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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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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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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8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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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DUMMY

*


빌딩 사이를 지나며 폭탄을 떨어뜨린 헬기가 다시 고도를 높이고 있었다. 윤민혁이 타고 있는 헬기는 다소 낮은 고도를 유지하면서 대응 병력이 오는지를 살피고 있었다. 눈에 띈다면 곧바로 기관총 사격으로 견제를 하기 위해서였다.


홍인수는 일단 헬기의 모습을 좀 더 확인하기 위해, 빌딩 고층 건물의 상부로 이동을 했다. 대로변에 있던 그가 빌딩 내부로 이동했다. 잠깐의 텀이 지나고 그가 주변을 살폈다. 일반적인 대기업 회사 건물처럼 보이는 곳이다. 그가 이동한 곳은 이미 사람들이 다 대피한 후인지 썰렁하게, 불이 켜진 사무 집기만 남아 있었다. 그는 벽면 전체가 유리인 통 유리창 너머로 하늘을 살폈다.


도심의 거리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빌딩들의 불빛도. 헬기 자체에서 쏘아내는 불빛도 있었기에 헬기의 위치를 식별하는 건 쉬웠다. 아닌 밤중에 벌이기에는 너무 하드한 장난이었다. 홍인수는 윤민혁이 타고 있는 헬기의 근처 높이에 있었다.


윤민혁이 타고 있는 헬기가 도로 주변을 다시 돌면서 방향을 바꾸었다. 승강구가 빌딩들을 향하는 쪽으로. 그건 곧 기관총의 총구가 건물들을 향한다는 뜻이었다. 마이클의 뜻에 따라, 적절한 상흔을 남겨주는게 이번 테러의 목적이었다. 홍인수는 헬기의 움직임을 보고 곧바로 건물 내부에서 도약을 시도했고, 한 호흡 뒤에 그가 사라졌다.


빠르게 움직이는 헬기 내부에서 필리핀인 사내가 방아쇠를 조작했다. 기관총의 총열이 흔들리며 굉음과 함께 납탄이 쏟아졌으나, 1초를 채 넘기지 못했다. 후욱. 하는 아찔한 감각이 느껴졌다.

도약을 많이 경험했던 필리핀인 청년과 윤민혁 정도가 선명하게 느끼는 감각이었다. 꽤나 크기가 있는 헬기 내부에는 윤민혁, 동남아 사내, 조종간을 잡은 흑인, 그리고 두 명의 완전 무장을 한 용병처럼 보이는 백인이 있었다. 홍인수는 그 내부에 나타나자마자 최길우와 비슷한 동작을 취했다.


점프의 감각이 느껴지고, 홍인수가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윤민혁이 그를 몸으로 덮쳤다. 같이 떨어지기라도 할 기세였다. 홍인수는 갑자기 다가오는 누군가의 인기척에 먼저 빼들어 앞으로 조준하던 권총의 방아쇠를 그대로 당겼다. 탕! 방탄 플레이트를 몸통에 두르고 있던 윤민혁에게는 저지력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러나 저지력이면 충분하다.


“윽!”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윤민혁의 움직임이 일순 멈추었고 그 시간이 홍인수가 시야를 회복하는 시간이었다. 홍인수는 그대로 총구를 움직였다. 윤민혁에게가 아니라, 기관총을 조작하든 필리핀 청년의 어깨 죽지를 향해서였다. 곧이어 총성이 들리고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기관총을 놓았다. 홍인수는 그대로 발작하며 쓰러지듯 무너지는 사내의 다른쪽 어깨에 한 발의 총알을 더 쏘았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기관총을 조작할 생각은 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그 사이에 다시 윤민혁이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복잡한 움직임으로 제압하려고 해보았자 통하지 않는 상대도 있다. 윤민혁은 좁은 공간에서 육탄 돌격으로 홍인수를 저지하려고 했다.


조종석 부근에 있던 이도 움직여서 홍인수의 발목을 잡았다. 그 사이에 윤민혁이 태클을 걸듯 강하게 몸을 날렸고, 홍인수는 크게 저항하지 않고 그 흐름에 몸을 맡겼다. 곧 뒤편에 열린 승강구를 통해 둘의 몸이 헬기에서 쿠당탕, 쇠판 따위에 부딪히면서 나가 떨어진다.


후우욱, 하고 중력의 감각과 함께 귓가를 가르는 아찔한 공기 저항이 느껴졌다. 몇 초면 순식간에 가속도가 붙어 도로에 떨어질 것이고, 붉은 자국만 남기고 그대로 몸이 부서질 테다. 홍인수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도약을 다시 했다. 점퍼의 도약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정신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기절을 시키지 않는 이상은.


그리고 어차피 윤민혁 역시 죽고 싶지 않다면 점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빌딩들의 사이, 도로를 향해 떨어지면서 곧 한 호흡 뒤에 상공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홍인수는 다시, 근처 건물의 옥상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윤민혁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다. 그들이 있던 헬기는 고도를 그렇게 바꾸지 않고 건물들의 옥상과 비슷하거나, 조금 아래를 지나고 있다. 홍인수는 어쨌든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비행체를 처리하기 위해서 다시 헬기 내부로 도약을 한다.


후욱, 하고 그가 사라졌다.


*


송일우와 김민서는 홍인수가 나타났던 맞은 편의 최고층 빌딩의 옥상에 있었다. 난간이 제법 높고 그 사이에 골이 있어서 바깥으로 통하지는 않는다. 잘 꾸며진 옥상 정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잠시 태세를 정비하고 어떻게 움직일지를 생각하다가 누군가 다가옴을 알아챘다.


점프 특유의 전조 현상과 소리가 났다. 그들 모두 점퍼였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JE의 움직임에 해당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한 호흡 뒤에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윤민혁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전한 비쥬얼이었다. 카고 바지에 두터운 재킷.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중년의 사내. 굵직한 체구에서 나오는 힘은 정면에서 상대하기 부담스러운 느낌마저 있었다.


송일우는, 나름대로 오랜만에 만난 전 리더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넬만한 정신은 없었다.


“이런 씨.”


라고 소리를 뱉으며 저도 모르게 들고 있던 소총을 겨눌 뿐이다. 윤민혁은 시야가 회복되기 전에 인기척을 느꼈다. 전장에서 활동하는 점퍼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점프의 직후 제한된 감각 속에서 주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었다. 그는 귀에 들리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소총탄이 쏟아질 무렵 그가 시야를 확인한다.


윤민혁이 곧 도약을 하며 다시 사라졌다. 그가 나타난 곳은 송일우의 뒤 편이었다. 윤민혁이 근접전에서 어떻게 싸우는 지는, 송일우가 가장 잘 아는 것 중 하나였다. 그에게 본격적인 실전 전투법을 배운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송일우 역시 김민서를 밀쳐 날리듯이 옆으로 쳐놓고 자신도 몸을 날렸다. 윤민혁은 그들의 뒤켠 한 발자국 거리에서 나타나 곧바로 프론트 킥으로 앞을 찼다. 그가 사라질 무렵에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이었기에, 윤민혁의 발차기는 허공을 갈랐다.


잘 조경된 잔디와 알록달록한 석재로 가꾸어둔 정원에 거친 소란이 일어났다. 소총탄이 정원의 한 구석을 엉망으로 이미 만들었다. 정원에는 야간에 저절로 켜지는 것인지, 가로등처럼 백색 등이 여기저기 켜져 있어서 시야를 밝힌다.


송일우는 그대로 넘어지듯 앞으로 구르며 다시 일어났고, 도약을 준비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도약과 근접 거리에서의 움직임 속에서 누가 먼저 흐름을 놓치느냐였다. 윤민혁은 그대로 다시 몇 걸음 걸어서 사라지기 전에 주먹을 휘두르려 했고, 반응이 빨랐던 지라 한번 더 놓치고 말았다.


송일우는 계속해서 소총을 들고 있는 채였다. 거리를 벌리면 그에게 우세한 상황이다. 송일우는 옥상보다 더 위, 십 미터 정도 상공에 나타났다. 그리고 아래를 향해 허공에서 조준을 하면서 잠시 기다렸다. 시야가 불안정하다면, 혹시 김민서에게 오발을 맞출 수 있었기에.


김민서는 태도가 이번에는 제법 기민했다. 재주 좋게, 그리고 주제 파악을 잘해서 밀쳐진 다음에 재빠르게 굴러 어딘가로 향했다. 옥상 화단 어딘가에 멀찌감치 떨어져 모습을 숨긴다. 송일우가 악을 지르듯이 소리쳤다.


“정신 집중 똑바로 해! 상대가 점퍼다!”


그 말은, 정신적인 평안 상태, 재밍 능력의 발휘를 위한 집중을 해내라는 뜻이었다. 정신적으로 혼란이 가중되어서 패닉에 빠질 정도가 된다면 그의 재밍 능력도 아무래도 발휘가 어려웠다. 전장에 온 순간부터 그의 재밍 능력이 흔들리고 있었다.


민서는 다시금 날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애를 썼다.


민서가 발휘하는 재밍 능력은 그간 많은 변화와 계발을 거쳐서 실전에서 어느 정도 써먹을 수 있을 만한 특질의 능력이 되었다. 어지간한 난전에서도 집중을 해낼 수 있었고, 그 범위가 늘어나는 시간 또한 짧았다.


또한 그가 발휘하는 JE2는 영리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었다. 스스로 익숙한 JE를 보유한 이들을 구분해서, 재밍 능력의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도 있었다. 주로 그가 점프를 경험한 점퍼 조직의 점퍼들이었다.


그가 재머로서 난전 상황에서 능력만 정확하게 발휘할 수 있다면, 상대방이 점퍼인 이상 팔다리를 다 묶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번이라도 걸려든다면, 예상치 못한 착오로 인해 단번에 제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김민서는 그의 말대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상공에서 떨어지는 낙하 중력을 그대로 받으면서 송일우가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투다다다다! 재주도 좋게 견착을 제대로 한 소총이 총알을 뿜어댔다. 건물 옥상의 바닥과 화단에 총알이 난사된다.


윤민혁은 송일우가 사라진 시점에 이미 똑같이 점프를 준비하고 있었고, 아쉽게도 공중 사격이 그에게 맞는 일은 없었다.


윤민혁 역시, ‘재머’라고 불리는 특질의 점퍼에 대해서 마이클에게 미리 언질을 받았으므로, 이번에는 최대한 먼 곳으로 도약을 해서 본인의 모습을 지웠다.


김민서가 역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 그가 전장으로 돌아오는 일은 어려울 테였다. 그 옆에 송일우 등의 전투 요원이 함께하고 있을 테니. 일순간의 무방비라면 상대의 체격이 어떻든 제압하기에 충분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상대의 목을 졸라 메는 것만큼 쉬운 일이 없을 테니까.


*


점퍼 요원들은 빌딩 내부, 혹은 도심 골목 각지에서 채 피하지 못한 이들을 순간이동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JE 대부분을 소모하고 있었다. 엘리트라 불리는 전투 요원들 몇만이 테러리스트에게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개중에 브레이커, 라 불리는 이 또한 공격을 위해 움직였다. 그녀 역시 수십 회의 점프를 순식간에 시민들의 대피를 위해 사용한 뒤였지만 남은 일정 부분은 테러리스트의 명치에 파괴적인 주먹을 꽂아 넣기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그녀 역시, 점프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 베테랑이었다. 그녀는 차선이 넓은 대로변의 한 가운데로 먼저 도약을 해 움직였다.


그리고 나서, 헬기의 위치를 살피면서 들 수 있는 최대한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점찍어 손을 대었다.


그녀는 일순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장비를 끼고 있었다. 섬세한 컨트롤과 움직임의 예측이 필요한 장비였고, 단선적이고 일시적인 움직임에 발휘되는 힘이었기에 적절한 순간에 사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카운터의 틈을 내주는 장비였다.


즉 타격전에 대한 고도의 센스와 격투 실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실전에서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물건이다. 그리고 이런 건 사람을 상대하지 않을 때에도, 종종 쓸만한 점이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흘긋, 빌딩 사일 날아다니는 헬기 한 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신의 상체만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만졌다. 얼마 전까지 도로의 일부였던 그것은 마침 들기에 적당한 각진 모양이었다. 그녀는 불안정하게 파헤쳐진 박살 난 도로 위에서 지지대 삼을 장소에 발을 적당히 가져다 두고, 한 순간의 호흡으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으긋.”


이가 갈리듯이 부딪히며, 그녀는 온 사지와 몸에 근육이 긴장이 되는 걸 느꼈다. 본디 이성적인 제어 하에서 사용 가능한 것보다 훨씬 강렬한 힘이 그녀에게 전해졌다. 본디 그녀의 신체 잠재 능력에 속하는 힘이었다. 전기 신호를 이용하는 기계 장치로 일시적인 한계점을 풀어버린 것 뿐이다.


그리고 그런 일시적인 힘의 이용은 몸에 막대한 부하를 일으킨다. 그를 위해서, 그녀는 평소에 누구보다도 하드한 트레이닝으로 신체 능력을 유지해야만 했다. 강대한 힘이 제대로 사용이 되려면 기본적인 체력이 받쳐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상체만한 부피의 콘크리트 덩어리를 한 번에 들어 올렸다. 발밑도 불안정한 상태에서 해낸다는 점에서 묘기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직전에 실행해 두었던 점프가 발동되었다.


그녀가 콘크리트 바위를 허리께까지 들어올린 시점에서, 후욱 하고 사라졌다. 두 손으로 온전히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바위 역시 함께였다.


그리고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상공이었다. 빌딩의 불빛이나, 헬기에서 비추는 라이트. 여러가지 도시의 불빛들이 도심을 밝히고 있었다. 그녀는, 두 대의 남은 헬기 중 비교적 낮은 헬기의 위였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약간의 힘을 더해 바위 덩어리를 비틀어 던졌다. 약간의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하는 바위 덩어리의 아래에는,


전진하는 헬기의 프로펠러가 있었다.


쿠지지지지직! 하고. 야구 선수의 제구 솜씨처럼 정확하게 날아든 콘크리트 바위 덩어리는 제 몸을 헬기의 프로펠러 사이에 던져 갈려 나갔고, 채 갈려 나가기 전에 훨씬 연약한 회전 날개를 부수어 댔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위에 떨어진 바위가 그대로 헬기를 주저 앉혔다.


쿵! 하는 최초의 충격 이후에 헬기는 잠깐의 양력을 유지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회전 날개의 날이 부러져 망가졌고, 그대로 꼬리 날개만 남아 약간의 추진력을 가진 채 앞으로 서서히 추락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헬기 내부에서는 충격과 동시에 떨어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콰직, 하고 쇠나 카본으로 만들어진 판체들이 부러지는 불길한 소리가 강렬하게 들렸다. 외부가 바스라지고 내부 기계 장치와 엔진에까지 충격이 오기까지 순차적이었다.


새총으로 새를 맞추어 떨어뜨리듯 한 일이었으나, 다소 규모가 장렬한 편이었다. 메리 포핀스는 스케일이 큰 여자였다.


허공에서 벌어진 일은 기이한 묘기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헬기 내부의 상황은 호러나 서스펜스에 가까웠다.


*


홍인수는 바윗덩어리가 프로펠러로 떨어지는 헬기 내부에 타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그 내부로 진입한 직후의 일이었다.


후욱, 하는 소리와 함께 비교적 고도가 낮은 헬기에 그가 나타난다. 윤민혁은 아직, 다시 헬기로 돌아오지 않았다. 재머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면 다시 현장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헬기 내부는 그리 넓지 않았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시간에 그가 납탄으로 저지해둔 필리핀인 청년이 쓰러져 있었다. 윤민혁의 뒷자리에 있던 두 용병 사내가 있었고, 좌석 쪽에도 여전히 마이클이 부리는 부하들이 있었다.


홍인수는 헬기에 나타나자마자, 자세를 슬쩍 낮추며 안면을 가렸다. 그가 착용하고 있는 방탄 피복으로 노출된 부위만 가리면 총탄에 바로 맞아 죽지는 않는다.


그리고 시야가 돌아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보다, 익숙하다면 점프를 근거리에 시행했다가 취소함으로써 그 자리에 어떤 사물이 있는지 알게 되는 편법을 이용해 적의 위치를 아는게 빠르다.


홍인수는 순식간에 대강의 기척을 JE를 이용해 읽고는 움직인다. 그가 앞 발을 뻗어 재빠르게 찼다. 퍽! 정확하게 상대의 움직임이 걸려 들었고 다음 순간에는 시야가 회복되었다. 시야 이외에도 다른 오감으로 싸우는 법 역시 점퍼로서 전장터를 오가다 보면 익히게 마련이었다.


촉각과 청각. 심지어 후각까지. 그 짧은 시야 암전의 순간에 극한까지 예민해지는 감각들이다. 홍인수는 방탄복과 장비를 갖추고 있는 건장한 체구의 백인 남성의 배를 걷어찬다. 그는 그대로 밀려나 헬기의 벽면에 부딪혔다. 그가 들고 있던 권총을 바로 옆으로 겨누어 쐈다. 탕!


용병 하나가 뒤늦게 반응하려다 팔을 맞았고, 그 순간에 불길한 소리가 위에서 들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여러가지가 부서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콰지지직, 이라던가. 곧바로 홍인수는 헬기의 양력이 순간 상실되며 주저 앉는 느낌을 받았다. 헬기 내부의 전 인원이 겪은 것이다. 가장 패닉에 빠지는 인간은 보통 조종석에서 조종간을 잡고 앉아 있는 쪽이다.


홍인수는 갑작스러운 재앙에 일단 점프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지간하면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라도 눈앞에서 인명이 사라지는 걸 보는 편은 아니었다. 점퍼 조직의 인원들은. 물론 전투 중에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사상자는 어쩔 수 없지만.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와중에 다른 사람을 제압만 한다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였다.


어지간하면.


구출하려고 한다. 그래서 홍인수는 확실하게 떨어질 게 분명한 헬리콥터에서 일단 제압당한 인원들에게 손을 가져다 대려 점프를 시도했다.


조종석 쪽에는 조종사와 조수석에 한 사내가 있었지만 일단 신경 쓰지는 않았다.


“망할! 죽어, 이 괴물 자식!”


그러려 했지만, 조수석에 앉은 사내가 발작적으로 추락하는 와중에도 홍인수에게 총을 들이밀었다. 홍인수는 그의 말소리나 기척을 느끼자마자 몸을 반회전 시키며 총을 쏘았다. 탕! 조준에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패스트 건샷처럼 순식간에 겨누어지고 쏜 총이 그의 어깨를 맞추었고, 동남아 계의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널브러졌다.


헬기는 동력을 잃고 추락하는데, 균형을 잃고 최대한 앞으로 떨어지기 위해 뒷날개를 힘껏 돌렸다. 홍인수 역시 그 내부에서 자세를 잡기가 어려웠다. 그의 곁에 있는 양 어깨를 맞은 필리핀인 사내에게 슬쩍 손을 대면서, 곧 도약을 시도했다.


최초에 앞발에 얻어맞은 사내는 넘어가면서 어딘가에 부딪히기라도 했는지 힘없이 바닥의 철과 얼굴을 맞대며 구르기에 남은 손을 그의 종아리 즈음에 대었다.


홍인수와 두 명이 곧바로 모습을 감추었다.


*


작가의말

필력이 많이 증진되어야 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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