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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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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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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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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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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한국계 배우 삼인방과 따로 모임을 결성하진 않았다.

친구들은 그러고 싶어 했지만,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다.

어차피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동안을 자주 볼 것 같아서 류지호는 따로 약속을 하고 헤어지진 않았다.

영화촬영이 끝났다고 해서 감독으로서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틈틈이 <The Killing Road>의 포스트프로덕션 상황을 확인했다.

게다가 대학까지 다니고 있는 상황.

이래저래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류지호다.


Sunset Gower Studios.


할리우드 선셋대로의 중심가에 위치한 독립영화 스튜디오다.

이곳에서 <The Killing Road>의 포스트프로덕션이 진행되고 있다.

세트촬영을 했던 소닉-콜롬비아스 스튜디오에서 편의를 봐주겠다고 했다.

비싼 비용 때문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계약한 곳이 1912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스튜디오 Sunset Gower다.

1920~1950년대까지 Gower Street에는 B급 영화 프로덕션들이 모여 있었다.

Sunset Gower Studios는 콜롬비아스의 스튜디오가 되기 전까지 B급 영화가 촬영되던 스튜디오였다.

콜롬비아스가 워너와 함께 버뱅크로 이주한 후에는 독립영화들이 주로 제작되고 있다.

그 같은 스튜디오에 류지호를 비롯해 <The Killing Road> 수뇌부, ParaMax 임원진들이 모였다.

<The Killing Road>의 ‘파이널 컷‘ 시사회를 보기 위해서다.


Final Cut Privilege.


최종편집권을 일컫는 할리우드 용어다.

작가주의 영화 전통이 여전하고,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각 감독의 역량에 맡겨 영화가 제작되는 유럽에서는 최종편집권에 관한 마찰이 거의 없다.

반면에 영화가 상업성 위주로 발전된 할리우드에서는 작가로서의 소신을 지키려는 감독과 대중성, 상업성을 중시하려는 제작자 간에 큰 마찰이 자주 발생했다.

그에 따라서 감독과 제작자가 영화 제작에 따른 계약을 체결할 때 영화의 최종편집권에 대한 별도의 조항을 넣는 상황까지 왔다.

90년대 들어서서 프로듀서의 시대가 정착되어가는 추세다.

따라서 최종편집권은 프로듀서 혹은 스튜디오가 갖게 됐다.

편집을 제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으로 악명 높은 하비 웨인스타인, 레온 부룩하이머 등의 프로듀서만이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을 뿐, 사실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모든 영화의 최종편집권은 감독이 아닌 스튜디오가 가지고 있다.

흥행이 모든 것의 기준인 영화제작 시스템에서 감독의 주제의식과 메시지 전달은 의미가 없다.

철저한 흥행공식에 따라 편집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최종 결정은 언제나 스튜디오가 한다.

감독과 제작사 사이에서 가장 큰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 러닝 타임이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서 충분한 개연성과 풍부한 드라마를 담고 싶어 한다.

제작자는 지루하다 싶은 장면은 빼버리고 싶어 한다.

감독은 쓸데없이 길게 편집된 액션 장면 대신 주인공과 안타고니스트(적대자)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반대로 제작자는 내적갈등은 빼고 액션장면이나 자극적인 장면을 좀 더 많이 넣고 싶어 한다.

흥행성공 작품을 연달아 연출하고 나면 감독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프로덕션을 설립하는 것이다.

그런 후 스튜디오에게 최종편집권을 요구하게 된다.

대부분 거부되는 편이다.

그래서 감독판이니, 무삭제판이니, 완결판이니, 최종판 같은 여러 편집 버전이 탄생했다.

스튜디오는 이를 또 부가시장 수익사업으로 확장시켰고.

고언형제가 <허드서커 대리인>에서 진저리를 친 부분이 바로 편집권 문제다.

한두 편 대박을 쳐서는 스튜디오가 감독에게 최종편집권한을 주지 않는다.

류지호도 예외가 아니다.

ParaMax의 알버트 마샬 대표는 생각보다 훨씬 깐깐했다.

오너라고 해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창작력이나 주제의식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류지호는 할리우드의 룰을 따르기로 했다.

대신 스토리보드를 꼼꼼하게 작업했다.

스토리보드와 거의 일치되게 촬영했다.

편집자와 ParaMax 임원들이 편집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서.


“나쁘지 않군요.”


최종편집본을 감상한 알버트 마샬 대표의 총평이었다.

류지호 역시 특별한 불만이 없었다.

몇 개의 장면이 예상치 못한 호흡과 리듬으로 편집되었다.

그런데 자신이 구상했던 것보다 훨씬 임팩트가 있었다.

클라이맥스의 보안관 사무실 총격전이 그랬다.

류지호는 날 것 그대로의 적나라한 총격전으로 묘사하려고 했었다.

마치 <저수지의 개들> 폐공장 총격전처럼.

물론 태런티노처럼 수다스럽게 대화를 나눌 것 없이, 마카로니웨스턴 영화 속 장면처럼 술집에서 주인공이 다수의 악당과 대치하며 순식간에 총을 뽑아 쏘는 장면 같은.

그런 걸 떠올리며 연출했다.

즉 인상을 잔뜩 찌푸린 클린턴 우드가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사방의 적들을 향해 권총을 난사하는 장면처럼 묘사하려고 했다.

멋지게 악당들을 쓰러뜨리는 정의의 주인공 모습은 아니다.

벤과 보안관들이 서로의 몸에 무수한 총알구멍을 내며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양패구상(兩敗俱傷)으로 묘사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전화 통화하며 식은땀을 흘리는 보안관.


[......!]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난 것을 직감하는 벤 사이퍼.

둘 사이의 미묘하게 흐르는 긴장에 덩달아 숨을 죽이는 사람들.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고.

누가 먼저 총을 뽑아 쏠 것인가.

보안관 사무실 앞으로는 인근 도시에서 출동한 다수 경찰차들이 집결하기 시작한다.

전화 통화하던 보안관의 목덜미에 땀도 맺힌다.

사실은 이미 상대는 전화를 끊어버린 상황.


뚜우... 뚜우.


보안관은 계속해서 상대방과 통화하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

하지만.


[FBI 모자는 모조품이라도 구입해서 보내주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네? 큭큭.]

[.....!]


정적.


우당탕탕! 쿵탕!


동시에 총을 뽑아 쏴대기 시작하는 벤과 보안관들.

벤은 온 몸에 총알구멍이 나면서도 끝까지 보안관들을 향해 권총을 쏴댄다.


탕탕탕.


이 장면을 특별한 편집 기교 없이 우직하게 보여주려고 했었다.

스펜서 베어드의 편집은 그런 류지호의 의도에 부합했다.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쇼트의 길이다.

긴장감을 인물들의 클로즈업(C.U)이나 바스트 쇼트(B.S)를 교차하는 것으로 만들지 않았다.

풀 쇼트(F.S)에서 만들어냈다.

액션영화처럼 커트를 잘게 쪼개서 편집하지 않았다.

느슨하게 연결했다.

그런 느슨한 편집 속도 사이에 아주 짧은 풀 쇼트가 순간적으로 삽입되니, 보는 사람의 몸을 저절로 움찔하게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관객을 약 올리다가.... 한 순간 ‘우당탕탕‘ 서로를 향해 권총을 난사한다.


‘한 수 배웠어.’


류지호는 스펜서가 편집한 최종편집본을 보며 풀 쇼트와 롱 쇼트를 통해 공간과 분위기 묘사뿐 아니라 편집에서 긴장감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파이널 컷을 녹음실로 보내도 될 것 같아요.”


류지호가 시원하게 최종결정을 내렸다.


✻ ✻ ✻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미시소가(Mississauga).

토론토와 붙어 있는 도시로 캐나다의 제약, 금융, 항공 산업의 중심지다.

이 도시의 산업단지에 Eye-MAX Corporation이란 중소기업이 소재하고 있다.

이 회사는 Eye-MAXimum 자체 70mm 필름 포맷에 전용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를 제작·배급·상영하는 극장용 영화 배급 플랫폼 기업이다.

한국의 63빌딩의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바로 그 영화 포맷을 제공하는 회사다.

아직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작은 기업이었다.


“월터.”

“네!”


40대 초반의 남자가 힘차게 대답하고 백발의 노인에게 달려왔다.

월터 캔튼(Walter Canton)은 누가 부른다고 해서 아이처럼 쪼르르 달려갈 위치가 아니다.

이 회사의 수석엔지니어였으니까.

헌데 노인에게 만큼은 예의를 다했다.

노인이 바로 Eye-MAX Corporation의 공동 창업자이자 Eye-MAX 시스템을 고안해낸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LA에서 초청장이 날아왔어.”

“JHO라는 모회사 말씀이시죠?”

“그래.”

“신임사장이 아니라 윌리엄을 초청했다고요?”

“이 모임에는 자네가 가도록 해.”

“.....음.”

“나는 이제 비행기 타는 게 힘들어.”


Eye-MAX 개발을 총괄했던 윌리엄 쇼(William Shaw)는 공식적으로는 은퇴를 한 상황이다.

JHO Company에 인수되면서 창업자이자 CEO였던 존 커까지 회사를 떠났지만, 윌리엄 쇼는 여전히 회사에 나와서 수석 엔지니어인 월터 캔튼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어떤 모임인지는 알고 계세요?”

“최근에 모회사에서 기술연구소라는 걸 만든 모양이야. 수석 엔지니어들을 위한 세미나 자리를 마련한다고 하더군.”

“JHO는 금융과 영화 사업이 주력인 것으로 아는데....”

“게임개발사와 VFX, 실리콘밸리 벤처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

“알겠습니다. 제가 대신 다녀오겠습니다.”

“이왕 가는 김에 연구개발비 좀 많이 뜯어와.”

“예.”


NASA로부터 우주선에 설치할 카메라 계약을 따내 우주용 Eye-MAX 3D 카메라를 개발하는 것.

윌리엄 쇼의 숙원이다.

그 때문에 JHO Company에 인수되었음에도 회사에 나오고 있다.

사실 몇 달만 늦었어도 JHO의 Eye-MAX Corporation 인수가 물 건너갈 뻔했다.

이전 삶에서 회사를 인수했던 이들이 먼저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Eye-MAX Corporation을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다만 인수대금은 금융권에서 차입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반면에 JHO Company는 그들보다 월등한 자금력으로 구조조정 없는 인수합병과 막대한 연구개발 지원을 약속했다.

Eye-MAX 측에서는 인수 금액은 문제가 아니었다.

비전이 문제였다.

Eye-MAX Corporation은 영화감독과 카메라 엔지니어가 창업한 기업이다.

공동창업자들은 JHO Company가 밝힌 미래 비전에 더욱 혹했다.

크게 Eye-MAXimum 포맷으로 할리우드 상업영화를 제작한다는 것과 한국의 극장체인 G.O.M Cinemas 및 북미의 MovieMark와 협력해서 멀티플렉스를 위한 전용상영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약속했다.

사실 Eye-MAX 영화는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Eye-MAX는 영화문화라기보다 놀이문화에 가까웠다.

일반 대중들은 Eye-MAX를 테마파크에 놀러가야만 탈 수 있는 놀이기구 같은 것으로 인식했다.

아무 때나 쉽게 찾아가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콘텐츠 역시 매우 한정적이었고.

관객층은 주로 아이들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것도 약점이다.

한국의 63빌딩 Eye-MAX 상영관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아이들과 놀이삼아 보러가는 일종의 테마파크가 63빌딩 Eye-MAX니까.

작년 여름 Loews Cineplex가 멀티플렉스 최초로 Eye-MAX 전용상영관을 개관했다,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해서 같은 영화만 주구장창 재탕하고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어린이 관객을 불러들이고 있긴 했다.

Eye-MAX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은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을 즐겼다.

즉 거대한 스크린에 펼쳐지는 계곡, 창공, 설원, 아프리카 대초원 등의 대자연과 거대한 동굴 속 탐험, 사막을 질주하는 자동차 등이 선사하는 높이감, 부피감, 속도감 등을 즐겼다.

문제는 그것이 전부라는 점.

호기심으로 한두 번 체험하는 것으로 끝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 멸종위기에 놓은 공룡 신세.


영화를 다루는 매체들에서 내린 진단이다.

JHO Company가 Eye-MAX Corporation을 인수했다는 발표가 나가자, 비웃는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많았다.

‘리틀 버펫‘이라며 찬사와 조롱을 동시에 보내는 월가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이 주를 이뤘다.

Eye-MAX Corporation의 매출과 수익이 매년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에 70mm 필름 포맷은 멸종 위기 공룡과 다를 것이 없었다.

오직 이 시기에 Eye-MAX의 가능성을 확신하는 사람은 류지호 뿐이다.

Eye-MAX Corporation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류지호다.

물론 원래 인수해야 할 이들과 Eye-MAX Corporation의 엔지니어들도 시간이 흐르면 알 게 되겠지만, 훨씬 이전부터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능력이 류지호에게 있었다.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함께.

암튼 모회사 JHO Company로부터 초청을 받은 Eye-MAX Corporation의 신임 CEO와 수석 엔지니어가 6시간 거리의 LA로 날아갔다.


✻ ✻ ✻


하드디스크 제조사로 유명한 General Digital의 본사가 소재한 어바인 스펙트럼 지구.

1985년 조성된 어바인 첨단연구단지에 JHO Company의 계열사가 둥지를 틀었다.

영상과 관련한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연구기업이다.

명칭은 가람 영상 및 게임 연구소(GARAM Motion Pictures & Game Lab).

약칭은 GMG Lab이다.

류지호는 21세기 디지털 영상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기술연구에 필요성을 느꼈다.

Eye-MAX, 3D 영상,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 DVD·블루레이 포맷에 따른 암호화, VFX, OTT까지 관련 분야를 총망라해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를 JHO Company 자회사와 계열사에게 제공하는 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원들은 주로 스탠포드와 칼텍(Caltech) 출신들로 구성되었다.

공과대학으로 동부의 하버드-MIT가 대표적이라면 서부는 역시 스탠포드-칼텍이라 할 수 있다.

물론 UC계열의 UCLA, 버클리, 어바인 출신도 채용했다.

조지프 루카스의 LMI은 동부지역 공대들과 디지털 분야에서 산학협력을 하고 있다.

최초 연구원들이 MIT 출신들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류지호는 서부지역 공대들과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

류지호의 홈그라운드이자 최대 투자지역이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서부지역이기 때문이다.

마치 서부와 동부의 명문 공대들이 경쟁하는 모양새다.

그렇게 류지호와 루카스가 미래의 디지털 영화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당연히 현재는 LMI가 한참을 앞 서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JHO Company는 다양한 영상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Eye-MAX Corp.과 3D영상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조지프 루카스와는 다른 방향으로 디지털 영상시대를 준비할 계획이다.

류지호는 데이브 보우먼을 통해 실리콘 밸리의 IT 벤처들을 탐색하고 있다.

언제든지 투자를 하거나 인수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해두고 있다.

추후 주요한 기술 특허를 보유한 기업을 GMG Lab에서 인수합병할 계획이다.

GMG. Lab은 철저히 연구 중심 기업이다.

수익과 연개개발비용은 특허 라이선싱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당장은 모회사의 지원이 절대적이겠지만.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GMG Lab의 회의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장내의 모든 시선이 류지호에게 쏟아졌다.

기침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오늘 처음 류지호를 보는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다.

따로 회의진행자가 없다.


“오른쪽에 계신 분부터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GARAM Ventures의 데이브 보우먼 투자팀장이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트라이-스텔라 기술이사 버나드 휴즈, IVE 엔터테인먼트 기술총괄 찰스 힐러, OMDb 창업자 콜린 니들햄, Eye-MAX 수석엔지니어 월터 캔튼 등.

차례로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GMG Lab의 연구원들이 자기소개를 했다.


“수석 연구원 밥 세이먼드입니다.”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 개발팀장 호리우치 센지입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멀리 영국과 캐나다에서 오신 분도 계시지요? 여행은 즐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OMDb의 폴 니드햄이 유쾌하게 대답했다.


“퍼스트 클래스 티켓을 보내주셔서 편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는 현재 영국에 거주 중이다.

OMDb 본사 역시 영국에 있다.

폴 니드햄 역시 어엿한 프로그래머다.

캐나다에서 온 월터 캔튼이 말을 받았다.


“LA는 자주 방문했지만, 매번 올 때마다 설레는 것 같습니다.”


류지호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회의실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캔튼씨.”

“네.”

“Eye-MAX 실적이 좋지 못하지요?”


월터 캔튼으로는 유구무언이다.


“실망할 것 없습니다.”

“......”

“앞으로 Eye-MAX는 트라이-스텔라와 GMG Lab과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겁니다.”

“혹시 Eye-MAX 포맷으로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생각입니까?”

“그렇습니다.”

“....음.”

“물론 블록버스터도.”


워너-타임이나 패러마운틴도 한때 Eye-MAX 포맷으로 상업영화를 제작할 생각을 했었다.

결국 포기했다.

어마어마한 제작비 부담과 제한 된 상영관 숫자 때문이다.


“Loews Cineplex가 멀티플렉스에 Eye-MAX 상영관을 개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멸종위기의 공룡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결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

“잘 알다시피 GT와 비교해서 멀티플렉스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와 건설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는 콤팩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는 독자적인 필름 디지털 스캐닝과 리마스터링 기술을 개발해야 하지요.”


자칫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Eye-MAX를 살린 것이 바로 저 두 가지 기술개발의 성공 때문이다.

바로 Eye-MAX MPX(MultiPleX)와 Eye-MAX DMR(Digital Media Re Mastering)이다.

엄청난 크기와 무게를 자랑하는 영사시스템을 소형화하고 스크린 크기 역시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여건에 따라서 재조정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35mm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 뒤, 그것을 다시 기존의 70mm Eye-MAX 전용 포맷 프린트에 입혀 전환하는 DMR 기술도 필수다.

DMR 기술이 단순히 블로우업을 통해 대형 화면에서 상영하는 차원이면 곤란하다.

기존 필름 포맷보다 월등한 화질을 보여주는 것에 성패가 달렸다.


“JHO Company는 Loews에 처음으로 Eye-MAX 전용상영관을 개관한 것처럼 멀티플렉스 체인과 제휴를 통해 상영관 숫자를 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입니다.”


월터 캔튼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Eye-MAX 상영관이 늘어난다는 것은 자사의 Eye-MAX 전용 카메라 대여, 영사시스템 및 극장 시설용역의 매출이 올라간다는 의미다.


“35mm 상업영화가 Eye-MAX 시스템을 통해서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할 수 있다는 게 뭘 의미할까요?”


트라이-스텔라 버나드 휴즈가 되물었다.


“스토리가 있는 테마파크가 극장으로 들어간다는 겁니까?”

“현재 Eye-MAX를 주로 찾는 관객은 아이들이거나 가족 단위이죠. 만약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트라이-스텔라의 블록버스터를 Eye-MAX 스크린과 사운드로 관람하게 된다면......”


버나드 휴즈는 류지호의 말을 단번에 알아들었다.


“가족 블록버스터 장르가 탄생하는 거군요.”


버나드는 <터미네이터Ⅱ>의 바이크 추격전이 Eye-MAX 화면으로 재탄생되어 상영되었을 때 관객이 경험하게 될 느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Eye-MAX 시스템이 멀티플렉스로 들어가게 되면 영화산업 분야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물론 영화의 예술적 혁신이라기 보단 관람문화의 변화 혹은 관객의 선택지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겠지만....”


영화사와 극장은 극장티켓수입 증대를 꾀할 수가 있게 된다.


“.....”


버나드처럼 알아듣는 사람도 있었고, 전혀 감을 못 잡는 사람도 있었다.

류지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가장 먼저 Eye-MAX가 나아갈 방향부터 짚어주는 것이 중요했을 뿐.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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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The Killing Road. (4) +5 22.08.15 5,161 163 21쪽
249 The Killing Road. (3) +4 22.08.13 5,302 167 22쪽
248 The Killing Road. (2) +12 22.08.12 5,334 161 22쪽
247 The Killing Road. (1) +16 22.08.11 5,816 173 26쪽
246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영웅놀이....! +17 22.08.10 5,583 200 27쪽
245 Collapse. (7) +8 22.08.09 5,295 16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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