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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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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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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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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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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디렉터!”

“오오! 미스터 류!”


모두가 열렬히 류지호를 맞이했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인하우스 제작 영화는 배우와 스태프 모두 좋은 환경에서 일한다.

그런데 JHO Pictures 만큼 신경 써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톱스타가 출연하는 블록버스터 영화 정도에서 볼 수 있을까.

비단 파티의 문제가 아니다.

스태프의 가족까지 챙겨주는 경우는 없다.

<Remo : The Destroyer>에 참여한 스태프 가운데 해외 로케이션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많았다.

더러 후진국에서 촬영할 때는 불가피하게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이번 슬로바키아 촬영에서는 추운 날씨를 제외하고, 지내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스태프 복지에 너무 많은 비용을 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업무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기본적인 부분이 안정이 되니 스태프들은 오로지 촬영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물론 잡무는 현지 고용인들이 했지만.


“헤이~”


류지호가 지나가는 곳마다 스태프들이 악수를 건넸다.


“별 일 없지?”

“덕분에.”


류지호는 청해 오는 악수를 마다하지 않고 일일이 손을 잡아 주었다.

그때 리조트 직원이 마이크를 가지고 왔다.


“뭡니까?”

“저 쪽 분들이 전해주라고 해서요.”


류지호가 저만치 서서 팔짱을 끼고 있는 앨런과 잭 두 명의 프로듀서를 쳐다봤다.


짝짝.


잭 워든이 박수를 쳤다.

파티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새삼스럽게 마이크를 잡고 떠는 것이 뒷북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럼에도 모두가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다.

류지호가 마이크를 받아들고 입을 열었다.


- 유럽에서 함께 했던 친구들이 참석하지 못해 아쉽지만.... 언젠가 함께 즐길 날이 오겠죠.


사실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에서 고생한 현지 스태프를 위해 연회를 따로 열어주긴 했다.

일부는 파티보다는 돈을 원하는 이도 있었지만, 저녁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했다.


- 우리의 친구 리보비치 마시코프가 이 자리에 없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할 겁니다. 그는 정말 보드카의 신이잖아요.


하하하.


미국 스태프 중에도 주당이 꽤나 있었다.

러시아 배우 리보비치 마시코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옹알옹알.


류지호의 곁에서 아이가 보채는 소리가 들렸다.

보채는 아이를 견디지 못해 엄마가 바닥에 내려주었다.

그러자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 류지호에게 다가와 다리를 안고는 손을 뻗었다.

마이크를 달라는 행동이다.

류지호는 아이를 번쩍 안아들었다.


“헤이.”


옹알옹알.


류지호가 아이의 입에 마이크를 댔다.


“지미, 엄마 친구들에게 인사해 볼래?”

“맘마.”


누군가 외쳤다.


“파파라고 해야지~”


스태프 사이에서 호응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아이 엄마는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미혼모였다.

촬영 기간 동안 류지호는 스태프들에게 악독하게 굴진 않았다.

도리어 친절한 동료였다.

그럼에도 스태프들 입장에서는 류지호가 어려운 사람이며 상사였다.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었다.

그에 대한 스태프들의 짓궂은 복수라고 할 수 있다.

한참을 류지호와 미혼모를 놓고 놀려 먹던 사람들이 잠잠해졌다.


-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다친 동료도 있고. 어찌 됐든 이렇게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파티를 즐길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비록 이틀에 불과하지만, 맘껏 즐기다 돌아가십시오. 다음에도 같이 좋은 작업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휘이익!

짝짝짝!


“파티 타임!”

“파티는 벌써 시작되었거든!”

“하하하. 즐겨!”


류지호가 마이크를 호텔 직원에게 돌려줬다.

그리고 아이 엄마의 품에 아이를 안겨주었다.


“수잔, 수고 많았어. 지미와 함께 마음껏 쉬다 가.”

“고마워, 디렉터.”

“지미, 리조트 안에서만 놀아야 한다.”

“맘마...”


류지호가 지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사람들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한껏 풀어진 자리다.

그렇다보니 모두 술을 엄청나게 마셨다.

그러는 한편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청소년들은 청소년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저마다 리조트 곳곳에서 파티가 아닌 휴가를 즐겼다.

윌리 워커가 류지호에게 물었다.


“혹시 서핑 안 좋아해?”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

“해볼 생각은 있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거야?”

“그럼!”


윌리 워커의 호언장담에 도리어 의심이 드는 류지호다.


“내가 자란 동네에서는 어린 아이들도 보드를 타고 바다로 나가거든.”

“내가 듣기로는 동양인이 서퍼가 매우 드물어서, 텃세에 당하고 골탕을 많이 먹는다고 하던데....?”

“바다가 지들 건가? 어떤 매너 없는 자식들이 그런 짓을 한단 말이야!”

“UCLA에 다닐 때 베트남에서 온 친구에게 들었어.”

“일부 질이 좋지 않은 애들이 시비를 걸었겠지. 바다와 파도를 사랑하는 우리는 그런 짓 절대 안 해. 바다가 얼마나 공평한데!”

“지금은 서핑 철이 아니지 않아?”

“모르는 소리! 서핑은 말이지, 계절과 지역 파도의 특성이 제각각이어서 언제든 즐기기 좋아. 물론 캘리포니아는 한여름보다 9~11월이 서핑을 즐기기엔 최적의 날씨지만.”

“지금 바다에 들어가면 춥지 않을까?”

“계절별로 입는 수트가 따로 있어. 겨울에 서핑을 해도 아무 문제없어.”

“그렇구나.”

“수영은 할 줄 알아?”

“아주 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본은 해. 비록 이곳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나도 캘리포니아 남자라고. 내 고향은 항구 도시였고.”


인천 출신이라고 해서 수영을 잘 할 리가 없지만, 항구도시 출신은 맞았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바로 서핑에 도전할 수 있겠어.”

“영화 계약된 건 없어?”

“너무 힘들어서 잠시 쉬려고. 누구 때문에 영화가 질려버렸거든.”

“엄살은....!”


류지호는 윌리 워커에 꽤 오래 붙잡혀 서핑에 대한 찬양을 들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당장에 서핑 보드를 구해서 바다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다.

류지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이 어릴 때 태권도 피아노 미술 같은 것을 배우는 것처럼.

서핑이라는 것이 윌리 워커 동네에서 그런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마침 태권도 말고 취미가 필요하긴 했는데....’


영화를 연출하는 행위는 정신적 피로가 상당하다.

따라서 피로를 풀기 위한 휴식은 필수다.

태권도와 명상은 류지호에게 매일 하는 건강 체조 같은 거다.

마침 활동적인 취미생활을 찾고 있었는데, 호기심이 생겼다.


“근데 내가 한국에 가봐야 돼.”

“영영 떠나는 거야?”

“벨 에어에 집을 놔두고 왜 영영 떠나겠어.”

“언제 돌아올 예정인데?”

“두 달 정도 한국에 머물 예정이야.”


스펜서 베어드가 <Remo : The Destroyer> 1차 편집을 마칠 시간이다.


“5~6월에도 파도가 좋으니까. 꼭 산타모니카일 필요는 없지. 말리부 아이스 포인트, 벤추라 카운티 라인, 주마, 베니스, 엘 포르토, 맨허튼 비치, 토렌스 코브, 볼사 치카. 헌팅턴 비치 피어, 뉴포트 비치....”


윌리 워커에 입에서 캘리포니아의 모든 해변 이름이 다 나올 판이다.


“알겠어! LA로 돌아오자마자 전화할게. 됐지?”

“내게 태권도와 주짓수를 가르쳐줬으니까. 너를 서핑의 세계로 안내해 주지.”

“내가 가르친 건 없지 않아? 빅키 팀이 훈련을 시켜줬지.”

“네 영화 때문에 배운 거니까. 암튼 네가 돌아올 때까지 캘리포니아 해안선을 따라 좋은 서핑 스팟은 다 확인해 놓을 게.”

“굳이 그렇게 까지야....”

“맡겨두라고, 친구.”


윌리 워커가 류지호의 어깨를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리고 떠나갔다.

류지호가 다른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풀장의 선베드에서 류순호가 로이 호너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가의 강의를 듣는 학생처럼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류지호는 레이먼드 쿤디와 마이크 리바 같은 중장년층이 술잔을 기울이는 무리에 섞여 들어갔다.

이들의 관심사는 다소 의외였다.

할리우드 영화의 해외매출 부진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작년부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통화가치폭락 여파로 세계 영화시장을 주름잡는 할리우드 경제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버라이어티지에서 할리우드 쇼비즈니스의 오리엔탈 특급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기사가 실렸던데, 읽어봤나?”

“예.”

“트라이-스텔라도 매출이 감소했어?”


류지호가 대답도 하기 전에 마이크 리바가 선수쳤다.


“레이, <타이타닉>이 있잖아.”

“아참, 그렇지!”


류지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트라이-스텔라도 그 여파를 피해갈 순 없어요.”

“많이 심각한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매출은 기본적으로 북미와 영어권 국가에서 나온다.

하지만 스타의 인건비와 그에 따른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북미 매출만으로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재작년과 작년에 계약한 영화 판권 계약 중 몇 건은 환차손문제로 재협상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아시아 통화 가치하락으로 극장수입도 까먹고 있고.”


한국의 경우 환율폭등이 진정세로 돌아섰다고 해도, 여전히 1200~1300원대를 오락가락했다.

그로 인해 할리우드 직배 영화사들은 극장 매출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트라이-스텔라의 경우 WaW와 판권일괄 구매형식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영향은 덜 받고 있었다.

대신 WaW 픽처스가 원화 폭락으로 손실을 입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하던데.... 발을 뺏겠구먼.”

“대유와 경일차그룹이 고예산 영화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의 대기업 계열 영화배급사들은 할리우드 배급사들과 패키지계약을 체결했다.

그로 인해 환차손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때문에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할리우드 영화에 선뜻 투자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대기업도 많고.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하는 월가 사람들이 열심히 손익계산을 두드리고 있겠어.”

“아시아에서 부정적인 보고가 계속 올라오긴 해요.”

“부정적인?”

“UPI 필리핀의 경우에는 송금액이 36%까지 떨어질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아시아 배급업자들에게 영화를 파는 판매자들 사이에서 시장상황이 안 좋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당분간 빅 세븐은 고예산 영화 제작에 소극적이겠군.”


최근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를 빅 세븐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테마파크 기업 Se7ven Flags를 인수합병한 후로 그 같은 분위기가 더 뚜렷해졌다.


“작년 밀라노 필름마켓에서 아시아시장 판매가 매우 미약했다고 해요. 1년 사이에 거래가 확연하게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칸 필름마켓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수밖에 없겠군.”

“빅 세븐에서 아시아시장을 가장 중요한 성장지역으로 공을 들였는데, 아쉽게 되었어.”

“그래도 전체 수익 중 아시아시장의 비중이 적은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지 않을까?”

“아시아시장의 슬럼프가 장기화되는 건 좋지 않아. 그런 상황이 온다면 대작영화의 수익성이 떨어질 테니.”


업계가 아무리 어려워도 일거리가 끊길 일도 없는 이들이다.


“두 분은 관계없지 않아요?”

“나는 내년까지 계약된 영화들이 있으니 문제없어. 다른 이들이 걱정이지.”

“블록버스터 제작 편수가 줄어든다는 말은 고용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말이 되니까.”


류지호는 이들의 걱정이 우스웠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 중에 하나가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편수 감소다.

트라이-스텔라 내부에는 이미 할리우드 제작편수가 감소 할대로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제작편수에 있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그 동안에는 400~500편이 만들어졌다.

공급과잉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할리우드의 가장 안정적인 영화제작편수는 연간 대략 350~370편 사이.

각 메이저 스튜디오당 연간 제작·배급 편수는 30편 내외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내 스크린 숫자는 90년대 중반 5만개 최대치에 근접했다.

2년 전부터 꺾이기 시작해서 현재는 4만 2천개 선을 유지하고 있다.

스크린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군소 멀티플렉스 체인들의 파산과 폐업 때문이다.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고 많은 극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류지호는 90년대 초반부터 트라이-스텔라 임원들에게 경고했다.

21세기가 오기 전에 북미 스크린숫자가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고.

류지호의 예측대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메이저 극장 체인의 파산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한 배급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었다.


“<고질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

“영화감독이 아니라 제작자로서.”

“'크기가 문제(Size does matter)'가 아니라 고질라의 존재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요. 원작이 가진 오리지널리티를 완전 무시하고, 엉뚱한 영화를 만들어버렸다고 생각해요.”

“그것 말고. 배급 말이야.”


하하.


류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고질라>는 처음 ParaMax Films에서 기획되었다.

일본 오리지널 <고질라>를 북미에 배급한 인연으로 기획됐다.

어느 순간 블록버스터로 기획이 바뀌면서 트라이-스텔라로 프로젝트가 옮겨갔다.

류지호는 <고질라> 프로젝트를 개발지옥에 빠트리려고 했다.

매력적인 프로젝트가 아니었기에 다른 배급을 포기하면서까지 제작하는 것이 손해라고 봤다.

그러던 차에 소닉-콜로비아스가 합작을 제의해 왔다.

옳다구나.

류지호는 <고질라> 프로젝트를 소닉에게 넘겼다.

영화선택권리까지 써가면서.

작년 5월 개봉했는데.... 박스오피스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제작비 1.3억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3억 달러, 월드와이드 매출 3.8억 달러.

박스오피스 수치만 놓고 보면 본전치기일 것 같다.

문제는 배급비용이 엄청 났다는 점이다.

무려 8,100개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스크린에서 개봉 첫 주를 시작했다.

당연히 광고·홍보비도 엄청나게 퍼부었다.

추정 손익분기점은 대략 4.2억 달러.

극장과 나누고, 배급비용, 배급 수수료, 각종 세금 등.

부가시장에서 박스오피스 이상의 결과를 내지 못하면 손해는 확정이었다.


“8천 개 스크린을 잡았다는 부분에서는 대단한 배짱이라고 생각해요.”

“동업자 정신이 없는 건 아니고?”

“극장이 그런 것 따지던가요? 되는 영화 거는 게 극장의 속성이죠.”

“혹시 <Remo : The Destroyer>도 그렇게 할 텐가, 소닉처럼?”


소닉-콜롬비아스가 8천개라는 엄청난 규모의 개봉 선례를 남겼기 때문에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들도 당연히 그 같은 방식을 쓰게 되어 있었다.


“영화를 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냐고 물어보시는 거라면 ‘아닙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호오~ 그렇단 말이야?”

“<Remo : The Destroyer>는 트라이-스텔라가 배급하는 30여편 가운데 한 편일 뿐이에요. 게다가 R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죠. 배급 임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거라 믿어요.”

“그래도 첫 주 박스오피스는 아주 중요해.”

“물론이죠. 저는 <The Killing Road>와 <Escape>로 제한상영에서 시작해 1,000개 가까이 스크린을 늘린 경험이 있어요. 마이크는 잘 아시잖아요.”

“자신 있다는 말이지?”

“광고마케팅으로 어느 정도 흥행을 만들어내는 건 가능하잖아요. 항상 그 이상이 문제지.”

“이번에 행운의 부적이 자신 영화에서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겠어.”


레온 부룩하이머로 인해 업계에서 ‘행운의 부적‘으로 불리기도 하는 류지호다.


“손익분기점만 넘기길 바랄 뿐이에요.”

“내게는 자신 있다는 말로 들려.”


하하하.


류지호가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나저나 돈만 잡아먹는 타이타닉호는 저대로 항구에 정박해 놓는 건가?”

“곧 쓰임새가 결정될 것 같아요.”

“뭔데? 혹시 레스토랑으로 개조해서 사용되거나 박물관에 기증하는 거야?”

“Se7ven Flags에 가져다 놓을 수도 있고, 어쩌면 한국으로 항해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자네 고향으로?”

“아직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없어요.”

“그거 유지비용만 해도 어지간한 메가요트 못지않을 텐데.....”

“Jay가 억만장자인 것 잊었어?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걱정이 Jay가 돈을 잃는 거야.”


마이크 리바의 말에 일행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하다하다 투자의 신이라고 불릴 판이다.

류지호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종목이 각종 경제지에서 소개를 해놓아서 그걸 따라해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많았다.

류지호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수많은 개미털어먹기는 일도 아닐 정도로 주식투자에 있어서 고평가되어 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혹시나 노인들이 주식 종목이나 투자처를 물어볼까 싶어 자리를 피했다.

알려줄 수야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시달릴 각오를 해야만 한다.

언젠가부터 류지호는 투자에 대해 묻는 지인들에게 GARAM의 펀드매니저를 소개시켜주거나 영화 펀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오죽하면 자신의 명함대신 GARAM의 영화펀드 담당자 명함을 챙겨가지고 다닐까.


“앨리나....”

“Jay."


류지호가 노장들과 헤어져 수영장 선베드에 자리를 잡았다.

선객인 앨리나 와츠와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호주 출신 배우다.

알게 모르게 할리우드 텃세에 시달려왔다.

같은 호주 출신의 제라드 깁슨, 리슬리 크로우 같은 배우들은 할리우드에서 통제불능의 꼴통으로 소문이 퍼져 있다.

실제 다혈질의 성격이긴 했다.

한편으로 할리우드 진출 초창기 텃세와 부당한 차별을 수없이 당하면서 그에 반응하느라 부정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진 케이스이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차별은 소수인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유대인, 미국 출신이 아닌 국가출신, 흑인, 아시아계....

순수한 미국 출신의 백인이거나 유대계가 아니면 차별을 감수해야만 한다.

특히 리슬리 크로우는 촬영현장에서 수차례 스태프들과 주먹다짐을 벌였다.


“호주 출신 주제에.... 스타 행세는....”


같은 수군거림을 참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함께 일한 감독들 역시 리슬리 크로우를 촌뜨기로 여기며 얕잡아 보는 언행을 일삼다가 촬영장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일이 수차례 있었다.

인격적인 모욕감으로 벌인 일들도 있고 욱하는 성질머리로 사고를 친 경우도 있고.

좋지 못한 소문이 꼬리를 물었고, 결국 고슴도치처럼 더욱 가시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리드 스콧 감독 외에는 통제가 안 되는 배우로 찍혔다.

류지호는 무조건 리슬리 크로우를 편들진 않는다.

개인 트레일러에서 촬영 중 음주를 하고, 술집에서 싸움을 벌이다 상대 뺨을 물어뜯는가 하면, 호텔 직원에게 전화기를 집어 던지는 등의 해서는 안 되는 행동도 자주 벌였다.

그와 관련해 할 말이 없을 때마다 텃세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해명을 늘어놓는 모습이 비겁하기 이를 데가 없으니까.

나중에 결혼해 정신을 차린 모습을 보이긴 한다.

그럼에도 스튜디오의 캐스팅 기피대상이 된다.


“Jay는 영화를 찍을 때마다 마치 미친 사람 같아.”

“미쳐야 잘 할 수 있으니까.”

“영화가 끝나면 번아웃이 오진 않아?”

“별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하는 것이 류지호다.

번아웃은 그에게 해당사항이 아니다.


“매일 명상도 하고.”

“내 연기선생님이 그러더라. 매번 전력으로 백퍼센트 쏟아 부으면 안 된다고. 예비 에너지는 남겨둬야 다음 일을 준비할 수 있대.”

“배우는 그러는 게 좋아. 캐릭터에서 빠져나올 때 찾아오는 공허함은 이루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일 테니까.”

“나도 명상을 배울까?”

“명상이 아니더라도 뭐든 꽉 들어차 있던 걸 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지.”

“윌리가 서핑을 하는 것처럼?”

“뭐가 되었든.”

“나는 Jay가 날 불러줘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무명이었던 앨리나 와츠를 <Collapse>에 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것이 류지호란 사실은 이미 알려질 대로 다 알려졌다.

공치사를 듣기 싫어 류지호가 화제를 돌렸다.


“디렉터 린치와 작업은 어땠어?”

“재밌기는 <Remo : The Destroyer>가 재밌었어. 스턴트 경험도 해보고.”

“나는 앨리나를 칸에 데려가 줄 순 없어.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앨리나를 칸에 데려가 줄 거야.”

“예언이야?”

“린치잖아. 그는 칸이 사랑하는 감독 중 한명이거든.”

“그러면 좋을 텐데....”


류지호가 미소를 지으며 앨리나 와츠의 손을 가볍게 토닥거렸다.


“아무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슈퍼스타. 너 역시 친구인 마리 키드먼처럼 될 수 있어. 힘 내.”

“그게 뭐 쉽나?”

“난 될 사람하고만 일 해. 믿어 봐. 행운의 부적을....”


류지호는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웃어보였다.


쪽.

쪽쪽.


앨리나 와츠가 기습적으로 류지호의 볼에 뽀뽀를 퍼부었다.


“스티븐이 질투하겠는데...?”

“헤어졌어.”


앨리나 와츠는 호주 출신의 영화감독과 몇 년간 사귀고 있었다.

최근 결별한 모양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생활이야 복잡한 것이 일견 당연해 보인다.

다만 여타 복잡한 연애사를 가진 배우들에 비해 앨리나 와츠는 사생활이 복잡하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혼인 신고 없이 할리우드 배우와 살면서 슬하에 아들 둘을 낳는 등 평탄한 결혼생활이라고 할 수 없는 삶을 살게 된다.


“다음 영화는?”

“한 동안 고향과 LA를 오가게 될 것 같아.”

“호주에서 계약한 영화가 있어?”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 못하겠네?”

“초청장을 받지도 못했는걸.”

“미안.”

“지호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아직 내 위치가 그런 걸.”

“내년에는 당당하게 레드카펫을 밟을 거야.”

“<Remo : The Destroyer>로?”

“글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봐.”

“Jay도.”


류지호는 앨리나 와츠를 가볍게 안아주고, 또 다른 무리로 향했다.

리조트 로비에서 안재민이 최영웅과 함께 FX 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안재민은 연신 CineFex VFX 잡지를 가리켰다.

영어가 가능한 최영웅이 열심히 통역을 해주고 있다.

그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류지호는 곧장 로비를 통과해 리조트 뒤뜰로 나왔다.

리조트 뒤뜰에는 상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Vic & Jay 스턴트맨들이 열심히 바비큐를 굽고 있다.

외모만 보면 다들 말술일 것 같다.

실제로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몸의 상태가 재산이고 재능이기 때문이다.

대신 대식가들이다.

먹어치우는 양이 엄청났다.

한인타운에서 준비해온 갈비는 벌써 동이 나버렸다.

리조트 직원들이 각종 고기와 베이컨, 소시지를 수시로 내왔다.

류지호는 스턴트맨들 사이에 섞여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리조트는 이틀을 빌렸다.

외부 손님을 받지 않고 오로지 <Remo : The Destroyer> 제작진만 투숙하고 있다.

혹시 모를 파파라치는 경호팀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류지호는 자정 즈음 벨에어 집으로 돌아왔다.

영화촬영이 끝났다고 해서 류지호에게 휴식은 주어지지 않았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챙겨할 것들이 산적해 있었다.


“티노, 내일부터 웨스트우드로 출근합니다.”

“휴가 안 가십니까?”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의장비서실로 출근할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요.”


영화사 업무가 아니라 JHO Company 업무를 보겠다는 의미다.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많은 비즈니스가 이루어졌다.

밀려있는 업무가 상당했다.


작가의말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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