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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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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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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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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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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투(魔鬪)

DUMMY

칸은 요새로 돌아가지 못했다. 가모들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칸과 그의 군대는 관문 요새에 새로운 병영을 만들고 훈련과 경비를 섰다. 그리고 가족들도 만나지 못했다. 매일 찾아오는 룽카가 소식을 전해 줄 뿐이었다. 가족들은 잘 지냈다. 비록 가모들의 인질 같은 처지였지만 아틸렌이 잘 돌봐주고 있었다. 요새를 나갈 수 없다 뿐이지 대접은 좋았다. 아리가 몸을 추스르고 샤리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칸은 안심했다.


칸은 가모들에게서 영지전 통고를 받았다. 내용은 영지전이 선포되고 3개월 후에 전투가 시작된다는 것이고(그동안 병사들은 접경지를 넘을 수 없다.) 전투는 6개월을 넘어서는 안 되었다. 6개월 후에는 누가 이기든 지든 전투는 끝나야했다.


"좋은 제도군"


전에 로히나를 통해 들었지만 좋은 제도다. 과거 추악한 전쟁을 겪었던 칸은 적에 대응을 반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몇 배로 효과적인 전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레힐리나, 보낸 자들은?"


"그란달로 떠난 자들은 도착해 정보를 전해왔습니다. 아필라로 떠난 자들은 아직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칸은 통고를 받기 전에 첩자(諜者)들을 각 영지로 보냈다. 병사들은 접경지를 넘을 수 없지만, 편법은 무수히 존재했다. 선전포고가 있기 전에 떠났다는 둥, 병사가 아니라 단순한 전사라는 둥 이유는 붙이면 되었다.


"정찰대는 아필라와 그란달의 지도를 3개월 안으로 완성한다. 그리고 부커 부대는 관문의 경비를 철저히 첩자를 잡아낸다. 의심스러운 자들은 절대 들여보내지 않도록 한다."


"리피타, 돌팔메병의 개발은 어떻게 되고 있나?"


"모햐카 부대와 계속 훈련하면 보강하고 있습니다."


돌팔메병은 가이아 전사의 힘과 화살을 대신한 병과였다. 리피타가 긴 천을 이용한 돌팔매 기구를 고안해 냈고 칸은 원거리 무기가 없는 이곳에서 신속하게 도입했다. 효과는 대단한 편이었다. 비록 유효거리가 50미터를 넘지 않지만(다른 권속들은 반도 안 된다.) 50미터에서 맞아도 머리가 부서질 정도로 파괴력이 강했다. 다만 정확도가 떨어져 훈련과 보강이 필 수였다.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전략을 짜는 시간으로 3개월은 짧았지만 칸은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는 명령을 마치고 회의를 끝냈다. 각 부대장들과 참모들은 흩어졌다.


리피타는 작전실에서 나오면서 스쳐지나가는 상단의 흙먼지에 기침을 했다. 모르페아 권속들은 체력적으로 약했다. 술사들과 마법사들이 많아 인정을 받지만 리피타는 술사도 아니었고 마법사는 더군다나 아니었다. 심지어 그는 칼도 아니었다.


상단들은 소우가 끄는 마차에 전쟁 물품을 싣고 들어왔다가, 고마 푸대를 가득 싣고 떠났다. 영혼로가 부서지고 모든 무기는 외부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물자는 항상 부족했다. 다행이 고마밭이 정상으로 재배되고 수확되어 시장은 다시 섰고, 전쟁의 낌새를 느낀 상단은 발 빠르게 움직여 이익을 챙겼다. 비야마에서는 고마의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만 제외하면, 상업은 성공적이었다. 아귀의 난 때 방앗간까지 부서져 고마를 가루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은 더 낮았다.


'방앗간을 만들어 봐야 갰어.'


리피타의 머릿속에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반짝였다. 리피나는 전생의 지식들을 기억하는 소수의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비록 과거의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지식만은 살아있었다.


"리피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았다. 가슴을 내보이지만 탄탄함을 잃지 않은 구릿빛의 여전사가 있었다. 리피타는 성욕을 느끼기보다 두려움을 느꼈다.


"가모께서 부르신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리피타는 여전사를 따라갔다. 가족이 모두 경비대로 들어오면서 리피타의 위치는 묘해졌다. 경비대의 참모가 되므로 대외적으로는 그의 가모보다 더 높은 위치가 된 것이다. 하지만 가족 내에서 그는 가모의 대자(代子)였다. 노예로 팔려온 그를 양자로 삼아 준 것은 가모였다. 그는 가모를 두려워했지만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부리는 회관으로 부대를 이끌고 들어갔다. 무기는 모두 병영에 놔두고 와 없었다. 칸의 명령에 따라 회관에서 가모들이 전해주는 무기를 받기 위해 일꾼으로 간 것이다. 칸은 부대의 성격에 맞게 무기를 정비하기를 원했다. 기본적으로 창을 주로 사용하는 병사들이지만 방패와 칼도 필요했다. 도끼와 망치도 필요했다. 피부가 갑옷보다 강한 가이아 전사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중병기가 필요했다.


"레키?"


부리는 레키를 알아봤다. 레키는 부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부리는 오래전에 레키를 알고 있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찾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대장을 맞고 있어 다시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레키는 수줍은 듯 인사를 보냈다. 밝아진 얼굴, 풍부한 표정, 레키는 행복해 보였다. 부리와 레키는 다가서지 못했다. 보는 눈도 많았고 병사들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주친 눈빛에서 신뢰를 읽을 수 있었다. 어쨌든 레키는 부리가 키운 아이였다. 떨어졌지만 기른 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칼들이 아이들을 기르려 하는 이유기도 했다.


............................



칸은 로히나와 모햐카의 잠자리를 거부했다. 책임 질 수 없는 사이라면 칸은 여성을 품지 않았다. 과거 창녀와의 잠자리를 통해 배웠다. 그녀들을 책임 질 수 없다면, 성행위는 죄책감만을 가져올 뿐이었다.


로히나와 모햐카의 반응은 반대였다. 로히나는 특유의 야릇한 미소를 지었지만 손이 떨렸고 모햐카는 얼굴을 굳혔다. 여신 치하에서 남성에게 거부당하는 것은 여성에게는 심각한 모독이었다.


칸은 완고하게 둘을 거부했다. 하지만 둘은 방을 나올 수는 없었다. 그녀들이 칸의 방을 찾는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녀들이 칸에게 거부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녀들은 수치심을 참을 수 없을 것이고 칸은 가모들에게 거부당할 것이다.


"대장님, 그대가 여신의 율법에 무지하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그대가 500명의 전사들을 이끌게 되었다면 율법을 알고 지켜야 합니다."


로히나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대가 계속 율법을 무시한다면 경비대는 산산조각 날 것입니다. 가모들이 있는 한 전사들은 대장님보다 가모의 명령을 우선하게 됩니다. 비야마 남작처럼 모두 남성만의 경비대를 만들든가 아니면 소가족 별로 병력을 운용하든 해야 합니다.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로히나의 말은 사실이었다. 경비대에 속해 있는 가모들은 불만이 많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조와 부대로 나눠진 가족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었다. 떨어진 가족들은 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


대표적으로는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성행위가 있다. 가족의 성행위는 가모가 결정했다. 알을 낳든 단순히 즐기든 가모의 결정에서 이루어졌다. 가모는 가족 내의 성행위를 조절하므로 가족을 다스렸다. 하지만 경비대로 합쳐지자 성행위는 가모들의 손에서 벗어났다.


강한 칼을 두고 정사를 요구하는 여성들이 늘었고 율법에 따라 가모는 이를 막지 못했다. 가모의 뜻보다 우선하는 율법 앞에 가모의 권위는 떨어졌다. 가모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계속 경비대에게 가족별로 조를 다시 짜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칸은 그것도 거부하고 있었다. 소가족 단위로 조를 짜기에는 소가족의 인원이 서로 달랐고, 명령도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다. 무엇 보다 소가족 내의 협동은 좋을지 모르지만 조와 조 사이의 협력은 장애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군대로서 가장 안 좋은 선택이었다.


칸은 로히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율법에 무지하고 나락에 대해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또한 무분별한 성행위 때문에 부대 내에서 말썽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치 붉은 늑대들이 집단을 이룰 때처럼 전사들은 짐승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불안하지만 부대를 이대로 운용해야 했다. 가족에게서 떨어져 전사들은 군대가 되어갔고, 자유를 만끽하며 사기도 높았다. 전투가 멀었다면 좀 더 다양한 방법을 쓸 수 있지만 지금은 붉은 늑대들처럼 군대를 운용해야 했다.



..................................................................


아필라의 군대는 영지전이 시작되는 일개월 전에 군대를 출진 시켰다. 가모의 지위를 이용해 50명의 전사들과 1000명의 사병, 1000명이 넘는 용병들을 이끌었다. 노예병은 없었다. 아필라는 많은 전투를 치렀기 때문에 노예병은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식량을 축내는 걸림돌 밖에 안됐다.


2050명이 넘는 군대가 영지전이 시작되는 날 접경지를 넘어 비야마 영지로 진입했다. 흙먼지가 일었고 놀란 괴수들은 숨을 죽였다. 소가족 단위로 이루어진 전사들은 대오를 맞춰 이동했다.


아필라는 선두에 서서 군대를 뒤돌아보고 만족한 미소를 보냈다. 전투거족(戰鬪巨足)과 그 위에 설치된 마화포가 헤그머 아래서 음산하게 빛을 반사했다. 비야마 남작의 전투갑충에 대항에 그녀가 찾은 신무기였다. 비야마 남작의 전투갑충은 비밀로 붙인다고 해도 항상 남작에게 시선을 때지 않은 아필라를 속이지는 못했다.


첩자(諜者)들의 보고에 의하면 비야마에 있는 병력은 700명이 고작이었다. 몇 명의 첩자들이 잡히면서 정확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700명의 병력인 것은 확인되었고 아필라는 자신 만만했다.


비야마 남작이 실권하고 군대로 도망쳤을 때, 아필라는 기뻐했고 그가 돌아왔을 때, 철저하게 부서진 그의 영지와 그의 자식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복수, 영지전을 핑계로 아필라는 복수를 하고 싶었다. 비야마를 아끼고 키운 것은 그녀였다. 비야마는 그녀를 배신하고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의 영지 옆에 영지를 개척하므로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애증이 비야마를 아끼던 아필라의 감정이었다. 아끼고 사랑했지만 철저히 배신당한 여성의 독한 복수가 시작되는 것이다.


칸은 아필라 군대가 접경지를 벗어나는 모습을 언덕 위에서 바라봤다. 정면으로 붙는다면 이길 수 없는 병력이었다. 병력의 수도, 질도 차이가 났다. 오랜 시간 준비해온 아필라와 맞붙기에는 칸의 군대는 아직도 훈련이 부족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기만과 기습이었다. 칸은 등 뒤에 숨어있는 300의 군사들을 돌아봤다. 아직은 모자라지만 3개월 동안 철저하게 훈련을 시켰다.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가족이 아닌 대집단으로 싸우는 법을 가르쳤다. 성과를 보일 때였다.


아필라 전사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던 칸은 멀리 정찰병이 보내온 신호를 받았다.


"이동한다."


뒤를 치기 위해 다시 한 번 숨어 있었다. 200의 경비대와 200의 가문의 전사들만으로 요새는 방어될 것이다. 관문은 철저하게 증보되었고, 200의 경비대가 남았지만 아필라의 병력을 막는다고는 자신 할 수 없었다. 거족과 마화포(魔火砲) 그리고 소우 마차에 실려 가는 공성 병기들은 조잡하게 만들어 진 것이 아니었다.


가문과는 작전 때문에 불화를 남겼다. 200명의 경비대를 남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부대장들은 모두 데려왔지만 각 부대에서 두조씩 남았다.) 지난번처럼 독자적으로 군대를 운용하기에는 가문의 감시가 심했다. 하지만 300명으로 충분했다. 정찰대가 준비한 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적은 관문까지도 가지 못할 것이다.



아필라가 적이 움직였다는 것을 안 것은 3일 후였다. 미친 듯이 달려온 질주자가 쓰러지며 소식을 전했다. 영지로 가는 길에 있는 초소의 전령이었다. 300명의 전사들이 초소를 급습하고 질주자는 도망쳐 왔다는 것이다. 그 초소 전에도 다른 초소가 있었지만 전멸당하여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제길 뒤를 당했다."


빈집을 털리게 생겼다. 영지에 있는 대부분의 전사들을 이끌고 나온 아필라였다. 지키고 있는 전사들이 있어 튼튼한 요새를 방패로 버틸 수는 있지만 그것도 한시적이었다. 300명의 군대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병력을 두고 왔다. 자신의 뒤를 칠 영주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발생한 실수였다.


"칼 머크 그대는 기동대와 질주자들 대리고 먼저 영지로 돌아간다. 부대는 뒤돌아 전력으로 복귀한다."


아필라는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조금만 늦게 소식이 전해졌다면 영지를 버리는 한이 있어도 비야마 요새를 쳤을 것이다. 먼저 비야마를 정리하고 자신의 영지를 되찾아도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애매한 시간이었다. 비야마 요새에 도착해 공격을 하는 것 보다 영지로 돌아가 적을 막는 것이 더 나았다. 도리어 300명의 적들을 죽일 수 있다면 전쟁은 빨리 끝날 것이다.


"쫓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3일의 시간은 칸이 고심한 시간이었다. 그는 유일하게 예지자로 남아있는 자를 만나 그의 예언을 들었고 3일을 선택했다. 비합리적인 것 같지만 과거, 쥬신의 장군들은 역법(易法)을 무시하지 않았고 칸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지만 도움을 얻었다. 그리고 흰 눈동자로 수십 개의 눈알들이 번들거리는 예지자의 예언은 맞아들어 갔다.


"이제 일직선으로 적의 영지로 간다."


칸의 군대가 도끼새도 없이 기동성을 발휘하는 것은 두 가지 때문이었다. 정찰대가 만들은 철저한 지도와 배낭이라는 보급품을 짊어진 가방 때문이었다. 그들은 밀림을 일직선으로 횡단하면서도 안전하고 굶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다.



....................................




기만과 기습은 좋은 전술이다. 하지만 남발하기에는 좋지 않았다. 전술이 발각된다면 전멸당하기 좋은 양날의 검 같은 전술이었다. 하지만 아군의 힘이 약하고, 적군이 나를 무시한다면 이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칸은 군대를 이끌고 아필라 요새에 다다랐다.


아필라 요새는 비야마 요새보다 오래된 요새였다. 따라서 요새는 나무들과 흙으로만 만들어 지지는 않았다. 돌로 지반을 쌓고 목책으로 장벽을 만들고 흙으로 보강한 외벽은 튼튼해 보였으며 문 양쪽에 버티고 있는 수비탑 안에는 마화포가 있었다. 외벽 안에 보이는 내성의 내벽은 더욱 튼튼하고 높게 돌로 쌓여 있었고 4개의 수비탑에는 마화포가 육중한 무게를 자랑했다. 중심에 있는 아성의 탑에도 마화포가 달려 있어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피해가 예상됐다.


"부커 부대는?"


"거의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칸의 부대는 저녁에 도착했다. 칼리가 나타나기 전에 외벽의 문 앞에서 깊게 파인 도랑을 바라보며 진지를 만들었다. 기습은 소용이 없었다. 군대가 도착하기 전에 외벽의 문은 굳게 잠겼고 아필라 경비대는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었다. 아필라 군대에는 비편자도, 영매자도 있었다. 멀리 떨어졌지만 벌써 소식은 전해졌다.


"좋아 충분히 쉬고 내일 아침 공격한다."


칸의 군대와 적들의 거리는 3일거리였다. 기동대와 질주자들은 빨랐지만 지름길을 달린 칸의 군대를 따라 잡지는 못했다. 자신의 영지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영주들이 하는 실수를 아필라도 했다.


아침이 밝아오자 칸 군대는 길고 깊은 진지를 박차고 외벽 너머에서 나타났다. 가이아의 전사들과 참모, 성직자들이 진지 대신 굴을 뚫은 것이다. 밤에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 밤새도록 굴을 판 부커 부대와 참모들, 성직자들은 지쳐서 쓰러졌지만 부리 부대와 모햐카 부대는 방심한 아필라 경비대의 뒤를 쳤다.


전투는 짧았다. 60명의 전사들이 외벽을 수비했지만 뒤에서 공격해오는 전사들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였다. 맨 먼저 두 개의 수비탑으로 특공대로 조직된 저격자(狙擊者), 감시자(監視者), 추적자(追跡者)들이 은밀하게 움직여 점령을 하자, 신호를 받은 전사들은 돌격해 방심한 아필라 경비대를 학살했다. 한 번 마화포의 위력을 접해본 칸이 결정한 전술이었다.


전투가 끝나고 칸 군대는 뒤돌아 외벽 안에 있는 시설과 집들을 약탈했다. 비명이 들리고 사람들이 죽어갔다. 재물은 뺏기고 목숨은 사라졌다. 포로를 잡을 수 없는 칸 군대의 사정상 반항하는 자는 칼과 창에 죽음을 당했다. 여성도, 남성도, 아이도 있었다. 전사가 아닌 노예도, 종사자도, 주민도, 상인도 있었다. 반항하는 자들은 용서가 없이 죽었다.


아필라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내성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내성의 문은 벌써 닫혀졌다. 처음에 외벽의 사태를 보고 빨리 대피한 사람들만이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재산을 챙기고, 아이를 찾던 주민들은 내성의 성문을 손에 피가 나도록 두들기며 하소연 했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군대의 비어있던 300명의 배낭은 다시 채워졌다. 배낭이 크다고 하지만 10일 넘는 행군 중에 전사들은 음식을 모두 먹었다. 비어진 배낭이 다시 차고, 가지고 갈 수 없는 것들은 불태워졌다. 아필라 영지의 사람들은 망연히 주저앉아 사라지는 전 재산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칸은 자신의 명령으로 불타는 마을을 뒤로 하고 내성의 성문 앞에 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내성의 성벽은 높았고 굴을 뚫을 수도 없었다. 남아 있는 병력은 50명도 안되지만 재빨리 도망쳐 문이 닫히기 전에 들어간 종사자들과 노예들과 주민들 그리고 내성에 남아있던 사람들을 합쳐 2000명의 부족하지만 동원 가능한 병력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화포의 마화는 무서웠다. 빈 몸으로 달려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다.


군대는 그날 주민들 앞에서 사라졌다. 외성에 남아 있던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내성의 문을 두들겼지만 내성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두려움 때문에 가족이 밖에 있어도 나오지 못했다. 멀리서 마화포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정거리는 짧지만 마화를 뿜어내는 마화포의 열기가 내성까지 미치는 듯 했다. 그리고 땅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정막이 찾아왔다.


아필라의 현재 남편 칼 머그를 중심으로 떠난 선발대는 하루 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했다. 하루의 시간을 더 줄이기 위해 칼 머그는 무리를 했다. 도끼새는 혀를 깨물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고 질주자들은 발이 피투성이였다. 도끼새 위에서 달려온 전사들도 몇 번을 토했기 때문에 얼굴들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그들이 도착해 본 것은 완전히 무너진 외벽이었다. 마화포는 외벽의 목책들을 불 질러 재로 만들었고 외벽의 밑을 파놓은 동굴은 넓어져 외벽을 무너뜨렸다. 외벽은 폐허가 되어 못다탄 나무에서 재를 뿜었다.


외성안의 풍경도 같았다. 마을을 불타 재만 남았고 여기저기 흩어진 주민들은 내성의 성문에 붙어 꼼짝하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내성이 공격당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칼 머그의 군대가 도착하자, 내성의 문이 열렸다. 피폐해진 외성을 뒤로하고 칼 머그는 내성 안으로 들어갔다.


칼 머그는 칸 군대를 쫓지 않았다. 요새를 지키는 것이 먼저였다.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고 분명 현명한 선택이었다. 칸 군대는 빠지면서도 함정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아필라 군대는 이틀 후에 요새에 도착했다. 그녀의 군대가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칸 군대가 만들어놓은 지름길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아필라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녀는 칸 군대가 어떻게 빠르게 이동했는지 알아냈고 그 길을 따라 온 것이다. 그녀에게도 검색자는 있었고 비편자까지 있었기 때문에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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