 작은 날개 22.08.20 29 0 11쪽
36 3 - 5. 천사의 기술력 22.08.19 30 0 12쪽
35 3 - 4. 천사의 기술력 22.08.18 24 0 12쪽
34 3 - 3. 제국의 새장 22.08.17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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