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연재수 :
899 회
조회수 :
3,828,357
추천수 :
118,685
글자수 :
9,955,036

작성
23.01.04 09:05
조회
3,898
추천
141
글자
28쪽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 어떤 기업의 주식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려는 겁니까?

“보스는 미국의 비즈니스 외에 고국인 한국에서도 빅 비즈니스를 준비 중입니다. 한국에서 공식적인 발표 전에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만.... 보스의 플랜에 소요되는 전체 자금은 대략 1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보유 주식 전부를 팔아버릴 생각이랍니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 겁니다. 그 부분은 웨스트우드 헤드쿼터에서 따로 발표가 있을 겁니다.”


류지호 개인뿐만 아니라, GARAM Invest, GARAM Ventures, 가온GP투자신탁 등이 보유하고 있는 Yaaho!, 라이코스, 월드컴, UOL, SanCisco, IBT 그 외 닷컴기업과 기술주로 분류되는 기업들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만 주식이 처분된다면 무려 300억 달러가 넘는다.

한화로 무려 35조에 가까운 규모다.

물론 모든 주식을 다 처분하진 않는다.

할 수도 없고.

파인소프트, SanCisco 같은 기업은 지분율을 줄이는 차원에서 주식을 처분하기로 했다.

그로 인해 류지호의 수중에 수 조원이 들어올 수도 있다.

어쨌든 증권거래소에서 처분하면 주식시장이 난리가 난다.

닷컴버블 붕괴 전에 미국 주가의 대폭락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때문에 1년의 기간을 넉넉하게 두고 블록딜로 처분하기로 했다.

명분은 투자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미국과 한국의 대규모 개발사업 자금 조달이다.


“Playa Vista 개발은 미국남서부를 대표하는 LA가 향후 지속적으로 제기될 환경에 대한 중대한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자연과의 조화가 앞으로 모색되어야 할 미래형 도시의 비전임을 증명해 보일 생각입니다. 새로운 인간의 주거와 생활을 위해 자연환경에 대한 파괴를 최소화시키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주거단지, 천혜의 보고 습지와 어우러진 친환경단지개발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기자회견이 끝났다.

그럼에도 기자들이 집요하게 주식 처분을 물고 늘어졌다.

JHO Company 관계자들은 입을 꾹 닫아 잠그고 서둘러 시청을 떠났다.

사실 의장비서실과 GARAM Invest 내부에서는 류지호의 블록딜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90년대 이후 미국은 유례가 없는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시중에 많이 풀린 돈이 적당한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을 정도다.

금융기관들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왕성한 현금 수요를 기업 활동이 호조를 띠고 있어 투자가 활발한 것이라고 잘못 평가했다.

마침 남아도는 것이 돈이라서 실리콘밸리에 아낌없이 퍼붓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돌아가는 실상을 아는 이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쉽게 투자를 멈출 수가 없다.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 있기에.

미국 경제가 망하든 말든 나만 안 망하면 된다는 생각이 기본으로 깔린 사람이 월가맨들이다.

세계가 망하든 말든 돈이 된다면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는 괴물들이 수두룩한 곳이 월가다.


[사람들은 뭔가 가치를 평가할 때 권위자의 말을 들어요. 근데 그 권위자를 사람들이 사실이나 결과를 바탕으로 선택하진 않아요. 권위 있어 보이고 친숙한 사람을 선택합니다.]


영화 <빅쇼트>에서 나오는 말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캘리포니아에 벤처캐피탈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월가에는 벤처 관련 펀드가 셀 수 없이 만들어졌다.

닷컴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이 널렸다.

진짜 전문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실리콘밸리에 투자를 독려하는 이들 대부분은 어설픈 선무당이다.

선무당들과 대형 투자사들의 탐욕이 어울리면서 닷컴광풍이 불고 있다.

류지호는 그걸 이용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수도 있었다.

40조 안팎에서 멈추기로 했다.

너무 많은 이익이 한쪽에 쏠리게 되면 닷컴버블 붕괴 여파가 이전 삶보다 더 거센 후유증을 남길까 싶어서다.

나스닥으로 번 돈을 몽땅 뺄 생각도 없다.

닷컴버블 붕괴에서 살아남을 기업들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10억 달러 정도는 잃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할 생각도 있다.


“안 되면 말고.....”


류지호 같은 슈퍼리치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안 되는 것이란 없다.

잃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투자해도 돈을 번다.

조언해주는 사람이 차고 넘친다.

질적·양적으로 얻는 정보가 많다.

그중에 취사선택할 수 있다.

판돈이 많은 사람은 적게 잃고 크게 딴다.

적은 판돈을 굴리는 사람은 적게 얻고 크게 잃는다.

자본주의 금융 도박판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 ✻ ✻


한재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신문부터 찾았다.

한 두 개가 신문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조간으로 발행되는 어지간한 일간지가 모두 거실에 놓여 있다.

심지어 주요 외신도 몇 개 보인다.


후루룩.


차를 마시며 한재원 장관이 조간신문을 하나를 읽기 시작했다.

그는 현 대통령의 야당지도자시절 비서실장이었다.

그 시절에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재원 비서실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가판대의 신문을 긁어다가 꼼꼼하게 읽고, 5시에 제일 먼저 동교동에 들어가서 당대표가 일어나면 조간신문 이야기를 자세히 브리핑했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심지어 전날 술이라도 먹었다면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동교동 당대표 자택 앞에 차를 세워놓고 쪽잠을 자는 한이 있더라고 그 루틴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었다.

완벽한 2인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무지개를 따라다니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 성품일지라도 성실함은 인정할 만 했다.


멈칫.


보던 신문을 내팽개치고 쌓여 있는 신문 가장 아래 깔려 있던 미국의 신문들을 꺼내서 펼치기 시작했다.

외신의 경제면 첫 기사가 JHO Company 오너와 계열사 투자회사들의 주식처분 뉴스다.

그와 함께 류지호가 수십 억 달러를 손에 쥐게 되었다고 호들갑을 떠는 기사들이 모든 신문의 경제면을 장식했다.

정작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Playa Vista 개발은 뒷전이고.


톡톡.


한재원 장관의 손가락이 LA 타임스와 미국판 한국신문의 한 기사를 두드렸다.

Playa Vista 개발 뉴스다.

문득 류지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전라도.....”


가을 즈음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설마... 아니겠지.”


당장 류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고 싶었다.

무주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선뜻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게 되어 있다.

때가 되면 우물을 파겠다고 찾아올 터.

정부는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면 그에 상응하는 편의를 봐주면 된다.

일단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한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LA의 유휴지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자금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대유그룹의 계열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말도 진심인 것 같고.

차입한 외환에 조기상환을 국정의 제1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류지호가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해주면 정부로서는 대환영이다.

대유그룹의 몇 개 계열사 떼어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


“가뜩이나 대유를 인수할 마땅한 국내 기업도 없는 상황에서.....”


아직 대유그룹 처리에 관해 공식적인 정부 입장은 없다.

다만 대유그룹 총수의 항복 선언이 오늘내일 한다는 것이 정부 내 중요인사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경제부총리와 금감원장도 그에 대비한 마스터플랜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간언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한재원 장관이 손가락에 침을 발라 다시 신문을 넘기기 시작했다.


펄럭.


사실 청와대도 국정과 경제를 챙기는 비서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주)가온이 그룹체제로 개편을 준비 중인 것도 알고 있고, 미국에서 꽤 큰 규모의 자금이 한국의 가온으로 들어오리란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대유그룹의 DCN인수에 이어 몇 개의 계열사에 눈독을 들이는 것까지도.

청와대와 류지호 측이 언제 만나 대화를 나눌 것인지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물밑에서 가온 의장실 산하 전략기획팀과 청와대 경제팀, 금감위, 한국은행장 등이 알게 모르게 접촉하고 있었다.

대유그룹 주채권은행까지도 은밀하게 선을 연결하고 있었다.

(주)가온이 기획 중인 프로젝트가 성사만 되면 건국 이래 최대 토목공사로 알려진 경부고속도로 건설공사보다 더 큰 사업이 될 수도 있기에.

누구 좋은 일이 될지는 당장 알 순 없었지만.


✻ ✻ ✻


이틀 간 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류지호가 소화도 시킬 겸 설천호수 주위를 산책했다.

주말에 사장단과 골프를 쳐볼까 궁리하고 있는데.


“조 실장과 노아 시거 CEO가 찾아왔습니다.”

“연락도 없이?”

“긴급을 요하는 보고가 있다고 합니다.”


호수의 반도 못 돌고 류지호가 호텔로 돌아왔다.


“어쩐 일이에요?”

“오늘 새벽 시간 레먼을 통해 매각하기로 한 주식이 모두 처분됐습니다.”


두 사람이 직접 무주리조트까지 내려올 사안이다.


“어떤 주식이었죠?”

“월드컴입니다.”

“아, 며칠 전에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하더니, 다행히 물량을 받아갈 매수자가 있었나 보네요.”


지난 주 월드컴은 사상 최고가인 62달러의 주가를 기록해 시가총액 1,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영국의 중견 IB가 내놓은 물량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통신 분야의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걸 알 만 한 사람은 다 아는 거 아니었나....?”


월드컴은 장거리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작년에 같은 업종의 MCI라는 회사를 인수·합병했다.

인수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이 무려 370억 달러.

이때까지 M&A 최고 금액이었다.

월드컴은 MCI인수를 통해 미국과 유럽 전역에 전화 서비스와 휴대폰 채널 관리를 주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문제는 북미의 통신사업이 과포화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마케팅이 격화되고 있고, 소비자들이 전화 서비스 회사를 바꾸는 경우가 흔해졌다.

인수합병한지 1년이 지났음에도 매출이 늘어나기는커녕 하락할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런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가 눈에 뭔가 단단히 쓰인 것 같습니다. 은행들이 월드컴에 계속해서 대출을 해주고 있고, 증권사들은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습니다.”

“미국이 유례가 없는 대호황이긴 하죠.”

“맞습니다. 마침 남아도는 것이 돈이라 월드컴 같은 정보통신분야 기업에 아낌없이 퍼붓고 있습니다.”


첨단정보통신산업은 21세기 메인스트림이 틀림없다.

월가의 대형 투자사와 애널리스트들이 전부 바보가 아닌데, 돈을 잃을 것을 알면서 투자 비중을 늘릴 리가 없다.

실리콘밸리의 일각에서 도덕적 해이가 보이긴 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잡음은 없었다고 하던가요?”

“사전에 각 기업에 통보를 했고, 장외에서 거래되는 거라서 시장에 별다른 충격을 주진 않았습니다.”


블록딜은 중개 역할을 하게 되는 증권회사를 지정해 진행하게 된다.

류지호와 GARAM은 빅4 투자은행 레만브로스에게 블록딜을 의뢰했다.

레만브로스는 류지호와 GARAM이 내놓을 매도 물량을 받아갈 수 있는 매수자를 물색해 왔고, 이번에 영국의 한 투자은행이 전량 매입해 갔다.

블록딜은 통상의 경우 매수자가 가격을 제시하는 경쟁입찰 방식과 매도자가 일방적으로 매도 가격과 수량을 정하는 방식으로 나누어지는데, 류지호와 GARAM은 후자의 방식을 선택했다.

매도 물량도 엄청난데다가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보통 블록딜은 기업들의 대규모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기관이나 대기업들이 소유한 대규모 지분을 매도하기 위해 장중에 물량을 내 놓을 경우, 엄청난 물량의 주식 유입으로 인해 해당 기업의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대주주가 지분을 장내 매도한다는 소식이 퍼지게 되면, 주가의 급등락은 물론 가격의 변동과 물량 부담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등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첫 번째는 해당 기업에게 매수를 제안하고 안 될 경우 증권사를 선정해 블록딜로 장외에서 한꺼번에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을 쓰게 된다.


“처분할 예정인 주식종목이 상당한데, 잘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닷컴버블 붕괴에 대비한 선조치일지라도 JHO Company와 (주)가온 모두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어 꽤나 큰 규모의 자금이 필요했다.

Se7ven Flags의 악성부채 조기상환, 대형 리조트 인수, Playa Vista 개발, Big Daddy 데이터센터 건설, 그 외에도 제휴영화사 자회사 편입, 영국 영화사 인수합병, GMG Lab의 R&D 확충 등.

급격하게 덩치를 키운 JHO Company의 안정화와 미래를 대비한 전략적 투자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가온 역시 중견기업의 껍데기를 시원하게 벗어던지고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기회다.

해체될 것이 확실시 되는 대유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를 인수하고, IMF를 맞아 매물로 나온 미래가 기대되는 중견기업들을 사들여 기존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가 하면, 헐값에 시장에 풀린 부동산을 긁어모으기 위한 엄청난 자금을 조달한 필요가 있었다.

군제대 이후 꾸준하게 실리콘밸리와 나스닥에 투자했다.

닷컴버블 붕괴 역사를 제대로 알았다면 최고점에서 주식을 처분할 수도 있겠지만, 류지호는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다.

게다가 워낙 보유 종목이나 물량이 커서 쉽게 처분하기도 어려웠다.

따라서 연내에 처분하기로 한 주식의 절반만 팔려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보스. 이것 말입니다.”


노아 시거가 슬쩍 보고서 하나를 류지호에게 들이밀었다.

류지호가 보고서를 펼쳐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1990년 1월부터 올해까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인 기업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기업이 있었다.

아마 보고서 작성자가 눈에 잘 뜨이라고 강조를 해놓은 것 같았다.

바로 네트워크 장비를 만드는 SanCisco Systems다.

류지호와 GARAM Invest가 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지분율을 올려 둔 기업 가운데 하나다.


“휘유~”


류지호의 입에서 절로 휘파람이 새어나왔다.

1991년 상장 당시 18달러였던 주가는 현재 70달러를 넘어 80달러를 넘볼 정도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그동안 8차례에 걸쳐 주식분할을 단행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주당 23,000 달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다 진짜 시총이 3,000억 달러까지 가겠는데요?”


노아 시거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제발 주식 팔자는 이야기는 철회해 달라.

그런 의미가 담긴 뜨거운 눈빛까지 쏘아댔다.


“좀 미친 거 아닌가? 내가 알기로 GTE가 3,000억 달러 달성하는데 대충 100년(106년), 그 대단하다는 PS도 23년이나 걸렸는데, 이 사람들은 겨우 15년 만에 찍을 기세네요.”


노아 시거는 입이 근질근질 했다.


‘JHO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 5년 안에 120달러 찍을 수 있습니다.“


투자전문가의 입장일 뿐이다.

JHO Company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는 무차입경영회사에 가깝다.

월드컴 주식처분만으로 수십 억 달러를 손에 쥔 슈퍼리치가 소유주다.

전통적인 서구의 상속가문처럼 비상장으로 가족기업형태를 유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미래에는 어떨지 몰라도 당장은 그렇다.


“UOL도 8만 퍼센트, PC's Limited가 7만 퍼센트.... 그 동안 미친 듯이 거품이 끼었다는 뜻이겠죠.”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SanCisco는 최근 광통신장비업체인 세렌트를 69억 달러에 매입한 후 총 18개 기업을 인수·합병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는 스무 개가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류지호는 SanCisco의 CEO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명 Beat or Buy 전략이란다.

때릴 것인가 사들일 것인가.

즉 경쟁상대를 이기려면 더 나은 기술력을 가지거나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 같은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기업인수가 결과적으로 이 시기에 효율적이란 논리다.

인수금액이 엄청나 보여도 비용측면에서 오히려 더 효율적이고, 쉽게 얻기 힘든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주장했다.


“인수대금도 SanCisco 주식으로 지불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 해 수십 개 기업인수가 가능한 것이 모두 높은 주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같은 전략이 통해서 기업인수 후 SanCisco의 주가는 더 높아졌습니다.”


사실 그 혜택을 대주주 가운데 한 명인 류지호와 GARAM Invest도 보고 있다.

인수합병이 이루어지고 나면 매번 SanCisco 주가가 조금이라도 올랐으니까.

심지어 주식분할까지 단행해서 수익은 더욱 올라갔다.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인수합병을 멈추지 않겠죠?”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SanCisco 첫 번째 주주가 누구였죠?”

“피델리 인베스트입니다. 대략 90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주주가 GARAM이고 보스는 개인투자자 가운데 최대주주입니다.”


피델리 인베스트는 세계적인 뮤추얼 펀드 회사다.

그런 투자회사에 이어 GARAM Invest가 83억 달러어치에 가까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류지호는 대략 23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 펀드 중에 야누스 펀드도 최대주주이고 미국 최대 기관투자기관인 교원연금보험퇴직펀드(TIAA-CREF) 등도 각각 64억 달러, 24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교원연금보험퇴직펀드는 안전성을 매우 중시 여길 텐데..... 거, 참.”

“보스, SanCisco는 기업공개 후 지금까지 매출 및 순이익 추정치에서 미달하는 실적을 발표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그 만큼 주주들의 신뢰도가 높고, GET 실무진이 직접 SanCisco를 방문해 주주 신뢰를 얻는 노하우를 배워갔을 정도입니다.”


그러면 뭐하나.

그 대단한 SanCisco조차 닷컴버블로 크게 한 번 휘청거리는데.

류지호는 노아 시거의 간곡한 설명을 대충 흘겨들었다.

이미 나스닥 주요 주식을 처분하기로 GARAM에 지침을 내려두었고, 월드컴뿐만 아니라, PS, INTEG, QualTech, BT&T, IBT, UOL, COMTIQ 등 수많은 기술기업들의 지분율을 대폭 낮추라고 지침을 내려놓았다.

또한 Yaaho!, AuctionWeb, BookingLine 같은 닷컴 기업들도 전부 처분하거나 지분율을 낮추라고 당부해 두었다.


“내년에 Yaaho!는 주식분할을 할 예정이라죠?”

“....예.”


노아 시거의 대답이 뜨뜻미지근했다.

모두가 Yaaho!를 외칠 때 혼자 Googol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 류지호다.

게다가 Yaaho!는 아직도 최고점을 찍지 않았다고 월가에서 전망하고 있는 상황.

주식 전문가들 사이에서 류지호는 청개구리와 다름없다.

노아 시거의 눈치가 심상치 않아 보여 류지호가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


“올해 안에 Yaaho!도 최대 4% 지분을 처분하는 걸로 이미 이야기 끝났어요.”


Yaaho!의 시가총액은 대략 1,200억 달러 선이다.

4%를 팔아도 GARAM Invest는 여전히 Yaaho!의 대주주 가운데 한 자리를 잃지 않는다.

Yaaho!는 전부 팔지 않을 생각이다.

추후 중국의 Aliba.com의 주주가 된다면 GARAM이 양 회사의 중재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Yaaho! 투자금 회수는 진작 끝났다.

올해 48억 달러라는 막대한 이득을 보게 될 예정이라서 추후 주가가 곤두박질친다고 해서 후회할 일도 없다.

여담으로 2000년 1월 3일 Yaaho!의 주가는 주식분할 전 최종거래가 475달러로 상한가를 기록하게 되고 그 뒤 닷컴 버블이 흔들리면서 1년 후에 주당 8.11달러로 바닥을 친다.


탁.


류지호가 보고서를 덮어버렸다.

보고서에 쓰여 있던 부닷컴(Boo.com), 펫츠닷컴(Pets.com) 같은 신흥 닷컴 벤처는 관심이 없어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한국의 소위 전문가란 사람들은 미국이 벤처정신으로 신기술에 도전했기 때문에 나스닥이 오른다고 설명했다.

류지호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았다.

투기판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남의 돈으로 잔치를 벌이는 이상한 축제의 현장 같았다.

한국 강남의 룸살롱이 밤 10시 이후 벤처창업가와 투자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투자를 받은 혈기왕성한 벤처창업가들이 주색잡기에 빠져 해롱대고 있지.’


국민의 정부도 벤처기업 지원책을 속속 내놓았다.

벤처지원을 위한 특별자금을 1조원 넘게 조성했다.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은 법인세 50%를 5년간 감면해주는 파격적인 정책도 내놓았다.

그 결과 작년과 올해에 걸쳐 무려 1만개의 벤처기업이 창업했다.

시중의 돈이란 돈이 죄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에 몰리는 것 같았다.

코스닥 기업도 급등했다.


“무상증자 열풍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조준열 경영지원실장의 말에 류지호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명분은 꽤 그럴 듯 합니다. 기업공개 당시 발생한 시가발행 초과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이거든요. 사실은 유무상증자를 동시에 발표하면서 유상증자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에 불과하지요.”


선수들이 그 뻔 한 수작을 모를 수가 없다.

엄한 개인투자자와 개미들만 홀딱 넘어갔다.

코스닥은 1996년 7월1일 1000포인트로 시작했다.

류지호가 대주주인 가온투자파트너스는 코스닥 출범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현재 코스닥 종합지수는 3000포인트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가고 있다.

특히 벤처지수는 연초 대비 벌써 7배나 급등했다.

1997년 코스닥 시가총액은 7조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2년 지난 현재 90조가 넘어서서 그 동안 11배나 증가했다.

코스닥에 투자한 사람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래를 알고 있는 류지호의 입장에서는 저 앞에 철로가 끊긴 줄도 모르고 폭주하는 기관차가 따로 없었지만.


“한소프트는 주가는 좀 올랐어요?”


조준열 실장이 얼른 가방에서 서류파일 하나를 꺼내 펼쳐 보였다.


“뭐야 이 미친 주가는....?”


올 초에 보고 받기로는 400원이었다.

그런데 1만원에 근접해 있었다.

창립멤버 4인 방 중 한 명이 신포고 출신이었다.

황재정과 김석민이 신포고 선배를 도와야 한다면 강력하게 투자를 주장했다.

두 녀석의 요청으로 10억을 투자했다.

PS 한국지사가 아래아 한글의 소스를 얻고 싶어 인수합병을 시도했지만, 한국의 금감위가 승인을 하지 않았다.

헨리 게이츠가 류지호게 직접 중재를 요청할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다.

결국 한글지키기운동본부라는 곳에서 후원을 하게 됐고, 국민의 정부 ‘전 국민 PC 보급을 위해 사이버 21 정책'의 수혜자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모양새다.


“발 뺄까?”


어차피 원년 멤버들도 하나둘 독립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대주주가 계속해서 바뀌면서 이 회사 저 회사로 자주 주인이 바뀌는 운명이다.

한글과 소프트 주식을 가지고 있어봐야....


“한소 주식 처분하라고 할까요?”

“일단 놔둬 보라고 하세요.”


10억 투자한 것으로 생색낼 일도 없고, 그 돈을 전부 잃어도 그만이다.


“한소 측에 소스코드는 공개하는 건지 마는 건지 확실히 하라고 전하세요.“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유명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소프트웨어의 영향력과 활용범위를 넓히기 위해 소스 공개에 적극적이다.

전체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마음대로 열어보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하거나 소프트웨어끼리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부분(API)만 공개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그동안 한글과 소프트는 API 수준의 소스공개에도 소극적이었다.

때문에 그룹웨어나 문서관리시스템 등 기업용 응용소프트웨어가 한글을 클라이언트로 활용하는 데 제약을 받아왔다.

API를 공개하면 다른 응용소프트웨어들이 아래아한글과 쉽게 연동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이는 아래아 한글을 활용하는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을 촉진하게 된다.

당연히 아래아 한글의 입지가 그만큼 굳건해진다는 의미다.


“나름 속사정이 있는 모양입니다.”

“뭔데요?”

“엔진이 쓸데없이 복잡하다고 합니다. 도스시절부터 개발한 엔진에 계속 기능만 추가하는 방식이라서 그것들이 얽히고 설켜 소스를 공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합니다.”

“기술력이 허접한 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고요?”

“모듈화된 엔진이 아니어서 소스공개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합니다.”


정보기술은 표준을 따라 움직인다.

류지호가 D-Cinema에 돈을 쏟아 붓는 것도 표준 때문이다.

당장 돈 몇 푼에 벌벌 떨면서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표준으로 가는 길을 마다한다면 한글과 소프트의 미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을 보면 돈을 준다.’


작년 10월 코스닥에 상장된 인포뱅크라는 벤처회사 광고다.

코스닥에 상장될 때 500원에 출발해 연일 급등의 급등을 거듭하고 있다.

6월 현재 저점 대비 무려 55배나 상승한 2만 8천원까지 올랐다.

이 회사 주식 역시 해가 바뀌면 일 순위로 팔아버릴 주식이다.

문제의 새론데이터테크놀로지.

연속 적자를 낸 회사의 주가가 오성전자보다 높은 IT버블의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다.

현재 주가는 2,000원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무료 인터넷 전화’라는 광고에 혹한 투자자들이 탐욕적으로 매수해서 계속해서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연말에는 12만 원, 내년에는 29만원까지 치솟게 된다.

그 외에도 수많은 코스닥 주식들이 미친 듯이 급등했다.

가온투자파트너스가 보유한 모든 주식을 판다고 해도 류지호가 나스닥 주식 한 종목 판 것보다 액수는 적다.

그럼에도 한국 기준으로 조 단위 금액이다.

일개 벤처 캐피탈이 다루는 금액을 뛰어 넘었다.


“굉장하네.”


류지호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졌다.

오성전자 외에는 몰랐던 류지호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

이 당시 진정한 황제주.

웬만한 월급쟁이 두 달 치 봉급으로 한 주도 살 수 없는 주식.

그 주인공은 바로 선경텔레콤이었다.

올 초 100만 원에서 벌써 200만 원을 찍었다.

증권가에서는 여름이 지나면 300만 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주식에 발을 담그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까....?‘


주가가 오르면 해당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좋다.

심지어 국가차원에서 나쁠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합리성을 띨 경우에나 그렇다.

나스닥과 코스닥의 비정상적인 주가급등은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안겨준다.

특히 개미투자자에게는 더욱 혹독한 시련을 내린다.


“노아는 서울로 돌아가도록 하고, 조 실장은 나와 함께 부산으로 갑시다.”

“오늘 움직이십니까?”

“김제 들렀다가 변산반도국립공원을 둘러볼 생각입니다.”

“벌써요?”

“휴식의 완성은 업무 아니겠어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시키겠습니다.”


무주리조트에 처박혀 시나리오나 끼적거리다 보니 몸이 근질거렸다.

몇 주 머물렀을 뿐인데 몇 달이 지난 느낌이다.

다시 일을 찾아서 해야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작가의말

월드컴, 라이코스 모두 망한 기업들이라 실명을 그대로 썼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2 Surfin USA! (2) +8 23.01.12 3,971 143 20쪽
391 Surfin USA! (1) +9 23.01.11 4,043 145 23쪽
390 뭐라도 해보려는 시도는 좋아요. 다만.... +9 23.01.10 4,097 140 27쪽
389 잘 익을 때까지 뜸들이기! +11 23.01.09 4,032 147 26쪽
388 성급하게 솥뚜껑을 열지 않도록.... (2) +11 23.01.07 4,062 141 27쪽
387 성급하게 솥뚜껑을 열지 않도록.... (1) +8 23.01.06 4,089 139 24쪽
386 내 집 걱정이 먼저! +3 23.01.05 4,109 136 27쪽
»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3) +8 23.01.04 3,899 141 28쪽
384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2) +8 23.01.03 4,019 146 27쪽
383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1) +10 23.01.02 4,014 142 25쪽
382 업무의 완성은 휴식입니다. (2) +11 22.12.31 4,038 148 24쪽
381 업무의 완성은 휴식입니다. (1) +7 22.12.30 4,139 139 26쪽
380 退魔記錄. (2) +10 22.12.29 3,988 141 28쪽
379 退魔記錄. (1) +8 22.12.29 3,911 116 25쪽
378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아닙니까? (2) +6 22.12.28 4,061 138 22쪽
377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아닙니까? (1) +7 22.12.27 4,139 138 21쪽
376 할 일이 많아서 당장 결혼은 좀..... +8 22.12.26 4,232 143 25쪽
375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2) +6 22.12.24 4,112 149 23쪽
374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1) +11 22.12.23 4,264 146 24쪽
373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2) +5 22.12.22 4,228 142 24쪽
372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1) +7 22.12.21 4,267 136 26쪽
371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2) +9 22.12.20 4,075 142 24쪽
370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1) +6 22.12.19 4,102 142 24쪽
369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3) +7 22.12.17 4,104 149 24쪽
368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2) +5 22.12.16 4,104 149 24쪽
367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1) +9 22.12.15 4,131 142 22쪽
366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5 22.12.14 4,155 144 27쪽
365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16 22.12.13 4,171 151 27쪽
364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10 22.12.12 4,243 147 27쪽
363 The Destroyer. (13) +7 22.12.10 4,142 145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