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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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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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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1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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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가해자와 피해자

DUMMY

세계의 틈은 나락에 떨어진 신들이 탈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신들의 벗어나고자 하는 염원이 모여 나락의 심연을 찢어 틈을 만들었고 다른 차원과 연결되었다. 그들은 벗어났는가? 벗어나지 못했다. 조각조각 찢어진 틈의 파편만을 남기고 피를 흘리며 회군해야 했다. 때때로 승리하는 신들도 있었지만 그들도 길을 건너지 못했다. 차원의 질서는 추방된 신을 거부했다.


‘왜 나를 거부하는가?’


신은 울부짖었지만 질서는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일이 반복되자 신들도 질서를 원망하며 차츰 포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틈에는 판이라 불리는 땅들이 무에서 소환되어 찢어진 파편처럼 이리저리 생성되고 소멸되었다. 판은 무의 차원에 떠도는 거대한 섬이었다. 초기에 판은 나락을 벗어나는 길이었지만 현재는 판 자체의 무한한 자원과 실용가치 때문에 전차원의 보물이 되었다. 따라서 틈은 다른 의미에서 신들에게 중요하게 되었다.


판에는 무한한 에너지가 감춰져 있다. 신들은 그것을 원했다. 그 힘을 손에 넣는다면 나락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라고 알려졌다.



틈으로 향하는 길은 밑으로 끝없이 이어져, 사람들은 거대한 뱀에게 잡아먹히는 기분이었다. 구불거리는 거대한 지하통로는 살아서 움직였다. 뱀의 식도처럼 꿈틀거렸고 첨벙거리는 바닥은 소화액처럼 질퍽거렸다.


15개의 고리가 달린 지팡이를 든 신관은 길잡이로 25,000의 병사를 인도했다. 신관에게 감흥은 없었다. 15개의 고리를 가질 만큼 오랜 세월 살아온 신관이었고 수많은 병사들을 판으로 인도하는 일을 해왔다.


그는 자신을 길잡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그의 일은 병사들을 인도하는 것이 아니었다. 병사들이 엉뚱한 곳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감시자며, 틈의 비밀을 감추는 관리자였다. 하지만 몇 백 년 동안 수많은 군대를 이끌었지만 길을 잃은 자도 틈의 비밀을 알아낸 자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신관이 알지 못하는 비밀까지 아는 자들이 있었다.


아리는 말할 수 없지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도 처음이라 적응하기는 힘들어 환상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팔에 소름이 돋았다. 미묘하지만 마력을 흩어버리는 환상이 아리의 마법장을 흔들었다. 보통의 마법사들이라면, 불완전한 마나류(흐름)라고 느끼겠지만 아리는 진실을 알기 때문에 꺼림칙했다.


길을 걷는 자는 모두 불안해했다. 상전사이든, 사제든, 능력자이든, 소우든 거족이든 갑충이든 알 수 없는 불안에 흔들렸다. 그것은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엇이었다. 병사들은 침을 삼키고 눈동자를 굴리며 불안해했다.


아리는 한 손으로 루나를 다른 손으로는 아리엘의 손을 잡았다. 루나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아리가 꼭 잡아주었지만 떨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도리어 아리엘은 침착했다. 아리엘은 몽롱한 눈으로 환상에 스며들었다. 그녀의 오라는 작고 연약했지만 환상과 어울렸다. 환상은 아리엘을 거부하지 않았고 아리엘도 환상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리엘의 걸음은 꿈을 꾸듯이 붕 떠 있었다.


아리엘은 걷는다. 의식은 몽롱해 현실과 꿈을 구별하기 힘들었다. 환상 속에서 꿈은 거짓을 조금씩 벗는다. 나는 누구지? 여기는 어디지? 왜 나는 여기 있지? 그녀는 그녀가 나락에 떨어진 죄악의 이유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스스로 억지로 잊은 자들이 사이에서 그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환상은 그것을 숨겼다. 마음을 잡아먹은 죄책감이 없다는 것을 아리엘은 몰랐다. 환상이 숨겼던 의문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아리는 아리엘의 상태를 짐작하고 있었다. 끌려 들어온 자들, 꿈꾸는 아이들은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는다. 그들은 친숙하게 환상을 받아들인다. 끌려 들어왔을 때, 환상이 그들을 악령들로부터 숨겼다.


아리가 루나와 아리엘을 걱정할 때, 티아는 시누를 걱정하고 있었다. 시누는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환상과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의 마법장은 실체화 되어 흔들리는 파란 막을 만들었다. 환상과 불협화음을 내며 진동하는 마법장 때문에 시누의 주위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일렁였고 그때 마다 시누는 거친 숨소리를 냈다.


시누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마법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마법장의 밀도가 너무 높아 눈에 보일 정도로 가공할 마력이었다. 피라미드의 마기들에게도 흔하지 않은, 고대부터 존재했던 몇몇 마기들만이 가능한 마법장이었다. 하지만 신이 보호하는 환상을 찢기에는 부족했다. 힘은 충분하지만 존재를 부정할 수 없었다. 간간히 환상에 화풀이 하듯 마법장이 거칠게 일렁일 뿐이었다.


티아는 시누의 마법장이 눈에 띠는 것 보다 시누가 또다시 폭주할 가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티아의 걱정은 기우였다. 시누의 마법장에 신경을 쓸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도 없었고 시누는 폭주 할 수도 없었다. 그녀의 주인이 그녀 앞에 있었다.


아리와 같은 이유로 아리에나도 부르르 떨리는 팔을 감췄다. 그녀는 전투거족 위에 마련된 방에 있었다. 성인 남자 서너 명은 뒹굴며 잘 수 있는 넓은 방에 홀로 앉아있지만 호사를 누린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치전사의 호위도 없이 평치사처럼 전장에 나왔다.


그녀는 주치사에게 자리를 넘기고 평치사로 칸을 따랐다. 디오와 칸 둘에게 치사들이 지원되었고 그녀는 스스로를 숨기고 칸의 지원이 된 것이다. 모든 이들은 아리에나를 단순한 평치사로 알고 있었다. 환상이 다시 그녀를 덮쳤을 때, 아리에나는 두려움을 느끼고 혼자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 커튼을 살며시 열어 밖을 보았다.


아리에나의 눈은 잠시 아리에게 머물더니 칸을 찾았다. 칸은 여전히 시종마 위에서 오만하게 있었다. 시종마는 당당하게 걸었고, 칸은? 아리에나는 세상이 흔들리며 눈이 아파왔다. 눈을 깜박거리면서 다시 칸을 찾았다. 다시 세상이 움직인다. 눈이 아프고 두통이 몰려온다. 아리에나는 칸에게 집중하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칸은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은 무의미 했다. 생각만이 중요했다. 길잡이는 모두의 생각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도착했다고 믿어졌을 때 문을 열었다.


"빛이다."

"밖이다. 도착이다."


병사들은 떠들고 군대는 술렁였다. 멀리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빨라진 병사들의 발걸음에 맞춰 빛은 점점 더 가까워 졌다.


쟈론은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머리에서 피가 솟는 기분이었다. 흥분과 불안으로 손이 떨린다. 빛 너머가 바로 그곳이었다. 칼이라는 명예와 함께 광기를 불러오던 전장이었다. 빛은 디오 군을 잡아먹고 곧 칸 군을 잡아먹으려 했다.


미치게 될 것이다.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정신을 잃고 적의 피를 마실 것이다. 쟈론은 자신과 같이 미쳐버릴 자들의 광기를 느꼈다. 이곳저곳에서 광기의 파동이 물결쳤다. 그리고 광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틈에서 싸워보지 못한 어린 전사들 중에서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을 본다면 미쳐버릴 것이다. 이성으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광기에 먹힐 것이다. 아니면 무서워 도망치던가.….


쟈론은 생각에 빠져 갑자기 앞이 환해지는 것에 대응하지 못했고 심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깜빡였다. 드디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 듯 길은 끝나고 빛이 쏟아지는 세상에 나섰다.


사람들이 맨 처음 느낀 것은 엄청난 밝음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나와서 느끼는 밝음 따위가 아니었다. 빛이 쏟아졌다. 강인한 육체를 가진 전사들의 눈을 한순간 멀게 만들 정도로 밝았다.


"아 헤그머가!"


놀라 소리치는 병사들 위로 태양이 있었다. 헤그머가 아닌 불타는 태양이 반쪽으로 잘려져 하늘에서 이글거렸다. 태양은 짙은 먹구름에서 겨우 빠져 나온 듯 반쪽이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았지만 반쪽만으로 나락의 헤그머의 몇 배에 해당하는 빛을 내렸다. 빛이 너무나 강해 빛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조차 빛무리로 보일 정도였다.


"무엇을 꾸물대느냐 이동! 이동하라!"


칼들의 호통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병사들은 습관적으로 움직였다. 칼들도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빛에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다만 경험이 있었기에 침착해 지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빨리 안나 와!"

"비켜."

"무슨 지랄이야!"


디오 군이 모두 나오고 칸 군이 반쯤 나왔을 때, 내성에서 달려온 일단의 무리가 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칸 군과 부딪쳤다. 마력으로 반짝이는 룬이 가득 새겨진 마갑들, 귀족 또는 마전사들이 거칠게 칸 군을 밀어 붙였다. 칸 군은 무례한 자들이라고 생각했지만 훈련 받은 대로 대오를 흩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왜 성급하게 몰려들었는지 곧 알 수 있었다.


"방패병 앞으로! 모두 전투 준비하라!"


빛이 터지고 있었다. 왜 이렇게 큰 소리를 듣지 못했을까? 병사들은 갑자기 고막을 울리는 굉음에 정신을 놓을 정도였다. 굉음이었다. 빛이 터지면서 성벽이 무너지고 고함과 비명이 들렸다. 빛이 터지는 순간을 짧았지만 위력은 엄청났다. 바위들이 파편이 되어 날랐고 전사들은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하늘에서 폭탄처럼 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전사들은 밝음에 겨우 적응해, 주위를 살펴볼 여유를 가지게 되자 자신들이 거대한 성한 쪽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성은 거대했다. 아란트 성만은 못했지만 집채만 한 바위들이 살아있는 무엇에게 묶여져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를 만들고 있었다. 벽도 바닥도 건물도 살아서 움직이는 듯했다.


빛은 성벽너머에서 날아와 성벽을 부셨고, 하늘에서 떨어져 전사들을 죽였다. 하늘에는 파란 하늘과 구별되기 어려운 파란색의 작은 요새만한 비행선이 하늘에 떠있었고 빛은 거기서 나와 전사들을 학살했다. 성에서는 거대한 쇠뇌들이 창보다 배는 더 큰 화살을 하늘로 날렸지만 비행선의 주위에서 물결모양의 출렁이는 막에 막혀 움직임을 멈추고 떨어지던가. 비껴나갔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가? 어떻게 피할 수 있을 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의 폭탄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지 병사들은 알 수가 없었다.


"산개하라, 산개해 지형지물을 이용하라!"


칸은 제홉크를 제치고 명령을 내렸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병사들의 귀에 모두 전달되었고 병사들은 무의식중에 명령에 따랐다. 심지어 디오의 병사들조차 칸의 명령에 따라 흩어졌고 숨었다.


"레힐리나! 정찰대를 이끌고 상황을 파악하라. 룽카! 길을 막았던 자들을 잡아 사정을 알아 와라! 제홉크 병사들을 안정시켜라!"


칸의 명령에 따라 군은 다시 정신을 차린다. 레힐리나는 정찰대를 움직여 성으로 스며들어가고 룽카는 닫히고 있는 길을 뒤쫓아 반항하는 전사들을 붙잡아 끌고 온다. 제홉크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병사들을 확인하고 안정시켰다.


"남작님 성벽을 타고 적들이 몰려듭니다."


무너진 성벽을 통해 적들이 보였다. 빛나는 금속갑옷으로 전신을 가련 적들의 실체를 볼 수는 없었지만, 갑옷과 무기만으로도 아군을 능가해 보였다. 빛으로 빛나는 갑옷과 무기들, 룬어가 분명한 글들이 빛을 내고 같은 색과 같은 문양이 찍힌 망토를 휘날리며 적들은 몰려왔다. 선두에는 깃발이 나부꼈고 나팔소리와 북소리가 진군을 알려왔다.


그에 비교해 나락의 전사들은 노예병처럼 보였다. 나락 전사들은 칸 군을 제외하고는 갑옷이라도 제대로 입은 병사들은 드물었다. 남성 여성을 불문하고 대부분 가슴을 드러내고 하체만 옷을 입고 있었다. 갑옷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적들은 한 손에 석궁을 들어 빛화살을 날렸고 빛화살은 전사들의 강인한 피부와 근육을 뚫고 내장을 파고들어 폭발했다.


"으악"


강한 육체를 가진 전사들이 너무나 허무하게 파편이 되어 터졌다. 독폭시보다 몇 배는 강한 위력이었고 독폭시보다 몇 배는 빠르게 연사 되었다.


백전노장들도 당황할 때 칸은 전장을 살피고 있었다.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디오 군이 방패가 되어 칸 군은 아직 적들과 싸울 필요가 없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은 위험했지만 그것도 성에서 쏘아 올리는 비성게(성게 같이 생긴 하늘을 나는 괴수)가 비행선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수가 줄어들어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았다.


디오 군과 타차원의 살육자들 모두 황당하게 되었다. 디오 군의 입장으로는 갑자기 기습을 당한 것이지만, 살육자들은 비행선으로 나락 전사들을 몰아내고 성벽을 부셔 겨우 진입에 성공했는데 적이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디오 군과 살육자들은 더 거칠게 부딪쳤다.


살육자들의 장비가 더 우수하고 기습의 이점이 있었지만 수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성벽을 넘어온 살육자들은 소수였고 그들이 쏠 수 있는 석궁의 화살도 한정되어 있었다. 빛화살의 위험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던 병사들이 조금씩 거리를 좁혔고 정신을 차린 저격자들이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칸 군에서도 상황을 파악하고 돌팔매를 날렸다. 독폭시와 돌팔매로 살육자들을 쓰러뜨리기에는 부족했다. 그들이 입고 있는 광갑(빛의갑옷)은 스스로 보호막을 만들어 화살과 돌멩이를 막았다. 하지만 접근을 허용해 전사들이 살육자들에게 달라붙었다.


피가 터지고 살이 갈라진다. 달려드는 병사들은 달려드는 속도보다 빠르게 피보라가 되어 땅에 뇌수를 흘린다. 살육자들의 무기에 빛이 맺혀있었다. 살육자들마다 다른 색을 가지고 있지만 빛이 맺혀진 무기는 전사들을 베는 것이 아니라 부셔버린다. 무기가 전사들의 살을 파고들면 빛은 사방으로 퍼져 전사들을 폭파시킨다. 비명소리가 처절하게 들리지만, 순식간에 사라진다.


전사들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한 명이 쓰러지면 다시 한 명이 달려들어 머리에, 목에, 가슴에 창과 칼을 쑤셔 넣는다. 그러나 창과 칼은 빛의 갑옷, 광갑을 뚫지 못한다. 검붉은 나락의 철은 은색의 철과 부딪치며 불똥을 티길 뿐 갑옷을 찢지 못한다.


"멈추지 마라 계속 공격해!"


경험자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도망치지도, 공격을 늦추지도 않았다. 창과 칼로 찌르고 베었다. 그리고 성과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너 차례의 공격이 계속되자 광갑은 빛을 잃고 은색의 몸을 내보였다.


"크악"


은갑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단단한 갑옷 때문에 깊은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충격을 받아 쓰러졌고 쓰러진 살육자에게 매달린 전사들은 조그만 상처를 헤집어 살을 찢고 근육을 끊어 뼈를 부셨다.


일대일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싸움이지만 성벽을 넘어 들어오는 살육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대기 중인 25,000명을 넘을 수 없었다. 한명의 살육자에 서너 명 또는 수십 명이 달라붙어 살육자들을 죽였다.


전장을 살피던 칸은 군대를 뒤로 후퇴시켰다. 성벽은 컸지만 25,000명은 너무 많았고, 적들은 강했지만 전사들은 많았기 때문에 칸 군이 낄 자리가 없었다. 전사들 틈에 끼여 몰려다니느니 후퇴 시킨 것이다.


"설명하라."


후퇴가 완료되자 칸은 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살육자들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비행선도 공격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자 뒤 돌아 보지 않고 떠났다. 뒤를 쫓는 몇 개의 비성게가 공중에서 빛화살에 맞아 폭발을 일으켰다.


"최악의 상황입니다. 나오자마자 적을 만나다니, 저들은 주논의 살육자들입니다. 가이아의 적이며 우리들의 적입니다."


제홉크는 비로소 말할 수 있어 마음이 후련했다. 하지만 전투가 좋은 쪽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얼굴은 굳었다. 판에서 전사들이 소환되는 곳은 가장 안전한 성을 의미했는데, 적들이 성벽을 부시고 들어올 정도라면 위태로운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저들은 다른 차원계에 존재하는 신들의 전사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이아와 가장 사이가 나쁜 주논이라는 남신의 전사들, 즉 살육자들입니다. 물론 지난 번 우루스의 살육자들과는 다른 하급 살육자에 불과하지만 보시는 바와 같은 가이아의 전사들에 비하여 몇 배는 강하고 장비도 좋습니다. 다행이 수가 적지만 만약 상급의 살육자들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그들은 지난 번 우루스의 살육자들 보다 몇 배는 더 강합니다."


칸은 제홉크의 말을 들으면서 전장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살육자들은 후퇴하고 있지만, 전사들은 과도하게 흥분해 있었다. 살육자들의 갑옷을 가르고 피를 마시며 살을 씹었다. 문제는 그들 중에 칸의 병사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소대장들의 명령을 무시하고 광분해 있었다. 그리고 광분한 무리 중에는 대대를 책임져야할 쟈론도 있었다.


"쟈론이 복수자인 줄은 몰랐습니다."


제홉크는 칸의 시선을 따라 갔다가 쟈론을 보고 말했다. 복수자, 살육자에게 끝없는 분노를 가진 자들, 그 분노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진 자들, 살육의 희생자들, 피해자들 그들은 분노의 상대를 만나 이성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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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와 피해자 +18 06.10.10 7,755 57 17쪽
101 마녀(魔女) +55 06.09.08 9,974 52 17쪽
100 마녀(魔女) +7 06.09.08 7,443 47 17쪽
99 마녀(魔女) +9 06.09.08 7,375 43 18쪽
98 마녀(魔女) +7 06.09.08 7,339 52 15쪽
97 마녀(魔女) +8 06.09.08 7,462 49 15쪽
96 마녀(魔女) +8 06.09.08 7,441 47 16쪽
95 마녀(魔女) +11 06.09.08 7,605 49 18쪽
94 마녀(魔女) +8 06.09.08 7,630 46 18쪽
93 마녀(魔女) +9 06.09.08 7,700 51 13쪽
92 마계(魔計) +11 06.09.08 7,619 53 22쪽
91 마계(魔計) +9 06.09.08 7,461 46 21쪽
90 마계(魔計) +8 06.09.08 7,440 49 19쪽
89 마계(魔計) +8 06.09.08 7,600 53 19쪽
88 마계(魔計) +15 06.09.08 7,619 59 21쪽
87 마계(魔計) +12 06.09.08 7,631 46 18쪽
86 마계(魔計) +10 06.09.08 7,693 48 15쪽
85 마계(魔計) +8 06.09.08 8,114 49 16쪽
84 마투(魔鬪) +24 06.09.03 8,838 40 17쪽
83 마투(魔鬪) +9 06.09.03 7,658 46 14쪽
82 마투(魔鬪) +7 06.09.03 7,858 51 16쪽
81 마투(魔鬪) +10 06.09.03 7,725 51 15쪽
80 마투(魔鬪) +8 06.09.03 7,589 49 15쪽
79 마투(魔鬪) +8 06.09.03 7,646 54 15쪽
78 마투(魔鬪) +9 06.09.03 7,851 50 15쪽
77 마투(魔鬪) +8 06.09.03 7,956 50 13쪽
76 마투(魔鬪) +9 06.09.03 8,012 49 16쪽
75 마투(魔鬪) +12 06.09.03 8,274 45 20쪽
74 마병(魔兵) +21 06.09.02 8,818 47 15쪽
73 마병(魔兵) +12 06.09.02 8,002 5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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