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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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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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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9.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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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예술 조형물처럼 블록들이 제각각 튀어나온 벽.

블록들과 움푹 들어간 틈 사이엔 푸른색의 JHO Company Holdings 로고들이 박혀 있다.

그 벽의 끝에 기다란 안내데스크가 붙어있다.

단정한 차림의 안내·사무비서 리사 블런트(Lisa Blount)와 의전비서 제니퍼 허드슨이 업무를 보고 있다.

JHO Company 웨스트우드 헤드쿼터의 2층은 두 개의 사무실로 나눠져 있다.

하나는 GARAM Ventures고, 다른 하나는 이사회의장의 집무실이다.

현재 어바인과 실리콘 밸리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많은 청년창업자들이 드나들고 있고, 간혹 유명 인사들이 류지호와 미팅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

190Cm의 육박하는 신장을 자랑하는 백인 남자가 천천히 안내데스크로 다가갔다.

생김새가 비슷한 청년이 쭈뼛거리며 뒤를 따랐다.

리사 블런트가 사무적인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지호 류와 미팅을 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일론 리브스라고 합니다.”

“동생입니다. 컴볼 리브습니다.”


일론 리브스(Elon Reeves).

류지호와 동갑인 이 청년은 미래에 전기자동차 혁신의 아이콘이 될 인물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인 그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해서 퀸즈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로 편입했다.

경제학과 물리학 이중 전공으로 학사를 끝마치고 재료공학 석사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스탠퍼드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이틀 만에 자퇴를 하고 창업을 준비 중이다.


“잠시 확인 하겠습니다.”


리사가 컴퓨터 모니터에 류지호의 스케줄을 띄웠다.

미팅 스케줄을 확인한 후 수화기를 들어 인터폰으로 손님의 도착을 알렸다.


“보스, 일론 리브스씨가 도착했습니다.”

- 혼자 왔나요?

“동생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 들여보내세요.

“네.”


형제가 의장 집무실로 가는 과정은 순조로웠다.

다만 정해진 절차가 있어 안내데스크를 통과하고도 따로 또 비서를 거쳐야 했다.


“JHO Company 방문을 환영합니다. 사전에 안내해 드린 대로 미팅 시간은 1시간입니다. 절 따라오세요.”

“....!”


데이빗 브레이텐바크의 안내를 받아 의장실로 들어가면서 형제는 새삼 알게 됐다.

류지호를 만나는 것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을.

일론 리브스는 지난 봄 실리콘밸리 창업투자 설명회에서 류지호를 처음 만났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면이 잘 통했다.

특히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것과 스탠리 큐브릭의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열렬한 팬인 것을 알고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최근 재밌게 즐기고 있는 ‘워크래프트’을 개발한 Snowstorm의 오너가 류지호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실리콘밸리 행사 이후로 두 사람은 몇 번 만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마지막 만났을 때는 ‘반지의 제왕’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에 대한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형, Jay가 진짜 잘나가는가 봐.”

“당연하지.”

“그런데 왜 이곳에 있지? 트라이-스텔라는 컬버시티에 있는 거 아니었어?”

“그건 Jay가 하는 사업에 한 부분일 뿐이야.”


컴볼은 형의 친구라는 아시아 청년과 산호세에서 딱 한 번 어울렸다.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수더분해서 상류사회 엘리트처럼 보이지 않았다.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다니는 모습이 특별해 보이긴 했지만.


똑똑.


데이빗이 노크를 한 후,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열린 문틈으로 중역용 데스크에 앉아 있는 류지호의 모습이 보였다.

노 넥타이에 연한 푸른색 계열의 셔츠를 입은 류지호는 사무실 분위기와 그림처럼 잘 어울렸다.

일론 리브스의 눈에는 류지호의 모습이 마치 중년의 중후한 기업가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로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단순히 서류만 보고 있을 뿐인데.

형제를 발견한 류지호의 얼굴에 잔잔한 웃음이 맺혔다.


“어서와.”

“오랜만이야.”


컴볼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엔지니어인 형보다 경영을 전공한 자신이 비즈니스 부분에서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컴볼이 류지호가 내민 손을 잡고 흔들며 물었다.


“영화는 잘 찍었어?”

“그럭저럭.”

“언제 볼 수 있어?”

“내년 봄 쯤.”

“영화 개봉하면 친구들보고 모두 보라고 할게.”

“저쪽 자리에 앉을까?”


류지호가 중앙에 놓인 원형 테이블로 형제를 안내했다.

비서 데이빗이 마실 것까지 확인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류지호가 형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지냈어?”


일론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재밌는 실험을 하고 지냈지.”

“무슨 실험?”

“창업하기 전에 얼마 정도가 필요한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더라고.”

“그래서 뭘 어떻게 했는데?”

“한 달 간 하루에 1달러씩만 쓰고 생활해 보는 실험을 해 봤어.”

“그게 가능해?”

“일단 핫도그와 오렌지를 한 달 치를 확보해 놓고, 1달러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겨봤어. 되더라.”

“외출도 안 하고. 기숙사에 틀어박혀 있었겠네?”

“외출은 삼갔지만, 내겐 컴퓨터가 있고, 도서관에는 읽을 책이 가득했어. 특히 네 회사가 만든 ‘워크래프트‘와 모두가 미쳐 있는 ’둠‘을 하다보면 하루가 정말 빨리 가더라.”


일론 리브스는 어릴 적부터 하루에 10시간씩 독서하는 책벌레로 유명했다.

특히 판타지나 공상과학 소설에 심취했다.

어릴 때부터 모형 로켓 만드는데도 취미가 있었다.

가솔린과 각종 화학약품을 혼합하여 로켓연료를 만들곤 그걸 자작 로켓에 넣어 시험 발사 한 적이 있을 정도다.

원래 몸이 허약한데다 남들과는 다른 괴짜의 행동을 하다 보니 왕따는 기본에 괴롭힘을 많이 받았다.

그랬던 소년이 전기에너지, 이동수단, 우주산업 등 하나도 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세 가지 모두를 성장시키는 출중함을 보여주게 된다.


“실험의 결론은?”

“내게 컴퓨터만 있으면 돈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거야. 1달러 프로젝트로 생활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지. 그래서 한 달에 30달러 이상만 벌면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어.”

“겨우 30달러?”

“응.”

“내 투자는 필요 없어?”

“그렇다면 나와 동생이 이렇듯 네 사무실을 찾아오지 않았겠지.”

“석사 과정은 어떻게.... 학교는?”

“그만 뒀어.”


일론 리브스는 창업을 결심하자마자, 학기가 시작된 이틀 만에 학교를 자퇴하고 말았다.

정확히 말하면 입학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등록을 안 해버린 것이다.


“비자문제가 생기지 않아?”

“사실.... 학생비자로 와서 자퇴했으니, 불법 체류지.”

“학교를 다니면서 사업을 할 수도 있잖아. 왜 등록을 안 했는데?”

“사업자금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생활비가 문제야.”

“이 대책 없는 녀석들....!”


동생 컴볼이 변명했다.


“형하고 난 남아공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돼. 문제가 되면 캐나다로 다시 돌아가면 되지 뭐.”

“여동생이 아버지와 함께 남아공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일론 리브스가 치를 떨며 다짐했다.


“성공해서 여동생도 미국으로 데리고 와야 해. 반드시!”


형제는 아버지와 사이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심지어 아버지더러 악마, 인간말종이라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형제가 아버지에 대해 치를 떨만도 했다.

아버지라는 작자는 정말 막장이었으니까.


“기업가로 치면 아직 애송이인 나를 흔쾌히 접견해 주고 투자까지 제안해 줘서 고마워. 솔직히 말하면 제안서를 줬을 때 거절당할 줄 알았어. 그래서 면담을 신청해 놓고도 조마조마했거든.”


똑똑.


노크소리가 들린 후 리사가 차와 음료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녀 뒤로 도널드 제이콥 비서실장과 실리콘밸리 투자팀장 데이브 보우먼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리브스 형제와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보우먼 팀장이 사무적인 어조로 물었다.


“제안서는 잘 봤습니다. 혹시 추가로 할 말은 없습니까?”


일론은 에너지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스탠퍼드에 입학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발전 중인 인터넷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확신이 서자, 퀀즈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동생을 불러들였다.

류지호가 지나가는 말로 던진 투자의향이 있다는 말을 듣고, GARAM Ventures에 제안서를 접수시켰다.

그들이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미디어에 지도나 회사의 정보 같은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작은 투자라도 좋습니다. 나와 동생은 월가에서도 신뢰를 받는 GARAM이 투자한다는 뉴스 하나만으로도 투자자를 모으는 것이 쉽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류지호가 꽤 유명한 투자자이긴 했다.

보우만 팀장은 계속해서 감정이 담기지 않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 회사의 이름값을 빌리고 싶은 거군요.”


보다 못한 류지호가 나섰다.


“데이브, 두 사람은 내 친구입니다.”


도널드가 류지호를 향해 물었다.


“또 의리니 감이니 하는 겁니까?”


따지는 말투가 아니다.

이미 자신의 보스를 거의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니까.

이런 경우, 보스가 무언가를 실행해서 실패한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때문에 도널드는 보스가 관심을 보이는 것에 기대감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이 친구하고는 통하는 게 많아요. 아마 일론의 비즈니스가 JHO의 투자전략을 담당하는 비서들에게 영감을 줄 겁니다.”


보우만 팀장이 류지호에게 물었다.


“얼마나 투자할 생각이신지?”

“데이브의 생각부터 말해 보세요. 얼마를 투자해 주면 좋을지.”

“한 1,000만 달러?”

“자, 잠깐!”


컴볼이 화들짝 놀라 끼어들었다.


“우리가 무슨 사업을 할 건지 알고 있는 것 맞아요?”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1,000만 달러라고요?”

“적습니까?”


보우만 팀장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문했다.


“하하하. 데이브 그 정도로 해두세요.”


사실 보우만 팀장은 일론 리브스 형제의 프로젝트를 꽤 좋게 보았다.

그 같은 기대감을 표현한 액수가 1,000만 달러다.

놀리거나 기를 죽이려는 속셈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일론, 우리는 네 아이디어를 좋게 보고 있어. 100만 달러 어때?”

“응?”

“100만 달러 투자할 테니까, 그걸로 일단 시작해 봐.”


일론이 얼떨결에 대답했다.


“응, 응!”

“경영권 무조건 보장해 줄 거야. 다만 반 년 정도 인큐베이팅 과정을 인정해 주어야 돼.”

“그, 그래.....”

“데이브, 리브스 형제와 구체적인 투자계약 조율하고, 한 달 안에 투자금 넣어주세요.”

“알겠습니다.”

“.....!”


형제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류지호와 데이브를 번갈아 바라봤다.

무슨 투자결정을 마트에서 물건 값 지불하듯 한 단 말인가.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형제를 향해 류지호가 입을 열었다.


“일론, 난 너의 꿈을 믿어.”

“......”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네 꿈을 공유한 한 사람으로서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정한 친구 아니겠어?”


몇 번 만나 맥주를 마시고, 공통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나눴을 뿐.

그 과정만으로 친구가 될 리가 없다.

다만 별 볼 일 없는 시기에 도움을 주면 일종의 빚이 된다.

친분을 쌓기는 했지만, 형제가 자신의 휘하로 들어올 거라는 보장은 없다.

굳이 그런 관계로 만들 생각도 없었고.

일론 리브스가 꾸는 꿈은 류지호의 꿈과 많이 다르다.

따라서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만의 길을 가게 하는 것이 옳았다.

그의 시대가 오려면 앞으로 20년이나 남아 있기도 했고.

그렇기에 류지호는 적당한 수준에서 그의 비즈니스에 발을 걸쳐놓는 것에 만족했다.


“Jay, 하나만 확인해줘.”

“뭐든 물어봐.”

“진짜 투자한 회사에 간섭을 안 하는 것 맞아?”

“경영에는 일절 관여 안 해. 다만 벤처의 경우는 인큐베이팅을 받아야겠지. 아이디어와 기술은 뛰어날지 몰라도 재무와 영업 부분에서 취약할 테니까."

“.....”

“일론은 잘할 거야.”

“그걸 어떻게 확신해?”

“너희 형제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잖아.”

“.....!”


누구나 성공하고 싶은 열망과 이유가 한 가지 쯤은 있다.

이들 형제도 마찬가지다.

물러설 곳도 없다.


“남은 이야기는 데이브와 나누도록 해. 난 오후에 검토해야 할 서류가 산처럼 쌓여있어서.”


류지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덩달아 모두가 일어섰다.

집무실 앞 안내데스크까지 형제를 배웅하고 류지호가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다.

그의 말대로 책상 위에는 보고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형제는 한 달 후 집투 코퍼레이션(ZipⅡ Corporation)을 설립하게 된다.

여담으로 이 회사는 1999년 2월 컴팩에 3억700만 달러에 인수된다.

일론 리브스는 28살의 나이로 백만장자가 된다.

그 인수 건으로 GARAM Ventures는 2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그 거래는 시작에 불과한 비즈니스 파트너십일 뿐.

추후 류지호는 일론 리브스의 중요한 투자자가 된다.

약속한 대로 일론 리브스의 꿈과 야망을 지지해주는 몇 안 되는 친구가 된다.

때론 불편한 사이가 될 때도 있지만.


딸깍.


류지호가 수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샘 리버먼입니다. 보스.


류지호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여인의 향기>의 디렉터 마르틴 브레스트가 트라이-스텔라와 일한 적이 있었던가요?”

- 마르틴 브레스트?

“<여인의 향기> 전에 <베벌리힐스 캅>을 연출했다고 하네요.”

- 우리 영화사와 일한 적 없는 감독입니다.

“<나 홀로 집에> 3편 감독으로 어떨 거 같아요?”

- .....흠.


<여인의 향기>로 골든글로브 수상은 물론 아카데미 4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오른 감독이다.

가족영화에 관심을 보일 리가 없다.


“일단 그가 요즘 어디와 무슨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알아봐요. 내가 받은 리포트에는 최근 작업이 업데이트 되어 있지 않네요.”

- 알겠습니다.


류지호는 중요한 내용만 전달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서로 바쁜 처지다.

근황을 주절거리며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40대 초반이면 한창 활동할 때인데 왜 작품을 못하고 있을까?”


마르틴 브레스트 감독은 <여인의 향기> 이후로 발표한 작품이 없었다.


“할리우드에 널린 게 감독이니까.....”


류지호는 마르틴 브레스트 감독에 대한 관심을 접고 모니터에 떠있는 영화 스크립트를 읽기 시작했다.

음악잡지 ‘롤링스톤’ 부편집장 출신의 캐머런 크로우가 쓴 <제리 맥과이어>였다.

캐머런은 뮤직비디오 연출, 대중음악 칼럼, 영화 각본, 연출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류지호는 최근 두 작품에 대해 자신의 영화선택 권리를 사용했다.

지금 읽고 있는 <제리 맥과이어>와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다

두 작품 모두 캐머런 크로우가 각본을 썼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투자·배급만 하고 제작은 그레이스 필름과 JHO Pictures 공동으로 할 예정이다.


“문제는 PPL이란 말이야.”


할리우드의 PPL 규모는 엄청나다.

현물을 지원 받을 수 있고,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도 있으며, 제작비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이 시기 메이저 스튜디오의 어지간한 영화의 PPL 협상가격은 기본 100만 달러부터 시작했다.

<007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월드 스타가 캐스팅된 영화에는 무조건 PPL이 붙는다.

업계에서 레온 부룩하이머는 ‘PPL의 악마’라고 불린다.

<나쁜 녀석들>의 경우 PPL로 제작비의 절반을 충당할 정도였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역시 영화마다 PPL이 들어간다.

심지어 <Collapse>에도 다양한 간접광고가 들어가 있다.

다만 예상매출을 보수적으로 잡았고, 제품의 노출도 역시 최소화해서 계약했기 때문에 PPL 금액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제리 맥과이어>는 스포츠 용품 업체와 벌써부터 협상에 들어갔다.


“머큐리였었나....?”


류지호는 스포츠 브랜드 머큐리와 제작사의 PPL 관련 소송전을 기억해냈다.

정확한 PPL 금액과 소송전의 결과는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영화가 흥행하면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전이 벌어졌다는 것은 기억했다.

단순히 제품 노출 PPL계약이라면 소송전까지 갈 일이 없다.

만약에 브랜드 이미지 부분까지 계약에 포함되어 있다면, 스토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간혹 감독들이 이를 무시하고 작업하기도 한다.

그로인해 차후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할리우드는 매우 디테일한 계약서를 쓴다.

언제든지 PPL 계약 불이행에 대해 소송을 당하거나 걸 수 있다.


“마크에게 일러두긴 했지만, 불안하단 말이야.”


프로듀서 마크 로렌스(Mark Laurence)는 캐롤코와 <컷스로트 아일랜드>를 작업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류지호가 프로젝트를 개발지옥에 빠트려버렸다.

마크 로렌스는 류지호가 <컷스트로 아일랜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프로젝트에서 하차했다.

LOG 컴퍼니 영화를 한편 프로듀싱하고, <제리 맥과이어>에 합류하기로 했다.


“머큐리든, 니케든 일단 PPL 협상은 미뤄두는 걸로.”


내심 생각을 정리한 류지호가 다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잠시 후, 수화기 너머에서 도널드 제이콥의 목소리가 들렸다.


- 예. 보스.

“한국의 경일자동차, 오성전자 미국지사 최고 책임자와 미팅 잡아 보세요.”

- 미팅에서 논의할 내용은 무엇입니까?

“영화 PPL.”

- 개별 영화입니까 아니면 장기계약도 고려하십니까?

“당연히 단발이죠. 한국기업들은 할리우드 영화 PPL을 해본 적이 없어요.”

- 알겠습니다.

“실무자도 동석하면 좋겠다고 하세요. 트라이-스텔라에서는 샌디 페이슨 이사 스케줄을 확인해 봐요.”

- 트라이-스텔라 임원도 함께 미팅에 참석합니까?

“강요할 순 없죠. 그녀에게 넌지시 의사타진 해보세요.”

- 오성전자와 경일자동차의 북미 광고마케팅 현황도 따로 리포트 정리해서 올릴까요?

“혹시 조사된 게 있어요?”

- <Collapse>에서 한국 기업과 PPL 협상을 하지 않을까 싶어 대략적으로 조사해 둔 것이 있습니다.

“읽어볼게요.”

- 다른 지시사항은 없으십니까?

“리포트만 줘요.”

- 네. 보스.


류지호는 해가 질 때까지 각종 보고서를 확인했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지자, 류지호가 웨스트우드 사무실을 나섰다.

오랜만에 LA 한인 타운으로 향했다.


✻ ✻ ✻


“하이. 지호!”

“더스틴, 오랜만이다.”


류지호가 친구 더스틴 린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제대 후 미국으로 복귀했지만,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다.

모두가 각자의 고향으로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더스틴 린은 LA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UCLA 졸업 후 잠시 영화와 관련 없는 일을 했다.

류지호 또한 한가하지 않았고.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기에 여유롭게 친구를 만나고 다닐 짬이 통 나지 않았다.


“TV·영화 대학원 석사과정 한다고?”

“이번 가을학기부터.”

“이젠 자주 볼 수 있겠네?”

“네게 달렸지.”


예전처럼 쉽고 편하게 만날 사이가 아니게 되긴 했다.


“장편 데뷔한다며?”


더스틴 린은 대만 출신의 독립영화 제작자와 장편영화를 찍을 예정이다.


“잠시 후에 프로듀서 겸 공동감독 소개시켜 줄게.”


더스틴 린이 류지호를 안내했다.

한인타운에서도 제법 유명한 한식당으로 이끌었다.


“일행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이미 와 있을 거야.”

“그래, 들어가자.”


두 사람이 한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시간이라 많은 한국인 손님들이 있었다.

적어도 LA지역에서 류지호를 모르는 교포는 없다.


“어! 류지호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한인타운에 왔네요?”

“제가 좀 바빴어요.”


테이블을 지날 때마다 교포들이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인 시대였다면 수많은 셀프카메라와 인증샷 요청을 받았을 터.

악수 정도가 일반적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렇게 만나게 되네.’


류지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앤드류, 오랜만이야.”


류지호와 앤드류 한이 가볍게 포옹하며 서로의 등을 두드렸다.

입학 초 한인학생회 갈등의 중심에 있을 때 친하게 지냈던 교포 2세다.


“3년 만이지?”

“4년 만일걸? 네 활약은 매일 LA타임즈와 방송으로 잘 보고 있다.”

“스포츠 섹션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최근 UCLA Bruins 미식축구팀이 2연패를 하며 동문들에게 스트레스를 선사하고 있다.

그걸 빗대어 류지호가 농담을 던졌다.

앤드류 한과 재회의 인사를 나눈 류지호가 남은 세 명의 동양 청년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만나서 반갑다. 류지호라고 한다.”


작가의말

1. 참고 - Mercury Sports : 리복, 니케 : 나이키 입니다.


2. 이름, 기업명, 브랜드, 사립학교명, 기타 등등 많은 것들이 변경되고 오락가락해서 거슬리는 독자분도 분명 계실겁니다. 무료연재이기도 하고 해서 딱히 소송을 걱정하진 않습니다. 다만 <어쩌다 배우>부터 기업명과 브랜드를 바꿔서 쓰기 시작했는데, 다른 현대물을 쓸 때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편리할 것도 같고 나중에 혹시나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쓰는 모든 글에서는 변경된 이름으로 통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독자님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3.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다고 합니다. 큰 피해없으시길 기원합니다. 이번 한 주도 성실히 연재를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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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5) +10 22.09.09 4,876 150 24쪽
271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4) +5 22.09.08 4,938 164 25쪽
270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3) +4 22.09.07 4,922 159 21쪽
269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2) +5 22.09.06 4,951 147 22쪽
» 난 꿈꾸는 사람을 좋아해. (1) +12 22.09.05 5,041 154 21쪽
267 전문가의 손을 타야 좋아져. +13 22.09.03 5,121 163 26쪽
266 도전은 좋은 겁니다. (2) +6 22.09.02 5,056 160 26쪽
265 도전은 좋은 겁니다. (1) +12 22.09.01 5,129 155 23쪽
264 그건 당신들 착각이고....! +9 22.08.31 5,055 171 26쪽
263 다들 수고가 많다....? (2) +10 22.08.30 5,082 167 26쪽
262 다들 수고가 많다....? (1) +5 22.08.29 5,105 158 23쪽
261 누가 자네를 말릴 수 있겠어. +8 22.08.27 5,178 168 26쪽
260 The Killing Road. (14) +12 22.08.26 5,003 170 29쪽
259 The Killing Road. (13) +5 22.08.25 4,790 160 25쪽
258 The Killing Road. (12) +7 22.08.24 4,817 161 26쪽
257 The Killing Road. (11) +4 22.08.23 4,888 154 26쪽
256 The Killing Road. (10) +9 22.08.22 4,893 148 23쪽
255 The Killing Road. (9) +6 22.08.20 5,008 152 26쪽
254 The Killing Road. (8) +5 22.08.19 5,054 144 25쪽
253 The Killing Road. (7) +12 22.08.18 5,015 156 23쪽
252 The Killing Road. (6) +7 22.08.17 5,119 162 25쪽
251 The Killing Road. (5) +4 22.08.16 5,177 151 22쪽
250 The Killing Road. (4) +5 22.08.15 5,162 163 21쪽
249 The Killing Road. (3) +4 22.08.13 5,302 167 22쪽
248 The Killing Road. (2) +12 22.08.12 5,334 161 22쪽
247 The Killing Road. (1) +16 22.08.11 5,816 173 26쪽
246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영웅놀이....! +17 22.08.10 5,584 200 27쪽
245 Collapse. (7) +8 22.08.09 5,295 16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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