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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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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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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8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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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마녀(魔女)

DUMMY

칸은 부르는 향기를 따라 일어섰다. 위험한 향기, 칼이 부르는 향기는 너무나 농염했다. 치사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칼리가 추상같은 눈빛을 보내는 맑은 밤은 모두가 숨죽여 적막만이 주인행세를 했다.


칸은 여성들을 깨우지 않고 침실을 떠났다. 그의 흔적을 알아챌 존재는 없었다. 하지만 아리엘은 사라진 태양과 하늘에 깨어 칸을 찾았다. 그녀의 꿈을 지키던 칸은 없었다. 아리엘은 서둘러 옷을 챙기고 밖으로 나섰다. 그의 흔적은 없었지만 아리엘은 칸을 따라 한 치의 틀림도 없이 길을 나섰다.


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아리엘의 부산함은 아리티나와 루나를 깨웠다. 칸도 없고 아리엘도 없다. 아리티나는 입술을 깨물고 멀리 문밖을 본다. 따라갈 수 없다. 칼리는 그녀들을 막았고, 그녀들은 칼리와 싸울 힘이 없었다. 아리는 혀를 한 번 더 차고 눈을 감아버렸지만 루나는 씩씩된다. 칼리는 그녀들에게는 자비롭지 않았다.


달빛아래 그녀는 날카로운 향기를 내뿜었다. 싸늘한 눈빛은 서늘한 칼날 같았지만 열망으로 일렁인다.


"레아님……"


티아는 토굴 안에서 레아를 불렀지만 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레아의 의식은 멀리 그녀의 수컷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가 온다. 그녀는 왜 그를 찾았는지도 잊었다. 그녀의 의식 안에는 그만이 있을 뿐이었다.


티아는 뜨겁다는 것을 알았다. 달빛이 뜨거웠다. 싸늘한 달빛이 뜨겁게 임을 기다렸다. 그리고 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레아가 달빛칼을 뽑았고 칸의 주작검은 공기를 태우며 일렁였다. 달빛이 하얀 불꽃에 타오른다. 레아가 칸의 눈빛아래 타오른다. 그리고 달빛칼이 칸의 심장을 향해 연인처럼 달려들었다.


칸은 즐거이 받아준다. 날카로운 칼날을 피부 밑으로 흘리며 한 조각 미소까지 머금었다. 살을 에고 피를 말리는 검풍 사이를 유유히 돌아 받고 돌리고 휘몰아 돌려준다. 달빛검과 주작검은 가벼운 만남을 계속하고, 만남은 반짝이는 빛가루들을 떨어뜨린다.


레아는 과거와 달라졌다. 그녀의 달빛노래와 춤은 더욱 생기가 넘쳤다. 과거의 완벽하기만한 월광검이 아닌 살아있는 달빛검무였다. 무엇이 그녀를 바꿨을까? 달빛검은 임을 그리는 여성의 애달픔을 닮았다.


칸은 달빛검과 희롱할 만큼 나락에 적응되었다. 문은 열려 있었고 길은 평탄했다. 오고감이 자유롭고 한 점의 어색함도 없었다. 주며 받고 칼끝으로 이야기하고 돌려주었다. 날선 대화는 보기에 위험에도 재미가 있었다.


검사와의 대화를 오랫동안 굶주려왔다. 그는 위대한 검사로 살아왔다. 칼을 들고 넘어 칼을 들고 돌아온 유일한 자답게 칼을 사랑했다. 칼을 아는 자와의 대화, 검극에 맺혀진 극의에 대한 열망이 그를 편안하게 했다.


티아는 별빛이 반짝이는 나락의 대지를 보았고, 시누는 주인을 찾아갈 엄두를 품지 못했다. 토굴 안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빛의 춤사위 뿐, 칼날의 대화도 레아의 열락에 들뜬 표정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빛의 노래만으로 접근 할 수 없는 성역을 만들었다. 그들은 그것을 찬양할 뿐이었다.


아리엘이 본 것은 좀 더 많았다. 늦게 도착해 처음의 화려하고 열정적인 검무는 볼 수 없었지만 수백수천의 달빛 나비가 몰려들어 거대한 불야성을 이루는 광경을 보았다. 별빛이 쏟아지고 불빛이 쏟아진다. 어둠을 살라먹는 빛들의 향연은 나락을 천상의 왕국으로 꾸몄다.


아리엘이 전에도 후에도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거대한 백색 불꽃과 오색 창연한 빛무리가 서로 똬리를 틀며 교미하는 하늘 뱀들처럼 보인다. 아리엘은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슬픔과 질투를 느꼈다.


그녀는 이룰 수 없는 것, 칸의 불꽃과 춤을 출 수 없는 초라한 자신에 대한 슬픔과 레아의 오색 빛무리에 대한 질투가 가슴을 막히게 만든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칸의 많은 여성들에 대해 소유욕을 발휘하지 않았다. 칸의 불꽃, 오라와 어울리는 여성이 없었기에 작은 자신의 빛무리로 관심을 받기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레아는 달랐다. 그녀의 오라는 칸의 불꽃과 대등하게 춤을 춘다. 눈에 보이는 모든 대지를 불빛으로 반짝이게 할 정도로 불길을 토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열망이 레아에게는 불가능하지 않았다. 아리엘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레아는 나놈 제일의 검사이며, 나락 최고의 검사라 알려진지 천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최선을 다해 검을 움직여본 적이 없었다. 생명이 위급할 정도의 위험 속에서도 검은 언제나 모자랐다.


칼리의 마지막 딸, 칼리가 달빛이 된지 수많은 세월이 지나 태어난 레아는 스스로 비열이 된 치사였다. 누구의 여신 밑에도 들어가길 거부한 자존심 강한 그녀의 검이 순응하고 얌전한 처녀처럼 부끄러워 떤다.


검은 노래하고 춤춘다. 까르르 웃고 엉엉 울며, 화내고 즐거워한다. 그림자를 남기고 향기를 뿜으며 별빛으로 말한다. 달빛은 갈라져 오색이 되었다. 검고 희고 붉고 파랗고 노란색은 각기 감정을 가지고 나락을 물들인다.


기쁘다, 즐겁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검을 위해 버렸던 남녀의 기쁨을 넘는 쾌락의 절정이 레아를 끌어올리다. 몸이 부서지고 머리가 사라진다. 떨림과 빛만이 남았다. 레아는 순간 검을 잃어버렸다. 검이 없었다. 아니 검을 쥔 손조차 없었다. 그러나 허전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았다. 수천 년간 놓지 않은 검이 없어져도 너무나 평온했다. 달빛검은 레아가 되었다.


그의 검이 보인다. 가을서리 같은 날카로움이 레아를 가른다. 부르르 떨었다. 서늘한 칼날이 레아의 피부에 흔적을 남긴다.


"아욱"


레아는 비명을 지른다. 고통이 아닌 쾌락에 신음한다. 달이 빛의 껍질을 벗는다. 하얀 속살을 남기고 너울거리며 껍질이 떨어진다. 투명한 살결은 달빛 아래 사라질 듯 연약했다. 어머니 칼리의 눈앞에서도 레아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나체로 환희의 춤을 춘다.


백색으로 이글거리는 태양의 광휘를 돌며 춤을 춘다. 순수한 빛의 결정, 모든 빛들의 총합, 온도를 넘어 차가워 보이는 칸의 칼은 레아를 춤추게 만든다. 꼭두각시를 움직이는 줄처럼,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지휘봉처럼 그녀를 춤으로 만든다.


그리고……


"아악"


레아의 중심을 뚫는다. 부서지지 않던 불멸의 처녀, 그녀의 성이 무너지고 불칼은 깊숙이 흔적을 남긴다. 레아의 두 눈에 한 방울 눈물이 맺히고 붉은 피가 투명한 살결을 따라 흘렀다. 불칼이 연약한 살을 헤집을 때마다 레아는 울었고 떨었다.


나락의 하늘 위에서 달빛 날개는 검은 날개에 안겨져 흔들렸다. 당당한 검은 날개 밑에서 춤추던 달빛 날개는 처연하게 저항하다 수줍게 접히고 떨었다. 하늘 위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서 레아는 조화의 춤을 추며 미진했던 뜨거움을 받아 완벽한 원을 이뤘다.


눈물이 흘렀다. 그녀가 그토록 애원했던 검의 끝이 그녀의 중심을 헤집었다.


레아의 검명은 칸을 만족시켰다. 살아 퍼덕이는 월광검은 일광을 받아 위로 오르고 올라 산화했다. 자신의 검에 화답하고 만족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달빛검을 아꼈다.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상처를 내지 않게 이끌었고, 달빛검은 잘 따랐다.


그리고 절정의 순간, 일광을 들어 월광을 뚫어 하나를 이뤘다. 거세게 저항하는 레아의 살을 뚫고 들어갔다. 파닥거리는 몸부림을 품안 가득히 누르고 심장이 작렬하는 태극을 부른다.


일광은 칸이 되었다. 그리고 월광의 중심에 꽂혀 거칠게 요동친다. 말을 모는 기사처럼, 노예를 부리는 귀족처럼, 다정한 아버지처럼, 달콤한 애인처럼, 부드러운 연인처럼 레아를 길들인다.


바람은 고요했다. 레아는 칸의 품안에 투명한 나신으로 오색의 여향을 뿜었다. 흰 살결에 땀방울이 흐르고 헐떡이는 입술은 짧은 신음은 내며 향기를 내보낸다. 엷은 구름이 흐르는 높디높은 하늘위에서 둘만이 하나로 존재했다.


칸은 그의 중심으로 자꾸 레아를 끌어당기고 레아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오르고 올랐다.


"아악."


칼리가 너무나 밝던 밤, 레아와 칸은 나락의 가장 높고 낮은 중심에서 하나가 되었다. 아리엘은 세상이 하얗게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시누와 티아는 밀려오는 거대한 마력의 파동에 취해 쓰러졌다.


………………………….


대지가 갈라지고 길이 열렸다. 신관들은 갈라진 틈을 외면하고 기도에 빠졌다. 모두들 말이 없다. 침묵으로 두려움을 말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곳, 알고는 있지만 가고 싶지 않는 곳, 하지만 가이아의 뜻에 따라 가야 하는 곳, 그녀의 축복을 받기 위해 따라야 하는 곳, 그 앞에서 사람들은 말을 잃었다.


"가자!"


디오의 호통을 시작으로 군대가 움직였다. 2만의 병사들이 줄을 맞춰 나갔다. 주춤거리는 병사들은 있지만 한 번 시작된 행군은 밀리고 밀려 멈추지 않았다. 보급품을 실은 소우 떼들이 병사들에게 묻히고 거대한 전투 거족이 왜소하게 보일 만큼 길게 늘어졌다.


그리고 뒤에는 5000의 병사들이 대기 했다.


칸은 침을 삼키는 대대장들과 애써 두려움을 참는 병사들 너머 어두운 길을 본다. 진실의 눈이 살며시 실눈을 뜨지만 칸은 진실을 보지 않는다. 진실조차 보는 자에 따라 변하는 것, 변하는 것에 칸의 눈은 있지 않았다.


"간다."


제홉크는 칸을 대신해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묵묵히 병사들은 명령에 따른다. 시종마 위에서 칸은 흐름을 본다. 흘러가는 것들, 병사들, 소우들, 도끼새들, 전투거족, 전투갑충, 신관, 비웃을 담은 귀족들, 아름다운 치사…… 그리고 아란트 성이 흘러간다.


나는 여기 있는 데 흘러간다. 어지러운 발걸음을 재촉하며 풍경이 바뀐다. 머리는 눈이 보여주는 영상을 따르지 못하고 두통을 느낀다. 하지만 칸은 멈춰 있었다. 한 점의 미동도 없었다.


시종마는 불같은 콧김을 뿜으며 당당한 걸음으로 걸었지만 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었다.


로히나는 움직이는 칸 군을 배웅하며 손을 흔들었다. 칸과 그의 여성들을 향해 조금은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로히나는 칸의 곁에 있지 않았지만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많은 여성들이 그를 따르고 못 보던 여성들이 더해졌지만 질투하지 않았다.


'가문은 나의 것이다.'


로히나는 로티나로부터 어젯밤 비야마 성의 영혼로가 폭발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다행이 영혼로의 폭발은 건물 하나를 태우는 것으로 끝나 큰 피해는 없었다. 다만, 아틸렌의 후계자 슈리가 안타깝게도 죽음을 당했다고 했다.


그녀의 미소는 무너지기 시작한 아틸렌의 아성을 보고 짓는 것이다.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단해 보이던 아틸렌의 성이 내부에서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겨우 바늘 틈 같던 약점이 흉하게 상처를 벌렸다.


'얼마 남지 않았어.'


아틸렌의 약점 하나하나는 가모의 위치를 흔들 정도는 아니다. 심지어 그녀의 불륜도 지탄은 받을 지라도 가모로서 허용될 부분이었다. 하지만 따로 떨어져 있던 약점들이 서로 연관되어 한꺼번에 무너진다면 아틸렌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로히나는 옆에 있는 여성을 보았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칸을 쏘아보는 하린, 그녀의 복수심은 아틸렌을 떠나 모두에게 돌려져 있다. 스스로를 미치게 만드는 악기로 가득한 마음은 악령을 부르고 그녀의 얼굴을 못 알아 볼 정도로 추악하게 만들어 났다.


'차라리 잘됐어.'


아틸렌의 몰락을 보기 위해 따라가기를 악착같이 바라는 하린을 떨치지 않은 것은 동정심이 아니었다. 그녀도 하린 앞에서 무너지며 조롱 받는 아틸렌이 보고 싶다는 사악한 욕구가 있었다. 아틸렌은 좋은 가모는 아니었다.


로히나의 돌아간 등을 보고 필캬스는 한 숨을 쉬었다. 가족조차 로히나와 로티나를 구분하기어렵지만 필캬스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둘을 구분했다. 그는 로티나의 작은 습관조차 알기에 닮은꼴인 로히나의 생각도 읽을 수 있었다.


도끼새를 몰며 필캬스는 일렁이는 검은 틈으로 가기를 주저했다. 상전사로 전사의 집에서 수련을 쌓고 여신의 명을 수행할 기회를 얻었지만 기쁘지 않았다. 그는 로히나가 벌일 일 때문에 가족이, 로티나가 어떤 고통을 받게 될지 걱정되었다.


그리고 그가 떨어져 있을 동안 로티나가 다른 남성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에 질투를 느꼈다. 가족을 늘리는 것은 가모의 일이지만 로티나와 필캬스는 오랜 동안 함께했었다. 다른 남성이 로티나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는 생각만으로 순한 성격의 필캬스를 불타게 만들었다.


'강해져야 하는가?'


필캬스는 칸과 그를 따르는 여성들을 생각했다. 며칠사이에 늘어난 그의 여성들을 생각하면 칸이 부러웠다. 그는 자신의 여성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도 야망이 아니라 순수한 본능으로 로티나를 소유하고 싶었다.


"필캬스 뭐해"


룽카의 호통소리에 정신을 차린 필캬스는 도끼새의 고삐를 움켜잡았다. 주인이 멍해 있자 움직임을 멈췄던 도끼새가 다시 걸음을 옮긴다. 생각은 나중에 지금은 싸울 때라는 것을 필캬스는 자신에게 들려줬다. 그도 순하지만 1000명의 병사를 이끄는 칼로서 때와 장소는 알았다.


'돌아왔을 때, 그녀들도 변했겠지만 나도 변할 것이다.'


필캬스는 속으로 다짐했다. 그녀들이 어떤 계획을 벌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저 강인한 등을 속일 수 있다고 믿는 다면 그녀들은 아직 어수룩한 것이다. 그녀들이 실패했을 때, 그는 그녀들을 소유할 만큼 강해져야 했다.


…………………………………………………….


아리엘은 숨 막힐 것 같은 땅속으로 향하는 길에서 떨었다. 그러나 오연한 칸에게 다가가 위안 받을 수 없었다. 오만하게 칸과 함께하는 여성 때문이었다. 그녀에 대한 분노와 질투를 삼키며 아리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대단한 아리조차 굳은 얼굴이었다.


아리도 세계의 틈은 처음이라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보다 큰 이유는 아리엘처럼 칸 옆에 있는 여성 때문이었다. 그녀가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아리는 그녀에게서 넘을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지치사의 능력을 잃지 않았다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아리는 알 수 없는 존재, 상위 치사를 넘는 압박을 그녀에게서 느끼고 긴장했다. 그녀의 긴장은 루나에게 전염되고 아리엘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길은 깊숙이 밑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사람들은 저절로 줄을 맞추고 발을 맞추며 떠밀려 간다. 아리엘은 보호 받을 수 없다는 것에, 아득히 저무는 어둠 때문에 불안했다. 흔들리는 그녀의 눈이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사람들의 얼굴위로 떠돈다. 그러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에 닿는다.


화려한 검은 옷이 어울리는 성숙한 여성, 얼굴은 대리석 조각같이 싸늘하지만 칸을 향해 열기를 뿜어내는 눈빛을 보내는 마법사, 그녀의 빛은 친숙했다. 얼굴도 몸매도 이름도 낯설지만 분위기만은 달랐다. 심지어 간혹 눈빛이 마주칠 때면 그녀에게서 따뜻한 감정이 흐르기도 했다.


하지만 다가설 수는 없었다. 그녀의 앞에 당당한 소녀는 작지만 절대적인 거리를 만들어 그녀를 보호했다. 아무도 그녀 곁으로 갈 수 없었다. 차가운 살기의 빛들이 소녀의 전신에서 거리를 채운다. 거리 안으로 들어서는 자는 피부를 찌르는 살기에 위축되어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아리엘도 그 안으로 들어설 수 없었다. 유일하게 칸과 달빛을 닮은 그녀만이 들어서는 공간을 소녀는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칸의 새로운 여성들, 아무도 그녀들의 정체를 묻지 않았다. 뛰어난 칼에게 이끌린 강한 여성들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칸 군이 보내는 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는 의문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들은 그녀들에게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짐작할 수 없는 정체와 짐작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여성들이 갑자기 자신들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곳으로 침입한 것이다.


특히 레아라 소개된 여성은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칸의 침실을 독차지 하는 오만함을 보였다. 아리는 기세 싸움에서 밀렸고 아리엘과 루나는 시녀로 전락한 기분이었다. 무표정한 엘라(시누)나 싸늘한 티아조차도 그녀들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녀들은 불안한 위치에 위협을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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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마녀(魔女) +8 06.09.08 7,629 46 18쪽
93 마녀(魔女) +9 06.09.08 7,700 5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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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마계(魔計) +15 06.09.08 7,618 5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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