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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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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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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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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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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魔計)

DUMMY

다음날부터 칸의 인내력은 더욱 시험 받았다. 소가모들이 조직적으로 요새건설을 지체시켰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족들에게까지 지시하여 적당히 일하도록 했고, 병이나 상처를 핑계되어 한명 두 명 빠져나갔다. 그리고 지휘관의 명령을 무시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대로 계속 된다면 요새의 기본 공사도 내년까지 밀어야 합니다. 소가모들이 주로 성직자들이기 때문에 성직자들의 도움 없이는 모두 직접 손으로 땅을 다지고 흙벽돌을 만들어야 하며 대지의 가호가 없으면 건물들은 약해 더 많은 기둥을 심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병사들도 동요하고 있습니다."


리피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고했다. 벌써 열흘째 공사는 지연되고 있었다. 리피타는 에드워드 부대를 소가모들에게 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가모에게 빼온 것처럼 칸이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남아 있는 두 명의 대지 마법사들이 돕기는 하지만 그들이 흙을 다루는 것은 성직자들이 다루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많은 시약과 재료와 사람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보고는 리피타만이 아니었다. 먼저 보고를 한 슈리는 더 심각한 문제를 칸에게 안겨줬다. 북서쪽 외각에 위치한 두 마을이 마적들에게 약탈을 당했다는 보고였다. 마적들은 나놈들이 아닌 자들이지만 영지의 외곽을 돌며 병사들이 적은 마을을 약탈했다. 특히 약탈당한 마을은 한두 번 당한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비야마 남작이 있을 때부터 많은 병사들이 주둔했지만, 마적들의 기동성과 약점을 노리는 암습으로 매번 많은 사상자와 함께 식량이 약탈당했다. 병사의 수가 부족하던 비야마 남작은 두 마을을 방치하다시피 했고 마을은 알아서 식량을 받치면서 어려움을 이겨나갔었다. 그러나 칸이 영주가 되면서 더 이상 식량을 받치는 일은 없어지고 요새는 증축되고 병사들은 증원되었다. 하지만 노력의 결실도 없이 쉽게 마을은 털리고 말았다. 마적들은 칸의 예상을 넘을 만큼 강했다.


"슈리 참모장과 켈리 참모는 계속해서 소가모들을 설득하라. 레힐리나, 범인색출은 진도가 있는가?"

"네 남작님 어느 정도 진도가 있지만 병사들끼리 말은 하지 않아 힘듭니다. 며칠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레힐리나 너에게 직권을 주겠다. 누구든지, 나를 포함해서 의심이 가는 자들은 모두 체포해서 범인을 색출하라."


사건은 범인이 잡힌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를 넘었지만 칸은 분명한 규칙을 따랐다. 범인을 잡아 처벌한다는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남작님, 저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소가모들의 불만은 한계를 넘었습니다. 에드워드 부대를 줄 수 없다면, 돈을 줘서라도 그들의 환심을 사야 합니다."

"돈은 주지 않는다.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리피타 참모는 1년이든 2년이든 요새 건설에 중점을 두고 일을 해나간다. 그리고 일을 방해한다고 싸우거나 무시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대하라. 천천히 신뢰를 쌓아나갈 때이다."


목표가 분명하다면 천천히 걸어도 목적지에는 다다를 수 있다. 급하다고 돌아간다면 언제나 지름길만 찾게 될 것이다. 큰길에는 문이 없다. 느리지만 한발자국씩 나아가야 먼 길을 갈 수 있다.


"알겠습니다."


리피타는 물러났다. 이빨을 물어 각오를 다지는 모습에 칸은 만족했다. 돌아가지 않는다. 물러서지 않는다. 큰길을 걷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레힐리나, 마적들의 정체는 누구인가?"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추측해볼 따름입니다."

"너의 추측은?"

"평범한 마적들이면 마을 요새가 작지만 탄탄하기 때문에3, 4배의 적들도 충분히 방비할 수 있습니다. 비록 작은 마을이라 마화포가 없지만 요새 안에서 대응하면 병사들만 아니라 사냥꾼 주민 노예까지 합세해 하나의 병력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마적들이 마을 전원의 3, 4배에 달하는 천여명라는 말이 되지만, 그 것은 불가능합니다. 1000여명이 움직이는데 저희 정찰대에 걸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최대 300여명의 정예화된 부대라는 뜻입니다."

"정예화된 부대라?"

"제 추측이 맞는다면, 흔히 유령부대라 불리는 오케아스의 약탈부대입니다."

"약탈부대?"

"공공연한 소문입니다. 오케아스는 자신의 부대를 훈련시키고 자체적으로 보급을 충당하는 약탈 부대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가문에서도 약탈 부대를 운용하지만, 대규모이면서 전혀 꼬리가 잡히지 않는 약탈 부대는 오케아스의 유령 부대뿐입니다. 그들은 영지를 돌며 작은 마을을 약탈해 보급으로 삼고 동시에 훈련을 하는 부대입니다. 오케아스가 세계의 틈으로 원정을 떠났지만 유령 부대를 데리고 갔다는 말은 없습니다. 칼 디오 군대처럼 유령 부대도 이곳에 잔류한 것 같습니다."


칸은 정규병들이 마을을 약탈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봤다. 흔한 일이지만 이렇게 기민하고 정예화된 부대는 유목민들의 전사밖에 없었다. 칸은 그들을 물리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정찰대를 지금의 3배로 늘리고, 사냥꾼들과 주민들 모두에게서 정보를 모은다. 작은 정보라도 있으면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 그리고 레힐리나는 찾을 수 있는 흔적을 최대한 쫓아라."


적을 모르기 때문에 당하는 것이다. 적을 확실히 파악한다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칸은 자신이 훈련시킨 병사들을 믿었다. 그들은 지금 최강은 아니지만 어디에다 내놔도 당당한 병사였다.


칸은 직접 소가모들을 만나 회유하고 건축현장에 나가 일을 해가며 요새 건설을 독려했다. 그리고 정찰대를 늘리고 정보를 모아 마적들의 위치와 근거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두 가지 일다 쉽지 않았다.


병사들은 태업을 넘어 파업까지 불사했다. 처음에 전쟁을 치루지 않은 소가모들만 주도했던 파업이 무슨 이유인지 전쟁을 치룬 소가모들까지 확산되었다. 다른 점이라면 같이 싸웠던 소가모들은 칸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불만이 있었다.


마을은 한 곳이 더 약탈당했지만 레힐리나는 흔적을 잡지 못했다. 마적들에게 탐색자를 속일 수 있는 능력자가 있다는 말이었다. 최악의 예상은 상급의 탐색자나 추적자가 마적들 사이에 있어 흔적을 지우고 있다는 뜻이었다. 탐색자가 귀하지만 상급의 탐색자는 더 귀했다. 탐색자의 능력은 상급까지 필요로 하지 않았다. 레힐리나도 가모이며 성직자이며 탐색자였다. 그녀가 상급으로 변태한다면 성직자가 될 것이지 상급 탐색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 적인 탐색 능력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카르닌, 남작을 도와야 한다."


제홉크는 카르닌을 설득하고 있었다.


"제홉크, 지금은 가문내의 일로 정신이 없어 소가모들을 설득하려면 차라리 아틸렌이 나아."

"아틸렌은 돕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칸의 영향력이 줄기를 바라고 있어."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야, 도리어 아틸렌의 눈치를 봐야해 그녀가 나에게 주점과 투기장의 경영권을 넘겨주기로 했어 그것으로 나는 가족들의 지지를 얻어야해."


카르닌은 아틸렌을 도와 상단과 계약해 페어리들을 이끌고 주점을 시작하고 있었다. 투기장과 도박장은 멀었지만 주점의 이익만으로도 가족들의 지지는 점차 좋아지고 있었다.


"남작이 쓰러지면 아틸렌이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아틸렌은 비야마를 다스릴 능력이 없다. 남작만이 가능하다. 남작이 실패하면 비야마도 없고 주점도 없고 가문도 위태롭다."

"제홉크 너무 조급한 것 아니야? 아직 칸은 쓰러지지 않았어. 그는 강해."

"알아 하지만 시간이 없어."


제홉크의 간절한 눈빛에 카르닌의 눈빛이 잠시 슬퍼보였지만 다시 강한 가모의 눈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없는 것은 제홉크겠지."


카르닌의 말은 제홉크의 눈동자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내가 시간이 없어, 나는 비야마가, 우리 가문이 안정되는 것을 보고 싶다."

"미안하지만 제홉크를 위해서 희생할 수는 없어, 알잖아 나는 이제 가모야. 제홉크가 무너진다면 새롭게 부활시켜 줄 것을 약속해줄게 비록 전사의 집으로 보내줄 능력은 없지만……."


카르닌은 제홉크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돌연변이와는 다른, 육체의 노쇠로 제홉크는 무너지고 있었다. 늙는다는 것은 나락에서 죽음과 같았다. 돈이 있는 자들은 약과 여신의 가호를 통해 다시 젊은 힘을 얻지만, 돈이 없는 자들은 오직 모든 능력을 돌리고 부활해야 했다. 그리고 카르닌으로도 제홉크를 젊어지게 할 돈은 없었다. 아니 있지만 그것은 가문의 전 재산이었다. 차라리 다른 상전사를 키우는 것이 나았다.


"알았다."


제홉크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더 이상 그는 가문의 칼이 아니었다. 카르닌 파흐냐는 새로운 상전사들을 키우고 있었다. 그는 노쇠해 떨리는 팔을 주무르며 자리를 떠났다.


127



아리엘이 냇가에서 흙지기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칸이 노파를 만났다는 말을 듣고 신기해서 노파를 찾았고 노파는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숲에서 열매를 따먹으며 연명하고 있었다.


"여기 있어요. 흙지기님."


아리엘은 숨겨둔 고마떡을 내밀었고 노파는 주름진 손으로 받았다.


"고맙네. 이런 은혜가 어디 있겠나. 참 착한 사람이야,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나락에 내려왔는지 끌끌끌."


노파는 이빨 빠진 입으로 고마떡을 우물거리며 먹었다.


"잘 몰라요."


아리엘은 노파가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그녀가 보는 노파는 주름진 늙은 여성이 아니었다. 마치 가이아의 신상을 보는 듯, 땅의 부드럽고 편안한 황토색이 노파를 이뤘다.


"잘 모른다.…… 그럴 수도 있겠지 선몽아들은 내려온 것이 아니라 끌려들어 온 것이니까. 다 빌어먹을 욕심 때문에 문을 열어서 그래."

"네?"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다."


노파의 말은 이처럼 뜬금없이 시작했다 뜬금없이 끝났다. 하지만 아리엘은 싫지 않았다. 노파가 주는 편안함은 엄마가 주던 편안함 같았다. 그녀는 이렇게 편안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


"그래 요새 남작님이 힘들다며?"

"네 칸님이 요새 힘들어요. 언니하고 저희들은 대부분 저택을 관리하느라고 밖에 사정은 잘 모르지만, 레키나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소가모들이 말을 듣지 않고, 마적들이 마을을 공격한데요."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이렇게 시끄럽구나."

"사람들이요?"

"아니 흙 파먹는 아이들이."

"아 그 애들이요?"


아리엘은 흙지기가 말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황토색을 가진 귀여운 금빛 토왕들이 흙지기의 아이들이었다. 아리엘은 흙지기가 부른 토왕의 정령들을 만지고 싶었지만 흙지기가 못하게 했다. 정령들은 수줍음이 많아서 친해지기 전에는 함부로 손대면 변질되거나 사라진다고 했다. 아리엘은 그 동안 정령들이 빨라 한 번도 만지지 못한 것에 안도했다.


"그 애들이 뭐래요?"

"사람들이 땅을 파면서 투덜대고 욕한다고 하더라."

"그래요……."


아리엘은 시무룩해졌다. 토왕의 정령들은 건물을 짓고 있는 사람들의 욕설을 들은 것이다. 아리엘은 칸이 더 힘들어 할까봐 걱정이었다.


"흘흘흘"


노파는 아리엘이 마음에 들었다. 땅의 현자가 말해준 꿈꾸는 아이, 선몽아는 마음이 착했고, 사랑받고 행복해 보였다. 나락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소녀였다.


"그래 걱정된다면 내가 한 가지는 도와줄 수 있지."

"뭘요?"


아리엘은 반색하고 노파를 바라봤다.


"남작은 많은 좋은 일을 했지. 그 선업이 씨줄과 날줄을 이어 하나의 인연을 만들 수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적, 마법이 열리지."

"어떻게요?"

"그러니까 마법이란 신비로운 예식을 행해야해, 칼리가 인연을 끊지 않는 구름낀 밤에 물빛거미의 은색 거미줄을 따라 일곱 개의 다섯 겹침 나무를 지나고 두 개의 일곱 겹침 나무 사이에서 울파람의 슬픈 노랫소리가 들릴 때 까지 기다리면 인연은 이어지지."

"정말요?"

"그래 정말이야."


노파는 고개를 끄떡이고 아리엘은 믿었다. 험난한 나락에서 삶을 살아온 아리엘이 믿을 수 있게 노파의 빛은 순수한 아이처럼 투명했다. 아리엘은 자신의 눈을 믿었다.



아리엘이 떠난 자리에 노파는 누구를 기다렸다. 그리고 토왕의 정령들이 알려온 자가 도착하자 깊게 고개를 숙였다.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위대한 현자님께 초라한 흙지기가 인사 올립니다."


거대한 시충, 대괴를 하반신 삼은 현자는 고개를 끄떡이며 인사를 받았다.


"그래 이야기는 전해 주었는가?"

"네 전했습니다."

"잘했다."


현자는 다시 고개를 끄떡이고 만족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나 그를 돕는 것이 옳은 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가 쉽게 그녀의 말을 듣고 행할 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노파의 눈에는 아리엘과 만났을 때 없었던 불안이 보였다.


"우리는 할 바를 다할 뿐이고, 성사는 하늘에 있을 뿐이다."


현자의 말에 노파는 흙에 무릎을 꿇었다.


"우리는 할 바를 다할 뿐이고, 성사는 하늘에 있을 뿐이다."


그들이 속한 조직의 절대적인 훈령이자 유일한 율법이었다. 노파는 대괴가 현자를 싣고 사라질 때까지 그 말을 씹고 또 씹었다.



"사람은 할 바를 다하고 결과는 운명에 따를 뿐이지."

"네?"


리파타는 갑자기 마법사가 한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법사는 성직자들 없이 넓은 땅을 다졌고 결과를 장담하지 못했다. 성직자들과 달리 마법사는 분석하고 거기에 맞게 땅을 이용했다. 그들은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더 강한 힘을 내지만 이해하지 못한다면 성직자의 기도 보다 못한 결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다진 땅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에 구멍이 있는지 무슨 재질의 흙인지, 바위는 있는지, 다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마법사의 금언일 뿐이네."


마법사는 무심코 뱉어낸 말을 담담히 담았지만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네 그렇군요. 그 말이 맞지요 사람은 최선을 다할 뿐이지 결과는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말이 가장 지혜롭다고 하는 마법사님에게 나오니까 생소하게 느껴지네요."

"마법사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니까."


마법사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말했고 리피타는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갔다. 요새 건설은 느리지만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었다.


.........................................



나락에서 일곱 겹침 나무라 존재하지 않았다. 겹침 나뭇잎은 다섯 장이 가장 많고 가장 큰 나무였다. 하지만 아리엘이 물빛 거미의 은색 거미줄이라고 주장하는 땅의 기운을 따라가자 일곱 겹침 나무가 두 그루나 칸 앞에 서 있었다.


"찾았다."


아리엘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칸은 세장의 나뭇잎 사이로 숨어 있는 나방들을 건들지 않았다. 검은 날개를 숨긴 잎나방들은 겹침 나뭇잎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달라 구별할 수 있었다.


"제 말이 맞지요?"


4장의 날개를 가진 잎나방들이 때 아닌 침입자들 때문에 숨을 죽였고 아리엘은 노파의 말이 맞았다고 기뻐하고 있었다.


"그렇군."


칸은 쉽게 인정했다. 신비함은 신비를 믿는 자의 것이다. 주술이든 마법이든 환상을 꿈꾸는 자들에게는 환상이 진실이 되는 법이었다.


"그럼 이제 울파람이 울 때까지 기다려요."


아리엘은 허리에 묶었던 치마 대용의 긴 보자기를 풀러 나무 사이에 작은 공터에 펼쳤다. 그리고 보자기 위에 앉아서 칸을 바로 보고 얼굴을 붉혔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칸의 시선을 느꼈다.


"아니에요. 지금은 아니에요."


아리엘의 얼굴은 완전히 붉어졌다. 그녀의 보자기는 야외에서 칸과 사랑을 나눌 때 쓰이는 담요 대용이었다. 보자기 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나눠는 지 아리엘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아니었다.


칸은 보자기 위에 앉아 아리엘은 안았지만 사랑을 나누지는 않았다. 적막한 어둠 속에서 그는 아리엘의 체온을 음미하고 있었다.


아리엘도 칸의 품안에서 그의 향취를 느끼며 자신과 칸의 심장박동을 비교했다. 하지만 활짝 펼쳐진 달빛나비의 귀날개는 어디서 들릴지 모르는 울파람의 울음소리를 찾고 있었다.


아리엘도 칸도 말은 안했지만 울파람의 노랫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사실 울파람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둘은 그렇게 알지도 못하는 것의 노랫소리를 듣겠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



큰손족의 전사 울파람은 최후의 희망을 걸고 밤길을 걸었다. 숲은 큰손족의 절친한 친구라 숲에서 큰손족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큰손족에게는 너무 큰 소리를 내며 걸어 숲도 모두 감추지 못했다. 지난번처럼, 사냥꾼들에게 잡힐 때처럼, 그는 허둥대며 걸었다.


이번에도 그 때처럼 행운이 따를까? 사냥꾼에게 잡혀 노예가 되지 않고 풀려나온 큰손족은 그가 유일할 것이다. 깊은 호흡을 가진 귀족을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종족들처럼 노예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숲에 가장 큰 나무는 이번에는 지혜를 빌려주었다. 울파람은 사냥꾼들에게서 풀려나 큰 나무에게 찾아가 지혜를 청했고 마을 주민들에게도 침묵했던 지혜의 울림을 받았다.


'잘못한 거야.'


큰 나무가 노했다. 그녀를 벌한 것은 잘못이었다. 울파람은 둥근 그루터기 모임에서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유일한 전사였다. 그래서 그만이 살아남았다. 복수에 눈이 멀어 자연의 뜻을 어긴 이들은 노예가 되었다.


"크윽 자연이시여 큰 나무의 어머니시여 저희를 긍휼이 여기소서. 흑흑흑."


울파람의 기도는 눈물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살려야했다. 그들은 자신의 이웃이고 형제고 남매고 연인이고 부모며 자식이었다. 한 뿌리에서 나온 가족이었다. 큰 나무의 지혜가 자신을 밝히기를 빌며 울파람은 잎나방의 향기를 쫓아 눈물로 발자국을 대신했다.


칸과 아리엘은 비통한 울부짖음을 들었다. 간절한 기도를 들었다. 그것이 노래는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울음소리는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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