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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 님의 서재입니다.

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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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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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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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마녀(魔女)

DUMMY

아란트 내성에 귀족들이 머무는 내빈관은 300개의 방을 갖춘 건물로 하루도 불이 꺼지지 않는 불야성이었다. 아리에나는 내빈관에서 숙식이외에는 제공하지 않았지만 귀족들은 매일 파티를 열어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고 귀족들 간의 연합을 꾀했다.


"오늘도 같이 안 가실 생각인가요?"


로히나는 칸에게 파티에 동행할 것을 부탁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알았어요. 저 혼자 가죠."


로히나는 칸에게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화려한 의상으로 갈아입은 로히나는 시종을 거느리고 파티장으로 갔다.


"로히나는 자신이 가모라고 생각하나 봐."

"네? 로히나님은 칸님의 둘째 부인인데요?"


아리의 비꼬는 말을 루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 맞아 둘째 부인이지. 그런데 파티의 망령이 그녀를 착각하게 만들고 있어."

"파티의 망령이요?"

"그런 게 있어. 악령보다 무서운 요물들이 모여드는 파티에서 제물을 찾는 마수지."


칸은 아리와 루나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품속에 있는 아리엘의 긴 머리카락을 만지며 고요함 속에 있었다.


아리엘은 배부른 강아지처럼 행복한 얼굴로 꿈꾸고 있어 주위에는 악령의 그림자도 없이 맑았다. 이제는 소녀가 아니라 성숙한 여성이 되었지만 아리엘의 얼굴은 아직도 젖살이 빠지지 않은 동안이었다.


어느 날부터 칸은 유혹하는 여성들을 돌아보지 않았고 새로운 여성을 만들지 않았다. 때문에 데니아들이 없는 이때 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여성들은 좀 더 많은 시간을 칸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로히나를 제외하고 여성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파티는 어떤가요?"


루나는 태어난 후부터 전쟁터에서 살았다. 파티를 알 수는 환경이 아니었다.


"다 똑같아 가이아나 우르스나 남성귀족이나 여성귀족이나, 쓸데없는 말을 하며 서로에게 음흉한 미소로 음모를 꾸미거나 음란한 생각을 하며 기회를 노렸다가 눈이 맞으면 어두운 곳에 가지. 피곤한 짓이지 이렇게 따뜻한 임 품에 안겨 있는 것이 훨씬 낫지."


아리는 아리엘을 밀며 칸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막무가내인 아리까지 품어줄 만큼 칸의 품은 넉넉했다. 루나도 살짝 칸의 등에 기댔다. 밤은 깊어도 파티는 끝날 줄 몰랐고 연인들에게도 밤은 짧았다.



은밀한 장소, 두 개의 여체는 서로를 품고 있었다. 서로를 탐닉한 흔적이 역역한 침대 밑에는 피를 흘리며 어린 소년이 쓰러져 있고 주위에는 고문 도구들이 흩어져 있었다.


"으응 카르닌(파흐냐가의 뒤를 잇는 자) 너무 보채지마."


모햐카는 카르닌의 손길이 은밀한 곳으로 들어오자, 밀어냈다.


"왜 피곤해?"

"피곤해."

"이키니 때문에?"

"그래 이키니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모두 너무 탐욕스러워. 왜 둘이 같이 놀지 않지?"


모햐카는 둘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둘 모두 집요했고 성에 대한탐구심도 강했으며, 잔인했다.


"이키니하고 나는 둘 다 주도권을 잡기 원해. 싸우다가 끝나지. 네가 제일 좋아. 너는 음란하지만 부드럽거든."


모햐카도 부드럽지는 않았었다. 그에게 길들어졌을 뿐이었다. 그와 있을 때에는 마음속에 꿈틀되는 욕망을 감춰야 했다.


'그냥 그대로가 좋았을 수도 있었어.'


그와 있을 때에는 자신의 검은 욕망을 채울 수 없었지만, 검은 욕망 때문에 괴로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를 떠난 것을 후회했다.


'남 탓할 것은 못되지.'


모햐카는 그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다. 하린도 아틸렌도 카르닌도 이키니도 그녀의 검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를 했지만, 선택은 자신이 한 것이었다. 그의 품에서 벗어나 검은 욕망을 선택한 것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원망스러워.'


원망스러운 것은 칸이었다. 모햐카는 칸에게서 소유욕을 얻을 수 없었다. 그녀는 질투했다. 그리고 자신을 잡지 않는 칸이 미웠다. 그의 많은 여성 중에 한 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틸렌의 부름을 받았을 때 거부하지 않았다. 모두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키니는 자신이 달랑달랑한 상태라는 것을 알아?"


카르닌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모햐카를 애무했다.


"알고 있을 걸? 아틸렌이 새로운 가족을 만들 때 헌 가족을 자신에게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는 것은 내가 봐도 알 수 있지. 헌 가족들이 좋아하는 이는 이키니가 아니지. 그리고 아틸렌도 정든 가족들의 의견을 그냥 무시하지는 않을 거야."


잠깐, 카르닌은 모햐카가 이렇게 정세파악을 잘하고 정보가 밝았는지 의심이 났다. 그녀가 뛰어난 것은 변태적인 쾌락을 찾아낼 때 만이었다.


"아틸렌이 지난번에 말했다고 하더군. 새로운 가모는 잔인하지 않다고."

"슈리겠군."

"맞아 이키니는 닭 쫓던 개가 되겠지."

"이키니가 밀려나면 너도 무사하지 않을 텐데?"

"내가?"

"그래,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도 슈리에게 넘어 갈 거야. 아틸렌의 헌 가족들 배를 불리기 위해서 네가 가지고 있는 뒷거래들이 필요하지. 이키니라면 너를 이용하려하겠지만, 슈리는 정리해 버리겠지."


모햐카의 말투는 딱딱해 부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카르닌은 흥분해 의심하지 못했다.


"아틸렌은 나에게 그럴 수 없어. 내가 얼마나 그녀를 도왔는데!"

"도왔지. 아무도 모르게 더러운 짓들을."

"아틸렌이 나를 버릴 생각이라는 뜻이야?"

"모르지 내가 그녀는 아니니까 하지만 내가 아틸렌이라면 그렇게 할 거야."

"으음"


카르닌은 열정이 아니라 목이 조이는 느낌에 신음을 흘렸다. 모햐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이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카르닌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모햐카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5000명은 그란달과 비야마를 지키는 대부분의 병사들이었다. 경비대를 제외하고 몇 개의 방어 요새를 지키는 수비병들까지 제외하면 남는 병사들은 100명이 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틸렌은 병사를 보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성전을 떠난 영지에는 영지전을 신청할 수도 침략도 약탈도 불가능했으며, 마적과 나놈의 침략이 있다면 언제나 신전을 통해서 주변 영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세금도 성전 중에는 면제된다. 병사들을 키울 양식도, 받칠 세금도 필요 없기에 영지는 풍족하게 된다.


그리고 칸이 남긴 경비병만으로 충분히 영지를 지킬 수 있었다. 모자라 다면 아틸렌의 사병도 있었다. 주변 마을은 모르지만 비야마 성만큼은 충분히 지킬 수 있었다. 아틸렌은 칸의 파병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긴 정사의 끝에서 아틸렌은 만족했다. 만족을 준 상대는 지쳐 쓰러졌고 그녀는 하나 가득 신선한 씨앗을 받았다. 칸처럼 강하지도 뜨겁지도 않았지만 쾌락은 더 컸다. 욕정은 욕망과 음모 때문에 더 짙었다.


그녀의 은밀한 곳에는 숫처녀처럼 붉은 피가 씨앗과 함께 새나왔지만, 피는 타인의 것이었다. 이곳에 없는 여성의 피가 막혔던 남성의 봉인을 풀고 씨앗을 그녀에게 뿜게 만든 것이다.


"이키니."

"네 가모님."


이키니는 침대 옆에서 불륜의 열정을 지키고 있었다. 충혈된 그녀의 눈은 어두웠다.


"치워라."

"네"


이키니는 문밖에 대기 하던 사병들에게 명령해 아직 어리지만 건장한 청년을 끌고 나갔다. 아틸렌은 침대에서 남성과 같이 잠들지 않는다. 남성은 씨를 뿌리는 존재일 뿐 한 침대를 쓸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성공한 것 같다."

"네 그렇습니다."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지만 확인이 되면, 아이들을 준비시켜라."

"알겠습니다."

"우리는 하린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지."

"그렇습니다. 칸의 씨를 이용한 것은 어리석었습니다. 살육자들이 태어날 줄 하린도 몰랐을 테지만 그 때문에 사병들이 30명이나 죽었습니다."


하린의 아이들을 훔친 아틸렌은 그들을 생명늪에서 키웠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카르닌을 통해서 고용한 사병들이 30명이나 죽었고 가족들도 3명이나 죽었다. 이키니도 눈치가 빠르지 못했다면, 사병들을 제물로, 가족들을 방패로 이용하지 못했다면 죽었을 것이다. 다만 그 대가로 이키니는 가족들의 신망을 잃었다. 살아남은 자는 이키니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왕의 피를 잇는 자, 공주들이 필요하다."


공주라 불리는 괴물이 필요했다. 최후의 보험이었다. 그가 그녀와 등을 지게 된다면, 그를 죽일 자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틸렌은 기절했던 일을 떠올리며 더욱 공주들에게 집착했다.


"공주들은 살인예왕(殺人藝王)의 피를 이을 것입니다. 비야마 남작처럼요."

"그래 그래야지."


공주가 될 아이들 중에는 이키니의 아이들도 있었지만 이키니는 즐겁게 말했다. 모정도 야욕을 위해 사용되는 곳이 나락이었다.


전사의 집이란 밋밋한 이름을 가진 건물은 5만 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을 포함한다. 전사들, 주로 상전사들을 위해 세워진 본관은 경기장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8층이 넘는 건물이었다. 경기장과 본관은 붙어 있었고 본관의 5층은 귀빈들을 위한 관람석이었다. 5층에서는 경기장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방들이 있었고 그 중 한 곳에 칸이 있었다.


"말할 수 없다는 말인가?"


전쟁터로 떠나기 위해 한 달의 시간이 남았다. 따라서 그 시간 동안 세계의 틈과 적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죄송합니다."


제홉크는 단호했다. 칸의 명령이라도 말할 수 없었다. 전쟁을 겪은 전사들은 맹세 때문에 말할 수 없었다. 술자리라면 자랑스럽게 몇 마디 할 수 있지만 세계의 틈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금지되어 있었다.


"말할 수 없다면 룽카 제홉크 그리고 칼과 싼들은 병사들을 맞게 훈련시켜라. 그리고 필요한 것을 말해라."


칸은 더 이상 다그치지 않았다. 전쟁터가 어떻고, 적이 어떤지 모르는 것은 패배하는 지름길이지만 칸은 느긋해지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잠시 시간을 주시면 필요한 것들을 보고 올리겠습니다."


제홉크는 자신을 믿어주는 칸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칸에게 충정을 받치고 있었다. 파흐냐의 죽음이후 제홉크는 실질적으로 칸 군을 이끌었다.


"알크마 머리를 부셔버려!"

"이겨라 룽카!"


칸이 앉아 있는 관람석 가까운 곳에서 룽카가 상대방과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전사의 집 측에서 칸을 위해 그의 전사들의 결투는 관람석 가까이에 배치해 놓았다. 칼 칸과 칼 디오는 남성들이 80%를 넘는 전사의 집에서는 영웅들이었다.


"룽카 일어나!"

"대갈통을 날려버려!"


도박이 걸린 결투에 응원은 원색적이었다. 욕설이 난무하고 흥분한 사람들은 자리에서일어나 손짓발짓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룽카는 강한 상전사였지만 상대방도 만만치 않았다. 오늘만 3번째의 결투를 벌였기에 많이 지쳐있었다. 알크마라 불리는 탄탄한 근육을 지닌 상전사는 씩 웃으며 거대한 망치를 들고 쓰러진 룽카를 바라봤다.


"제기랄!"


룽카의 입에서 절로 욕이 나왔다. 알크마는 룽카를 놀리고 있었다. 그의 몸을 둘러싼 근육의 량도 크기도 룽카를 능가했다. 알크마의 미소가 짙어지고 망치는 점점 더 높이 올라갔다. 룽카는 죽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쿰(탄성과 반마력이 강한 물질)으로 만들어진 망치가 떨어졌고 룽카는 하늘이 새까맣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으악"


온 몸이 부서지는 고통이 죽음을 넘어선 상전사 룽카를 비명 지르게 만들었다. 결투는 죽음을 부르지 않지만 혈투였다. 살이 터지고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부러진다. 상전사를 강하게 만드는 과정은 혈투로 이루어지고, 관객들은 즐겁게 돈을 내고 도박을 즐겼다.


"가장 먼저 고리를 가진 상급 성직자, 사제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룽카가 실려 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칸을 향해 제홉크가 보고했다. 제홉크는 며칠 동안 몇 번의 승리와 패배를 통해 더 강해졌고 젊어졌다. 윤기 나는 근육과 빛나는 눈을 되찾아 다시 청년으로 보였다. 가이아가 부여한 힘에 따라 결투를 마친 자는 그녀를 대신해 신관들에 의해 축복을 받았고 축복은 상전사를 강하게 만든다.


제홉크의 말을 듣고 칸은 침묵했다. 그 앞에 놓인 탁자에는 수북이 쌓인 금화들이 빛을 냈고 곧 루나가 룽카의 패배로 얻은 돈을 더 올렸다. 상전사들을 결투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가모나 귀족의 보증과 많은 참가비가 필요했다. 그리고 칸이 가진 돈으로도 상전사들 모두를 결투에 참가 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칸은 눈은 전사들의 역량을 꿰뚫어 볼 수 있어, 도박으로 참가비를 충당하고 있었다.


"현재 몇 명이 있는가?"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 경비대로 차출 되었거나 아틸렌의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가모들이 군에 남기 싫어하는 경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작님이 남성이기 때문에 가모들은 아틸렌을 택했습니다."


칸 군의 안정과 지원 때문에 소가모들 중에 상급 성직자가 되거나 고리를 가진 성직자, 사제가 된 자들이 27명이나 배출되었다. 하지만 칸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사제들은 칸 밑에 있기 꺼려해 경비대나 아틸렌 밑으로 갔다.


"충당 가능한 인원은?"

"비야마에 연락한다고 해도 12명 이상은 힘듭니다. 아틸렌 밑으로 들어간 자들은 빼내기 어렵습니다."

"몇 명이 더 필요한가?"

"최소 인원 37명이 필요합니다. 만약 고리 12개의 사제가 있다면 13명만으로 가능하지만 12개의 고리를 가지고 있는 사제를 구하려면 차라리 치사를 지원 받는 것이 낫습니다."


제홉크는 조이나 치사를 염두에 두었다.


"모집하고 방법을 찾아라."


하지만 칸은 아이를 키우는 조이나를 데려갈 마음이 없었다.


"그 외는?"

"병사들의 훈련과 장비는 최상이라 더 이상의 보충은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다만, 마법사들이 비야마에 남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아쉽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병사들은 최고지만 사제도 마법사도 치사도 없다면 전쟁에 승리하기 힘듭니다."


제홉크의 말은 진실은 아니었다. 지금의 병사들만으로도 강한 전력이었다. 그러나 틈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전쟁을 겪어 보았기에, 칸을 설득하고 싶었다. 지금 칸 군은 최고이며 제홉크가 참가했던 어떤 군대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더 강해지고 더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포기할 수 없었다. 칸이 조금만 자존심을 굽히고 아틸렌에게 부탁하거나 치사를 끌어들인다면,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살아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대는 그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라 나머지는 내가 결정한다."


광오한 말, 칸은 운명에 기대지 않는다.


"………"


너무나 오만한 말이기에 제홉크는 더 이상 부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발심을 느끼지는 않았다. 오만하지만 한 번도 칸은 제홉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말에 무게가 있었고 언제나 믿음이 배신당한 적은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제홉크와 상전사들을 내보내고 칸은 다시 결투를 바라봤다. 때때로 루나와 아리엘이 번갈아 가며 전사들에게 돈을 걸고 맞추면 돈을 가져왔다.


침묵은 무거웠다. 아니 아리에게만 무거운 것일 수 있었다. 전과 같은 침묵이지만 아리에게 대답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것이 칸이 원하는 바가 아닐지라도 아리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어려워요. 할 수는 있지만 가이아의 성력이 사라졌기에 12명의 사제를 데리고 '여신의 숨결'을 만들려면 실패할 확률도 많고, 힘이 떨어져 다치기 쉬워요."


난데없는 아리의 말에 칸은 천천히 돌아보았다.


"여신의 숨결?"

"땅에 가이아의 축복을 거는 기도로 사제들이 36방위와 중심에서 성력으로 대지에 축복을 걸어 신역을 만드는 방법이에요. 사제들은 모르지만 13명으로도 만들 수 있어요 대신 크기가 작아질 뿐이죠."

"필요한가?"

"글쎄요. 꼭 필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들은 말로는 지키기 위해서는 좋다고 해요. 그리고 여신의 숨결만이 아니에요. 전사들을 변신 시키려면 사제들은 많을수록 좋아요. 제홉크로서는 욕심이 나겠지요. 사실 5000명 정도의 군에게 36명의 사제를 바라는 것은 무리지만 우리는 충분한 역량이 되니까요. 저희도 돕고 싶지만……"


아리는 뒤에 있는 루나를 돌아봤다.


"저와 루나는 현재 성력이 아니라 마법사와 같이 룬으로 성력을 대신하고 있어요. 마기와 같이 '홀로 걷는 자여요'. '따르는 자'인 성직자 보다는 마법사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아요."


아리는 칸을 이해시키고 싶었다. 자신이 포기한 힘과 새로 얻게 된 힘의 차이를 말하고 싶었다.


"사제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사제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어요."


칸은 마법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배치시켜야 하는지 몰랐다. 지금까지 능력자들의 힘만으로 충분히 적들을 이길 수 있었기 때문에 마법사든 사제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 전쟁터와 적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지휘관에게 초조감을 주게 된다. 칸은 정보를 모을 수 없었다. 경험한 자들은 맹세에 의해 말할 수 없었고, 아리는 너무 많은 것을 알기에 언령에 묶여 있었다.


칸은 초조한가? 미래가 두려워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걱정해야 하는가? 아니면 포기하고 닥치기를 기다려야 하는가?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에 기대는 것은 사람의 당연한 도리였다. 하지만 칸의 뜻은 아니었다. 칸은 중심에 선자, 그의 운명은 그가 결정했다.


"능력에 대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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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마녀(魔女) +8 06.09.08 7,630 46 18쪽
93 마녀(魔女) +9 06.09.08 7,700 51 13쪽
92 마계(魔計) +11 06.09.08 7,619 53 22쪽
91 마계(魔計) +9 06.09.08 7,461 46 21쪽
90 마계(魔計) +8 06.09.08 7,439 49 19쪽
89 마계(魔計) +8 06.09.08 7,600 53 19쪽
88 마계(魔計) +15 06.09.08 7,619 59 21쪽
87 마계(魔計) +12 06.09.08 7,631 46 18쪽
86 마계(魔計) +10 06.09.08 7,692 48 15쪽
85 마계(魔計) +8 06.09.08 8,114 4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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