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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 님의 서재입니다.

마하나라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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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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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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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마계(魔計)

DUMMY

.................................



춘타카 숲은 거대한 늪 위에 산과 언덕이 드문드문 있는 이상한 지형이었다. 늪의 크기는 서너 개의 신역보다 넓어서 그 끝을 알 수 없었고 수많은 괴수들과 마수들의 서식처였다. 기본적으로 겹침 나무들이 숲의 지붕을 만들지만 그 안의 식생을 모두 아는 자는 없었다. 한 없이 넓고 깊은 밀림이었다.


칸은 숲으로 들어 올 때마다 숲이 웅성거림을 보았다. 술렁대는 숲의 언어는 뿌연 무지개 안개처럼 퍼졌다. 길을 인도하는 정찰대들은 본능적으로 숲의 언어를 해석해 길을 찾았다. 숲은 때로는 저항하고 때로는 순종하고 때로는 무시하며 길을 열어줬다. 칸이 볼 때 더 나은 길이 보였지만 칸은 정찰대를 믿었다.


북서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7번째 늪지를 찾아가는 길은 15일이 넘게 걸리는 강행군이었다. 직선거리로 5일이 넘지 않았지만 늪은 길이 없었고 험한 장애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우회하여 비야마의 마을을 두 개나 거쳐 가야 했다.


비야마에 산재된 요새 규모의 마을들은 14개가 존재한다. 주로 사냥터와 소규모의 고마밭과 콩두 밭을 운영한다. 지난번의 반란 사건으로 규모가 작아졌지만 몇 군데를 제외하고 모두 투항해서 큰 손실은 없었다.


첫 번째 마을은 약초들과 콩두 재배가 주 생산지라 안정적이고 외부 사냥꾼의 유입도 적어 한적한 느낌까지 있었다. 칸이 마을을 찾자 촌장과 경비대장이 최선을 다해 준비를 했다. 이 마을은 반란 사건에 연루되어 촌장도 바뀌었고, 주민과 경비대 상당수가 노예가 된 적이 있어 칸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칸의 성격을 잘 아는 촌장은 맛있는 식사와 정갈한 침실로 칸 군을 대접했다. 칸은 남작이 된 후에 자주 마을들을 순시했기에 그가 연회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음식은 콩두 빵과 약초로 버무린 샐러드, 정화수로 조리한 고기들이었다. 칸은 만족해 배불리 먹었다. 칸이 남작이 된 후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음식이었다. 요새에서나 밖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음식 때문에 고기를 씹더라도 입안에서 비명을 듣지 않았다. 많이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고기를 씹을 때마다 비명을 듣는다면 식욕은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육체는 언제나 고기에 굶주려 있기에 고기에 대한 탐식은 높은 편이었다.


마을에서 쉬고 다시 늪지를 통과해 갔다. 길을 따라 간다면 몇 개월이 소요될지 모를 정도로 비야마 내의 마을들은 오지에 있었다.


두 번째 마을은 너무 오지라 반란에 가담도 못했던 마을이라 변화가 없었다. 도리어 사냥꾼들의 수가 늘어 소란스러웠다. 이곳은 크로커 사냥을 주로 하는 마을이라 곳곳에 크로커 가죽과 크로커 살을 말리고 있었다. 단단한 크로커 가죽은 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사냥꾼들이 많은 편이다. 보통 잡히는 크로커는 작은 놈들로 머리에서 꼬리까지 10미터가 넘지 않은 놈들이었다. 그 이상 되는 놈들은 가족단위로는 불가능한 했다.


마을의 내성에는 정문에 윗몸은 뼈만 있고 아랫몸은 물고기인 물리치의 조각이 있었다. 가끔 마수 물리치 나타나기 때문에 물리치 사냥도 있지만 흔하지 않고 위험하기 때문에 자주 잡히지는 않았다.


두 번째 마을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칸과 병사들은 송곳질이 영역을 넓히고 있는 7번째 늪으로 향해 갔다.


"여기부터 흔적이 있습니다."


정찰병이 보여준 것은 거대한 뼈와 가죽만 남은 크로커였다. 크기가 13미터나 되는 크로커는 사냥꾼들이 잡기에도 힘든 괴수 이었지만 모든 체액과 살은 파 먹히고 영혼석조처 잃어버려 가죽과 뼈만 남았다.


병사들은 허겁지겁 소마초가 담긴 주머니를 점검하고 정찰병은 품속에서 파커 뿌리 가루를 약간 집어 늪에다 뿌렸다. 순간, 늪은 검은 물결로 요동치더니 수많은 팔뚝 같은 거머리들이 물위로 떠올랐고 붉은 피로 늪을 더럽혔다.


"상당히 빨리 증가하고 있습니다. 먹이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심해서 천천히 움직인다."


정찰대는 짧게 주먹을 쥐어 명령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앞으로 나섰다. 송곳질의 중심을 찾는 일은 어려웠다. 매번 늪에 약간의 파커 가루를 넣어 송곳질이 요동치는 것을 관찰하고 영혼석이 있는 것은 찾아야 했다.


"왼쪽의 얼굴을 노려!"


20미터 높이의 기둥처럼 올라간 송곳질 더미에는 수십 명의 고통에 찬 악령의 얼굴이 새겨져 있고 대부분의 얼굴에는 무기가 박히거나 찢어져 피를 흘렸다. 악령들이 송곳질에 빙의되어 저주를 퍼부었지만 그 때마다 아리가 붉은 창을 휘둘러 저주를 돌려보내고 악령의 얼굴은 다시 비명을 질렀다.


칸은 7개의 날도끼를 악령의 얼굴에 박고 창을 들었다. 그리고 박힌 무기들을 징검다리 삼아 기둥의 끝까지 올라갔다. 힘찬 도약과 함께 번개처럼 떨어지는 창 그리고 숲을 울리는 끔직한 비명, 송곳질 더미는 깊숙이 박힌 창의 살기에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모래더미처럼 무너졌다.


무너진 중심에는 창에 꿰뚫린 사람 크기만 한 송곳질이 영혼석이 박힌 머리를 흔들며 퍼덕였다.


"잠시 만요!"


아리는 붉은 창을 들어 거대한 송곳질의 머리에 쑤셔 넣으면 주문을 외운다. 주문은 창에 요사스러운 힘을 주고 창은 송곳질의 피를 빨아먹는다. 쭈글거리며 말라 죽는 송곳질의 영혼석에는 수십 명의 얼굴들이 비명을 질러 되는 그림자를 남겼다.


주문이 끝나고 영혼석은 다른 병사들이 회수하고 아리는 만족한 미소를 보냈다. 송곳질은 괴수지만 핵에 해당하는 송곳질은 마수로 분류되며 사악한 마력은 어느 마수에 비해 못하지 않았다. 붉은 창은 더욱 붉어져 희미한 붉은 안개가 뱀처럼 창을 휘감았다.


"다음으로 이동한다."


칸이 앞장을 섰다. 정찰병은 송곳질과의 싸움에 다리 하나와 두 눈을 잃어 뒤로 물러났고 병사들도 성한 자들이 드물었다. 송곳질이 발광하며 소마초 냄새도 무시하고 살갗을 뚫고 들어오면 병사들은 살을 한 뭉턱이식 잘라냈다.


그러나 송곳질은 칸의 몸은 뚫지 못했다. 간혹 머리를 박아 넣었다가도 도리어 살육자의 살기에 터져버리기 일 수 이었다. 칸의 몸은 살기로 뭉쳐진 하나의 병기였다.


3일 동안 16개의 모체가 없는 송곳질들을 제거하고 5개의 모체를 제거 했을 때 칸은 병사들은 25명으로 줄어 있었고 멀쩡한 자들이 없었다. 가혹할 만큼 힘든 일정이었다. 아리조차 송곳질에 파 먹혀 가슴 한쪽을 잃었고 붉은 창을 땅에 박고 헉헉거렸지만 칸은 요지부동이었다.


칸이 가혹한 진군을 명령하는 것은 위험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마치 늪 전체가 적이 되어 조여 오듯이 살기들이 칸 군을 중심으로 포위해 조여 오고 있었다. 칸은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중심을 향해 도착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병사들도 느끼고 있었다.


칸은 제홉크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송곳질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슈리의 말도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송곳질은 파커 독에 쉽게 죽지 않았다.


그날 밤 칸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 밤중에 비가 내렸고 칼리가 눈을 감아버리자 토굴을 만든 작은 언덕까지 스멀거리는 송곳질의 악기가 풍겨왔다.


"토굴 전체에 파커 가루를 뿌려라."


칸은 파커 가루를 아끼지 않고 토굴 안과 밖에 뿌렸다. 파커 가루는 독을 가지고 있어 병사들은 얼굴에 열꽃이 피었지만 칸에게 한마디 불만도 못하고 파커 가루 안에서 몸을 움츠려야 했다.


늪 위까지 거대한 촉수처럼 스멀거리며 비를 타고 올라온 송곳질은 파커 가루로 펼쳐진 경계에 닿을 때마다 비명을 질러 되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올라오는 송곳질의 촉수는 서서히 파커 가루 경계를 허물며 전진했다.


지독할 정도로 느리고 비명에 찬 전진이었지만 경계가 무너지는 것은 비가 그치기 전일 것은 확실했다. 칸은 품속에서 소마초 주머니를 아리에게 넘기고 경계를 넘어갔다. 아리는 말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몸이 너무나 무겁고 노곤해서 손을 뻗지 못했고 당당한 칸의 등을 향해 한 숨만을 쉴 뿐이었다.


병사들은 그 이후를 볼 수는 없었다. 밤새도록 송곳질이 부르는 간을 파먹을 것 같은 비명만이 늪지를 뒤덮었고 토굴 안에서는 강건한 전사들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악령들이 부르는 저주와 비명은 소름을 돋게 만들고 뇌수를 파먹을 듯 했다. 그리고 눈을 멀 것 같은 광채가 토굴 안으로 들어오자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고 더 깊게 들어갔다. 너무나 순수하고 너무나 밝은 광채에 병사들은 고통을 받았다.


칼리가 뜨고도 오랜 시간 비명과 저주는 멈추지 않았다. 악령들은 송곳질의 질긴 생명력을 방패로 삼아 그들의 적을 빨아먹기 위해 악마에게 덤벼들었다.


악마는 무기를 휘두르지도 춤을 추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는 대지에 발을 깊숙이 박고 대지의 굳세 기운을 빨아들이고 하늘의 광대한 기세를 흡수했다. 칸의 주위로 몰아치는 돌풍은 혼돈의 기운이었다. 공기를 진탕시키고 바람을 부르고 흙먼지를 일으키고 나뭇잎을 끌어들여 돌풍은 서로 충돌하며 혼돈을 만들었다.


거대한 촉수로 변한 송곳질들은 돌풍의 피부에 머리를 박고 생명의 기운을 빨아드리려 발버둥 쳤지만 혼돈의 무심함 앞에 갈기갈기 찢어져 돌풍의 크기만 늘리고 혼돈의 무거움만 더했다.


돌풍의 중심은 고요했다. 무한한 정신은 금강석같이 단단한 육체를 불러왔고 육체는 파괴를 불허하는 불멸이 되었다. 돌풍을 해치고 들어온 망신창이의 촉수는 그의 몸에 이빨을 들이대며 산산이 부서졌다.


움직임은 있었다. 서서히 일어나는 하얀 불꽃은 뜨거움을 넘어 일광의 위대한 광혼으로 일어선다. 칸은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검이 된다. 불타는 검 아니 불탄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태양의 검이었다. 태양의 광채는 나락에서 너무나 밝고 순결했다. 지옥을 태우는 염화보다는 도리어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이었지만 나락이 견딜 수 없는 힘이었다.


일광검법, 단 한 번도 세상에 나오지 못한 검경상의 이론적인 무학, 오대무경 상에 기록된 전 무학을 통틀어 가장 인고를 원하는 검법, 만일동안 태양과 하나 됨을 순수한 일념만으로 이루는 대우의 무학, 음양을 넘어 오직 양의 정수만으로 존재하는 불가능의 존재, 일광의 검을 받을 존재는 나락에 없었다.


비명도 저주도 빛 속에 파묻혔다. 칼리 앞에서도 견뎌내던 악착같던 집념이 한 순간의 재가 된다. 촉수를 타고 빛덩이가 칼이 되어 중심까지 깊게 찔러 들어가고 악령들의 기억들이 하얗게 재가 되어 사라진다. 영혼석조차 작은 결정을 남기고 집착을 태워버린다. 모든 것을 살라먹고 본질로 되돌린다.


크아악


거대한 울부짖음은 나락을 이루는 대지의 비명이었다. 죽어버린 거대한 시체, 거인의 몸에 빛은 흙으로 파고들어 멈춰버린 심장을 녹였다. 거인은 눈물을 흘렸다. 돌아 갈 수 없는 곳에서 온 가장 순수한 빛은 죽어버린 거인의 추억을 돌렸다.


거인의 슬픔을 들은 권속들은 없었다. 단지, 머나먼 신역의 수도에서 대지의 어머니, 가이아는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에 가슴 아파할 뿐이었다. 가이아는 보았다. 거인의 비명과 함께 일광의 일렁임이 나락의 질서를 살라 먹는 것을…….


무한한 정신에서 칸이 돌아왔을 때 나락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너덜거렸고 불멸을 자랑하던 악마의 육체도 다 떨어진 걸레처럼 너덜거렸다. 육체는 고통조차 말하지 못하고 떨었다. 마력을 자랑하던 뿔은 조각나고 위엄을 자랑하던 날개는 흔적도 없이 재가 되었다. 제삼의 눈은 터져 버렸고 날카롭던 손톱은 가루가 되었다. 황동 빛의 광택으로 강함을 자랑하던 피부들은 실핏줄이 터져 몸을 붉은 혈인으로 만들었다.


일광을 견딜 수 없었다. 칸조차 요체를 깨달았을 뿐 익히지 못한 인고의 검법은 처음으로 나락을 빛으로 밝혔지만 오랫동안 유지 할 수 없었다. 정신은 일광을 불렀지만 육체는 일광을 인내하지 못하고 전설 속 살육자의 왕, 악마의 몸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칸은 무수한 고통을 호소하는 몸으로 돌아와 핏줄이 터진 눈으로 나락을 보았다. 붉었다. 한 순간 고통 받는 고향으로 돌아 온 듯 세상은 붉었다. 하지만 한순간일 뿐이었다. 지워지고 끊어졌던 주술문신이 한도를 넘어 밝음의 마력을 받아 찢기고 터져 괴상한 문양이 되었지만, 칸의 정신이 오롯이 돌아오자 그의 정신에 맞춰 반응했다.


마음이 가는 곳에 기가 가고 기가 가는 곳에 피가 가고 피가 가는 곳에 정이 가며 완전한 소주천을 이루고 대주천을 만들어 갔다. 복구는 순식간이었다. 몸을 뒤덮는 주술문신의 언어와 문양은 모든 백지를 채우고 다시 그 위로 써진다. 겹쳐지고 겹쳐지고 겹쳐지며 주술문신은 칸의 찢어진 근육이 되고 살이 되고 피가 되고 피부가 됐다. 순수한 마력을 결정이 완벽한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칸의 눈은 다시 나락의 어두운 세상을 보았다.


헤그머가 먹구름을 헤치고 빛을 발하자 병사들은 하나 둘 토굴을 나왔고 언덕 위에 서있는 못 보던 존재를 발견했다.


"아침을 준비하고 간다."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가 누구 인지 알게 되었다.


"명경?"


말은 한 자는 자신이 한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지만 다른 병사들이 저절로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잊었다.


칸이 신전의 도움 없이 상전사가 되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전사의 집이 아닌 곳에서 명전사가 된 존재가 있다는 말은 소문이라도, 전설이라도 들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변신한 칸에게 다른 설명은 불가능했다.


칸은 맑게 고인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만족했다. 더 크고 더 젊고 더 강해 보이지만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이었다.


육체는 그의 것이었다.



.............................................




송곳질의 거대한 포위망은 사라졌다. 병사들도 그것을 느꼈다. 하루아침에 늪과 숲은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 하지만 묘하게 밝아진 나락 때문에 병사들은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빛은 아리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아리의 가슴은 하루 만에 재생되어 있었고 눈은 더 깊게 침착했다. 그리고 우르스 전사들 사이에 루나의 눈은 흐릿함을 벗고 냉철한 빛을 가졌다. 또한 병사들도 더 활기가 넘쳤다. 작은 변화였지만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아무런 위험 없이 7번째 늪에 다다랐다. 거대한 숲과 늪지대에 숫자가 붙여질 정도로 늪은 거대했다. 늪 나무들과 녹색의 부유 풀들이 없다면 수평선이 보일정도며 차라리 거대 호수라 불릴 만했지만 안타깝게 수심이 낮아 늪이 된 곳이었다.


늪에서 칸 군은 의외의 사태를 목격하게 되었다. 늪의 한쪽에서 상체는 뼈고 하체는 물고기인, 수백의 물리치가 거대한 송곳질 기둥과 싸우는 모습이 목격된 것이다. 마수에 속하는 물리치가 수백 마리나 모여 있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송곳질의 기둥은 높이가 100미터에 지름은 30미터가 넘어 보이는 초거대의 송곳질 기둥이었다.


"물리치들의 반격인가 봐요?"


아리의 말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물리치들은 물에 악령을 심어 수백 개의 물 거인을 만들어 송곳질 기둥을 공격했다. 기둥은 수천 악령의 얼굴에서 수천 단어의 저주를 뿜어 물 거인을 물로 되돌렸다. 두 마수들의 저주 파동은 늪을 중심으로 거의 대부분의 생명체를 죽였다. 겸침 나무들은 오연히 저주에 무관심했지만 풀과 물고기 물과 흙까지 저주로 변색되고 죽었다.


싸움은 팽팽한 것 같이 보여도 물리치들에게 안 좋았다. 송곳질 기둥의 얼굴들은 계속 악령들을 불러 모았고 헤그머를 피해 늪 밑으로 악령들 몰려들어 수백의 얼굴을 더해갔다. 이에 비해 물리치들이 부르는 악령들은 더 뛰어나고 강했지만 늘어나지 않고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인해전술에 밀리는 물리치들이었다.


"기회입니다."

"좋아 공격한다."


바라보기만 하던 칸 군이 움직였다. 아리가 창을 들어 주문을 외우고 살아남은 두 명의 성직자가 기도를 올렸다. 성직자들의 기도는 한시적이지만 송곳질을 막을 장벽을 만들었고 아리의 주문은 거대한 붉은 채찍을 불러왔다.


붉은 채찍은 눈에 보이지만 물리적인 마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징벌의 상징이었고 씻을 수없는 고통을 가져오는 정신의 채찍이었다.


"까악"


붉은 채찍이 기둥을 후려칠 때 마다 기둥에 새겨진 얼굴들이 비명을 지르며 산산이 조각났다. 이전이라면 사용할 수 없었던 힘이 하루 만에 성장한 아리를 취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송곳질의 기둥이 아리를 바라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쿠아라!


저주의 파동이 아리에게 집중되어 몰려들었다. 성직자들이 만들어 놓은 대지의 방벽은 순식간에 파괴되었고 암녹색의 파동은 아리를 후려쳐갔다.


"갈!"


거대한 새의 거대한 함성이 칸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암녹색의 파동은 함성의 힘 앞에 조각났다. 함성의 힘은 너무 강력해 파동을 뒤엎고 기둥까지 닿아 얼굴들을 파괴 시켰다.


붉은 채찍은 사라지고 창백한 얼굴의 아리가 감사의 눈빛으로 칸을 봤다. 칸은 슬쩍 루나를 뒤돌아보고 주작 검을 빼들고 늪을 향해 달려 나갔다.


루나는 얼른 손끝에 맺혀진 푸른 마력을 흩었지만 마력이 보호 방패는 아리의 앞에서 서서히 녹아들어 감추기 어려웠다.


"공격하라!"


칸이 달려 나가는 동시에 칸 군은 파커 독을 묻힌 무기를 들고 늪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들의 발밑은 성직자들이 소환한 흙들이 탄탄하게 올라와 받쳐주었다.


늪이 요동치고 흔들렸다. 거대한 송곳질의 기둥은 물리치들과 칸 군에게 포위당해 공격당했다. 발버둥치는 송곳질 기둥의 힘은 대단하여 늪의 바닥까지 뒤엎었다. 그러나 물리치들의 물 거인들이 꽁꽁 묶고 칸 군들이 파커 독으로 조금씩 상처를 입히자 이 거대한 괴수는 비명을 지르며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주작의 하얀 날개는 기둥을 태울 듯 일렁거렸고 칼날이 스쳐지나간 곳에는 꺼멓게 눌어붙은 송곳질들이 툭툭 떨어져 나중에는 비처럼 늪으로 떨어져 나갔다.


기둥의 얼굴이 상당수 소멸되었지만 기둥의 엄청난 크기에 비하여 작은 상처에 불과했다. 더 이상 저주의 힘을 잃었지만 기둥 자체의 힘만으로도 땅을 뒤엎을 힘을 남아있었다.


그 때 칸은 지하 깊숙이에서 울려오는 대지의 소리를 들었다.


"물러나라!"


칸의 명령에 병사들은 즉각 따랐다. 성직자들이 길을 만들어 줬고 병사들을 후퇴했다. 그리고 칸이 멈춰 있는 곳에 도달해 뒤돌아 봤을 때 그들은 결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았다.


거대한 늪이 도끼로 조각난 것처럼 갈라지고 거대한 짐승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것의 크기는 기둥의 반에 불과 했지만 뛰어올라온 그림자는 기둥의 중심 깊숙이 머리를 박아 기둥을 뜯어 먹었다.


"귀갑이다"

"세상에나."

"우와~"


대지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라 불리는 50미터가 넘는 거대한 귀갑이 송곳질을 뜯어먹는다. 기둥은 뱀처럼 귀갑을 칭칭 감아 반항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칼리의 빛조차 뚫지 못하는 귀갑의 외갑을 뚫을 수 있는 것은 신만이 가능했다. 송곳질 수천 억 개의 이빨들은 귀갑의 외피에 이빨을 박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헤그머의 빛 아래서는 결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귀갑이 아무리 먹음직스러운 먹이라고 할지라도 대낮에 나왔다는 것은 기록에도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50미터가 넘는 거대 귀갑의 모습을 본다는 것 자체도 놀라운 일이었다.


무엇인가 어그러졌다. 아리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무엇인가 변했다. 그 변화에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좋은 변화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칸 군은 귀갑이 송곳질 기둥은 모두 뜯어먹을 때까지 구경만 했다. 귀갑은 자신의 두세 배가 넘는 송곳질을 먹어치웠다. 송곳질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지 못하고 귀갑의 거대한 입으로 빨려들어 갔다. 그리고 귀갑의 뒤로는 푸석한 흙들이 쌓였다. 완벽한 소화력을 자랑하는 귀갑의 소화기관은 송곳질을 흙으로 돌려보냈고 늪에 거대한 흙무더기가 쌓일 때 까지 머물다가 늪 속으로 사라졌다.


도끼새들이 모두 전멸해기에 귀환 길은 두 배나 더 걸렸다. 마을에서 도끼새들은 몇 마리 구하지 못했다면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을지 몰랐다.


칸이 돌아오고 병사들과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변했다. 처음에 칸인 줄 모르던 사람들은 변한 칸에게서 명전사의 흔적을 발견하고 놀랬다.


완벽하게 힘을 조절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명전사의 이름은 흔한 이름이 아니었다. 전사의 서열에서 평전사, 상전사 다음이 명전사이지만 바로 명전사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 상전사에서 마전사나 귀전사 또는 신심이 높아 치전사가 되며 수백 번의 전투경험을 얻은 소수의 귀, 마, 치전사들 중에서 한두 명이 완숙의 단계인 명전사가 된다.


명전사는 그 자체만으로 자작이상의 대접을 받는 자였다. 혼자서 천명의 군대와 상대할 수 있다는 힘과 경험을 쌓은 자에게만 신이 허락하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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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마계(魔計) +8 06.09.08 7,600 53 19쪽
» 마계(魔計) +15 06.09.08 7,619 59 21쪽
87 마계(魔計) +12 06.09.08 7,631 46 18쪽
86 마계(魔計) +10 06.09.08 7,692 48 15쪽
85 마계(魔計) +8 06.09.08 8,114 49 16쪽
84 마투(魔鬪) +24 06.09.03 8,838 40 17쪽
83 마투(魔鬪) +9 06.09.03 7,658 46 14쪽
82 마투(魔鬪) +7 06.09.03 7,858 51 16쪽
81 마투(魔鬪) +10 06.09.03 7,725 51 15쪽
80 마투(魔鬪) +8 06.09.03 7,588 49 15쪽
79 마투(魔鬪) +8 06.09.03 7,645 54 15쪽
78 마투(魔鬪) +9 06.09.03 7,851 50 15쪽
77 마투(魔鬪) +8 06.09.03 7,956 50 13쪽
76 마투(魔鬪) +9 06.09.03 8,011 49 16쪽
75 마투(魔鬪) +12 06.09.03 8,274 45 20쪽
74 마병(魔兵) +21 06.09.02 8,818 47 15쪽
73 마병(魔兵) +12 06.09.02 8,002 5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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