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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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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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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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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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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The Destroyer. (10)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은 가편집본을 본 이후로 류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피드백을 줄 수 없었다.

기존 시스템을 강요하다가는 자칫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류지호의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로 인해 애꿎은 앨런 포스터만 모리스 메타보이의 등쌀에 시달렸다.


- Jay의 세치 혀에 놀아나지 마. 녀석은 영악해서 어느 순간 은근슬쩍 제작비를 초과할지도 모르니까.”


본인도 류지호의 방식에 홀랑 넘어간 주제에 죄 없는 앨런 포스터를 들들볶는 모리스 메타보이다.


“도리어 제작비를 절약해 줄 것 같습니다만.”

- 너처럼 생각하다가 여러 영화에서 제작비가 초과됐지. 나중에 후회해봐야 소용없어. 두 눈 똑바로 뜨고 Jay를 감시하란 말이야. 그렇다고 너무 심하게 압박하지는 말고.


류지호가 관여하는 영화마다 제작비가 초과했던 것은 사실이다.

흥행에 대성공했던 영화들의 경우가 특히 그랬다.

류지호 입장에서 3억 달러 이상 매출을 거둘 것이 확실시 된다면, 200~300만 달러 제작비가 초과하는 것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장면을 찍겠다고 감독이 고집을 피운다면 어림없었지만.

편집에 반드시 들어갈 법한 장면을 좀 더 공들여서 찍고 싶다면 대부분 들어주었다.

가장 최근 류지호가 관여한 <매트릭스>도 최초 예산보다 400만 달러의 예산이 더 들어갈 예정이다.


“모리스가 더 잘 아시지 않나요? 결국에는 Jay가 옳을 것이란 걸.”

- 과정상의 어려움은 세계 어디서나 있는 일이야. 그걸 Jay도 배울 필요가 있어. 많은 할리우드 감독들이 자신의 프로덕션으로 영화를 만들다가 실패의 쓴 잔을 마셨지.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말이야.

“제가 볼 때 Jay는 프로듀서 마인드가 완벽하게 장착된 영화감독입니다. 제작비까지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영화를 찍는다구요.”

- 난 말이야. 만에 하나 <Remo : The Destroyer>가 실패하더라도 작은 실패였으면 좋겠어. 아니 Jay가 스스로 실수를 인정할 만큼의 크기였으면 좋겠어. 딱 그 정도.... 사람들의 입에서 블록버스터는 무리였다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아. Jay에게나 트라이-스텔라에게나 그런 결과는 좋지 않지.

“저와 내기 하시겠어요?”

- 무슨 내기?

“이번에도 Jay가 옳았다는 걸 증명할 것이고 그거에 저는 제 픽업트럭을 걸죠. 유럽으로 오기 직전 구입한 최신 기종입니다.”

- 제기랄. 다들 녀석을 보호하려고 하니까 나만 악당이 된 것 같잖아!

“하하하. 녀석이 제 보스니까요.”

- 그나저나, 그 날다람쥐 같은 액션 시퀀스는 뭔가?

“재밌지 않습니까? 모리스가 보신 건 가편집이라서 속도감이나 긴박감은 다소 떨어질 겁니다. 제가 생각할 때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면 제법 신선하다는 평을 들을 것 같습니다.”

- 빅키팀의 아이디어인가?

“Jay가 아이디어를 내고, 빅키 팀이 프랑스 파쿠르 팀과 함께 시퀀스를 완성했습니다.”


건물 옥상에서 벌어지는 추격씬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매우 익숙하다.

다만 파쿠르가 가미된 추격전이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건물 사이를 뛰어 넘는 것은 물론이고 서커스 같은 다양한 동작을 2분 넘겨 펼쳐 보이는 장면은 트라이-스텔라 임원들도 처음이다.

슬랩스틱과 스턴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버스터 키톤이 살아 돌아온 것도 아니고.


- 태권도를 수련해서 그런가? 방사룡 영화풍에 지나치게 경도된 것 아닌지 몰라.

“천만에요. Jay가 세계 곳곳에 산재하는 무술에 대해 조예가 깊다는 걸 모리스가 몰라서 그렇습니다.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을지는 저보다 모리스가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단편영화 한 편 찍으면서도 별의 별 조사를 다 했던 녀석이니까.

“영화를 준비할 때는 진심이잖아요. Jay는......”

- 그나저나, 더 이상 현장에서 편집한 걸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라던가?

“네.”

- 미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러쉬 필름으로 만족해야겠군.

“돌아가서도 보여줄 거라고 장담 못합니다.”

- 그렇겠지.


류지호가 찍어서 가편집해 보내준 액션장면을 보고 모리스 메타보이는 꽤나 신선하다고 느꼈다.

액션영화의 셀링포인트는 남이 안 보여준 걸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업계에서 홍콩 출신의 스턴트 배우들을 데려와 영화에 출연시키는 횟수가 부쩍 늘고 있다.

방사룡에 이어 리앙중까지 데려다가 영화를 찍고 있다.

할리우드는 언제나 창작력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럴 때마다 외부에서 창작자를 데려와 해결하고 있다.

방사룡과 리앙중을 데려다 영화를 찍는 것은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곧 열리게 될 중국시장에 대한 사전 포석의 의미도 있다.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면 그들에게 익숙한 것으로 유혹하는 편이 수월할 테니까.


“모리스도 아시죠? 마니아 위주로 즐기던 아시아 스타일의 액션영화가 일반 영화팬들에게도 먹히고 있다는 걸.”

- 알지. Jay가 기획한 <블레이드>가 현재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2억 달러라지?

“석 달 간 기록한 박스오피스가 그렇습니다. 1.5억 달러는 무난하게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요.”

- 4,500만 달러였던가?

“200만 달러 초과됐습니다.”

- 그것 봐. Jay가 관여하면 예산이 무조건 늘어난다니까!

“제작비 회수는 끝났다고 봐야 하고. 부가시장까지 포함하면 최종적으로 3억 달러 매출을 전망하고 있습니다만.”


수화기 너머에서 모리스 메타보이의 한숨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 벌써부터 웨스 스나입스와 후속편 계약에 관해 논의 중이라고?

“예.”

- Timely에도 워너-타임의 <배트맨> 같은 히어로 무비 프랜차이즈가 생기게 되는 건가....

“<맨인블랙>도 있죠.”


Timely 영화에서 트라이-스텔라가 소외된 것에 대해 모리스 메타보이는 매우 섭섭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류지호에게 따지지 못했다.

혹시나 투자·배급을 다른 스튜디오로 넘길 수도 있었기에.

본인이 캐롤코를 독립시켜 류지호가 다른 스튜디오와 협력하도록 유도했다.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고.


“같은 시기 개봉한 <리셀웨폰Ⅳ>는 평가가 꽤 엇갈렸죠. 아마도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2억 달러를 간신히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겨우 본전치기를 하는 거죠.”


<리셀웨폰Ⅳ>의 제작비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겼다.

반면에 <블레이드>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두 영화 모두 기존 할리우드 액션 스타일에 아시아 스타일을 혼합한 액션을 선보였습니다. 심지어 리앙중까지 출연시켰습니다만 승자는 <블레이드>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재 포스트프로덕션 중인 <매트릭스>는 또 어떻고요. <블레이드>를 뛰어넘는 액션의 쾌감을 선사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트라이-스텔라 임원들은 <매트릭스>에 대한 기대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스토리와 주제의식이 너무 심오하고 복잡해서 불만이 많았다.

<Remo : The Destroyer>도 그렇게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류지호가 찍었던 영화들이 대체로 무거웠으니까.


- 너무 만화 같진 않은가 말이야.


주인공이 맨몸으로 총에 맞서고, 심지어 탱크와 대결을 벌인다.

Timely 히어로도 아니고, <매트릭스>처럼 SF 세계관도 아닌데.


“설득력을 얻기 위해 단발로 쏘는 총알만 피하잖아요. 연발로 쏘는 총알까지는 피할 수 없는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어요.”


탱크와 대결을 벌이는 치운의 경우에도 지형지물을 충분히 이용해서 싸운다.

헐크처럼 정면대결을 펼치진 않는다.


“모리스도 알다시피 Jay의 학구열은 대단하죠. 이번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전 세계 무술을 다 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턴트맨들에게조차 낯선 파쿠르와 트릭킹이란 것까지 등장시키지 않습니까?”


<매트릭스>처럼 요상한 쿵푸 자세를 취하지도 않고, <블레이드>처럼 일본도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참고로 류지호는 크라브 마가는 제이슨 본에게 양보했다.

<본> 시리즈 역시 JHO Pictures에서 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액션 콘셉트가 겹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 어차피 일반 관객들은 그런 무술들을 일일이 구분할 수 없어.

“Jay를 믿으세요.”

- 믿고 싶어. 자네가 좀 어떻게 해 봐.

“잘하고 있는데 뭘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스튜디오 임원들은 영화에 간섭을 못하면 입안에 가시라도 돋는 모양이다.

그도 아니면 자신들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던가.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류지호의 영화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걸 보니.


- 암튼 영화 잘못되면 다 너와 잭 때문이야!


모진 놈 옆에 있으면 벼락을 맞은 꼴인가.

아니다.

죄는 천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은 꼴이다.

뭐가 되었든.

너무 뛰어난 사람과 함께 일 할 때는 과(過)는 모두 아랫사람이 뒤집어쓰게 마련이다.


❉ ❉ ❉


<Remo : The Destroyer>의 파이트 액션은 합기도 기반이다.

빅키 햄휴즈와 헨리 깁슨이 합기도 고단자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태권도 발차기, 유도, 무에타이, 브라질리언 주짓수도 가미되었다.

특히 치운의 무술동작에는 택견까지 들어가 있다.

택견에는 품새가 없다.

대신 본때뵈기라는 형을 수련하는 과정이 있다.

류지호는 택견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국의 전통춤사위를 접목했다.

택견 특유의 질박하고 섬세하며 곡선의 몸놀림을 한국전통춤으로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택견의 기술들은 얼르고, 차고, 걸어서 낚아채어 넘어뜨리는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거기에 ‘한량춤‘이라는 창작무를 섞었다.

치운이 무술을 펼칠 때는 한국적인 가락과 장단이 흘러나오도록 디자인 했다.

한국 관객들은 치운이 등장할 때마다 ‘국뽕‘ 한 사발을 시원하게 맛 볼 수 있다.

아시아 관객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음악과 몸동작을 상기시켜준다.

서구권 관객들에게는 오리엔탈리즘을 선사해준다.

서양인들이 싫어할 것이란 걱정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Remo : The Destroyer>는 미국만세(풍자가 있지만), 백인 최고를 담은 영화다.

결국 악당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백인 영웅 레모 윌리엄스니까.

치운이 제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조연일 뿐.

샘 잭슨 역시 영화에서 활약이 지대해도 결국 조연일 뿐이다.

빅키팀의 스턴트맨들은 질색했지만.

‘시난주’는 모든 무술의 원류다.

전 세계 어떤 무술을 가져다 써도 원작을 충실히 재현했다고 하면 되는 것이다.

원작의 무술 묘사가 엉터리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치운이란 노인이 펼치는 무술이 실제 코리아에 있는 무술입니까?”


리보비치 마시코프가 류지호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요.”

“설마 이 영화에 내 조국의 격투기도 들어가 있는 건 아니겠지요?”

“시스테마요?”

“시스테마도 압니까?”

“영화를 준비할 때 사전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라. 공부를 열심히 했죠.”

“태권도 고수라고요?”

“고수는 아니고, 건강을 위해 꾸준히 수련하고 있어요.”

“디렉터도 순탁 오가 펼치는 무술을 할 줄 압니까?”

“하하. 시난주라는 황당한 설정은 워런이 창작한 거예요.”

“그렇지요? 난 또 쿵푸처럼 역사가 오래된 무술인 줄 알았습니다.”

“시난주가 황당하긴 하죠. 워런 말로는 실제 무술대회를 휩쓴 어떤 조선인, 그러니까 한국인이지만 중국에서 살고 있는 어떤 무술 고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설정을 짜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오호~ 흥미롭군요.”


리보비치 마시코프가 실제 무술 고수라는 말에 관심을 보였다.


“워런은 한국전쟁에 참전했었다고 해요. 그때 인연을 맺은 한국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 모양이더군요. 조선인 비밀 무술 일파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서 한국의 역사책을 구입해 탐독한 후 치운과 시난주라는 무술을 만들어냈답니다.”

“그런 숨겨진 사연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한국인들도 원작소설에 대해 엉터리라고 생각해요. 상상력이 너무 지나쳤거든요.”

“펄프픽션이 다 그렇죠.”

“그런데 리보비치.”

“네?”

“혹시 러시아에서도 감독에게 디렉터 마시코프라 불러요?”

“아니요. 그냥 리보비치라고 하죠.”

“그런데 왜 내겐 디렉터 류라고 불러요?”

“존중의 의미입니다.”

“존중은 집어치워요. 그냥 편하게 지호라고 부르세요.”

“그게 편하다면 그렇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스태프들이 모인 날 다시는 디렉터 류라 부르지 말고 ‘지호’ 혹은 ‘Jay'라고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농담으로 ‘감독님’이란 한국호칭을 알려줬더니, 몇 사람이 ‘캄덕님‘이라고 불러 류지호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나저나, 눈이 좀 와줘야 할 텐데....”


류지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투덜거렸다.

실내 씬을 촬영할 때는 눈이 내리더니, 야외 씬을 촬영해야 할 때가 되니 날씨가 맑았다.


“앨런.”

“또 무슨 황당한 아이디어를 이야기 하려고?”

“평원에 스노우머신으로 눈을 뿌리....”


앨런 포스터가 단칼에 거절했다.


“시끄러워! 꿈도 꾸지 마.”

“킥킥. 그냥 해본 소리야.”

“일단 기상상황은 계속 확인하고 있으니까, 넌 다른 장면들 먼저 촬영해.”

“리보, 들었지?”

“언제든지. 난 준비되어 있어.”


리보비치 마시코프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토로 보그다보치라는 인물이다.

세르비아계 반군의 저격수이자 킬러다.

다른 반군들이 다 군복을 입고 다니는데, 그만 아디다슬러 파란색 추리닝을 입고 돌아다닌다.

영화 내내 레모 윌리엄스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데, 몇 번이나 궁지로 몰아넣는다.

번번이 레모 윌리엄스에게 물을 먹게 되면서 증오심을 넘어 복수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하려고 한다.

결국 메인 빌런 세르비아계 사업가가 꾸미는 테러 음모에 자원한다.

데이튼 평화협정을 방해하기 위해 미국까지 날아간다.

마침내 테러를 진행하던 중, 레모 윌리엄스와 마주치게 된다.

혈투를 벌인 끝에 사망하게 된다.

영웅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악당도 그 만큼 인상적인 캐릭터여야 한다.

서사의 기본이다.

그런 면에서 다이얼로그는 많지 않지만 토로 보그다보치 캐릭터는 제법 매력적이다.

진짜 보스니아 내전에 그 같은 인물이 있었을 법할 정도로 현실적이면서, 그가 폭주했을 때 보여주는 액션은 또 판타지적이다.

현실성과 판타지의 양면을 가진 토로와 달리 크리스 워컨이 연기하는 올렉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보스니아의 도살자 일명 ‘아르칸’이란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

최종보스이자 빌런인 올렉은 보스니아 내전 초창기 세르비아계 반군의 대장이었다.

내전이 끝이 나고 재빨리 사업가로 변신했는데, 영화에서 모든 음모의 주재자다.

실제로 아르칸은 축구구단의 구단주의 탈을 쓰고 여러 이권사업에 손대면서 세르비아의 독재자 밀로셰비치의 손발 노릇을 하던 비밀경찰들과 친했다.

발칸반도에서 전쟁이 터지자, 그는 실업자와 거리의 깡패들을 모아 군사훈련을 시킨 뒤 ‘타이거’ 민병대를 조직했다.

보스니아 내전에서 온갖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악당 중에 악당이었다.

내전 중에 민간인 학살과 시체 매장 고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악행을 저지른 전쟁범죄자였다.

영화에서는 사업가로 신분을 세탁한 상황으로 설정했다.

영화 속에서는 세르비아 독재자 밀로셰비치의 지시로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세르비아계 반군측에 러시아 무기와 탄약을 지원했다.

정보기관원(MI6)임이 의심되는 앨리나 와츠를 살해하려다가 레모 윌리엄스가 휘말리게 되고, 토로를 시켜 두 사람을 살해하도록 사주한다.

자신의 전쟁범죄가 드러나면 전범재판에서 처벌이 불가피했다.

때문에 서유럽 스파이로 의심되는 앨리나와 레모를 처리해야만 했다.

초인으로 성장해 가던 레모 윌리엄스에 의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면서, 올렉은 세르비아 독재자로부터도 버림받는다.

민간인 학살과 세르비아계 반군 지원 죄목으로 유죄를 선고받게 되면, 밀로셰비치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 암살당할 위험에 놓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토사구팽 당하는 캐릭터다.

따라서 그의 분노는 핵무기로 세계를 멸망시키고자 하는 복수심으로 연결된다.


“혹시 내게 줄 디렉션이 있어?”

“토로는 사냥꾼이자 전사야. 세르비아계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그를 무서워해야만 하는 거지. 왜냐면 그는 호랑이고 맹수니까. 양처럼 온순해야 하는 보스니악(이슬람계)들은 그의 앞에서 겁을 집어 먹지 않으면 안 되거든.”

“그 양들은 미제 놈들을 등에 업고 강해졌고, 무서운 개들과 함께 오히려 호랑이를 사냥하려고 들고 있지. 그리하여 나는 이제 자기 영역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어. 대 세르비아를 위해서. 또 나 자신이 사냥꾼임을 확인하기 위해서.”


무표정한 얼굴과 무심한 눈동자.

리보비치 마시코프는 어느새 완벽하게 토로에 몰입해 있었다.


“발칸반도의 사내들은 전사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하지. 이번 씬에서는 마음껏 분노를 표출하도록 해.”

“안 그래도 그럴 참이야. 빌어먹을 보스니악들!”


연기론을 탄생시킨 나라, 러시아의 연극배우 출신답고 할까.

리보비치 마시코프는 스타니 슬랍스키의 연기론에 입각해 극사실적인 연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했다.


‘메소드연기는 양날의 검 같은 연기법인데 말이지....’


그렇다고 배우에게 연기법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노릇.


“리보 얼굴이 드러나는 커트 위주로 몰아서 찍을 거야.”

“알겠어.”


숲 속 추격 시퀀스의 스케치와 스턴트 더블 커트들은 이미 B Unit이 촬영을 마쳤다.

류지호는 주요 배우들의 얼굴이 나오는 장면 위주로 촬영을 이어갔다.

동선 체크와 촬영할 장면의 액션은 스턴트팀의 몫이다.

류지호는 배우들과 감정에 관해서만 대화를 나누거나 디렉션을 줬다.

리보비치 마시코프는 베테랑 배우답게 알아서 준비를 했다.

윌리 워커와 앨리나 와츠는 딱 신인의 자세로 임했다.

불평불만 없이 진지하게 촬영에 임했다.

처음에는 연기와 스턴트액션에서 다소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촬영이 계속될수록 다들 연기적으로 폼이 올라와서 다행이야.’


리보비치 마시코프는 영어가 서툰 편이다.

통역을 중간에 끼고 대화를 나눈 것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관록이 있었다.

게다가 연극연출을 하기 때문인지 류지호의 의도를 잘 파악했다.

비록 문화와 정서가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젊은 배우들도 리보비치 마시코프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배우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연기력이다.

현장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나 활발한 소통이 더해진다면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


“지호, 내가 병사들 뒤에서 걸어오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앵글 상으로는 그게 더 괜찮기는 하겠네. 그리고 Table Read 때보다 좀 더 과격한 감정상태로 톤을 바꾸고 싶어. 괜찮겠어?”

“문제없어!”

“한 번에 끝내버립시다!”


감독과 배우의 소통은 매번 강조해도 모자라다.

오가는 서로의 의견 속에서 더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으니까.

알프레드 히치콕처럼 배우를 정물 혹은 도구처럼 감독이 다룰 수 있는 피사체로 생각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반면에 류지호는 분석과 해석을 배우들과 충분히 공유한 상태에서 함께 영화를 만들어 가는 것을 선호한다.

잘되면 시너지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잘못될 경우 배우에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닐 수도 있다.

때론 배우의 연기 콘티뉴이티가 중구난방이 될 수도 있고.

연출법과 상관없이 톱스타와 작업하면 언제든지 마주할 현실이다.


✻ ✻ ✻


젊은 감독과 배우들의 열정 넘치는 모습이 촬영 내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 같은 열기 때문일까.

마치 뭐에라도 홀린 것처럼 모두 지칠 줄 모르고 의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액션!”


레모 윌리엄스가 숲을 헤치며 달려 나온다.

그의 앞에 펼쳐지는 깊은 계곡.

숲 속에서는 세르비아어가 시끄럽게 들려온다.

레모 윌리엄스는 계곡 끄트머리에 가서 계곡 아래를 확인한다.

까마득한 높이.

저만치 계곡 건너편과의 거리 역시 만만치 않다.

한가할 상황이 아니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음. 난 혈혈단신이니까 특별히 슬퍼해줄 사람도 없겠구나. 사부는 내가 죽어서 앓던 이가 빠졌다고 좋아할지도....]


중얼중얼.

궁시렁 궁시렁.


레모 윌리엄스는 계곡 끄트머리에서 서성거리며 고민하고 망설인다.

스승이라면 모를까 자신이 뛰어넘을 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총알 피하기는 마스터했지만, 이 정도 거리를 뛰어넘을 경공은 아직 터득하지 못했다.

세르비아계 반군들의 소리는 점점 가까워오고.

결단을 내려야한다.

마침내 레모가 멀리서 도움닫기를 한 후 힘차게 계곡을 가로질러 날아오른다.

간발의 차이로 세르비아 반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불가능할 것 같은 거리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타타타탕.


세르비아 반군들의 총구에서 불을 뿜어댄다.

공중에서 체조선수처럼 온갖 자세로 몸을 비틀어본다.

그 때문일까.

성공할 것만 같았던 공중점프가 실패하고 만다.

다행히 건너편 계곡 절벽에 앙상하게 자라 있는 나무를 붙잡을 수 있다.

당장은 살아남았다.

그 또한 잠시 일뿐.

또 다시 총알세례가 퍼부어진다.

레모는 마치 치운처럼 절벽을 뛰어다닌다.


[와우!]


자신이 하고도 믿어지지 않는 경공술에 레모가 두 팔을 번쩍 치켜든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만 계곡 밑으로 떨어진다.

한편 토로는 미쳐버릴 지경이다.

쥐새끼 같은 미국 놈을 잡아 족쳐야 하는데, 번번이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

자신을 사냥꾼이지 추적자가 아니다.

숲 속에서 여러 명의 민병대가 놈에게 사냥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지그니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는 토로에 눈동자에서 분노와 증오의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


“수고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계곡을 뛰어넘는 장면과 절벽을 경공으로 질주하는 장면은 모두 LA로 돌아가 그린매트 기법으로 촬영할 예정이다.

비용과 시간을 모두 고려했을 때 그러는 편이 싸게 먹히고 안전했다.


❉ ❉ ❉


공동 프로듀서 앨런 포스터는 애가 탔다.

제작비 상당부분을 투입하는 액션 시퀀스를 촬영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류지호는 드라마 씬 위주로 찍고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눈이 와야 한다는 것.

눈 오는 날씨에 촬영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촬영하는 것은 굉장히 모험적인 일이다.

일단 조명을 하기 힘들고, 촬영장비 방수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액션장면 촬영을 날씨에 맞춰 찍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냥 강설기를 쓰자. 내가 전 유럽에서 강설기를 모조리 긁어올게.”

“강설기는 근처 스위스에 가면 널리고 널렸는데?”


앨런 포스터는 천하태평인 류지호가 그렇게 얄미울 수 없었다.

속 타는 마음에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눈 없이 촬영하고,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면 안 될까?”

“컴퓨터 그래픽이 만능인 줄 알아?”

“꼭 눈이 와야 하는 이유가 뭔데?”

“10번도 넘게 설명한 것 같은데?”

“이제 2주 남았어. 혹시 잊고 있는 건 아니지?”

“잊을 리가 없잖아.”

“너 답지 않게 왜 고집을 부리는지.... 난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내가 무슨 고집을 부린다고 그래? 난 최고의 장면을 찍기 위해 인내하고 있는 거라고.”


앨런 포스터는 속이 타들어갔다.

런던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동유럽에 곧 눈이 오긴 한단다.

그런데 눈이 내린다고 해도 문제다.


‘자칫 폭설이라도 내린다면.....’


최고의 장면이고 뭐고 미국으로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일단 맑은 날에 촬영을 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그런 후에 상황을 지켜보다가, 눈이 내린다면 그때 가서 촬영을 하면 된다.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류지호다.

자꾸 딴청을 피우니 앨런 포스터만 속이 터졌다.

잭 워든이라도 함께 있었다면 두 사람이 동시에 압박을 넣을 텐데.

그는 아이오와 데이튼과 LA를 오가며 한창 촬영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류지호에게도 나름 사정이 있다.

며칠 동안 날씨가 상당히 추웠다.

강행군을 하지 않았음에도 배우들의 컨디션이 떨어진 것이 눈에 보였다.

이틀만 촬영하면 주말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면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 터.

그 사이에 눈이 내려준다면 감사한 일이고.

앨런 포스터에게 그 같은 사정을 이야기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일단 오스트리아로 철수하자.”


당장 그렇게 말할 확률이 백퍼센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빨리 판단을 내린다는 것.

할리우드 프로듀서들의 일처리 방식이다.

그런데 감독과 배우 입장에서는 기준이 다르다.

촬영이 한창 진행되다가 장기간 흐름이 끊기면, 텐션도 뚝 떨어진다.

연속성 혹은 흐름이 흐트러지게 된다.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연기는 물론 연출은 고도의 정신력을 갈아 넣는 일이다.

감독과 배우는 영화 한 편을 작업하면서 저마다 루틴을 가져간다.

그것이 틀어지면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베테랑의 경우는 다르지만.

암튼 프로듀서는 효율과 합리성을 따져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한다.

비용과 스케줄을 고려해야하기에 그렇다.

감독은 그럴 수가 없다.

연출과 연기, 스태프들의 물이 바짝 올라왔을 때 해치워야 할 때도 있다.


“이번 주 촬영까지 끝내놓고, 주말과 일요일을 지켜보자고.”

“그러고?”

“이번 주말에 향후 일정을 결정해도 늦지 않아.”

“잘못하면, 2월이나 3월에 다시 이곳에 와야 할지도 몰라. 그렇다면 세트 관리와 장비 렌탈 비용 등 제작비가 엄청나게 오버 된다는 것 잊지 마.”


원래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감독이 겁을 먹거나 긴장을 해야 한다.

류지호는 도리어 적반하장이다.


“한창 촬영 중인 감독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거야?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줘도 모자랄 판에?”

“네가 압박감을 느끼든 상관없어.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니까!”


하하하.


별안간 류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웃음이 나와?”

“앨런....”

“왜!”

“난 말이야. 필요한 상황에서만 용감해져. 용감하다는 건, 사고치는 거랑은 달라.”

“뭔 헛소리야?”

“용감해 지자고. 프로듀서 앨런 포스터.”


그 말을 끝으로 류지호는 촬영장으로 돌아가 버렸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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