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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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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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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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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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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업무의 완성은 휴식입니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작년 한 해 모두 161편의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그 가운데 WaW 픽처스가 32편을 배급했다.

흥행순위 20위 안에 10편을 올렸다.

작년 연초 개봉한 <타이타닉>이 서울에서만 197만을 동원하더니, 연말에 개봉한 <퇴마기록>은 1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두 영화만으로 전국 900만 명을 동원했다.

작년 연말에 개봉한 <약속>의 매출까지 포함한 총매출에서 2,000억 원을 돌파했다.

한국영화시장 규모가 5,000억 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와무로‘라고 불릴 만도 했다.

WaW 픽처스의 한국영화 약진이 눈부신 한 해였다.

연초 <8월의 크리스마스>의 흥행을 시작으로 학원 공포물인 <여고괴담>이 청소년층을 비롯해서 큰 인기를 끌면서 공포영화붐을 일으키기도 했고, <기막힌 사내들>, <바이준>, <조용한 가족> 같은 신인감독들의 개성 있는 영화도 나름 쏠쏠한 매출을 기록했다.

또 묵직한 멜로영화 <정사>와 하반기에는 액션 멜로 <약속>이 관객들의 눈물샘을 쏙 뽑으면서 인기를 모았다.

업계에서는 박종환 회장의 후원을 받고 있는 무비서비스가 WaW 픽처스에 근접한 배급라인을 갖춤으로써 UPI와 함께 한국영화 3대 배급사로 올라섰다.

할리우드 대작영화와 물량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할리우드 직배사들에 맞서 한국영화의 또 하나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우노필름처럼 WaW 픽처스와의 제휴관계를 청산하고 BS 엔터테인먼트와 협력관계를 맺은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그 숫자만큼의 영화사가 새롭게 WaW 픽처스의 제휴영화사로 합류했다.

무엇보다 WaW 픽처스 자체적인 인하우스 라인업이 탄탄해진 것이 고무적이다.

이 당시 시리즈가 만들어지는 영화는 <투캅스>와 에로영화 뿐이다.

그만큼 한국영화 시리즈는 통하지 않았다.

<영구>와 <우뢰매>처럼 어린이 대상 영화 시리즈는 예외로 두고.

그 같은 현실에서 <퇴마기록>의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확정 됐다.

<쉬리> 역시 후속편 개발에 들어갔다.

박은상 감독은 <풍운아> 중국 로케이션 중이다.

역시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란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WaW 픽처스의 막강한 자본력 덕분이다.

창사 이래 매출과 순이익이 괄목상대했다.

오너인 류지호는 배당금이나 연봉을 한 번도 받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쌓인 돈도 꽤 커서 유보금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할 정도다.


“영화사인지 부동산 개발회사인지 모르겠네요.”


WaW 픽처스 임원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다.

멀티플렉스 브랜드 G.O.M의 영업점을 늘리기 위해서 라곤 하지만, 회사의 자산비율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속은 좀 어떠세요?”


박건호 대표가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예전 같진 않습니다.”

“해장은요?”

“아내가 시원한 콩나물국을 끓여주더군요.”


류지호와 박건호 대표는 서울 일대 빌딩을 둘러보기로 했다.

종합엔터 기업으로 재탄생한 WaW 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둥지를 틀 사옥을 찾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개편에 맞춰 헤드쿼터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조직이 비대해진 WaW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새로운 사무실이 필요했다.

이사회 의장실 소속 전략기획실 직원들이 두 사람을 수행했다.


“기획실 의견은 뭡니까?”

“강남과 일산, 송파, 여의도, 마포에 있는 다섯 개의 빌딩이 후보로 적합하다는 판단입니다.”

“상암은 어때요?”

“올해 새서울타운 발전구상이 발표 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상암 일대 새천년 신도시 기본 계획이 발표될 것 같습니다.”

“디지털미디어 센터 개발계획의 청사진은 나와 있어요?”

“2002년 5월 한일월드컵의 개최에 맞춰 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공원을 완공하고, 그 시기에 DMC 1단계 용지공급 공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나래안전에서는 200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건설이 시작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일단 상암 쪽은 시간적 여유가 있군요?”

“예.”

“국제공항과 가까운 인천 송도나 일산 쪽도 좋고, 교통편이나 지방과의 교류 등을 생각하면 마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금융이나 엔터는 일산보다 여의도와 가까운 마포가 좋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포라... 상암도 가깝고... 혹시 홍대나 합정 시세는 어때요?”

“오늘 돌아보신 일산의 건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산 17층 빌딩은 130억 원에 네고가 가능하고, 마포는 16층 빌딩이 110억 원에 매물로 나와 있습니다. 홍대는 그 보다 5~10% 정도 더 높게 금액을 잡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부동산 매물들이 쏟아져 나와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레만브로스 사태 전까지 몇 배로 뛰어 오를 터.

게다가 빌딩을 담보로 하면 은행에서 시세의 70% 이상의 돈을 빌릴 수 있고, 빌딩 임대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사실 부동산 투기는 공무원을 끼면 거의 불패다.

나래안전 시스템에는 전직 고위공무원과 군경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

그들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는 무시무시했다.

다온 로펌 역시 고위급 경제관료 출신을 고문 명목으로 영입하고 있다.

대관업무를 주로 하는 이들이다.

가온으로 쏠리는 정관계 시선을 일정부분 나래나 다온이 흡수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가온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금감위는 물론 경제 관련 정부 부처의 감시가 강해지고 있다.

한편으로 국회의원들이 은근히 압박을 하면서 돈을 요구하고 있다.

청탁을 하기도 싫고, 청탁을 해도 들어주리라는 보장도 없고.

류지호의 입장에서 짜증나는 상황이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구분은 97%의 시민들에게나 해당된다.

한국의 3%를 차지하는 기득권 계층은 대를 이어 세습되고 있다.

그들에게 진영 구분은 의미가 없다.

이념도 쓸데없는 탁상공론이다.

물론 갈라치기 하기 가장 좋은 도구이긴 하지만.

기득권은 이익과 네트워크에 따라 카르텔을 형성해 이합집산할 뿐이다.

류지호는 한국의 기득권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자신들의 기득권 카르텔에 들어오라고.


‘지들이 나한테 줄을 서야지.... 어디서 오라가라야.’


활동 무대가 미국이란 이유로 그 같은 요구에서 발을 빼고 있긴 하지만.

홀로 독야청청할 수만은 없다.


“아직은 괜찮죠?”

“속은 이제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권력으로부터 압력에 대해 물었더니 딴 소리다.


“정치자금이나 기부금 압력이 있다면서요?”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세무조사나 검찰 소환 같은 협박도 곁들인다고 하던데...?”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덜 노골적이긴 합니다.”


부패한 자들이 하는 말은 항상 똑같다.


- 누구 때문에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줄 아느냐!

- 정치가 너희들을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다.


돈을 주면 나중에 그것을 불법으로 몰아서 올가미가 되니 돈을 주어도 문제고, 주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 것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의 처지다.

한국에서 사업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불안정한 정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지정학적 요인은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정치의 후진성과 엘리트 부패 카르텔, 기업의 사유화가 주요 요인으로 되어가고 있다.


“한국에 전쟁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쌓아놓은 많은 것을 잃을 텐데 왜 사업을 미국으로 옮기지 않는 거야?”


한국을 잘 모르는 미국의 지인들이 류지호에게 하는 말이다.


“한국은 툭하면 쿠데타가 일어나고 독재자가 통치한다던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서 미국 시민으로 살면 더 많은 혜택을 받지 않아? 왜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지?”


그럴 때 마다 류지호는 가족이 한국에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한국의 기업가들 모두가 흔히 말하는 재벌 같지는 않다.

격동의 세월 동안에도 정도경영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킨 존경받는 기업인들도 상당히 많다.

그런 이들은 재벌들처럼 문어발식 사세를 확장하거나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오로지 주력 업종에만 집중했다.

정관계와 결탁해 사업 확장을 꾀하지 않았으니 권력과 엮이는 경우가 드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류지호도 존경받는 기업가로 남고 싶다.

바람일 뿐이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주회사로 개편하게 되면 더 심해지겠죠?”

“과거처럼 무도하게 거칠게 하진 않을 겁니다.”

“더 교묘하게 삥을 뜯어가겠죠.”


중소기업은 재벌의 점심반찬이고, 대기업은 권력의 저금통이란 말이 있다.

(주)가온은 재벌의 견제를 눈 깜짝할 새 지나왔다.

이젠 권력과 마주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부디 그들이 복을 제 발로 차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콩고물을 떼어 줘야 복이라고 생각할 걸요.”


이번 정권은 IMF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류지호가 내민 제안을 거부하기 쉽진 않을 터.


‘충무로 삼류 따라지 영화감독이던 내가 대통령과 빅딜도 하게 되고.’


부(富)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다.

권력에 대항은 못해도, 권력과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니까.


✻ ✻ ✻


두 사람은 점심을 먹고 오후에 여주로 향했다.

공사가 한창인 WaW 종합촬영소를 방문했다.

공사장은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2년 내에 주요 시설 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모두가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류지호를 태운 차량행렬이 현장 사무소에 도착했다.

배가 불룩하게 나온 작업복의 남자가 달려왔다.

건설현장 소장이다.

작업복에 대유로고가 류지호의 눈에 띠었다.

WaW 종합촬영소 공사는 공개입찰 결과 대유건설에서 맡게 되었다.


“오셨습니까?”

“고생이 많아요.”

“고생은요.”

“공사는 얼마나 진척되었지요?”

“1/3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2년 내 입주가 가능할 것 같습니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장 사무실에 들러 안전모를 쓴 류지호 일행이 현장소장의 안내로 공사현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현재 지어지고 WaW Studios는 전통적인 할리우드 종합촬영소와 다르게 캠퍼스 스타일로 디자인 되었다.

시대별 야외 세트장이 들어설 구역들은 기반 공사만 진행하고, 스테이지 6개 동을 포함해 모든 건물의 외형은 SF 영화를 촬영해도 좋을 정도로 독특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사운드 스테이지 구역의 규모만 놓고 보면 LA의 선셋 스튜디오보다 작다.

당장 사운드 스테이지 6개 동만 짓고 있기도 했고.

그럼에도 형체를 갖추어가는 건물들을 보자 류지호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WaW가 이곳으로 오는 건 무리겠죠?”

“서울까지 지하철이 뚫리지 않는 한 어렵지 싶습니다.”

“스튜디오는 말 그대로 기획개발부터 포스트프로덕션까지 원스톱 비즈니스가 이루어져야 하는 건데 말이죠."

“매니지먼트 회사가 강남에 몰리자 영화사들이 강남으로 옮기는 것이 영화판입니다. 만약 WaW가 메이저 스튜디오의 위상을 갖추게 되면 여주가 아니라 제주도에 사무실이 있어도 찾아올 겁니다.”

“제주도는 좀 머네요. 부산이라면 모를까.”

“부산에도 WaW 사무소를 두기로 했습니다.”

“영상위원회와 영화제 사무국과 업무 협조 때문에....?”

“예.”

“5년 안에 센텀시티 내 타운에 입주할 수 있을 겁니다.”

“인프라 구축에 너무 많은 자금을 사용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인프라를 활용해 근사한 영화를 만들어 돈을 쓸어 담아 보자구요.”

“그러고 싶으십니까?”

“10년 후에는 500억짜리 영화 한 번 제작해 봐요. 그래서 영화 한 편으로 1,000, 2,000억 벌어 봐요.”


박건호 대표는 가만히 웃기만 했다.


‘그런 날이 오면 좋겠지만....’


자신이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뭐 이런 걸 다....”


공사장을 떠나기 전 류지호는 회식이라도 하라며 금일봉을 건넸다.


“합정 로터리도 들렀다 갑시다.”

“한국에 쉬러 온 거 아니었습니까?”

“쉬러 왔죠.”

“업무만 보시는 것 같습니다. 일만 하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 같아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했습니다.”

“일할 줄 을 모르는 사람은 모터가 없는 자동차 같아서 아무 소용이 없다고 존 포그가 그랬다죠.”


박건호 사장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업무의 완성은 휴식이란 말이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다솜방송 개국행사만 참석하고 잠수 탈거니까.”


❉ ❉ ❉


- 지상파방송사가 주도해온 방송 콘텐츠 시장에 제동을 걸 새 거인의 탄생!


[지상파방송사 규모의 초대형 케이블 방송이 개국한다. 주인공은 다솜방송(대표 이호준)이다. 교육채널이던 다솜방송은 최근 문화관광부로부터 프로그램 변경 승인을 허가 받아 게임 전문 방송을 표방한 다솜게임넷 채널을 새롭게 런칭했다. 또한 대유그룹 계열의 DCN을 인수해 영화채널도 확보했다. 다솜방송의 모회사인 (주)가온은 오는 9월 종합엔터테인먼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토털 버라이어티 네트워크(FunTV)를 설립하고 향후 5년간 1,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500억 원은 인천민방 사업권을 획득할 때 컨소시엄의 초기 자본금에 육박하는 규모로, 사실상 ‘지상파급의 케이블 채널 출범’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그간 지상파방송사가 주도해온 방송 콘텐츠 시장에 영화계의 재벌로 불리는 가온이 가세함으로써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될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온이 지난해부터 류지호 감독을 중심으로 미디어 전략을 고민해 왔으며 12일 발표는 이 같은 고민을 적극 반영한 류지호 감독 직속 전략기획실 차원의 미디어 중점 육성 전략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신문. 경제부 이동국 기자.


강남대로의 구 동우극장 빌딩.

몇 달 전, 왕회장은 동우극장을 G.O.M Cinemas에 매각했다.

외환위기의 위기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이하드>를 300만 달러에 사오고, <하드레인>까지 400만 달러에 사왔다가 흥행에 참패하고, 원/달러 환율 폭락까지 겹친 데다가 멀티플렉스로 변신까지 지지부진했다.

동우수출 부도의 결정타는 3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였으나 서울 관객 5,000명도 끌어들이지 못한 채 1주일 만에 종영한 영화 <러브>였다.

할리우드 스태프들을 데려왔다.

당연히 인건비가 엄청 나게 상승했다.

시행착오까지 겪으면서 제작비용이 엄청나게 오버됐다.

당연히 손익분기점이 상승할 수밖에.

게다가 경쟁영화들이 하나 같이 대단했다.

광고홍보비를 쏟아 부었지만.....

결국 빛만 떠안게 되고 극장을 팔 수 밖에 없었다.

구 동우극장 회장실, 현 다솜방송 대표이사실.

이 사무실의 주인은 손님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신 류지호가 왕 회장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류지호는 부채까지 모두 떠안는 조건으로 동우극장을 인수했다.

동우수출공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려고 했다.

왕 회장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류지호에게 물었다.


“홍콩에 극장을 만들겠다고?”

“예.”

“한국에도 체인을 다 깔지 못한 걸로 알고 있는데, 벌써 해외진출이란 말인가?”

“천천히 하려고 했죠. 근데 기획실에서 올린 보고서를 보니까, 중국 영화시장이 조금 복잡하더라고요.”

“50:50 합작조항 때문에?”


해외 업체가 중국에서 극장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국 극장과 50:50으로 합작을 해야만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런 법률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극장체인이 쉽게 중국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업체로는 대만과 홍콩 업체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그걸 피할 방법을 찾았다고 하네요.”

“중국시장은 함부로 덤비면 안 돼.”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무렴. 공산주의 국가이기도 하고 중국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까, 기업 경영에서 있어서도 말이지, 꽌시 없으면 이빨도 안 먹혀.”

“알아요. 근데요, 회장님. 홍콩이나 대만을 통해 우회해서 중국 영화 시장에 들어갈 수 있겠더라고요.”

“...우회?”

“97년에 개정된 중국의 영화법상 홍콩과 대만은 자국 영화업자로 인정을 한다네요. 해외자본이 홍콩이나 대만에서 3년 이상 영업한 실적이 있으면 그 합작법이란 제한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법이 있었어?”


나름 홍콩과 일본 영화통인 왕 회장이다.

미처 그런 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2년 안에 또 한 번 법 개정이 이루어질 예정이랍니다. 외국영화 쿼터도 30편으로 늘리고, 검열기준도 조정할 것 같대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홍콩에 법인을 만들어 극장영업을 하고, 3년 후 중국 본토로 지점을 확장한다?”

“예. 중국 영화사와 합작을 할 필요 없이. 홍콩 법인 단독으로.”

“거기에 나도 들어와라....?”


끄덕.


“난 이제 돈이 없어. 이 극장을 넘기고 받은 돈도 모두 빚 갚는데 썼지.”

“회장님은 홍콩에 인맥이 풍부하시죠.”

“거간꾼이 되라는 건가?”

“적은 돈만 들어오세요. 무리 하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처음에는 크게 벌릴 생각이 없어요. 대략 3개관 정도.... 위치도 아마 변두리 극장 하나 인수해서 영업하지 않을까 싶네요.”

“적자까지 감수하고라도?”

“기획팀 말로는 트라이-스텔라와 WaW 영화만 걸어도 크게 적자는 안 볼 거라고 전망하더라고요.”

“한국영화를 직접 배급 할 생각이구만.”

“한 번 고민해보세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진출할 계획이니까.”

“남들은 한국에다 극장 세우는 것도 허덕이는데.... 자네는 참.... 대단하구만.”

“G.O.M도 빡빡해요. 다만 실기할까봐. 타이밍을 놓치게 될까봐 덤비는 거죠. 투자도 다 때가 있으니까.”

“자네 성격에 잘도 무턱대고 덤비겠구만. 확신이 섰겠지.”


왕 회장이 류지호를 가만히 쳐다봤다.

어릴 때부터 보아왔지만, 난 녀석은 난 녀석이다 싶다.

몇날 며칠을 칭찬을 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어느새 한국영화를 움직이는 거물이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하는 일은 소꿉장난이다.

할리우드의 거물이 되어 있으니까.


“동우도 제휴영화사로 들어오세요. 2년에 한 편 씩은 제작하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왕 회장이 반색했다.


“WaW가 제작하는 영화에 끼어주겠다는 말인가?”

“동우에서 기획하는 영화는 내게로 다이렉트로 올리라고 이미 말해뒀어요.”

“고마워... 류 감독.”

“100편 채우셔야죠.”

“일 년에 한 편씩 제작해도 십 년은 걸려.”


류지호가 지나치게 의기소침해 있는 왕회장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방사룡 불러다가 영화도 찍으시고, GH오락집단과 합작영화도 찍으세요. 그렇게 하면 일 년에 세 편도 찍으실 수 있겠는데요?”


사실 류지호는 이전 삶에서 동우수출이 제작한 영화에서 연출부를 한 적이 있었다.

이미 왕 회장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영화인이라고 인정했던 어른이다.

툭 하면 돈 떼먹기 일쑤인 영화판에서 단 한 번도 스태프 인건비 가지고 장난을 치지 않은 보기 드문 인물이었다.


똑똑.


노트소리에 왕 회장이 먼저 반응했다.

몇 달 전까지 자신의 방이었으니까.


“들어와.”


왕 회장은 말해놓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이곳은 더 이상 자신의 집무실이 아니었다.


“감독님. 곧 행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래요? 회장님, 가시죠.”


류지호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걸음을 옮겼다.

왕 회장은 잠시 회장실을 눈에 담은 후 류지호의 뒤를 따랐다.


‘이렇게 동우의 시대가 저무는 걸까....?’


1강 3중 체제.

대기업이 충무로에서 발을 빼면서 위기감에 휩싸였던 충무로가 새롭게 개편됐다.

무비서비스, 창투사인 신일창투, 대기업인 BS 엔터테인먼트로 3분할된 형국이다.

제작사 중심이던 충무로를 투자배급사 중심으로 바꿔놓기 시작했다.

이제 WaW 픽처스는 그들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게 됐다.

독보적이니까.

원로들이 좌지우지하던 충무로 시대가 저물고, 젊고 도전적인 젊은 세대가 영화판을 선도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충무로 길바닥에다 돈을 뿌린다는 말까지 듣고 있는 류지호조차 외면하는 시상식.

바로 그랜드벨 어워즈다.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그랜드벨 어워즈가 열리지 못한 사실이다.

올해 역시 스폰서를 잡지 못해 열리지 못하게 되었다.


짝짝짝.


열렬한 박수소리가 천여 석 대형 상영관에서 터져 나왔다.

동우극장의 1층 객석에는 문화관광부 장관, 공보처 차관, 종합유선방송위원장, 종합유선방송협회장, 공연윤리위원회장, 영화제작자, 감독, 프로듀서, 박중환, 안정기를 포함한 영화배우들과 탤런트 등 각계인사 400여 명이 자리했다.

이곳에서 다솜방송의 재개국을 알리는 기념식이 열렸다.


“이 극장은 기념식 끝나고 영업을 완전히 종료한다던데.....?”

“케이블 방송국으로 리모델링 한다고 그러더라고.”

“어휴~ 이 알짜배기 강남대로 한 복판에다가....!”

“제일생명사거리에 G.O.M 1호점이 있으니까. 굳이 극장을 계속할 이유는 없지.”

“DCN을 인수했잖아. 어떻게 하기로 했대?”

“당장은 기존 체제로 운영된다고 하지 아마....?” “모회사가 WaW니 프로그램은 빵빵하겠구만.”

“기존 DCN이 계약했던 영화에다가 트라이-스텔라는 물론이고. 홍콩 TVB와 독점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하지. 외화만 800편인가 그렇고 한국영화와 드라마까지 2,000편 가까이 된다고 그러지 아마....”

“케이블 사업에 뛰어들자마자 그냥 업계 톱 쓰리 안착이구만.”


다솜방송은 DCN, 다솜게임넷, FUNTV를 시작으로 향후 스포츠채널, 여행채널 등을 보유함으로써 단숨에 국내 3위 복수 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부상하게 된다.

이호준 대표가 400명의 참석자들과 기자들에게 다솜방송의 비전을 설명했다.


- 다솜방송은 채널들을 효율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이미 확보한 두 개의 채널을 변경하는 형태로 설립되었습니다. 기존 다솜방송은 신규 채널로 다시 론칭 된 후 채널 확보 영업에 나설 예정입니다. 올해 다솜방송에 대한 투자 금액은 200억 원으로 올해 재개국과 동시에 PP의 시청 점유율 순위 5위 이내에 도전하며 장기적으로 1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FUNTV는 장기적으로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장르를 80% 이상 편성할 계획이며 자체 제작 비율을 40% 이상으로 할 계획입니다. 버라이어티는 ‘지상파 A급 쇼·오락 프로그램’에 비견될 만한 높은 완성도를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지상파에 대항할 수 있는 방송 콘텐츠 제작과 유통 능력을 겸비한 채널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다솜방송이 지상파방송사만큼의 드라마 제작 능력을 갖췄는지 재무 역량이 앞으로 추가 투자를 견딜 수 있을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 다솜방송은 케이블TV에 대한 장르 등록제가 실시되면 현재 3개 채널 이외의 채널을 추가 운영할 방침이고, 리모델링이 예정된 이곳 동우극장 빌딩의 방송센터를 키스테이션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짝짝짝.


기념식이 끝이 나고, 이호준 사장이 VVIP들을 안내했다.

동우극장과 볼링장은 리모델링을 시작하지 못해 그대로였지만, 그 외에는 시설공사가 어느 정도 완료됐다.

때문에 서교동에 있던 다솜방송이 이사 와서 이미 게임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다솜게임넷(DGN).

방송위원회에 등록된 130개 채널사용사업자 가운데 유일한 게임전문채널이다.


“올 봄에 이미 총 상금 1억 원이 걸린 ‘1999 가온배 스타리그’가 최초로 개최되었으며, 32강부터 실시간 중계가 이뤄졌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아네모네 PC방 가맹점을 중심으로 리그에 참여할 단체나 클랜이 예선전을 치르고 있다.

다솜게임넷에서는 PC방에서 벌어지는 예선전들을 촬영해 방송에 내보내고 있었고, 개인리그는 이미 봄에 시작했으며 팀 리그는 가을부터 시작하게 된다.

참고로 ‘1999 가온배 스타리그’는 최초로 ‘스타리그‘라는 명칭을 쓴 E-스포츠가 된다.

본래 역사보다 1년이 빠른 행보다.


“스타크래프트리그의 7~80% 아이디어는 이사회 의장이신 류지호 감독님께서 제안하셨습니다. 그에 따라서 자체 제작 맵 도입과 옵저빙 기술 등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개방형 스튜디오 시스템도 몇 년을 앞당겨 등장시킬 예정이다.


“‘스타리그’ 전용 경기장을 따로 마련해 관객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대회를 현장에서 관람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그 게임이라는 게 말이요.”

“예. 차관님.”

“거기다가 스포츠라는 이름 떡하니 붙이는 게 내가 보기에는 여간 우습지가 않더란 말이요. 전자오락하는 걸 누가 본다고.....”


이호준 사장은 차관이란 작자의 말투가 심히 거슬렸다.

그럼에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게임소프트 산업도 영상산업 못지않은 미래 유망 산업입니다. 정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요즘 학생들이 공부는 안하고 PC방으로 몰려가 오락게임만 한다고 하던데, 미래의 동량들이 하라는 공부는 등한시 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소.”


언제부터 공보처 차관이 미래를 걱정했는지 알 순 없다.

명색이 귀빈이라고 초대한 정부 관료를 푸대접해서 좋을 것이 없었기에 최대한 비위를 맞췄다.


“학생들도 잠시 머리를 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컴퓨터 게임도 스포츠로 인정받게 되면 어른들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차관이 이호준 사장의 말도 끝나지 않았음에도 발걸음을 옮겼다.

대단한 감투라도 썼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10대 그룹에 가서는 저렇듯 행동하지 않을 터.


작가의말

20022년도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남을 날들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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