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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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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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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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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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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월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야?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많은 사람들이 휴스턴을 우주항공산업의 도시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항구도시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심지어 미국인들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처음부터 항구도시였던 것은 아니다.

19세기에 운하가 뚫리고 나서 항구도시로 크게 발전했다.

사실 휴스턴은 미국에서 손에 꼽히는 물동량을 자량하고 있고 해외 선박 화물 무게만 놓고 보면 1위 항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 항구도시 휴스턴 동남쪽, 트리니티 만(Trinity Bay)에 인접한 연안지역.

Cedar Port Park.

산업공단으로 개발할 것인지, 개발제한으로 놔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의견이 분분한 지역이다.

전체 부지가 무려 11,000 에이커(약 1,300만 평)이다.

플로리다 올랜도의 미키마우스월드를 위해 LOG Company가 매입한 면적 못지않다.


“캘리포니아의 관광레저 시설은 오래전에 포화상태이기도 하고 마땅한 부지도 없죠.”


류지호와 어깨를 나란히 걷고 있는 에드 맥길리가 입을 열었다.


“Playa Vista 개발을 위해 DreanFactory와 스탠리모웬 컨소시엄과 접촉하는 것으로 압니다만.”


에드 맥길리(Ed McGinley)는 Se7ven Flags Theme Parks 해외 지점들을 총괄하다가 JHO Company가 인수합병하면서 새롭게 CEO 겸 COO가 된 인물이다.

다양한 조건의 입지와 기후조건에서 놀이공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몸소 겪어본 실무형 경영자였다.


“지난 대지진으로 엉망이 된 산 페드난도 밸리 지역의 Canoga Park 일대도 후보로 놓고 검토했었죠. 근데.... 부지가 너무 비좁더라구요.”

“얼마나 되기에.....?”

“도시 전체는 대략 2,600헥타르 정도.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은 250헥타르 정도....”


전체 780만 평 중에서 75만 평을 매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 여의도에 육박하는 면적이니 캘리포니아의 미스키마우스랜드와 거의 비슷한 규모의 테마파크를 지을 순 있다.

다만 올랜도의 미키마우스월드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물론 테마파크만 짓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리조트와 호텔, 워터파크다.

규모를 축소하거나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포기했다.

Playa Vista는 아예 테마파크는 불가능하다.

지역 주민들이 교통 혼잡과 소음을 이유로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날 것이 뻔하기에.


“사실 텍사스는 보스나 JHO Company와 인연도 접점도 없습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텍사스주가 Se7ven Flags Theme Parks가 처음 출발한 상징성 정도라는 것인데.”


류지호가 에드 맥길리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트라이-스텔라의 테마파크를 텍사스주에 지을 이유는 없다.


“기후조건 역시도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와 비교하기가 민망합니다.”

“연중 온화하지 않던가요?”

“여름에 매우 덥고 습합니다. 겨울철에도 해가 지면 꽤 쌀쌀하지요. 휴스턴을 관광할 생각이라면 가장 좋은 달을 2~4월 그리고 9~11월 정도로 봅니다. Astroworld의 경우를 봤을 때 특히 한여름과 한겨울에 매출이 뚝 떨어지지요. 비도 곧잘 내리고.”

“그래도 휴스턴은 미국의 5대 도시에요. 인구도 계속해서 늘어날 겁니다. 특히 고소득 전문직종이 더 많이 유입될 겁니다.”


에드 맥길리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고소득자도 많고 살기 좋은 도시인 것은 맞지만, 전반적으로 심심한 도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허리케인이 이따금 찾아온다는 점이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 자주 휴스턴을 휘젓곤 한다.


“홍수 피해를 볼 수도 있겠지요.”


에드 맥걸리가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

휴스턴은 도시 건립 이후 지금까지 무려 20번이 넘는 홍수 피해를 겪었다.

이전 삶에서 휴스턴이 대홍수로 온 도시가 물에 잠겼다는 해외토픽을 본 기억을 류지호는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었다.

여담으로 휴스턴은 2008년 태풍 아이크, 2017년 하비로 인해 시 전체가 물바다가 된다.


“그렇게 따지면 플로리다도 결코 안전하지 않고 불의 고리의 놓여 있는 캘리포니아는 항상 지진의 위험성에 놓여 있죠. 심지어 캘리포니아는 산불도 자주 나고.”


휴스턴은 조디 H 워커 미국 41대 대통령의 영향력이 상당한 도시다.

아들이 현 텍사스 주지사다.

그것도 재선임 중이다.


“일단 시장을 만나서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들어나 봅시다.”


Cedar Port Park 지역을 둘러본 류지호는 시내로 이동해 Se7ven Flags Astroworld와 워터파크까지 구경했다.

두 놀이공원을 둘러본 소감은 기분이 썩 좋지 못하다는 거다.

세계 최고최대의 코믹스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자신이다.

그런데 슈퍼맨과 배트맨 같은 AC Comics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고객의 눈을 사로잡고 있었다.

게다가 오래된 테마파크라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한 것인지 전반적으로 낡은 느낌이다.

고풍스러운 것이 아니라 진짜 낡아 보인다.

테마파크 총매니저는 안전을 자신했다.

그것과 별개로 테마파크의 풍광에 활력이 없어 보였다.

수십 종의 라이드 어트랙션을 통해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이 환장하고 있었지만.

류지호조차 한 번 타볼까 싶은 서서 타는 롤러코스터가 명물이라고도 하고.


“부지 면적이 어떻게 됩니까?”

“198 에이커입니다.”


평으로 환산하면 대략 24만 평이다.


“Cedar Port Park로 테마파크가 이전하게 되면 이 부지를 상업지구로 개발해서 일부라도 개발비를 충당하면 좋겠네요.”


20여 년이 지나면 실리콘밸리가 지고 실리콘힐스가 뜬다는 말이 나온다.

악명 높은 부동산 가격과 높은 개인소득세율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를 고집해왔던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하고 개인소득세가 없는 텍사스로 이주해 오기 때문이다.

특히 텍사스의 주도 오스틴의 인기가 치솟는다.

그처럼 Se7ven Flags Astroworld의 부지로 JHO Company 계열의 IT기업이 이주해 올 수도 있다.

암튼 류지호는 저녁에 휴스턴 시장과 만찬을 하며 투자에 관해 운을 띄웠다.

그 뿐이다.

특별히 휴스턴과 뭔가를 도모하기가 애매했다.

볼일을 마친 데본 테럴이 LA로 돌아갔다.

류지호는 에드 맥길리와 함께 Se7ven Flags 본사가 있는 알링턴으로 날아갔다.

다음 날 아침.

Se7ven Flags 체인의 첫 번째 테마파크 Se7ven Flags Over Texas를 둘러봤다.

평일임에도 손님이 꽤나 많았다.

보기만 해도 아찔해 보이는 어트랙션들은 물론이고 분위기도 활기찼다.

AC Comics 테마 때문에 기분이 조금 상하긴 했지만,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 금세 기분이 풀어졌다.

점심식사는 댈러스의 시장과 먹었다.

오후에는 BT&T, 댈러스 인스트루먼트, USA 에어라인의 CEO를 차례로 만났다.

저녁에는 지역의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꽤나 많은 개발자들이 류지호가 주최한 파티를 찾았다.

IT분야를 보좌하는 글렌 프레이 비서가 귀띔했다.


“캘리포니아와 비교할 순 없지만, 텍사스에 게임 개발사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류지호도 잘 아는 In Demand Games, Apogee Realms, 앙상블 스튜디오 등 텍사스 소재 유명 게임개발사들이 댈러스를 중심으로 퍼져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개발사들이 있었는데, 류지호는 잘 모르는 회사들이라 관심을 접었다.


“게임 개발사들끼리 상호 교류도 활발하고 꽤나 관계들이 돈독한 것이 이 지역 게임개발사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처럼 여러 개발자들이 뒤섞여 파티에서 어울리는 것이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닙니다.”


암튼 류지호는 텍사스에 위치한 게임 개발자들에게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게임 TV중계와 E-스포츠화에 대해 설명했다.

몇 달 전, ‘가온배 스타리그99’가 시작됐다.

다솜게임넷을 통해 세계 최초의 게임 중계방송이 전파를 탔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스튜디오가 없어 올미디어 사옥 휴게실에 있던 탁구대에 천을 덮어 탁자를 만들고 2대의 일반 모니터에 컴퓨터를 연결해서 경기를 중계했겠지만, 다솜방송과 Snowstorm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업을 통해 옵저빙 기술까지 시도된 게임 중계를 선보였다.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은 게임중계였다.

그럼에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류지호의 말이 뚱딴지같은 소리처럼 들리는 모양이었다.

다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분위기였다.

예상 밖의 반응에 류지호는 기운이 빠졌다.


“홍보부족 때문입니다.”

“하긴... 한국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지 않고 있으니....”


아직은 게임계로 보면 찻잔속의 태풍이었다.

첫 번째 리그가 성공리에 끝나고 내년부터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겠네.‘


내년 상반기 닷컴버블 붕괴의 신호탄이 쏘아지면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진다.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문제가 아니라 닷컴기업들의 사활을 건 생존의 몸부림을 치는 시대가 온다.

북미 게임업계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텍사스 주지사와 약속은 캔슬 됐다고 했죠?”

“워싱턴DC의 중요한 정치행사가 잡혔답니다.”


대통령을 꿈꾸고 있으니, 한가하게 외국인 기업가와 노닥거릴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휴스턴 시장도 그렇고 댈러스 시장까지 투자유치에 꽤나 적극적이군요?”

“도시의 인지도나 미국 내에서의 위상과 달리 관광·문화 산업이 그렇게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루이스 칸의 킴벨 미술관이 20세기 최고의 건축으로도 꼽히지 않았던가요? UCLA 다닐 때 듣기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소장품의 수준이 높다고 하던데.”

“카우보이의 고장이라는 명성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촌놈 소리를 듣게 됐으니까요.”


도시의 발전도와 상관없이 과거의 유물이 된 카우보이 촌놈들이나 사는 지역 정도로 비하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는 편이다.


“텍사스에서 로케이션 중인 영화 없어요?”

“현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로 돌아갑시다.”


류지호라는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음에도 세상사의 거대한 흐름은 이전 삶과 달라진 것이 없다.

할리우드 업계 지형도가 변했다.

세계 금융의 중심 미국 월가의 흐름 역시 분명 달라졌다.

그럼에도 역사책에 기록될만한 인물의 등장 혹은 사건사고는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

마치 나비의 날갯짓 따위로는 태풍을 일으킬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이번에도 조디 워커가 대통령이 된다는 뜻이다.

미국 유권자의 3분의2가 주식투자자라는 통계가 있다.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인기가 떨어져 선거에 질 것을 의미한다.

빌 블라이드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불황을 겪지 않고 임기를 마치는 드문 케이스다.

반면에 다음 대통령은 집권 하자마자 닷컴버블 붕괴의 여파로 주식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워커 행정부의 경제팀은 시장으로부터 불신을 받게 된다.


‘잭 메케인을 밀어보면 어떻게 되는 거지....?’


공연히 대통령이 바뀌면 미래가 완전히 변화할 것 같아서 류지호는 망상을 멈췄다.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 지구역사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

자신이 후원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될까마는.


❉ ❉ ❉


2010년대를 살다 과거로 온 류지호 입장에서 인터넷 속도가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한국은 그나마 관공서 위주로 초고속인터넷망이 갖춰지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전화 모뎀 기반이다.

그러니 IT산업의 최전선이라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인터넷 산업의 성장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다.

당연히 월스트리트에서의 벤처투자에 대한 생각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GARAM Ventures는 수십 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곳에서 투자한 전자상거래 기업 AuctionWeb 또한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95년 9월 개인 사이트로 시작한 AuctionWeb은 1997년 GARAM Ventures로부터 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벤치마크 캐피탈로부터 200만 달러의 투자를 더 받았다.

그럼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3월, GARAM Ventures에서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결국 이사회 의결로 매기 휘트먼이 신임 CEO로 영입되었다.

현재 AuctionWeb은 50만의 사용자와 47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공개 전까지 월가의 평가는 썩 좋지 못했다.

AuctionWeb의 비즈니스 모델을 믿지 못해서다.

결국 AuctionWeb은 지난해 9월 기업공개에 성공했다.

당시 주당 목표 가격은 18 달러였다.

그런데 월가의 반응과 달리 거래 첫날 53.50 달러까지 치솟았다.

마치 월스트리트의 부정적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GARAM Ventures는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약간의 AuctionWeb 주식을 처분했다.

투자금의 12배를 회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분율에서 19%를 유지하며 세 번째 주주다.

GARAM Ventures는 AuctionWeb을 비롯해 googol, Amazonia.com, BookingLine, ZipⅡ Corp. 등 50여 개의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 중 류지호가 아는 기업은 미래에 살아남는 기업 몇 곳뿐이다.

자신이 모르는 벤처기업은 늦어도 2000년 상반기까지 모두 처분하라고 지시를 내려두었다.

그 밖의 수많은 나스닥 기업들 지분율을 최대한 낮추라고 뉴욕의 GARAM Invest에 일러두었다.

대규모 주식 처분에 대한 명분은 곧 만들어질 예정이다.

어쨌든 Amazonia.com과 AuctionWeb 등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주식상장이 크게 성공하면서, 닷컴버블은 더욱 극심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벤처기업의 주식상장은 창업자들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처럼 되고 싶은 미국 전역의 인재들이 실리콘 밸리로 몰려들었다


부우웅.


류지호를 태운 의전차량이 실리콘 밸리 지역으로 들어섰다.

텍사스를 다녀온 류지호는 이번에는 GARAM Ventures가 투자한 회사들을 돌아볼 예정이다.

뉴욕에서 매튜 그레이엄이 날아와 동행했다.


“이 동네는 완전히 개판 오 분 전이라며?”


매튜 그레이엄의 물음에 류지호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할리우드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매일 밤 파티에 흥청망청 장난도 아니야.”

“월가 애들도 그렇게는 안 놀아. 애들이 어려서 그런가?”

“월가 평균 연령도 실리콘 밸리 못지않은 걸로 아는데?”


월스트리트의 딜러 대부분이 20대다.

서른이 넘어가면 관리자급으로 올라가거나, 자연스럽게 월가에서 밀려나 다른 분야로 이직하는 편이다.


“대박을 터트리는 회사는 극소수인데 말이지. 너도 나도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으니... 서부개척시대 골드러시도 아니고 말이야. 쯧.”

“복권은 순전히 운에 기대야 하지만, 벤처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으니까.”

“흥!”


매튜가 콧방귀를 뀌든 말든 류지호가 말을 이었다.


“실제 치열하게 기술개발하고 산업동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회사가 몇이나 될 것 같아? 대부분은 밤마다 마약, 섹스 파티를 열어 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 공을 들여. 벤처캐피탈이 투자하는 돈을 가지고 유흥을 벌이는데 쓴단 말이지.”

“그걸 보고만 있어?”

“실리콘밸리 대부분의 상황이 그래. 근데 웃긴 건 캐피탈 놈들도 어느 정도 용인한다는 거야. 한마디로 끼리끼리 모여서 진정한 벤처정신을 타락시킨다는 거지. 캐피탈 임원중에는 어린 애들에게 그런 걸 일부러 조장하는 놈도 있고.”


일종의 한탕주의다.

아이디어를 잘 포장해 대기업이나 다른 자본가에게 매각하면 단번에 천만장자가 될 수 있으니까.

운이 좋아 증권거래소에 상장이라도 하게 된다면 돈벼락을 맞게 되고.

Amazonia.com이나 AuctionWeb처럼 일시적인 대박에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는 젊은 창업자들도 있긴 하다.

그런 이들은 인고의 세월을 거쳐 결국 억만 장자가 된다.


부우웅.


지나치는 거리마다 10만 달러를 상회하는 고급 승용차들이 자주 지나쳤다.

이곳에서는 돈을 벌면 그만큼의 사치를 부리는 것이 당연한 거다.


“이건 뭐 마치 내일이 없이 사는 놈들 같잖아.”


누구보다 매튜 그레이엄 본인이 잘 안다.

한때 그렇게 살아봤으니까.


“첫 번째로 만나볼 애들이 누구라고?”

“일론 리브스.”

“최근에 천만장자가 됐다는 애송이?”


리브스 형제가 창업한 ZipⅡ Corp.이 무려 3.7억 달러에 COMTIQ에 매각됐다.

COMTIQ은 알타비스타 웹 검색 엔진의 콘텐츠를 보강하기 위해 ZipⅡ Corp.을 구입하길 희망했는데, 메인 투자자인 GARAM Ventures의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빠른 속도로 협상이 진행되어 실리콘밸리 인수금액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 매각을 통해 리브스 형제는 4,0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벌게 되었다.

공대생들이 왜 실리콘밸리 창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지 알려주는 사례다.


“넌 얼마나 벌었는데?”

“세전 2.5억 달러였던가?”

“휘유~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건가?”


돈이 돈을 끌어당겨서 마침내 류지호의 금고로 알아서 들어온 꼴이다.


“매각 대금으로 뭐 할 건데?”

“일론이 창업한 벤처에 투자했어.”

“전부?”

“아니. 3,700만 달러 정도.”

“뭘 주로 하게 되는데? 인터넷쇼핑?”

“아니. 말하자면 세계 최초의 온라인 은행 중에 하나라고 할까.”


바로 X.com이다.

스탠퍼드 출신들이 모여 Confinity를 창립하게 되는데, X.com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두 회사가 합병한 후에 그 유명한 PayMate가 탄생한다.

암튼 류지호와 매튜는 새로 창업한 리브스 형제를 만나 격려했다.

팰로알토 지역에 산재해 있는 벤처기업들부터 마운틴뷰와 쿠퍼티노를 거쳐 마지막으로 로스 개토스(Los gatos)로 이동했다.


✻ ✻ ✻


StreamFlicks가 회원 숫자가 매년 폭등함에도 수익률이 좋지 않았던 것은 물류비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것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비디오테이프, DVD 한 장 배달하며 드는 비용이 티클 모아 태산처럼 다가왔다.

StreamFlicks는 올해부터 월간 구독 서비스 체제로 바뀌었다.


“월 이용료가 얼마였지?”

“5달러.”

“그 요금만 내면 무제한으로 대여를 할 수 있는 거야?”

“응.”


이 서비스로 인해 회원 수가 날로 급증하고 있었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할리우드 비디오, 블록버스터라는 대형 대여점 체인이 비디오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그들의 매장보다도 다양한 영화 타이틀을 갖추는 것으로 대항했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대여점은 다양한 영화를 갖추는 것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손님들이 새로 나온 영화에 집중하기 때문에 70퍼센트의 타이틀이 신작에 맞춰져 있거든.”


반면에 온라인으로 전시하고 대여가 이루어지는 StreamFlicks는 그런 제한이 없었다.

게다가 좋은 상권에 대여점을 입점해야 하는 기존 체인과 달리 땅값이 저렴한 지역에 물류센터를 구축할 수 있어 고정비용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을 수가 있다.


“문제는 월정액을 지불하는 회원들에게 DVD를 배달하는 건수당 물류비용의 최소화겠지?”

“비디오와 DVD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전역 물류요충지에 창고를 갖추고 있긴 한데.... 우체국과 벌크요금을 합의하기도 했고.”


현재로서는 마른 수건을 짜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StreamFlicks의 요금체계는 한 번에 DVD를 몇 개씩 배달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차등화 되어 있어. 한 번에 1개를 배달받는 일반회원이 도착한 날 저녁에 영화를 보고 다음날 아침에 곧바로 반송을 할 경우, 배달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일주일에 2편을 볼 수 있으면 많이 보는 셈이지.”


참고로 이 당시 StreamFlicks는 먼저 보낸 DVD가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다음 편을 보냈다.

따라서 한 달에 8편 미만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대개는 4편 안팎이었다.


“이런 회원들을 기준으로 하면 이윤이 남기 힘들어. 그보다 훨씬 적게 보는 게으른 회원들이 비용을 줄여주어 이윤을 내게 해주는 구조야. 한 번에 3개의 DVD를 배달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 회원들 중에는 소위 ‘슈퍼유저’들이 생겨나고 있긴 해. 배달된 영화 3편을 하룻밤에 전부 보고 다음날 한 번에 반송봉투에 넣어서 보내는 식으로 한 달에 20편 이상을 채우는 유저가 생겼어. 그렇다면 우린 횟수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손해야.“

“...음.”


윌모트의 긴 설명에 류지호가 신음을 흘렸다.

StreamFlicks의 회원제와 요금체제에 이런 맹점이 있는 줄은 몰랐다.

윌모트 그 자신도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걸로 보였다.


“걱정 마. 방법을 찾았으니까.”


류지호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뭔데?”

“그런 회원들을 골라내어 일명 슈퍼유저로 분류된 회원들의 DVD들은 일부러 멀리 떨어진 다른 주에 있는 물류창고로 보내는 방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회전율을 낮출 생각이야.”


일명 스로틀링(throttling)이라는 방법이다.

류지호가 크게 실망했다.


“그러지 마.”

“응?”

“난 StreamFlicks가 그런 명예롭지 못한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명예롭지 않은 일은 아닌데? 편법이긴 하지만.”

“그건 고객들이 동의하지도 StreamFlicks가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일을 벌이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

“조금만 참아 봐.”

“물류센터를 주마다 만드는 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해. 그건 너라도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야.”

“알아. 2년만 참아. 그 동안 영화를 1만 개 이상 확보해놔야 해.”

“투자를 해줄 거면 화끈하게 해주지. 너는 너무 신중해.”


신중한 것 맞다.

한편으로 다른 복안이 있기도 했고.

류지호는 Timely Store 매장을 미국 내 주요 도시에 개장할 계획을 궁리 중이다.

Timely의 코믹북, 캐릭터 완구 및 다양한 라이선스 제품 판매 매장이면서 Timely 영화와 애니메이션 DVD 판매까지 하는 브랜드숍을 구상 중이다.

미국의 주요 도시마다 매장을 세우려면, 물류센터 혹은 창고가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추후 온라인 판매와 병행하게 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서 주마다 중앙 물류센터는 필수다.

StreamFlicks가 이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자연스럽게 Timely와 StreamFlicks가 물류비용을 분담하게 할 수 있다.

아직 윌모트에게 해 줄 말은 아니다.


“일단 우체국과 협상이나 잘 해둬. 그리고 DVD 판권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내년까지 1만개 가능하겠어?”

“가능할 것 같아. 올해 3,000편 가량 출시될 것 같고, 내년에는 그 두 배 이상이 출시될 것 같아. 오라이언이 보유하고 있는 800여 편은 이미 확보했고, MSM과도 계약을 마쳤어.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와도 계속 협상 중이고.”

“좋아. 물류시스템 문제는 내년 하반기 정도 되면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역시 화끈해!”

“조금 전에는 좀스럽다며?”

“내가 언제?”

“알겠어. 넘어갈 줄게.”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혹시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란 말 알아?”

“블랙먼데이는 알아도, 사이버 먼데이는 잘... 혹시 통신대란 같은 걸 말하는 거야?”


류지호가 매튜 그레이엄을 돌아봤다.

그 역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에 대형세일 행사를 벌이는 ‘Black Friday’의 전통은 알지?”

“응.”

“그것에서 따온 새로운 인터넷 문화야.”

“온라인 결제와 관련된 건가?”

“현재 미국 가정에서 전화모뎀을 사용해서 인터넷을 하면 웹페이지에 이미지가 많이 뜨는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는 게 너무 느려. 때문에 추수감사절 연휴가 지난 후 출근한 첫 월요일에 속도가 빠른 회사 인터넷으로 일제히 쇼핑을 하는 일이 작년부터 벌어지고 있대. 그래서 회사에서 몰래 인터넷쇼핑을 하는 그 월요일을 가리켜 사이버먼데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고.”

“인터넷 속도는 정말 질릴 정도로 느려.”

“매튜?”


윌모트의 부름에 심드렁하게 앉아있던 매튜 그레이엄이 대답했다.


“왜?”

“우리가 스트리밍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언제쯤 인터넷 환경이 좋아질까?”

“난들 알겠어?”

“GARAM에서 정보통신분야 기업들에 많이 투자하지 않아? 업계에서 하는 말 들은 것 없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마다 다 제각각이야. 누구는 10년이라고 하고, 누구는 3년 내라고도 하고.”


류지호가 조바심을 내는 윌모트를 진정시켰다.


“너무 앞서가지마. 아직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일 뿐이니까.”


작가의말

 In Demand Games :  id software

 Apogee Realms : 3D Realms

 AuctionWeb : ebay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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