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3,800
추천수 :
5
글자수 :
501,857

작성
22.08.17 07:12
조회
23
추천
0
글자
13쪽

3 - 3. 제국의 새장

DUMMY

"김하늘! 머리는 가격하지 않는 게 규칙일 텐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



구슬비의 훈육에도,


김하늘을 멀뚱히 안드레이를 바라보다가,


어디론가 뛰어갔다.



"이거 참..."



구슬비는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김하늘이 달려간 곳을 바라봤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몰라. 내 눈엔 하나도 안 보였어."



학생들은 웅성거림이, 강당 속에 잔잔히 퍼졌다.


전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뭘 모르겠단 표정을 지은 채.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대충 짜 맞추는 듯했다.



"제가 만나보고 오죠."



안드레이가 구슬비에게 말하자,



"죄송합니다. 안드레이 황자님. 하늘이는 자존심이 굉장히 강한 아이라 제가 경계했어야 했는데..."



구슬비가 안드레이에게 속삭였다.



"괜찮아. 충분히 유익한 시간이었어. 그러니, 나도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겠지?"



안드레이도 구슬비에게 속삭이고,


김하늘이 향했던, 강당 밖으로 걸어갔다.


구슬비와 학생들은 그런 안드레이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다가,



"선생님. 안토니오... 정체가 뭐죠?"



안드레이가 강당을 나가니,


학생들이 구슬비 근처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건 사람의 몸놀림이 아니었어요."

"맞아요. 마치... ‘맹세한 자들’ 그분들이 싸울 때처럼, 안토니오의 움직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학생들은 10대 초반 나잇대에 걸맞게,


눈에서 빛을 내뿜으며, 구슬비에게 질문을 해댔다.



"그... 그러게... 말이다. 선생님도 깜짝 놀랐어. 하하하."



구슬비는 아이들의 기세에 눌린 채,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말을 얼버무렸다.



----------



잔잔한 진동과 함께, 하늘을 활공하는 한 대의 부유선.



"이 정도 크기의 부유석이면 당분간 돈 걱정은 필요 없겠지."



그 속에 있던 박사는 컴컴한 지하창고에 1m 크기의 거대한 빨간 수정을 내려두며 말했다.



"... 부유석은 뭐할 때 쓰는 거죠...?"



부유석에서 뿜어지는 빨간 빛이 닿을 듯 말듯한 자리에 누워 있던 박슬혁은,


덮고 있던 담요를 치우며 부스스 허리를 세웠다.



"부유석은, 특정 물건을 공중에 떠 있게 만들어 주는 보석이다. 대충 사람 주먹만 한 크기가... 너희 세상의 돈으로 4~500백 즈음하겠군."

"비싼거군요."



박슬혁은 털썩, 다시금 이불에 누웠다.



"그러면 이 보석이 새장을 공중에 띄우는 건가요?"



부유석에서 빛나는 빨간 핏자국이, 박슬혁의 두 동공에 비추어 흔들렸다.



"날카로운 질문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부유석은 새장을 떠 있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부유력은 지니고 있진 않아."

"그럼... 새장은 어떻게 떠 있는 거죠?”

"그건, 밝혀지지 않았다. 이 세상엔 아직 미스테리한 게 많거든. 우린 새장이라는 틀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건 많지.”



박사의 말을 들은 박슬혁의 빨간 동공으로, 널디 넓은 푸른 하늘이 지나갔다.


하늘 위에는 무섭고도 끔찍한 새장들이 둥둥 떠 있어, 박슬혁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 아르에게 듣기론, 저와 같은 학생들이 부유선에 탔다고 하던데..."

"부유선에 태운 학생들은 한 명 빼곤 중태. 멀쩡한 학생들은 내 동료들과 함께 새장에 있다."



박사는 부유석에서 쏟아져 나오는 빨간빛을 향해, 하얀 가면을 긁적였다.



"멀쩡한 학생들은... 괜찮나요?"



박슬혁은 그들이 겪은 공포가 이해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당연히 괜찮지 않을 텐데, 여기 누워서 이런 말이나 하고 있다니...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직접 이야기 나눠보지 않겠나? 그는 너와 같은 저쪽 세상에서 넘어왔으니, 말도 통하겠지."



자신처럼, 저쪽 세상에서 넘어온 학생들.


그래... 나는 ‘원래 세계’가 있었다.


그곳엔 그리운 부모님도, 친구들도 있었다.


추방자의 새장에서, 지옥 같은 체험을 한다고 전부 잊긴 했지만...


슬혁은 간신히 허리에 힘을 주며, 이불에서 몸을 세웠다.



"좋은 생각이야."



목소리가 조금 변한 박사의 하얀 가면이 말했다.



"... 언제까지 이 작은 새장에 갇혀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슬혁은 박사의 하얀 가면을 바라봤다.


부유석의 빨간빛이 박사의 하얀 가면을 뒤덮고 있었지만,


역시나 아직 익숙지 않은, 괴상한 가면이었다.



----------



황궁 직속 영재훈련소.


훈련소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커다란 정원과 운동장, 마당까지 갖춘 훈련소는,


곳곳에 제국의 새장을 건설한 위인들의 황금빛 동상이 세워져 있었고,


갖은 편의 시설과 ‘천사의 기술력’으로 지어진 회복실은 그야말로,


‘세계 제일’의 학교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런 찬란한 곳에 숨겨진 비밀 장소도 있다니..."



안드레이는 훈련소 식당 뒤, 한쪽 구석에 뚫린 구멍을 교묘하게 막아 둔 판자를 치웠다.



"너... 넌?!"



그 구멍 안쪽에는 김하늘이, 두 다리를 품에 끌어안은 채 훌쩍이고 있었다.



"... 이곳을 어떻게 찾은 거야?"



김하늘의 얼굴이 빨개져, 눈가에 칠해진 눈물을 얼른 옷소매로 닦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 이렇게 보니 작은 소녀일 뿐인데... 정말 피나는 훈련을 했겠지?'



안드레이는 미안했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거만한 걸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육체와 지능은, 이미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자신과 대련한, 하늘이의 심정을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노력했는데도, 최선을 다했는데도, 무엇하나 되지 않는 기분.


안드레이는 김하늘에게 손을 뻗었다.



'지금 어떤 말을 해줘도... 아니, 이렇게 손을 뻗는 자체만으로 기분 나쁘겠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을 거야. 그렇다면, 사실대로 말해줄 수밖에...'



안드레이의 뻗은 손을 가만히 보고만 있는 김하늘.



"안심했어. 널 보니, 우리 ‘제국의 새장’의 미래가 밝은 것 같아."



안드레이는 김하늘에게 뻗은 손을 거두며, 손가락 하나를 공중으로 치켜들었다.



"네. 부르셨습니까? 안드레이 황자님."



그 순간 안드레이 옆으로, 얼굴에 두건을 뒤집어쓴 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이 사람은 ‘얼굴 없는 독사’라고 불리는, '왕족 경호 담당 암살자' 중 한 명이었다.



"안드레이 황자...?"



김하늘을 눈이 점점 커졌다.



"나는 형편상 대련을 무를 수도, 져서도 안 될 처지였으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그러니, 앞으로 더욱 전진하자."



안드레이는 자신의 옛 고통을 떠올리며,


인자하고, 자비롭게, 과거의 자신을 위로하듯, 웃었다.



"그런..."



김하늘은 황자의 미소를 넋 놓고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황자 중에서 서열 1순위인, 실질적으로 ‘제국의 새장’의 차기 황제.


현재 천재이자 미남이라고 국민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그런 사람이,


왜 이런 누추한 곳에... 설마, 지금 날 놀리는 건가?



"그만 황자님 앞으로 나와 인사를 올려라, 소녀."



안드레이 옆에 있던, 두건을 뒤집어쓴 경호원이 김하늘을 보며 말했다.



"괜찮아. 그녀도 마음을 정리해야 하니까. 그리고 이제... 슬슬 저녁 시간이네. 난 식사하러 궁에 향할 테니. 넌 구슬비에게 그리 전해 줘."



안드레이가 말하자,



"넵! 황자님의 뜻대로."



경호원이 짤막이 대답하고는, 눈 깜짝 사이에 사라졌다.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안드레이가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김하늘이 작은 구멍에서 기어 나와,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


어느덧 태양은 새장의 서쪽 하늘에 걸려,


김하늘의 짧은 단발머리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네가 황자님이든 아니든 나는 상관없어. 언젠간 난 너를 이길 테야. 각오하라고!"



귀족이나 평민이 보면 까무러칠 김하늘의 태도.


하지만 안드레이는 그저 가볍게 웃으며, 김하늘에게서 몸을 돌렸다.



----------



‘희망 고등학교’ 운동장에 세워진 한 캐노피 천막 안.


열 사람은 거뜬히 들어갈 것 같은 천막 속의 빈공간에서,



"흠~ 덕분에 이렇게 ‘새장의 원래 주인’도 만나보고..."



한 남자가, 피를 흘리는 스카일러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어떡해야 하나... 죽일까? 살릴까? 고민이네."



그래도 그 괴물 박사가 만든 ‘신수’ 아니랄까 반사신경은 좋아서, 기습을 스치는 것으로 피하다니.


남자는 신선한 고기를 맛볼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뭐... 아껴먹는 것도 별미니까. 흐흐흐."



남자는 이번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호랑이 귀가 달린 소녀, 호야를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피를 흘리는 스카일러를 보호하려고, 날카롭고 두꺼운 손톱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얘는 맛이 별로 일 것 같은데... 그래도 실력은 있네."



호야라는 소녀는 스카일러보다 인간의 유전자가 더 섞여 있는 신수라고 암-바야드가 말하길래 신체 능력은 별로일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실제로 마주하니,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크르르르..."



텐트 천장에 매달린 조명등이 호야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밝게 비추었다.



"있지. 스카일러를 찌른 이 단검... 이 단검엔 효과 좋은 신경 독이 묻어 있거든? 그러니 빨리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저 귀여운 여우는 10분 내로 죽을 텐데 괜찮겠어?"



남자는 단검 손잡이에 뚫린 구멍에 손가락을 꽂아 빙빙 돌렸다.


호야는 남자의 말에 코를 위아래로 벌름대며, 스카일러 쪽으로 슬쩍 시선을 옮겼다.



"칫! 원하는 게 뭐야?"



호야는 송곳니를 감추었지만, 자세는 여전히 엉거주춤하게 언제라도 달려들 것처럼, 남자에게 말했다.



"암-바야드씨가 너희에게 ‘전이 신호 탐색기’가 있다 해서 말이야~ 나는 그걸 가지러 왔어. 그러니 그거만 넘겨준다면, 순순히 물러가 주지."



남자는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여유롭게 미소지었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 또 어디 있어? 나도 귀한 음식이 죽는 건... 아. 실수... 나도 소년이 죽는 건 차마 두고 볼 수 없겠거든. 그러니, 이 소년은 이곳에 두고, 그 탐색기를 가져와. 호야."



남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간신히 참고 있다.


저 맛있어 보이는 여우 같은 소년.


새장의 원래 주인이 절반 정도 섞여 있다 하니까...


아마 여태껏 먹어본 고기와는 다른 맛이 나겠지?



'아아... 참아야 해. 안 그러면 암-바야드씨가 날 미워할... 그런데 그것도 나름 좋을 것 같기도?'



남자는 자신의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입술에서 배어 나오는 빨갛게 무릇 익은 사과 과즙을 혀로 핥았다.



"그건... 박사님의 부유선에 있다. 우리에겐 없어!"

"흠...?"

"당신... 실력은 좋은데, 머리는 안 돌아가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잖아? 우리가 번거롭게 그걸 왜 가지고 다녀?"



호야의 도발에 남자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러면... 뭐..."



전이 신호 탐색기가 이곳에 없다니?


아니... 그보다, 저 요망한 호랑이가 지금 나를 도발 하고 있어?


남자는 돌리고 있던 나이프를 능숙하게 고쳐잡아...



"?!"



남자는 텐트 밖에서 뻗어오는 무엇을, 간신히 스치는 것으로 피했다.



"이런..."



남자는 허벅지에 매달려 있던 3개의 연막탄을 전부 바닥에 던졌다.


펑! 치-이익.


그러자 순식간에 천막 속으로 하얀 연막이 가득 차오르는 동시에,


남자는 밖으로 뛰쳐나가, 날아오는 검은 새의 다리를 붙잡고 공중으로 치솟았다.



“호랑이 자식... 언젠가 뜯어먹어 주지."



남자는 화가 난 듯이 말하다가,



"한가람이라...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네~"



표정이 돌변하며, 붙잡고 있던 검은새를 올려다 봤다.


검은 새는 텐트를 뒤덮을 정도로의 커다란 날개를 펄럭대며,


새장의 출입구로 날아갔다.



"이런... 놓쳐 버렸군."



울란드는 날아오른 한 마리의 악연을 향해, 날카로운 이를 질끈 깨물었다.



----------



황궁에서 호화로운 식사를 마친 안드레이는,


바닥에 깔린 푹신한 카펫을 밟으며,


은은한 라즈베리 향기가 물씬 풍기는, 황궁 서재로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2 4 - 17. 운명 22.10.22 55 0 12쪽
61 4 - 16. 운명 22.10.15 53 0 13쪽
60 4 - 15. 사도 22.10.08 75 0 12쪽
59 4 - 14. 사도 22.10.01 57 0 12쪽
58 4 - 13. 지켜보는 자 22.09.24 49 0 13쪽
57 4 - 12. 지켜보는 자 22.09.17 54 0 12쪽
56 4 - 11. 두려워하지 말라. 22.09.10 49 0 13쪽
55 4 - 10. 두려워하지 말라 22.09.07 54 0 12쪽
54 4 - 9. 선택받은 인간 22.09.06 47 0 13쪽
53 4 - 8. 선택받은 인간 22.09.05 44 0 12쪽
52 4 - 7. 승천자 22.09.04 44 0 12쪽
51 4 - 6. 승천자 22.09.03 42 0 12쪽
50 4 - 5. 전설 22.09.02 41 0 13쪽
49 4 - 4. 전설 22.09.01 40 0 12쪽
48 4 - 3. 선지자 22.08.31 40 0 14쪽
47 4 - 2. 고아들의 새장 22.08.30 42 0 13쪽
46 제 4장. 고아들의 새장 22.08.29 44 0 12쪽
45 3 - 14. 맹세한 자 22.08.28 36 0 13쪽
44 3 - 13. 맹세한 자 22.08.27 40 0 12쪽
43 3 - 12. 맹세한 자 22.08.26 36 0 12쪽
42 3 - 11. 세력 22.08.25 34 0 12쪽
41 3 - 10. 세력 22.08.24 34 0 12쪽
40 3 - 9. 날개 잃은 제국 22.08.23 23 0 12쪽
39 3 - 8. 날개 잃은 제국 22.08.22 29 0 13쪽
38 3 - 7. 작은 날개 22.08.21 24 0 11쪽
37 3 - 6. 작은 날개 22.08.20 28 0 11쪽
36 3 - 5. 천사의 기술력 22.08.19 29 0 12쪽
35 3 - 4. 천사의 기술력 22.08.18 24 0 12쪽
» 3 - 3. 제국의 새장 22.08.17 24 0 13쪽
33 3 - 2. 제국의 새장 22.08.16 33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