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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 님의 서재입니다.

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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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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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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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마계(魔計)

DUMMY

칸이 병영으로 큰손족을 데리고 오자, 사람들은 테헤라에 모르페아, 우르스도 모자라 큰손족까지 영입하는 칸의 큰 손에 수군거렸다. 지금도 충분히 다종의 권속들 때문에 속병을 하는 병사들로서 새로운 권속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할리 만무했다.


"마적들을 공격한다."


칸의 한 마디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곧 어수선할 정도로 시끄럽게 만들었다.


"남작님, 그러나 마적들의 위치를 모릅니다."


쑤군대는 병사들을 대표해 룽카가 말했다.


"울파람이 알려줄 것이다."

"울파람이 누구입니까? 혹시 저 큰손족을 말하는 것입니까?"

"맞다."

"제길, 남작님 큰손족을 어떻게 믿습니까? 저들은 미개하고 더러운 족속들입니다."


룽카의 입에서는 저절로 욕설이 나왔다.


"미개하고 더러운 족속들일지 몰라도 용감한 자나 이렇게 적의를 품고 있는 병사들 사이에서도 당당한 자의 말을 나는 믿지 않을 수 없다. 모두 게으름 피지 말고 전투 준비하라."


칸은 오랜만에 피부 밑에 숨겨둔 살육자의 기세를 내뿜었다.


"으윽"


정면에서 기세를 받은 부대장들은 상전사조차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가공했다. 명전사가 되면서 더 늘지는 않았지만 더 순수해진 살욕은 그 날카롭기가 수백 년을 정련한 칼날보다 더했다.


"알. 알았습니다."


숨겨져 있던 칸의 기세에 놀란 부대장들은 병사들을 닦달했고 병사들조차 놀래 허둥대었다. 명전사가 되어 부드럽게 변해 잊었지만 칸은 태상왕의 진체를 이은 자였다. 남신 살육자의 힘을 가진 가공한 전사, 그들이 그것을 잊고 있었다는 것에 스스로 놀랬다.

1500명의 병사들이 한꺼번에 움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동안 요새 건설에 동원되고, 사냥에 동원되고, 경비에 동원되고, 온갖 잡일에 동원되었지만 부리와 제홉크가 이끌며 훈련은 철저히 했었다. 칸도 비야마에 머물 때면 언제나 아침 훈련에 참가했다. 칸 군은 적어도 발을 맞추는 군대였다.


울파람을 선두로 정찰대는 길을 잡았다. 그리고 놀랬다. 울파람이 가는 길은 정찰대가 지나친 길들이었고 길인 줄 몰랐던 곳이었다. 숲에서 큰손족보다 더 빠른 자들은 없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울파람은 정찰대가 만든 지도 보다 더 좋은 길은 더 빨리 찾아내었다.


숲길을 1500명이 움직인다면 많은 소음과 위험과 낙오병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본래 사냥꾼 출신들이며 철저히 훈련받은 칸 군은 한 명의 낙오병도 없이 숲길을 통과 했다. 어쩔 수 없이 숲 사이로 넓은 길이 생겼지만 의외로 숲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숲은 거친 침입자들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었다.


"울파람의 말에 따르면 마적은 450명이고 노예들이 300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마적의 능력자들은 상급이 많기 때문에 우리보다 빨리 알아차릴 것 입니다. 큰손족이 숲에서 잡힌 것으로 보아 능력자들의 실력은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찰이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기습이나 포위는 쓸모가 없습니다."


칸은 8번째 맞이하는 밤 진지 안에서 전략회의를 가졌다. 마적의 규모를 가지고 부대장들과 참모들은 토론을 벌였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오히려 마적들의 정찰에 걸려 기습이나 포위를 당할 위험이 큽니다."


상급의 능력자들이 없다는 것은 이럴 때 좋지 않았다.


"예지자도 그의 예지를 혼란시키는 힘 때문에 마적에게 집중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울파람의 이야기와 에드워드 부대의 본능뿐입니다."


한 가지 더 있지만 그들은 몰랐다. 칸은 그의 청경에 잡힌 마적들을 확인했다. 명전사가 된 이후에 능력은 늘어나지 않았지만 더 미세하게, 더 정교하게 능력을 쓸 수 있었다. 이곳에서 하루가 안 돼는 곳에 마적들은 있었다.


"울파람의 이야기를 믿는다고 해도 몇 개월 전의 이야기이며 에드워드 부대의 본능도 모호하기 때문에 믿기 어렵습니다."


부대장들과 참모들의 토론은 부정적으로 흘러갔다. 칸은 참고 이야기들을 들어주었다. 언제나 자신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만 장교들(부대장, 참모)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쁘지만 않다면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장교들은 모자란 정보 때문에 추측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일 우리는 전속력으로 돌진해 적의 중심을 강타할 것이다. 오늘은 충분히 먹고 쉬며 힘을 비축한다. 전투는 내일 저녁이다."


칸은 더 이상 무의미한 토론을 듣지 않고 최종 명령을 내렸다.


"내일 저녁에도 비가 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예지자만을 믿지 말고 구름을 보는 법도 배워라."


장수란 병사의 사기와 지형의 이점 그리고 기상기후까지 알아야 하는 법이다. 뛰어난 능력자들이 많다고 해서 소홀히해야할 덕목이 아니었다. 말은 꺼낸 부커 부대장이 얼굴을 붉히고 물러났다.


칸의 명령이 더 이상 없었지만, 그날 밤 부대장들은 야간 우중 전투를 위해 부대를 다시 짜고 계속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부리와 제홉크는 우중 전투 훈련도 철저하게 가르쳤다. 따라서 병사들은 부대장들의 명령에 따라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사냥꾼들의 격언에 따른다면 가이아 전사들은 끈질긴 사냥꾼이고, 테헤라 전사들은 민첩한 사냥꾼이고, 이피와띠 전사들은 교활한 사냥꾼이고, 모르페아 전사들은 기다릴 줄 아는 사냥꾼이다. 그리고 어느 사냥꾼이 가장 뛰어난가를 토론하면 언제나 가이아 전사들의 손을 들어준다. 사냥꾼이든 전사든 끈질기게 목표를 향하는 자만큼 무서운 자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루를 넘게 숲을 달리고 있는 칸 군을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 월등하다는 에드워드 부대의 우르스 전사들도 지쳐 부리 부대와 함께 후속부대로 빠졌지만 1200명의 가이아 전사들은 호흡하나 흩어지지 않고 울파람의 뒤를 따랐다.


큰손족 울파람이 가이아 전사들보다 체력적으로 우수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숲의 종족, 숲에서 그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종족은 없었다.


어둠은 비와 함께 왔다. 헤그머에게 달궈진 땅은 찬바람에 구름을 불렀고 구름은 부슬비를 내려 병사들의 뜨거워진 육체를 식혔다. 다행이 먹구름은 칼리를 충분히 가렸고 비는 많지 않았다.


"전원 전투 준비!"


칸은 불빛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을 알아챘다.


"공격!"


그리고 병사들이 적의 불빛을 보았을 때, 명령이 떨어졌다.


우와와!


칸 군은 함성을 지르고 달려 나갔다. 1200명의 가이아 전사들이 발을 맞추고 함성을 내지르자 숲이 흔들렸다. 적이 앞에 있었다. 그들이 9일을 달려 온 목표가 저기에 있었다. 철저히 부셔 주리라! 완전히 박살내 주리라! 짓밟아 무너뜨리라! 칸 군은 시퍼런 무기를 앞세우고 달렸다.


"적이다! 적이 몰려온다!"


마적들 사이에서 경고음이 들리고 부산한 움직임이 있었다. 마적들은 놀랬다. 칸 군의 낌새는 멀리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이런 시간에, 이곳까지 올 줄은 예측하지 못했기에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리고 준비가 안 된 마적들에게 3배가 넘는 준비된 병사들은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으아악!


첫 번째 비명이 들리고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따랐다. 도리어 무기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는 늦었다. 준비되지 못한 마적들에게 두 명 세 명의 병사들이 붙기 시작하자 허둥대며 쓰러지기 일쑤였다.


"뒤로 빠져 제3방호로 이동한다. 으악!"


마적들은 레힐리나가 추측한대로 뛰어난 정예병이었다. 수적 열세와 비읍한 준비로 최초 공격에 1/3이상의 전력이 손실되었지만 명령에 따라 재빨리 후퇴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기동대 앞으로! 적들을 분산시켜라!"


하지만 칸 군은 철저히 준비되어 있었다. 도끼새가 지치게 않게, 도끼새를 타지 않고 달렸던 기동대가 비로소 기동대의 모습을 갖춰 도끼새를 몰고 후퇴하는 마적들의 중간을 끊었다.


"룽카 부대는 앞으로 나선다!"

"부커 부대는 왼쪽으로!"

"쟈론 부대는 적을 쫓는다."


칸의 명령은 전장을 장악했다. 부대들은 그의 손과 발이 되어 살육의 춤을 추었다. 병사들의 호흡은 그이 호흡이 되고 병사들의 칼은 그의 칼이 되었다. 칸과 병사들은 하나였다. 1200명이 하나가 되어 마적들을 학살했다.


정예병도 백전노장도 뛰어난 능력도 칸 군이라는 살육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숨는 자를 찾는 그의 눈은 2400개, 도망치는 자를 잡는 그의 다리는 2400개, 반항하는 자의 목을 베는 그의 무기는 1200개였다.


으악!


최후의 비명이 들릴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에드워드 부대가 도착하고 뒤이어 부리 부대가 도착했을 때 그들이 본 것은 거대한 살육자가 시체 위에 오연히 서있는 모습이었다. 더 이상 마적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


마적들, 오케아스의 유령부대에서 얻는 전리품은 놀라울 정도였다. 수천 개가 넘는 영혼석과 정규병들이 쓰는 무기들, 천 마리에 가까운 도끼새,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는 마법용품(마법사들은 도망쳤다.), 수천 가마의 식량들, 보급품들의 양을 본다면 2000명이상의 정규병이 3년을 쓸 정도였다. 유령 부대가 오케아스의 지원 없이 수십 년을 약탈로 모은 재물이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울파람은 칸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큰손족은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모두가 평등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혜를 모르지도 않는다. 울파람은 자신의 가족과 이웃을 돌려준 칸에게 진심을 담았다.


"한 사람당 한 개의 가마니만 가지고 가라. 이것으로 너와 맺은 약속은 지켰다."

칸은 울파람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도리어 무심함으로 울파람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서로 평등하게 거래를 한 것이다. 누가 누구를 위해서 희생한 것이 아니라 서로 뜻이 맞아 대등하게 약속한 것이다. 칸은 그렇게 받아들였고 그렇게 울파람을 대했다.


뒤돌아선 넓은 칸의 등을 지켜보던 울파람은 단단한 칸의 등에서 무엇을 느꼈다. 돌아서, 노예가 되어 피폐해진 종족들 사이로 돌아가며, 그의 발걸음도 당당해졌다. 단단한 등은 많은 것을 짊어지기 위해 강해지는 법이다. 울파람도 자신의 등이 강해지기를 바랐다.


......................................................



칸은 마적 토벌이 끝나자 병사들에게 골고루 전리품을 나눠 주었고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었다. 요새 건설 때문에 불화가 있었지만 토벌 전에 불평불만 없이 따라준 소가모들에게 칸은 만족했다. 진정한 전사라고 생각했다.


'전사들은 싸움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소가모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불만은 불만이고 전투는 전투였다. 큰 싸움에서 물러나거나 불평할 소가모들은 없었다. 그리고 전투는 소가모들을 만족시켰다.


함께 싸운 동료는 친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승리한 기쁨이 함께 한다면 동료애는 더욱 커지게 된다. 칸을 모르던 병사들도 칸의 뛰어난 지휘력을 보았고, 강한 칸 군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 중에 자신이 한 명이라는 자긍심이 들기 시작했다.


마적 토벌이 끝나고 병사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신뢰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불평불만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지만, 요새 건설은 한두 명씩 선심 쓰듯 도와주는 성직자들 때문에 점차 속도가 붙게 되었다.


....................................................



아틸렌이 고마 농장의 수익으로 희희낙락하고 있을 때, 칸은 14개 마을의 수입으로 병사들을 운용해야 했다. 마을의 주 수입원 소규모의 고마, 콩두, 야채, 약초 농장과 사냥터 임대료, 상점, 상단이었지만 비야마에 고마 농장에서 나오는 수입의 1/10도 안됐다. 따라서 1500명을 먹여 살리는데 많이 부족했다.


비야마 남작은 마을들을 키우지 않았다. 마을들의 중간 기착지 마을인 필로 마을을 제외하고는 마을 이름도 짓지 않고 사냥꾼들이 만들어 놓은 야영지에 요새를 짓고 돈을 받았을 뿐이었다.


"이 곳과 이곳에 새로운 마을을 건설한다."


칸은 마을을 늘리기로 했다. 사냥꾼들의 의견을 듣고 참모들과 상의해 현재 야영지 수준인 몇 군데에 더 마을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냥꾼들이나 칸에게나 좋았다. 사냥꾼들은 안전하게 쉬고 교역할 장소를 얻게 되고 칸은 돈을 얻게 된다. 현재, 아필라와 마적에게 빼앗은 전리품이 상당해 여유는 있었지만 계속적인 수입원이 필요했다.


"이 쪽 지역은 건설이 쉽지만 이쪽은 큰손족들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입니다. 큰손족의 전사들과 부딪칠 수도 있습니다."


제홉크도 다른 전사들처럼 큰손족을 미개한 종족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시하지는 않았다. 숲이 아니라면 수백 명의 큰손족도 무섭지 않은 그이지만, 숲이라면 수십 명의 전사들과 같이 있더라도 한 명의 큰손족이라도 꺼렸다.


"큰손족의 전사들과 부딪치면 싸우면 되지 않습니까?"


쟈론처럼 큰손족을 무시하는 사냥꾼들은 많았다. 이유는 큰손족들이 사냥꾼들을 피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나타나면 조용히 사라지는 큰손족을 우습게 알았다.


"숲에서 큰손족과 싸운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사냥꾼의 격언도 모르는가?"


제홉크는 쟈론을 야단쳤지만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도 세월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젊었을 때에는 큰손족을 무시했었다. 한 번도 큰손족과의 싸움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큰손족의 무서움을 알리기에는 모자랐다.


"우리들은 백전불굴의 병사들입니다. 큰손족 따위가 우리의 적수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룽카까지 제홉크의 말에 반기를 들자, 제홉크는 물러서야 했다.


"하지만 신중해서 나쁠 필요는 없습니다. 경험 많은 제홉크 부대장님의 말씀에 따른다면, 혹시 있을 수 있는 위험도 피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놀랍게 제홉크의 편을 들어준 것은 슈리였다. 지난 송곳질 사냥 때 제홉크의 의견을 무시했던 슈리는 한 번의 경험으로 제홉크의 경륜을 인정하고 있었다.


"흐음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죠."


슈리 참모장의 발언권은 모든 부대장들 위에 있었다. 그녀의 위치 때문에 무시되었던 제홉크의 의견이 다시 논의 되었고 제홉크는 잠깐 슈리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냈다. 슈리도 짧은 고갯짓으로 대답했다.


"대화할 방법은?"


칸이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주로 회의를 듣고 마지막에 결정을 내리는 칸의 방식 때문에 장교들은 적응하지 못했지만 곧 질문의 뜻을 이해했다.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대화하지 않으며 만나기도 힘듭니다."

"그야 남작님이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지난번에 그 울파람인지 마파람인지도 데려온 분이 남작님이시니 저희들 보다야 잘 아시지 않겠습니까?"


큰손족과 대화한다는 생각은 전사들에게는 없었다. 이들이 큰손족과 만나면 딱 한 가지 방법, 쫓아가 죽이거나 잡을 뿐이었다.


"우연한 만남이었다."


칸도 다시 만날 방법이 없었다.


"그러리라 생각했습니다. 큰손족이 가이아께서 금하는 권속은 아니라 해도 나놈들과 친해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서로 죽이거나 무시합니다. 그 큰손족도 주민들이 노예가 되지 않았으면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슈리의 대답에도 칸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들과 대화할 방법을 알아 와라."


상관의 명령이 절대적인 군대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명령은 피해야 했지만, 칸은 이들의 능력을 믿었다. 불가능은 없다는 식의 추상적인 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라는 명령이었다. 황당한 표정이 된 장교들을 남기고 회의는 끝났다.



129



비야마의 주 수입원 고마 재배와 사냥터 임대료, 상점, 상단에서 왔다. 그 중에 고마 재배가 주수입이었다. 비야마 남작은 어디서 고마 재배를 알아내 수백 만평의 고마 농장을 만들고 그 수입을 기반으로 영지를 키웠었다. 고마 수익은 대단해 비야마를 단시간에 당당한 귀족으로 만들고 신전까지 세우게 했다.


고마의 생산력은 콩두를 능가했다. 콩두가 영양가가 더 높지만 고마는 같은 재배 지역에서 콩두의 6-8배가 넘는 생산력을 자랑했고 비야마의 고마 농장은 일 년 4번 1만 명이 먹을 수량을 생산했다. 그러나 상인들이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기 때문에 제값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수익조차 남작의 영지규모로는 많은 편이었다.


비야마 같은 대규모 고마 재배 지역은 드물었다. 고마 재배는 여러 영지에서 이루어졌지만 규모가 커지면 고마들이 떼죽음을 당해 규모가 커질 수 없었다. 따라서 비야마 고마 농장의 재배 방법은 특별했고 비밀이 있었다.


아틸렌은 고마 농장을 얻었지만 비야마 남작의 비밀은 받지 못했다. 따라서 그녀는 비야마 남작이 했던 방식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하나 둘씩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틸렌은 고마 농장에서 들어오는 엄청난 수익에 빠져 모르고 있었다.


"이번 달의 생산량은 지난달보다 적군."

"죄송합니다. 아틸렌님, 고마 농장에 노예들이 게을러져서 썩는 고마들이 많아졌습니다. 벌레들도 꼬이고 병든 고마들이 생겨서 노예들을 닦달했지만 과거 그일 때문에 심하게 닦달하기 어렵습니다. 말로만 했더니 이놈들이 꾀가 생겨 일을 잘 안합니다."


집사의 말에 아틸렌은 뭐라 말하지 못했다. 아귀의 난 같은 노예반란이 또 생긴다면 자신도 비야마 남작 꼴이 될 것이다. 아니 비야마와는 달리 그녀의 영혼석은 레테의 강을 건너거나 영혼로에서 녹을 수도 있었다.


"으음 그렇군. 그렇다면 남작님께 말씀드려 노예를 더 채워달라고 해라."

"네 아틸렌님."


집사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고마들이 썩어가는 이유를 몰랐다. 그래서 핑계를 된 것이 노예들이고 그것이 먹힌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인구 조사와 창고 관리는 잘되고 있는가?"

"네, 아틸렌님 인구 조사는 주민들이 거의 없다 한두 명씩 정착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어 나중에 어느 정도 수가 되면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사냥꾼들은 워낙 들락날락거려 수를 정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대충 하루에 3-40명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로 지은 창고는 상단에서 고마가 들어오는 족족 사가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비축 창고에는 고마들이 쌓이고 있지만 방앗간이 없는 관계로 가루를 만들지 못해 오래 보관을 못합니다. 벌써 수십 가마의 고마가 썩어서 버려졌다고 합니다."


집사의 보고에 아틸렌은 미간을 찌푸렸다. 벌써 몇 달째 제자리걸음이었다. 처음에는 처음이라 봐 줄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인구 조사도 창고 관리도 이루어 지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 상점을 여는 주민들이 이번에 받친 세금이 500금이 넘고, 고마를 판돈이 1800금이 됩니다. 상단과 사냥꾼들이 낸 세금이 470금이니 현재 비야마의 총 재산은 만금이 넘습니다."


집사는 아틸렌의 마음을 뚫어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찌푸렸던 아틸렌의 얼굴을 피게 만들었다. 아틸렌으로서 만금이라는 돈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금액이었다. 그리고 만금은 아틸렌의 것이었다.


"알았다. 그 동안 수고 했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더 노력해 인구 조사와 창고 관리를 확실하게 하고 방앗간과 영혼로의 건설을 조속히 완결하라."

"네 알겠습니다. 아틸렌님."


집사는 현재 아틸렌의 가장 충실한 부하였다. 하지만 그녀도 얼마 후에 변태를 마치고 돌아올 그녀의 가족들 대신에 임시일 뿐이었다. 아틸렌의 대부분의 가족들은 상급이 되기 위해 아란트 성으로 거금을 들여보냈다.


"그럼 노예를 감독해야 하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라."


집사는 아틸렌의 마음을 모르는지 아틸렌에게 최대한의 아부를 보이며 물러났다. 그녀는 흙지기를 몰아낸 똥지기와 만날 생각이었다. 정식으로 피라미드에서 교육받지 못한 똥지기였지만 고마 농장을 책임지는 자가 그였기 때문이고 그가 집사의 남편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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