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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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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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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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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아닙니까?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사실 WaW의 회계시스템과 제작 공정이 기존 충무로 영화인들에게는 다소 가혹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간 해오던 관행이라는 게 있으니까.”

“스태프들은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칭송하지만, 제작사와 감독급들 사이에서 과도한 간섭으로 인식되고 있거든요.”


류지호가 짐짓 성을 냈다.


“사람들이 할리우드 와서 한 번 일을 해보든가.....!”


하하.


오동석이 접대용 웃음을 흘렸다.

듣기에 따라서는 잘난 척일 수도 있었으니까.


“WaW가 너무 사소한 것도 일일이 따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겁니다.”

“God is in the detail이 아니고요?”

“원래 큰 원칙에는 쉽게 합의를 봅니다. 문제는 세밀한 부분에서 항상 충돌하죠.”

“아, 그래서 디테일에 악마가 숨겨져 있다는 겁니까?”

“콩글리쉬에요.”


대충 보면 쉬워 보인다.

그런데 제대로 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

다만 그에 근접해지는 노력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하도 꼼꼼하게 따져서 그런가.... WaW 제작팀은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돌발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류지호는 할리우드 신봉주의자가 아니다.

시스템을 들여오되 할리우드처럼 빡빡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영화 <쉬리>를 제작하며 제작진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충무로에 디테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류지호가 잘 알고 있던 현실이다.

따라서 5억 원의 예산을 더 투입하도록 미리 지시해 두었다.

<은행나무 침대>부터 <퇴마기록>을 거쳐 <쉬리>까지 이어진 각종 시행착오가 충무로의 뼈가 되고 살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쉬리> 제작사는 그것도 모르고,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우선 주연급의 개런티를 인센티브 형식의 후불로 정했다.

또 PPL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선경텔레콤, 서동식품, 코크 컴퍼니 등 20여개 PPL 계약을 따냈다.

결과적으로 많은 장면에 스폰서의 로고가 노출되었다.


“한 선배 출연료가 얼마였다고 했죠?”

“2억 5천입니다.”

“러닝 개런티 계약은 어떻게 했대요?”

“서울 관객 55만 돌파시 1인당 500원을 받기로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계약서 상 개런티보다 5배는 벌겠네요.”

“현재까지 관객동원수를 보면 그럴 것 같습니다.”


류지호의 기억으로는 주연배우 한정원이 대략 10억 원을 챙겼다.

이번에는 2억 원 정도를 더 벌 것으로 예상됐다.

흥행기록이 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G.O.M Cinemas라는 멀티플렉스 체인 숫자와 WaW 픽처스의 강력한 배급력 때문이다.


“충무로가 완전히 돈 넣고 돈 먹기가 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언제는 안 그랬어요? 영화가 아무리 대중문화의 총화라고 해도 흥행산업이에요. 서구권에서는 도박도 흥행산업으로 분류되기도 하죠.”

“오죽하면 강 감독 같은 양반이 10억 원 들여 30억 원 벌려는 시대는 갔다고 했겠습니까?”

“정확하게 30억 원을 들여서 5억 원을 벌어야 하는 거다. 그렇게 말했다고 알고 있는데?”


자본력의 기초가 부족한 상황에서 배급체계가 개혁되고 스크린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인건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곤 있다고 해도 그 외에 비용이 매년 상승하고.

일단 물가가 꾸준히 올랐다.

따라서 먹고 자고 사용하는 것들의 비용이 증가했다.

프로덕션 부서와 후반작업 공정이 세분화되고 전문화 됐다.

전에는 없던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상영하는 스크린 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배급비용이 늘어났다.

광고 매체와 전략이 다양화 및 세분화되면 더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다.


“프로덕션 비용은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스타급 배우의 몸값이 몇 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올랐고 P&A 비용이 부쩍 늘어서 그렇지.”

“극장은 상관없잖아요.”

“충무로가 건강해야 양질의 영화가 나오는 거잖습니까.”

“영화판이 병들면 그 병든 대로 영화가 나와요. 본부장도 아메리칸 뉴웨이브 운동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잖아요.”

“한국영화가 영화사조에 나오는 그런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보십니까?”

“빨리빨리 민족이잖아요. 아마 유럽과 미국 영화계가 거쳤던 영화운동 비슷한 과정을 5년 안에 후딱 경험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튈 겁니다. 탁구공처럼.”

“......?”


류지호는 한류가 우연히 만들어진 줄 알았다.

같은 시기를 두 번째 겪고 나니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은 뭐든 빨리 배우고 빨리 망가졌다가 또 빨리 회복한다.

영화계도 그렇다.

한국영화계에는 십년 주기설이라고 불리는 흥망성쇠 사이클이 있다.

정설은 아니다.

일부 평론가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묘하게 들어맞는 구석이 있다.

1970년대는 한국영화 최고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국제무대에 데뷔를 못했을 뿐.

한국영화의 기반과 정체성이 그 당시 만들어졌다.

1980년대 독재정권으로 인해 암흑기를 거쳤다.

침체 정도가 아니라 산업과 창의력 모두에서 후퇴했다.

표현의 자유가 조금씩 보장되는 1990년대 다시 한 번 한국영화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80년대 후퇴했던 것을 복구하는 것을 넘어 일취월장하고 있다.

WaW 픽처스라는 변수가 없었어도 비슷했을 것이다.

이전 삶에서도 그랬으니까.

2000년대는 혼란기다.

자본과 권력의 균형추가 재벌자본으로 이동하면서 혼란과 조정기를 거친다.

그리고 2010년대부터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해 황금기를 일군다.

디지털 영화는 한국처럼 아날로그 산업인프라는 빈약하지만 학습력이 뛰어나고 인적 인프라가 괜찮은 국가에게는 축복이다.

충무로는 디지털 영화를 큰 저항 없이 순식간에 받아들인 편에 속한다.


“본부장도 알다시피 어차피 홍콩영화의 퇴조는 기정사실이에요. 우리가 아시아에서 영화에서만큼은 맹주로 설 수 있는 기회에요. 국내에서 못 벌면 해외에서 벌어야 됩니다.”


<은행나무 침대>부터 시작된 가능성을 <퇴마기록>과 <쉬리>가 연이어 확인시켜주었다.

아시아권 판매 실적이 꽤나 유의미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에 충무로가 고무됐다.

딴에는 대작영화를 줄줄이 개봉할 예정이다.

또한 <비천무> <아나키스트>,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천사몽> 등 대작영화 제작발표가 이어졌다.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영화에 금융자본들이 몰려들었다.

충무로 자금줄이 대기업에서 벤처캐피탈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금융자본의 충무로 시대가 개막되었다.

연초 오성영상사업단이 해체를 공식화했다.

대유그룹 또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영상음반사업부를 없애기로 했다.

이미 DCN을 다솜방송에 매각했다.

대기업이 완전히 철수하자, 창투사에 대한 충무로의 의존도가 더욱 커졌다.

신일창업투자, 퓨처에셋, 산은캐피탈, 국민기술금융 등이 나서서 대기업의 빈 자리를 채웠고, 백설그룹이 대대적인 투자를 선언하며 영화산업에 주요 플레이어가 될 것임을 천명했다.


“그나저나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감독님?”


류지호는 동의할 수 없었다.


“불안정한 자본 상황에 휘둘리고, 부실 프로젝트가 속출하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죠. ‘더 크게’라는 구호의 단맛을 본 이상 증식을 멈출 순 없을 거예요. 여럿 망해서 길바닥으로 나앉을 걸요.”


박건호 대표는 걷지도 못하는 아이가 창밖의 자전거를 타려고 애쓰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인프라도 없고, 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재 한국영화 현실이다.

그럼에도 너도나도 창투사를 찾아가 다 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


“<쉬리>에 참여했던 사람들 말 들어보니까 시스템 구축과 체계적인 정부의 지원 없이는 또 만들라면 쉽지 않을 거랍니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 많았다.

맨바닥에서 하나하나 만들어냈다.

두 번째 하라고 하면 쉬울 것 같다.

천만에 말씀이다.

임기응변으로 만들어진 기술을 노하우라고 할 수 없을 테니까.


“부산하고 경기도에 영상위원회가 발족한다면서요?”

“예정대로 두 군데에서 먼저 영상위원회가 발족됩니다. 서울도 곧 영상위원회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가온의 멀티플렉스 영업점 확장 속도가 무척 빠르다.

DVD 타이틀 분야에서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심지어 지상파와의 방송판권 협상도 만만하게 진행하는 법이 없고, 해외에 판권판매도 전사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한국영화산업을 멱살 잡고 이끌고 가는 곳이 WaW 픽처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경기도 여주에는 종합촬영소를 짓고, 부산에서 국제영화제를 지원하고 있다.

두 도시에서 영상위원회가 먼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표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로케이션 정보나 시스템적인 걸 기업비밀이랍시고 꽁꽁 감추지 말라고 하세요. 우리 혼자 충무로의 시스템을 만들 수 없어요. 공공기관에서 충무로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면 그에 맞춰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 될 겁니다. 스태프들의 복지와 임금부분에서 서서히 물들이던 것도 속도를 조금 올리고.”

“근데 말입니다.”

“.....?”

“미국에서 총과 공포탄 수입하는 데 1억 원 가까이 들었답니다. 지금 같은 때 꼭 그걸 수입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우리 군에서 빌려줬으면 K1, K2 같은 국산 총기가 알려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결국 미국 총기 선전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M-16이나 콜트1911 정도가 등장하는 게 고작이었던 기존의 한국 영화와 달리 <쉬리>에서는 H&K MP5 시리즈나 데저트이글 같은 유명한 총기들이 대거 등장한다.

<Remo : The Destroyer>와 계약한 할리우드 총기 프롭 업체와 류지호가 연결시켜주었더니 많은 총기들이 한꺼번에 한국에 수입됐다.

총기 프롭은 영화용으로 개조되었다고 해도 공이가 제거되고 총구 앞을 막아 놨을 뿐 실제 총기다.

오로지 공포탄만 쏠 수 있게 특수 개조했다곤 해도.

총기관리에 목숨을 건 나라 한국에서는 예민한 부분이다.

<쉬리>에서 서울 시내를 질주하며 공포탄을 터뜨리며 촬영을 했다.

시민들이 실제 총격전으로 오인해 경찰에 신고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서울 시내에서 총격전을 찍은 적이 없었으니 시민들이 놀랄 수밖에.

덧붙여 특수 8군단이 잠실 골든타워를 CTX로 폭파시키는 장면은 미니어처를 사용했다.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지는 효과를 내기 위해 흔히 쓰이는 슈가 글라스 대신 TV 브라운관에 사용되는 일본제 특수 유리를 썼다.

승합차도 실제 폭발로 날려버렸다.

여간첩이 폭탄 목걸이를 먹고 자폭하는 장면은 석고로 배우의 전신상을 뜬 다음 이를 폭파시키는 방법으로 촬영했다.

CTX에서 유리구가 동동 떠있는 장면이나 유리 용기 안에서 액정 시계가 작동되는 모습은 전부 합성이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특수효과가 총 동원되었다.

당연히 처음 계획보다 제작비가 껑충 뛰었다.

<은행나무 침대>부터 시도되던 것들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미국에서 들여온 총기 프롭의 법적인 문제는 잘 처리되었대요?”


이전 삶에서는 이때 들여온 총기들로 인해 2009년에 큰 고초를 겪었다.

불법 총기단속에 적발되었던 것.


“관련법규가 미비한 상황이라, 일반 사냥총 신고보관 법률에 근거해 경찰서 보관으로 정해졌습니다.”

“다온에서는 뭐래요?”

“다온이 자문해준 제도개정을 다음 달 출범하는 영상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입니다.”

“지속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라고 해요. 정치인과 공무원들 꿈쩍도 안 합니다. 그나마 대중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을 때 수많은 영화 관련 제도를 고쳐야 해요.”

“다온에서 영화인들의 의견을 꾸준히 청취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처리하긴 버거운 문제다.

대기업이 대형 로펌에 의뢰하니까 쉬운 문제가 되어버렸다.

누군가는 스크린 쿼터제도, 영화진흥법개정 같은 거대 담론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한 한다.

한편으로는 총기 프롭 문제 같은 작은 것들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런 것 하나하나가 결국 인프라로 연결되니까.

G.O.M 강남점 매니저가 달려왔다.


“상영 5분 전입니다. 감독님!”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나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류지호가 수행원들과 함께 <쉬리> 상영관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서울 관객 200만이 넘어가면서 볼 사람은 이미 다 본 상황.

때문에 극장 안에는 십여 명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음 주부터는 조금 작은 상영관으로 교체될 거라고 합니다.”

“이미 봤으면 굳이 안 봐도 됩니다. 최 비서.”

“두 번 본 관객들도 많다고 해요. 그래도 재밌었다고 하더라구요.”


예고편 중에서 <Escape>와 <매트릭스>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영화에 한글 자막이 달려있는 걸 보며 류지호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난 한국출신의 미국 영화인인가....?’


미국에서 사업을 벌이지 않았다면 그저 외국인 노동자일 뿐이다.

남의 돈으로 영화를 찍고 있으니 자영업자일 수도 있고.

극장 실내등이 모조리 꺼졌다.


- 총 없이 걷기만 해도 원자폭탄 하나가 걸어가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인터뷰에서 박무영 배우가 한 말이다.

<퇴마기록>이 당대 최고 중견배우들이 스크린을 수놓았다면, <쉬리>는 향후 한국영화 20년을 책임질 젊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류지호는 영화를 보는 내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킥킥‘ 웃을 때는 이전 삶에서 조감독 할 때 재밌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는 배우와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푸근한 표정을 지어보일 때는 낭만적인 기억이 떠올라서.


‘와! 이건 너무 노골적인데? 회귀 전에도 이랬나?‘


너무나 노골적인 PPL에 한숨이 다 나왔다.


[커피를 아는 분은 맥X을 드시거든요! 이 세상 가장 향기로운 커피, X심입니다!]


대놓고 커피 자판기 앞에서 배우들이 특정제품을 광고했다.

누가 봐도 대놓고 하는 광고다.

PPL에 너무 신경 쓰다 보니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PPL 목매지 말고 전액 투자하라니까... 이 사람들이!’


사실 류지호에게나 30억 원 제작비가 푼돈이다.

제작사는 그 제작비에 벌벌 떨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제작비를 벌충하려고 제작사는 PPL에 사력을 다했다.

한국영화 PPL의 효시는 씨네-누보의 <결혼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신혼집 가전제품을 모두 오성전자에서 협찬 받아 도배를 해버렸다.

1994년 진로쿠어스가 <구미호>에 5,000만 원의 현금 지원을 하면서 본격적인 PPL 시대를 열었다.

특히 WaW 픽처스가 투자·제작하는 영화가 PPL에서 상당히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흥행하게 되면 ParaMax에 팔려서 북미 개봉을 하거나 아시아 시장에서 썩 괜찮은 가격에 판매가 되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과정에 못된 시어머니보다 더한 존재처럼 굴지만, WaW 픽처스가 요구하는 수준의 영화만 뽑아내면 최소한 본전치기는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배급사의 역할이기도 하고.

WaW 픽처스가 관여하지 않은 영화라고 해서 해외 배급에 소극적이진 않다.

해외에서 통할 만하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해외배급 권리를 취득해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성과도 좋았다.

<퇴마기록>과 <쉬리> 두 편의 해외 판매 수입을 합하면 무려 1,000만 달러(120억)에 달했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 해외수출실적이 1,500만 달러다.

일본에 150만 달러 판매 계약을 체결한 <용가리>와 수출 단가와 판매국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담으로 생활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나 러브 스토리만 접했던 일본 관객에게 <쉬리>는 그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분단 현실에 기초한 짜임새 있는 구성과 숨 막히는 이야기가 크게 어필, 일본에서만 15억 엔 이상을 벌어들일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덕분에 영화 속에 등장한 청담동 수족관이나 제주 서라벌호텔 벤치에 많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다녀가게 되고, <쉬리>로 한국영화에 입문했다는 일본 관람객들이 많아진다.

<퇴마기록>은 일본에게 친숙한 소재와 스토리텔링이라서 <쉬리>보다 더 쉽게 받아들여졌다.

중국 극장에는 걸지 못했다.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는 중국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튼 <쉬리>의 자문과 고증은 나래안전시스템이 전폭적으로 도왔다.

영화 속 OP의 개인 식별 장치 중에서 손등의 정맥을 인식하는 장비가 등장한다.

나래안전 보안장비제조업체에서 개발한 장비다.

1998년 COEX에서 개최된 보안기기전시회에서 일반에 선보인 실제 장비다.

세계 보안기기 전시회에서 최우수상까지 받았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나래안전이다.

이제는 보안업체를 넘어 보안 장비 및 CCTV 제조업, 자동티켓 판매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사세를 키우고 있다.


‘오성의 충무로 영향력을 어느 정도 걷어낸 거겠지.’


본래 양성규 감독은 오성영상사업단과 더욱 긴밀했다.

<쉬리>를 제작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외환위기 직후라서 대작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오성그룹의 영화사업 철수 방침에 따라 WaW 픽처스가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졌다.

참고로 본래 오성영상사업단의 마지막 작품이 <쉬리>였다.

WaW 픽처스가 끼어듦으로써 이번에는 <단적비연수>가 된다.

오성영상사업단은 영화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도 <단적비연수>의 흥행참패를 뒤집어쓰게 된다.

암튼 양성규 감독은 전작 <은행나무 침대>의 대성공으로 충무로에서 입지가 상당했다.

그렇다고 이름값만으로 투자 받을 정도는 아니다.


‘감독 이름값만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감독은 강은석 정도인가...?’


배우로서는 박중환과 한정원 정도다.

<쉬리> 역시 한정원이란 슈퍼스타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믿고 보는 배우였으니까.

내놓는 영화마다 흥행에 성공했다.

아무리 <쉬리>가 잘 만든 영화라고 할지라도 한정원 배우의 티켓파워가 없었다면 <타이타닉>의 흥행기록을 깨기란 쉽지 않았다.


150만.


충무로에서 <쉬리> 흥행기록에 가장 근접하게 예상한 영화인의 스코어다.

영화인들은 전국 100만이나 넘길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웬걸.

그 몇 배에 달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그것도 모자라 <타이타닉>의 기록까지 깨버렸다.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다.

한국영화 모든 기록을 <쉬리>가 새롭게 썼다.

비디오 판권 기록도 갈아치웠다.

지상파 방송에 6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금액에 방영권을 팔았다.

소설, 게임 등 다양한 연관 상품이 기획되고 있고 일부는 개봉과 함께 판매됐다.


‘소설, 만화, 게임 모조리 망했거나 개발조차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수익구조를 만들고야 만다.’


몇 년 전 만화탄압으로 많은 만화잡지들이 폐간했다.

졸지에 연재 처를 잃어버린 많은 만화가들이 부득이하게 절필했다.

극소수 도전정신이 드높은 만화가들은 일본이나 미국, 프랑스 등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류지호는 PC통신에서 글 솜씨를 검증받은 판타지소설 작가를 섭외해 영화 개봉 전에 소설과 만화 작업을 진행했다.

특별 이벤트로 관객들에게 선물증정본이 나간 상태다.

극장에서 영화가 내린 후에는 서점에 풀릴 예정이다.

게임 개발은 후속편 제작상황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

‘레인보우 식스‘ 방식의 1인칭 슈팅게임(FPS)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퇴마기록>의 게임개발은 이미 착수한 상태다.

류지호의 지시로 투자하기 시작한 미리내게임즈라는 개발사에서 어반 판타지 풍의 MMORPG로 개발되고 있다.

한국에서 패키지 게임으로 제작해봐야 유의미한 판매량을 달성할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개발방향을 온라인 게임에 맞췄다.


‘그 까짓 100억. 그 돈 까먹을 각오까지 했는데 뭘!’


다시 한 번 극장 매니저가 찾아왔다.


“혹시 <퇴마기록>도 예매하셨습니까?”

“영화도 보고 예매시스템도 확인해볼 겸 한 번 해 봤어요.”


류지호가 웃으며 농담을 덧붙였다.


“돈 내고 봐야 관객입장에서 영화를 씹을 수 있지 않겠어요?”

“아... 예....”

“첫 날 상영을 함께하지 못해서 마지막 상영은 극장에서 보고 싶은 것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모시겠습니다.”

“일 보세요. 이건 비밀인데, 사실 한국에서 쉬려고 조용히 들어왔거든요. 그냥 몰래 영화 보고 들어갈게요. 인사 못하고 떠나도 이해하세요.”

“즐거운 영화관람 되십시오.”

“수고하세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조용히 입국했건만, 며칠 간 업무를 처리한 류지호다.

모처럼 영화 연속 관람을 시도했다.

<쉬리>, <내 마음의 풍금>, <퇴마기록>을 하루에 다 보려고 했다.

중간의 <내 마음의 풍금>은 건너뛰었다.

반 백수시절에는 거뜬했던 연속 관람이다.

아무래도 배가 부른 모양이다.

삼연속 영화관람 정도가 힘에 붙이는 것이.

결국 <퇴마기록> 마지막 상영으로 하루를 마감하기로 했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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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성급하게 솥뚜껑을 열지 않도록.... (1) +8 23.01.06 4,089 139 24쪽
386 내 집 걱정이 먼저! +3 23.01.05 4,109 136 27쪽
385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3) +8 23.01.04 3,899 141 28쪽
384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2) +8 23.01.03 4,020 146 27쪽
383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1) +10 23.01.02 4,014 142 25쪽
382 업무의 완성은 휴식입니다. (2) +11 22.12.31 4,038 148 24쪽
381 업무의 완성은 휴식입니다. (1) +7 22.12.30 4,139 139 26쪽
380 退魔記錄. (2) +10 22.12.29 3,988 141 28쪽
379 退魔記錄. (1) +8 22.12.29 3,911 116 25쪽
»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아닙니까? (2) +6 22.12.28 4,063 138 22쪽
377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아닙니까? (1) +7 22.12.27 4,139 138 21쪽
376 할 일이 많아서 당장 결혼은 좀..... +8 22.12.26 4,232 143 25쪽
375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2) +6 22.12.24 4,112 149 23쪽
374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1) +11 22.12.23 4,264 146 24쪽
373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2) +5 22.12.22 4,229 142 24쪽
372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1) +7 22.12.21 4,267 136 26쪽
371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2) +9 22.12.20 4,076 142 24쪽
370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1) +6 22.12.19 4,103 142 24쪽
369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3) +7 22.12.17 4,104 149 24쪽
368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2) +5 22.12.16 4,105 149 24쪽
367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1) +9 22.12.15 4,131 142 22쪽
366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5 22.12.14 4,155 144 27쪽
365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16 22.12.13 4,171 151 27쪽
364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10 22.12.12 4,244 147 27쪽
363 The Destroyer. (13) +7 22.12.10 4,142 145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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