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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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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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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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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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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JHO Pictures에는 따로 류지호의 사무실이 없다.

JHO Company Holdings가 같은 건물에 있었기 때문에 따로 방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Remo : The Destroyer>의 프로덕션 오피스는 선셋가의 Tri-Stellar Studios에 마련했다.

프리프로덕션부터 크랭크업 전날까지 그곳으로 출근했다.

프로덕션 오피스는 곧 정리될 예정이다.

따라서 류지호로서는 Tri-Stellar Studios의 오피스나 JHO Pictures로 출근할 이유가 없어졌다.

JHO Company 집무실로 출근한 것이 몇 달 만이다.

중간에 간간이 들르긴 했지만, 아침부터 출근한 것은 오랜 만이다.

처음 다섯 명으로 시작한 의장 비서실이다.

현재는 무려 60명 가까이로 늘어나 있었다.

이사회 의장인 류지호의 일정관리부터 대언론 대응 및 계열사에서 올라오는 보고서 취합정리 등 의장 개인적인 업무 영역을 넘어서 한국 재벌기업의 기획조정실의 기능까지 넘보고 있었다.

또한 전략기획실의 업무도 수행하기 시작했다.

기본 비서업무 경험자에서부터 투자, 경영, 법률, IT, 엔터테인먼트, 정보보안,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비서진에 새롭게 포진했다.

수석보좌관이자 총괄비서실장을 겸임하고 있는 도널드 제이콥이 구성한 인재들이다.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 초반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신입과 베테랑을 섞어 균형 있게 구성했다.


“사라, 영화 사업부터 봅시다.”


사라 리 케슬러(Sara Lee Kessler)는 영화 사업 전담 비서다.

류지호는 짧은 신음을 흘리기도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납득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때로는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대체로 선방했네.‘


지난 한 해 트라이-스텔라의 매출 대부분을 두 편의 영화가 책임졌다.

<트루먼 쇼>와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일이 있다>이다.

두 편의 박스오피스를 합쳐 6.6억 달러다.

각각 2.8억 달러, 3.8억 달러를 기록했다.

물론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성적이다.

부가시장 매출을 포함하면 두 편 합산 10억 달러 가까이 된다.

4억 달러 이상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가 없는 이유는 작년에는 대작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예산 영화는 8,000만 달러의 <트루먼 쇼>가 유일했다.

그 외에 주요 영화들의 성적은 <마스크 오브 조로> 1.4억 달러, <블레이드> 1.7억 달러, <시티 오브 엔젤> 2억 달러, <X-파일 극장판> 2억 달러. <스텝 맘> 1.6억 달러 등이 있다.

<빅 히트> 같은 1,200만 달러 영화가 4,000만 달러 박스오피스를 거두는 등 나름 쏠쏠한 재미를 봤다.

남은 13편의 영화는 1,000만 달러대부터 6,000만 달러 미만 예산의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크게 손해를 본 영화는 없었다.

다만 제휴영화사 작품 몇 편이 손해를 보긴 했다.

그럼에도 아시아와 러시아의 경제위기 속에서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36억 달러.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매출 총액이다.


‘재작년 매출이 비정상적이긴 했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98~99년 1억 달러 이상 예산규모의 블록버스터 라인업이 없는 이유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때문이다.

또한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확정된 <블레이드>, <매트릭스>, <미션 임파서블> 등의 예산 부담 때문이다.

Timely Studios의 <X-Man>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들 영화들은 2000년부터 차례로 개봉될 예정이다.

배급비용 편성부터 스크린 확보 때문에 빅 식스와의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섰다.

배급 스케줄에서 있어서도 경쟁영화사와의 치열한 수싸움 중이다.

매 분기마다 한편씩 블록버스터나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개봉이 될 예정이다.

흥행 성수기, 학생들의 방학여부, 국가기념일, 경쟁작 등 일일이 따져가며 배급스케줄을 짜야만 한다.

배급스케줄 때문에 스튜디오들은 경쟁영화사의 직원을 매수하거나 빼오기도 한다.

영화 한편에 수억 달러가 달려있다.

주요 영화 성수기의 흥행 성패가 일 년 농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매트릭스>가 빠져 있네요?”


사라 케슬러가 얼른 보고서를 뒤적거렸다.


“개봉 첫날 480만 달러 박스오피스를 기록했습니다. 어제 집계로는 스크린이 백여 개가 늘어서 2,849개, 북미 박스오피스 누계는 4,1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폭발적인 흥행추세는 아니다.

그럼에도 4주차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식스센스>는 여름개봉이죠?”

“예.”


예산대비 꽤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또 한 편 기대작 <아메리칸 뷰티>는 가을 개봉이 잡혀 있었다.

사실 <식스센스>의 경우 그린라이트를 켜기까지 험난했다.

처음에는 LOG Company로 들어갔던 스크립트였다.

그곳에서 거부당했던 것을 ParaMax Films가 구입했다가 최종적으로 류지호가 영화선택권리를 써서 트라이-스텔라로 가지고 왔다.


“<식스센스> 판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권리를 구매할 때 배급 권한 일부를 LOG가 가지는 것으로 했습니다만. 25:75로 Spyglass Pictures와 트라이-스텔라가 판권분할 계약을 맺었어요.”

“LOG는 <식스센스> IP에 발을 담그지 않았나 보네요?”

“보스의 영화선택권리를 통해 트라이-스텔라는 Spyglass와 세 작품에 대해 투자·배급 계약을 체결했어요.”

“제휴영화사로 묶었대요?”

“아니요.”

“배급계약은 LOG Company와 반반씩?”

“예.”

“트라이-스텔라가 우선권을 갖는 부분은 어떻게 되는 거죠?”

“보스의 영화선택권리와 연동되는 것으로 했어요.”

“행운의 부적?”

“예.”


피식.


매우 과학적일 것 같은 할리우드에서 미신이라니.

웃기는 일이다.

바로 류지호가 손을 대면 망하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그것이다.

트라이-스텔라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영화사들은 류지호에게 선택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흥행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때문에 Spyglass Pictures 설립자들은 류지호가 선택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무조건 트라이-스텔라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언젠가부터 행운의 부적으로 통하는 류지호에게 선택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같은 미신 때문에 할리우드 모든 프로젝트가 류지호에게 몰려들 것 같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다.

빅 식스가 괜히 전통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아니다.

그들과 오랜 시간 작업을 해온 영화인들이 한 둘이 아니고, 끈끈하게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영화사들도 건재했다.

협력관계를 쉽게 바꾸지 않았다.


“용케도 LOG Company를 설득했네요?”

“LOG 산하 제휴영화사들 실적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보니. 인하우스 기획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분위로 알아요.”


여담으로 트라이-스텔라는 10여 년 간 Spyglass Pictures의 알맹이만 빼먹게 된다.

대표적인 영화가 <브루스 올마이티>다.

쭉정이는 LOG의 부에나비스타와 유니벌스 스튜디오가 투자·배급하게 된다.

대표적인 영화가 <게이샤의 추억>이다.


“휘유~ <아메리칸 뷰티> 스크립트 구입비용에 30만 달러를 썼네요?”

“MSM, LakeSide, DreamFactory 세 회사와 경쟁을 벌였어요. 트라이-스텔라가 오리지널 스크립트 구입비 30만 달러, 최소 1,000만 달러 제작예산을 보장해서 가져올 수 있었다고 해요.”


여담으로 최종 경쟁자였던 DreamFactory는 25만 달러에 오리지널 스크립트를 구입하기로, 또 최대 800만 달러 예산을 제안했었다.

결과적으로 <아메리칸 뷰티>의 제작비는 500만 달러가 초과한 1,500만 달러가 투입되었다.

그로인해 류지호에게 또 다시 불만이 쏟아졌다.

그가 손만 댔다하면 무조건 예산이 초과하니까.

몇 달 후 제작비 대비 20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게 됨으로써 입을 다물게 되지만.


“이거 참. 앞으로는 영화선택권리 사용에 있어서 보안을 더 철저히 해야겠네.”


류지호가 관심을 보인다고 소문이 나자, 에이전트들이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스크립트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리기 시작했던 것.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와 경쟁을 유도하는 일도 벌이지곤 했다.

<아메리칸 뷰티>도 30만 달러 가치를 가졌는가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본의 아니게 호구소리를 듣고 있었다.


“내가 스티의 놀림까지 받아야 하나.....”


DreamFactory와의 경쟁에서 <아메리칸 뷰티>를 얻게 되자, 스티븐 아들러가 5만 달러 이상 과지출 했다면서 걱정을 빙자한 조롱을 한 바 있다.


“혹시 개호구(big soft touch)라는 소리 들었어? 자네를 믿게 만들면 무조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더군.”


시나리오 작가들을 대리하는 에이전트들 사이에서 류지호가 호구로 취급받고 있단다.

물론 멍청한 소리다.

류지호가 선택하는 영화는 1년에 단 다섯 편뿐이다.

다른 스튜디오에 들어간 스크립트를 사오는 것보다 트라이-스텔라 내부의 프로젝트에서 고르는 경우가 더 많다.

게다가 외부에서 웃돈을 주고 사온 프로젝트는 실제 시장가치보다 수십 배의 흥행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


“호구는 내가 아니라 헐값에 권리를 넘긴 바보들이겠죠.”


킥킥.


평소 호탕한 척 웃는 스티븐 아들러다.

이번엔 왠지 얄밉게 웃었다.


“흥.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 두고 봐요.”

“전쟁영화 페널티만 없다면 트로피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품에 안기게 될 거야.”

“영화역사상 오프닝 15분은 최고죠. 러닝타임 30분까지.”

“뭐라? 그 외에는 별 볼일 없다는 말이야?”

“글쎄요. 물론 미국인의 입장에선 정의로운 미국, 미국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시대이니 애국심이 충만해지는 작품 좋죠. 솔직히 말해서 난 스티가 이번 영화를 통해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을 연출했다고 생각은 못하겠어요. 미안하지만 스티의 영화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영화에는 포함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인문학적인 요소와 메시지는 <지옥의 묵시록>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스티븐 아들러는 류지호를 호구라고 놀렸다가 친한 친구와 비교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것도 새까만 후배 감독으로부터.

암튼 이번 아카데미에서 ParaMax Films의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E.T Entertainment의 <라이언일병 구하기>가 각각 13개, 7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어떤 영화가 더 많은 상을 가져가고 작품상까지 거머쥐게 될 것인가에 따라 류지호와 스티븐 아들러의 자존심 싸움의 승자가 가려지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선택하는 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하는 것도 아닌데, 다들 왜 그러는지.....쯧.”

“보스의 승률이 너무 높기 때문 아니겠어요?”


류지호는 승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일부러 기억에 없는 영화를 한 편씩 끼워 넣고 있다.

그런 영화조차 본전치기 이상을 하고 있다.

트라이-스텔라의 배급력과 프로듀서 류지호의 명성이 합쳐지며 소위 ‘믿고 보는‘이란 신뢰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암튼 2003년까지 내 권리를 모두 썼으니, 이제 한 시름 덜었어요. 당분간 트라이-스텔라가 스크립트를 구입할 때 더 많은 돈을 쓰진 않겠죠.”

“ParaMax, Timely, JHO Pictures가 남아 있습니다만.”

“그쪽에는 딱히 정해진 권리행사 룰이 없으니까,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하지요 뭐.”


ParaMax Films는 인수할 때만 해도 독립영화 배급사였다.

이젠 미니메이저라고 불릴 정도로 메인스트림의 중요한 스튜디오가 되었다.

작년 한 해 국내외 영화 37편의 투자·제작·배급에 관여했다.

그 가운데 아카데미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2,500만 달러 예산으로 만들어져 2.9억 달러의 박스오피스를 올렸다.

<웨딩 싱어>는 1,800만 달러 예산으로 1.4억 달러를 극장에서 벌어들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벌지도 크게 잃지도 않는 구조였다.

지금에 와서는 초대박을 터트리는 영화도 간간히 나오면서 할리우드 전문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돈을 넣고 싶어 하는 영화사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개성 강하고 작가주의 영화를 주로 다루고 있어서 아카데미는 물론 각종 국제영화제 단골손님이 된지 오래다.

필름마켓 부스 규모와 바이어의 방문 모두에서 메이저 스튜디오 못지않다.

계열사인 장르영화 전문 프로덕션 디맨션 필름은 홈비디오 시장의 강자다.

<스크림>, <헬레이저> 같은 기존 프랜차이즈 시리즈 외에도 작년 <블레어위치>로 꽤나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블레어 위치>는 월드와이드 2.4억 달러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는데, 디멘션 필름은 배급비용으로 겨우(?) 1,300만 달러를 쓰고, 배급 수수료를 5,000만 달러나 챙겼다.

물론 극장 수익분배와 홈비디오 판매 수익까지 받게 되면 총수익이 1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보고서의 숫자가 <Cube>와 <Escape>의 박스오피스가 맞아요?”

“예!”


류지호는 <Cube>가 꽤 흥행에 성공했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보고서에는 950만 달러로 적혀 있었다.

물론 4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작비를 고려하면 엄청난 흥행 성적이 맞다.

문제는 비슷한 콘셉트의 방탈출 영화 <Escape>가 3,9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스의 영화는 아직 세계 배급이 끝나지 않았어요.”

“한국처럼 심의 문제가 걸려 있는 국가가 꽤 있었지요?”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는 집계되진 않았지만, ParaMax에서는 5,000만 달러는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제작비의 10배 이상 극장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부가시장 수입까지 포함하면 꽤나 짭짤한 수익이 기대되었다,

여담으로 <Cube>와 <Escape>는 개봉 시에 극장마다 ‘폐소공포증 환자 관람 금지’라는 문구를 안내했다.

마케팅의 일환이면서 등급위원회의 권고 때문이다.

암튼 <Escape>는 지난해 11월에 개봉했다.

북미 6개 극장 디지털 상영 외에 모두 20개 일반 상영으로 시작해, 최대 893개 스크린으로 마감한 후, 현재는 드라이브인 극장과 아트하우스 상영관으로 옮겨 장기상영 중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향후 방 탈출 관련 아이디어로 영화를 만들게 될 제작사는 <Cube>의 일부 그리고 <Escape> 저작권을 보유한 ParaMax Films에 허락을 얻거나 협의를 거쳐야 영화를 제작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저작권 침해로 법정에서 ParaMax 법률팀과 만나야 한다.


“<Dream Come True>는 진짜 의외네요.”


졸업 작품으로 가볍게 만들었고, D-Cinema 맞춤 영화였다.

그 외에는 의미가 없는 영화다.

그런데 돈까지 벌었다.


“D-Cinema라는 상징성에 비하면, 극장에서의 결과는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어요.”

“겨우 4개관에서 상영했잖아요.”


졸업 작품으로 친구들과 추억을 쌓기 위해 만든 영화가 <Dream Come True>다.

D-Cinema 맞춤 실험영화라서 디지털 영사시설을 갖춘 4개 극장에서 2주 간 상영되었다.

북미 박스오피스 수익은 고작 52만 달러에 그쳤다.

헌데 부가시장에서 대박이 터졌다.

류지호가 검지로 볼을 긁었다.


긁적긁적.


민망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홈비디오 판매에서 900만 달러, 유료 케이블 채널에서 140만 달러를 벌어들였네요.”


필름 프린트로 일반상영을 하지 않았다.

관객동원에 기대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상영이 끝나고 곧바로 북미 비디오 시장에 배포했다.

그런데 기대하지도 않은 수익을 거뒀다.


“세상에는 독특한 취향을 가졌거나, 아무 영화나 막 보는 사람들이 많은가 봐요.”


도저히 류지호의 영화라고 볼 수 없다는 악평도 많이 받았다.

성의가 없는 영화라며 최악의 평점을 받기도 했다.

아마추어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리는 치기라며 편을 드는 이들도 있었다.

류지호는 D-Cinema 이벤트 외에는 <Dream Come True>와 관련해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았다.


“ParaMax에서는 <Dream Come True>의 CG컷을 보강한 감독판을 필름 프린트로 뽑을 계획이랍니다. 보스만 허락하시면 필름 프린트를 이번 칸 필름마켓에 내놓겠다고 해요.”

“나는 감독판을 만든 기억이 없는데......”

“D-Cinema 때문에 삭제된 몇 개 장면을 추가하고 CG 완성도를 보충한 버전이기 때문에 따로 보스께서 작업을 하실 것까지는 없다고 전해왔어요.”


‘영화신동‘ 소리까지 듣는 류지호의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초저예산 영화다.

그런데 비디오와 유료케이블 시장에서 통했다.

ParaMax Films의 해외배급팀으로서는 욕심이 생길 수밖에.

류지호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 저작권의 지분이 ParaMax Films가 훨씬 많기에 류지호가 거부해봐야 소용없었다.


“통상 할리우드 B급 영화가 팔리는 가격에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판매가 된다면, 5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더 개대할 수 있으니까요.”


허.....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D-Cinema 프로젝트 실험과 관련한 비용을 얼추 충당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영화 흥행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하더니,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세요?”

“운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되잖아요.”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준 건 사실입니다만. ParaMax와 보스의 명성도 한 몫 했다고 분석할 수 있어요.”

“.....?”

“ParaMax는 미니메이저라고 불리던 시절의 오라이언 픽처스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그렇죠. 매년 오스카 수장작과 노미네이트 작품을 내놓고 있기도 하고.”

“영화 매체에서는 파인 라인 시네마와 함께 미니 메이저로 분류하고 있어요. 트라이-스텔라가 빠진 자리를 ParaMax가 차지했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인디 스튜디오의 정체성은 잃지 않아야 할 텐데.....”

“CEO 알버트 마샬은 누구보다 보스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에요. 그가 ParaMax를 이끄는 한 작가주의와 인디 마인드에서 멀어지지 않을 겁니다.”

“은근히 알버트가 Moe와의 오스카 경쟁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모리스 메타보이는 아카데미상에 집착하는 편이고, 알버트 마샬은 영국 아카데미상과 칸 영화제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결국 고상한 영화를 제작하길 즐기는 것은 똑 같았다.

게다가 돈 되는 영화를 류지호가 꾸역꾸역 찾아서 던져주고 있었고.


“아참! PolyGram Working Title Films는 어떻게 진행 되고 있답니까?”


류지호는 갑자기 생각이 난 듯 기습적으로 질문했다.

사라 케슬러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유니벌스가 끼어들었어요. PolyGram 측에서 좀 더 좋은 조건을 내거는 쪽으로 지분을 넘길 것 같아요”

“이번엔 유니벌스예요?”

“예.”


JHO Company는 지난 1996년 PolyGram Working Title Films의 필름 라이브러리 구매 건으로 MSM Pictures와 경쟁한 바 있다.

이번에는 메이저 스튜디오인 유니벌스와 PolyGram Working Title 인수전에서 맞붙게 됐다.


“뭐 하나 쉽게 되는 게 없네요. 유니벌스 픽처스가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유니벌스 픽처스는 지난 1990년 일본의 나쇼날 전자에 매각되었다가 손해만 보고 다시 캐나다 주류기업 선&시그램에 매각됐다.

문제는 선&시그램이 무모한 몸집 불리기로 재무상태가 엉망진창이란 사실이다.

류지호의 기억으로는 얼마 안 가 프랑스의 Compagnie ViVo에 재매각된다.


“PolyGram Working Title의 현재 상황은요?”

“3년 전에 오라이언에 영화 17편을 일괄 판매하며 자금을 마련했지만, 재정상황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요.”

“런던 지사에 전하세요. 5월 개봉 예정작인 <노팅힐>부터 현재 제작중인 영화의 권리까지 모두 ParaMax가 떠안겠다고.”

“트라이-스텔라가 아니라 ParaMax... 입니까?”

“사라.....”

“예. 보스.”

“Don을 불러줘요.”


사라 케슬러가 집무실을 나갔다 돌아왔다.

잠시 후, 도널드 제이콥이 집무실에 자리했다.

류지호가 가두절미하고 핵심을 말했다.


“이참에 전 세계에 퍼져 있는 JHO 산하 기업들을 그룹체제 안으로 교통정리 해야겠어요.”

“산하 게열사를 모두 수직계열화 할 생각입니까?”

“세금혜택문제와 각 주별, 국가별 법인형태가 제각각이라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요.”

“비서실에서 작성한 보고서로는 부족하십니까?”

“더 디테일한 분석이 필요해요.”

“어떤 점에서 그러한지 말씀해 주십시오.”

“워너-타임이나 LOG처럼 모두를 하나로 묶어 지주회사 밑으로 넣는 부분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JHO에는 미디어 분야와 상관없는 정보통신 기업과 게임, 서비스업, 보안 심지어 금융회사도 가지고 있으니까.”


사라 케슬러가 말을 보탰다.


“부동산개발회사와 엔젤투자회사도 있어요.”


미국에서 첫 영화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문어발식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덩치가 큰 부문을 중심으로 자잘한 사업 분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트라이-스텔라는 덩치가 너무 커져서 손대기에 무리가 있으니까, ParaMax부터 시작해 봅시다.”


도널드 제이콥이 재빨리 수첩을 꺼내고, 펜을 손을 쥐었다.


“ParaMax를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개편한 후에 디맨션 필름을 완전히 자회사로 편입시켜야겠어요. 그리고 PolyGram Working Title Films까지.”


ParaMax Films의 회사 규모도 만만치 않았다.

투자·제작·배급을 담당하는 부서는 과거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에 맞먹고, 비디오를 제작·유통하는 홈 엔터테인먼트와 텔레비전 및 해외배급을 담당하는 자회사가 따로 존재했다.

유명무실하지만 애니메이션 사업부와 저작권 관리 사업도 벌이고 있다.

전체 직원 숫자도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에 필적할 정도로 큰 회사가 됐다.

몇 해 전에 회사를 개편했어야 했다.

이제야 손을 대는 것이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Timely에서 독립시켰던 ToyBiz를 되찾아야겠어요. ToyBiz는 내년 상반기 전에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으로 해요. <X-Man>이 개봉하기 전까지입니다.”

“출판유통과 트레이딩 카드회사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 두 회사는 당장 필요 없어요. 대신 Timely의 IP를 활용한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할 스토어 사업체를 새롭게 만들거나 적당한 완구점 체인을 인수해 ToyBiz에 합병시키는 것이 좋겠어요.”


사라 케슬러가 우려를 드러냈다.


“Timely는 여전히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보스.”

“알아요. 곧 콘텐츠의 리뉴얼 작업이 끝날 것 같다고 해요.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내후년부터는 Timely도 흑자 운영이 가능할 겁니다.”


보스가 확신하면 대부분 그렇게 되었다.

그럼에도 사라 케슬러는 Timely Studios의 첫 번째 영화흥행 성적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서두르는 것이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IVE Entertainment는 홈비디오 및 DVD 제작·유통 부분 외에 TV프로덕션 체제를 이번에 완비하는 것으로 하죠.”


사라 케슬러가 또 다시 끼어들었다.


“한 가지 그와 관련해서 알고 계셔할 것이 있어요.”


작가의말

주인공이 관여하지 않은 영화의 데이터는 박스오피스 모조나 IMdb 등을 참조해 거의 보정하지 않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반올림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차가 꽤 클 순 있습니다. 주인공이 직접 손을 댄 영화는 무조건 보정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때론 천만 달러 이상의 보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직접 연출한 영화나 TV시리즈는 비슷한 콘셉트의 영화를 토대로 매우 비과학적이며 주먹구구식의 분석방법을 동원해 산정했습니다. 즉 기존 영화들의 박스오피스 및 부가시장 매출 데이터를 참고했지만 결국 제 마음대로 산출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깊게 생각하지 말고 스쳐지나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건강 유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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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2) +6 22.12.24 4,112 149 23쪽
374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1) +11 22.12.23 4,264 146 24쪽
373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2) +5 22.12.22 4,229 142 24쪽
372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1) +7 22.12.21 4,267 136 26쪽
371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2) +9 22.12.20 4,076 142 24쪽
»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1) +6 22.12.19 4,103 142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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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2) +5 22.12.16 4,105 149 24쪽
367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1) +9 22.12.15 4,131 142 22쪽
366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5 22.12.14 4,155 144 27쪽
365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16 22.12.13 4,171 151 27쪽
364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10 22.12.12 4,244 147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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