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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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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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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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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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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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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완전한 지주회사(Holding Company) 체제로 개편하겠단 말이지?”


모리스 메타보이가 류지호와 독대하며 드물게 진지한 표정과 태도를 보였다.


“계열사가 30개 가까이 되면서 기업 관리가 어려워졌어요.”

“그 사이에 기업을 그렇게까지 인수합병했나?”

“엔터테인먼트 기업 부문보다 IT와 기술기반 제조업체들 그리고 서비스업종 계열사가 많이 늘었어요.”

“내가 영화부문을 책임지면 되는 건가?”

“그룹 체제로 개편된 지주사 회장도 겸임해주세요.”


모리스 메타보이가 매우 놀란 얼굴로 류지호를 쳐다봤다.


“....회장?”

“저는 계속 이사회 의장으로 남고 싶어요.”


모리스 메타보이는 당황해야 할지 좋아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해야겠어요.”

“ParaMax는?”

“미니 메이저 체제로 개편하려고요.”

“PolyGram Working Title 인수합병 협상 중이라고 하더니, 디맨션 필름까지 묶어서 스튜디오 체제로 만들 생각이구만.”

“네. 초창기 트라이-스텔라 성장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모리스 메타보이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구체적으로 말해보게.”

“JHO Company Holdings가 지배하는 구조겠지만, 중간지주사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중심으로 산하에 영화·텔레비전·홈엔터를 아울러야겠죠.”

“Hughes/DirecTV는?”

“인수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요. 만약 인수·합병할 수만 있다면 트라이-스텔라 산하로 편입시켜야겠죠.”


미국의 지주회사 체제하에서는 다수의 기업이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존재하지만, 모자회사 사이의 출자지분은 대부분 100%다.

지주회사라는 명칭은 갖고 있지만, 실상은 오히려 단일기업(Stand-alone) 체제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의 100%를 보유하면, 자회사는 당연히 비상장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식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지주회사만 상장하는 편이다.

류지호가 자신 소유 기업들을 미국식 지주회사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모든 계열사의 지분을 지주회사로 모아야 했다.

그리고 자회사의 기존 지분 보유자들에게 지주회사 지분으로 보존해줘야 했다.

현금을 원하면 그렇게 보상해주면 되고.

자회사와 계열사들이 독립회사로 남겠다고 우긴다고 될 일도 아니다.

JHO Company Holdings가 전 계열사의 지분 상당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지주회사는 크게 사업지주회사와 순수지주회사로 구분할 수 있는데, JHO 지주회사는 다른 사업은 하지 않고 자회사 주식을 보유만 하는 순수지수회사 형태가 아닌, 별도로 자체적인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사업지주회사가 될 예정이다.


“기껏 선셋 스튜디오로 자회사를 모았는데, 다시 흩어놔야 하겠구만.”

“아니요.”

“......?”

“미국식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면서 하나를 더 추가해 보려고요.”

“뭔데?”

“Playa Vista를 개발할 생각이에요.”

“스티븐 아들러가 손댔다가 망한 그 Playa Vista?”

“망했다기보다는 시도조차 못해보고 발을 빼는 거죠.”

“컬버시티가 아니라 Playa Vista에 스튜디오를 짓게?”

“Hughes Aircraft 부지에 초대형 격납고도 있고, 트라이-스텔라가 그룹으로 개편되면 영화편수도 더 늘어나겠죠. 최소한 유니벌스나 워너-타임 규모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봐요.”


모리스 메타보이는 너무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류지호가 얼마나 엄청난 거금을 1년 안에 손에 쥐게 될지 몰라서 그렇다.

만약 안다면 모리스 메타보이가 나서서 사업 확장을 주장했을 지도 몰랐다.


“암튼 Playa Vista 개발은 방법을 찾고 있어요. 이해당사자들이 만족할 만한.”

“당장 그룹개편과 병행하는 건 아니지?”

“그럼요. 스티븐 아들러 컨소시엄이 완전히 발을 빼야하니까.”

“언제?”

“못 버틸 것 같더라고요. 곧 결판이 날 것 같아요.“

“트라이-스텔라가 Playa Vista로 간다고 쳐. 다른 스튜디오들은?”

“선셋가의 스튜디오는 다른 계열사가 사용해야겠죠.”

“ParaMax?”

“완전히 LA로 옮겨오는 방법도 있고, Timely Studios가 사용할 수도 있고.... 그리고.... 한국에 테마파크를 지을 생각이에요.”


처음이다.

류지호가 테스크포스팀을 제외하고 말을 꺼낸 것이.


“인구 오천 만에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이 천 만 명도 안 되는 나라에?”

“자세히 말씀 못 드리는데, 테마파크가 들어가는 김에 심시티 좀 해보려고.”

“......?”

“한국의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야 해서 준비가 좀 필요해요.”

“무슨 담판?”

“한국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수천만 평을 달라고 할 거거든요.”

“......?”

“어바인 같은 도시를 하나 만들어 볼까 해요.”


모리스 메타보이는 당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려고? 채권 발행하게?”

“나와 금융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처분해야겠죠.”

“설마 모두 팔아치우려고?”

“말씀드렸잖아요. 수백 억 달러가 소요될 것 같다고.”

“영화 사업은?”

“지금까지 영화 사업 수익은 고스란히 재투자되고 있잖아요. 달라질 건 없어요.”

“위성방송 이야기도 나오던데?”


류지호의 표정이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호퍼 사장에게 들었어. 의장 비서실은 아니야. 다른 이에게 말을 옮기지는 않았으니까 안심해.”

“Se7ven Flags도 정상화 시켜야 하고, 케이블 채널이나 위성방송 인수도 해야 하고, Playa Vista도 개발해야 하고, 한국에 테마파크도 지어야 하고... 스무 종목 정도 빼고 다 처분할 생각이에요.”

“백억 달러가 훌쩍 넘을 텐데, 그걸 다 증자와 신규 사업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예.”


사업을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은 없다.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받았지.

류지호로서는 닷컴버블이 터지기 전에 처분할 명분을 얻는 것이었지만.


“월가 일각에서 실리콘밸리를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어요. 사고가 터질 거라고 경고하기도 하고.”

“사고?”

“과열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정치권 로비가 장난 아니라네요. 그렇다는 말은 부정부패 스캔들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어요. 뉴욕의 투자사 분석가들이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고평가되고 있는 몇 개 기업을 주시하고 있는데, 회계 오류를 몇 개 발견한 모양이더라구요.”


월가의 소위 높은 자리에 앉은 이들은 정보통신 분야 기업에서 분식회계와 정치권 결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를 대외적으로 터트릴 수 없었다.

한 기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금융권과 연쇄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뇌관을 잘못 건드리게 되면 정보통신 분야에서 대형사고가 터질 수도 있다.


“작년 말부터 실리콘 밸리에서 크고 작은 스캔들이 터지고 있어요. 청년 기업가들의 무절제한 유흥과 부실한 기업 운영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요.”


알고는 있지만, 방조하는 분위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워낙에 엄청난 돈이 실리콘밸리에 들어가 있다.

대형 벤처캐피탈조차도 이제 와서 멈추거나 포기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벤처투자에서 발을 빼고 싶은 거야?”

“그렇진 않고요.”

“네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주식을 팔게 되면 그 회사는 망할지도 몰라.”

“설마 당장 망하려고요?”

“가만 보면 자네만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류지호의 투자종목을 묻지마식으로 따라 들어오는 개인투자자들도 꽤나 많다.

만약에 류지호가 대량의 주식을 블록딜로 처분한다면 제아무리 장외에서 거래된다고 해도 주가가 출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류지호와 GARAM Invest에게 시장이 납득할 만한 명분이 필요했다.

벤처투자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고.

류지호를 따라서 눈치껏 기술주에서 빠지는 개인투자자가 있다면 더 좋고.


“대규모 개발 사업을 위해 자금을 마련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 물타기가 되겠죠.”

“그저 명분일 뿐인 거야?”

“진짜로 할 겁니다.”

“자네가 빅 비즈니스를 하겠다면 내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네만.... 영화 부문에도 신경 좀 써.”

“30만 평 이상 규모의 스튜디오를 지어준다니까요.”

“고정비만 잡아먹는 그깟 촬영소는 난 모르겠고.”

“매년 1.5억 달러 예산의 블록버스터 최소 4편을 제작하게 될 거예요.”

“왜 4편이지?”

“분기별로 나눠서 배급해야 하지 않을까요?”

“<타이타닉>이 성공했다고 지나치게 자신감에 차있는 거 아닌가?”

“어차피 블록버스터 제작비 상승은 정해진 흐름이잖아요. 트라이-스텔라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최소 5편이나 되고, <Remo : The Destroyer>까지 흥행에 성공하면...”


블록버스터와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좋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도 않다.

자칫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다.

트라이-스텔라가 배급하는 영화끼리 경쟁을 벌일 수도 있으니까.

모리스 메타보이가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당분간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안 나왔으면 좋겠어.”

“배급을 딴 스튜디오로 양보하시던가요.”


후우.


남 주기는 아까워 죽겠고.

자신들이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벅차고.

Timely Studios가 본격적으로 TCU와 독립 세계관 영화들을 내놓기 시작하면 트라이-스텔라는 더욱 정신이 없어질 터.

TCU 영화만으로 분기별로 영화를 한 편씩 극장에 걸릴 수도 있다.

JHO Company 계열 영화들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인다면서 영화 투자를 할 수 있겠어?”

“GARAM Invest의 영화펀드를 일반 고객에게 오픈할 예정이에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나저나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는 어떻게 되고 있나?”

“허드 여사가 저작권을 포기하기로 했어요.”

“제이미 캐머론은?”

“<스파이더맨>하고 싶다고 징징대서 <녹색지구>에 전념하라고 했어요.”

“아놀트는?”

“새로운 감독 선임에 대해 양보를 받긴 했는데.... 최고금액을 고수하고 있어요.”


아놀트 슈발츠네거는 할리우드 출연료 최고 기록과 러닝 개런티 10%를 요구했다.

이전 삶에서는 2,925만 달러 출연료와 러닝개런티 20%를 받았다.

류지호는 그걸 보장해 줄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었다.


“아놀트 빼고 새로운 이야기로 리부트 할 생각이야?”

“2,500만 달러, 15% 러닝개런티를 아놀트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려고요.”

“1억 달러는 무조건 넘겠지?”


이전 삶에서는 최종 예산이 1억 8,730만 달러였다.

이 예산에는 Carolco Pictures의 부채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간접비용이었던 2,0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1.5억 달러는 넘지 않도록 해야겠죠.”


모리스 메타보이는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에 대해 더는 왈가왈부 할 수 없었다.


“피터가 자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인수 의향을 내비치더군.”

“피터?”

“PARKs의 피터 체닌.”

“애니메이션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대요?”

“그것까지는 알 수가 없지.”


1972년 PARKs 애니메이션은 LOG 애니메이션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작년에 개봉한 <아나스타샤>를 제외하고는 재미를 전혀 보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시각효과회사 VIFX까지 경쟁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Hues & Rhythm에 매각해버렸다.

현재 할리우드 VFX 업체들의 수익률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적은 입찰가격으로 일감을 따내는 군소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놀트는 3,000만 달러를 요구하는데, CG가 얼마나 만만하게 보이면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고 안달인지.”

“소닉 픽처스 산하의 이미지웍스는 더 가관이야.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일감을 따내거나 군소업체 작업을 교묘하게 빼앗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VFX 업체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영화가 한정되어 있으니 업체들 간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톱4 VFX 업체들은 모회사 혹은 오너의 자금력으로 버티고 있다.

Hues & Rhythm 역시 류지호의 지원으로 외형적으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PARKs에서 준비 중인 애니메이션 상황은 어때요?”

“3,000만 달러 이상 까먹었어.”

“설마 올해만.....?”

“실사영화로 준비하던 <타이탄 AE>를 애니메이션으로 변경했거든. 프로젝트가 한 동안 개발지옥에 빠져있었던 모양이야. 셀 애니메이션에 CG를 결합하는 것으로 새롭게 방향을 잡았지만, 향후 제작비가 얼마나 더 투입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래.”

“그걸 떠안아야 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애니메이션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요?”

“관심이야 많지.”

“프로젝트는 있고요?”

“없어서 못했겠나?”

“빅3의 시장 장악력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군요?”


빅3는 LOG 애니메이션, 픽사트(PIXART), DreamFactory를 일컫는다.


“PARKs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셀 애니메이션이 주력 아니었어요?”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지. 다만 그들에게는 AzureSky가 남아 있어.”

“...음.”


류지호가 입을 다물고, 기억을 헤집었다.


‘<아이스에이지>가 AzureSky 작품 아니었나?’


제작국인 미국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더 인기가 많았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기억했다.


“PARKs 애니메이션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다 파악했어요?”

“개발지옥에 빠진 <타이탄 AE>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어.”

“AzureSky가 PARKs 자회사였던 가요?”

“자회사는 아닐 걸? PARKs가 지분투자를 했을 거야.”

“혹시 피터와 미팅을 하게 되면, AzureSky 지분도 넘길 수 있는지 운을 떼 보세요. PARKs 애니메이션이 개발 중인 프로젝트도 전부 넘겨줄 수 있는 가도요.”

“CG업계가 힘들다며? 또 업체를 인수하려고?”

“Hues & Rhythm은 광고와 방송 분야에서 영업력이 많이 부족해요. AzureSky와의 합병으로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애니메이션 스크립트는 트라이-스텔라도 많이 확보하고 있어.”

“스크립트는 많을수록 좋죠. 편 당 5만 달러, 많이 쳐줘도 10만 달러는 넘지 않잖아요. 그 정도는 쓸 수 있어요.”

“좋아. 피터와 대화를 나눠보지. 어차피 시간을 좀 끌어야 하니까.”

“시간을 끌어요?”

“애리조나의 PARKs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인원에 한정해 대대적인 감축에 들어간 모양이야.”

“얼마까지 정리할 것으로 보는데요?”

“상반기 150명, 최대 300명은 될 것 같아.”

“그 정도면 어느 정도 정리하는 거죠?”

“70~80% 사이를 해고한다고 보면 돼.”

“후아, 몸집을 확 줄여버리네요. 사업철수가 아니라면, 적어도 전통적인 셀 방식의 애니메이션 사업은 완전히 접는다고 보면 되겠네요.”

“우리가 악당이 될 필요는 없어. 올 연말까지 적당히 협상하면서 시간을 끌면, 조금 더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을 거야. 물론 우리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AzureSky도 함께요.”

“.....?”

“상징성이죠. AzureSky 멤버들이 MAGI 출신이잖아요.”

“참, 자네는 낭만적이란 말이야.”

“Hues & Rhythm이 보스필름이나 LMI와 비교해 기술력이나 시설, 인력 모두 비등한데, 단 하나 아쉬운 게 업계에서 선도적인 인물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 인물이 회사에 있어야 역사성이 생기죠. 마치 Moe가 트라이-스텔라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처럼.”


모리스 메타보이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맺혔다.


‘트라이-스텔라가 진정한 메이저 스튜디오가 된 건가.....?’


그렇다고 최고는 아니다.

모리스 메타보이는 LOG Company는 몰라도 워너-타임을 넘어설 때까지 할리우드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여담으로 MAGI는 1966년 뉴욕에서 설립된 컴퓨터 기술 회사다.

영화에 유의미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도입한 거의 최초의 영화라고 할 수 있는 <트론>을 작업했던 곳이다.

이곳 출신들이 여러 CG 회사로 흩어져 LMI과 함께 CG분야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운데 사이러스 웨지(Cyrus Wedge)란 인물이 AzureSky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1999년 가을.

AzureSky가 Hues & Rhythm Studios의 자회사로 편입되게 된다.

그리고 두 개의 애니메이션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바로 <타이탄 AE>와 <아이스에이지>다.


✻ ✻ ✻


류지호는 조 서노우를 불러 <24> 각본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 후에 수행원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출발하려고 했다.

NAB(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에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로 떠날 수 없었다.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 갑자기 잡혔는데, 월가에서 투자설명회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중국인 Jake Ma와의 저녁 약속이었다.


“GARAM Invest는 JP모웬이나 골드만대거스와 비교할 정도의 투자은행은 아닙니다. 하지만 월가에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투자신탁들 중에서 수위를 다툰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류지호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투자신탁이 GARAM Invest다.

워낙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유명했으니까.

저녁 식사 내내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는 Jake Ma의 태도로 인해 류지호는 열심히 자신 소유 금융사에 대해 어필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태권도 이야기가 나왔다.


“미스터 류가 태권도 고수였군요?”

“고수는 아니고.... 이제 겨우 서는 법 정도를 익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난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정식으로 도장에서 사사한 것은 아닙니다. 독학으로 수련하고 있지만, 태극권에 입문한지 꽤 된 것 같습니다. 하하.”


어린 시절 가난해서 태극권을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한 걸 성인이 되어 독학으로 수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로 비즈니스 대화보다는 무술과 역사 및 문화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투자를 받기 싫은가....?’


어쩌면 중국인 특유의 의심병 때문인지도 몰랐다.

무술 이야기로 화제가 돌아간 후로 류지호는 투자의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았다.

굳이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나중에 뉴욕증시에 상장하면 그때 주식을 모아도 되고.....’


중국과 관련한 투자는 들어가는 시점보다 빠져나오는 시점이 중요했다.

류지호가 죽기 전의 국제정치·경제·외교환경처럼 똑같이 흘러갈지는 알 수도 없고.


다음 날.


Jake Ma가 웨스트우드 집무실로 찾아왔다.

형식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류지호와 데이브 보우먼 앞에서 투자유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손세요시 회장처럼 류지호가 프레젠테이션 6분 만에 말을 끊는 일은 없었다.

Jake Ma가 처음 어떤 비전을 가지고 Aliba.com을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끝까지 경청했다.


“3,000만 달러 어떻습니까?”


류지호는 복잡한 질의응답은 생략하고 곧바로 배팅했다.


“.....!”

“부족하면 더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다.”

“투자를 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만.... 그 액수는 곤란합니다.”

“GARAM이나 JHO의 이름값으로는 부족한 모양입니다?”


당연히 투자자에게 많은 지분을 넘겨서 발생할 경영권 문제를 경계할 터.

또 한 가지는 월가 대형투자사에 비해 브랜드 명성이 떨어지는 GARAM의 투자로 인해 향후 미치게 될 제2, 제3의 투자처 문제로 Jake Ma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NAB쇼를 위해 몇 시간 후 라스베이거스로 떠나야 합니다. 오늘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면 나중에라도 데이브 보우먼과 다시 상의해도 됩니다.”


처음에 기대어린 태도에 비해 류지호의 태도가 냉랭해졌기 때문일까.


“500만 달러라면....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Jake Ma가 매우 조심스럽게 제안을 수정했다.


“내게서 500만 달러를 투자받고 다시 대형투자은행을 다시 찾아갈 생각입니까?”


무언은 곧 긍정이다.


“1,000만 달러 투자하겠습니다. 나와 계약이 성사되면 월가로 다시 가서 메이저 투자은행과 미팅을 해도 좋습니다. 만일 뉴욕에서 투자가 여의치 않으면 일본으로 가보십시오.”

“일본?”

“소프트인프라의 미스터 손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다고 요청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미스터 손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으니까요.”

“......?”

“미스터 손과 헨리 게이츠가 꽤 친분이 있습니다. 아실지 모르지만, 헨리와 저 역시 사적으로 자가용 비행기를 얻어 타고 다닐 정도로 친분이 있는 편이고. 헨리 게이츠가 미스터 손에 대해 그러더군요. 벤처투자에 대해 매우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끄덕끄덕.


Jake Ma가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한편 머릿속으로 분주하게 계산기를 돌렸다.

두 번의 만남을 뒤로 하고 Jake Ma가 중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3,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데 왜 싫다는 거지?”


류지호로서는 최종 투자액수를 받아들이지 않고 중국으로 가버린 Jake Ma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Aliba.com 투자가 결렬되는가 싶었다.

결국 8월에 Jake Ma가 미국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

500만 달러와 3,000만 달러 사이에서 한동안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1,500만 달러 투자로 합의를 보게 된다.

겁이 많은 것인지, 신중한 것인지.

Jake Ma는 지나치게 심사숙고 했다.

다시 일 년이 지난 후에 Jake Ma는 일본 소프트인프라를 찾아가 손세요시 앞에서 류지호에게 했던 프레젠테이션을 똑같이 하게 된다.

이미 류지호로부터 거금을 투자받았지만, 손세요시에게 1,000만 달러를 투자 받게 된다.

류지호와 손세요시의 투자를 받은 Jake Ma는 본격적으로 Aliba.com을 공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해서 2001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기게 된다.

류지호와 손세요시가 이 투자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보게 되는 것은 14년이 흐르고 난 후다.


작가의말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십시오.

추운 겨울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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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 뭐라도 해보려는 시도는 좋아요. 다만.... +9 23.01.10 4,097 140 27쪽
389 잘 익을 때까지 뜸들이기! +11 23.01.09 4,032 147 26쪽
388 성급하게 솥뚜껑을 열지 않도록.... (2) +11 23.01.07 4,063 141 27쪽
387 성급하게 솥뚜껑을 열지 않도록.... (1) +8 23.01.06 4,089 139 24쪽
386 내 집 걱정이 먼저! +3 23.01.05 4,109 136 27쪽
385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3) +8 23.01.04 3,899 141 28쪽
384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2) +8 23.01.03 4,020 146 27쪽
383 휴식의 완성은 업무죠! (1) +10 23.01.02 4,014 142 25쪽
382 업무의 완성은 휴식입니다. (2) +11 22.12.31 4,038 148 24쪽
381 업무의 완성은 휴식입니다. (1) +7 22.12.30 4,139 139 26쪽
380 退魔記錄. (2) +10 22.12.29 3,989 141 28쪽
379 退魔記錄. (1) +8 22.12.29 3,912 116 25쪽
378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아닙니까? (2) +6 22.12.28 4,063 138 22쪽
377 한국형 블록버스터 멋진 말 아닙니까? (1) +7 22.12.27 4,139 138 21쪽
376 할 일이 많아서 당장 결혼은 좀..... +8 22.12.26 4,232 143 25쪽
»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2) +6 22.12.24 4,113 149 23쪽
374 심시티 좀 해보렵니다. (1) +11 22.12.23 4,264 146 24쪽
373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2) +5 22.12.22 4,229 142 24쪽
372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1) +7 22.12.21 4,268 136 26쪽
371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2) +9 22.12.20 4,076 142 24쪽
370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1) +6 22.12.19 4,103 142 24쪽
369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3) +7 22.12.17 4,104 149 24쪽
368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2) +5 22.12.16 4,105 149 24쪽
367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1) +9 22.12.15 4,132 142 22쪽
366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5 22.12.14 4,155 144 27쪽
365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16 22.12.13 4,171 151 27쪽
364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10 22.12.12 4,244 147 27쪽
363 The Destroyer. (13) +7 22.12.10 4,143 145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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