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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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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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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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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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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The Killing Road. (1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The Killing Road>에는 UCLA TV·영화과 학생들이 인턴으로 많이 참여하고 있다.


“입맛 없다고 굶지 마. 본인만 손해니까.”


류지호는 인턴들까지 살뜰히 챙겼다.

한국의 대학문화로 치면 이들은 류지호의 후배들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졸업년도로 학번을 정한다.

학번 대신 'Class of 00'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00‘ 자리에 졸업하는 연도를 붙인다.

류지호가 먼저 입학을 했지만, 졸업은 이들이 먼저 한다.

물론 미국 대학은 졸업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들 중에서 졸업을 못하는 학생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암튼 미국은 나이나 학번을 크게 따지는 문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류지호에게 인턴들은 한참 후배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류지호 역시 할리우드에서는 애송이인 것은 맞다.

감독으로는 처음인 것도 맞고.

그런데 <Collapse>로 데뷔한 시나리오 작가다.

그 전부터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기도 했고.

어쨌든 그들이 넘볼 수 없는 현역 할리우드 종사자란 소리다.


“수고해 캡틴~”

“너희들도.”


케이터링에서 간단한 음식으로 배를 채운 류지호가 스테이지로 들어왔다.


“디렉터....!”


레티 조핸슨이 쪼르르 달려왔다.


“밥을 먹지 않고 아침부터 초콜릿을 먹은 거니?”

“디저트에요.”


레티 조핸슨이 손에 들고 있는 초콜릿 하나를 류지호에게 내밀었다.

조금 특별한 초콜릿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뉴욕의 로드 앤 테일러(Lord & Taylor) 백화점에서 VVIP 고객에게만 선물한 초콜릿이다.

파커 가족에게 배달된 여러 선물 중 하나로 레오나가 류지호 먹으라고 자신의 것을 양보했다.

류지호는 단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때문에 레오나가 보낸 초콜렛 중 일부는 한국의 여동생에게 보내고, 남은 것들을 래티 조핸슨과 마리아 베리에게 나눠주었다.

류지호는 래티에게 받은 초콜릿을 해리슨 노튼에게 주었다.


“난 왜 안 주나 했습니다.”


초콜릿을 받은 해리슨 노튼이 아이처럼 좋아했다.

마리아와 래티만 챙겨주는 것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음.....“


해리슨 노튼이 류지호에게 받은 초콜릿을 입에 털어 넣었다.

말끔하게 생긴 얼굴에 모범생 같은 외모다.

내성적일 것 같지만, 장난을 걸면 반응이 꽤 좋다.

대중들에게 노출된 예민하게 구는 모습.

사이코패스나 신경쇄약적인 캐릭터로 인해 그에 대해 선입관이 있었다.

알면 알수록 개구쟁이 같은 면도 많았다.

촬영에 들어가면 완벽하게 딴 인물로 변해버리긴 하지만.

항상 탐구하고 노력하는 모습도 좋았다.

마리아 베리는 그와 자주 시간을 가졌다.

촬영 전 함께 대사를 맞춰보거나 <The Killing Road>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원래 할리우드 배우들은 그 같은 경우가 거의 없다.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것만 소화하고 만다.

개인주의가 너무 지나쳐서 류지호로서는 할리우드 영화가 과연 공동작업 혹은 협업의 예술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

그에 반해 해리슨과 마리아는 적극적이고 성실했다.

초콜릿을 두고 래티 조핸슨과 장난을 치고 있는 해리슨 노튼을 보며 류지호가 미간에 ‘川’ 자를 그렸다.


‘<헐크> 판권도 패러마운틴에서 회수해야 하는데....’


<스파이더맨>과 <X-맨>은 캐롤코와 오라이언을 인수합병하면서 류지호의 품으로 들어왔다.

<스파이더맨>의 경우 판권과 관련해 정리할 부분이 남긴 했지만, 특별한 이변만 없다면 류지호가 소유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X-맨>의 판권은 오라이언을 인수합병하면 깨끗하게 확보했다.

다만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로 판권이 귀속되었다는 것 정도가 아쉽다고 할까.

어차피 류지호가 최대주주인 스튜디오이긴 했지만.


‘나중에 타임리 유니버스를 제작하게 된다면 교통정리가 필요하긴 할 것 같네.’


몇 년 후의 일이다.

당장은 타임리 코믹스를 주무르고 있는 탐욕스러운 투자자들이 판권을 팔아치우기 전에 손을 써야 했다.

이전 삶에서는 대략 96년경부터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데어데블>, <퍼니셔> 등의 판권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타임리의 최대주주가 되든가, 인수합병을 하든가.

이른 시간 안에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래야만 판권 누수를 막을 수 있으니까.

래티 조핸슨이 초콜릿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류지호에게 물었다.


“근데요. 왜 내겐 다이얼로그가 없어요?”


래티 조핸슨의 표정이 갑자기 우울해졌다.


“혹시 내가 연기를 잘 못할까봐서요?”

“아니.”

“그럼 왜 다이얼로그를 안 줘요?”

“래티가 연기하는 소녀는 진짜 사람이 아니니까.”

“그건 나도 알아요.”


래티 조핸슨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실제가 아니다.

티아라 이브가 만들어낸 환상 혹은 환각이다.

피폐해진 정신이 불러온 정신분열의 표현이다.

한편으로 모성애의 상징이고.

영화 엔딩에서 소녀는 호프타운에 남겨진다.

티아라 이브 홀로 타운을 떠난다.

티아라가 호프타운을 떠나면서 더 이상 환각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란 암시다.

실제 아이를 뱃속에 잉태함으로써 더 이상 망상은 의미가 없어지기도 했고.

후자를 상징하기 위해 배를 슬쩍 만지는 모습도 나온다.

웃긴 것은 티아라는 흑인이다.

그런데 그녀의 환각 속의 딸은 백인이라는 사실.

류지호는 최대한 쉬운 말로 래티 조핸슨에게 설명했다.


“디렉터는 그만 가서 촬영해.”


마리아 베리가 끼어들어 류지호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래티는 내가 데리고 있을 게.”

“고마워. 마리아.”

“그건 그렇고.... 조금 봐줘.”

“....뭘?”

“디렉터와 해리를 내가 따라가기 너무 힘들어.”

“엄살이 심해.”

“호호. 그래도 재밌어. 에너지라고 할까, 활력이라고 할까, 이번 촬영은 그런 게 끌어 오르는 것 같아.”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불끈 힘이 나네.”


세트 촬영은 순조롭게 착착 진행되었다.

HMI 조명기를 하나 태워먹어서 그런지 리차드슨은 좀 더 의욕이 넘쳐 보였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이크 리바 역시 마지막 세트를 꾸미는데 여념이 없었다.

류지호가 호프타운 보안관 사무실 세트로 들어갔다.

UCLA TV·영화과 연기전공 학생들이 준비하고 있다.

무한 대기하는 저들이야말로 진짜 고생이 많은 이들이다.

차라리 일을 하면 덜 지루하고 덜 힘들지 않을 텐데.

모든 촬영은 주인공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류지호가 보안관 사무실 세트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단역 출연자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내게 모여 봐!”


단역들에게 촬영 셋업을 설명했다.

움직임이 있는 배역에게는 동선에 대해 설명하고 실제 움직여볼 것을 요구했다.

다들 단편영화 경험은 풍부한 편이다.

그런데 류지호의 촬영현장은 질릴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가장 먼저 찍을 수 있는 것 위주로 찍는다.

다음부터는 이 커트 저 커트 마구 섞어서 찍었다.

자칫 정신을 놓고 대기하다보면 촬영을 쫒아가지 못할 정도다.


“내 촬영 방식 때문에 몰입이 어려울 수도 있어.”

“배우라면 당연히 극복해야 하는 문제야.”

“우린 걱정하지 마.”

"한 번 더 연습해 보자고!”


그들에게 <The Killing Road>는 영화연기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그들이 보기에 류지호는 사기적인 존재이기도 했고.

류지호라는 할리우드 거물과 친분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게다가 류지호는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단편영화로 주목 받은 촉망받는 영화감독이다.


“부루인! 준비 되었어?”

“옛설! 캡틴!”


호프타운 보안관들은 연쇄살인사건 수사에 비협조적이다.

뚱뚱한 배와 엉덩이로 어떻게 의자에 앉아있는지 의심스러운 보안관 배역은 테일러 빈스가 연기하고 있다.


[그냥 여기 죽치고 앉아서 다음 사건이 벌어지기만 기다려요?]


묻기는 하지만, 벤 사이퍼는 아쉬울 것 없다는 투다.


[그럼 어쩌자고? 나오지도 않는 지문을 더 뒤져? 아니면 200마일 떨어진 대도시 경찰서에 가서 얼굴도 모르는 놈들 사진이라도 뒤져봐? 차라리 여기서 죽치는 게 낫지.]

[무슨 꿍꿍인 줄 알 것 같아요.]

[꿍꿍이 같은 건 없어.]

[시간 끄는 거죠? 수사가 길면 길수록 은퇴하는 날도 미뤄지니까.]

[놈이 실수하길 기다리는 거야.]

[네. 그러시겠죠.]

[느긋하게 있어. 시골 공기도 만끽하고.]


무사안일, 천하태평이 아닐 수 없다.


“컷!”


류지호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배우들의 호흡이 좋았기 때문이다.

과장된 연기 없이 편안하고, 부드러웠다.

툭툭 주고받는 대사에서 서로의 호흡을 간섭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끄덕끄덕.


촬영현장을 방문한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은 내심 감탄했다.

류지호의 촬영을 처음으로 구경해 보았다.

자신이 생각한 촬영장 분위기, 그 이상이다.

괜한 걱정을 했나 싶다.


‘어떻게 여유로울 수 있지....?’


제아무리 배짱 좋고 자신만만한척 한다고 해도 자신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가끔 자신과 실없는 말장난을 나누다가도 촬영준비가 성에 차지 않으면 즉시 달려가 시정을 요구했다.

그런 모습에서 겸손한 영화과 학생은 없었다.

냉철하고 노련한 영화감독이 있을 뿐.

촬영에 들어가면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마치 딴 사람 같았다.

틈만 나면 할리우드 비즈니스에 대해 강의하듯 류지호에게 알려줬다.

그것과 상관없이 촬영현장의 류지호는 이미 영화감독이었다.


“어흠.”


모리스 메타보이는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장성한 제자를 지켜보는 스승이라도 된 것처럼.


[거지같은 마트는 바가지가 강도 수준이고, 하나 뿐인 식당은 불친절한 할머니가 서빙을 보고, 이런 데서 어떻게 살아요?]

[그래도 다들 150년이나 여기서 잘 살고 있어.]

[동굴에서도 15만년 살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진 않잖아요.]

[검둥이들과 인디언은 그러고 살았잖아.]

[흰둥이들도 마찬가지였죠. 오래 전 우리 선조가 이곳에 와서 원주민을 죽였어요. 그리고 저 먼 땅에서 사람을 잡아왔고요.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들은 이 땅의 타운을 말살하고 땅을 차지했어요. 150년 전만 해도 이곳은 임자가 따로 있었다구요. 그때는 군대가 그런 짓을 했지만, 이제는 다른 것이 그런 짓을 벌이고 있죠.]

[다른 거?]

[돈. 자본.]


이후로 벤 사이퍼는 월가에서의 경험을 한 동안 늘어놓는다.

또 5년 안에 IT 거품이 한 순간에 꺼지며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미국의 적들이 본토를, 그것도 뉴욕을 공격할 것이라고 주절거린다.


[나라면 JFK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기를 하이재킹해서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릴 겁니다.]

[끔찍한 소리를 잘도 하는군.]

[공항도 모두 폐쇄해야 하죠. 난 이 나라가 더 이상 이민자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네도 깜둥이와 옐로를 싫어하는 모양이군.]

[난 블랙, 화이트, 옐로우 모두 싫어요. 붉은색을 사랑하죠. 정열적이잖아요.]

[유감이네만, 이 타운에 붉은 머리 앤은 없다네.]


별 시답지 않은 유머를 던지는 보안관이다.

벤 사이퍼는 우습다고 웃어재낀다.

그런데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왠지 벤 사이퍼가 인적 없는 곳에서 보안관의 목을 ‘쓱싹‘ 할 것만 같다.


“컷! 1시간 쉬고 다시 모입시다!”


시간이 정말 잘 갔다.

세트 촬영은 연기 실수만 없으면 대부분 일사천리다.

세트미술팀이 류지호의 스토리보드를 토대로 보안관 사무실을 만들어 놨다.

시시때때로 가벽을 뜯어내 셋업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류지호가 가벽을 떼어내고 셋업을 바꾸는 것까지 꼼꼼하게 계산해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가벽을 뜯지 않고 창문이나 출입문만 떼어내고 촬영할 정도로 촬영과 관련해서 치밀하게 계산되어 진행됐다.


“괜찮겠나?”


케이터링이 준비된 곳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며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물었다.


“뭐가요?”

“너무 자신의 머리를 과신하는 게 아닌가 해서.”


가벽을 떼어내고 찍어야 하는 장면들을 창문이나 문을 뜯어내고 촬영하는 것에 대한 우려다.


“그래서 풀 스토리보드를 만들었어요. 제 머리를 믿는 것이 아니라, 프리프로덕션의 준비를 믿고 가는 거죠.”

“단편영화 찍을 때로 이런 식으로 작업했어?”

“돈이 없어서 이런 수준의 세트를 짓지 못했어요. UCLA 예술학부 사운드 스테이지는 Moe도 잘 아시잖아요.”

“마치 70년대 영화 촬영장에 와 있는 기분이야.”

“그렇게 올드해 보여요?”

“옛날 스타일이긴 하지. 그때는 필름과 현상 비용 때문에 지금처럼 마구 쇼트를 찍어댈 수 없었거든. 자네가 하는 것처럼 정확하게 계산해서 찍어야 했지.”

“할리우드가 필름 비용을 걱정했다고요?”

“독립영화사들에게 요즘 할리우드 제작방식은 꿈같은 일이었지.”

“지금도 독립영화들은 저처럼 찍어요.”

“글쎄. 난 자네처럼 영화의 모든 쇼트를 통째로 머릿속에 집어넣고 작업하는 감독을 보지 못했어.”

“과장하지 마세요. 저도 현장에 스토리보드를 붙여놓고 찍고 있어요. 헛갈리거나 혼동 하지 않으려고.”

“오랜만에 칭찬하니까 부끄러운가?”

“Moe가 사주는 식사라 그런지 더 맛있네요.”

“큭큭. 많이 먹게.”


에인절스 캠프 로케이션의 케이터링은 매튜 그레이엄이, 소닉-콜롬비아스 스튜디오 케이터링은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협찬했다.

류지호는 매튜와 모리스의 현금 지원을 거절했다.

때문에 두 사람은 식비를 아껴줄 생각으로 촬영현장 케이터링 서비스 비용을 부담했다.

게다가 <The Killing Road>의 세트가 지어진 사운드 스테이지는 트라이-스텔라가 제작한 영화가 사용을 마친 것을 이어받았다.

자동차 실내 장면을 위한 스크린 프로세스 장치와 보안관 사무실은 촬영을 마친 트라이-스텔라 영화 미술을 재활용해서 사용하는 것이고, 캠핑카 내부만 새로 지었다.

제작비를 아낄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 하는 것이 프로듀서다.

류지호와 게리 켐프는 그 같은 상황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케이! 아주 좋아요!”


<The Killing Road>의 러닝타임에서 46분을 세트 촬영으로 얻을 수 있었다.

류지호는 매 회차마다 4분~5분의 러닝타임을 뽑아내야 했다.

할리우드 촬영기간은 12주~15주가 일반적이다.

매 회차마다 평균 2분 정도 분량을 소화하도록 스케줄을 짜는 편이다.

블록버스터의 경우 몇 초짜리 단 한 쇼트를 찍기 위해 최대 5회를 촬영할 수도 있다.

때문에 예산 배분을 무척 신경 쓴다.

어쨌든 세트에서 이루어지는 촬영은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하는 면이 크다.

배우들이 준비를 충실히 해 온 덕분에 류지호는 정해진 스케줄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 ✻ ✻


어느덧 <The Killing Road> 촬영도 막바지로 치달았다.

보안관 사무실 촬영을 마무리하고, 바로 옆에 지어진 캠핑카 내부로 촬영장소를 옮겼다.

이전까지 촬영은 순조로웠다.

캠핑카 내부 세트로 들어오면서 꽤나 시간을 잡아먹었다.

중요한 감정씬들을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류지호와 스태프들은 대단히 조심스러웠다.

해리슨과 마리아의 몰입이 깨질까 싶어서다.

미리 스태프들에게 협조를 구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스태프들은 부산스럽지 않았다.

악마의 속삭임으로 티아라 이브를 연쇄살인 행보에 합류시키는 장면이다.


“액션!”


화면 앞에는 커튼처럼 하늘하늘한 천이 나풀거린다.

격자무늬로 구멍이 숭숭 뚫린 얇은 천 너머에서는 티아라 이브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녀는 몹시 혼란스럽다.

문득 고개를 돌려 캠핑카 안을 돌아본다.

거울에 반사된 티아라 너머로.

캠핑카 안에서 벤 사이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분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아.]


티아라 이브는 명백히 겁먹은 표정이다.

캠핑카 안으로 들어온 티아라 이브를 맞이하는 것은 어둠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잘생긴 악마.

바로 벤 사이퍼다.


[앉아 봐.]


티아라의 걸음은 느리지도, 그렇다고 서두르는 기색도 없다.

약간 뒤꿈치를 들고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만들어진 오버 숄더 쇼트(O.S).


[겁먹은 얼굴이 꼭 어린애 같군.]


일반적으로 이런 장면에서 겁먹은 티아라를 약간 부감(High Angle)에서 찍어 위축된 모습으로 묘사하고, 반대로 벤은 아이레벨이나 앙각(low angle)으로 찍어 위압감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류지호와 리차드슨은 조명을 이용했다.

시종일관 어두운 곳에 위치한 벤.

밝은 옷차림(그래봐야 회색)으로 해가 들어오는 곳에 앉아 있는 티아라.

두 사람의 위치를 통해 대비를 줬다.


[난 당신이 진짜 누구인지 헛갈릴 지경이야.]

[내가 누군지 말해 줄게. 이 X같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뭐든지 할 놈. 그게 나야. 이제 이해가 돼?]

[당신은 가면을 쓴 것 같아. 마치... 마치...]

[동물을 생각해봐. 연어나 거미들. 걔들은 짝짓기 하다가 죽어. 우린 주위환경에 맞춰 위장한 것뿐이야.]

[어떤 모습이 진짜 당신의 모습인지 모르겠어.]

[당신은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 생각을 줄여, 나처럼. 복잡해지니까.]

[......]

[난 생각이 많은 게 아냐. 그냥 말이 많은 거지. 큭큭.]

[......]

[매일 사람들이 죽어. 슬퍼하지 마. 대도시에서는 지갑만 꺼내도 어느 순간 4방의 총알구멍이 생겨.]


벤의 한쪽 얼굴은 완전 어두워 눈동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치 반쪽짜리 가면을 쓴 것 같다.

게다가 떠버리가 아니라 악마처럼 낮고 음울한 목소리로 대사를 이어갔다.


[짜증나게 하는 여자군.]


벤이 권총을 꺼내 티아라 앞에 놓아둔다.


[행동으로 옮겨. 고민하지 말고. 그러면 자유로워져.]


벤은 계속해서 티아라를 유혹한다.

살인을 부추기는 것이다.

카메라가 슬쩍 티아라에게 다가간다.

화면 사이즈가 천천히 바스트 쇼트(B.S)로 바뀌면서 갈등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오버 숄더 쇼트로 이어지던 화면이 티아라 단독 쇼트로 전환된다.

그녀의 갈등은 흐느낌으로 표출된다.


흑흑...흑.


손으로 눈을 가리며 울음을 억누르려 시도해 본다.

한 번 터진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류지호는 이 장면을 길게 보여줄 계획이다.

어쩌면 티아라가 벤의 유혹을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관객이 해볼 수 있도록.


불쑥.


화면 안으로 벤의 손이 들어온다.

눈가를 가리고 있던 티아라의 손을 살며시 붙잡는다.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결국 티아라에게는 어떤 결정권도 없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벤에게 붙잡힌 손은 테이블 위에 놓인 권총에 포개진다.


[아니, 난 못하겠어.]


여전히 그녀는 거부한다.

얼굴의 한쪽이 완전 어두워 아수라 백작(?) 같이 보이는 벤은 미동도 없다.

그저 티아라를 응시만 할 뿐.

무언의 압박이다.

그러다가....

벤의 몸이 티아라쪽으로 훅 들어온다.

커트가 바뀌면 티아라의 턱밑에 권총의 총구가 닿는다.

긴장이 극에 달한다.

이어 두 사람의 클로즈업(C.U) 된 얼굴 커트가 연달아 교차된다.

이런 쇼트를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보게 되면 배우의 아주 섬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눈동자까지 볼 수 있다.

롱 쇼트나 풀 쇼트, 미디움 등으로 느슨했던 화면이 클로즈업 되면서 효과가 극대화 된다.

물론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빠지면 ‘팥소 없는 찐빵’이다.


슥슥.


벤은 티아라의 뺨을 적신 눈물을 닦아준다.

자상한 손길이 아니다.

약간의 짜증이 담겨있다.

결국 티아라는 벤의 제의를 빙자한 협박에 굴복한다.

권총을 손에 쥐고 만다.


[이 땅은 하이에나들의 땅이야. 살고 싶어? 그렇다면 늑대가 되어야 해.]


미디움 쇼트에서 시작했던 쇼트들이 어느 순간 클로즈업 쇼트들의 교차로 이어지다가 캠핑카를 떠나는 풀 쇼트로 바뀐 벤의 뒷모습에서 살짝 긴장감이 풀린다.

그런데 바스트 쇼트로 잡힌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의 티아라가 서서히 뭔가 결심을 한 듯 한 표정으로 바뀌는 것으로 씬이 끝나면서 시퀀스 전체의 긴장감은 여전히 유지시켰다.


덥석.


갑자기 티아라가 권총을 챙겨 캠핑카를 뛰쳐나간다.

자신의 차로 걸어가는 벤의 등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안타깝지만, 여전히 주도권은 벤에게 있다.

그건 티아라를 아이레벨(Eye Level Angle)로, 벤은 약간 앙각(High Angle)으로 촬영해 대비시키기 때문이다.

캠핑카 내부에서 벤이 티아라를 위협한 것과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그렇지만 티아라는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벤은 별 감흥이 없이 돌아서서 자신의 차로 향할 뿐.

비웃음 같은 건 없다.

그러지 않아도 조명이 만들어낸 분위기와 앵글, 구도 삼박자의 영화적인 표현방식으로 벤 사이퍼는 충분히 설명이 되었기에.


“컷!”


감정연기는 쉽지 않았다.

해리슨 노튼은 연쇄살인마로서의 정체성만 유지하면 되었다.

반면에 마리아 베리는 매우 복잡한 감정을 넘나들어야 했다.

해리슨 노튼은 영리한 배우다.

방금 전 커트를 연기할 때 일반적으로 돌아서서 자신의 차로 돌아가는 부분에서 입가에 살짝 비웃음을 그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


“FBI요원 행세하는 벤이었다면 비웃음을 흘리는 것이 맞았겠지만, 연쇄살인마의 인격이라고 할까 암튼 본래 정체성을 드러낼 때는 무표정, 무감정이 맞는 것 같아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이라는 표현이 있다.

해리슨 노튼의 눈은 정확히 그런 상태를 유지했다.

반면에 마리아 베리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눈물을 흘렸다.

결코 과장하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는 것까지 극도로 조절했다.

대형 화면에서 산만하게 보이지 않도록 고개까지 고정했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보이게 될 클로즈업을 고려하고 연기하는 것과, 텔레비전 사이즈를 염두하고 연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TV드라마에서 엄청난 존재감과 화면 장악력을 선보였던 배우가 영화로 넘어오면서 그런 것들이 싹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그런 배우들은 자신이 연기한 모습을 대형 스크린에서 자주 접해보질 못했기에 감이 없다.

얼굴의 근육과 눈동자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각이 없는 것이다.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도 처음 영화로 들어오면 꽤 오랜 시간 적응 기간을 거친다.

연기의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영화에서 롱 쇼트는 감독의 예술이고, 클로즈업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한다.

코를 씰룩거리거나, 입가를 슬쩍 비틀거나, 그 외에 연기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의 눈이다.

단순히 오랫동안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다거나, 촉촉이 적시는 것이나, 힘을 빡 주는 것이 다가 아니다.

눈가의 미세한 움직임 그리고 눈동자 안에 감정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을 담아야 훌륭한 영화배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그래서 몇몇 감독들이 류지호에게 충고했다.

배우를 믿지 말라고.


‘연기력을 믿고 마구 클로즈업을 남발하다보면 극장에서 뒤통수 맞을지도 몰라.’


해리슨과 마리아 둘 모두 그런 감이 없다.

대신 류지호가 그 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배우를 도와줄 수가 있었다.


✻ ✻ ✻


6주가 쏜살 같이 지나갔다.

마지막 촬영만 남겨두고 있다.

세트 촬영 초반에 찍기로 되어 있던 것인데, 두 배우의 요청으로 가장 마지막으로 촬영 스케줄이 밀렸다.

감정소모가 극심한 장면이라 마지막에 찍고 싶어 했던 것.

보안관보를 고문하면서 끝내 살해하게 되는데 벤이 티아라를 공범으로 만들어버리는 씬이다.

연쇄살인범이 주인공인 영화임에도 실제 살인 장면은 많지 않다.

관객들은 이제나저제나 살인 장면이 나오길 학수고대하게 될 것이다.

마침내 감독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매우 잔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류지호가 계획하고 있는 이 살인이 포함된 장면의 러닝 타임은 대략 7분.

롱 테이크는 아니다.

다만 실시간으로 느껴질 정도로 연출했다.

벤은 죠앤과 보안관들로 인해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러다가 식당에서 불친절한 노파로 인해 자제심이 사라져버린다.

관객들은 벤이 노파를 살해할 것이라 예상한다.

헌데 씬이 바뀌고, 전혀 엉뚱한 인물을 괴롭힌다.

식당 장면 다음으로 티아라의 캠핑 트레일러로 장면이 바뀐다.

벤이 잠자고 있던 티아라를 깨운다.

잠이 덜 깬 티아라는 술에 취했는지 약에 취했는지 보안관보가 뻗어있는 걸 발견한다.


[어쩌려구요?]

[그쪽 꽉 붙잡아.]


보안관보를 화장실 욕조로 데려간 벤은 그의 팔 다리를 묶은 채 짜증과 분노를 폭발시킨다.

이 영화에서 유일한 핸드헬드 촬영 장면이다.

영화 전반에서 카메라를 고정하는 레버를 풀고, 리차드슨 촬영감독이 자유롭게 카메라를 상하좌우로 움직였다.

카메라를 들고 찍는 것과는 달리 안정적인 카메라 워킹이다.

벤 사이퍼는 펜치로 보안관보의 발톱을 뽑고, 부엌에서 손에 잡히는 아무 물건이나 쥐고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심지어 부보안관의 살점을 포 뜨기까지 한다.

실제 촬영 때 발톱을 뽑거나 살점을 도려내진 않았다.

그럼에도 영화로 보면 굉장히 실감 날 것이라고 스태프들은 확신했다.

몇몇 여성 스태프는 촬영장을 나가버리기까지 했다.

거짓으로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토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벤 사이퍼는 보안관보를 마음껏 조롱했다.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

LA흑인 폭동.

캘리포니아의 불경기.

실업률.

부자들은 계속해서 재산을 불려가지만, 서민들의 호주머니는 점차 얇아지는 미국 부의 불평등한 분배 문제.

벤 사이퍼는 횡설수설, 오락가락 말도 안 되는 개떡 같은 말을 늘어놓는다.

그것도 개줄로 보안관보의 목을 졸랐다 풀었다 살살 약 올리면서.

심지어 보안관보의 목을 조르는 개목줄은 이 전 어떤 장면에서 벤의 위협으로 티아라가 첫 살인을 경험할 때 그녀가 권총으로 쏴 죽인 개가 차고 있던 목줄이다.


[이 타운에 사는 걸 행운으로 알아.]

[컥! 사, 살려...커억!]

[당신들이 선망하는 대도시는 죽어가고 있으니까.]


과연 그럴까.

어린 소녀들을 건드리는 이웃남자, 남동생을 성폭행하는 의붓형, 자식에게 살인을 강요하는 삼촌.

그런 모든 것에 무관심한 이웃들.

정부에 신고도 하지 않고, 몰래 채취하는 금.

미국 초창기에나 볼 법한 인종차별.

노예를 부리듯 흑인과 중국인을 개처럼 사육하며 노동을 착취하는 시장과 보안관.

관광객의 차에 권총을 발사해 타이어를 펑크 내는 보안관보.

그들의 곤란함을 핑계로 뇌물을 챙기는 보안관보들.


[누가 더 쓰레기일까?]


고문과 구타로 욕실은 온통 피칠갑 상태이다.

보안관보의 꼴은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져 있고.

그 옆에서 벤 사이퍼는 발가벗은 몸으로 태연하게 샤워를 한다.

마무리는 티아라의 몫이다.


탕!


류지호는 적당히 하지 않았다.

더욱 몰아붙였다.

죽어있는 보안관보의 처참한 모습을 핸드헬드 클로즈업 촬영을 통해 섬세하게(?) 보여준다.

발톱이 빠진 발가락.

반쯤 잘린 귀.

퉁퉁 부어올라 눈까지 덮여있는 얼굴.

그런 얼굴을 덮고 있는 욕지기가 치미는 피딱지들.

욕실 밖으로 삐죽 빠져나온 팔 한쪽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까지.

발가벗은 몸을 타월로 닦아내며 티아라에게 툭 던지는 벤 사이퍼의 말.


[Good girl.....]


해리슨 노튼의 연기와 존재감은 단연 압권이다.

단 두 번의 살인 장면에서 완전 미친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마리아 베리도 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살아 숨 쉬는 연기로 극 무게감과 긴장감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외모 속에 가려져 있던 재능을 제대로 보여줬다.

속옷 차림의 티아라가 피칠갑이 되어있는 욕실에서 중얼거린다.


[.....Good girl.]


욕실 곳곳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핏자국을 닦아내는 티아라의 표정에는 죄책감이 묻었다.

그런데 눈동자에서 광기가 일렁거렸다.

티아라 이브가 벤 사이퍼에게 완벽하게 가스라이팅 당한 것을 보여준다.


“시원섭섭하네.....”


하루를 꼬박 투자해 이 장면을 촬영했다.

캘리포니아는 한창 뜨겁고 더운 시기다.

류지호는 북극보다 더욱 시리고 차가운 영화 <The Killing Road>의 촬영을 마무리했다.

비록 거칠고 소박한 영화지만, 류지호가 과거로 돌아와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영화다.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후련함.

좀 더 잘 할 걸 하는 아쉬움.

그런데 미련은 남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작가의말

한 주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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