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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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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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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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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마녀(魔女)

DUMMY

기동대가 들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제홉크는 반대했다. 하지만 칸은 남아라. 명령했다. 누구도 막지도 말리지도 못했다. 그저 밝은돌을 따라 가는 칸을 배웅할 뿐이었다. 그리고 밝은돌은 칸을 이끌고 멀리 가지 않았다. 그는 다섯 겹침 나무들이 만든 공간에 칸을 이끌었고, 단단한 흙에 지팡이를 꼽고 숲과 이야기했다.


“감사합니다.”


숲은 밝은돌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녹색이 짙어 어두운 숲에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리고 가지들과 잎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리고 한적한 시골길처럼 작지만 분명한 길이 열렸다. 큰손족의 지팡이들만이 열 수 있는 숲정령의 길이 칸 앞에 펼쳐졌다.


길은 신기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는 평범한 숲길이었다. 때때로 보지 못했던 빛을 내는 짐승들이 가로지르거나 숨어있거나 빤히 쳐다보았지만 칸은 아리엘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리엘이 좋아할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다 왔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는 넓은 초지가 밝은 헤그머 아래, 녹색의 융단을 만들고 있었다. 단지 평범한 초지와 다르게 둥근 잎들이 바람에 출렁거려 늪임을 알 수 있었다. 늪은 춘다카 숲의 보통 늪보다 작았지만 더 밝고 맑았다 멀리 보이는 흰 산맥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그려진 풍경화였다.


“낮잠 산맥입니다. 처절한 황야와 가이아를 가르는 산맥입니다. 저 곳을 넘는 방법은 여울 도시가 있던 여울목과 이빨 계곡을 통해 가는 죽은 하늘길만 있다고 알려진 험산입니다. 물론 그것은 우리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입니다. 우리들에게 숲에서 못 가는 길은 없습니다.”


밝은돌은 많이 달았지만 아직도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큰손 족이라는 자부심이 가득차 보였다.


칸과 밝은돌은 그것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았다. 그것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이곳은 그것의 땅, 그의 영역이었다. 영역이 침범 당한 주인은 침입자를 찾아 올 것이다.


지루한 시간을 침묵으로 보내고 있을 때 변화가 찾아왔다. 밝은돌은 살기가 늪을 지배하고 자신의 심장을 찔러 맥박까지 흩었지만, 태연했다. 슬쩍 칸을 한번 보는 것만으로 모든 살기의 장막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그것에 대해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것은 허공에서 나타났다. 처음 밝은돌 밖에 없는 줄 알고 그에게 살기를 보내던 그것은 밝은돌의 시선을 쫓아 칸을 발견했다. 그리고 본능적인 애증과 맞서며 칸에게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었다.


환한 헤그머 아래 그것은 칸의 과거 모습과 비슷했지만 작고 어설펐다. 뼈날개는 더 컸지만 날카로움이 없었고, 뿔은 한쪽이 구부러져 있어 당당하지 못했고, 미간의 눈은 충혈 되어 붉었지만 깊이가 없었고, 피부는 단단해 보이나 거칠었다. 그리고 몸집은 칸의 반이 안 될 정도의 크기였다.


“알 수 없군.”


칸은 숨겨진 자신의 육체가 반응함을 느꼈다. 피부를 찢고 나오기 위해 광란하는 그것은 살육자의 배고픔이었다.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 짐작대로라면, 그를 쫓아 그의 안식처로 가면 알게 될 것입니다.”


지혜로운 자의 말은 항상 칸을 움직이게 한다. 그는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칸이 한발자국 앞으로 움직였을 때, 그것은 움찔했다. 비로소 칸의 존재감을 느꼈고 밀려오는 공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날개는 형체가 없는 듯 가벼웠고 하늘을 가릴 듯 거대했다. 진안(진실의 눈)이 떠졌다. 투명한 눈동자가 헤그머 아래 더 눈부신 빛을 뿜어 세상을 밝혔다. 관처럼 뿔이 일어섰다. 산호로 만들어진 관처럼 뿔은 순수했고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을 가졌다. 황금갑옷, 피부를 찢고 올라온 황금갑옷이 몸을 감싸고 손과 발은 수천 년을 단련한 철처럼 검게 물들었다.


“까악.”


높고 날카로운 그것의 비명은 놀란 소녀와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도망치는 못했다. 공간을 접고 날아온 검은 날개가 그것을 한 번 스쳤을 때, 그것의 목은 용을 잡는 손아래 있었다.



밝은돌은 칸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 그는 황홀한 듯 칸의 변태 모습을 바라봤지만, 그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사라졌고 그것의 앞에서 나타났었다. 둘의 시간차이는 없었다.


"황금까마귀의 전사."


밝은돌은 눈살을 찌푸리고 하늘에 뜬 헤그머를 봤다.


'그리고 벌레 먹은 태양(헤그머)의주인.'


신조차 잊어버린 신화, 어두운 나락을 밝히기 위해 몸을 불사른 신왕의 아들에 대한 전설, 나이를 알 수 없는 밝은돌은 조용히 자연의 어머니에게 기도 했다.


'가이아에게로 돌아온 것인가?'


그의 기억은 큰손족의 기억, 광대한 기억 속에서 가이아가 그를 부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의 흔적이 태상왕이었을 정도였다.


"간다."


한 손에 악마를 움켜쥐고 칸은 걸었다. 품속에서 벌벌 떠는 꼬마 악마에게 물을 필요도 없었다. 진안 앞에서는 숨겨진 것이 없었다. 칸은 늪 위를 미끄러지듯 걸어갔고 밝은돌은지팡이를 집으며 따랐다. 늪은 누구도 빨아들이지 못했다.



가이아는 길고 검은 날개를 끌고 창문에 기대여 하늘을 보았다. 그녀는 부른 적이 없었다. 한시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그를 닮은 존재를 만들기도 했지만, 나락을 나간 그를 찾지 않았다.


'밝았지.'


그를 내보내도록 신왕에게 청한 것은 그녀였다. 신왕은 그를 불살랐고 그는 웃으며 하늘에 구멍을 내어 나락을 떠났다. 너무나 밝았기에 나락에 어울리지 않는 자, 보고 싶지만 돌아오지 않기를 빌었다.


'나는 그를 알 수 없어, 하나이며 모두인 자,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닌 자.'


알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지만 그는 그녀와 함께 했다. 나락을 떠났지만 나락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돌아왔다. 그래서 그녀는 외롭지 않았고 누구보다 강했다. 그는 누구였지? 가이아는 갑자기 혼란에 빠졌다.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의 지배자와, 그녀의 연인과, 그녀의 아들이 하나가 되어 버렸다.


'또 한 번 춤을 추겠지 황홀한 춤을'


가이아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고 돌아섰다. 그녀의 입가에 달린 미소는 아름다웠지만 눈가에 맺혀진 눈물은 맑았다. 시치사들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머니의 슬픔을 같이하기에는 그들은 약했다.



생명늪 구석에는 알맹이가 빠진 껍질들이 놓여 있었다. 17개의 껍질들은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벗겨진 가죽처럼 늪에서 흔들거렸다. 칸은 껍질의 주인들을 알아봤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축할 수 있었다.


'하린가의 아이들, 그리고 살육자들.'


그와 잠자리를 같이한 어린소녀들, 하린가에서 온 생명력이 넘치던 소녀들이 뱀껍질처럼 벗겨져있었다. 살육자들이 그의 앞에서 변태할 때처럼 소녀들의 머리는 갈라져 있었고 무엇이 기어 나오려 했던 흔적이 역역했다.


"역시 나놈비술을 사용했군요. 평화의 서를 훔친 나놈들의 잘못된 해석을, 또 다시 잘못된 방법으로 해석한 나놈비술입니다. 어느 신전에서도 허용하지 않는 방법이며, 율법으로 금지된 방법입니다."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 이 여성들은 나의 아이를 가진 적이 없었다."

"아이를 가진 적은 없지만 칸님의 정은 받았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하자면 평화의 서부터 말씀 드려야 합니다. 오래전 신왕께서 아란트에 머물 때, 모든 권속들과 종족들은 추했고 더러웠으며 괴물과 같았습니다. 신왕은 율법을 만들어 신들의 형상으로 알을 만들게 하고 나락의 어둠에 저항할 몸을 만들게 하셨습니다. 그 때부터 나락의 권속들과 종족들은 조화로운 몸을 가지게 됐습니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나락의 모든 권속들은 신들의 진체를 이은자들 즉 신족입니다. 하지만 신족으로 합당한 자들은 드뭅니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자신의 죄업으로 스스로 자멸해버리기 일수 입니다."


큰손 족, 상처받은 자들은 달랐지만 밝은돌은 일족의 비밀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자연의 어머니께서 왜 나락을 택했는지 모를 뿐이었다.


"신왕의 율법을 해석하고 따르던 자들이 마기였으며 그들은 고대부터 율법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했고 많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성과의 결과물로 '평화의 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평화의 서는 불안전 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남신들은 살육자를 만들게 되었고 나놈들은 성(性)을 지배해 권속을 이었습니다. 마기들이 입버릇처럼 '사람이 할 바를 다하고 하늘에 뜻에 따른다.'는 말은 무책임한 자신들을 위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마기들의 율법에 대한 맹신과 어리석음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나락에 남겼는가? 영혼융합로처럼 끔찍한 결과물은 한 신역을 아무도 살지 못하는 폐허로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해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돌아보지 않았다.


"나놈비술이라 불리지만 사실은 평화의 서를 잘못 해석한 한 마기의 창작입니다. 여성에게 영혼이 없는 씨를 임신하게하고 본래의 육체는 씨의 양분이 되고 씨는 반쪽자리 알이 되어 자라게 됩니다. 영혼이 없기에 나중에 영혼석은 본래의 육체를 떠나 알에게 머물고 알은 육체를 먹어 성체가 되어 변태하게 됩니다. 과정은 문제가 없습니다. 누구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고 신전의 변태방법의 응용에 불과합니다."


잔인한 설명이지만 밝은돌은 잔인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알이 되는 씨를 남성에게 받았다 해도 씨는 남성의 것이 아닙니다. 여신의 연인의 것, 근원의 유전자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사라집니다. 결과는 여신의 온전한 유전자와 여신의 연인의 근원의 유전자가 합쳐진…… 괴물이 탄생하게 됩니다."


밝은돌은 칸의 품에서 발버둥 치다. 지쳐버린 존재를 보았다. 존재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칸의 몸을 긁었지만 황금 피부에는 작은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자는……당연히 여성체군요."


밝은돌은 부끄럽지도 않은 듯 벌거벗은 존재의 성별을 확인했다.


"그녀는 칸님의 아이가 아닙니다. 그저 본체의 새로운 몸, 복제품, 쌍둥이 자매일 뿐입니다. 다만 거기에 칸님의 부계 쪽의 유전자를 썩은 것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이 방법이 확률이 낮고 변태한 몸은 알을 가질 수 없는 몸이 된다는 것입니다. 강하지만 알을 낳을 수 없는 괴물과 같은 존재입니다."


밝은돌은 칸의 침묵이 부담스러웠다.


"칸님의 부계 쪽 유전자를 받은 것은 확실합니다. 이들은 마치 살육자처럼 행동했습니다. 놀랍게도 17명 모두 성공했지만, 집정자가 없는 살육자들처럼 서로를 잡아먹었고, 최후의 승리자가 그녀일 것입니다. 그녀는 여신의 살육자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불완전하군요."


칸은 혼란된 생각들을 정리해야 했다. 누구인가? 나의 여성인가? 딸인가? 아니면 단순한 괴물인가? 차라리 이곳에서 생명을 끊어 흔적조차 없애는 것이 나을 정도로 칸을 혼란시켰다. 하지만 칸은 번뇌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번뇌에게 지기에는 그의 정신은 너무나 강했다.


"권속들은 모두 여신의 아이들입니다. 단지 모체를 빌어 알이 태어나는 것이지 유전자는 여신의 것입니다. 권속들의 약해빠진 몸을 이어서는 알은 괴물이 될 뿐입니다. 하지만 부모의 형질을 받습니다. 이곳은 죽은 자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알 수 없는 말, 밝은달은 나락의 진실을 말했다. 하지만 칸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의 칼이 어떠한 번뇌나 망설임 없이 사람을 베는 이유와 같았다. 칸은 품속의 아이를 안고 돌아섰고, 밝은돌은 뒤를 따랐다.



아란트 지역의 길이란 언제나 돌아서 가는 길이다. 정찰대가 새로 만들 길 역시 직진이라고 말하지만 한참을 돌게 되어 있다. 사람이 갈 수 없는 지역이 너무나 많았고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 대부분이었다.


"그란달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보고입니다. 현재 그란달 성의 외성은 반란군에게 함락되고 그란달 남작은 내성에서 농성중이라 합니다. 그란달 남작이 성스러운 동맹에 따라 구원을 요청했습니다. 편지의 쓰인 대로라면 12일전에 소식입니다."


비편자와 상급 질주자가 교대로 이송해 온 그란달 성의 소식은 12일 만에 울파람에 있는 칸에게 도착 했다.


"12일 전이라면 함락될 수도 있겠지만, 그란달 성의 구조상 충분히 견딜 수도 있습니다. 외성과 내성의 차이가 다른 성보다 큽니다. 그리나 기동대가 지름길을 선택한다고 해도 도착하려면 30일이 걸릴 것입니다. 우리가 도착할 때면 반란군들이 맞이할 확률이 높습니다."


제홉크의 말처럼, 울파람 마을이 아필라 영지와 직선상으로는 가장 가까운 마을에 해당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야마 성(요새에서 성으로 명칭이 바뀌었다.)을 거쳐 크게 우회해야 하기 때문에 두 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가장 먼 마을이 중에 하나가 된다.


"약속은 지킨다."


"저는 이 출정을 반대합니다. 필리 그란달은 너무 나약합니다. 신성력은 높지만 가문을 이끄는 힘이 없습니다. 그란달의 반란은 예견된 것입니다. 맹약자로서 그녀는 좋지 않습니다. 차라리 다른 사람이 가모가 되는 것이 낫습니다. 그리고 요즘 우리들과의 사이도 전과 같지 않습니다."


슈리 역시 칸의 의견을 반대했다. 비야마 성에서 온 질주자를 발견했을 때, 슈리는 무슨 일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약속했다."


그러나 칸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지……'


슈리도 아틸렌도 칸을 막을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가 그란달에서 가장 멀리 있을 때, 일이 벌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칸은 울파람 촌장을 불렀고, 그와 함께 밝은돌을 만나기 위해 큰손 족 거주지로 갔다. 살아있는 나무들을 이용한 큰손 족 거주지는 숲인지 마을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앞을 막는 나뭇등걸과 잎을 헤치고 나가자 밝은돌을 만날 수 있었다.


"무슨 일로 찾아 오셨습니까? 우리 돼지 공주님을 찾아오셨나요?"


밝은돌의 돼지 공주는 배부르게 고마떡을 먹고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칸이 왔음을 모르기에 여유 있게 잠들어 있었다.


"많이 온순해 졌군."


돼지 공주라고 불리는 나놈비술로 만들어진 존재는 밝은돌이 돌보고 있었다. 칸이 없다면 사납게 변하지만 밝은돌은 칸이 제압했을 때, 그녀의 힘을 봉인해 버렸다. 표징들(날개, 뿔 등)은 억지로 사라져 있었고 말괄량이 같은 소녀만 남았다.


"차차 이름을 받고 자연의 품에서 길러지면 건강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놈들의 힘을 빌린다면 온전한 여성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쪽 분야는 그들이 전문이니까요."

"부탁한다."


칸은 남에게 부탁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 부탁한다면 언제나 몇 배로 갚았다. 밝은돌은 그의 성격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하러 왔다."


전혀 부탁하려는 말투는 아니었다.


"말씀하시지요."


그러나 밝은돌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부탁자체가 어려움 사람은 그만큼 신중한 사람이었다.


"아필라 성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열 수 있는가? 500명의 기동대가 가야 한다."

"제가 최선을 다한다 해도 10일의 거리밖에 열 수 없습니다."

"고맙다."



그란달 성은 남작가의 역사만큼 오래된 성이다. 카쿠타 강을 뒤로 하고 만들어진 성은 최초 만들어진 전략적인 목적의 성이, 갑작스러운 확장으로 내성이 되고 마을을 중심으로 외성을 만든 구조다. 따라서 내성은 내성이면서 하나의 요새로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댜푸는 도대체 언제 온다는 말이냐!"

필리 그란달은 초조하게 말했다.


"칼 댜푸님은 모건너 늪에서 알 수 없는 자들을 만나 싸우고 있다는 말을 전한 후에 아직까지 소식이 없습니다."


"젠장 도대체 왜 모든 군대를 이끌고 모거너 늪까지 간 것이야!"


내성 경비대장은 할 말이 많았다. 댜푸가 비록 가문의 상급자들에 의해 모건너 늪으로 출정을 했지만 적극적으로 찬성한 것은 그란달이었다. 모건너 늪의 부랑자들을 가장 미워한 것은 그녀였다. 부랑자들이 그녀를 비방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곧 돌아올 것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내성은 한 달을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 곧 구원군이 도착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성 경비대장은 그란달을 달랬을 뿐이다. 그도 지금의 위험함을 잘 알고 있었다. 외성에서 공격중인 반란군이나 돌아오지 않은 댜푸나 모두 그에게 은밀히 동조할 것을 말한 자들이었다.


'이렇게 살다 가는 것도 좋겠지.'


그가 반란에 합류하지 않은 이유는 별 것이 아니었다. 그란달, 필리에 대한 동정심이 전부였다. 삶에 의욕이 없는 그에게 작은 동정심이 질 것이 뻔 한 전투를 맞도록 한 것이다.


"비야마의 군대는?"

"한 달 안에는 도착할 것입니다."


그조차 믿지 않았지만, 그란달을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아틸렌과 그란달의 사이는 지난번 그란달이 비야마를 방문하고 소원해졌다. 그리고 아틸렌을 잘 아는 그는 결코 그녀가 그란달을 도우려 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비야마에서 군대가 온다면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란달을 점령하기 위해서 올 것이다.


"나쁜 년들 뭐가 부족해서 반란이야. 해달라는 데로 다해줬잖아!"


그란달은 반란을 일으킨 가족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필리의 그란달 가모 취임을 거부한 상급 성직자들은 전대 그란달의 죽음 후에도 자신을 반대하지 않았다. 그녀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었다. 부랑자들이 몰려와 자신을 비방하던 때를 맞춰 조금씩 상급 성직자들이 그녀를 따돌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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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魔女) +8 06.09.08 7,630 46 18쪽
93 마녀(魔女) +9 06.09.08 7,700 51 13쪽
92 마계(魔計) +11 06.09.08 7,618 53 22쪽
91 마계(魔計) +9 06.09.08 7,461 46 21쪽
90 마계(魔計) +8 06.09.08 7,439 49 19쪽
89 마계(魔計) +8 06.09.08 7,600 53 19쪽
88 마계(魔計) +15 06.09.08 7,618 59 21쪽
87 마계(魔計) +12 06.09.08 7,631 46 18쪽
86 마계(魔計) +10 06.09.08 7,692 48 15쪽
85 마계(魔計) +8 06.09.08 8,114 4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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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마병(魔兵) +12 06.09.02 8,002 5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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