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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 님의 서재입니다.

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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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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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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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마계(魔計)

DUMMY

울파람이 당당하게 비야마 요새로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울파람은 선물을 가지고 칸을 찾았다. 다행이 칸이 큰손족의 사냥을 금지했기 때문에 사냥꾼들은 애써 울파람을 무시해 그는 사냥꾼들의 무기에 다치지 않고 칸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은 열매당이고 이것은 썩은 다섯 겹침 나무에서만 나오는 큰소리 버섯입니다."


울파람이 가져온 선물이 공개될 때 마다 사람들은 눈이 커졌고, 울파람의 목소리는 더 뚜렷해졌다. 그가 가져온 것은 숲에서 구할 수 있지만 사냥꾼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열매당도 구하기 어렵지만 큰소리 버섯은 돌연변이 치료에도 효과가 있고 젊어지는 대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는 최고의 약초 중에 하나였다.


"고맙다."


사람들의 욕심에 찬 눈을 무심히 넘기고 칸은 선물을 받았다.


"하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제가 몇 배는 더 고맙습니다."


난처한 듯 머리를 긁는 울파람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큰손족이었다.


"잘 찾아왔다. 그대와 상의 할 것이 있어 찾고 있었다."


칸은 선물보다 울파람이 반가웠다. 남들이 선물을 가지고 떠들 때, 칸은 울파람을 반겼다. 때문에 표현이 무뚝뚝해 오만해 보일지라도 울파람은 기뻤다.


울파람이 가지고 온 선물들은 대부분 아틸렌이 가지고 갔지만, 큰소리 버섯은 제홉크에게 갔다. 칸은 무심하지만 자신의 부하들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지난 마적 토벌의 공로를 핑계로 버섯은 제홉크에게 돌아갔고 제홉크는 감격했다.


..........................................



새로운 마을, 울파람 마을은 빠르게 건설되었고 빠르게 성장하였다. 그리고 몇 개월이 되지 않아 큰손족과의 교역이 이루어지면서 어느 마을보다 부유한 마을이 되었다.


울파람은 자신의 이름이 주어진 마을에서 촌장이 되었다. 은혜를 갚기 위해 선택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종족에게 많은 부를 안겨주게 되었고 사냥꾼들과 화해할 수 있는 길을 갖게 되자 울파람은 최선을 다해 일했다.


울파람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사냥꾼들과 큰손족 간의 오해와 편견 때문에 크고 작은 말썽이 끊이질 않았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의 도움을 찾게 되자, 사냥꾼들은 좀 더 좋은 사냥터, 좋은 길, 위험한 곳을 알게 되었고 큰손족은 안전과 생필품과 좋은 무기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울파람 마을은 다종족의 마을이 되었다. 칸은 에드워드 부대와 부리 부대를 이곳에 상주 시켰다. 따라서 울파람 마을에는 큰손족, 가이아 권속, 우르스 권속, 테헤라 권속 들이 함께 사는 마을이 되어 비야마 요새를 제외하고 가장 큰 마을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에 비하여 비야마 요새는 병사들의 수가 줄었다. 경비대 200명과 병영에 300명을 제외하고는 병사들이 없었다. 대부분 새로운 마을을 만들거나 기존 마을의 경비대로 보낸 것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비야마 요새 건설의 기초가 빠르게 끝나자 칸은 아틸렌에게 더 이상 병사들은 노역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는 풍부해진 경제로 아틸렌이 유입되는 사람들을 사서 만들면 되었고 아틸렌도 큰 불만 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비야마를 꾸며갔다.


"냄새가 심하군."


이른 아침, 저택에서 나와 아침 훈련을 위해 병영으로 향하던 칸은 시종마 위에서 썩는 냄새를 맡았다.


"이유를 알아 오겠습니다."


칸을 따르는 친위대들은 아리와 켈리가 각각 5명씩 교대로 따랐다. 오늘은 참모에서 친위대장이 된 켈리가 따라, 켈리의 눈짓을 받은 친위대원은 재빨리 움직여 정보를 모았다


"똥지기를 끌고 왔습니다."


친위 대원은 요새의 분뇨를 담당하는 똥지기를 데려왔다.


비야마에는 공동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은 나락에서 불가피한 것이다. 분뇨는 괴수를 끌어들이고 괴충을 키웠다. 똥지기는 분뇨를 관리하여 요새를 청결히 하고 퇴비를 만들어 고마 농장에 보내는 일을 하는 자였다.


"남작님께 말씀드려라!"


친위 대원의 서슬에 납작 엎드린 남성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네,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똥지기를 하지만 요새는 흙지기 노릇까지 하는 바람에 정신을 못 차리고 실수를 했습니다. 일이 워낙 많다 보니 분뇨를 나르는 일을 소홀히 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워낙 흙지기 일이 많은 바람에……. 모든 것이 빌어먹을 그 늙은이 때문입니다. 네, 그렇고말고요. 그 영혼로에 녹여버릴 늙은이가 망령만 들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흙지기라니?"

"남작님도 아실 것입니다. 남작님이 성은을 베푼 그 늙은이 입니다. 감히 아틸렌 가모님 앞에 똥바가지를 들고 왔다. 벼락 맞을 것을 살려준 그 늙은이 말입니다. 그년이 미쳐도 보통 미친 게 아니라 똥오줌을 못 가려서 아틸렌 가모님께서 내쫓았습니다. 아주 돌아도 엄청 돌아 버렸습니다. 아귀들이 난리칠 때 악령에게 씌었나 봅니다."


칸은 똥지기에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말도 모두 믿지 않았다. 하지만 아틸렌의 일이라는 것을 알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


"돌아오기 전에 모두 처리하라."

"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처리 하겠습니다."


칸은 똥지기의 음흉한 미소를 보지 못했지만 똥지기도 칸의 싸늘한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기운은 더욱 정묘해져 형체를 알기 어려웠다.


.........................................



칸은 요즘 들어 늘어나는 배앓이 병사들 때문에 생각에 잠겨 저택으로 돌아왔다. 저택에는 친위대 부대장이 된 아리가 그녀의 대원 루나와 함께 알 수없는 글자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데니아와 아리엘, 샤리는 신전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레키는 식모라 요새의 모든 음식을 관리하기 때문에 바빴다.


켈리는 아리를 한 번 째려보고 저택에 딸린 방어탑으로 갔다. 아리와 달리는 그녀는 칸의 첩이 아니기 때문에 방어탑 내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아 이야기 들었어요? 필리 그란달이 온다고 해요. 그녀가 가문을 완전히 정리하고 그란달 남작이 되어 3일 후에 도착한데요. 아틸렌이 사람을 보내서 그녀를 맞을 준비를 하라고 하던데요. 부산을 떠는 것을 보면 아틸렌이 무엇인가를 또 꾸미고 있나 봐요."


아리가 칸을 반기면 소문을 전해줬지만 칸은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아리를 따라 루나가 일어났다. 루나는 아리의 부하가 된 후에 그녀를 따랐다. 스스로 신과의 소통을 끊은 아리와 달리 억지로 끊어진 루나는 아리의 도움이 필요했다.


칸이 아무 말 없이 떠났지만 아리는 그가 알아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리는 재빨리 루나에게 눈치를 줬고 루나는 칸을 따라 목욕탕으로 갔다. 저택에서 목욕탕이 생기면서 칸은 매일 훈련 후에는 목욕을 했고 그의 시중을 드는 것은 아리엘과 루나의 몫이었다. 둘 외에는 남성에게 시중을 드는 것을 좋아하는 여성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목욕탕에서 들려오는 루나의 야릇한 신음을 들으며, 아리는 칸을 색마라고 욕하면서도 붉어지는 자신의 여향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변함없이 차갑고 깊었다.


130




식모는 요새에서 사용되는 모든 음식을 총괄한다. 따라서 레키는 직접 음식을 하지 않지만 음식의 종류, 량, 배식, 재료, 만드는 사람을 관리했다. 요새의 병사들, 종사자들, 노예들, 건설에 동원된 노무자들, 그리고 칸 가의 모든 사람까지 레키가 관리한 음식을 먹었다. 따라서 레키의 일은 힘들면서 권력 있는 일이었다.


오늘도 식당과 창고를 오가며 피곤한 레키는 안 좋은 일까지 겹쳐 피죽이 되어 돌아왔다. 요즘에는 고마에서 갑충들이 많이 나와 일일이 손질해야 돼서 더 힘들었다. 새롭게 흙지기가 된 자는 갑충은 고마를 해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람이 갑충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오늘에야 겨우 잡은 도둑 때문에 힘든 하루였다.


신전에서 돌아온 아리엘은 레키를 돌봐주었다. 레키는 자신을 신경써주는 아리엘이 한 편으로는 고맙고 한 편으로는 질투를 느꼈다. 레키는 언제나 칸 옆에 있는 아리엘에게 경쟁심을 가지고 있었다.


레키가 돌아왔을 때, 로히나는 칸의 품 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맹세와 다르게 칸에게 빠져 있어 영민함을 많이 잃었다. 아틸렌이 준 몇 의 상점을 관리하는 것도 자신의 자매인 로티나에게 넘기고 칸이 자신을 찾기만을 바랬다. 로티나는 그런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처음 사랑을 배운 로히나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다리면 저절로 깨어지는 사랑이라고 로티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밖에서 소란이 들렸다. 칸은 잠든 로히나를 부드럽게 놓아주고 옷을 입고 나왔다.


"이년이 그래도 할 말이 있다는 것이냐!"


높고 째지는 목소리, 칸이 저택 안에서 처음 듣는 여성의 목소리가 당당하게 울렸다.


짝!


칸이 문을 나와 통로를 거쳐 거실로 들어왔을 때, 뺨을 맞은 레키가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레키를 재빨리 보호 하던 아리엘에게 하린의 철지팡이가 떨어졌다.


그러나 철지팡이는 더 이상 떨어지지 못했다. 공간을 접어 나타난 칸의 손은 무의식중에 펼쳐진 제룡수의 극의에 따라 하린의 철지팡이를 잡았고 하린은 떨치지 못했다.


"무슨 일이냐?"


칸의 목소리는 낮았다.


"남작! 손을 치우지 못하겠소. 당신이 감히 첩들 때문에 부인인 나를 막는 것이오!"


하린은 칸의 부인이었다. 그녀의 생각으로는 부인이 첩들을 혼내는 것을, 남편이라 할지라도 남성 따위가 막을 수 없었다. 그것은 가문의 위계질서였다. 비록 그녀가 자신에게 마련된 저택의 방에 한 번도 들리지 않고 칸의 침실에 들지도 않았지만, 자신은 공인된 칸의 부인이었다.


"무슨 일인가?"


그러나 칸에게는 자신이 보호해야할 여성이 모르는 여성에게 맞고 있는 장면 밖에 되지 않았다. 레키와 아리엘이 서로 부둥키고 떨고 있는 모습은 칸을 차갑게 화내게 만들었다.


"이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군, 좋아요 말하지요,"


하린은 조금 숨을 골라 진정되자 칸에게 최소한의 경어를 사용했다.


"이년이 글쎄 가문의 위계도 모르고 우리 하린가의 아이들을 욕보이고 쫓아내 우리 가문에 먹칠을 했어요."


하린이 레키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아닙니다. 그는 음식 재료에 손을 대고 도둑질을 해, 쫓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슨 헛소리냐! 우리 가문에 도둑놈이 있다는 말이냐. 너 따위가 감히 우리 가문을 욕보일 수 있다고 믿는 것이야! 이년이 아틸렌의 가호를 믿고 식모가 되더니 보이는 것이 없나 보구나! 내 이년을!"


하린은 다시 화가 드는지, 철지팡이에 힘을 주었지만 제룡수에 잡힌 철지팡이를 뽑는다는 것은 신이라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입니다. 저만 본 것이 아니라 모두들 보았습니다. 물어 보십시오."

"그래도 이년이 죽을라고. 우리 가문을 모욕해! 이년~ 밖에 아무도 없느냐 들어와 이년을 잡아라!"


하린의 목소리가 커지자 밖에 대기 했던 하린가의 전사들이 저택에 들어갈려 했지만, 친위대들이 막았다. 그리고 다시 하린이 명령하자 그들은 침입을 시도했고 7명의 전사들은 친위대들에게 너무나 쉽게 제압당했다.


"켈리 네가 우리에게 이럴 수 있느냐? 네가 분가하도록 해준 은혜를 이렇게 갚다니."


하린가의 한명이 분하다는 듯이 켈리에게 말했다.


"나는 칸 가에서 분가했지, 하린 가에서 분가한 것이 아니다."


켈리는 난처했지만,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아리는 새롭게 만든 자신의 마법 조합에 만족했다. 7명의 전사들을 순식간에 둘러싼 붉은 뱀들은 그들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 심장을 묶었다. 전사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심장을 터뜨릴 것 같은 붉은 뱀 때문에 움직이지 못했다.


"지켜주십시오."


얄궂은 미소를 켈리에게 남기고 켈리는 들어갈 수 없는 저택 안으로 아리는 들어갔다. 뒤따르는 루나를 보며 켈리는 한 숨을 쉬었다. 안에서는 아직도 하린의 호통이 계속되었고 레키는 용기를 얻었는지 꼬박꼬박 대꾸를 했다.


"그래도 이년이 발칙하게 입을 놀려! 네가 우리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을 알겠다. 네가 남작의 위세를 믿고 그러느냐? 그렇겠지 부인도 몰라보는 남작이 너를 얼마나 보호할지 보자!"


하린의 화는 철지팡이를 잡고 있는 칸에게까지 넘어 갔지만 칸은 꼼작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본다면 집안에서 벌어지는 첩과 부인의 싸움이었다. 칸은 과거에도 많은 아내가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가 다스리는 집안에서 소리 지르며 싸우는 자는 없었다.


"우리 가문, 우리 가문 하는 것을 보니 하린 가모님은 칸 가의 가문이 아닌가 보네요."


들어온 아리는 하린의 정곡을 찌르고 염장을 찔렀다. 그녀의 말은 하린이 가지고 있던 그대로의 생각이었고 칸이 하린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가 보호할 여성도 아니었지만 그와 대등하게 함께할 여성도 아니었다. 하린은 명색이 부인일 뿐, 전혀 남이었다.


저택 밖으로 쫓겨난 하린은 분함에 눈물 흘리면서 전사들과 함께 돌아갔다. 부르르 떨리는 손은 철지팡이에 손자국을 낼 수 있을 것처럼 쥐었고 하린의 꽉 물린 입에는 분함을 참지 못해 이빨사이로 피가 흘렀다.


하린을 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살기를 품고 저택에서 나오는 하린을 알아봤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내일이면 그녀에 대한 소문이 퍼질 것이고 하린가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차라리 잘됐군.'


아틸렌은 어느 부인을 제명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데니아가 가장 만만했지만 칸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가 생각한 것은 로티나와 하린이었다. 카르닌은 그녀의 사업에 너무 깊숙이 연관되어 지금 내치기에는 좋지 않았다.


"그래 그대가 원한다면 떠나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겠지."


하린은 아틸렌이 너무 쉽게 들어주자 도리어 의심이 났다. 하지만 더 이상이 이곳에 있고 싶지도 않았고 무뢰하고 멍청한 칼의 부인 따위로 남고 싶지도 않았다.


"하린, 그대가 우리 칸 가에서 분가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켈리처럼 아무 대가 없이 보내주지. 혼자."


하린은 아틸렌을 노려봤다. 흥분했던 머리가 순식간에 식어 차가워졌다. 아틸렌은가신의 가문을 통째로 먹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당신이 칸 가의 가모일지라도 가신 가문을 통째로 먹을 수는 없을 텐데요."

"못할 것도 없지."

가신 가문과 본가의 율법체계는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정확하게 무엇이라 말하기 힘들지만, 나락의 율법에 따라 '강한 자'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지금은 아틸렌이 강자였다.


"무엇을 원하는가?"


하린의 말이 짧아졌다.


"무엇을 원하는 거라…….토바리어스는 좋은 칼이지, 상전사들 있고…… 그러나 무엇보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마음에 들어, 모두 건강하고 많이 먹더군."


아틸렌의 눈도 차가웠다.


"보통 아이들 보다 몇 배는 많이 먹더군, 마치 임신한 여성 같이 말이야. 레키가 자꾸 음식이 없어진다고 해서 알아봤지."


하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엇을 말하는가?"


하린은 자신의 비밀이 밝혀졌다는 것에 놀랐지만, 냉정을 유지했다. 지금 흥분한다면 모든 것을 뺏기게 된다.


"너만 나놈비술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틸렌의 조롱하는 눈빛에 하린은 이빨을 깨물었다.


"나놈비술을 알고 있다면, 부정해봐야 소용없겠군 그래 새로 태어난 애들에게 나놈비술을 시술했다. 하지만 너는 아이들을 변태 시킬 수 없어."


"맞아 변태 시킬 수 없지, 생명늪을 모르니까……나놈비술은 신전에서 금하는 술법이니 생명샘을 이용할 수는 없지. 하지만 너는 알고 있는 것 같군."

"우연히 알게 됐지."

"나도 알고 싶군."

"그것이 조건인가?"

"토바리어스도 필요하지 좋은 칼은 구하기 힘드니까."

"그는 안 돼, 우리에게도 칼은 필요해."


사실, 토바리어스를 두고 떠난다고 해도 하린은 손해가 아니었다. 비야마에 와서 그녀의 가족은 급증했고 그동안 신전에서 4명의 상전사와 3명의 상급 성직자를 더 얻었다. 상전사들이 비록 칼이 아니고 전사의 집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 반쪽에 불과해도 곧 그들은 성장할 것이다. 토바리어스도 제홉크보다는 아니지만 늙었다. 전대 하린 때부터 있었던 칼을 바꾸는 것에 마음 아파할 하린은 아니었다.


"그대의 가문에는 몇 명의 상전사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하지만 그들은 칼이 아니다. 경험이 부족해."


하린은 토바리어스를 버릴 수는 있어도 아틸렌에게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가?"


묘하게 뒤틀리는 아틸렌의 미소를 보며 하린은 그녀에게 무엇을 더 줘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대신 모햐카를 남기지."

"모햐카? 그녀가 그대 가문이었던가? 아닌 것으로 아는데?"

"잠시 가문을 떠났지만 우리 가문이 맞다."


모햐카는 하린에게 쓸모없는 버리는 패였다. 아틸렌이 가진다고 해도 아깝지도 않았다. 모햐카는 독을 지니고 있었다. 아틸렌에게 줘버려 그녀의 독에 당해보기를 바랬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아깝다는 표정은 필수였다.


"그대의 말이 맞는다면 칼과 상전사의 여성을 바꾼다는 말인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지금은 경험 많은 칼이 더 필요하니까."


하린은 최대한 안타깝다는 표정을 연기했다.


"좋다. 모햐카와 생명늪의 위치를 넘기고 그대는 떠나라!"


아틸렌은 하린의 연기에 넘어가 버렸다. 그녀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고 하린의 얼굴은 싸늘했다.


"이제부터 나 칸 가의 가모, 아틸렌은 나에게 주어진 권리에 따라 하린을 칸 남작의 부인에서 그 자리를 박탈한다. 이는 가이아께서 정하신 율법에 따른다."

"감사합니다. 아틸렌님."


너무나 간단한 말로 하린은 자유가 됐다. 이것이 바로 가모가 가진 권위였다.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내치는 것은 가모의 한마디에 결정되었다.


하린 가가 떠나고 그란달이 병사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비야마에서는 동맹인 그란달을 환영하는 축제가 있었고, 아틸렌이 새롭게 가족을 받아들이는 조촐한 모임도 있었다. 아틸렌 가의 가족인 된 모햐카는 묘한 표정으로 아틸렌을 가모로 모시고, 그녀가 맡고 있는 제12마을로 돌아갔다.


부대원들과 떠나면서 그녀는 그녀의 어깨에 새겨진 종속술의 흔적을 바라봤다. 아틸렌이 그녀를 완전히 믿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영혼석에 박힌 흔적보다 진할까? 모햐카는 어깨를 으쓱하며 꼬일 때로 꼬인 자신의 인생을 즐기기로 했다.



아틸렌은 필리 그란달과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란달은 뛰어난 성직자일 수는 있어도 아직 애송이 가모였다. 어떻게 그란달 가문을 안정시키고 남작의 자리를 얻었지만 그녀의 손바닥에 놀 수밖에 없는, 귀여운 동생이었다.


"아틸렌님, 명령하신대로 아이들을 보냈습니다."


카르닌은 아틸렌에게 공손히 말했다. 그란달은 비싼 열매당주의 달콤함에 빠져 있었다.


"수고했다."


아틸렌의 말에 카르닌은 돌아갔다.


"품에서 떠난 물고기를 그냥 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지."

"응 언니 뭐라고?"


술에 취한 그란달이 물었다. 아틸렌과 그란달은 벌써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니다 그냥 혼잣말이다. 너는 걱정 말고 있어라 네님을 안게 해줄 테니까."

"어머 언니도 호호호."


그란달의 미소는 수줍음과 술로 붉어졌지만 아틸렌의 미소는 음모와 피로 붉었다.


...................................



"하린 도망쳐!"


토바리어스는 일곱 개의 창을 몸 안에 박고도 하린을 걱정했다. 절벽 위를 엉금엉금 넘는 하린은 토바리어스의 염려를 비명으로 들으며 옆구리를 파고들은 비수의 고통을 잊었다.


'시충에 뜯어 먹힐 년.'


하린은 자신의 가문을 습격한 자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60명이나 되는 가문을 도륙한 실력자들을 알 수는 없었지만 누가 그들을 시켰는지는 알았다.


"아틸렌, 이 피값은 내가 영혼로에서 녹는다고 해도 돌려받겠다."


겨우 절벽 위를 넘은 하린은 피를 씹으며 복수를 맹세했다.

"저기 간다. 잡아!"


70명이 넘는 추적자들은 카르닌이 하는 일에 도움을 주는 고용자들이었다. 떠돌아다니지만 실력이 있는 자들, 인간 사냥꾼들, 범죄자들, 돌연변이에 걸려 쫓겨났지만 실력자들, 추방자들로 구성된 그들은 한 가문을 몰살 시킬 만큼 강했다,


하린 가가 60명이 된다고 하지만 반수는 아직 어린애들, 그들이 컸다면 하린이 쏟아 부은 노력만큼 일을 해줬을 것이고 이들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겠지만, 그들은 너무 어려 손쉽게 뒷골목의 실력자들에게 전리품이 되었다.


"이놈들!"


그러나 30명밖에 남지 않은 이들은 토바리어스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그는 지켜야할 대상이 있는 책임감 있는 전사였고 백전을 치룬 칼이었다. 기력이 쇠퇴하고 있다고 해도 떨거지들에게 당할 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칸과 함께 전투와 훈련을 거듭하며 더욱 강해졌다.


"질긴 놈 이 새끼부터 조져!"


카르닌의 사병들은 토바리어스를 어육으로 만들 때까지 떠나지 못했다.


'큭 가이아시여…….'


토바리어스는 하린의 안녕을 가이아에게 빌었다. 창에 뚫린 목 때문에 소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간절함이 통했는지, 하린은 절벽 넘어 숲 속까지 도망칠 수 있었다.


'복수를…….'


하린은 피눈물을 닦고 숲으로 도망쳤다. 그녀의 품에는 겨우 회수한 27개의 영혼석이 있었다. 이것들이 그녀가 가모였다는 유일한 흔적이 되었고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재산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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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마계(魔計) +8 06.09.08 7,600 53 19쪽
88 마계(魔計) +15 06.09.08 7,619 59 21쪽
87 마계(魔計) +12 06.09.08 7,631 46 18쪽
86 마계(魔計) +10 06.09.08 7,692 48 15쪽
85 마계(魔計) +8 06.09.08 8,114 49 16쪽
84 마투(魔鬪) +24 06.09.03 8,838 40 17쪽
83 마투(魔鬪) +9 06.09.03 7,658 46 14쪽
82 마투(魔鬪) +7 06.09.03 7,858 51 16쪽
81 마투(魔鬪) +10 06.09.03 7,725 51 15쪽
80 마투(魔鬪) +8 06.09.03 7,588 49 15쪽
79 마투(魔鬪) +8 06.09.03 7,646 54 15쪽
78 마투(魔鬪) +9 06.09.03 7,851 50 15쪽
77 마투(魔鬪) +8 06.09.03 7,956 50 13쪽
76 마투(魔鬪) +9 06.09.03 8,012 49 16쪽
75 마투(魔鬪) +12 06.09.03 8,274 45 20쪽
74 마병(魔兵) +21 06.09.02 8,818 47 15쪽
73 마병(魔兵) +12 06.09.02 8,002 5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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