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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맛봉봉 님의 서재입니다.

얼굴천재가 접대로 메이저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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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맛봉봉
작품등록일 :
2024.07.18 12:22
최근연재일 :
2024.08.24 17:25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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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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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2,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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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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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028. 내기

DUMMY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여성 팬들에게 인기를 얻는 게 무섭다.

결국 나중에는 생각을 고쳐먹긴 했는데, 다시 남성 팬들에게 배척 받으면서 여성 팬들의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 일이 생기니 다시 무서워졌다.

심지어 그 규모가 차원이 다르다.


더군다나 지금은 서정이와 떨어져 있는 상태.

뭄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담이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형···”


“또 왜?”


“빨리 먹고 돌아가면 안 될까요?”


“방금 왔어, X친놈아!”


나는 태한이 형과 같이 훈련을 하다 밥을 먹으러 나와서도 주변 여자들이 날 알아보고 다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여자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심지어는···


“Did you like the service?”


“히이익!”


우리가 팁의 존재를 잊은 탓에 우리에게 팁을 요구하러 온 직원까지 피하는 민폐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 쏘리 쏘리. 여기 파이브 달러.”


“Thank you.”


“미친놈아, 앉아. 밥 좀 먹게. 결혼까지 한 놈이 이제와서 갑자기 무슨 여자 공포증이야···”


“아니, 그게··· 서정이가 옆에 없으니까 불안해서···”


“네가 개냐? 분리불안 뭐 그런 거야?”


“형. 분리불안장애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질병으로서, 그렇게 농담처럼 말 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 실제로 이런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생각 한다면 형은 지금···”


“아, 알았어. 미안해. 네 모습이 주인 잃은 개 같아서 그랬어.”


“···말 진짜 서운하게 하네.”


“그나저나 서정이랑 수아 언제 온대? 나도 오랜만에 수아 보고싶은데.”


“우리 애리조나 가는 날 맞춰서 애리조나로 오라고 했어요.”


“그럼 다음주네?”


“네. 다음주죠.”


“그러고 일주일 있다가 스프링 트레이닝 시작인 거고?”


“네, 맞아요.”


“크흐··· 이제 진짜 시작이구만.”


그렇게 일주일 뒤, 우리는 애리조나로 이동했고 나는 미리 구해 놓은 집에서 서정이와 수아를 마주 할 수 있었다.


‘아··· 이제 좀 마음이 놓인다.’


나는 오랜만에 두 사람과 함께 잘 수 있었고, 미국에 온 뒤 처음으로 꿈도 꾸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오랜만에 푹 잤다.’



“”“



-슈우욱-


-파앙!-


“나이스 볼!!”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한 뒤, 네 번째 경기가 있는 날.

오늘 선발 투수는 태한이 형이었다.


“오늘 공 평소보다 좋은 것 같아요.”


“그러냐? 립서비스 아니야?”


“제가 형한테 립서비스를 왜 해요?”


“아니··· 메이저리거들 공 계속 받다가 내 거 받으면 좀··· 그럴 거 아니야.”


태한이 형은 오늘이 첫 선발이지만, 나는 앞선 세 경기를 모두 선발 출장 했다.

가장 큰 이유라면 경쟁자가 없었다는 것?

텍사스 레인저스는 원래 주전 포수료 기용하며 키우던 도미닉 구스타프를 내 영입 이후 트레이드 해 버렸다.

적당히 경험치 먹인 포수 매물은 당연히 시장에서 인기가 꽤 괜찮았고, 좋은 유망주들을 받으면서 트레이드가 성사 되었다.

그렇게 나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부터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아유 좀 자신감을 가져요. 직접 받아 봤는데, 형이 나아요.”


“구라 치지마, 진짜···”


“아니, 진짜라니까?”


하지만 내가 팀의 주전 포수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본 태한이 형은 자기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아닌, 다른 투수들의 공을 보면서 의기소침해졌다.

다 자기보다 훨씬 좋은 공을 던진다나 뭐라나···


“뭐가 진짜야. 옆에서 보면 타석에 서 있는 것도 아닌데 오금이 저리고, 앞에서 보면 공이 멈췄다가 쏜살같이 미트에 빨려 들어가고···”


당신 공도 그래요, 이 양반아.


“아무튼 구속은 내가 빠를지 몰라도, 질이 달라. 내 공보다 몇 단계는 높은 공을 던지는 것 같단 말이야.”


자기 객관화 처망했네 진짜.


“형 상대로 타석에 선 타자들이 단체로 배트 들고 몰려 와서 두들겨 패기 전에 개소리 그만하시고 경기 준비 합시다.”


“그게 뭔 소리야?”


“몰라요~”


태한이 형의 징징거림이 이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시간은 흘러 경기는 시작되었다.

오늘 우리의 상대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같은 구장을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애리조나 지역에만 메이저리그 15개 팀이 모여 캑터스 리그를 이루는 탓에 몇몇 팀들은 구장을 같이 사용 할 수 밖에 없는데, 로열스와 레인저스 또한 그런 경우였다.


“플레이볼!”


오늘 경기는 우리 레인저스가 홈 팀이다.

그에 따라 1회 초 마운드 위에서 공을 뿌리게 되는 투수는 레인저스의 선발인 태한이 형.


‘제일 자신 있는 거 많이 던져 보죠.’


‘알겠어.’


마운드 위에 선 태한이 형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투구 동작을 시작했다.

첫 등판이라 떨리는 걸 이해는 하는데, 내 기준으로는 1년 전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떵떵거리며 잘 살던 양반이 스프링 트레이닝 등판에 긴장을 하고 있으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슈우욱-


-파앙!-


“스뜨으라잌!”


기억을 더듬어 보면, 태한이 형은 스프링 트레이닝 첫 등판 때부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었던 것 같다.

내 기준으로는 10년도 더 된 일이고, 심지어 스프링 트레이닝 경기 내용이라 개 기억이 틀렸을 가능성이 높긴 한데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그걸 계기로 시즌 초반부터 선발 한 자리를 꿰차고 한 시즌을 치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등판이 아마 오늘일 것이다.


‘긴장 풀고 던져요. 여기 애들 형 공 못 쳐.’


‘몰라. 그냥 네가 시키는 대로만 던질 게.’


‘그게 제일 좋긴 하죠.’


그런데 오늘 태한이 형은 마스크를 쓰고 홈 플레이트 뒤에 앉은 내 덕에 ‘접대’의 버프까지 받고 있다.

원래도 잘 던졌는데, 제구력 버프까지 받고 있으니 아마 그 때 보다 더 잘 던질 수도?


-슈우욱-


-파앙!-


“스뜨으라잌, 아우웃!!!”


1번 타자에게 바깥쪽 높은 코스 패스트볼만 세 개.

하지만 타자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았고, 심지어 덕아웃으로 돌아가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치기 X 같은 공이라는 뜻이지.’


저기 마운드 위에 서 있는 눈치 없는 투수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대충 알 수 있다.

기선제압은 확실히 성공했다.



“”“



태한이 형은 1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 했을 때 까지만 해도 아직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삼자범퇴 이닝이 쌓이기 시작하자 약간 혼란스러워했다.

그리고 5회가 되어서야 빗맞은 안타 하나를 허용 할 때쯤 되니 드디어 태한이 형도 슬슬 자기 자신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왜 못 치지?”


“공이 좋으니까요.”


태한이 형은 정신 나갔냐는 듯 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면서도 차마 반박을 하지는 못 했다.

지금 자신의 5이닝 무실점 투구가 내 말을 증명 해 주고 있었으니까.


“익숙해지면 어차피 맞을 거야. 대신 그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으로 해 놓아야지.”


“익숙해지면 맞기야 하겠지만, 그 맞는 빈도를 철저히 줄여 드릴 순 있어요. WHIP는 조금 높아져도 실점은 안 하겠죠.”


“왜 최현우 이 자식은 미국에 오면서부터 날 과대평가 하는 거지? 한국에선 안 그랬잖아.”


“형이 생각하는 한국에서의 진태한이랑, 미국에서의 진태한은 어떤데요?”


“한국에서는 자칭타칭 No.1 투수. 나라를 대표하는 에이스. 그리고 미국에서는 그냥 투수.”


“우리나라 야구 너무 내려치기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격차라는 건 분명히 존재하잖아. 난 내가 그걸 뛰어넘는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아. 어떻게 해서든 극복 해서 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지.


솔직히 야구 X나 잘 하면서 저렇게 말 하는 거 열 받긴 하는데, 그래도 자기가 잘 한다고 재능 믿고 안주하는 놈들 보단 백배 천배 낫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개막해도 3~4선발 역할은 모자람 없이 해 줄 선수가 저렇게까지 열심히 한다는 건, 이 팀에 새로운 에이스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니까.


“그럼 메이저리그에서 형 목표는 뭐에요?”


“음··· 일단 올해는··· 빅 리그 데뷔?”


“···너무 소박한데?”


“네가 잘 몰라서 그러나본데, 빅 리그 데뷔는 네가 생각 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야. 전 세계의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보여서 제 밥그릇 챙기려고 피 튀겨 가면서 싸우는 데가 메이저리근데, 우리 같은 인간들이 살아 남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조력자 없이도 혼자 미국으로 건너 와 첫 해에 신인상 탔던 선수의 스프링 트레이닝 목표가 빅 리그 데뷔?

이 시기까지만 해도 굉장히 소박한 꿈을 꾸고 있었구만.

내 기억에 이 형 시즌 시작부터 로테이션 돌았었는데···?


“심지어 구단에서 서비스 타임 조절 하려고 실력이 있는데도 데뷔 시기를 늦추는 경우도 있으니까, 야구만 잘 해서 데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브루스가 크리스랑 그렇게 싸워서 데리고 온 투수한테 서비스 타임 가지고 장난 칠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런가?”


“그럴 거면 애초에 네 번째 경기 선발 투수를 맡기지도 않았겠죠. 형은 자기 객관화를 좀 제대로 할 필요가 있어요.”


“빅리그는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 가며 갖은 고생을 한 끝에 밟을 수 있는 무대가··· 아니라고?”


“···”


설마 마이너리거 생활에 로망을 갖고 있는···

아니지?


“싸구려 토스트 식빵에 땅콩버터··· 하루에 피자 한 판··· 덜컹거리는 버스에서의 15시간···”


에이.

진짜 제발.


“마이너리그에서 배운 것 없이 바로 메이저리그에 가면 부작용이···”


“아, 쫌!!!”



“”“



태한이 형은 마이너리그에서 갖은 고생을 하다 꿈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많은 야구인들이 들어서는 안 될 말을 해 버렸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내가 대신 사과하고, 이 정신 나간 인간이 다시는 이런 소리 하지 못 하도록 재발 방지에도 노력 하겠다.

정말 미안하다.


아무튼 태한이 형은 첫 선발 등판에서 좋은 투구 내용을 완성했다.

무려 7이닝 1실점 4피안타 2사사구.

아무리 스프링 트레이닝이라고 해도, 이미 감독인 브루스에게 예쁨을 받고 있는 태한이 형이니 선발 한 자리 꿰차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겨우 한 경기 잘 했다고 될까?”


하지만 태한이 형은 여전히 자기 객관화가 처 망한 상태였다.


“달래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정말 지긋지긋하네요.”


“야! 넌 주전 포수 확정이니까 그런 소리 할 수 있는 거야!”


“형이 아직 선발 한 자리 확정이 아니면, 저도 주전 포수 확정 아닌데요?”


“뭔 개 소리야. 넌 확정이지.”


“그럼 형도 확정이죠.”


“아니···”


저 형은 투수라 잘 모를 수가···

있나?


아무튼 포수인 나는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지금 태한이 형의 구위나 전체적인 느낌은 팀의 에이스인 테너 우드 다음으로 좋다.

네 번째 선발 투수인 것도 이 형의 공이 네 번째로 좋아서가 아니라 앞선 경기에 등판 한 두 투수의 경험에 대한 존중일 뿐이다.

둘 모두 작년에 10승을 달성 한 투수들이기에 신인에게 2, 3선발 자리를 양보 하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었던 것.


“형이 테너는 못 이겨도 딜런이나 루치아노보다는 좋다고 확신 합니다.”


“그건 네가···”


“국뽕 빼고, 학연, 지연, 혈연 다 빼고, 객관적으로.”


“···진짜?”


“네. 진짜요.”


태한이 형은 이제야 내 말을 믿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공 받아 본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네가 나한테 야구 관련해서 거짓말을 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죠. 제가 형한테 거짓말 할 이유가 어디 있어요?”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래요. 제 생각에는 형이 메이저리그에 적응만 잘 하면, 솔직히 테너도 비벼 볼 만 하거든요?”


“테너 우드한테? 내가?”


“네. 그러니까 우리 올 시즌 목표를 조금만 수정 하자고요.”


“조금만? 얼마나?”


“빅 리그 데뷔 같은 현실적이다 못해 시시한 목표 말고, 조금만 더 욕심 내서 월드 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


“내가 미국에 있다 보니까, ‘조금만’의 뜻이 뭔지 잊은 건가? 내가 알던 ‘조금만’은 그런 뜻이 아닌데?”


“그럼 진짜 많이 욕심 내 볼까요? 데뷔 1년차에 신인상에 사이 영 상?”


“미친거야? 드디어?”


“음··· 사이 영은 몰라도 신인상은 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진짜 너···”


사이 영은 몰라도 신인상은 나 없이도 수상했던 양반이다.

여기서 물러 날 수 없지.


“오케이. 내기 하죠. 형이 신인상타면 제가 이기는 걸로 하고, 못 타면 형이 이기는 걸로.”


“진심이야?”


“네!”


“뭘 걸건데?”


“뭐든 좋아요. 소원 하나 들어주기?”


“음··· 오케이.”


이 형은 자기가 신인상을 타는 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좋아, 각서 써.”


“좋죠.”


나는 그렇게 이 형에게 소원권 하나를 받아 내기 위해 콧노래를 부르며 각서를 썼다.


“좋아. 내가 신인상 못 타면 소원 하나 들어 주는 거지?”


“그럼요. 대신 타면 형이 소원 들어 줘야죠.”


“그래!”


각서 완성 후, 나는 어차피 내가 이기는 내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뒤, 나는 내 회귀 전과는 달리 이 형의 신인상 수상에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인상을··· 내가 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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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8. 내기 +2 24.08.15 663 13 14쪽
28 027. 알 수 없는 이유. 24.08.14 686 11 14쪽
27 026. 네즈 발레로 24.08.13 749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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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3. 한국 시리즈 (1) +1 24.08.10 824 14 14쪽
23 022. 벼랑 끝 승부 +2 24.08.09 816 16 14쪽
22 021. 차기 진태한, 최현우 +2 24.08.08 875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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