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공 님의 서재입니다.

마하나라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274,650
추천수 :
7,799
글자수 :
900,840

작성
06.09.08 22:21
조회
7,599
추천
53
글자
19쪽

마계(魔計)

DUMMY

칸이 칼리가 뜰 때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은 저택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리엘을 제외하고 칸이 맨몸으로 나간다고 믿지는 않았다. 생명수를 이용한다면 1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칸은 또 없나?"

"밤이슬을 맞는 남성들이 다 똑같지요. 어느 년이 꾀는지 몰라도 한두 년은 아닌 것 같아요."


로히나는 아틸렌에게 심드렁하게 말했다.


칼리가 뜰 때 밖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하지만,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에게는 밤보다 좋은 시간이 없었다. 따라서 남성들이 밤이슬을 맞으며 연인을 찾아가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저택에도 많은 여성들이 있는데 다른 여성들을 찾다니 너무 하는 군."

"요즘은 루나라는 계집애일걸요. 칸에게 추파를 던지는 모습이 테헤라 애들보다도 요염하더군요."

"루나?"

"우르스 전사들이 데리고 다니는 창녀 같은 년이죠. 어느 권속인지 모르지만 상당히 예쁘던데 칸이 아끼더군요."


로히나의 눈은 병영에도 있었고 그것을 아틸렌에게 감추지 않았다. 아틸렌도 눈은 있었고 로히나가 감춰 아틸렌의 의심을 살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 염치없는 테헤라 계집도 같이 없어진 것을 보니 오늘도 두 년과 같이 즐길 생각인가 보죠. 칸의 정력은 가모도 잘 아시지 않나요?"


아틸렌은 긍정하는 고갯짓을 하고 침대에 앉았다. 칸과의 사랑에서 만족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침실에서 마주친 두 여성들의 사이가 나빠 보이지는 않은 이유가 잠자리를 가지고 싸울 만큼 칸이 약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가 명전사로 변태했으니 더 많은 여성들을 찾는 것은 당연하겠지."


아틸렌은 애써 태연한 척했다. 로히나는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맞장구를 쳐줬다.


"아깝지만 태상왕의 진체는 전투변신을 하기 전에는 볼 수 없겠지요. 철갑 같던 피부도 바위 같던 근육들도 다시 느끼기 힘들게 되었어요. 두렵지만 설레게 하던 위험이 없어졌어요."

"적들에게 주던 위압감도 사라졌지."


두 여성은 칸이 명전사로 변태하면서 사라진 태상왕의 흔적에 아쉬워했다. 남성들에게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주지만 여성들에게는 끝없이 빠져들게 하는 위험한 매력을 풍기던 모습이었다.


로히나에게 염치없는 계집이라는 말을 듣는 아리엘은 칼리 달빛 아래 황홀한 표정으로 칸의 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리부리한 눈과 짙은 눈썹, 각지고 굵은 얼굴선, 검은 머리카락, 황동보다는 황금색에 가까운 피부, 큰 키와 탄탄하고 잘 짜인 근육, 청년처럼 젊고 패기 넘치는 얼굴, 현자의 눈처럼 깊은 눈, 뿔도 없고, 날개도 없고, 날카로운 손톱도 이빨도 없고, 각질의 번들거리던 피부도 없었다. 태상왕의 흔적이라고는 제삼의 눈을 이뤘던 미간부터 영혼석까지 진하게 새겨진 문양뿐이었다.


아리엘은 달빛 나비들이 몰려와 칸과 같이 춤추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연인은 아름다웠고 당당하고 멋있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에 아리엘의 얼굴은 홍시처럼 붉어졌다. 그녀는 보았다. 칸의 몸에서 뿜어지는 밝은 태양을 보았고 달빛 나비들이 그 빛에 홀려 다가오다 칼춤에 흩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아리엘만이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누가 칼리 아래에서 칸을 본다고 해도 아리엘이 보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아리엘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이었다.


천붕결을 검법으로 움직이면서, 칸은 흡족했다. 과거의 모습과 다른 점들이 많았지만 형태는 익숙한 모습이었고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자신의 육체라는 것이었다. 마음과 육체가 하나 됨을 느꼈다.


자신의 몸 주위로 칼리의 달빛이 부딪치고 흩어질 때 마다, 내부의 진기가 일렁거렸다. 나락에 와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순후한 내력이었다. 손과 발이 진기를 따랐고 진기는 마음을 따랐다.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칸은 여의의 춤을 췄다.


'대붕은 나래를 펴고 천공을 나른다.'


아리엘은 거대한 금빛 까마귀가 날아올랐다고 보았다. 5미터에 달하는 검은 날개가 칸의 등 뒤에서 펼쳐지며 칸은 하늘 위로 올랐다. 태상왕의 형상은 사라지 것이 아니라 숨겨진 것이었고 뼈날개는 진화해 검고 거대한 날개가 되었다.


칸은 천붕결에 따라 펼쳐진 날개로 하늘 위에서 멈출 수 있었다. 마력을 머금은 검은 날개는 밤처럼 어두웠다. 버릴 것인가? 쓸모가 있다면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진정한 천붕의 날개처럼 칸의 날개는 달빛아래에서 당당함을 뽐냈다.



.....................................



리피타의 설계로 비야마 요새는 조금씩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상점가를 중심으로 길을 닦고 건물을 세웠다. 우물을 더 깊게 파 맑은 물을 얻었고, 오물과 폐수를 흘리는 도랑을 만들었다. 냇물을 끌어들여 목욕탕을 건설하고, 물레방아를 개량해 방앗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상점들이 들어 올 것을 생각해 상점가도 구획을 정하고 영혼로를 세울 중심으로 각 상점을 예상해 건물들을 지었다. 건물들은 나무와 흙이 주재료이었지만 리피타의 아이디어로 흙벽돌을 만들어 벽을 만들자 더 빠르고 튼튼한 건물이 되었다.


인부들은 모두 병사들로 이루어졌다. 경비를 서는 부대와 정찰대를 제외하고 모든 병사들은 리피타와 건축 종사자들이 명령을 받았다. 무엇보다 칸이 일선에서 부대장들을 데리고 직접 일을 하기 때문에 병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미친 늙은 년아!"


벽돌을 나르는 인부들을 인솔하던 칸은 처음으로 늙은 사람을 보았다. 쪼글쪼글한 피부, 퀭한 눈동자, 듬성듬성 빠진 머리카락, 이빨이 빠져 합죽이가 된 입이 백 살은 넘은 노파로 보였다.


노파는 마을회관 앞에 넘어져 있었다. 주위에는 사람의 분뇨가 분명한 질퍽한 오물들이 냄새를 풍겼고 노파는 자신이 바가지로 떠온 오물을 뒤집어썼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아무도 돕지 않았다. 노파를 몰아낸 자가 병사였고 지시한 자가 집사였기 때문이었다.


칸은 노파를 일으켜 세웠다. 사람들은 칸을 알아봤다. 노파도 병사도 집사도 칸을 알아봤다. 그리고 칸은 달려오는 병사들을 막고 노파를 부축했다. 노파의 몸에는 오물이 묻어 냄새가 났지만 어른을 공경하는 삶을 살았던 칸은 노파를 안고 자리를 떠났다.


"고맙습니다. 남작님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칸은 노파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냇가까지 데려갔다. 노파는 황송해서 얼른 내려와 냇물에 몸을 씻었고 칸도 몸에 묻은 오물을 씻었다. 칸은 노파가 왜 쫓겨났는지 묻지 않았다. 각기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어른을 공경하는 예의가 칸에게 있었을 뿐이다.


"더 머물러야겠어……."


뒤돌아 가는 칸의 등을 보며 노파는 마음을 바꿨다. 이곳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칸을 보고 마음을 바꾼 것이다.



.....................................



영지순찰은 칸이 정한 일이었다. 정찰대가 지도를 만들면 칸은 새로운 길을 따라 영지를 순찰했다. 지도를 확인하고 영지를 확인하는 칸의 발걸음은 영지 전역에 발자국을 남겼고 영지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렸다.


길을 가는 도중에 만나는 괴수와 마수를 처치해 안전한 통행로를 만들었고 사냥터를 둘러보며 사냥꾼들의 안전을 보장했다. 마을들은 아무리 멀다 해도 석 달에 한 번은 머물러 마을의 사정을 듣고 해결을 도왔다. 칸의 노력 때문에 사냥꾼들은 늘었고 비야마 요새보다 마을들이 더 빨리 안정되고 커지는 역할을 했다.


마을의 이름도 없이 12번째 마을이라 불리는 곳은 고마를 재배하지 못하고 콩두를 재배하며 도끼새를 방목해 키우면서 사냥꾼들에게 잠자리와 식량을 파는 곳이었다. 고마의 재배는 비야마 요새를 제외하고는 다른 곳에서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곳의 상주인구는 모두 몇 명이고 유동 인구는 얼마인가?"


칸은 마을을 들릴 때마다 마을의 인구수를 확인했다.


"네 현재 상주인구는 주민이 78명, 병사들이 58명 노예들이 128명이 있습니다. 유동 인구는 사냥꾼들이 지난 석 달 동안 742명이 있었고 상인들이 13명 방문했었습니다."


촌장은 매번 정확한 수치를 원하는 칸에게 적응되어, 처음 보고 때의 어물거리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때를 생각하면 촌장은 아직도 이마에 땀이 흘렀다. 마치 어두운 심해 같은 칸의 눈에 벌거벗겨진 자신의 모든 것이 밝혀지는 것 같아 두려움에 떨었었다. 그 때의 경험 때문에 일부러 인구를 조사하는 사람을 배칠 시킬 정도였다.


"수확은?"

"콩두가 732가마로 지난 분기보다 적지만 사냥꾼들이 많이 와 사냥터 이용료로 51금 45은을 받았습니다. 지난 가격책정으로 4은이던 이용료가 3은으로 떨어졌지만 사냥꾼들이 만이와 10금이 상의 돈을 더 벌었습니다. 그 외에 상점이용료나 상인들의 거래 세액으로 47금 34은 21동을 벌었습니다."

"마을 내에 필요한 콩두 량과 금은 얼마인가?"

"3개월에 최소 한 명당 한 가마의 콩두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264가마는 있어야 하며 금은 영혼로를 유지할 영혼석을 살 돈과 비축분, 요새 보수비, 생활용품 구입비, 경비대 유지비로 32금34은이 필요합니다."


칸은 만족했다. 일 년에 4번 수확하는 비야마의 농법 때문에 콩두와 같이 적은 열매를 맺는 식물로도 충분한 식량이 되었다. 그리고 촌장의 보고가 세밀하고 속임이 없어 더 만족했다.


"콩두는 한 명당 한 가마 반을 지급하고 100가마는 비축분으로 저장한다. 나머지는 비야마 요새로 보내라 경비대 유지비는 1은씩 더 올려주고 요새 보수비는 10금을 더 사용해 튼튼하게 증축하라 그리고 나머지는 콩두와 함께 요새로 보내라."

"네 알겠습니다. 남작님."


칸은 보고를 마치고 마을을 둘러보았다. 촌장의 말이 맞는지 창고도 둘러보고 사람도 세어보게 했으며 장부도 맞춰봤다. 장부는 글을 모르기 때문에 간단한 기호로 써져 있어 칸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작물과 돈은 병영으로 갈 것이다. 칸이 아틸렌에게 요구한 것이었다. 아틸렌도 비야마 요새외의 마을에서 나오는 돈과 작물을 욕심내지 않았다. 요새 내에서 생산되는 고마와 교역에 비하여 너무나 적은 양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양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아틸렌은 몰랐다.


칸이 영지순찰을 돌 때 데려오는 자들은 대부분 우르스 전사들이었다. 우르스 전사들은 2교대로 50명씩 칸을 따르고 50명은 병영에서 훈련을 했다. 칸은 우르스 전사들의 동물적인 감각을 높이 샀다. 매얼굴은 저격자만큼 날카로운 눈을 가졌고, 올빼미 얼굴은 어둠 속에서 적을 발견했고, 개얼굴은 뛰어난 후각을 가졌으며, 박쥐날개는 청향자처럼 초음파를 쐈다. 그리고 본능이 매우 발달되어 괴수를 쉽게 발견해 냈다.


우르스 전사들도 칸과 함께 나오는 것을 좋아했다. 병영에서는 가이아 전사들의 등살에 기를 펴지 못했지만 마을에서는 마음대로 움직였고 남성들로만 이루어진 우르스 전사들은 페어리들과 어울려 객고를 풀 수도 있었다. 마을에는 적지만 페어리들이 있었고 페어리들은 아무리 많은 상대라도 돈만 주면 받아 주었다.


칸은 전사들을 막지 않았다. 욕정은 본능이고 그것을 막으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페어리들을 함부로 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을 때에는 제제를 가했다. 페어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것이 전사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되었다.


그날 밤 마을 영빈관의 침대에는 루나가 칸을 받았다. 보통은 아리가 따랐지만 아리는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요새에 남아있었다. 루나가 칸의 침실에 드는 것은 루나가 원해서였고 칸은 보다 쉽게 루나를 받아들였다.


루나는 남성의 즐거움을 잘 아는 여성이었다. 처음이었지만 경험 많은 아틸렌보다 쉽게 칸에게 적응했고 칸을 즐겁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남신의 권속으로 남성에게 복종해야한다고 배운 여성이었다.



다음날 칸은 큰손족을 다시 보았다. 온몸을 피칠한 큰손족 전사가 사냥꾼들에게 포로로 잡혀왔다.


"저자는 무슨 죄를 지었는가?"

"죄라고요? 아 저들은 살아있는 것이 죄입니다. 보는 족족 잡아들여 노예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적인가?"

"아이고 적은 무슨 적입니까. 자비로운 가이아께서는 그냥 내버려 두시지만 저런 미개한 권속들을 영지 내에서 활보하게 내버려둘 수가 없습니다."


촌장의 말을 새겨듣던 칸은 사냥꾼들에게 다가갔다.


"얼마지?"

"네? 이 놈 말씀이십니까?"


사냥꾼들은 칸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를 따르는 전사들과 허리 굽히는 촌장은 알아봤다. 따라서 소문과는 다르게 태상왕의 모습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칸 남작인 것을 알아봤다.


"보통 3은 정도 합니다. 그냥 사냥터 이용료만 나오는 녀석입니다."

"3은을 지불하라."


칸이 큰손족을 사자 사냥꾼들은 돈을 받고 말없이 물러났다. 큰손족을 팔기위해 비야마까지 갈 필요가 없어 기뻐했다.


"치료하고 풀어줘라."


촌장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의외의 일이었지만 하도 칸에게 질려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명령을 따랐다.


"모든 사냥터에 알려라 큰손족 사냥은 금지한다. 대신 이용료를 2은 40동으로 낮춘다."

"네 알겠습니다."


적은 적을수록 좋다. 큰손족과 싸워 얻을 것이 없다면 그들이 이 땅에서 함께 사는 것을 허용해야 했다. 이웃을 적으로 만들만큼 칸은 어리석지 않았다.



126


칸이 몇 개의 마을을 더 돌고 비야마로 귀환했을 때, 에드워드를 위시한 우르스 전사들은 우리와 같은 감옥에 갇혀있었다.


"이 번 강간 사건은 용서할 수없는 일입니다. 감히 남성 따위가, 남신의 권속 따위가, 가이아 여성을 욕보인 것은 도저히 있을 수없는 일입니다. 극단의 대처가 필요합니다."


병영 내에서 어린 남성들은 봉인골 때문에 성욕이 거의 없지만 나이든 남성들은 봉인골이 있더라도 성욕을 느끼고 심지어 쾌락을 위해 봉인골을 수술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기 없는 남성들은 페어리들을 통해서만 성욕을 해소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르스 전사들은 비야마 요새에서는 페어리를 만나는 길이 막혀있었다. 똑같은 봉급을 받지만 가이아 전사들이 암묵적으로 막고 있어 페어리들을 살 수 없었다. 이는 테헤라 전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테헤라 전사들에게는 어느 정도 느슨한 편이지만 우르스 전사들에게는 철저하게 막아 놨다.


따라서 혈기 왕성한 100여명의 우르스 전사들은 성욕에 불타고 있었다. 이들은 봉인골조차 없기 때문에 성욕을 자제할 힘도 적었다.


"누가 범인인가?"

"말할 것도 없이 우르스 전사들입니다. 그들은 매일 여성들을 음탕한 눈으로 노리고 있었습니다. 여성들은 고귀함으로 그들의 눈길을 무시했지만 밤마다 조심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려 경솔한 여성이 홀로 통로를 지나다 우르스 놈들에게 당한 것입니다."

"증거는?"


칸의 말에 켈리는 입을 다물었다. 슈리가 옆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다른 부대장들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모두 우르스 전사들이 벌인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


"없습니다. 하지만……."


켈리는 칸이 들어 올린 손에 입을 다물었다.


"에드워드 부대원들을 풀어주고 그들을 필로 요새에 새로 주둔지를 만들도록 한다. 피해 여성은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정찰대에 연락해 레힐리나를 중심으로 범인을 잡도록 한다."


칸은 분쟁과 지레짐작으로 자신의 병사들을 타락시킬 생각이 없었다. 함께 할 수 없다면 나누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비야마를 제외하고 가장 큰 마을인 필로라면 충분히 에드워드 부대를 수용하고 페어리들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범인을 기필코 잡을 것이다.



저택으로 돌아온 칸은 지쳐있었다. 에드워드 부대를 풀어주는 도중에 소가모들의 저항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불만이 많았다. 주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소가모들은 칸에 대해 몰라 막무가내로 막았다.


칸의 위엄은 병사들 사이에서 줄어있었다. 칸이 명전사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태상왕의 위압적인 모습이 없자 조금씩 경계가 허물어 졌다. 전쟁에 참여했던 병사들은 아직까지 긴장했지만 망각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훌륭한 능력이었다.


칸은 에드워드 부대가 필로로 떠날 때까지 참아줬다. 그리고 소가모들을 징벌하지 않았다. 최강의 군대를 만들기로 약속했기에 칸은 지킬 뿐이었다. 칸은 자신들의 병사들에게 최고를 원하고 있었다.


칸이 데니아가 주인으로 있는 방을 찾는 경우는 피곤했을 때였다. 데니아도 부인이기에 저택에서 넓은 방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녀의 가족들이 함께 머물렀다. 테헤라 여성들은 칸에게 무엇을 요구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샤리에게 점점 여성의 상징이 나타나고 있어."


데니아는 샤리를 보호할 명분을 찾아야 했다. 그녀와 다른 여성들은 칸의 부인과 첩이기에 아틸렌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샤리는 달랐다. 그래서 데니아는 더욱 초조했다.


"하지만 샤리는 너무 어려 그리고 아직 여성으로의 자각도 없어."


아리엘의 말처럼 샤리는 여성이 된 후에도 여성이라기보다는 소녀였다. 아직은 남성을 받아들이기에는 어렸다.


"더구나 한번 부활을 해 지난 기억도 많이 잃어버렸어, 알잖아 샤리가 엄마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


아리엘은 안타깝게 말했다. 샤리는 전대 데니아, 그들의 엄마를 잊었다. 때문에 엄마를 잃었다는 고통도 잊었지만 아름다운 추억들도 사라졌다. 아리엘은 매일 샤리와 함께 저택을 관리면서 엄마의 추억을 들려주었다.


"언제까지나 아이로 지낼 수는 없어. 샤리가 비록 부활을 했지만 성장기간인 3년은 넘었어. 따라서 그녀도 어른으로 대접해야 할 때가 왔어."


데니아는 벌써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그녀들의 언니지만 또한 가모였다. 아리엘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말 못할 사정도 있었다. 아틸렌는 그녀를 협박했다.


'이지미 상단에서 그녀를 원하더군, 확인해보니 붉은 문신이 있더군. 샤리에게 말이야.'


아틸렌은 말을 끝내지 못했지만 명백한 협박이라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데니아는 아틸렌의 말을 더욱 거역하지 못했다.


칸이 잠든 사이에 데니아와 아리엘은 상의를 했다. 아리는 칸의 품안에서 배부른 고양이처럼 느긋하게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다른 한쪽의 레키를 밀어내고 칸의 품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레키는 아리의 음모도 모른 체 열정에 지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다음날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고 있다는 것을 알아도 아리의 완전범죄를 알 수는 없을 것이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29 05:04)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하나라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2 가해자와 피해자 +18 06.10.10 7,755 57 17쪽
101 마녀(魔女) +55 06.09.08 9,974 52 17쪽
100 마녀(魔女) +7 06.09.08 7,443 47 17쪽
99 마녀(魔女) +9 06.09.08 7,374 43 18쪽
98 마녀(魔女) +7 06.09.08 7,338 52 15쪽
97 마녀(魔女) +8 06.09.08 7,462 49 15쪽
96 마녀(魔女) +8 06.09.08 7,441 47 16쪽
95 마녀(魔女) +11 06.09.08 7,604 49 18쪽
94 마녀(魔女) +8 06.09.08 7,629 46 18쪽
93 마녀(魔女) +9 06.09.08 7,700 51 13쪽
92 마계(魔計) +11 06.09.08 7,618 53 22쪽
91 마계(魔計) +9 06.09.08 7,460 46 21쪽
90 마계(魔計) +8 06.09.08 7,439 49 19쪽
» 마계(魔計) +8 06.09.08 7,600 53 19쪽
88 마계(魔計) +15 06.09.08 7,618 59 21쪽
87 마계(魔計) +12 06.09.08 7,631 46 18쪽
86 마계(魔計) +10 06.09.08 7,692 48 15쪽
85 마계(魔計) +8 06.09.08 8,114 49 16쪽
84 마투(魔鬪) +24 06.09.03 8,838 40 17쪽
83 마투(魔鬪) +9 06.09.03 7,658 46 14쪽
82 마투(魔鬪) +7 06.09.03 7,858 51 16쪽
81 마투(魔鬪) +10 06.09.03 7,725 51 15쪽
80 마투(魔鬪) +8 06.09.03 7,588 49 15쪽
79 마투(魔鬪) +8 06.09.03 7,645 54 15쪽
78 마투(魔鬪) +9 06.09.03 7,851 50 15쪽
77 마투(魔鬪) +8 06.09.03 7,956 50 13쪽
76 마투(魔鬪) +9 06.09.03 8,011 49 16쪽
75 마투(魔鬪) +12 06.09.03 8,274 45 20쪽
74 마병(魔兵) +21 06.09.02 8,818 47 15쪽
73 마병(魔兵) +12 06.09.02 8,002 57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