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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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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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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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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1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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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65.

DUMMY

*


윤민혁은 다른 곳으로 점프를 했다. 그러니까, 무작위의 장소 말이다. 그는 도쿄의 어느 뒷골목에 나타난다. “꺅!” 누군가가 그를 보고 짧게 비명을 질렀다. 어떤 여자였다. 윤민혁의 꼴은 몰골이라 해도 좋았다. 때아닌 코스프레 복장과도 비슷했고. 온몸을 덮는 기이한 방호복은 어느 영화에서 튀어나온 우주인이나, 실험실의 과학자와도 비슷했다.


저녁. 일본 대도시의 뒷골목. 사람이 없을 듯했던 그 자리를 지나가던 어떤 여자는 자신이 한눈을 판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 있는 괴한의 인기척에 놀랐고, 그가 하고 있는 행색에 한번 더 놀랐다.


짧은 치마를 입고, 저녁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나름의 스트레스 풀이라도 하려는 듯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다. 윤민혁은 사람의 기척에 피곤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고는, 그냥 점프로 다시 사라졌다.


아마 높은 확률로, 그와 마이클이 사라졌을 때 조직의 추적자가 그들을 구분할 수 있다면 마이클을 쫓아갈 확률이 높았다.


마이클은 이미 한 번 서울에서의 테러로, 조직의 추적자들에게 그 행색이나 외형이 전달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어쨌든 그는 몇 번의 점프를 통해 복합적으로 움직였다. 이전에 최길우에게서 도망칠 때와 비슷한 방식이다. 무작위로 세계 곳곳을 점프를 해서 쏘다니고, 그 가운데 물리적인 도망으로 거리를 벌리며 도약 도주의 동선에 혼선을 주면서 말이다.


마이클과 행동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된 몇 개의 비밀 거처에 들러서 두터운 방호복을 벗고, 그는 다시금 어느 대도시로 향했다. 자금은 부족하지 않게 있었다. 마이클은 이용 가치에 따라 구성원들에게 돈을 아끼는 편은 아니었고, 나름대로 조직력이나 자본력이 있는 사내였다.


윤민혁은 일단 추적이 시작되었을 그 사태에 섣불리 끼어들려 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관여하지 않고 그저 숨죽여 있는 것이 더 도움이 될만했다. 그 추적로에 당장 끼어든다고 그가 해줄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일 테고 말이다.


혹 마이클이 잡히더라도, 자신은 신변의 안전을 도모하다가 나중에 그를 빼내오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윤민혁은 다음으로 프랑스의 한 도시로 위치를 옮겼고, 미리 비밀 거처 여러곳에 환전해 둔 각국의 화폐 중 유로화 지폐를 챙겨 움직인다.


거리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적당한 호텔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그대로 방 안에 투숙하며 머물렀다. 어쨌든 점퍼 조직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이후에 따로 연락을 받든, 접선을 하든 말이다.


점퍼 조직에 대한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작용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


마이클, 정확히 그를 움직인 텔레포터인 유진 쿠퍼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마이클에게는 지구 대기권 내라면 어디든 위치를 알 수 있는 GPS와, 시야를 공유할 수 있는 작은 카메라를 달아둔 상태였다. 그것으로 초고도 상공에서 대략적인 상황을 그도 같이 공유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인물들에 대해서는 유진도 알아챘다.


마이클을 불러오는 일이 다소 시간이 걸렸던 것은, 유진이 있던 자리가 그들의 비밀 거처들 중에서도 꽤나 중요도가 있는 곳이었기에 그러했다. 정확히는, 대체하기 어렵고 비싼 물자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마이클이 다양한 일에 사용하는 컴퓨터와, 각종 과학 기계들. 앉은 자리에서 거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말하자면 ‘본부’라고 할만한 곳이었다.


어차피 마이클을 불러올 거라면 추적전을 피할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쓸데없이 그들이 형성한 단체와 조직으로서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유진은 우선은, 그 스스로가 점프를 했다. 중요한 건 감각과 상상력이었다.


어차피 점퍼들이 점프를 하는 데는 물리적인 제약이 없었다. ‘점프’라고 하는 이 기이한 힘을 다룰 때 점퍼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물리 법칙을 뛰어 넘는 가공할만한 상상, 이 무엇보다 중요한지 몰랐다.


추적자의 심리와 예측을 뛰어넘는다면 그 추적을 벗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유진은 태평양이 아닌 지구 정 반대편 즈음에 점프를 했다. 히말라야 산맥의 한 자락이었다. 눈 덮인 고원, 설산. 추위가 살을 에고 바람이 불어오는 자리에 그가 나타난다.


나타나자마자, 그의 몸을 찌르듯이 느껴지는 추위와 숨 쉬기조차 불편한 환경이 괴롭혔다. 오히려 초고도의 상공보다 더 괴로운 것 같기도 했다. 대기, 기후에 따른 추위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일단 유진은 그 자리에서 마이클을 불러냈다. 텔레포터는 보통 정해진 대상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오거나, 혹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다른 어딘가로 송출이 가능하다. 모두 점퍼로서 상당한 기예가 필요한 기술들이었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대상의 좌표를 읽어내고 점프 시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점프의 정밀도에 있어서는 ‘리시버’라 불리는 점퍼 조직의 요원에 그리 뒤지지 않을 지도 몰랐다.


마이클이 일단 그의 앞에 나타났다. 우주복 같은 옷을 입은 꼴이었다. 그리고 그러자마자, 그는 마이클을 다시 다른 곳으로 보냈다.


마이클이 사라지자마자 유진은 자신의 점프를 준비했다. 한 장소에 두 개의 점프의 흔적이 있다면 추적자는 결국 하나를 골라서 움직일 것이다. 그의 몸이 하나인 이상은 말이다. 화면으로 보였던 두 명의 인형이 모두 점퍼라면 둘 다 각개 추격을 시작하겠지만 말이다. 이 정도 혼선은 있어 줘야 최소한 추적을 끊어낼 가능성이라도 생길 것이었다.


유진이 사라지기 직전,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도약의 감각을 느꼈다. 추적자는 둘이거나, 혹은 하나이면서 마이클을 쫓아오기로 한 모양이었다. 높은 확률로 그러리라 생각했다. 마이클 샌더스는 이미 그 인상착의가 점퍼 조직에게 노출이 되었다.


어지간히 미친 양반이었다, 자신의 보스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기도 하겠지만. 보통 일을 그런 식으로 꾸미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리어 그런 대담한 선전포고가 점퍼 조직에게 있어서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내고 그들에게 혼란을 주며, 판단력을 상실시키리라는 계산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들어맞기는 했다.


당장 지금도 조직의 건물을 직접 타격하는 일을 벌이면서 그 뒷수습을 하느라 추적자도 한 명밖에 쫓아오고 있지 않았다. 운이 나쁘지 않았다면, 그들은 재머의 존재를 몰랐지만 그가 없었다면 결국 제대로 된 추격도 이루어지지 못할 뻔 했다.


유진은 도약의 직전 누군가가 히말라야 고산의 끝자락으로 넘어오는 것을 보았다. 제대로 인상착의를 확인하기도 전에, 그의 시야가 암전되며 유진이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


야가미는 여전히 민서와 어깨동무를 한듯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이클을 쫓아 도약을 해오자마자, 그 자리에서 인지 가능한 JE의 잔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류의 추적은 쉴더가 잘하는 일 중 하나였다. 그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였고, 어느 한 쪽을 일단 따라가기로 했다. 먼저 사라진 쪽이었다. 상대가 아마 추적을 인지하고 있다면, 먼저 점프로 사라진 쪽이 더 중요한 인물일 수도 있었다. 단순한 심리였다. 보다 귀중한 것을 먼저 감추려 하는 사람의.


쉴더는 민서를 데리고 보다 희미한 잔향의 흔적을 더듬어 추적을 했다. 애초에 그 잔향이 너무 옅어, 추적이 어려웠다면 후에 남은 선명한 것을 따라갔을 테지만, 아직까지는 선택의 여지가 남아있는 순간이었다.


쉴더가 도망자의 뒤를 따라 붙으며 추적을 했다.


민서는,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그 역시 점퍼로서 주체적인 도약을 할 능력이 없었고, 그저 쉴더에게 붙들린 채로 계속해서 도약을 할 뿐이다.


두 사람의 신형 역시 유진이 그러했듯, 차가운 바람이 불어드는 설산의 땅 위에서 사라졌다.


*


마이클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점프에 있어서 완벽한 객체였다. 그에게는 점프 능력이 없다. 다만 그가 어린 시절부터 키워내고, 만들어낸 텔레포터의 능력과 영리함을 믿을 뿐이었다.


그는 다른 곳에 다시금 재도약 되자마자, 자신의 몸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곳의 상공이었다. 다만 아까와 같이 초고도의 높이여서 지구의 전경이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비행기보다 조금 낮은 곳, 정도가 될 것이다. 멀리로 한 나라 즈음 되어 보이는 땅덩이의 모습이 관찰되니까 말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곧장 아래로 낙하했다.


반면, 텔레포터는 바로 그 아래에 있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지만 실상 위치는 그리 다르지 않은 곳이었다. 그리고 육안을 찌푸리며 눈에 보일지 모르는 마이클의 낙하를 관찰했다. 곧바로 텔레포트를 준비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는 마이클을 보낸 장소에서, 순식간에 위치를 계산해 내어 아래로 떨어지고 있을 그를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 다음에 다시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온다.


마이클의 도약이 성공적이었다. 유진은 자신의 앞에 있는 그를 확인하고 다시 손을 얹으면서 보내기를 준비한다. 그가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에 추적자 점퍼들을 발견했으니, 약간의 텀이 있고 마이클이 있던 자리로 이동할 테였다. 아마, 지금 쯤일 것이다. 그가 오자마자 순간의 시간을 지체한 뒤에 마이클을 불러왔으니.


유진은 마이클을 데리고 다시 도약을 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단체 도약이었다. 그들이 나타난 곳은 동남아시아, 태국의 어느 시골이었다. 다양한 곳에 비밀 거처를 만들어두었지만 간단하게 도주로로 택하고 그것들을 상대에게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최대한 다양한 루트를 이용해 도망칠 생각이었다.


또한 그 자신에게 남은 도약 횟수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있었다. 최대한 몇 회 안의 점프로 저들의 추적을 끊어내야 했다. 유진은 마이클이 마침 우주복 비슷한 것을 입고 있다는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상대가 가더라도 따라가기 어려운 곳으로 간다면 추적을 피할 수 있었다.


유진은, 마이클을 곧바로 ‘보내기’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반 호흡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시야가 회복하고, 조금 뒤 연속적으로 마이클의 모습이 사라졌다.


유진은 그를 보낸 뒤 곧바로 자신 역시 어딘가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도약이 완벽히 진행되기 전에 따라붙는 추적자들의 모습을 확연히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를 부축하듯 어깨 동무를 하고 있는 두 동양인 사내였다. 각기 헬멧 따위를 끼고 있었고, 한 손에는 총을 들고 있다. 위험했다. 유진은 점퍼라는 능력에 있어서 기예에 가까운 힘을 갖지만, 근접전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소형화기를 이용한 근거리 교전 역시 마찬가지였고.


유진의 모습이 사라졌고, 김민서와 야가미는 다시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야 했다.


그리고, 먼저 점프를 해서 이미 잔향이 희미해진 JE의 흔적이 가리키는 곳이 어디인가를 깨달은 야가미는 그쪽에 대한 추적을 포기했다.


만약 다른 수단이 없고, 쫓아야 할 흔적이 하나 뿐이라면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누군가가 점프를 했다는 건 생존에 대한 보장성이 있기 때문에 했을 것이니까.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게 위험한 길이라고 한다면 추적자로서 다소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야가미는 조금 더 선명하게 남은 점프의 흔적을 쫓기로 했다. 그가 유진이 사라졌던 장소 근처에 다가서며 민서와 함께 단체 도약을 했다.


*


유진은 일단 마이클을 우주로 날려버렸다.


보스에 대한 억하심정이나, 때아닌 배신에 대한 욕구가 넘쳐 올라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일시적으로 추적을 떼어놓기 위해서 선택한 행동이었고, 일단은 우주복 비슷한 것을 입고 있기도 했으니 얼마간은 버티리라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다른 물리적 요인이 아니라면 사람이 우주 공간에 노출된다고 순식간에 목숨을 잃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실제로 죽기까지는 질식사까지의 시간이 걸린다. 그 외에는 보스가 알아서 침착하게, 장기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잘 처신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었고.


이제 유진 스스로의 안전만 확보를 한다면 보스를 다시 불러올 셈이었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러오기에 어려움이 커진다. 최악의 사태에는, 예측할 수 없는 우주의 어떤 변수로 인해서 이대로 보스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뭐 어차피, 모든 일들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테러리스트들이 목숨을 걸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만큼 우스운 일도 또 없을 것이다.


유진은 윤민혁과 비슷한 행동을 취했다. 어딘가로 점프를 한 뒤에, 비밀 장소로 숨어드는 것이다. 다만 윤민혁은 그것을 정글의 수풀 속에서 만들어둔 은신처로 행했고, 유진과 마이클은 다소 현대화된 장소에 구축한 은신처를 사용한다는 점이 달랐다.


유진은 미국 어느 번화가, 낡은 빌딩 건물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이루고 있는 조직에서 매입해 사용하는 건물이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몇 가지 트릭같은 장치가 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가 좋았다.


유진은 약 15층은 되는 낡은 빌딩의 상층부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12층 복도의 한 구석이었다. 길게 뻗는 복도와 녹이 슨 철제 문들이 나열해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문이 아닌 곳 중에 통로가 될만한 곳이 있기도 하다.


바로 도착한다면 결코 알아챌 수 없는 장소였다. 건물의 외곽에서 유심히 관찰을 한다면 혹시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유진은 그대로 복도 끝의 벽에 등을 기대었다. 원래 거기는 건물의 외벽과 이어지는 곳이었지만, 실제 거리를 재어보면 외벽은 아니었다. ‘가벽’에 가까운 것이었다. 벽과 똑같은 질감으로 터치를 하고 가장을 해두었을 뿐이지.


소재 또한 벽과 같은 튼튼한 것이라 정해진 버튼을 알지 못한다면 통로로서 이용할 수 없었다. 유진은 그대로 등을 기대어 꾸욱 벽을 누르며 왼손을 더듬었다. 선 자리에서 유진의 키높이로 친다면, 엉덩이 부근에 있는 작은 버튼이 있었다. 손 끝의 감각으로 만졌을 때 다른 부분과 달리 살짝 두드러진 돌기같은 느낌이었고, 한 걸음 뒤에서 본다면 결코 찾을 수 없는 흔적이었다.


그 돌기에서 한 뼘 아래 위치. 그는 그곳을 주먹으로 쿵, 쳤다. 타격감과 함께 벽의 일부가 슬쩍 들어갔다. 마치 스펀지가 눌려서 안으로 패이듯한 변화였다. 그러면서 등을 밀자 유진이 기대고 있던 곳의 벽면이 분리되며, 마치 회전문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간단한 변화였으나 조금의 시간이 늦춰진다면 알아채기 어려운 트릭이었다. 유진은 그대로 그 회전문에 등을 기댄채 벽의 뒤쪽으로 사라졌다.


아까와 같은 건물의 벽이었으나 그 반대면이다. 반대면 역시 낡은 빌딩에 어울리는 톤과 질감으로 꾸며진 똑같은 벽이다. 벽이 돌아가면서 바닥에 마찰로 인해 긁히는 흔적은 없었다. 돌아가는 부분은, 말하자면 벽의 정 가운데의 일부 뿐이었다. 유진은 그 안으로 익숙하다는 듯이 사라졌다.


벽면의 뒤로 몸을 뉘여 사라지고 나면, 그 안에 비밀 공간이 나타난다. 단순한 밀실은 아니었고, 다른 비밀 공간과 통하며 종래에는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일단 유진은 그 비밀 공간 내부의 이동용 통로를 통해서 빌딩의 아래로 쭉 내려갔다. 가급적이면 빠르게, 거의 떨어지듯한 속도로 미끄럼틀처럼 구성되어 있는 장치를 이용해 내려간다. 적절한 크기의 통로라 원한다면 가볍게 발을 대는 것으로 멈출 수 있기도 했다.


유진은 주욱 속도를 유지하며 내려가다가 마찰을 더 주어서 멈추었고, 건물의 2층과 이어진 비밀 밀실로 움직였다.


아마, 이 정도 거리가 된다면 점퍼들도 JE를 느끼기 어려울 테였다. 유진은 곧바로 자신이 마이클을 보낸 곳을 점프의 시도와 취소로 수색했다. 한 번에, 자신의 체면적과 같은 넓이에 어떤 형상의 물질이 채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수색법이었다.


능숙하다면 순식간에 한 번의 도약 횟수의 상실도 없이, 몇 번이나 해내며 꽤나 실전적인 범위를 탐색할 수조차 있었다. 우주라는 공간은 그러기에는 단위가 다소 다른 곳이었지만, 어쨌든 유진은 필생의 집중력을 다해 보스의 흔적을 찾았다. 다행히, 그는 아직 유진이 보낸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 않았다.


박사 자신이 유진의 속셈을 깨닫고 일부러 현재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유진은 마이클을 우주 공간에서 불러내었다.


그가 진공 상태의 우주에 체류하다가 다시 들어오기까지, 1분이 걸리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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