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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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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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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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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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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말해 봐요.”

“IVE가 네온 부룩하이머 프로덕션과 함께 CBS와 방영계약을 체결했어요.”

“<CSI>....?”

“보스가 막바지 촬영을 하고 있을 때, CBS의 드라마 책임자 니나가 계약서에 서명했어요. 2000년 가을 방영이 될 것 같아요.”

“파일럿은요.”

“필요 없대요.”

“그런 경우도 있어요?”

“보스와 네온 부룩하이머의 기획이잖아요.”

“그게 먹혀요?”

“먹히죠.”

“어째서요?”

“영화신동은 돈을 벌어오고, 메타보이 회장은 오스카를 가져온다.”


피식.


류지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지어졌다.

인종에 대한 편견이 담겨 있는 표현이다.

백인 기득권이 류지호를 과소평가하도록 만들어낸 여러 말들 중에 하나다.

한국인은 돈을 밝힌다.

그 같은 한국인 류지호는 백인 중심 사회의 질서에 순응하고 노력해 성공한 2인자다.


"미국에선 ‘대나무 천장‘이란 없다."


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다.

참고로 ‘대나무 천장’은 최상류층 대부분이 백인인 사회에서 아시아 국적이나 아시아계 미국인의 고위직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말하는 신조어다.

류지호의 사례를 통해 미국에서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은 없다고 주장하고 싶은 모양이다.

미묘하게 변한 류지호의 표정을 보고 사라 케슬러는 아차 싶었다.


“제 말이 아니라, 업계관계자들이 하는 말이에요.”

“듣기 좋은 말은 아니네요. 사실 그 반대가 되어야 폼 나는 건데.”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할리우드 기득권의 견제와 멸시를 피하기 위해 모리스 메타보이를 비롯해 알버트 마샬 같은 중량감 있는 영화 비즈니스맨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영화선택권리 다섯 장으로 한계를 정한 이유가 여럿 있지만, 그 중에는 아시아 출신 류지호가 모든 영광을 차지하는 모습을 할리우드 기득권자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한계를 그은 것이기도 했다.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공식적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에 지금처럼 영화 사업이 안정권에 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꽤나 험난한 과정을 겪었을 수도 있었다.

파커 가문을 뒷배로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류지호가 전면에 나설 일이 많아지고 있다.

<타이타닉> 작품상 공동 수상을 계기로 더는 할리우드 기득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그 기득권들이 류지호에게 작품상 공동 수상을 허락한 것이니까.

그들이 주기 싫었다면 어떤 식으로 방해를 했을 터.

그렇다고 해서 그들 카르텔의 일원으로 완전히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지만.


“PARKsTV와 NBC에서 트라이-스텔라TV가 제작하는 TV시리즈들이 연달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CBS 입장에서는 이번 시리즈로 동시간대에 그들과 본격적으로 한판 붙어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혹시 PARRKsTV에서 방영하는 <X-파일>과 붙이려는 건 아니겠죠?”

“그것까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요. 방영 요일과 시간대는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류지호가 도널드 제이콥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IVE Entertainment의 TV프로덕션 역량을 강화시켜야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트라이-스텔라가 골치가 아프네요.”

“메타보이 회장과 따로 대화를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네요. 여러모로.....”

“트라이-스텔라를 중심으로 미디어 부문 통합을 생각하십니까?”

“그래야죠.”

“워너-타임과 LOG 방식이 있습니다.”

“모그룹의 정체성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워너는 미디어랄 수 있는 타임의 계열회사 포지션인 반면에 ABC는 LOG의 자회사 아닙니까?”

“콘텐츠 회사가 모회사가 되고, 미디어 기업이 자회사로 계열화하는 것이 트라이-스텔라의 이상과 맞겠네요. 뭐 보기에 따라서는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난 우리가 생산한 콘텐츠가 뉴스, 스포츠중계, TV쇼와 경쟁해서 이겼으면 좋겠어요.”

“결국에는 지상파 방송, 최소한 케이블 채널은 확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욱 분발해야겠네요.”

“모두가 같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해주니 힘이 나네요.”

“이왕 트라이-스텔라 관련해서 말이 나온 김에...”


도널드 제이콥이 사라 케슬러를 돌아봤다.


“보고 드리지.”

“예! Rock Castle과 Regency 두 영화사에서 트라이-스텔라에 지분 매각 의사를 전해 왔어요.”

“.....매각?”

“자회사로 편입하고 싶다고 공식적으로 제안해 왔어요.”

“두 프로덕션의 최근 제작편수는 어때요?”

“매년 최소 1편씩은 꾸준히 생산하고 있어요.”

“1492는요?”

“조셉 콜럼버스 역시 좀 더 긴밀한 협력관계를 원하는 것 같아요.”

“지분 교환을 요구하겠네요?”

“네.”

“The M/K Company는 아직도 트라이-스텔라와 유니벌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대요?”

“네.”


The M/K Company는 UCLA 동문인 윌튼 마샬과 그의 아내가 함께 설립한 영화사다.

본래 역사에는 그의 아내 케네디 여사가 SkyWalker로 가기 전까지 CEO를 겸임했고 이후로 윌튼 마샬이 혼자 영화사를 꾸려갔다.

류지호는 나름대로 대학 선배라고 윌튼 마샬을 챙겨주고 싶었다.

대단히 자신만만한 인물이라 쉽게 자신의 그늘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간을 보는 성격이기도 했고.


“....음.”


류지호가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돌려봤다.

조셉 콜럼버스와 로비 잭슨의 프로덕션은 자회사로 편입시킬 것 까지는 없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영화 판권을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소유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Rock Castle과 Regency 두 영화사는 훌륭한 영화 기획/생산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관심을 끌었다.

전통 있는 중견 프로덕션이기도 하고.

투자·배급을 트라이-스텔라로 좀 더 전문화 하고, 두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켜 영화의 기획·생산을 전담시킨다면 좀 더 LOG Company 체계와 비슷해질 것도 같았다.

물론 LOG Company의 수직계열화 구조와 경영방식이 정답은 아니지만.


“Don의 지휘 하에 일단 수직계열화의 개편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봐요.”

“알겠습니다.”

“아카데미 주간에 메타보이 회장과 종합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의 개편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봐야겠어요.”

“한국에서 돌아오실 때 쯤 받아보실 수 있도록 보고서를 준비하겠습니다.”

“두 달 가지고 되겠어요?”

“이미 비서실 안에 TFT를 만들어서 리서치 중이었습니다.”

“영국, 캐나다, 호주에도 비서실 직원들 파견해서 현지 사장들 의견도 청취해보도록 하세요. 전화통화 말고 직접. 사장들과 대면해서 심도 깊게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세요. 그들은 독립성을 선호할 수도 있으니까.”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허락하실 생각이십니까?”

“캐나다와 호주 기업들은 주로 소프트웨어나 영상장비 제조사들이잖아요. 한국의 기업들처럼 국가별로 관리해야겠죠. 특히 OMDb 경우에는 계열사로 편입시키지 않고, 독립회사로 유지시킬 생각이에요. 일단은 그렇게 알고 있어요.”

“한국의 사업은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류지호의 미간에 골이 깊게 파였다.


“후우. 정리가 필요하겠죠.”


미국의 사업규모보다는 작았지만, 한국의 사업체들도 중구난방이었다.

게다가 한국의 지주회사와 관련한 법률도 완전하지 않았고, 일부 기업과 관련한 상법은 매우 후진적이라서 류지호의 성에 차는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기 애매한 구석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그룹체제로 개편은 무조건 해야만 했다.

지배구조를 확실하게 수립해 놔야 앞으로 커나갈 회사 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 테니까.


“한국 사업을 책임질 총괄 회장 후보군은 어떻게 할까요?”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어요.”

“헤드헌팅 리스트는 모두 확인하셨습니까?”

“다 봤어요.”

“새로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할까요?”

“그래줘요.”

“알겠습니다.”

“혹시 한국 상황에 대해 내가 알아둬야... 아니에요. 그건 나중에 듣는 걸로 해요.”

“Se7ven Flags에 대한 지시는 없으십니까?”


류지호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얻어걸린 인수합병 건이다.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매물이었다.

그런데 그 중요도가 꽤나 심상치 않다.

류지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의 퍼즐 한 조각이 되어버렸으니까.

덩치가 워낙 큰 사업 분야이기 때문에 교통정리만으로도 골치가 아팠다.


“당장은 Se7ven Flags 본사에서 근무하는 테마파크 디자인 전문가들을 선발해서 한국의 TF에 참여하도록 조치해 줘요.”

“알겠습니다.”


살짝 후회가 들기도 했다.


‘너무 큰 테마파크 기업을 성급하게 홀랑 먹었나.....?’


감당할 수 없는 인수도 아니고.

충분히 품을 순 있다.

다만 Se7ven Flags의 재무상태가 워낙 개판이어서 구조조정에서 골치 꽤나 아픈 것이 문제랄까.

물론 류지호가 골치를 썩을 일은 없지만.

신임 사장과 임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사라 케슬러가 분위기를 환기시킬 겸 화제가 돌렸다.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레드카펫 행사에 나는 참여하지 않는 걸로 해요.”

“....?”

“알버트 마샬 어르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고 싶어요. 아카데미의 주인공은 ParaMax가 될 테니까. 겸사겸사 할리우드에서 알버트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게 판을 좀 깔아주고 싶네요.”


영국인이라서 알게 모르게 텃세에 시달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신사다운 풍모를 잃지 않으며 할리우드의 한 축이랄 수 있는 독립영화계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었다.


“애프터 파티도 불참하실 생각이세요?”

“JHO가 주최하는 파티만 참석하는 걸로 하죠.”

“그렇게 조치할 게요.”

“아참! 하비 웨인스타인은 디맨션과 주로 작업하든가요?”


여전히 디멘션 필름은 동생 봅 웨인스타인이 경영을 하고 있다.

형처럼 막나가는 타입도 아니고 딱히 모난 데가 없어서 계속해서 영화사를 맡기고 있다.


“최근에는 LOG 계열 영화사들과 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나 터치스톤이요?”

“예.”

“재주도 좋네요.”

“네?”

“아니에요.”


하비 웨인스타인이 마이너에서 노는 제작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성공 테크트리를 대부분 가로챘으니까.’


할리우드에서 치워버릴 가치도 없을 것 같아 신경을 끄고 있었다.

딴에는 LOG Company와 관계를 맺은 모양이다.


‘원래는 둘이 사이가 안 좋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은 LOG Company에 인수합병된 ParaMax를 하비 웨인스타인이 운영할 때의 일이다.

어중간한 제작자로 살고 있는 그로서는 이전 삶에서처럼 목과 어깨에 철근을 박아놓고 거들먹거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제 버릇 못 고친다고, B급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감독과 배우들에게 갑질이 심하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물론 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수많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갑질이 일상화되어 있다.

암튼 류지호는 자신 영역에서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심력을 소모할 생각이 없었다.


“오늘 많은 일을 처리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셔서 쉬시는 것이 어떨지....”

“아니에요. 손에 들고 있는 나머지 보고서도 줘 봐요. 모두 검토하고 퇴근해야겠어요.”


사라 케슬러가 보고서를 류지호 앞에 놓아주었다.

류지호가 조용히 보고서를 읽을 수 있도록 두 사람이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기업가 입장에서 실패한 결정 10개 중 절반 이상은 판단을 잘 못해서가 아니다.

적시, 제 때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실패한 것이다.

위기는 대비가 되어 있을 때 극복할 수 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

류지호의 달력에는 ‘TOMORROW’라는 단어 대신 ‘TODAY’ 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그의 시계에는 ‘NEXT’라는 로고가 아닌 ‘NOW’가 찍혀있다.

물론 비유적인 표현이다.

성공한 사람은 옳다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지금 당장(Right Now)’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미루는 법이 없다.


-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300여 년 전 벤자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다.

번아웃(Burnout Syndrome)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아니다.

류지호 같은 이들에겐 사치다.

나태함은 마약이다.

안일함은 실패의 밑거름이다.

류지호는 그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 ✻


일주일 동안 류지호는 결재서류와 보고서에 파묻혀 지냈다.


“사람 할 짓이 아니야.”


JHO Company Holdings의 대표이사는 모리스 메타보이다.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는 바지사장이다.

이사회 의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류지호가 오너이면서 실제 회장이다.

수석보좌관으로 승격된 도널드 제이콥 선에서 많은 일들이 처리되긴 했지만, 반드시 류지호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상당했다.

하루 빨리 JHO Company의 개편이 절실했다.

그래야 JHO Comany의 회장 겸 COO를 임명할 수 있을 테니까.

이사회 의장 역할에만 충실하면서 신임 회장에게 대부분의 업무를 넘길 수가 있고.


“바람도 쐴 겸 텍사스에 다녀옵시다.”

“Se7ven Flags Theme Parks에 방문을 알릴까요?”


의전비서 제니퍼 허드슨이 즉각 류지호의 행선지와 그에 따른 동선을 파악했다.


“그냥 휴스턴에 가보고 싶어요.”

“알링턴 본사가 아니라.... 휴스턴이란 말씀이세요?”

“AstroWorld도 돌아보고, Cedar Port 지역도 돌아보는. 그렇게 일정을 짜 봐요.”


제니퍼 허드슨이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트라이-스텔라 테마파크를 휴스턴으로 결정하셨어요?”

“휴스턴에는 한 번도 가보질 않아서 어떤 도시인지 감이 안 잡혀서 그래요. 직접 가서 눈을 확인하면서 비서실에서 올린 보고서 내용을 검토해 보려구요. 알링턴에 연락해서 에드의 일정도 확인해 봐요.”


류지호는 Se7ven Flags Theme Parks의 신임 CEO 에드 맥길리의 일정에 자신이 맞출 생각이었지만, 제니퍼 허드슨은 그럴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무조건 에드 맥길리 사장이 다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라도 휴스턴으로 달려와야 했다.


‘겨우 계열사 CEO 따위의 시간보다 빅보스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니까.’


모시는 상관이 거물로 성장함에 따라 의전 비서실도 그에 맞게 움직여야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빅보스의 휴스턴 방문이 그저 여흥거리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절대 그렇지 않다.

어쩌면 이번 출장에서 1시간 단위로 일정을 짜야할 수도 있다.

사적인 방문이라고 할지라도 휴스턴행이 알려지는 순간 텍사스의 정관계와 기업가들이 들썩일 수도 있다.

류지호가 돈 보따리를 싸들고 방문해주길 학수고대하는 미국의 주지사와 시장 및 정치인이 널리고 널렸다.

그러니 류지호의 스케줄에 다른 이들이 맞춰야 하는 것이 제니퍼 허드슨 입장에서 옳은 처사다.

그 같은 일정 조정을 잡음이 안 생기게 하는 것이 의전비서관의 임무이기도 하고.


“아참, 데본 신임 사장도 동행할 수 있나 알아봐요.”

“예. 보스!”

“회사 구조조정과 개편 때문에 바쁘면 다음에 함께 가는 걸로.....”

“....네.”


Pinkerton Corp.이 얼마 전 JHO Security Service로 개편됐다.

본사를 미시간주 앤아버(Ann Arbor)에서 떠나기로 했다.

데본 테럴 신임 CEO는 LA와 뉴욕으로 이원 헤드쿼터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망해가는 디트로이트 옆에서 본사를 유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 ✻


류지호가 출장에 관해 말을 꺼낸 지 이틀 만이다.

드디어 답답한 웨스트우드 집무실을 벗어났다.

조촐하게 다녀오려던 계획은 어느새 정식 출장이 되어버렸다.

텍사스의 휴스턴, 애리조나의 피닉스, 캘리포니아 어바인, 실리콘 밸리까지 다녀오는 계열사 순회가 되어버렸다.

중간에 지역 유력자들과의 식사와 미팅까지 겸사겸사 잡혔다.

때문에 수석보좌관, 보안·법무·IT·관광레저 비서가 수행하기로 했다.

의전 비서인 제니퍼 허드슨은 부하직원까지 한 명 대동했다.

JHO Security Service로의 개편으로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신임 CEO 데본 테럴도 합류했다.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이동하게 됨으로써 비즈니스 제트기를 임대했다.


“데본, 최근에 보안경비업체를 인수·합병했다면서요?”

“Burns라는 업체를 인수했습니다.”


데본 테럴이 이끌기 시작한 JHO Security Services는 Pinkerton Corp.과 함께 한때 미국의 탐정업계를 양분하다시피 했던 Burns International Detective Agency를 인수·합병하는데 성공했다.

1909년에 설립된 이 탐정회사는 북미와 남미에 90여 개 지점, 직원 4만여 명(탐정만 7,381명), 매출 9억 달러를 기록하던 대형업체였다.

JHO Company가 처음 Pinkerton Corp.을 인수하던 때의 규모와 비슷한 대형업체를 집어삼킨 것이다.


“영업권이 많이 겹치지 않던가요?”

“그래서 더 인수를 했습니다. 경쟁자는 적을수록 좋으니까요.”

“JHO Security Services가 10만을 육박하는 직원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Burns에서 근무하던 탐정 절반, 용병 일을 하던 이들을 모두 내보냈습니다.”

“그 회사에서 PMC 사업도 했어요?”


PMC(Private Military Company)는 세계 각국에서 군사 활동 및 공작 활동에 참여하는 민간 업체를 말한다.

JHO Security Services 역시 남미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철저하게 PSC(Private Security Company)에만 머물고 있다.

즉 보안경비업무만 하고 있다.

다만 분쟁지역의 요인 경호업무도 수행하기 때문에 일부 PMC 업무와 겹치는 부분이 없진 않다.


“남미에서 JHO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던 회사였습니다. 현지 경찰이나 군과 합동작전으로 마약카르텔과 전투를 벌이기도 하고.”

“.....음.”

“이번에 전투요원과 군수지원 요원들을 대거 내보내면서 향후 JSS는 전투활동, 군사물자공급, 군사훈련지도 사업에서 손을 뗄 예정입니다.”

“펜타곤과 이야기는 잘 된 거죠?”


끄덕.


데본 테럴이 대답 대신에 고개만 끄덕였다.

전쟁과 관련한 사업의 경우 민간이 자기들 멋대로 하는 경우는 없다.

미국의 유명한 민간군사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정부와 연결돼 있다.

첩보활동과 안보정책자문도 마찬가지고.


“어차피 Burns 매출의 70%는 경비 서비스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탐정활동 및 용병 서비스는 고정비용만 초래하면서 순이익을 갉아먹고 있었지요. 기존 영업권과 중복되는 지점들을 다른 보안업체에 넘기게 되면 더 많은 직원을 감축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민간군사기업 시장도 작정하고 뛰어들면 큰돈을 벌 수 있다.

2000년대로 넘어가면 해당 시장이 100조 원까지 늘어나게 되니까.


“헤드쿼터가 서부와 동부에 각각 설치된다면서요?”

“JSS는 주로 서부지역 영업력이 우수하고 Burns는 동북부 주들에서 탄탄한 영업력을 가지고 있기에 두 군데에 헤드쿼터를 두기로 했습니다.”

“데본은 주로 어디서 지휘를 하게 되는 거죠?”

“특별한 이슈만 없다면 LA에서 머물게 될 것 같습니다.”

“동부 헤드쿼터는 인디애나폴리스? 아니면 콜럼버스?”

“80년대까지 브라이어클리프 매너에 Borg-Warner Security 헤드쿼터가 있었습니다.”

“아, 거기가 부자동네죠.”


억만장자만 회원으로 받는 트럼프 골프장을 비롯해 마을 전체가 공원이나 다름없다.

숲과 물이 많고 골프장도 주변에 10여개가 넘는다.

동네 풍경은 유럽의 부자 동네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부촌이다.

가구당 평균 수입은 뉴욕주의 3배 가까운 13만 달러.

평균 집값도 전국평균의 9만 달러보다 5배나 많은 50만 달러나 된다.


“특급 경비보안서비스 수요가 높습니다. 맨해튼과도 30마일 정도 떨어져 있어 대략 40분이면 닿습니다.”

“5년 안에 JSS의 헤드쿼터 빌딩을 근사하게 지어줄게요.”

“모회사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자체적으로 해결하겠습니다.”

“그래주면 좋죠.”


JHO Security Services의 영업이익은 대략 4.3억 달러 수준이다.

Burns International은 2억 달러 안팎이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어느 정도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연매출 17억 달러, 순이익 5~6억 달러만 기록해준다고 하면 성공적인 인수합병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교적 취약했던 남미 시장에서 Burns를 통해 썩 만족할 만한 매출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연히 마약 카르텔하고 전쟁에 휘말리진 말구요.”

“....예.”


남미는 아동 인신매매로 악명이 높다.

중산층만 되어도 경호원을 고용할 수밖에 없고, 일부 부자들은 만약을 대비해서 민간인 협상전문가까지 보험처럼 계약해 놓고 있다.


“Big Daddy는 데본도 첫 방문이라고요?”

“Burns와 통합 및 정리 그리고 회사 개편 때문에 LA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고생이 많았네요.”

“보스만 하겠습니까?”


할리우드에서 방귀 꽤나 뀐다는 감독은 프로덕션 기간을 빼고 영락없는 한량이다.

유유자적하게 글이나 좀 쓰면서 제작자나 배우 만나러 다니며 차기작 이야기도 좀 하고.

개봉 프로모션 전까지 휴가도 다니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류지호는 영화 촬영이 끝나자마자 업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뭔가 잘 못 되었다.

그럼에도 모두가 그러려니 한다.

이미 십대시절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피닉스를 경유해서 휴스턴까지 일정을 마치고 데본은 LA로 돌아가서 업무를 보도록 하세요. 데본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네요.”


애리조나주립대학이 소재한 피닉스에서 웹호스팅 업체 Jomax Technologies라는 회사가 97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였던 창업자는 처음에는 회사의 지분을 팔지 않으려고 했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꼭 이 회사를 가지고 싶었다.

이전 삶에서 웹·서버 호스팅 업계에서 점유율 괴물이라고 불리던 Big Daddy의 전신이 되는 회사였으니까.

Snowstorm Entertainment의 배틀넷 서버 부담도 덜어줄 겸.

도널드 제이콥과 데본 테럴을 통해 줄기차게 설득했다.

창업자가 하도 팔지 않으려고 해서 예상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그럼에도 6,500만 달러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JHO의 모회사가 아닌 JHO Security Services가 인수했다.

보안서비스 영역을 IT분야로 확장할 겸 추후 데이터센터 사업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원래대로라면 업체명은 직원들이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한 후에 결정되어야 하는데, 모회사 오너인 류지호가 일방적으로 업체명을 ‘Big Daddy'로 변경했다.

이제 막 웹 호스팅 및 도메인 관리 분야를 개척하는 신생 업체일 뿐이다.

류지호는 파인소프트 출신의 신임 CEO에게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부동산과 건설비를 투자해주기로 약속했다.

물론 주력은 웹호스팅과 도메인 관리다.

추후 데이터센터까지 사업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데본이 할 일이 많아요.”


데본 테럴은 대답 대신 웃었다.

맡겨달라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헛웃음일수도 있고.

신생 업체라서 별로 볼 것도 없는 Big Daddy다.

류지호는 주요 임직원과 안면만 트고 곧바로 텍사스주로 넘어갔다.


작가의말

보안 회사를 키우는 김에 한때 미국에서도 알아주던 업체 두개를 합쳐버렸습니다. 실제 두 업체는 스웨덴의 세계 최대 보안회사 Securitas AB에 합병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Securitas AB의 모델로 회사가 커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전쟁 관련 사업 빼고 민간부분 보안업을 다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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