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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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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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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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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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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73.

DUMMY

*


헬기 한 대는, 상부에 바위를 처박은 여인 때문에 천천히 활공하여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에 본체가 처박혔다.


홍인수는 그 내부에서, 범죄자들을 구하기 위해서 5번의 도약을 사용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비명을 지르며 조종간을 놓지 않던 조종사까지도. 폐허가 되어버린 콘크리트 도시에 그냥 두었다.


헬기는 바닥에 부닥치면서, 그 부서진 몸체가 충격으로 바스라지며 그 남은 기계의 생명이라도 토해내는 듯이 굉음을 냈고 엔진부에 잘못 열이라도 가해진 것인지 연쇄적으로 폭발을 했다.


화염에 휩싸인 헬기가 도로 위에 있었지만, 그것에 영향을 받을 시민들은 이미 주위에 없었다. 불타버린 헬기의 자재들이 있었고, 그 부스러기-라기엔 조금 큰 것-들이 도로 주변에 흩뿌려져 있었다.


호쾌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메리 포핀스는, 그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채 다시 인근 빌딩의 옥상으로 도약을 했다. 홍인수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남은 헬기가 있었다. 가장 높은 고도를 돌아다니던, 마이클과 유진이 타고 있는 기체였다.


마이클은 헬기들이 격추되고 탈취되는 것을 보며 슬슬 마지막을 생각했다. 이 정도를 했으면 되었다. 어느 정도 그래도, 이 발전된 국가의 시민들에게 충분한 트라우마를 심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연계된 세계적 인구들에게도 동일한 충격을 주었을 것이고 말이다.


선진국들의 연대 내부에서도 동요가 일 것이고, 그러면 이어서 어수선한 정세 속에서 점퍼 조직의 본부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다. 그는 비점퍼 요원이자 점프 물리학 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기지의 위치를 알게 된 일이 있었다.


기지의 위치는 가장 큰 기밀 중 하나였지만, 결국 점퍼 조직이 돌아가기 위해 일하는 것도 사람이었으므로, 빈틈은 충분히 있었다.


마이클은 그렇게 다음 계획을 바라며 퇴각을 준비한다.


그들이 저지른 소란의 끝은 정해져 있었다. 폭약도 어느 정도 사용해서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본격적인 기동 병력들이 다가와 진을 치기 전에 빠져나가는 것이 좋았다.


상대편에 재머가 있다면 이미 전략적으로 근접 교전에서의 도약 전투는 불가했다. 아주 서서히, 또 천천히 물자를 옮겨서 이렇게 깜짝 쇼를 벌이고는 외곽으로 빠지는 것이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의 한계였다.


헬기 두 대가 추락했다는 점에서, 그들이 끌고 온 전투 인원들이 정리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특히 점퍼로서 복잡한 전투가 가능한 윤민혁이 두각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상황은 그들에게 불리했다. 그렇다고 마이클이 잡힐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는 마지막으로 쇼의 피날레를 깔끔하게 끝내고 이탈할 생각을 마쳤다. 그가 옆에 있는 유진에게 소리쳤다.


“유진! 마지막으로 이탈한다!”


이번 상황에서 ‘마지막’은 정해진 행동 뒤 같은 타이밍에 도약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헬기의 내부에는 드랍 용으로 적재해 둔 플라스틱 박스 폭탄 외에도 다량의 화약이 있었다. 적잖은 양을 넉넉하게 준비해두었고, 하이라이트에 어울리는 메인 메뉴를 선사하기 충분한 정도였다.


유진은 마지막이란 단어에 곧바로 이해했다. 마이클이 조종사의 등받이를 쿵 치며 말했다.


“데이브! 꼴아박아!”


참 알기 쉬운 지령이었다. 데이브라 불린 조종석의 사내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조종간을 붙잡았다. 여러가지 버튼들을 눌러 기계를 정비하고 마지막을 준비했다.


짧은 조작이 끝나고, 핸들을 꺾으면 된다. 말 그대로, 처박는 일에는 그리 어려운 행동이 요구되지는 않았다. 상공에서 빠르게 움직이던 헬기가 선회하며 서울 시내 도로 사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고도가 점차 낮아지고 헬기의 앞머리가 기울었다. 고속으로 날아가는 헬기는 그대로 꺾어 어느 빌딩의 중간 지점을 노리는 것 같았다.


마이클이 탄 헬기에는 그와 유진, 데이브와 조수석에 앉은 동양인 용병 사내의 네 명 뿐이었다. 헬기가 움직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물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은 비명을 질렀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아무래도 홍인수와 최길우였다.


다변적으로 각도를 꺾으며 움직이는 헬기 내부로의 도약은 점퍼들로서도 난이도가 높은 일이었으니.


이명처럼 들리는 작은 점프의 효과음이 들리며 먼저 나타난 것은 최길우였다. 그는 그 찰나에 헬기 내부를 두어 번 이미 탐색했다. 최길우는,


나타나자마자 오른 팔을 갈고리처럼 만들어 크게 휘둘렀다. 마침 헬기의 중간에 손잡이를 잡고 서있던 마이클이 궤도에 걸리게 된다. 최길우는 마치 보이는 것처럼, 순식간에 그의 목께를 휘감으며 몸을 돌렸다.


유도에서 몸을 써서 엎어치는 것처럼, 반동을 이용해 막강한 근력으로 휘둘렀다. 그대로 마이클은, 채 저항하지 못하고 바깥으로 빠졌다. 최길우는 그대로 마이클을 반대편 승강구로 날려버렸다.


마이클은 초라하게 날아갔다. 점프 능력이 없는 그가 헬기에서 떨어진다면 곧바로 죽게 된다. 누군가가 돕지 않는다면.


유진은 본능적으로 움직여서, 텔레포터로서의 능력을 사용한다. 헬기가 고도를 낮추며 고속으로 비행하고, 보스가 날아간 상황에서 집중을 해내었다. 흘긋 보이는 바깥의 풍경으로 보스의 위치를 잡은 뒤 텔레포트를 시행한다.


텔레포트는 순식간에 시동이 걸리고 작동되었다. 올바르게 작용했는지, 허공에서 마이클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유진은 마이클을 자신의 곁으로 ‘불러오기’를 했지만, 그가 나타난 곳은 다른 곳이었다.


‘재머’가 장악하고 있는 교전 지역이었다. 유진은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사실 뇌리 어딘가에는 있던 정보였으나, 난전 속에서 급박한 와중에 절차를 줄여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유진은 곧바로 스스로의 도약을 시도했다. 최길우는 굳이 유진의 모습을 보고 쫓지 않았다. 그는, 현장에 김민서가 있다면 그리고 송일우가 같이 있다면 알아서 처리를 할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이 미친 헬기 운전사를 막는 것이었다. 리시버는 자주 이 일을 반복하는 것 같다고 생각 하며, 이번에는 회유가 아닌 빠른 행동으로 태도를 바꾸었다.


이전의 경험으로 말을 빠르게 알아듣는 친구는 아닌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위치에서 오른 팔로 상대의 목을 휘감는 것이 편했다.


리시버는 추락하는 헬기에서 조종석의 뒤편에 몸을 바싹 붙인다. 보조석에 동양계의 용병이 하나 있었으나 일단 무시한다. 총구라도 들이밀지 않는다면 추락하는 헬기의 고도를 높이는 게 헬기 내부 인원들이 모두 살 길이었다.


리시버가 빠르게 조종수의 경동맥을 팔뚝으로 조이며 조종간을 잡았다. 제법 묵직한 핸들의 감촉이 느껴지며 앞으로 꺾던 것을 뒤로 당기어댔다. 헬기가 요동친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냥 빌딩에 부딪히는 것만 피하는 수도 있었다.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콘크리트 더미 가운데 처박는 것이 그나마 인명 피해를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이리라.


헬기 자체의 방향은 도로를 향하고 있었다. 충분히 고도를 낮춘 뒤에 빌딩 쪽으로 꺾으려던 차였고, 그 전에 최길우가 개입했으니 말이다.


리시버가 사력을 다해 당기자 헬기가 덜컹거리며 부자연스럽게 고도를 높였다. “이런 씨이이이이.”


금방이라도 욕지기가 터져 나올 것 같은 상황 속에서 최길우는 간신히 뒷말을 삼키면서 힘을 주었고, 조종수가 축 늘어졌다.


부조종석에 타 있는 동양계의 용병은 급박하게 덜컹거리는 내부에서 쉽사리 움직임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은연 중에, 그 또한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인지도 모른다.


리시버로서는 아주 달가운 선택이었다. 뭔지도 모를 조작기계에 직관적으로 조종간만 붙들었으나 감사하게도 헬기는 움직였다. 헬기가 상하로 뒤집어진 포물선을 그리며, 크게 휘청이듯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는 빌딩들 사이의 하늘로 빠져나왔다.



*



마이클은 자신이 밀쳐졌고, 텔레포트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보통 그렇게 되면 자신이 위치하는 곳은 텔레포터인 유진의 근처가 된다.


그렇다면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추락하던 헬기의 내부일텐데, 그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것과는 다른 감각에 이상함을 느낀다.


고요한 주변의 환경은 적잖이 바람이 불어오는 정원처럼도 느껴진다. 그리고 말소리로 다른 누군가의 기척을 확신했다.


“뭣.”


김민서는 역장을 발휘하고 있었고, 재머로서의 능력대로 텔레포트를 저지했다. 김민서가 JE2를구사하고 있는 동안에 그의 반경 수 km를 도착지로 삼는 모든 점프는 그의 곁으로 강제 조정된다.


송일우는 윤민혁과의 대치 이후에 잠시 바닥에 내려앉아 있었다. 아까 도착했던 옥상 정원에서 잠시간 사태를 지켜보는 그들이었고, 추락하는 헬기를 두고 과연 저곳에 돌입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던 상황이었다.


송일우와 김민서는 몇 걸음인가 떨어져 있었고, 옥상 정원의 한 켠에서 사태를 관망하는 중이었다. 김민서는 조성된 풀밭 따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다가,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나타나자 헛바람을 삼킨 참이었다.


익숙한 인형이었다. 그들이 ‘부머’라고 부르고 있는 흉악한 테러리스트의 외형이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 검은 머리를 한 서양인, 보통 체격의 남성


멀끔한 스타일의 사이코였다. 먼저 반응한 건 송일우다. 그는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었고, 상대가 점퍼라면 온전하게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으므로 먼저 들고 있던 총을 들었다.


탄창에는 몇 발인가가 남아 있었다. 그는 잠시 걸려있는 총을 재장전을 하며 준비를 마치고 조준을 했다. 근거리에서의 소총 사격이라면 빗맞추는 것이 더 어려운 수준이었다. 송일우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견착 후 상대의 팔 께를 노렸다. 통째로 관통하지 않고, 빗겨 맞춘다면 사망률이 그냥 쏴대는 것보다는 줄어들 것이다.


송일우가 침착하게 조준하고 한 발을 쏘았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유진 쿠퍼가 그 자리에 도착했다. 후욱, 하는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소리는 점퍼의 등장을 알린다.


유진이 김민서의 근처, 공교롭게도 마이클과 송일우가 바라보는 일직선상 사이에 나타났다. 소총의 탄환이 지나가는 거리에 방패막이로 서기 좋은 자리였다.


송일우가 행동을 멈추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하고 해머로 쇠를 때리는 듯한 폭음과 함께 탄환이 발사되었다.


유진과 마이클 역시 몸체에는 방탄 플레이트를 받치고 있었다. 다만 사지에 맞더라도, 소총 탄환은 제대로 맞으면 쇼크로 움직임이 멎고 운이 나쁘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는 충격이었다.


“억.”


수학적으로, 짜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둘은 일직선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유진의 팔께를 지나간 탄환이 그대로 회전을 멈추지 않고 뒤에 서 있던 마이클의 팔까지 맞추었다.


시끄러운 비명보다는, 숨이 들이켜지는 짧은 신음과 함께 유진과 마이클이 충격으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다만 육신에 비해 정신력은 그나마 강력한 부분이 있었다. 유진은 그 쇼크와 패닉으로 엎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서 도약을 했다.


자신에 대한 것은 아니었고, 바로 근처에 있는 마이클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일이었다.


“잡아!”


송일우가 외치면서 한 발을 더 쏘았다. 탕! 앞에 선 유진의 어깨 즈음을 향해서였고, 마침 방탄복의 플레이트가 삽입되어 있는 지점이 맞았다.


강력한 저지력에 유진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넘어지던 와중에 뒤로 밀려 유진이 엎어졌다. 그러나 점프가 멈추어지지는 않았다. 바로 앞에 있던 민서가 재빠른 잽이나 스트레이트로 턱이라도 갈겨서 블랙 아웃을 만든다면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김민서의 민첩성보다는 유진의 정신력과 그로 인한 점프 발동이 더 빨랐다.


타격을 입고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마이클의 모습이 점프로 인해 사라졌다. 유진은 정원에 널브러진 채로, 아찔한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제는 자신이 도망갈 차례였다.


그러나 김민서도 영 움직이지 못하는 종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급전개의 상황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다가, 송일우의 말을 듣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가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 광성을 이용해 그대로 달려나갔다. 바로 앞에 있는 이까지 닿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두 걸음 만에 팔 다리를 휘저으면 닿도록 다가간 김민서는,


그대로 달려가서 달음박질 하는 발 그대로 엎어진 유진의 턱주가리 부근을 걷어차버렸다.


파-악. 하고. 살벌한 타격음과 함께 턱이 흔들린 유진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아무데로나 원거리를 찾아 점프를 시도하려 떠올리던 머릿속의 생각이 사라지며, 점프를 발동하지도 않았는데 생긴 블랙 아웃과 함께 그의 기억이 끊어졌다.


“후우우······.”


급작스러운 상황에 냅다 사람에게 발길질을 한 민서는 잠깐의 흥분감을 가라앉히며 숨을 골랐다.


주변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헬기 한 대가 비행음을 내며 날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울리는 것도 같았다. 빌딩 내부의 인원들이나, 다소 먼 곳으로부터 오는 소리였다.


뒤늦게 다가오는 기동 병력들의 차량 소리나, 사이렌 따위의 울림도 들렸다.


아찔한 겨울 밤이었다. 민서는 송일우를 처다 봤다.


송일우는 소총의 견착을 내리며 자연스럽게 민서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다. 척! 하고 효과음이라도 붙여야 할 것처럼 절도 있는 동작이었다.


두 사람이 힘없게 웃었다.



*



헬기에 내장된 폭탄은 폭발물 처리반 등이 점퍼의 도움을 받아 원거리를 이동해 와서 제거되었다.


뇌관이 사라지고 완전히 해체된 재료들은 고스란히 점퍼 조직의 물자 창고로 이동해 보관된다.


리시버는 조종수를 기절시킨 다음에, 조종간을 붙들고 안착하지 못한채 상공을 떠돌다가 옆에 있던 동양계 용병에게 권총의 총구를 통한 타협을 극적으로 이루어냈다. 그는 헬기의 조종법을 알고 있는 사내였고, 자신의 목숨과 안전을 위해서 리시버에게 협력하는 선택을 했다.


인근 빌딩의 옥상 중 그나마 착륙이 가능한 공간에 내려 앉은 그들은 침착하게 움직였다. 리시버는 들고 다니는 수갑을 이용해 용병의 움직임을 제한했고, 무장을 해제시킨 뒤 움직였다.


홍인수는 아래에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헬기가 방향을 트는 것을 목격하고 외부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빌딩 내부에서 노심초사 하고 있는 인원들의 대피 따위에 손을 거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곧이어 악의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들이 모두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뼈아픈 결말이었다. 상당 수의 부상자들이 생겼고, 어마어마한 재산적 피해를 얻은 국가 운영상의 재난 사태였다.


서울 도심 한복판이 이렇게 되었다면, 복구에만도 적잖은 비용이 들것이며 경제적 행정적 중심지인 도시의 도로를 재건하는 동안 빚어질 여러가지 차질과 문제들이 앞을 캄캄하게 했다.


그럼에도, 발빠른 점퍼 조직의 대응으로 보다 많은 피해와 사상자들로 이어지지 않았음이 천만 다행이었다.


문제의 발단 역시 점프 능력을 이용한 것이었으나, 그 해결 역시 점퍼들에 의해 마무리 된 경향이 있었다.


한국 정부에 있어서 점프 조직은 큰 도의적 부채감을 지운 단체가 될 정도였다.


테러는 확실히 국가적인 재난이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점퍼 조직의 요원들이 재빨리 움직여서 다량의 JE가 단시간 내에 유입되어 이용된 결과였다.


일시적으로 세계 각지의 다른 환경에서 점퍼 요원들이 투입되어야 할 상황들이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계획의 중심자였던 마이클이 사라졌고, 그의 수족이었던 유진이 의식을 잃고 잡히는 것으로 테러는 멎었다.


윤민혁은 감옥에서 나와 계획에 동참했다가 자취를 감췄지만, 기본적으로 점퍼들에 대한 취급은, 드러나는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무리해서 적극적으로 추적하지는 않는 정도였다.


만일 그가 새로운 야욕을 꾸미며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조용히 살 수 있을 확률이 높았다.


운이 나쁘게도, 점퍼 조직의 활동 범위에 들어와 마주치고 우연하게 잡힐 수는 있었지만.


상황이 소강되자 김민서와 송일우가 본부로 통신을 걸고 보고를 올렸다. 상향 보고와 동시에 각 요원들에게 사태 파악에 대한 하향 보고로 정보 전파가 되었고, 빠르게 조직의 움직임도 마무리가 되었다.



*



불에 타고 있는 헬기가 있었다. 연료에 불이 붙어 타오른 불길이 헬기의 다양한 구성 재료들을 태워 먹으며 따뜻한 불길과 빛을 밝히고 있다.


메리는 콘크리트 더미들 사이에 자신이 저지른 헬기 추락으로 불타고 있는 캠프 파이어를 보면서 볼을 긁적였다.


“음······.”


너무 과격했나. 겨울 밤, 크리스마스를 조금 앞 둔 토요일. 17일의 저녁, 후방 전력들이 현장에 도착하며 거리의 통제와 정리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



“여.”


18일은, 주일이었다.


그러니까, 개신교도들의 의미로 말이다. 일요일의 다른 말이었다. Lord’s day.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억하며 정한 날이었다.


보통 크리스쳔들은 이 날을 정해 매주 예배를 드리고, 한국에는 여러 곳의 교회에서 예배가 드려지고 있었다.


김수정은, 개신교도로서 주일에는 다니고 있는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김민서는, 개신교도는 아니었지만 그녀를 보러 온 참이었다.


김민서는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아찔한 눈빛으로 나타났다. 수정은 거의 다 와 간다는 메세지에 교회 건물의 정문 부근 도로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말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온 김민서의 모습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려다 헛웃음을 흘렸다.


“저런.”


수정은 은근히, 장난이 심한 편이었다. 김민서는 퀭한 눈을 피곤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누르며 정신을 차리곤 인사를 했다.


“안녕. 좋은 날이네. 주님이 부활하신 날이지. 난 죽은 건 아니지만 죽을 뻔하다 살아 돌아오긴 했어.”


그는 웬일로 그럴싸한 코트같은 걸 입고 있었다. 평소에 전혀 챙겨입고 다니지 않았지만, 쓰는 데도 없이 쌓아두던 저금으로 최근에 산 모양이었다.


감색의 코트에 안에는 제법 차려 입었다는 듯이 셔츠도 입고 있었다. 머리칼은 여전히 아무 데서나 자른 듯 적당한 기장의 더벅머리였지만.


지난 밤, 저녁의 일이 끝나고 민서는 수정에게 짧게 연락을 했다. 짧다고 해도, 30여 분 정도의 시간이었다.


일단 사건이 마무리되고 유진의 신병이 인도되었다. 국적이 다양한 테러리스트의 잔당들은 국제 형사 기구를 비롯해 다양한 기관들의 협조로 본국으로 송환되거나, 한국에 임시로 구류되었다.


텔레포터로서 신변을 구속하기에 가장 까다롭고 위험한 부류의 점퍼인 유진이었으나 마이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주요한 인물이었기에 조직의 기지가 아닌 다른 장소에 지어진 특수 건물에 구류하고 치료 후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민서는 재머로서 텔레포터의 구속에 주요한 인적 자원이었으나, 전 날 상황 현장에서 직접 뛰고 교전을 벌였던 이들은 일시적으로 신변 구속을 위한 대기 임무에서 배제되었다.


각 요원들의 피로도를 고려한 일이었다. 잠깐의 여가 시간이 난 민서는 일단 사태가 일단락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을 편히 먹고 최근에 여러 번 무시했던 수정의 연락에 답신을 했다.


간밤에 짧다면 짧은 대화 속에서 민서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수정 역시, 뉴스로 전해 들은 서울의 사태와 민서의 처지에 대해서 짐작한 바를 물었고, 그 역시 솔직하게 대답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쩌다 보니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민서는 그녀를 보기 위해 성북구에 있는 어느 침례교회를 찾았다.


도심에 있는 분위기가 좋은 건물이었다. 외관은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지 이런저런 장식들이 붙어 있었고, 동네 분위기도 따뜻해 보인다.


“용케 시간 맞춰서 왔네.”


수정은 지난 밤의 사건들을 보지는 못했으나 짐작하며 이야기했다.


민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간밤에 뒤처리까지 하고 오느라, 죽은 듯이 잠깐 졸았다가 일어났어. 내가 어떻게 일어난건지 모르겠다. 거의 하나님이 도우신 듯.”


민서는 교회를 다닌 적이 없었고 크리스쳔이 아니었지만 그 배경적인 지식들은 깨나 알았다. 어쨌거나, 수정과도 예전부터 친구였으며 그 주변에도 그런 이들이 많았으니.


시간은 조금 늦은 아침이었다. 오전 9시 정도. 그가 격한 경험을 겪고 새벽에 간신히 잠들은 것을 생각하면, 웬일로 저절로 눈이 떠지지 않았다면 도저히 만나지 못했을 테다.


아무튼, 민서는 피곤한 기색을 물리치며 말했다.


“음. 들어갈까. 안내해 줘.”

“그래야지.”


수정이 적잖이 밝게 웃었다. 겨울철에 어울리는 두꺼운 스커트에 수정 역시 코트를 입고 있었다. 어깨 즈음까지 닿는 단발머리가 그녀의 기분에 따라 발랄하게 흔들렸다.


“점심도 여기서 먹는 거야?”


민서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며 물었다. 수정이 말했다.


“음. 보통은? 나가서 먹어도 되고. 오늘은 너 왔으니까 밖에서 먹을까.”

“아니 뭐. 다 같이 먹으면 좋지. 그리고 너랑 수다만 떨면 뭐 먹든 다 좋아.”


수정이 몇 걸음 걸어가다가 팔꿈치로 민서의 옆구리를 쿡 찍었다. 키 차이가 절묘해서,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급소에 딱 닿게 된다.


“억.”


오전, 서울.


겨울, 아침의 밝은 햇빛과 새하얗도록 그에 물들어 비추어지는 주변이다. 기온은 어느새 뚝 떨어져서 코트를 다소 여미게 되고, 챙겨 입는다고 입은 코트가 귀까지 덮어주지는 않아서 다소 시려운 날씨였다.


몇 사람인가, 일찍 교회를 찾은 주민들의 모습에 오며가며 인사를 하고 또 정답게 같이 걸어 들어가는 길이다. 간 밤의 귀 따가운 총성이나 폭음이 어울리지 않을만큼 평안한 한 때라고 민서는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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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3. 22.12.09 54 1 16쪽
87 82. 22.12.08 54 0 11쪽
86 81. 22.12.07 52 1 13쪽
85 80. 22.12.07 54 1 16쪽
84 79. 22.12.07 48 1 14쪽
83 78. 22.12.04 45 1 21쪽
82 77. 22.12.03 53 0 13쪽
81 76. 22.12.02 58 0 30쪽
80 75. 22.12.02 46 0 12쪽
79 74. 22.12.01 42 0 13쪽
» 73. 22.11.29 52 0 22쪽
77 72. 22.11.28 50 0 18쪽
76 71. 22.11.25 57 0 23쪽
75 70. 22.11.25 51 0 13쪽
74 69-2 22.11.25 36 0 11쪽
73 69-1 22.11.25 39 0 10쪽
72 68. 22.11.24 39 0 15쪽
71 67. 22.11.23 37 1 16쪽
70 66. 22.11.22 42 0 23쪽
69 65. 22.11.21 40 0 17쪽
68 64. 22.11.20 37 1 29쪽
67 63. 겨울 22.11.19 46 0 11쪽
66 62. 22.11.18 30 0 17쪽
65 61. 22.11.18 2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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