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5 09:05
연재수 :
901 회
조회수 :
3,838,081
추천수 :
118,862
글자수 :
9,980,317

작성
22.08.29 09:05
조회
5,104
추천
158
글자
23쪽

다들 수고가 많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군입대 전 류지호는 아파트에서 지냈다.

현재는 한산하고 여유로운 웨스트우드 단독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영주권 유지를 위해 구입해 둔 주택이다.

미국은 가구당 보통 차량을 두 대 정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 가구당 한 가구 꼴로 픽업트럭을 소유하고 있다.

실제 류지호의 이웃들 차고 앞에는 픽업트럭 한대가 주차되어 있다.

픽업트럭은 한국인 류지호에게 낯선 차종이다.

픽업트럭은 미국인 고유의 가족 문화, 레저문화와 더불어 직접 차부터 집까지 다 스스로 고치는 개러지(차고) 문화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미국의 미식축구 문화와도 같다고 할까.

픽업트럭이 선호되고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미국은 땅이 매우 넓다.

도시에서 일정거리 이상 벗어나면 인구밀도가 희박하다.

교외 지역이나 농가지역에는 비포장도로가 많다.

그 같이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한 곳을 다니기에 지상고가 높고 힘이 좋은 픽업트럭만한 것도 없다.

게다가 교외에서 단독주택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짐을 실어 날아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잔디밭과 화단을 가꾸기 위한 각종 비료, 농약, 농기구들이라던가, 집 앞 진입로 및 주택 내부 관리를 위한 자재를 나르거나, 심지어 쓰레기를 직접 하치장으로 가서 버리고 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인건비가 꽤나 부담스럽다.

따라서 부피가 큰 물건을 배달시키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차를 몰고 가서 실어오는 일이 일상이다.

또한 미국인들은 주말에 가족들과 야외활동을 많이 한다.

그 중에서 캠핑을 가거나 모터보트나 요트를 즐기기도 한다.

픽업트럭은 견인용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런 면에서 픽업트럭은 미국의 차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차는 디젤을 반기지 않는다.

진짜 픽업트럭은 가솔린을 쓴다.

기름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어쨌든 미국인들에게 픽업트럭은 아빠의 출퇴근 승용차로, 가족들의 레저 용도로, 간혹 대형 화물을 싣고 다니는 용도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경트럭(Light duty truck)에 해당된다.

도로교통법에서 트럭이 아니라 승용차로 분류되는 주가 많다.

그렇듯 한국과 너무나 다른 픽업트럭 문화가 류지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류지호는 또래들이 열광하는 슈퍼카, 요트, 시계, 신발 같은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취향이 또래들과 많이 다른 편이다.

이전 삶에서 이 맘 때는 분명 슈퍼카와 더 좋은 것 더 멋진 것을 갖고 싶어 했었다.

20~30대에는 슈퍼카 4대 브랜드 페루치오(Ferruccio), 호르셰(Horsche), 베라리(Verrari), 매클라덴(McLaden)을 선호했다면, 나이가 들면서 바이마흐(Baymach)나 로이즈롤스(Royce-Rolls) 같은 육중하고 무게감 있는 차로 취향이 바뀌었다.

언감생심 구입하는 건 꿈도 못 꿀 처지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부르릉.


류지호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 차고 앞으로 픽업트럭 한 대가 들어와 주차했다.

처음 보는 차량이라서 외출을 나가려던 류지호와 매튜 그레이엄이 가던 길을 멈췄다.

운전석에서 JHO Company 의장 비서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내리며 인사를 건넸다.


“보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픽업트럭을 손바닥으로 ‘탕탕‘ 치며 대답했다.


“Doyoda에서 올해 출시한 타코마란 모델입니다.”


류지호와 매튜가 차례로 디자인에 대한 감상을 말했다.


“일본차라 그런가.... 날씬하네요.”

“둥글둥글한 것이 별로....”

“강인함과 오프로드 능력보다는 승차감, 핸들링과 안전에 중점을 두고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매튜가 일본제 픽업트럭과 자신들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 데이빗을 쳐다봤다.


“오랜만에 오프로드를 달리실 예정이라고 해서. 한 번 타보시라고 가지고 왔습니다.”


류지호는 미국산 SUV 외에도 픽업트럭 역시 기회가 될 때마다 직접 몰아보고 있다.

LA에서 2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오프로드 자동차 마니아들의 천국이 몇 곳 존재했다.

’OHV Area’라고 불리는 곳이다.

OHV는 ‘Off-Highway Vehicle’를 뜻한다.

즉 길이 아닌 곳에서도 달릴 수 있는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지역이란 의미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삼륜 또는 이륜 모터사이클도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다.

류지호는 가끔 픽업트럭이나 사륜 모터사이클을 타기 위해 경호원들과 함께 가곤 했다.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즐기다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뭐야? 시골 아저씨처럼.”

“미국남자 맞아?”

“그럼 내가 코리안이겠냐?”

“그런데도 그런 소리를 해?”

“픽업은 머리에 든 거 없는 마초가 타는 차라고.”

“여성에게 승용차를 타는 남자와 픽업트럭을 타는 남자 중 누가 더 섹시한지를 물어보면 항상, 픽업트럭을 탄 남자가 승리했어. 왜 이래?”


섹시함이란 말에 급격하게 태세를 전환하는 매튜다.


“쳇. 나도 십대 시절에는 좀 타고 다녔거든.”


미국의 남자 고등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차량이 머스탱 같은 머슬카와 픽업트럭이다.

그러다 나이를 조금 먹게 되면 고급 스포츠카를 찾게 된다.

결혼 후에는 대체로 SUV이지만.

암튼 매튜 그레이엄의 취향은 호르셰(Horche)나 스쿠데리아(Scuderia) 같은 고급 스포츠카다.


“그런 주제에 날 비웃어?”

“너무 노티가 나잖아. 좀 젊고 섹시한 차를 몰아봐.”

“픽업트럭도 은근히 섹시한데?”

“어딜 봐서?”


류지호가 차고의 문을 열었다.

안에는 HM 컴퍼니의 F-150 최신 모델이 육중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봐봐. 보디 디자인을. 역도 선수 팔 근육처럼 두툼한 것 같지 않아?”

“내가 보기에는 마차 같은데?”

“형이 주로 타는 스포츠카들은 육상선수의 근육처럼 길고 가늘게 쪼개진 근육 같아. 카리스마 넘치는 사내라면 픽업트럭이지.”

“자동차에 대해 한참 애송이 주제에 픽업트럭의 세계를 알아?”

“픽업트럭의 세계가 뭔데?”

“풀 사이즈 픽업은 너처럼 비실비실한 남자가 타는 게 아냐. 섹시하고 카리스마 있는 남자들이 즐겨 타지.”

“나도 섹시하고 카리스마 있는 남자라고.”

“그건 어느 나라 유머야. 전혀 웃기기 않아.”

“정색하고 말하지 말아줘. 확 태권도 킥을 날려버리기 전에.”


두 사람의 만담을 듣고 있던 데이빗과 경호원들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킥킥.


티노 곤잘레스가 입을 열었다.


“픽업은 디자인이 심플한 맛에 탑니다. 무조건 성능이 중요합니다. 승용차처럼 디테일이 많아지면 귀여워질 테니까 절대 피해야 하는 부분이죠.”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말을 보탰다.


“사실 픽업트럭은 유행에 쉽게 편승하지 않아서 타는 사람만 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타는 사람의 숫자가 무지막지하긴 합니다. 대도시에 사는 미국인을 빼고 거의 대부분의 가정마다 한 대씩은 있는 편이니까요.”

“픽업을 언제까지 타볼 수 있어요?”

“싫증 날 때까지 타다가 웨스트우드 오피스 주차장에 놓고 가시면 됩니다.”

“이번 학기까지 타볼게요.”


참고로 픽업트럭은 LA 북쪽 부촌의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유명한 딜러가 보내온 것이다.

류지호가 타고 다니다가 파파라치에게 사진이 찍혀서 신문·잡지에 실리지 않을까 싶어서다.

일종의 유명인사에 대한 협찬 같은 거다.

단기 임대 계약을 하긴 한다.

형식적이다.

사실 공짜나 다름없다.

류지호의 일상에서 남성성을 부각시켜 ‘선 굵은 성격’ ‘카리스마’ ‘강력한 리더십’ 같은 이미지를 노출하려고 하는 것.

의장 비서실에서는 신형 픽업트럭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류지호가 타볼 수 있도록 캘리포니아 지역 대형 자동차 딜러들과 긴밀하게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대중에게 노출되는 류지호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역사상 PI(President Identity) 전략을 가장 잘 구사한 인물은 레이건 대통령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면에는 그의 권위를 살리면서 인기를 유지시키기 위해 갖가지 세심한 준비를 하고 실현시킨 유능한 PI 담당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류지호의 비서들은 레이건 대통령의 PI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JHO Company가 품기에는 조금 과한 인재들임에는 틀림없다.


✻ ✻ ✻


LA-김포공항 노선의 퍼스트 클래스.

국제선 일등석은 류지호가 부리는 유일한 사치라고 할 수 있다.

류지호는 가을 학기 첫 주를 보냈다.

<The Killing Road> 촬영으로 인해 추석명절에 한국에 가질 못했다.

그러던 차에 강의 두 개가 갑작스럽게 휴강을 하는 바람에 잠시 한국에 다녀오기로 한 것.


“샴페인이나 와인 한 잔 드릴까요?”


사무장이 직접 일등석을 돌며 승객들의 편의를 확인했다.


“샴페인으로 주세요.”

“네. 샴페인 준비하겠습니다.”


전 세계 항공사들이 유난히 신경을 쓰는 것이 와인이다.

비행기 내부는 건조하다.

게다가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입안이 텁텁해지고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미각 세포의 감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와인의 떫은맛과 쓴맛, 신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기내에서는 부드럽고 달콤한 와인을 주로 제공한다.

기내 기압 역시 낮다.

공기 순환도 빨라서 와인 향이 코에 전달되기 전에 상당 부분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경향이 있다.

지상에서 마시는 와인보다 좀 더 향취가 풍부한 와인이 주로 선택된다.

잠시 후, 승무원이 샴페인과 잔을 가지고 왔다.

육·해·공의 교통수단을 통틀어 서비스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민간 항공기.

여승무원은 한손에 잔을 다른 손에 샴페인을 병을 들고 왔다.

류지호의 좌석으로 다가온 승무원은 샴페인 라벨을 보여준 후 서비스했다.

매뉴얼에 따른 행동이다.

승무원이 신문을 제공할 때는 제호를 승객이 바로 볼 수 있도록 반으로 접은 상태에서 건네준다.

오렌지 주스는 냉장고나 얼음을 이용해 시원하게 하고, 서비스 할 때는 승객 테이블 오른쪽에 컵받침을 깔고 따라준다.

일등석 승무원들이 따라야 하는 지침 중 하나다.

매뉴얼이 세세하게 하나하나 규정돼 있다.

그만큼 깐깐한 손님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먹을거리와 관련해서는 특히 더 그렇다.

류지호는 서울에어라인이 아닌 KAL 항공에 탑승했다.

KAL항공은 사주의 갑질로 유명해진다.

그 중에서 부사장이 벌이는 일명 ‘땅콩 리턴’ 사건이 유명하다.

움직이기 시작한 항공기를 후진시키는 것도 모자라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희대의 갑질 사건이다.


“마카다미아 너트 서비스가 매뉴얼대로 이뤄지지 않아 벌어진 소동이다. 견과류를 승객에게 일단 보여주는지 아니면 먼저 의향만 물어본 후 갤리에서 종지에 담아 나와야 하는지 매뉴얼에 따르지 않았다."


일등석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항공사들은 일반 승객에게도 견과류에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따로 매뉴얼을 규정하고 있었다.

‘땅콩 리턴’ 사건이 워낙 전 국민적인 공분을 사서 그렇지, 라면을 덜 끓여 왔다며 승무원을 폭행한 일명 ‘라면 상무’ 사건과 공항 탑승구에서 직원을 신문지로 때린 ‘신문지 회장’ 사건 등 유명한 항공기 갑질 사건은 많았다.

어쨌든 일등석은 일반석과 몇 발자국 떨어져 있지 않지만, 서비스 내용이나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 차이는 예약 때부터 시작되어, 수화물을 찾을 때까지 이어진다.


‘돈이 얼만데....’


처음 퍼스트클래스에 탑승할 때는 경호원은 따로 일반석에 앉았다.

이제는 한 명은 반드시 류지호의 곁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국에서 류지호는 작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경호원들과 다니면 그들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왜소해 보이기까지 할 때가 있다.


“우락부락하게 근육을 좀 키워야 하려나....?”

“근육이요?”


류지호가 여성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언제 왔는지 비서 제니퍼 허드슨이 서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불편하신 건 없어요?”

“퍼스트 클래스잖아요.”


이번 한국행에 의전비서인 제니퍼도 함께 한다.

그녀도 함께 일등석에 탑승하면 좋겠지만, 류지호가 사비를 털지 않는 이상 출장비 감당이 되지 않아 어쩔 수가 없다.


“제니퍼는 불편한 데 없어요?”

“문제없어요.”


제니퍼 허드슨은 싹싹한 성격에 아시아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류지호의 비서로 합류하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간단한 인사말과 일상생활 대화 정도는 가능한 수준이다.

내근을 주로 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출장길에 올랐다.


“승무원들이 불편함 없이 서비스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불편한 것이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예요?”

“참고하시라고 한국의 신문을 가지고 왔어요.”


류지호가 제니퍼에게서 신문을 전달 받았다.

펼쳐져 있는 부분의 기사는 PS의 윈도우95 한국어 발매에 관한 뉴스다.


“PS에서 주식 분할 계획이 있다고 하던 가요?”

“투자팀 보고로는 올해는 넘어갈 것 같아 보여요.”

“알겠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한국에서 하도록 해요.”

“네.”


제니퍼가 씩씩하게 대답하고, 퍼스트클래스를 벗어났다.

PS는 개인 투자자들이 자사 주식을 쉽게 매입할 수 있도록 주가가 150달러 선을 넘어서면 주식을 분할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춰왔다.

87년 상장 이후 벌써 5번에 걸쳐 주식을 분할했다.

배당금도 일 년에 네 번 꼬박꼬박 주고 있고.


‘헨리 게이츠의 의도는 칭찬할 만한데, 지분율 높이는 게 정말 힘드네.‘


PS, INTEG, SanCisco 등은 주식분할을 자주하는 편이다.

배당금도 분기별로 잘 주고.

이 밖에 COKE, 니케, MMM, PNG, 에코 모빌 등 소위 배당황제주들 역시 매년 배당금을 꼬박꼬박 주주에게 나눠주고 있다.

류지호 개인은 물론 Garam Invest는 배당금만으로 매년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

굳이 사업을 하지 않아도 주식 배당금만으로 백만장자 소리를 들을 정도다.


‘딱 10%만 확보하면 좋은데, 신주 발행도 좀 하지.’


류지호와 Garam Invest는 PS 이사회에 들어갈 생각까지는 없었다.

단순투자 목적이다.

류지호는 비상금 같은 개념으로 주식을 모았던 것이고.

언제고 영화 사업의 재정이 어려워지거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대 팔아치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게다가 배당금도 잘 주고.

그런 유동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가와 손실 없이 바꿀 수 있는 가는 다른 문제이지만.


하암.


하품이 터져 나왔다.

목요일 밤에 출국해 월요일에 돌아오는 단기일정이다.

체력소모가 상당한 일정이다.

그래서 부자들이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가 싶었다.


‘한국의 재벌들도 전용기가 없는데, 겨우 내가 뭐라고.....!


한국 재벌의 전용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은 2000년대부터다.

그것도 항공사를 보유한 그룹 두 곳과 오성, 경일, 금성, 선경, 한방 그룹 등 5개사뿐이다.

재벌총수와 주요 임원들이 이용하게 되는데, 최대 20여명이 탈 수 있는 수준으로 생각보다 크지 않다.

연간 10~20회 정도로 자주 뜨고 내리는 것도 아니다.

특정 계열사나 총수가 독점적으로 이용하지는 않다.

목적에 따라 그룹 총무·관리 부서에 항공기 이용을 요청하면 스케줄에 맞게 활용한다.

재벌들이 전용기를 이용하는 것은 과시 목적이 아니다.

유기적 업무를 위해 비행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비행 중에도 업무를 볼 수도 있고.

한국의 재벌들은 훨씬 화려하고 큰 비행기를 구입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전용기 ‘공군 1호기’의 규모 때문이다.

재벌 총수의 영향력이 대통령에 준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을 넘어설 수는 없는 법이다.

자칫 공군 1호기보다 큰 비행기를 타고 다닐 경우 쓸데없는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또한 공군 1호기에는 많은 이들이 탑승한다.

대통령 비서진 등 청와대 관계자들과 각 부처 장관 등 최소 50여명이 탑승한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전용기 내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한다.

반면에 재벌 총수들의 전용기에는 많은 인원이 타지 않는다.

많아봐야 15명 정도가 탑승한다.

총수 본인과 주요 계열사 각 사장 등 극히 소수의 인원이 동승하기 때문에 큰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다.

항공기 운용과 유지비 문제에 있어서도 소형 항공기를 타는 것이 대형 항공기를 타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쿨쿨.


어느새 류지호가 잠이 들었다.

최신형 아틀란틱스트림을 타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꿈을 꿨다.

현재는 꿈속에서나 타볼 수 있는 전용기다.

지금처럼 사업이 계속해서 번창한다면....

전용기를 타고 다닐 수도 있다.

언젠가는.


❉ ❉ ❉


<The Killing Road>를 한창 촬영하던 시기, 한국에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제 7호 태풍 ‘제니스’가 한반도 중부를 관통하면서 또다시 많은 비를 뿌렸다.

사망자는 38명, 실종자 12명, 이재민 1만여 명, 재산피해 660억 원으로 집계됐다.

류지호의 가족들은 예전부터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수재의연금을 꾸준히 내고 있다.

한 해도 거른 적이 없다.

올해부터는 성금규모가 수십 배로 불어날 예정이다.


“축하드려요. 아버지.”

“축하는 뭐.... 아빠 어깨가 무겁다.”


아버지 류민상이 본격적으로 자선재단을 출범시켰다.

비영리재단의 명칭은 ‘다울’이다.


“재단 이름을 한자로 지으시지 않고 왜 우리말로 지으셨어요?”


류민상이 되물었다.


“현학적으로?”


하하.


류지호가 웃음으로 얼렁뚱땅 대답을 회피했다.


“다 함께 사는 우리라는 의미를 줄인 말인데... 이상해?”

“이상하진 않아요. 가온도 순우리말 가온대에서 따왔잖아요.”

“부르기도 쉽고, 뜻도 쉬운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작명하긴 했는데..... 신 변호사 사무실하고 비슷해서 헛갈리지 않을까?”

“괜찮을 거예요. 법률사무소는 일반인에게 익숙하게 불리진 않으니까요.”


짝짝짝.


가온웨딩이 운영하는 논현고개의 예식홀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이곳에서 다울재단의 1호 사업 행사가 진행 중이다.

소년소녀가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행사다.


“단상으로 올라가 보셔야겠네요.”


류민상이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단상으로 향했다.


“좋은 아이디어야.”


류지호가 황재정을 칭찬했다.


“다양한 행사를 유치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


황재정이 아쉬워했다.

이번 행사를 호텔에서 성대하게 행사를 열 수도 있었다.

그런데 류민상은 가온웨딩의 예식장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황재정의 요청 때문이다.


“이벤트가 주말에 열려서 결혼 예식하고 겹치지.”

“나는 다양한 지역행사가 있을 줄 알았어. 특히 서울에서는. 그렇지도 않더라.”

“예식장 예약률이 나쁘지 않다면서 웬 걱정이야?”

“경쟁이 장난이 아니야.”


호텔예식도 일부분 풀렸기 때문에 예식업계 경쟁지도가 꽤나 혼란스러웠다.


“요즘도 갈비탕이야?”

“대형예식장은 전부 뷔페고, 변두리 작은 예식장은 아직 갈비탕 하는 데가 있는 모양이야.”

“예식장 선택 기준이 뷔페음식 쪽으로 옮겨갈 거야. 예식사업 책임자에게 주방과 음식 퀄리티 유지에 각별히 신경 쓰라 해.”

“대형예식장은 호텔 주방장까지 스카우트 하는 모양이더라.”

“스카우트 해. 뭐가 문제야?”

“그 보다는 채 사장님 쪽하고 논의를 하고 있대.”

“술집 안주랑 뷔페랑 같냐?”

“그게 아니고. 아네모네가 외식사업으로도 확장을 기획하고 있나봐.”

“98년까지 함부로 사업 확장 하지 말라고 했잖아.”

“밀레니엄 이후를 고려하고 있대.”


아네모네 프랜차이즈 사업에 참여하는 채연지와 이모들 모두 투자금 대비 상당한 돈을 벌었다.

편안한 여생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물 들어올 때 노젓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스튜디오는 어때?”

“잘 나가지.”

“구체적으로.”

“업계 1위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어. 웨딩잡지에서 매달 선호도 조사하거든. 가온웨딩이 매번 1등이야. 과장 좀 보태면 가온웨딩 촬영팀이 들어가는 예식장과 그렇지 않은 예식장의 매출이 차이가 꽤나 심각할 정도니까.”

“지점으로 나가있는 지방 상황은?”

“드라마 PPL도 하니까. 이런 게 브랜드 파워인가 봐.”

“안주하다가는 한 순간에 훅 간다.”

“알아. 모두 현재를 유지하는 것보다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더 벌리는 걸 고민하고 있어.”

“다들 수고가 많네.”


짝짝짝.


다울재단의 장학금 수여 공식행사가 끝이 났다.

쓸데없이 긴 재단이사장의 연설도 공치사 따위 없는 심플한 행사다.

도리어 장학금을 받은 소년소녀들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다.


“재정아, 오늘 행사 어디서 진행한 거야?”

“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우리 예식장 협력업체 중에 하나야.”

“이벤트?”

“응. 업체 사장이 가온웨딩 촬영기사 출신이야. WaW 픽처스의 제작발표회나 프로모션 행사도 맡아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

“가온 출신들끼리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나 봐?”

“가온에서 직영으로 하기 애매한 도시나 지역에 가온 출신 직원들이 독립해서 영업을 하기도 해. 스튜디오도 일종의 프랜차이즈화 했다고 보면 돼. 벌써 8년이나 됐으니까. 문제 일으켜서 퇴사한 직원 말고는 대체로 심 사장님 중심으로 끈끈하게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이야.”

“나름 초창기에 함께 고생했던 직원들 잘 좀 됐으면 좋겠다.”

“성실하게 생활했던 멤버들은 다 잘 살고 있으니까. 의장님은 오지랖 안 떨어도 됩니다요.”


황재정이 류지호를 슬쩍 떠밀었다.


“왜?”

“기념 촬영한다.”

“난 재단 관계자도 아닌데?”

“오늘 장학금 받은 아이들 봐라. 네가 그냥 가면 얼마나 섭섭하겠냐?”


오늘 참석한 청소년들에게 류지호는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 선망의 대상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추억이 된다.

기념을 촬영을 마친 류지호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밥도 안 먹고 그냥 가는 거냐?”

“어쩌다 보니.....”

“그래도 조금이라도 먹고 가지 그러냐.”

“저녁 약속이에요. 죄송해요.”

“죄송할 거 없다. 일부러 참석해 준만 해도 고맙다.”

“집에서 봬요.”


뷔페가 차려진 연회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류지호가 수행원들과 함께 예식장을 빠져나왔다.


작가의말

참고로 페루치오 - 람보르기니, 호르셰 - 포르쉐, 베라리 - 페라리, 매클라덴-맥라렌, 바이마흐 - 메르스데스-마이바흐, 로이즈롤스- 롤스로이스, 아틀란틱스트림 - 걸프스트림입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활기차게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4 잘하는 팀과 작업하고 싶으니까. +9 22.09.13 4,858 159 30쪽
273 내키는 영화를 찍고 싶어요. +4 22.09.10 4,928 157 25쪽
272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5) +10 22.09.09 4,876 150 24쪽
271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4) +5 22.09.08 4,937 164 25쪽
270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3) +4 22.09.07 4,921 159 21쪽
269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2) +5 22.09.06 4,950 147 22쪽
268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1) +12 22.09.05 5,040 154 21쪽
267 전문가의 손을 타야 좋아져. +13 22.09.03 5,121 163 26쪽
266 도전은 좋은 겁니다. (2) +6 22.09.02 5,056 160 26쪽
265 도전은 좋은 겁니다. (1) +12 22.09.01 5,129 155 23쪽
264 그건 당신들 착각이고....! +9 22.08.31 5,054 171 26쪽
263 다들 수고가 많다....? (2) +10 22.08.30 5,081 167 26쪽
» 다들 수고가 많다....? (1) +5 22.08.29 5,105 158 23쪽
261 누가 자네를 말릴 수 있겠어. +8 22.08.27 5,177 168 26쪽
260 The Killing Road. (14) +12 22.08.26 5,002 170 29쪽
259 The Killing Road. (13) +5 22.08.25 4,789 160 25쪽
258 The Killing Road. (12) +7 22.08.24 4,817 161 26쪽
257 The Killing Road. (11) +4 22.08.23 4,886 154 26쪽
256 The Killing Road. (10) +9 22.08.22 4,891 148 23쪽
255 The Killing Road. (9) +6 22.08.20 5,006 152 26쪽
254 The Killing Road. (8) +5 22.08.19 5,053 144 25쪽
253 The Killing Road. (7) +12 22.08.18 5,015 156 23쪽
252 The Killing Road. (6) +7 22.08.17 5,118 162 25쪽
251 The Killing Road. (5) +4 22.08.16 5,177 151 22쪽
250 The Killing Road. (4) +5 22.08.15 5,161 163 21쪽
249 The Killing Road. (3) +4 22.08.13 5,302 167 22쪽
248 The Killing Road. (2) +12 22.08.12 5,334 161 22쪽
247 The Killing Road. (1) +16 22.08.11 5,815 173 26쪽
246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영웅놀이....! +17 22.08.10 5,583 200 27쪽
245 Collapse. (7) +8 22.08.09 5,295 168 2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