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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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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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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591

작성
22.12.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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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83.

DUMMY

*


"좋아."


라고 그녀가 말했다.


민서는 덜컹,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좋은 의미로였다. 사람은 너무 기뻐도 심장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러니까,"


민서가 뭐라고 다급하게 하려던 말을 막고 수정이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거기까지 말했을 때, 민서는 문득 주변을 인식했다. 별달리 특별한 단어를 쓴 적도 없었고, 목소리가 크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대화 내용이 일상과 사회에서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주변의 촉각이 온통 자신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집중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인지 분위기가 백반집 답잖게 고요한 부분이 그랬고, 민서가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이쪽을 바라보다가 눈길을 피한 한 남자 손님의 모습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아니 어쨌든, 민서는 현재의 대화에 집중했다. 나름대로 중요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한 인간의 진솔한 선택과 분기점의 순간이다. 다른 이들의 시선도 시선이지만 조금 더 온전히 집중해도 좋으리라.


"좋다고. 나도. 너."


그녀 역시 사실은, 가까스로 가다듬어 꺼내는 말들이었다. 개의치 않는 다는 듯이 떨림도 없는 말투의 기색이었으나 떠듬떠듬, 쉼표를 찍어가면서 입 밖으로 내는게 정말 그러했다.


이번에는 민서가 수정을 잠깐 말없이 처다보았다. 말을 꺼내기 전에 그의 표정에서 수정은 마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정말?'이라는 뜻이었다. 김민서로서 드물게 동그랗게 뜬 눈은 말이다.


그녀 역시 잠깐 그의 눈을 말을 꺼내지 못한 채 바라보았고, '정말'이라는 대답으로 들은 그는 평생 꺼내본 적이 없는 수준의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허허허허허."


홍인수는 왜인지 슬쩍 짜증이 나서 눈매를 찡그렸다.


그들은 오랜만에 정기적으로 갖는 실내 훈련을 재개해서 훈련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만나자마자 복잡하게 이야기할 것도 없이, 곧바로 보호 장구들을 착용하고 트레이닝을 실시하려 한다.


물론 피교육자는 김민서였다. 둘 뿐인 자리에서, 김민서는 드물게 감정을 드러냈다. 어지간하면, 살아 있는 놈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속내나 개인적인 감정의 기색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내였다, 김민서, 재머는.


홍인수는 그런 그를 보며 나름의 단단함인가 싶다가도, 단순한 둔함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오늘은 무슨 일인지 드물게 웃고 있었다. 그것도 히죽거리면서 아주 만면에 밝은 미소를 띄우고 말이다. 어찌 된 일인지. 제자의 개인 생활이야 조직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지만. 홍인수는 어딘지 모르게 짜증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해맑은 그를 보면서 평소보다 강도를 조금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좋은 일 있습니까?"


줄어들 줄을 모르는 기쁜 기색에 기어코 홍인수가 대련 시합에 들어가기 전에 물어보았다. 김민서는 아뇨, 라고 답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무언가 중요한 일이 인생에서 있었던 모양이다.


"어지간히 기쁜가 본데. 그 마음이 훈련에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갑시다."


홍인수가 마주 선 채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는 유도나 태권도의 도복처럼, 질긴 천에 품이 큰 헐렁한 옷을 입은 것이 다였다. 따로 방어 장구는 착용하고 있지 않다. 그의 몸에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건 그야말로 극소수의 인원들이었다.


일반적으로 메이저한 매스 미디어에서 각광받는, 최고 수준의 격투기 선수들이 아마 그럴 것이다. 홍인수는 자신의 재능을 필요한 곳에 헌신한, 나름대로 깊고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있는 자였다.


여기저기 보호대와 헤드 기어까지를 착용한 민서가 기민하게 움직였다. 자세를 낮춘 뒤 빠르게 파고드는 움직임에 나름의 노련함까지 보일 지경이다. 정면으로 가지 않고, 발을 바꾸어 측면으로 파고든다. 팔과 손은 엉거주춤, 머리 부위를 방어하는 가드 자세를 잡고 있다.


마냥 붙는다고 딱히 수가 나오는 건 아니었지만 거리를 벌려도 할 수 있는 게 있지는 않았다. 민서는 거침없이 도전하는 걸 즐기는 편이었다. 고작해야 훈련이었고, 또 죽을 일도 없었기에.


홍인수는 그렇게 다가오는 김민서를 바라보다가, 타이밍에 맞추어 제자리에서 순식간에 발을 빼고 허리를 틀어 채찍처럼 그 몸 째로 후려 쳤다. 맞는 김민서의 입장에서는 거대하다고 느껴질만큼 강한 발차기였다. 가드 째로 충격을 받아 김민서가 뒤로 세 바퀴 즈음 굴렀다.


나름대로 자세를 취했는데도. 도복 사이로 보이는 몸의 윤곽은 탄탄한 체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양복 따위를 입으면 그렇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실제로 재어 보면 은근히 체격이 크고 몸집이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속내가 강한 근섬유로 채워져 있었고.


갈고 닦은 기술도 최정상의 것이었다. 가끔, 이게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자세나 운동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서는 달려들었다. 그런 차이가 무의미한 지경이다. 애초에,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부터 그는 나동그라지고 달려들고를 반복했다. 고작해야 훈련일 뿐이니, 거칠 것은 조금도 없었다.


홍인수가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가 자세를 잡지 못하는 김민서를 발바닥으로 내려 찍으려 했고, 그에 맞추어 간신히 충격에서 벗어나 김민서가 뒤로 일어서며 피했다.


홍인수가 조금 더 속도를 내며 풋워크를 밟았다. 두두두두, 김민서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돌진을 하는 육상 동물의 발굽 소리처럼 위협적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홍인수가 몸을 슬쩍 흔들듯 비틀며, 각도를 잡아 그대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아, 그가 차고 있는 유일한 보호 장구가 그리 크지 않은 복싱 장갑이었다. 두툼한 글러브는 물론 김민서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글로브와 장구 너머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욱.


약간은 비틀대듯 섰던 그의 왼쪽 옆구리에 들어간 주먹은 망치로 몸을 때리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의 몸이 충격 때문에 슬쩍 밀렸다. 김민서는 차라리 그대로 뒤로 더 뛰었다. 그대로 바닥을 구르듯이 짚으며 다시 일어났고, 홍인수는 잠깐을 기다려 주었다.


너무 다그치듯이 압박하고 몰아쳐서는 애초에 훈련이 진행조차 되지 않는다. 물론 처음에는 그렇게 했지만, 지금은 다소 서로의 교환을 전제로 하는 훈련이었다. 공격을 주고 받고, 피하고 방어하고, 반격하는 법을 익히는.


그러나 김민서가 올바른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길게 기다리지는 않고 어김없이 먼저 다가선다. 교관으로서 그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적어도, 단기적인 당일의 훈련 중에는 말이다. 홍인수는 실전에 가까운 극한의 상황이 실전에서 먹히는 능력을 길러낸다고 믿는 편이었다.


김민서는 다시 거리를 좁히며, 가드를 올리고 몸을 굽힌 채 복싱의 풋워크처럼 다가갔다. 홍인수가 가볍게 반 걸음 뒤,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김민서의 타격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타점을 흐트러뜨린다. 그러나 김민서는 상체를 움직여 주먹을 쓸 것처럼 해놓고는, 홍인수가 뒤로 빠지자 마자 점프를 해서 달려들었다.


훌쩍 뛰어 넘어 홍인수의 복부에 다이빙을 하듯 날아 무릎 정도를 꽂아 넣으려고 굴었다. 무에타이의 동작과도 비슷한 움직임이었다. 홍인수나 리시버가 그러하듯, 순간적인 동작 전환과 빠른 공격을 해내려 했던 것 같지만 아쉽게도 몸이 따라주지는 않았다.


기습을 하려는 자세로 바꾸는 사이 시간이 너무 길었고 느렸다. 홍인수는 그걸 기다리지도 않고 몸을 뒤로 접듯이 상체를 눕히며, 그 반동으로 왼발을 앞으로 들며 강하게 뻗었다. 체중을 실어서 그의 왼쪽 신발 밑창이 민서가 끼고 있는 헤드기어 위를 밀듯이 찼다.


퍼억-!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민서는 헤드기어 안쪽에서 직접 충격을 받지는 않았으나 살벌한 소리와 함께 뒤로 나동그라졌다. 아니, 분명히 앞으로 뛰었는데? 비정상적인 괴력이었다. 홍인수가 발휘하는 것은. 어린아이와 어른의 싸움과도 같이 무너진다.


홍인수도 건장한 체격을 밀어내는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 손쉽게 구는 것은 아니었고, 나름대로 온 몸의 탄력과 체력을 다 이용하는 일이기는 했다. 그렇게 해도 민서보다도 훨씬 오래 싸울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의 차이는 크게 없었지만.


김민서는 그대로 옆으로 굴러 일어났다. 결국 이것의 끊임없는 반복에 가깝다. 홍인수와의 싸움은. 그러나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 긁히는 날이라도 있을 것이다. 그런 훈련이었다. 저런 상대와 마주하다보면, 사실 그 아래의 능력을 가지는 이들과의 싸움에서는 아주 대담해질 수도 있는 법이었고.


민서가 다시 달려들었고, 홍인수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태클을 피했다.


*


겨울. 꺼내 둔 날붙이의 칼날이 차갑게 식다 못해 어는 게 아닌가 싶을 시기였다, 원래는. 한국이나 여타 북부 지방에서라면 말이다.


송일우는 비교적 온건한 기후의 지방에 있었다. 미대륙 남부. 따스한 기온이 겨울철에도 지속되는 곳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손 한 뼘 만한 길이의 단검을 들고 있었다. 군용 나이프, 라고 불러야 할만한 모습의 그것은 그가 가장 애용하는 길이감의 무기이기도 했다. 어지간한 상대는 근접전에서 이런 도구 하나만 있다면 모두 상대가 가능했다.


-크르르릉.


그래, 상대가 괴수라고 해도 말이다.


그가 앞에 둔 것은 그야말로 괴수라고 불러야 할 만한 것이었다. 미국 남부의 어느 시골 마을. 동물들을 싣고 동물원과 동물원 사이를 오가던 수송 트럭이 사고를 내고 전복되었다. 가까스로 중상자나 사망자는 없었지만, 트럭의 수송 컨테이너가 충격을 받으며 잠금 장치가 풀렸다.


그리고 내부에 있던 거대한 숫사자 한 마리가 그대로 탈출을 했고, 그것이 끊임없이 움직여서 사람들이 사는 인근의 시골 마을까지 도달했다는 이야기였다.


패닉에 빠진 수송 업체의 운전사와 인근 마을의 행정 조직들은 구원을 요청했고, 생각보다 더 날래고 용의주도한 짐승의 움직임에 결국 점퍼 조직에서 일 손이 남던 한 명이 파견이 되었다.


송일우는 시골 마을의 외곽, 사람들은 전부 다 문을 걸어 잠그고 내부에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린 채 홀로 야외에 있었다. 햇볕이 내리 쬐는 따사로운 날씨에, 멀리서 모래 먼지 따위가 불어오는 그런 그림이었다.


황야에서 사자와 대치하는 한 사내. 글로 풀어 적는다면 나름대로 멋이 있을지 몰랐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송일우의 입장에서는 낭만감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현장이었다.


제압용의 총을 쓴다면 사실 생각보다 더 간단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그리 강한 충격량은 아니겠지만 권총 역시 챙겨 왔다. 연발이 가능하고, 확장 탄창을 끼운 채로 말이다. 그의 재킷 안쪽 홀더에 들어 있었다.


송일우가 손 안에서 펜 정도를 가지고 놀듯이 슬쩍 나이프를 돌렸다. 어차피 지금 입고 있는 옷들은 전부 특수한 소재들이라, 사자의 발톱이나 이빨에도 몇 번은 견딜 테였다. 그 몸체에 깔리기라도 한다면 위험했지만. 강한 충격을 받으면 해당 부위가 경화되며 검도 총알도 투과를 허용하지 않는 부류의 피복이었다.


사자는 위용이 대단하다. 사람의 몇 배는 되는 것 같은 몸집으로 어슬렁, 거리면서 송일우의 시야를 뺏으며 걷는다. 완연한 대치 상태. 짐승과도 어떤 종류의, 전투에 대한 교감이 되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했다. 사람 중 강적을 맞이하는 것과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송일우는 품 안에 든 연발식 자동권총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대신 허벅지 춤에 넣어 놓은 다른 권총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것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사자의 눈매는 짐승의 것이었고, 보고 있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종류였다. 송일우는 위압되지 않고 차분하게 움직였다.


사자는 총을 경험한 적은 없는 듯 송일우가 꼼지락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여차하면 달려들 것처럼 성대를 긁어 무서운 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거리가 그래도 조금은 있다. 갑자기 달려든다고 하더라도 총을 쏘거나, 도약을 할 만큼의 시간은 충분한 위치였다.


사자가 어금니를 드러내며 송일우를 포위하듯이 옆으로 걷는다. 그는 그것에 맞춰 시야를 돌리다가, 허벅지에서 꺼내 든 권총을 장전했다. 철컥. 한 손에는 나이프를 들고 있었으나 손안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두 눈은 여전히 사자를 마주하고 있다.


휘이이, 하고 불어오는 모래 먼지가 섞인 바람 따위가 주변을 휩쓸었다. 사자는 아마 다소 굶주린 상태일 것이다. 아직까지 인명 피해는 나지 않았고, 근처를 돌아다니며 짐승 따위를 발견해서 잡아 먹었을 지 모르나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송일우는 천천히 그대로 사자의 움직임에 맞추어 팔을 뻗어 조준을 했고, 바로 쏘았다. 탕! 타탕! 사자의 입장에서는 처음 겪어 볼 굉음이 들리면서 총탄이 날아갔다.


그것이 반응할 틈도 없이 정확한 사격이 네 발로 걷는 짐승의 어깨나 앞발 따위를 맞추었고, 사자는 통증과 함께 격노하며 달려들었다. 거대한 대형 짐승을 죽이기에 권총은 저지력도 무엇도 다소는 부족했다. 연발식 권총으로 수십 발을 순식간에 갈기지라도 않는 이상. 그러나 송일우는 천천히 움직였다.


다만 점프를 사용했기에, 그의 움직임의 속도와 상관 없이 순식간에 먼 거리로 이동했다.


후욱, 하고 사자가 기세를 바꾸어 달려들기 시작하자 그가 사라진다.


송일우는 허공에 떠 있었다. 약 수 미터 위. 그가 사라지고 사자가 목표물을 잃는다. 그러나 기왕 뻗은 다리의 폭발적인 탄력을 멈추기도 어려웠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사자의 위로 송일우가 나타난다.


그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그대로 떨어져 내린다. 용케, 사자의 속도를 어림짐작해서 맞추었다. 그는 그대로 나이프를 역수로 감아쥐었고, 허공에서 내려오는 그 위치에 사자가 맞추어 도착했다.


이런 종류의 기예는 점퍼들로서도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무엇보다 움직이는 대상의 속력을 맞출 수 없었고, 설령 정확한 계산을 해내고 맞기까지 한다 해도 동작을 수행할 고성능의 신체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수직으로 낙하하는 송일우의 아래에 수평 이동하는 사자가 정확히 맞는 지점이 있었다. 사자의 등허리 쪽이었고, 송일우는 그대로 말의 안장에 안착하듯이 하체로 강하게 사자를 찍고 또 힘으로 조이며 착지했다.


그리고 그 힘 그대로를 상체를 숙여 역수로 쥔 것을 날뛰는 사자의 갈기 사이로 찍었다. 헝클어진 천이나 실타래처럼 칼날을 방해했으나, 그것이 너머의 목덜미에 찍혀 들어가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장갑을 끼고 있는 손이 거센 반동에 욱신 거릴 정도로 강하게 찔러 넣은 칼날이 사자의 명줄에 닿았다.


목줄기 피부 아래의 핏줄이 지나는 곳을 끊어먹은 칼날로 사자의 숨통이 끊어졌다. 날뛰던 짐승은 그대로 숨을 잃었고, 그 기세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송일우는 황소의 위에 올라탔던 투우사처럼 덜컹, 하고 크게 날아가 바닥으로 튀었다. 그대로 낙법으로 구르듯이 땅바닥에 안착을 했고, 더 이상 일어서지 않고 황야의 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푸후우.”


긴장감으로 깊게 머금었던 숨을 토해내면서 말이다.


미국 남부의 햇살과 하늘은 따사로웠고 또 평화롭게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숨이 멎은 사자의 시체를 처리해야 했고, 마을을 통해 관할 행정처나 치안 조직에 연락을 해야 했다. 돌아갈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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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사자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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