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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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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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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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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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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비즈니스에서 혈연, 지연, 학연으로 접근하는 것은 만국 공통이다.

할리우드 역시 학연 절대 무시 못 한다.

UCLA, USC, NYU 등 명문 영화과 졸업생들끼리 유대감이 강하다.

업계에서 힘 좀 주는 이들치고 졸업한 학교 네트워크가 단단하지 않은 이는 없다.

유대계 미국인 조 서노우(Joe Surnow)는 1976년 UCLA 영화과를 졸업했다.

1984년 TV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를 시작으로 주로 TV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 폴 베숑의 <니키타>의 TV판 <La Femme Nikita>의 공동 각본 및 제작에 참여했다.

나름 업계에서도 신망을 얻고 있는 조 서노우가 까마득한 후배 류지호를 찾아왔다.

그가 들고 온 프로젝트는 <24>였다.

하루 동안에 발생한 일들을 한 시간짜리 24개 에피소드로 나눠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의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액션 드라마다.

현실에 가까운 리얼타임 진행이라는 콘셉트로, 동일한 특정시간대에 각기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분할 화면으로 보여주거나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며 사건을 전개하는 류지호가 모를 수가 없는 TV시리즈다.


‘골치 아프네....!’


며칠 전, 케이블 채널 인수와 관련해 매튜 그레이엄과 의견을 나눴다.

공교롭게도 또 하나의 장기 시즌 드라마가 굴러들어왔다.

트라이-스텔라TV는 현재 여력이 없었다.

4개의 TV시리즈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출범한 IVE 엔터테인먼트의 TV 프로덕션은 부룩하이머 프로덕션과 함께 <CSI>를 제작하기에도 벅찼다.

남 주기에는 아깝고, 자신 소유의 프로덕션은 여력이 없고.

그렇다고 포기는 더더욱 말이 안 되고.


‘오라이언 TV 사업부문을 부활시켜야 할까....?’


류지호는 일단 조 서노우를 돌려보냈다.

그런 후, LA에 머물고 있는 매튜 그레이엄을 비롯해 주요 비서진을 긴급히 호출했다.


“케이블 채널 사업 진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내보세요. 어떤 이야기도 좋아요. 망설이거나 눈치 볼 것 없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고, 결국 하나로 모아졌다.


- 케이블 채널에 진출해야 한다.

- 더 이상 시기를 늦출 수 없다.


그때 가만히 토론을 지켜보던 얀 호퍼 사장이 입을 열었다.


“Hughes/DirecTV가 매물로 나왔습니다.”

"위성방송사 말입니까?“

“예.”


Hughes/DirecTV는 1994년 설립된 항공우주산업 및 방위산업체 Hughes Aircraft 산하의 고출력 직접위성방송이다.


“채널이 몇 개였죠?”

“18인치 파라볼라 안테나를 통해 최대 90개까지 송수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짐 맥라퍼티(Jim McLafferty) 인수합병 보좌관이 입을 열었다.


“최대 채널 허가는 175개를 받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개국은 1994년 6월이었고, 개국 2년차에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위성방송의 후발주자인 Hughes/DirecTV는 급격하게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라이벌 위성방송 사업자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던 USSB를 13억 달러에 인수했고 이어 PrimeStar를 18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매물로 나왔다고요?”


방송 쪽으로 발이 넓은 얀 호퍼가 대신 대답했다.


“작년 Durant Motors로부터 분리된 후로 실적악화를 문제 삼은 주주들의 압박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수합병 전문가인 짐 맥라퍼티는 생각이 달랐다.


“실적 악화는 핑계라고 보입니다. 실상은 몸집을 한껏 불려놨으니 매각해서 한 몫 잡아보겠다는 속셈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누구도 인수가격 때문에 쉽게 달려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요?”

“모그룹이 통신위성 사업자입니다. 위성방송은 Hughes Aircraft의 4개 사업부문의 한 축일 뿐입니다.”

“위성방송만 따로 분리해서 인수할 수는 없어요?”

“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가만히 지켜만 보던 도널드 제이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보스...”

“말해 봐요.”

“그레이엄 가문에서 통신위성 사업부문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뭐?”


매튜 그레이엄이 다소 의외라는 듯 물었다.


“누가? 아버지가? 아니면 앤서니?”

“대니얼 회장님이 관심을 보이고 계십니다.”

“이 노인네가 알츠하이머라도 걸렸나.....”


매튜 그레이엄의 철딱서니 없는 발언에 류지호가 엄하게 말했다.


“맷! 말을 삼가도록 해.”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암튼... 아버지가 Hughes Aircraft의 위성사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말려야 하는 거 아냐?”

“왜?”

“현재 북미 통신사업 분야 전망이 그리 밝지 않으니까.....”

“괜찮아. 아버지라면 망하기 전에 이쁘게 포장해서 다른 곳에 팔아치울 거야. 빅보스는 아직도 그걸 몰라?”


그제야 류지호는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레이엄은 10조 쯤 까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집안이다.

다른 방식으로 그 몇 배를 보충하고도 남는 이들이 수두룩하니까.


“시장에서 떠도는 대략적인 인수가격은 없어요?”


짐 맥라퍼티가 대답했다.


“최소60억 달러, 최대 120억 달러 사이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항공우주사업 때문인가? 굉장히 비싸군요?”

“EchoSatellite가 인수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DigiSky Network의 모회사?”

“맞습니다.”

“걔들은 반독점법 때문에 200억 달러를 제시해도 인수할 수 없을 텐데?”

“그걸 모를 리 없는 EchoSatellite가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면, 다른 메이저 방송사를 견제하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짐 맥라퍼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수금액을 띄워 경쟁자들이 함부로 인수합병에 뛰어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Hughes/DirecTV 본사가 엘 세군도에 있는 그 건물 맞죠, 얀?”

“맞습니다. 보스.”

“Hughes/DirecTV는 자체 콘텐츠 생산 없이 오로지 채널 송출만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90여개 채널을 송출만 하고 있습니다만, 올 안에 TBO 채널을 HD로 송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매물로 나왔으니.....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졌습니다.”


류지호는 잠시 고심에 잠겼다.

Hughes/DirecTV는 위성사업자이지, 콘텐츠를 직접 방영하는 방송사가 아니다.

트라이-스텔라TV 채널 하나를 확보해 Hughes/DirecTV를 통해 방송을 내보내도 된다.

그 안에 복잡한 절차나 과정을 알지 못했지만.


“보스, 참고로 Hughes/DirecTV에서 NFL 전 경기를 볼 수 있는 티켓을 개국 당시부터 팔아오고 있습니다. 일요일 경기 방영은 독점 콘텐츠입니다.”


깨알 같은 정보를 어필하는 것으로 봐서 짐 맥라퍼티는 Hughes/DirecTV 인수합병을 원하는 것 같았다.

일반적인 미국 남성이라면 NFL이란 말에 환장할 수밖에 없으니까.


“참고로 Hughes/DirecTV는 케이블 TV나 다른 위성방송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패키지 단위로 채널을 신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률이 개정이 되어서 올 연말부터 위성방송 재송신이 가능해질 예정입니다.”


별안간 매튜 그레이엄이 벌떡 일어섰다.


“게임 끝.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매튜 그레이엄이 류지호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럽시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세요.”

“짐과 Don은 잠시 남아 봐.”


참모들이 집무실을 떠났다.


“두 사람은 Hughes/DirecTV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정보를 모아 와. 최대한 빨리.”

“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류지호에게 매튜 그레이엄이 다가갔다.


“무슨 생각해?”

“내가 대니얼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좋겠지?”

“아냐. 내가 아버지와 만날게.”

“괜찮겠어?”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어. 언제까지 아버지를 피할 수는 없잖아.”


아직까지도 매튜 그레이엄은 가문에서 겉돌고 있었다.

그 스스로가 섞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가문 일원들도 승계싸움이 벌어질까봐 대니얼과 앤서니의 눈치를 봤다.

한국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도 아니고, 미국의 유력가문에서 승계문제로 암투가 벌어진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로 웃겼다.


“함께 만날까?”

“됐어. 넌 신경 끄고 한국에서 쉬다 오도록 해. 일 년 동안 쉬지도 않고 일했잖아. 재충전할 필요가 있어.” “별로 힘들지도 않았어. 내게 영화 제작은 일상이야.”

“튼튼한 거 알아. 하지만 여기. 또 여기.”


매튜 그레이엄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콕콕 찍었다.

그런 후 가슴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창작이라는 게 정신력 소모가 심하잖아. 때로는 영혼까지 갈아 넣기도 한다며?”


과장된 말이다.

영혼까지 갈아 넣게 되면 정신이 망가진다.

사람 구실을 못한다.


“두 달 간 푹 쉬고 와라. 네 영화선택 권리도 4년 치 다 썼고, 지주회사와 그룹체제 개편은 비서실 전략기획팀에서 준비할 테고, 네가 웨스트우드 사무실로 출근한다고 해서 특별히 처리해야 할 것도 없어. 긴급 사안은 Don이나 제니퍼를 통해 전달될 테니, 머리 좀 시원하게 비우고 와.”

“대신 플랜 B도 함께 준비해 줘.”

“누구 명이라고. 빅보스의 명령은 무조건 따라야지.”


긴급회의를 마치자마자 매튜 그레이엄이 동부로 날아갔다.

대니얼 그레이엄과 Hughes Aircraft 인수와 관련해 대화를 나눠보기 위해서다.


❉ ❉ ❉


Hughes/DirecTV의 방송센터는 컬버시티 델 레이(Del Rey) 지역에 위치했다.

그 지역에는 발로나 관개수로(Ballona Creek)가 있는데, 수로 사이로 두고 광활한 Playa Vista 지역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지역을 1995년부터 스티븐 아들러와 그의 친구들이 개발하려고 했다.

최연소 억만장자인 류지호에게도 제안이 왔었다.

당시에는 환경단체와의 분쟁에 휘말리기 싫어 거절했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매튜 그레이엄이 그의 아버지를 설득해 Hughes Aircraft에서 Hughes/DirecTV만 떼어내서 인수할 수만 있다면, 매트로 LA 지역에서 가장 넓은 부지인 Playa Vista 지역을 JHO 타운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laya Vista에는 아직도 Hughes Aircraft가 비행기를 만들던 대형격납고가 여러 채 남아 있다.

그곳 대형 격납고에서 트라이-스텔라와 라이트닝스톰은 <타이타닉>의 세트 촬영을 한 바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영화들의 세트를 지어 촬영했거나 하고 있다.

류지호는 컬버시티를 다녀오는 중간에 Hughes/DirecTV의 방송센터를 눈에 담았다.

옛 Hughes Aircraft 터에도 들렀다.


“이 거대한 부지가 이렇듯 방치되고 있는 것을 여태까지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다니....”


목적의식이 생겨야 뭔가도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이전까지는 습지생태계 보호를 외치는 환경단체와 개발업자들이 십년 넘게 맞서고 있는 골치 아픈 지역 정도로 생각할 뿐인 지역이다.


“이 지역 전체 면적이 어떻게 된다고 했죠?”


오랜만에 수행비서로 따라 나선 데이비드 브레이텐바크가 관련 보고서를 뒤적거렸다.


“개척시대 이후 2,000에이커였는데, 현재는 일부 개발이 되어서 1,500에이커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평수로 환산하면 무려 180만 평이다.

대략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다.

마리나 델 레이 쪽으로 수십 만 평은 습지대 즉 갯벌이다.

전체에서 대략 삼분의 이가 마른 땅이다.

어쨌든 마리나 델 레이가 바로 옆이고, LAX와 가까우며, 바로 코앞 언덕에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이 위치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환장할 만하긴 했다.


“이 부지가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스티븐 아들러가 개발에 끼워주겠다고 했을 때 괜히 거절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들의 컨소시엄도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욕심 때문이죠.”

“.....네?”

“나라면 LA 시당국에 최소 150에이커를 기증할 겁니다.”


류지호의 영문 모를 말에 데이비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환경단체를 설득하기 위해 발로나 습지 보존을 위한 땅을 기증하겠단 말이에요.”

“왜 요?”

“150 에이커가 없더라도 남은 땅에 많은 것을 지을 수가 있으니까요.”

"혹시... 테마파크 부지로 고려하십니까?“

“아니요. 테마파크가 들어서기에는 좀 비좁죠.”


데이비드 비서가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인가 싶어 다시 한 번 류지호를 쳐다봤다.

1,500에이커가 비좁을 리가 없다.

류지호의 말대로 150에이커를 떼어낸다고 해도 플로리다 미키마우스월드 규모의 테마파크를 건설할 수 있는 크기다.


“스티븐 아들러는 완전히 발을 빼기로 한 거 맞대요?”

“공식적인 발표만 없다뿐이지, 사실상 이 지역 개발을 포기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만나서 물어보면 알겠죠.”


류지호에게 있어서 이 지역에 대한 개발은 문제없다.

보좌진들의 말을 듣고 미리부터 부동산개발회사를 만들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닷컴버블 전에 엄청난 양의 주식을 어떻게 처분해야 사람들이 납득할까 고민했었다.

그 문제도 의외로 쉽게 풀릴 것 같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대규모 개발을 하게 돼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가 됐다. 그래서 주식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려고 한다. 주식처분 구실로 이것보다 좋을 수가 없겠네....”


한국말로 중얼거리는 류지호의 말을 미처 알아듣지 못한 데이비드 비서가 물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혼잣말이었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류지호처럼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 주식을 함부로 거래소에 내놓진 못한다.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면 주식시장에 혼란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록딜(Block Deal 혹은 Sale)이란 방식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주식 대량 매매를 하게 된다.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매도자가 사전에 매도 물량을 인수할 매수자를 구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장이 끝난 이후 주식을 처분하는 거래를 블록딜이라고 일컫는데, 보통 매수자가 대량 매입하기로 미리 약속하는 대신 당일 종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게 된다.

실제로 블록딜은 장중에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외거래를 통해 거래가 진행된다.

한꺼번에 대량의 주식이 거래될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주식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류지호는 닷컴버블이 터지 전 장기보유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종목을 처분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위한 자금조달 명목이라면 닷컴버블 붕괴를 미리 알고 처분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유주식수가 워낙 많아야지.”

“예?”

“이 정도 규모의 개발 사업을 벌이려면 주식을 꽤 많이 팔아야겠어서요.”

“보스는 아무 투자은행에서나 10억 달러까지는 무조건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JHO Company는 100억 달러 이상 채권 발행도 당장 발행하면 팔려나갈 것이고.....”

“압니다. 그래도 주식을 좀 팔 필요가 있어요.”

“.....예.”


빅보스의 주식투자 문제는 데이비드 비서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었다.

따라서 더는 토는 달지 못했다.


“21세기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성해야겠죠. 장기적인 안목으로.”


류지호는 한동안 광활한 Playa Vista를 눈에 담았다.

실제로 드넓은 땅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가상의 심시티가 되는 것 같았다.

스티븐 아들러와 부동산개발 컨소시엄은 이 지역에 스튜디오와 IT기업 유치를 하고 남는 대부분의 토지에 주택을 건설하려고 했다.

반면에 류지호는 집장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의 레벨에 걸맞은 25개 안팎의 사운드 스테이지와 백랏을 가진 종합촬영소와 Hues & Rhythm Studios를 비롯한 계열사 캠퍼스들, 굳이 실리콘밸리에 있을 필요가 없는 IT기업 본사, JHO 컨벤션을 소화할 수 있는 MICE 시설, 추후 한류의 북미 거점 역할을 해 줄 콘서트홀과 관련 시설물 등.

호텔 & 리조트, 백화점 및 쇼핑거리, 복합상영관까지.


“타이타닉호를 뭍으로 올려서 전시 및 레스토랑으로 활용해도 되고. Se7ven Flags의 미니 테마파크를 건설해 볼 수도 있고.”


일반 주택은 짓지 않더라도 레지던스를 지을 필요는 있을 듯 싶고.

류지호는 한참 동안 Playa Vista를 바라보며 상상과 공상의 나래를 펼쳤다.


꿀꺽.


데이비드 브레텐바크가 류지호 모르게 침을 삼켰다.

1년 가까이 영화에만 올인했던 빅보스가 이곳에 와서 뭔가를 구상하고 있다.

이 황량한 대지에서 뭔가를 해볼 생각인 것이 틀림없다.

지난 선밸리 컨퍼런스에 다녀온 후 20억 달러짜리 빅딜이 성사됐다.

이곳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큰 거래가 만들어질 것 같았다.

당분간 의장비서실은 바짝 긴장해야 할 터.

빅보스가 뭔가를 일을 벌일 때는 회사 규모가 갑자기 몇 배로 커져왔다.

그만큼 비서실에서 할 일도 많아질 것이 틀림없다.


❉ ❉ ❉


아카데미상 트로피, 일명 오스카의 제작비는 개당 60달러에 불과하다.

그런데 아카데미 작품상은 보통 전 세계 극장가에서 1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보장해주는 `흥행의 보증수표'로 알려져 있다.

그런 것도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 동시개봉 추세로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만 해도, 해외 영화팬들은 할리우드 영화를 6개월 혹은 1년 가까이 북미 관객보다 늦게 극장에서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영화들은 해외 시장에서 좀 더 비싼 가격에 판권이 팔리거나 직배체제에서 광고·홍보를 펼칠 수가 있었다.

이제는 전년도 11~12월에 개봉해 장기상영 중인 영화를 제외하고는 아카데미 프리미엄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사실 그 같은 이점을 포기하는 추세로 돌아섰다고 하는 것이 맞다.

‘아카데미 수상’ 프리미엄보다 전 세계 동시개봉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제작비가 상승하고 P&A 비용부담이 가중되면서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현금 회전율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 영화의 해외 지연 개봉은 빨라도 1년 후에나 수익정산이 가능했다.

스튜디오들은 북미에서 얻는 수익만으로 영화사를 운영했다.

북미 시장이 워낙 거대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 동시개봉을 하게 되면 6개월 후에 박스오피스 수익이 들어온다.

때문에 다음 해 라인업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불법복제라는 변수도 있지만.

이 당시 세계 영상시장의 규모는 약 2조 7천억 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2000년에는 시장규모가 약 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영화시장의 규모는 약 32%, 비디오 관련시장은 27%, 게임소프트 시장은 37%, 애니메이션 시장은 2%, 나머지 기타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영상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는 곳이 할리우드다.

지금 이 시기 LA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은 대략 2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100만 명이 넘는다.

수십 개에 이르는 영화 관련 조합 외의 비가입 영화인까지 확대하면 그 몇 배가 된다.

수십, 수백만 영화인 가운데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대받는 인원은 3,000명으로 한정 된다.

시상식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영화인은 30명 안팎이다.

류지호는 LA뮤직센터 홀 가운데 하나인 Dorothy Chandler Pavilion 객석에 앉아 그 같은 생각들을 했다.


3월 21일.

제 7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여배우 카린 골드버그(Caryn Goldberg)의 사회로 거행된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 13개 부문의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7개 부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주요 부문의 상을 나눠가졌다.

참고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13개 부문 노미네이트는 <이브의 모든 것>과 <타이타닉>에 이은 최다부문 후보작 역대 3위 기록이다.

주요 부문 수상에 이변은 없었다.

다만 이탈리아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뜻밖의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티븐 아들러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강력한 작품상후보로 꼽혔다.

안타깝지만 ParaMax Films의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게 넘겨줘야 했다.

대신 감독상, 음향상, 편집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스티븐 아들러는 <쉰들러 리스트>로 93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데 이어 생애 두 번째로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작품상 수상자로 나선 알버트 마샬과 에디 즈워크가 류지호를 언급하며 감사함을 표했다.

함께 시상대에 서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지금까지는 수상소감에서 류지호에 대해 언급을 조심했던 이들이 많았다.

백인들의 잔치였으니까.

이젠 아니다.

<타이타닉>의 작품상 수상이 분기점이었다.

이번 시상식에서 알버트 먀살뿐만 아니라, 기술파트 수상자들 가운데 몇 명이 류지호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백인들의 잔치에서 유색인종인 류지호와 영광을 나누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Jay, 축하한다.”


애프터 파티에서 스티븐 아들러가 인사를 건넸다.


“감독상 수상 축하해요.”

“올해도 최후의 승자는 자네군.”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미스터 마샬과 즈웍크의 영화에요.”


얼굴에 금칠하며 으스대는 것은 류지호의 취미가 아니다.

화제를 돌렸다.


“Playa Vista 개발에서 완전히 발을 뺀다면서요?”


절레절레.


스티븐 아들러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예상보다 환경단체와 주민 반대가 극심해. 자금조달도 쉽지 않았고.”


1996년 Playa Vista에 제2의 할리우드를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유니벌스 스튜디오 수준의 종합촬영소와 IBT 같은 IT기업, 최고의 VFX 회사를 유치한다며 큰소리쳤다.

9억 달러가 소요될 이 프로젝트는 1999년 완공이 목표였다.

아직까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소송만 몇 건 인지..... 지긋지긋해.”

“한국의 백설그룹이 3억 달러 대기로 한 것 아니었어요?”

“외환위기 때문에 투자를 취소했어.”

“컨소시엄이 9억 달러도 모으지 못했단 말이에요?”

“그러게. 우습지? 네가 들어왔으면 자금조달이 쉬웠을 텐데.”


류지호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제 와서 Playa Vista는 왜?”

“지금 스튜디오들 사이에서 Hughes 열풍이 불고 있잖아요.”


가장 미국적인 부자라고 일컬어지는 하워드 휴즈 일대기를 영화화하려는 움직임이 할리우드에서 활발했다.

LOG와 워너-타임이 서로 먼저 영화를 내놓기 위해 경쟁하는 사이 유니벌스 스튜디오가 <Empire: The Life, Legend and Madness of Howard Hughes>의 판권을 구입하면서 참전했다.

그 외에도 쟁쟁한 할리우드 감독들이 저 마다 하워드 휴즈의 삶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뛰어든 상황이다.


“몇 년 전에 내게도 스크립트가 하나 왔었지. 로맨틱코미디풍이라서 거절했지만.”

“헨리 베이티의 숙원 같은 프로젝트죠.”

“왜 너도 하워드 휴즈 영화에 발을 담그려고?”

“마르틴 스콜체제 어르신이 휴즈 전기영화에 관심을 보인다면요.”

“마르틴이라.....”

“레오가 합류한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류지호는 은근슬쩍 Playa Vista 이슈에서 하워드 휴즈 전기영화로 화제를 돌렸다.

스티븐 아들러의 컨소시엄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왕 할 거 독자적으로 하고 싶었다.


‘제대로 판을 벌이려면 대유건설을 꼭 인수해야겠어.....’


작가의말

주인공의 돈질의 규모가 습작에 비해 커졌습니다. 습작을 쓸 때는 스스로에게 현실에서 어느 정도나 가능할까 고민을 많이 하면서 썼기에 자기검열이 있었습니다. 리메이크 하면서 어차피 판타지소설인데 1억 달러가 10억 달러가 된다한들 무슨 대수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뻥튀기는 하지 않지만 사업이든 영화든 스케일은 꽤나 커질 예정입니다. 당연히 새롭게 추가되는 영화나 드라마도 고예산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한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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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1) +11 22.12.23 4,265 14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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