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표정 하지마!
오늘 하루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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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로 왔다.
이제는 익숙하다. 오늘은 침묵이 우리와 함께 온 거 같다. 다 같이 식사 할 때까지만 해도 부쩍거림과 수다가 난무 했는데, 지금 그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침묵을 먼저 깬 거는 의외로 막내였다.
*** "형들...술 먹어서 하는 이야기 아니에요! 우리는 술을 먹던 안 먹던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잖아요. 그럼에도 이 얘기는 해야 할 거 같아서요!"
** "뭔데 막내야?"
둘째는 막내에게 다가가 어깨 동무를 하며 물었다.
*** "저번에.. 내가 형들 보고 인생 잘 못 산 거 아니냐구! 그런 막말 한 거 미안해...요."
** "뭐야! 겨우 그 이야기야!"
막내 어깨에 힘을 주며...
*** "형들 인생을 내 마음대로 재단 한 거 같아서 부끄러워요."
** "막내야, 너도 솔직히 이야기 한다고 하니 나도 솔직히 말할게. 윽~으~"
둘째는 딸꾹질을 하는 걸 멈추기 위해, 숨을 깊이 들이마신 다음, 입과 코를 막고 참는다.
하나~ 앙, 두우~울.... 30초 정도 참으니 얼굴이 뻘겋게 되고 얼굴에 힘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친 숨을 내쉬며...
헤에 헤에 헤에~~
그리고 첫째를 향해 슬픈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 "나야말로 이런 말 하면 형에게 미안한데. 난 형 처음 모습 보고 많이 실망했다."
첫째를 보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올리며 말을 이어간다.
** "내가 아직도 자동차 영업을 한다는 것에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뭐~~그 정도는 괜찮아 생각했는데, 형에게서 느껴지는 우울함이 나는 보기 싫었다. 나랑은 아니 어울리지 않잖아."
그러면서 갑자기 술 취한 사람 처럼 큰 소리로 말한다.
**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아!"
그 말을 하고 잠시 말없이 있다가 이어 이야기 한다.
** "형이 저렇다는 건, 나에게 큰 변화가 왔다는 거겠지. 그게 뭔지는 몰라도 지금 까지 나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는 거겠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렇죠. 형....?"
첫째는 둘째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러다가 뭔 가를 말하려는 듯 고개를 들고
* "음......"
** "형 말하지 마! 무엇이 형을 변화 시켰는지는 내가 형 나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겠지. 그래도 그런 표정 하지 마. 짜증 나! 우리가 막내 모습에서 지금 모습으로 변화기 위해 얼마나 노력 했는지 잊었어!"
한 숨을 깊이 내신 둘째는
** "때가 되면 알겠지. 형 선곡 하세요."
첫째는 가만히 있다가 폰을 들었다 내려 놓으며 말한다.
* "애들아! 미안하다. 형이 미안해. 너희들 미래가 나라서...."
울먹이는 첫째는 마저 이야기 한다.
* "최선을 다해 살아도 부족한 판에 나는 나만 생각했어. 이제 돌은 구르지 않아. 그냥 쉬고 싶었다. 미안해."
막내는 첫째에게 다가가 형을 감싸주며 말한다.
*** "큰 형, 도와 줄께, 내가, 우리가, 도와주면 되잖아. 내가 과거도 미래도 도와 줄께, 그러니 그런 표정 하지 말아요."
** "아!! 됐어...이병렬이 결국 이병렬이지 어디가! 뼈 속 깊이 나를 내가 아는데, 형이 그랬다면 그런 이유가 있겠지. 나도 도와줄 테니... 그런 표정 짖지 마. 보기 불편해."
둘째도 형에게 다가가 푹 안긴다.
** "힘내요! 결국 우리는 그 힘든 시간도 이겨내고 왔잖아요. 그러니 걸어 온 길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요!"
그리고 둘째는 막내를 보면서
** "막내야...분위기 살려서 네가 선곡 해라. 형 잠시 폰 줘봐요!"
스마트폰 음악 앱에서 검색 창을 연 다음 막내에게 준다.
** "자, 듣고 싶은 노래 골라 봐!"
*** "알았어요."
첫째는 아버지와 함께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둘째 어깨에 의지한다. 흐느낌이 느껴진다. 둘째는 형 등을 두드리며... 말한다.
** "내가 40이 넘으면 주사가 생기는 구나...하하하 술 먹고 우는 주사 말이다."
말하는 것과 달리 첫째를 따뜻하게 품어준다. 병아리를 품어주는 엄마 닭처럼.
막내는 형들을 보며
*** "자~ 그럼 오늘의 노래는 이 노래 입니다."
*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신해철
이 세상 살아가는 이 짧은 순간에도
우린 얼마나 서로를 아쉬워 하는지
뒤돌아 바라보면 우린 아주 먼 길을 걸어 왔네
조금은 야위어진 그대의 얼굴 모습
빗길 속을 걸어가며 가슴 아팠네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난 포기 하지 않아요
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에 후횐 없겠죠
어렵고 또 험한 길을 걸어도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조금은 여위어진 그대의 얼굴 모습
빗길 속을 걸어가며 가슴 아팠네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난 포기 하지 않아요
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에 후횐 없겠죠
어렵고 또 험한 길을 걸어도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셋은 이제는 몇 번 불렀다고 전 보다는 나은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듣기 힘든 건 똑같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다 달랐다.
막내는 형들을 보며 위로 공연 하듯이 불러주고 있었고, 둘째는 첫째를 감싸 안은 상태에서 블루스 추듯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첫째는 가장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이 노래를 불렀다.
따로따로 보면 엉망인데 다 같이 하니 더욱 더 엉망이다. 그런 엉망이 짙은 어둠 속에서 촛불 하나가 켜지 듯 작은 빛이 세 사람을 감싸기 시작했다.
셋은 그 순간 처음으로 '이렇게 이동을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했다. 빛은 따뜻했으며 부드럽고 안락했다. 무중력처럼 느껴지며 몸이 두둥실 떠다니는 기분을 느꼈다.
*** '다음에는 형님들 놀러가요!'
** '4학년으로 가는 거야!? 4학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지!!!'
* '고맙다. 내 분신들!'
그렇게 셋은 그 곳에서 사라졌다.
***
* "아...으...음.."
** "아이고...아이...고"
*** "으....윽..으"
세 사람은 숲 속에서 평상시와 달리 조금은 힘들게 일어난다.
둘째는 고개를 도리도리 하면서
** "형, 숙취도 따라오는 거 아냐! 오늘은 왜 이리 힘들지!"
* "어~휴 힘들다!!"
*** "형들, 괜찮아요!"
**"역시 젊은 게 좋아. 숙취도 없고 말이야..."
* "둘째야 넌 나보다 술은 더 적게 먹고 왜 그래! 나야말로 힘들어 죽겠다."
**"형, 오늘은 빵 말고 해장 합시다."
*"그래 오늘은 저번에 못한 것처럼 시간 여행 즐기자. 이런 상태로는 가족들 만나는 것도 힘들다."
** "그럴 까요!"
*** "그럼. 형들 우리 영화도 보고 어디 여행 이라도 갈까요!"
* "오늘은 너희가 하고 싶은 거 해보자. 돈 맡기고 그 돈으로 오늘 마음 것 호사를 부려보자."
** "오~~~예....좋아 좋아. 즐기는 거야!"
*** "근데 형, 오늘은 날이 아침부터 덥네요? 여름 같은데요."
** "그러게 날 도 습하고 옷도 사야겠다."
* "오늘 이 큰 형이 다 쏜다. 사고 싶은 거 다 사~~~"
산을 내려가는 세 사람의 모습은 이 날 따라 가벼웠다.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해 맑다.
신문 가판대에서 날짜를 확인한다.
'1988년 7월 23일'
*** "형 오늘은 신문 살까?"
* "아니 이번에도 사지 말자. 오늘은 마음 가는 데로 즐겨보자."
** "그래요, 우선 배부터 채우자. 배고프다."
셋은 근처 백반 집으로 갔다.
* "뭐 먹을래?"
메뉴를 보고 셋은 각자 자기 취향 대로 고른다.
** "난...제육덮밥"
*** "저...도...제육덮밥"
* "원래 먹던 거 먹어야지...제육덮밥"
아 정말, 각자 취향이다. 모두가 제육덮밥을 선택 한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참 별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어릴 때는 그렇게 고기를 싫어하더니 조금 크고 나서는 아침부터 제육덮밥을 먹을 정도로 고기를 좋아하다니...
3명이 같은 주문인 걸 알고 둘째가 조절 한다.
** "형, 우리 식대로 제가 메뉴 수정 합니다."
* "그래, 그렇게 해!'
** "이모님 여기 제육 2개랑 순대국 주세요. 내장은 빼주시고 대신 순대는 많이 아주 많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푸짐하다. 맛있다. 셋은 밥 먹을 때는 전투적으로 먹었다. 누가 5분 안에 다 안 먹으면 죽인다고 했다는 듯, 아무런 말없이 먹는 것에만 집중한다.
어떻게 보면 숭고하기 까지 하다. 먹는 다는 것에만 집중 하는 그들을 보고, 옆에 있던 손님들도 덩달아 숟가락과 젓가락 속도가 빨라졌다.
** "여기 계란말이랑 진미채 좀 더 주세요!"
얼마나 먹고 싶었던 진미채 인가!? 고향의 맛 '진미채' 는 사랑이다.
계란말이는 어떠한가? 노른자와 흰자의 혼합으로 혹시나 노른자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이 음식은 계란 프라이를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상대적 흰자 박탈감을 해소하는 참으로 훌륭한 음식이다.
진미채로 말할 거 같으면 각 가정에서 하는 방식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 고추장으로 기본으로 하느냐? 아니면 간장으로 베이스 하느냐 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부가 적으로 들어가는 양념에 따라 또 맛이 달라진다.
오징어의 수분 흡수율에 따라 부드러움이 달라지며 얼마나 볶는 냐에 따라 식감이 결정된다. 우리는 진미채를 정말 사랑한다.
세 사람은 오늘 평소에 먹고 싶었던 이 음식을 먹으며,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느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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