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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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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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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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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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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저기 두 여성 배우님이 싸우는 모습이 꼭... 마치... 섹스 하는 것 같잖아.”


류지호가 신박한 고우찬의 해석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어딜 봐서?”

“둘이 침대에서 뒹구는 거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끼고 조르는 거나.... 그 외에 액션 합이 마치 여자끼리 야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류지호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음란마귀라도 씌었냐?”


고우찬은 명색이 체육계열 특히 격투기 특화로 유명한 대학 출신이다.


“어디 가서 유도로 유명한 대학 출신이라고 하지 마. 유술과 그래플링을 단번에 집어내야지 쪽팔리게....”

“의도한 건 아니라는 거지?”

“이 자식이....! 민아랑 떨어져 지넨 게 한 1년이라도 됐어? 그새 밝히기는....! 혹시 나 몰래 포르노라도 빌려보는 거야?”


고우찬은 찔리는 것이라도 있는지 슬쩍 화제를 돌렸다.


“여자들이 싸우는 걸 너무 처절하게 찍는 거 아니냐?”

“두 캐릭터는 프로들이야. 장난으로 싸우겠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류지호는 다시 한 번 이번 액션 디자인들을 확인했다.

<킬 빌Ⅰ> 가정집 부엌 액션 시퀀스에서 그린과 싸우는 브라이드(우마서먼)를 떠올리며 쓴 장면이다.

우마 서먼은 180Cm를 자랑할 정도로 장신이다.

영화에서 상대 배우는 대략 170Cm 정도.

사실 액션 합은 기억하지 못한다.

대략적인 느낌만 시나리오에 담았다.

그런 느낌을 빅키팀이 MMA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음란마귀에 쓰인 상태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나....?’


모를 일이다.

그래플링 기술이 들어가는 격투기는 서로 신체를 밀착해 얽혀서 싸울 수밖에 없다.

누르기나 조르기 자세 중에는 보기에 따라서는 묘한 포즈가 있긴 했다.

물론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떠올릴 수 없는 생각이다.


‘빅키와 상의해서 그런 부분을 좀 넣어볼까?’


류지호는 이내 머리를 가로저었다.

쓸데없는 짓이다.

그저 고우찬의 참신한 해석에 웃고 마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액션!”


수세에 몰리던 제시 맥티어가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손을 넣는다.

침대 속에 무기를 숨기는 것은 스파이 영화의 클리셰다.

그걸 보고만 있을 앨리나 와츠가 아니다.


퍽퍼퍼퍼퍽!


제시 맥티어의 몸에 올라탄 앨리나 와츠가 그녀 얼굴에 폭풍 같은 주먹질을 날린다.

여성이라고 봐주는 법, 그런 거 절대 없다.

죽느냐 사느냐가 걸려있는 대결에서 그런 품격은 사치다.

결국 제시 맥티어가 얼굴이 곤죽이 된 상태로 정신을 잃는다.


쑥.


앨리나 와츠가 매트리스 사이에 손을 넣었다 뺀다.

제시 맥티어가 손에 넣으려던 권총이 쥐어져 있다.

앨리나 와츠가 베게를 끌어와 제시 맥티어의 얼굴을 덮는다.

한 치의 망설이 없이 총구를 베게에 겨눈 후 방아쇠를 당긴다.


퉁.


베게 솜이 튀어 오른다.

딴에는 소음기 대용이다.

영화적으로 가능한지 파벨 노보트니에 물은 적이 있다.

영화적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란 대답을 들었다.

솜이 튀어 오르는 부분은 안재민의 아이디어였다.

FX팀이 과하지 않게 베개를 살짝 터트려주었다.


“컷!”


재사 맥티어가 자신의 분량을 모두 소화했다.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면서요?”

“응. 크랭크업 파티까지 LA에서 지내려고.”

“숙소는 어떻게 하기로 했죠?”

“JHO가 제공해준 호텔에서 계속 묵을 생각이야.”

“회사가 제공했던 비서는 그대로 둘게요.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일정에 대해서 그녀와 상의하세요.”

“고마워.”

“별 말씀을.....”


류지호는 제시 맥티어를 챙겨주는 비용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인연을 이어가기에 괜찮은 배우이기 때문이다.

촬영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두의 텐션은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매일 아침 스튜디오로 출근하는 것이 류지호는 무척 즐거웠다.


✻ ✻ ✻


류지호는 촬영이 끝나면 엘 세군도의 Hues & Rhythm Studios를 방문했다.

틈틈이 CG작업 상황을 점검했다.

Hues & Rhythm Studios는 인수 당시보다 규모가 훨씬 커져 있었다.

건물 3개 층을 임대해 사용하다 <타이타닉> 프로젝트부터 두 블록 떨어진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서 두 군데로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보스 필름, LMI에 이어 세 번째 위치를 차지할 정도다.


“CGI 기술과 관련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가 정말 놀라울 정도네요.”


몇 장의 스틸 이미지만으로 가상 세트를 구축하고 카메라의 움직임과 주변 배경을 합성시킬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와있다.

류지호가 생각보다 빠른 발전에 놀랄 수밖에.


“<매트릭스>는 끝났어요?“

“우리가 맡은 부분은 진작 끝났다네. 지금 주로 하고 있는 작업은 자네 영화야.”


스티븐 슈라이버의 말대로 직원들이 지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촬영한 장면들에 합성작업이 한창이다.

스티븐 슈라이버(Steven Schreiber)는 <Remo : The Destroyer>의 VFX 슈퍼바이저다.

주로 광고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는데,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작업을 해보면서 추후 Hues & Rhythm의 애니메이션을 맡겨볼 수 있을지 류지호가 그의 능력을 가늠해보고 있다.

스티븐 슈라이버가 류지호는 레모 윌리엄스의 파쿠르 액션 장면의 배경에 실제 촬영된 건물의 사진으로부터 추출한 3차원 모델이 입혀지고 있는 부서로 안내했다.


“2nd Unit이 아니라 스티의 팀이 나가서 촬영한 거죠?”


끄덕.


스펜서 베어드가 이끄는 2nd Unit 외에 VFX팀 또한 동유럽에서 따로 움직였다.

그들은 치안이 불안정한 보스니아로 들어가 특정한 건물 몇 채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사진을 찍어왔다.


“컨트롤 객체를 통해 촬영한 모든 사진을 결합시키고, 이미지와 비교하고. spatial Triangulation(공간 삼각형법)을 통해 객체간의 관계를 정의했어. 사진 측량술을 응용한 CG기술을 통해 촬영된 이미지로부터 3차원 모델을 산출하고, 사진의 색상과 조명을 통해 이미지를 수정하면 무척 높은 수준의 사실감을 얻을 수 있지.”


작업과정을 지켜보는 류지호에게 스티븐 슈라이버가 친절하게 설명했다.

류지호는 그가 말한 바의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잘 부탁해요.”

“믿어도 돼. Hues & Rhythm는 어떤 부분에서는 LMI을 뛰어 넘었으니까."


LMI이 전 세계에서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LMI이 작업한 모든 영화의 CG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작품마다 편차가 심했다.

도저히 LMI이 작업했다고 볼 수 없는 작품도 더러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쩔 수 없다.

감독과 스튜디오 임원의 컴퓨터 그래픽 이해가 부족하면 비용만 따지다가 CG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하니까.

할리우드라고 해서 모두가 현명한 것은 아니다.

제작자들 사이에서 완성도가 떨어져도 볼 사람은 본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Hues & Rhythm의 미래를 위해서 애니메이션도 슬슬 기획해야하는데....’


지금이야 CG 작업물량이 넘쳐나지만, 몇 년 안에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군소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으로 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크랭크업하면 Timely와 함께 3D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류지호는 ‘X-Man‘에서 덜 인기 있는 캐릭터를 이용한 학원 어드벤처 3D 애니메이션 아이디어를 꺼내보기로 마음먹었다.

주요 배경은 제이비어 영재 학교(Xavier's School for Gifted Youngster)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스핀오프다.

극장용은 제작비도 많이 필요하고 작업기간도 길기 때문에 TV시리즈가 적당할 것 같았다.


❉ ❉ ❉


<Remo : The Destroyer> 프로덕션이 끝을 향해 달려갔다.

류지호는 할리우드 영화 전매특허인 상황실 혹은 CIA나 펜타곤 장면을 최소화 했다.

완전히 없을 순 없다.

따라서 주인공들이 행동한 것에 대한 반응만을 짧게 다뤘다.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가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또는 풍자를 넣기 위해 상황실을 다루는 것에 위배되는 연출이다.


[보스니아 지역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뭐라고?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부대야?]


레모와 치운이 벌이는 사고(?)에 대한 긴급 보고가 올라온다.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당장 교전을 멈추라고 해!]

[공습은 예정대로 진행합니까?]

[당연하지. 절대 보병을 투입하는 일은 없어. 지상군이 투입되더라도 우리가 아닌 NATO여야 해.]


미국이 보스니아 내전 개입에 있어서 소극적이었던 요인 중 하나가 일명 ‘소말리아 신드롬’ 때문이다.

소말리아 모가디슈 시가전에서 미 해병 18명이 살해당한 사건은 빌 블라이드 행정부로 하여금 보스니아 개입을 더욱 망설이게 만들었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텔레비전들은 모가디슈 거리에서 현지인들이 미 해병의 시신을 끌고 다니는 장면을 되풀이해 방영했다.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속셈이었다.


[이슬람 놈들이나, 중국놈들이나, 백인놈들이나 뭐가 달라? 쓰레기는 쓰레기다.]


영화 속에서 모두를 싸잡아 욕하는 치운의 대사다.

레모 윌리엄스가 하는 대사도 있다.


[TV시리즈에서는 테러리스트가 폭발을 이용해 슈퍼볼 게임을 구경하러온 관중을 몰살시키려고 해요. CIA가 적시에 그 운동장에 나타나서 그들을 체포하는 거죠. 영화에 흔히 나오는 수법이에요. 미국 서부 영화에서 늘 씩씩한 기병대가 적시에 나타나 사악한 인디언들을 모조리 무찔러 버린다는 얘기와 비슷하지 않아요?]


그런데 예로 든 장면과 대사는 최종 시나리오 단계에서 모조리 삭제되었다.


왜?


펜타곤과 CIA의 요청 때문이다.

사실상 압력을 받았다.

대신 레모 윌리엄스는 전형적인 미국 소영웅주의 인물이 되었다.

그린베레 출신으로 애국심도 나름 투철한 인물로.

세르비아계 반군이 미군 포로를 쇠사슬로 묶어 NATO 공습의 방패막으로 사용하는 것을 참을 수 있는 미국인이 얼마나 될까.

류지호는 이 장면을 극적으로 강조했다.

이런 타협 때문일까.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에서 제작협조를 철회하지 않았다.

또한 직접적인 대사를 제외한 다른 풍자들은 그대로 살릴 수가 있었다.

이런 종류의 액션영화는 국방부와 정보기관의 협조 없이는 찍기 쉽지 않다.

찍으려고 마음 먹으면 못 찍을 건 없다.

다만 고증이 전혀 안 된 엉터리 다이렉트-비디오영화 밖에 안 된다.

할리우드와 펜타곤(미국방부), CIA 및 FBI와 밀접한 관계라는 걸 대중들도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수백 편이 넘는 할리우드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프로듀서나 작가가 자료 조사를 위해 군 당국과 접촉하기 원하는 경우, 대본이 정보부의 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또한 펜타곤이 승인하는 내용의 대본 사용을 강제하는 제작 지원 동의서에 프로듀서가 서명해야 지원을 받을 수가 있다.

서명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

검열은 미국에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법률 위반도 검열도 아니다.

그들은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국익에 반하는 것에 지원을 못 할 뿐이다.

국가기관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

기업에 PPL를 받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1997년 작 <투모로우 네버 다이즈>에서 제임스 본드의 농담이 대본에 있었다.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시잖아요? 전쟁입니다. 아마도 이번에는 우리가 이길 겁니다.]


이 대사는 펜타곤의 요구로 삭제되었다.

미군을 조롱하거나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뉘앙스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 전쟁 후 이런 분위기는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반면 1987년에 개봉한 <탑건>의 경우,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군의 이미지 손상을 회복시키는 등 매우 긍정적으로 해군을 묘사했기 때문에 스크립트에 털 끝 하나 관여하지 않았다.

도리어 군 당국으로부터 열렬한 지원을 받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지원이 거절되는 영화는 무수하게 많다.

정리하면, 전 세계 영화팬들은 미국 영상 산업 전반에서 운영되고 있는 군의 방대한 선전 조작을 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해외에서 군사적, 경제적 힘을 영향력으로 사용하는 데 열중하고 있는 미국으로써는, 전쟁을 찬성하는 여론을 높이기 위해 군과 정보부가 대중문화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한편으로 연방제 국가이며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미국만세’ ‘가족주의’ 또한 ‘소영웅주의’는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메시지다.

류지호는 펜타곤과 CIA의 검열 아닌 검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그들의 지원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애석하게도 CIA의 도움은 필수였다.

특히 해외 촬영에 있어서 더더욱.

할 수 없이 양보할 건 양보하고, 얻을 건 얻는 실리를 챙길 수밖에 없었다.

할리우드와 펜타곤(미국방부)이 상부상조하는 돈독한 사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어째 잘 안 어울릴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둘 사이에는 묘한 연대감 같은 것이 존재했다.

특히 전쟁영화나 군부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그러했다.

심지어 미군이 등장하는 로맨스 영화에도 간혹 펜타곤의 입김이 작용하곤 한다.


“최선을 다해 도와줄 테니, 우리 미군을 멋지게 묘사해 달라.”


펜타곤이 할리우드에게 말하면.


“미군을 멋있게 그려줄 테니, 우리가 돈을 절약할 수 있게 해 달라”


이렇게 응수하는 식이다.

펜타곤은 할리우드 제작사에 탱크, 전투기, 병사, 전문지식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를 지원받은 할리우드 제작사는 근사한 영화를 만들어 미군의 대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한쪽은 비용 절감, 그리고 다른 한쪽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서로 ‘윈윈’인 셈이다.

그런데 둘 사이의 이런 파트너십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할리우드 영화가 군부대용 홍보영화로 전락했다거나, 펜타곤이 지나치게 할리우드 영화를 검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 등이 그것이다.

실제 미 국방부 산하 특별부대에는 엔터테인먼트 부대가 따로 존재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이 ‘엔터테인먼트 부대’는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 해안경비대를 모두 대변하고 있으며, 주된 임무는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들에게 전투 장비를 대여해주거나 전쟁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할 수 있도록 자문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이 할리우드를 돕는 궁극적인 목적은 민간에 대한 대민 서비스가 아니다.

대중문화를 통해 미군의 이미지를 홍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때로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군 담당자가 투입되어 간섭을 하기 시작하는 경우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엔터테인먼트 부대’를 ‘검열기관’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미 펜타곤은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할리우드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난 수십 년간 업계와 동맹 관계가 유지되어 오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류지호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한 미국 국방부와 정보기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들의 지원 없이는 1억 달러 영화가 2억 달러가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더 많은 스크린 확보가 곤란해지거나.

잘못 된 일임에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다만 한국 보수정부의 검열이나 블랙리스트 협박과 다른 점은 미군과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영화 작업을 원천적으로 방해하진 않는다.

그것에 대항하는 애국주의 영화에 더 많은 지원을 하면서 맞불을 놓으면 놓았지, 다른 누군가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같은 일들은 민주와 공화 양당의 어떤 세력이 집권해도 유효하다.

물론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영화지원 요청에 대해 일방적으로 퇴짜를 놓거나 영화 내용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다른 이름의 블랙리스트이고 검열이지만.


‘레온 부룩하이머가 그 양반 진짜 펜타곤이나 CIA를 잘 써먹지.’


류지호가 군 관련 장교 출신과 현역 장성들과 인맥을 쌓으려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그 같은 할리우드 영화산업 구조 때문이다.

군과 정보기관으로부터 심한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

때론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비하인드 에너미 라인스> 같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군 만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해군에서 항공모함과 전투기, 헬기를 제공해주지 않으니까.

물론 펜타곤의 협조 없이 전쟁 영화 찍을 수 있다.

미국에선 민간에서 탱크와 유사 전투기, 박물관의 전함을 빌려서 촬영할 수 있으니까.

또한 항공모함을 비롯해 전투기 비행 및 미사일 발사 장면까지도 자료영상을 돈을 지불하고 영화에서 쓸 수가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할 경우 매우 엉성해 보인다는 점이다.

군과 관련한 장면이 나오는 블록버스터는 싫든 좋든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슬로바키아 정부가 <Remo : The Destroyer>에 육군 병력을 지원해 준 데에는, 미국대사관(파견 CIA 직원)의 협조도 있었다.

겉으로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여파로 동유럽 경제가 최악이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미국 대사관, 정확하게는 CIA가 물밑에서 협상을 도왔다.


‘정보기관이 할리우드에 들어와 있다니....’


독재국가에서나 대중문화계에 정보기관원들이 들어와 활동하는 줄 알았다.

할리우드 역시 정보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냉전시대에는 공산주의자 색출과 감시가 목적이었다.

현재는 미국에 대한 불온한 태도(주로 분쟁국가 출신)를 보이는 창작자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류지호도 탈탈 털렸다.

현재까지 류지호에 관한 보고서만 수십 박스 분량이 작성되어 있고, 계속해서 작성되고 있다.


[우리가 판단하기에 당신네 평가는 극단적인 거요. 일방적이기도 하고.]

[나의 요청은 본국의 최고위층에서 나온 겁니다.]

[내 권한으로 정중하게 거부된 겁니다.]

[그러면 우린 이 건을 두고 어둠 속의 전쟁행위로 간주할 거요.]


UN 소회의장으로 만들어진 세트에서 막바지 촬영을 진행됐다.


[미국의 발칸 정책 목표는 미군의 희생 없이 내전을 끝내는 것 아닙니까?]

[서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 아니었습니까?]

[러시아의 생각은 뭡니까?]

[그들도 우리처럼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발칸 내전이 장기화하면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대량 흘러들어오는 부정적인 현상이 이어질 것입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합니다.]


미국의 군 당국과 정보기관 고위층이 싫어할 내용이다.

류지호는 일단 찍었다.

추후 이 부분에 대해 군 당국과 CIA가 태클을 건다면,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가 아니다.

비공식적으로 검열이 존재하는 나라였고, 류지호는 그 같은 부당한 일에 맞설 생각이다.

그래봐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소송 밖에 없었지만.


‘노이즈 마케팅은 되겠지....’


류지호는 새삼 영화라는 대중예술의 파급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자유의 가치를 최고로 치는 미국이란 나라에서도 암암리에 자유를 침해하는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할까.


“샘? 준비됐어요?”

“어제부터 준비는 이미 끝냈어, 이 게으름뱅이야~ 얼른 찍기나 해.”

“킥. 너무 무리 하진 말아요. 나는 온전한 몸으로 아내에게 돌려보내고 싶으니까요.”


샘 잭슨과 거구의 스턴트맨이 몸을 풀었다.

Vic & Jay 스턴트팀은 마지막 액션 촬영이라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샘 잭슨이 빅키 햄휴즈와 함께 전체적인 동선을 다시 한 번 체크했다.

류지호가 그들 곁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빅키, 배우들이 너무 긴장한 것 같은데?”

“마지막 촬영이라서 그래.”

“너무 뻣뻣하면 다칠 수도 있잖아.”


샘 잭슨이 끼어들었다.


“어허. 내가 액션영화를 몇 편을 찍었는데! 액션무비 스타라고!”

“내일모레 60입니다.”

“이제 막 50살 먹었는데, 60이라니! 내가 죽기라도 바라는 거야?”

“다치지 말라고요.”


프로덕션에 들어가면 류지호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헤드 스태프의 일에 관여를 잘 안하는 편이다.

스턴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빅키팀의 의견을 따라줬다.

<블레이드>와 <매트릭스>에서 빅키팀이 보여준 것도 있고, 액션 안무 아이디어가 자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콘셉트나 방향성은 류지호가 지정해 줄 수 있다.

섬세한 안무 하나를 다 짜줄 순 없다.

게다가 <Remo : The Destroyer> 스턴트를 지켜보며, 빅키팀에 대한 평가가 하늘의 끝을 찔렀다.

생각 이상으로 유능했다.

류지호는 투자한 보람을 느꼈다.

50줄에 접어든 샘 잭슨 역시 액션연기를 소화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물론 반담 정도의 몸놀림을 보여주는 액션 배우는 아니다.

다만 배짱과 용기는 액션전문 배우 못지않았다.

이번 액션 시퀀스는 롱 테이크로 촬영했다.

한 번 실수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낭비되는 시간은 그렇다 치더라도 체력적으로 많이 부담이 간다.

때문에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리허설을 충분히 했다.

리허설이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실제 명칭이 ’엔터테인먼트 부대‘인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할리우드를 전담하는 군과 정보기관의 부처가 있었긴 했던 것 같습니다. 자료화면이 아닌 실제 항공모함을 촬영한 할리우드 영화가 있다면 엔터테인먼트 부대가 관여했다고 보면 된다고 하더군요. 올리버 스톤 감독은 물론 많은 전쟁영화들이 미국방성의 비협조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죠. 아직까지 할리우드 전담부서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세상 어디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가 봅니다. 빛이 밝을 수록 그림자도 더 짙은 것은 않은지.... 한편으로 미국이라고 별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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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성급하게 솥뚜껑을 열지 않도록.... (1) +8 23.01.06 4,089 139 24쪽
386 내 집 걱정이 먼저! +3 23.01.05 4,109 136 27쪽
385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3) +8 23.01.04 3,899 141 28쪽
384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2) +8 23.01.03 4,020 146 27쪽
383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1) +10 23.01.02 4,014 142 25쪽
382 업무의 완성은 휴식입니다. (2) +11 22.12.31 4,038 148 24쪽
381 업무의 완성은 휴식입니다. (1) +7 22.12.30 4,139 139 26쪽
380 退魔記錄. (2) +10 22.12.29 3,988 141 28쪽
379 退魔記錄. (1) +8 22.12.29 3,912 116 25쪽
378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아닙니까? (2) +6 22.12.28 4,063 138 22쪽
377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아닙니까? (1) +7 22.12.27 4,139 138 21쪽
376 할 일이 많아서 당장 결혼은 좀..... +8 22.12.26 4,232 143 25쪽
375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2) +6 22.12.24 4,112 149 23쪽
374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1) +11 22.12.23 4,264 146 24쪽
373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2) +5 22.12.22 4,229 142 24쪽
372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1) +7 22.12.21 4,268 136 26쪽
371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2) +9 22.12.20 4,076 142 24쪽
370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1) +6 22.12.19 4,103 142 24쪽
369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3) +7 22.12.17 4,104 149 24쪽
368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2) +5 22.12.16 4,105 149 24쪽
»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1) +9 22.12.15 4,132 142 22쪽
366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5 22.12.14 4,155 144 27쪽
365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16 22.12.13 4,171 151 27쪽
364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10 22.12.12 4,244 147 27쪽
363 The Destroyer. (13) +7 22.12.10 4,142 145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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