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8 09:05
연재수 :
903 회
조회수 :
3,851,711
추천수 :
119,351
글자수 :
10,001,832

작성
22.12.08 09:05
조회
3,942
추천
144
글자
28쪽

The Destroyer. (9)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피에스티시에는 대유자동차의 현지 법인과 물류센터가 자리했다.

<Remo : The Destroyer>의 각종 촬영장비 및 지원차량 주차를 호텔과 인근에서 소화할 수 없었다.

픽업트럭부터 대형 트레일러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대유자동차 슬로바키아 현지법인에 협조를 요청, 촬영기간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 류지호가 물류센터를 방문했다.

그룹이 풍전등화에 놓여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인지 현지법인의 분위기도 매우 위축되어 있었다.

대유그룹 본사에서 파견 나와 있는 현지법인장이 류지호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흔쾌히 협조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국인끼리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야죠. 공짜도 아니고 말입니다.”


류지호가 대유 현지법인에 선물을 안겨줬다.


“뭘 좋아하실지, 뭐가 가장 필요할지 몰라. 내 기준에서 준비했습니다.”


경호원들이 박스를 가지고 들어와, 사무실에 늘어놓았다.

한두 박스가 아니다.


“이게 다 뭡니까?”

“봉지라면과 컵라면이 각각 다섯 박스, 고추장과 참치캔 같은.... 지난 번 찾아왔을 때 한국 라면 구하기가 힘들다고 해서, 준비하는 김에 여러 가지를 가져왔습니다.”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류지호가 가져온 각종 부식거리가 사무실 한편에 층층이 쌓였다.

피에스티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이 몇 달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야적장에 한 번 나가보시겠습니까?”


현지법인장이 류지호를 야적장으로 안내했다.

수백 대의 대유자동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한쪽에 <Remo : The Destroyer> 촬영팀의 차량 수십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시내로 들어오다 보니 대유차가 꽤 많이 보이더군요.”

“하하. 티코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혹시 에스페로 아십니까?”

“알죠.”


과거로 돌아온 류지호가 첫 자가용으로 생각했던 차다.


“에스페로가 이곳에서는 기업체 임원들이 타는 상당히 고급차에 속합니다.”

“대유차가 동유럽에서 경쟁력이 꽤 있는 모양입니다?”

“그 동안 현지 병원에 앰뷸런스를 기증하고 교회 건립 때 기부금도 내고.... 지역사회에 꾸준히 공헌하면서 판매기반을 닦았습니다. 스코다에는 뒤지지만 현지공장을 가지고 있는 독일차보다 판매량이 많습니다.”


대유자동차 슬로바키아 법인장은 자신의 성과를 한껏 자랑했다.

슬로바키아 법인장으로서는 류지호의 영화에 대유자동차가 어떤 식으로든 노출되길 바랐다.

본사에서 PPL까지 챙길 여력이 없어서 계약을 맺지는 않았다.

미안하지만, 대유차가 영화에서 등장할 일은 없다.

<Remo : The Destroyer>의 자동차 PPL은 독일의 국민차 브랜드와 체결되어 있었으니까.

도움주신 분에 대유자동차 슬로바키아 공장이 표기되기는 하겠지만.

류지호는 제작진의 차량을 지킬 Pinkerton Corp. 직원들을 격려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다음날.

점심시간 전에 대통령 궁으로 들어가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했다.


“대유의 투자가 끊길 경우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국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대유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계속된 대통령의 말 속에서 결국 속뜻을 알아차렸다.

류지호가 미국과 한국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대유그룹 계열사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것까지 파악한 상태였다.

사실 99년을 앞두고, 동구권과 중앙아시아 경제에 '대유 비상' 이 걸렸다.

경제규모가 작고 '대유 의존도'가 큰 지역들이 대체로 더 심각했다.


“대유그룹은 슬로바키아,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우크라이나 등에서 5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만약 대유그룹이 무너진다면 현지 사업체에서 대규모 실업사태는 물론 국가 기간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판입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맛있는 음식을 구겨 넣으며 참았다.


“자동차 공장이 사실상 대유 한 곳뿐인 우즈베키스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처지죠. 생산 및 판매점유율이 90% 이상을 웃도는, 사실상의 독점기업인 대유와 현지 정부가 체결한 조인트 벤처 투자가 차질을 빚을 경우 국가 기간산업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류지호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영화촬영 협조에 대한 슬로바키아 당국에 감사를 표하기 위한 오찬자리다.

투자 가능성 타진을 위해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가 아니다.

류지호는 도널드 제이콥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자신 대신 대통령과 비서실장을 상대하라는 의미였으니까.

정치인들이 그 같은 눈치를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다.

이후로 경제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류지호는 편안하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대통령궁을 나섰다.


“슬로바키아 인구가 얼마나 됩니까?”

“500만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석보좌관이 되어서도 여전히 도널드 제이콥은 걸어 다니는 검색서비스다.


“상당히 작은 시장이군요?”

“자동차나 전자제품이라면 모를까 극장체인을 진출해 본들 큰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차라리 헝가리나 폴란드, 오스트리아라면 모를까......”

“아직 JHO나 가온이 동유럽 국가에는 정식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상태라죠?”

“그렇습니다.”

“극장체인 진출을 떠나서 미리 사전작업을 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대유그룹은 해체될 수밖에 없으니까.


“사전작업이라 하시면?”

“대유가 현지에서 좋은 평판을 얻은 것처럼, 병원 건립에 기부 좀 하고, 동구권 나라 영화에 투자 좀 하고요.”

“경제사정이 상당히 열악한데 영화를 만들고 있겠습니까?”

“세상이 할리우드 영화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영화는 만들어지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스탠 크레이그 총괄사장에게 뜻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유그룹의 해체는 단순히 기업 하나 망가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이 10년 가까이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와 인프라까지 송두리째 증발시켜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황제경영과 무차별 차입을 통한 문어발식 확장 특히 크나큰 범죄행위인 분식회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동남아시아의 신흥국 중심으로 한 이른바 대유그룹의 세계경영은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오성, 금성, 경일차그룹 등이 이어받으면 좋으련만.

그들도 자기 앞가림하기 바빠 여유가 없다.

암튼 대유그룹 해체의 여파로 대유가 뚫었던 해당 지역 네트워크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그를 재건하기 위해 10년 가까이 걸리게 된다.


‘부정과 편법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성은 언젠가 들통이 나고, 그로 인해 무너지는 것을.....’


류지호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만약 대한민국에 외환위기도 없고, 일본처럼 의원내각제 하에서 권력 사유화가 뿌리 깊게 정착되어 있었다면, 어쩌면 대유그룹은 정치권의 비호를 받으며 승승장구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일본의 수많은 좀비기업들이 그런 식으로 생존하고 있고, 몇몇 글로벌 기업까지 정경유착 하에서 부실과 방만을 숨긴 채로 떵떵거리며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남의 집구석 알 게 뭐냐...’


주로 서비스업을 전개하는 JHO와 가온은 당장 동유럽에 진출해봐야 얻을 것도 없다.

그럼에도 고위급들과 안면을 익혀놓아서 나쁠 것은 없다.


❉ ❉ ❉


발칸반도의 국가들에는 폐허를 복구하지 못한 지역이 여전히 남아있다.

슬로바키아 역시 마찬가지다.

수도 브라티슬라바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아파트와 건물들이 널려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은 겨울날씨와 어울려 더욱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한 마이크 리바가 지휘하는 미술팀은 브라티슬라바 북쪽 산악지역에 위치한 방치된 폐허 마을 하나를 촬영세트로 완전히 개조했다.


“정부로부터 건물을 폭파하거나 훼손해도 된다는 허락도 받아 놨어.”

“마을 중앙에 위치한 교회건물은 보존하자고.”

“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래?”

“그것까진 몰라. 종교시설이라는 것이 꺼림칙해서 그래.”

“알겠어.”


4주 20회 차 안에 슬로바키아 로케이션을 끝내야 했다.

상당히 촉박한 일정이다.

따라서 스펜서 베어드의 2nd Unit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그들은 브라티슬라바 북쪽 산악지역 숲과 계곡에서 따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로 CG합성 소스와 숲속 추격씬에서 스턴트 더블이 출연하는 분량을 소화하게 된다.

실제 배우 얼굴이 등장하는 커트들은 감독인 류지호가 촬영한다.

2nd Unit의 연출 감독이 배우의 연기까지 손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부 감독은 그런 장면까지 2nd Unit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긴 했다.

그런 경우는 감독과 유닛 연출팀의 신뢰가 매우 두터울 경우다.


“필름 아끼지 말고, 충분히 찍어 와요.”


스펜서 베어드가 류지호 답지 않은 말에 놀라 되물었다.


“스토리보드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이번 주 촬영에 세 개 유닛만 있어도 될 것 같아요. 스펜서가 두 개 유닛과 촬영하세요.”

“순탁 오와 대평원 전투씬이 예정되었던 것 아니었어?”

“눈이 올 것 같다고 하네요. 그 전에 맨몸 추격씬 촬영을 마쳐야 할 것 같아요.”

“그랬군. 맡겨둬!”

“믿어요.”

“다녀올게. 주말에 보자.”


2nd Unit이 류지호의 배웅을 받으며 산악지역으로 떠났다.

남은 본대는 브라티슬라바 외곽의 아파트 단지에 마련한 세트에서 촬영을 이어갔다.


후우.

하아.


최영웅과 헨리 깁슨이 경직된 몸을 풀기 위해 가볍게 합을 주고받았다.

홍콩과 충무로 양쪽 스타일의 격투액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최영웅은 Vic & Jay 파이트 액션팀의 훌륭한 코치였다.

특히 헨리 깁슨은 틈만 나면 최영웅과 함께 맨손격투 합을 맞춰보고 있다.


“헨리!”

“응.”

“할리우드에서는 감독이 척척박사여야 하는 거야?”

“천만에. 무식쟁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Jay는 정말 특별한 감독에 속해.”


국제영화제에서 진지한 영화로 수상까지 한 주제에 현역 무술팀에게도 생소한 ‘파쿠르’를 알지 않나, 류지호는 겪어볼수록 모르는 게 없는 만능 같았다.


“니콜라스를 데려오지 못한 것이 아쉽네.”

“그러게 말이야. 그가 있었다면 파쿠르 맛을 좀 더 극대화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지역에서 촬영할 시퀀스는 세르비아계 민병대 중에서도 가장 악질로 알려진 아르킨 부대의 추격으로부터 레모 윌리엄스가 달아나는 상황이다.

‘파쿠르’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탈출 시퀀스라고 할 수 있다.

류지호는 이 장면의 액션 디자인에 <13구역>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디테일한 쇼트와 편집감까지는 기억하진 못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얼추 기억해냈다.

게다가 본인이 10년 넘게 태권도를 수련을 하면서 몸을 쓰는 것에 대한 감이 있어서 똑같은 액션 디자인을 흉내 낼 수는 없지만, 영화적인 맛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액션 아이디어를 스턴트팀에 알려줄 수 있었다.

사실 트라이-스텔라 프랑스 지부를 통해 ‘야마카시’팀을 초청하려고 했다.

타이밍이 좋지 못했다.

이 시기가 ‘야마카시’ 팀이 둘로 쪼개지던 때였던 모양이다.

니콜라스 벨르는 이제 막 태동시킨 새로운 팀 활동을 이유로 장시간 프랑스를 비울 수 없다고 전해 왔다.

대신 Vic & Jay 소속 아크로바틱 코디네이터를 프랑스로 보내 니콜라스 벨르가 새롭게 구성한 팀에서 ‘파쿠르‘의 정수를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프랑스에서 니콜라스 벨르와 함께 탈출 시퀀스를 디자인한 후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촬영한 시퀀스가 영화에 담기게 되면 <Remo : The Destroyer>가 파쿠르가 소개되는 첫 영화가 된다.

이전 삶에서는 <야마카시>는 2001년, <13구역>은 2004년에 개봉되었다.

두 영화 모두 폴 베숑이 기획, 각본, 제작한 영화였다.


절레절레.


류지호를 따라다니며 최영웅은 할리우드 촬영현장의 적나라한 볼 꼴 못 볼꼴 다 보고 있다.

돈 주고도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분명 낮 촬영이다.

그런데 하늘에 태양이 두 개가 떠 있다.

지금까지 카체이싱이나 파이트 액션은 몸풀기였던 모양이다.

본격적으로 스케일이 엄청나게 큰 장면들을 찍기 시작했다.

먼저 대형 크레인 네 대가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두 대는 대용량 HMI 조명이 올라가 있다.

다른 두 대의 크레인에는 와이어가 달려있다.

현장 곳곳에 액션장면을 안정감 있게 촬영할 수 있는, 홍콩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고가의 신비스러운 장비들이 즐비했다.

사실 류지호도 처음 보는 장비들이 꽤나 많았다.

한창 조감독으로 잘 나갈 때 비슷한 장비를 빌리려면 200~300만 원이었다.

비싸서 엄두도 못 냈다.

제작실장이 못 쓰게 하기도 했고.


“류 감독.... 이 나라가 물가가 싸서 그런 거야? 아니면 미국 영화는 다 이래?”


류지호가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효율을 중시해서 그래. 하루 촬영 나와서 소화해야 하는 분량이 정해져 있어서 상업영화들은 현장에 장비들을 쌓아놓고 촬영하지.”

“아무리 효율을 추구해도 그렇지... 저게 다 돈인데.”

“달리 블록버스터겠어?”

“충무로는 장비를 다 수입해야 해서 열악할 수밖에 없는데.... 정말 부럽다.”

“업체 입장에서는 수입하려고 해도 단가가 맞아야 장비를 들여오니까. 괜히 비싼 돈 들여서 가지고 와서 안 써먹으면 손해잖아.”


실제 충무로 특수효과 업체나 스턴트팀에서는 단가가 맞지 않아 못 들여오는 장비들이 많았다.

그래서 직접 장비를 만들어 사용하거나, 비교적 저렴한 유사 장비를 미국에서 들여와 개조해서 사용하는 형편이다.


“솔직히 방사룡도 홍콩에서 이 정도로 장비를 펼쳐 놓고 찍지는 못해.”

“할리우드에서 작업한 방사룡 영화들은 다 이렇게 했을 걸?”

“저 장비들이 충무로에도 제대로 갖춰지면 질 좋은 액션영화가 나올 텐데.”

“걱정 마. 네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 즈음에는 A급으로 싹 다 준비해 줄 게. 빅키팀과 일하는 동안 사용법과 활용법이나 잘 익혀둬.”

“매번 이런 식으로 영화를 찍고 있었던 거냐?”

“그럴 리가. 작은 영화만 찍었어. 제일 제작비가 많이 든 영화가 900만 달러였든가.....”

“100억짜리 영화가 작은 영화라고?”

“작은 영화지 그럼. 네 하루 일당을 생각해봐.”


끄덕.


곧바로 납득하는 최영웅이다.

비조합원이라서 일당이 저렴했다.

그럼에도 1,500달러다.

이 시기 환율로 200만 원이 넘는 액수다. 충무로 A급 스턴트맨 하루 일당이 70만원 안팎이다.


“시간만 더 주면 스턴트맨이 와이어 없이 액션을 소화할 수 있을 텐데....”


맨몸 파쿠르를 선보일 순 없다.

안전사고에 대한 할리우드의 암묵적인 규칙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 크레인 두 대에 와이어를 걸어놓은 것이고.

안전장치를 아무리 잘 갖춰놓고 촬영했더라도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나중에 소송에 걸릴 수도 있다.


“내가 컴퓨터 그래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스턴트맨들의 자리를 뺏기 위함이 아니라 너희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함이야.”


류지호가 프리비주얼을 재생시켰다.

최영웅에게 실제 배우, 스턴트맨 그리고 컴퓨터그래픽이 어떻게 적절히 배합되는지를 프레임 인 프레임 방식으로 설명해 주었다.

최종적으로 얼마나 풍부한 장면이 만들어지는 지까지 대략적으로 알려줬다.


“나중에 완성된 걸 봐야 감이 잡히겠어.”

“작은 부분까지도 꼼꼼하게 배워 둬. 네가 한국에 돌아가면 <퇴마기록> 시리즈의 액션 시퀀스를 디자인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배창훈 감독님의 <퇴마기록>?”


류지호는 더 이상의 말을 삼가고,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판타지 영화의 액션 디자인은 결국 상상력이다.

리얼 파이트와 다르다.

아직은 할리우드에서 되는 것이 충무로에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최영웅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삼류는 새롭고 신기한 것을 보여주면 흉내 내려고 한다.

일류는 해석해서 다르게 하려고 한다.

초일류는 뛰어넘는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한다.

류지호가 아는 최영웅은 마인드만큼은 초일류였다.


✻ ✻ ✻


건물 옥상 곳곳에 대용량 조명기들이 설치되어 있다.

공사장 인부들이 통행하도록 만들어주는 비계(아시바)가 건물마다 마련되어 있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 불러 모은 일렉트리션들이 best boy(조명 1st)의 지시에 따라 조명과 배선을 옮겼다.

서구권 영화현장에서 전기를 연결하는 것은 반드시 개퍼(gaffer)의 지시가 있어야 한다.

할리우드에서는 키그립(key grip)의 지시에 따라 그립(또는 stagehand)이 달리와 크레인 등을 다루고, 조명기도 함께 옮긴다.

best boy는 개퍼의 지시에 따라 조명기의 위치와 필터 등을 조정한다.

이들 모두는 자신 권한 밖의 일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따라서 그립이나 일렉트리션들은 촬영 및 조명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을 할 수가 있다.

일당 잡부에 가깝기 때문이다.

조명 풀세팅을 끝마친 3개 국가에서 모인 일렉트리션들이 촬영장을 떠났다.

그들은 촬영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 현장으로 다시 돌아와 철수 작업을 돕게 된다.

얼핏 보면 일당제로 돌아가는 막노동판과 시스템이 비슷해 보인다.

숙련된 일손들(캐퍼, 키그립, 베스트 보이)이 현장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일당 잡부(그립, 일렉트리션)들은 육체적 노동이 필요할 때만 불러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Set!"


첫 날과 둘째 날은 건물 외부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주로 촬영했다.


“Stand By!"


메가폰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류지호의 목소리에 윌리 워커가 호흡을 골랐다.


후우웁. 후우.


그는 현재 2층 창가에 서 있다.

저 아래 바닥에는 푹신한 매트리스 안전장치가 준비되어 있다.

Vic & Jay 센터에서 훈련받은 대로 하지 않으면 자칫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겁을 집어먹거나 긴장한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악명 높기로 유명한 파도들을 정복했던 몸이다.

겨우 이 정도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액션!”


액션 장면의 'Cue' 는 스턴트 코디네이터인 빅키 햄휴즈의 몫이다.


휘릭.


윌리 워커가 날다람쥐 같이 가볍게 2층 창문턱을 뛰어 넘었다.


퉁.


안전 매트리스에 착지한 후에 곧장 카메라 오른쪽으로 빠져나갔다.

카메라는 절묘하게 매트리스 부분을 자르고, 윌리 워커의 무릎이 살짝 보이도록 잡았다.

이런 장면에서는 스턴트 더블과 배우가 번갈아 가면서 촬영을 하기 때문에 뛰어내는 것 따로 찍고 바닥에 착지하는 것 따로 찍는다.

다행히 윌리 워커의 운동신경도 뛰어나고 훈련도 충실히 받았기에 이 정도 액션 연기는 본인이 충분히 소화 가능했다.

게다가 류지호는 커트를 조잡하게 나눠서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때문에 바닥에 착지한 후에 ‘똥폼‘ 잡는 전형적인 액션영화 클리셰는 류지호의 영화에서 보기 쉽지 않다.

차라리 착지하는 커트를 넣질 않는 한이 있더라도.


“커트!”


류지호는 특별히 촬영을 간섭하지 않았다.

느긋하게 액션을 지켜봤다.

프리프로덕션에서 충분히 논의했기 때문에 따로 훈수를 둘 부분은 없었다.

“빅키.....!”

“왜? 무슨 문제라도....”


윌리 워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다시 해 보면 안 될까?”

“지금 괜찮았어.”


윌리 워커가 모니터스테이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류지호가 손을 들어 ‘Ok' 수신호를 보냈다.

윌리 워커가 아쉬움에 2층을 올려다보는데.


치이익.


- 윌리가 한 번 더 해보고 싶다고 하면 하도록 해줘.


류지호의 승낙이 떨어졌다.

윌리 워커가 언제 아쉬워했나 싶게 씩씩하게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진짜 나이스하고 젠틀한 친구란 말이야.’


류지호가 저 멀리 2층 창가에서 뛰어내리는 동작을 시뮬레이션 하는 윌리 워커를 바라봤다.

성격이 묵직한데, 한편으로는 대단히 친절한 성품이다.

항상 조용히 움직이고 매사에 신중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류지호에게 조용히 다가와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운동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무수한 반복촬영에도 불평 한마디 안 했다.

머리까지 좋다.

간혹 류지호가 요령 있게 설명을 못할 때도 있었는데, 찰떡 같이 알아들었다.

연기할 때는 류지호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했다.

류지호의 디렉션이 너무나 깔끔했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기도 했고.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류지호는 모리스 메타보이로부터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현장 괴담을 워낙 많이 들었다.

그런데 샘 잭슨이나 크리스 워컨은 류지호의 예상을 빗나가는 행동을 하기 일쑤다.

그것도 좋은 쪽으로.

조감독이나 프로덕션 매니저가 류지호에게 속도를 내라고 부추기면 -


“감독은 아티스트니까 충분히 시간을 갖게 내버려둬.”


그런 식으로 나서준 적도 여러 번이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중견 배우들이 류지호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모습이 최영웅이 볼 때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다.


‘충무로 가서 이야기 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


아직은 할리우드에 대한 환상이 판타지 수준이라서 그렇다.


“액션!”


빅키 햄휴즈의 외침이 메가폰을 타고 촬영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세르비아계 아르킨 민병대 복장을 한 엑스트라들.

그들 사이에 섞여 있는 스턴트맨들.

윌리 워커를 붙잡기 위해 총을 쏘고 사력을 다해 뛰어다니고 난리도 아니다.

무장군인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영화에 등장한다면 보통 군사관련 고문을 따로 고용한다.

류지호는 그럴 필요가 없다.

주변에 군사방면의 전문가가 널리고 널렸다.

Pinkerton Corp. 경호원들 대다수가 군출신이다.

특히 경호팀을 지휘하고 있는 파벨 노보트니는 미군은 물론 보스니아 군대의 훈련교관까지 거친 인물이다.

군 관련해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에게 물어보면 즉각 고증이 가능했다.

아르킨 부대원으로 출연하는 엑스트라들은 대부분 슬로바키아 현역병이다.

그들의 복장에는 호랑이 얼굴이 새겨진 패치가 붙어있다.

보스니아 내전당시 악명을 떨친 세르비아계 민병대였던 아르칸의 표식을 떠올리게 한다.

일명 ‘타이거’ 부대다.

노골적으로 아르킨 민병대의 표식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영화적으로 표식을 변형했다.

실제로 아르킨 부대원들은 수준 높은 훈련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보스니아 내 회교도 학살을 자행하며 악명을 떨쳤다.

슬로바키아 군인 일부가 그걸 알고 아르킨으로 출연을 거부하는 일도 있을 정도로 최악의 집단이었다.


“액션!”


윌리 워커와 스턴트 더블이 번갈아 가면서 건물 옥상 위를 질주했다.

날렵하게 벽을 타고, 배수구를 타고 기어오르고, 각종 지형지물을 이용해 뛰어 넘었다.

날다람쥐가 따로 없다.

난간을 박차고 날아올라 구조물을 철봉인양 빙그르 몸을 회전해 기계체조 선수처럼 난간에 올라서기도 하고, 심지어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가 난간을 붙잡고 다시 아래 층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모습까지.

온갖 파쿠르 기술에 트릭킹 동작까지 섞어서 선보였다.

중간에 코믹한 장면도 넣었다.

아르킨 민병대 지휘관이 권총을 겨누자, 레모가 시그니처 액션인 총알 피하기를 시도하려 한다.

그런데 지휘관 뒤에서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우르르 등장한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걸음아 나살려라 달아날 수밖에 없다.

별 것 아니지만 이런 것들이 의외성이다.

양치기 소년처럼 관객들의 예상을 조금씩 벗어나게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중요한 순간에 저절로 서스펜스가 만들어진다.

주인공이 총알 피하기가 가능한 세계관이지만, 못 피할 수도 있다.

그 같은 가능성을 관객에게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상황을 에피소드에 넣었다.

어쨌든 레모 윌리엄스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보다 못한 숙명의 추격자 리보비치 마시코프가 수류탄을 까서 던진다.


또르르.


수류탄이 레모 윌리엄스의 발치에서 나란히 굴러간다.

마치 인간과 수류탄이 달리기 시합이라도 벌이듯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레모의 눈앞에 펼쳐지는 막다른 난간.

관객은 건너뛰어야 할 반대 편 건물과의 거리를 주인공보다 먼저 보게 된다.

생각보다 멀다.

과연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화려한 파쿠르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관객은 어려움 없이 건널 것이라 예상한다.

그런데 류지호는 예상 가능한 상황에 변수를 하나 넣어 놨다.

바로 수류탄이다.

레모 윌리엄스가 이판사판으로 건너편으로 뛰어 넘으려고 시도한다.


꽝!


레모 등 뒤에서 수류탄이 폭발한다.

수류탄 폭발은 CG로 조금 더 과장되게 표현될 예정이다.

수류탄 폭발 반경에 들어와 있었다면 초인일지라도 부상을 입는다.

류지호는 자상하게도 철판이라는 미술적 꼼수까지 깔아놓았다.

철판만 하나 덜렁 있으면 작위적이라서 옥상에 부서지고 망가진 철제 구조물 미장센을 세팅해 두었다.

폭발은 철판을 날려버리고, 철판이 레모 윌리엄스의 등짝을 친다.

건물을 뛰어넘는 레모 윌리엄스에게 추진력을 제공한다.

수류탄 폭발까지 막아주는 것은 덤이고.


텅!


철판이 먼저 건너편 옥상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바닥에 박힌 듯 꼿꼿하게 서있던 철판이 쓰러지면 그 너머로 레모 윌리엄스가.... 안 보인다.

결국 건너지 못하고 떨어진 모양이다.


턱.


난간에서 불쑥 손이 올라온다.

이어 기어오르는 레모 윌리엄스를 보여준다.

류지호는 레모 윌리엄스에게 쉬운 길을 가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주인공은 굴려야 제 맛이고, 고생은 언제나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니어야 하는 법이지.’


어차피 주인공이 개고생해도 관객들은 고구마 먹은 표정을 짓지 않는다.

언제나 마지막에 가서는 클리셰가 화려하게 장식하기 때문이다.

바로 건너편에서 닭 쫓던 개 쳐다보는 듯한 악당의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액션영화마다 지긋지긋하게 보는 시퀀스다.

그런데 똑같은 것도 편집을 어떻게 가져가고 BGM을 어떻게 쓰며 사운드 이펙트를 어떤 지점에서 강조할지에 따라 느낌이 다 제각각이다.

게으른 감독은 관습대로 촬영하고 이어붙일 뿐이다.

영리하고 센스가 있는 감독은 디테일을 추가하거나 클리셰를 비튼다.

류지호는 전자의 감독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감독이 되어가고 있다.


다음날에.

또 그 다음날도.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액션 시퀀스를 촬영했다.

와이어 액션이 스턴트 액션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촬영기법에도 활용된다.

카메라 오퍼레이터가 직접 와이어를 몸에 달고 배우와 함께 뛰어다니며 촬영을 하거나, 건물의 경사진 구조물을 미끄러지는 장면을 찍을 때도 배우와 똑같이 와이어를 달고 미끄러지는가 하면, 스태디 캠 오퍼레이터까지 와이어를 몸에 부착한 채 배우와 함께 질주하다가 크레인 발판에 올라서서 공간을 이동하는 묘기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공간을 뛰어넘어 시점을 옮기는 고난이도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촬영기법들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사용한 경우가 많지 않았을 뿐.

류지호는 빅키 팀이 찍고 있는 쇼트들의 길이와 프리비주얼을 비교해 보았다.

대략적인 편집 타임을 계산해보았다.


“2분 30초에서 40초.... 최대 3분까지 가능할 것 같네.”


최대 3분 분량을 만들어내기 위해, 5일간 촬영을 진행했다.

하루 60초의 러닝타임 분량을 촬영한 것이다.

몇 십초를 얻기 위해 일주일 꼬박 촬영하는 것에 비하면 양반이다.


작가의말

슬로바키아 병사들이 태업을 하는 에피소드를 리메이크에서 새롭게 추가하려고 했습니다만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극적 전개를 위해 사건이나 갈등을 보여주려는 것은 아니고, 해외 로케이션이나 영화촬영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 중에 하나로 묘사하려고 했으나, 괜히 글만 늘어질 것 같아서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6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2) +13 23.01.17 4,062 157 27쪽
395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1) +6 23.01.16 4,106 150 24쪽
394 좀 더 자신을 믿어보게. +10 23.01.14 4,108 149 27쪽
393 Surfin USA! (3) +8 23.01.13 3,936 146 21쪽
392 Surfin USA! (2) +8 23.01.12 3,988 144 20쪽
391 Surfin USA! (1) +9 23.01.11 4,061 146 23쪽
390 뭐라도 해보려는 시도는 좋아요. 다만.... +9 23.01.10 4,114 141 27쪽
389 잘 익을 때까지 뜸들이기! +11 23.01.09 4,049 148 26쪽
388 성급하게 솥뚜껑을 열지 않도록.... (2) +11 23.01.07 4,077 142 27쪽
387 성급하게 솥뚜껑을 열지 않도록.... (1) +8 23.01.06 4,104 140 24쪽
386 내 집 걱정이 먼저! +3 23.01.05 4,127 137 27쪽
385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3) +8 23.01.04 3,916 142 28쪽
384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2) +8 23.01.03 4,035 147 27쪽
383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1) +10 23.01.02 4,033 142 25쪽
382 업무의 완성은 휴식입니다. (2) +11 22.12.31 4,054 148 24쪽
381 업무의 완성은 휴식입니다. (1) +7 22.12.30 4,157 140 26쪽
380 退魔記錄. (2) +10 22.12.29 4,006 142 28쪽
379 退魔記錄. (1) +8 22.12.29 3,927 117 25쪽
378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아닙니까? (2) +6 22.12.28 4,079 139 22쪽
377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아닙니까? (1) +7 22.12.27 4,155 139 21쪽
376 할 일이 많아서 당장 결혼은 좀..... +8 22.12.26 4,249 144 25쪽
375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2) +6 22.12.24 4,128 150 23쪽
374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1) +11 22.12.23 4,282 147 24쪽
373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2) +5 22.12.22 4,244 143 24쪽
372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1) +7 22.12.21 4,283 137 26쪽
371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2) +9 22.12.20 4,092 143 24쪽
370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1) +6 22.12.19 4,118 143 24쪽
369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3) +7 22.12.17 4,119 150 24쪽
368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2) +5 22.12.16 4,120 150 24쪽
367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1) +9 22.12.15 4,149 143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