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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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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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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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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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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DUMMY

*


전 점퍼 요원이 무장 상태를 유지한다, 는 지침은 민서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현장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모든 이들이 최소한의 무장 상태를 유지한 채 생활을 해야 했다.


그 지침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건 완벽하게 백업 역할만을 하는 비 점퍼 요원들 중 행정직의 인원들 뿐이었다. 개들 중에서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개인적으로 무장을 챙기는 이들도 있었고.


민서에게 주어진 것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지구상에서 점퍼 조직의 요원들과 통신이 가능한 위성 전화기. 사지와 몸통에 소총탄을 직격당해도 뚫리지 않는 특수 방탄 피복. 그 외 항상 착용할 필요는 없으나 소지해야 하는 풀페이스 투명 헬멧과 방탄 소재의 장갑.


자동권총 계의 스테디 셀러인 종류 중에서 글록17. 그리고 충분한 여벌 탄창 10개. 교전 상황에서 착용자끼리 근거리 교신이 가능한 무선 이어폰 형의 통신기. 그리고 주머니에서 곧바로 빼들어 호신이 가능한 소형의 접이식 나이프가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챙긴다면 상당히 거추장스러웠으나, 위기의 상황에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노출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으므로 대부분을 챙기는 편이었다.


일단 24시간 방탄 피복을 옷 아래에 껴입거나 하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안도감의 차이는 현격하다.


그리고 민서의 재밍 능력이, 거의 항시 발동이 가능할 정도로 단련이 된 이상 자칫 잘못하면 상대 점퍼와 원치 않는 조우가 가능하다는 점에 있어서도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있었다.


일단 재머로서 민서는 시급한 임무에 투입되지 않고 손이 남는 전투가 가능한 요원과 계속 동행하는 것이 메뉴얼 상의 정석이었다.


조직 운영과 전시에 특수한 능력으로 중요인 취급이 되지만 점프 능력이 없는 자, 에 대한 지침이었다.


일반적인 점퍼들이라면 대부분 위기 상황에서도 각자 도생이 마지막에는 지침이었다. 도약이라는 건 무엇보다도 확실한 회피기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각 점퍼들은 조를 이루어서 긴밀한 연락을 주고 받으며 활동을 계속했다. 위기 상황에 더 빠른 반응과 대처를 위해서도 필요한 움직임이었다.


민서는 그래서, 일단 자주 만나게 되는 송일우와 조를 이루게 되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기지 내에 있는 것도 나쁜 수는 아니었지만. 상황이 아직 터지지도 않았는데 굳이 무의미한 대책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일단 민서는 송일우와 함께 생활을 하듯, 거의 단짝처럼 생활 패턴을 맞추어서 보냈다. 같이 밥을 먹고, 쉬고. 삼시세끼를 같이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중이었다.


“그···.”


3일 점심. 민서는 청량리역 근처의 국밥집에서 밥을 시켜 먹으며 송일우와 마주 앉아 있었다. 민서도 그런 편이었으나, 송일우도 용건이 없으면 그다지 떠드는 편은 아니었기에 둘 사이의 대화는 아주 메마르고 드문드문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 답답함에 먼저 진 것은 민서였으므로,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에.”


송일우는 깍두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답했다. 김민서가 그를 슬쩍 보며 입을 연다.


“예전에는 뭐 운동을 했었습니까?”


그는 우물거리며 깍두기를 씹다가 대답했다. 민서의 궁금증은 타당한 것이었다. 운동 실력과는 별개로, 보는 눈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누가 보아도 이상할 정도의 운동 능력이기도 했고.


저런 피지컬이나 솜씨는 보통 타고나는 경우가 많았다. 20대가 지나서 갑자기 개화하기보다는, 그 이전에 이미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활용하는 경우가 많으리라.


남들과 다른 자신의 특이성은 누구보다도 그 스스로가 먼저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은 법이었다.


송일우같은 인간이라면 어릴 적에 몇 종류의 운동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또 유명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법했다.


“복싱을 조금.”

“호오.”


민서 역시 뜨거운 국밥을 슬슬 불어서 입 안에 넣으며 맞장구를 쳤다. 대화를 더 이끌어내기 위한 간단한 기교였다.


“얼마나 했습니까? 전국 챔피언 그런 거였나요?”


송일우가 슬쩍 고개를 저었다. 그는 늘 잘 입고 다니곤 하는 두터운 차림새의 옷이었다. 그러면서 활동성도 보장이 되는. 흔히 작업복이라 할만한 차림들이었다. 항공 점퍼나, 펑퍼짐한 카고 바지 따위. 그 안쪽에는 마찬가지로 조직에서 지급하는 방탄 재질의 상하의를 껴입은 채다.


움직이는 꼴도 사실은, 품 안에 권총을 끼고 있는 중이었고. 그리 어색한 티를 내는 편은 아니었지만 전문가가 바라본다면 어딘가 낌새를 느낄 수도 있었다. 송일우도 그 정도까지 조심을 하고 있지는 않기도 했고.


“말 그대로 잠깐입니다. 메이저하게 대회를 나가지는 않았어요. 동네에서 좀 깊이 배웠고, 그 다음에는 곧바로 실전에서 사용했죠.”

“실전이라면······.”


송일우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


“뭐 보통은 길거리 싸움 같은 겁니다. 그러던 게 20대를 넘어서면서 좀 본격적인 곳에서도 사용했고.”


송일우의 말투나 표정은 그리 개운한 편은 아니었다. 지난 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미세하게 괴로워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리 타고난 전사에게도, 싸움의 기억은 늘 상처로 남게 마련이었다. 아픈 걸 이겨나가는 것이 또 그런 이들에게 필요한 삶이었지만.


어느 때는 피로감을 없애고 쉬는 데 집중하는 게 필요한 때도 있었다. 육신이나 정신이나.


“내가 힘이 세다는 건 예전부터 알던 거였습니다. 반사신경이 남달리 좋다는 것도. 다만 운동에는 그다지 꿈이 없었습니다. 나 스스로가 남들에 비해 너무 다르다는 인식이 강하기도 했고.”


확실히 점퍼라는 이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혼자 있을 때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기 쉬운 경향이 있었다. 누구와도 공유하기 힘든 비밀이라는 건 사람의 다른 면들까지도 왜곡시키는 속성이 있었다. 한 가지 조금 특이한 점 때문에, 자신의 전체가 모조리 다 남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점퍼의 발현이 사춘기 무렵이라는 점을 들자면, 더욱 그런 경향성이 강했다. 송일우 역시 그런 이들 중 하나였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가 처음으로 외부로 관계성을 뻗어나가며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이 윤민혁과 만나서였다.


“내가 세상에 그리 쓸만한 녀석이라는 생각은 잘 하지 못했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점퍼들이라면 으레 그럴 것 같지만··· 나 스스로의 존재를 감춰야만 하는 비밀 요원 따위의 연기를 스스로 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확실히 점프는 초월적인 능력이었다. 제약 또한 분명하고 그것을 다루는 인간은 한낱 육신의 한계에 얽매인 존재들에 불과했지만.


“그렇게 쌓이던 일종의 불만들이 윤민혁, 리더를 만나서 터져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식으로든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는 지도요.”


송일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국밥을 비웠다. 김민서도 본인이 물어봐놓고 열심히 국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군요.”


한참을 국밥만 흡입하다가 멋쩍은 듯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송일우는 그다지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었다.


“뭐··· 그건 그렇고. 저보다 더 뛰어나고, 잘 싸우고, 그런 인간은 홍인수 씨를 만나고서 처음 본 겁니다. 그 전까지는 전혀 상대가 없었는데.”


그가 점퍼 조직에 더 헌신을 하기로 한 이유였다. 유일하게 자신을 정면에서 찍어 누르고 제어가 가능한 존재. 그가 향상심을 가지고 목표로 삼을 만한 상대를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윤민혁 역시 만만한 이는 아니었지만, 그는 체력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과정에 있었다. 송일우는 일종의 라이벌을 원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혼자만의 라이벌일지라도 말이다.


김민서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들른 국밥집이었지만 제법 맛이 괜찮았다. 금세 두 명이서 두 그릇을 비워냈다.


“···뭐 옛날 이야기를 묻는 건 나름 참신하네요. 어디가서 이야기할 데도 없었는데.”


송일우가 다소 풀어진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렇습니까, 하고 민서가 대답했다. 둘은 자연스레 서두르듯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섰다. 평범한 남자들의 식사였다.


*


겨울은 추운 달이었다.


점퍼 조직의 요원들에게도 말이다.


비단 그건 마이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를 겨누고 총구를 고정하고 있다는 건, 어지간히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준비하는 쪽은 어느 쪽이나 긴장감 속에서 자신의 안락함을 불태워야만 했다.


12월의 첫 주는 별다른 일이 없이 지나갔다. 아직 점퍼 조직의 감옥섬을 탈주했던 점퍼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도 오랜 시간의 수감 동안 학습된 폐쇄성이 있었다. 당장 움직였다가 다시 조직에게 붙잡힐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역시 있었을 지 모른다.


세계 각지의 범죄 조직들은 한바탕 소탕을 한 뒤로 다소 누그러졌지만, 그들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지긋지긋한 악행들을 벌이곤 했다.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 사회, 선진국의 시민들은 어딘지 모를 불안한 긴장감 속에서 한 해의 마무리를 보냈다.


고도화된 도시에 일어났던 테러란 그런 것이었다. 언제 다시 일어날 지 모르는 일에 대한 불안감. 그런 것들이 사람들의 의식 밑바닥에서부터 일상이란 걸 갉아먹게 마련이었다.


평안한 마음이야말로,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였는데.


수정은 아직도 민서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무언가 최근에 유달리 바빠보이고, 긴장감 있는 얼굴로 지내는 것 같기는 했다. 연락을 해도 답장이 늦을 때가 많았고.


지난 번의 서울에서의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무슨 회사 같은 곳에 들어갔고··· 알바 비스무레한 것을 하다가 정식으로 일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김민서가 갑자기 특수한 능력이라도 각성을 해서 세계 정세의 뒤편에서 암약하는 비밀 조직에라도 스카우트가 된 것은 절대 아니지 않겠는가.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요새 더 특별히, 저 표정이 많지 않은 친구의 속내를 읽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었다. 같이 레일 위에서 탈선을 한 동료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느덧 자리를 잡아가는 것처럼 보이기에 씁쓸··· 하지는 않고 그나마 사람처럼 살겠구나 싶어 안도감이 들었지만.


그녀도 이 한국 사회에서 밥을 벌어먹고 살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시점이었다. 수정은 집구석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으면서 미래를 고민했다. 이제 졸업이 다가오고 있고, 취업 활동에도 진전이 없음에도 부모님은 딱히 닦달을 하지는 않으셨다.


어떤 면에서 보면 좋은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난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가정의 문제로 남들만큼 힘들어 본 적은 많지 않았다. 조금 머리가 크고 학교에서건, 어디에서건 다양한 아이들과 마주치면서 그녀가 겪고 들은 가정사를 생각해보면 그녀의 가정과 부모님은 아주 유복하고 또 사랑이 넘치시는 분들이었다. 관계성에 있어서도, 평안한 편이었고.


그러나 어쨌거나 부담을 따로 주지 않으시고, 잔소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게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녀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미 들고 있었으니까. 이럴 리가 없다,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많은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무엇을 잘 하는가.


그런 생각들이 가끔 머리에 스치듯 생겨났다가 사라지고는 했다.


그의 친구는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나름의 잘하는 것을 찾은 모양이었다. 그런 모습이 부러워 보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자극이 되기도 한다. 어딘가에는 분명 있을 텐데. 적어도 한국에. 아니라면 이 지구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말이다. 내가 하는게, 사회 전체로 보았을 때 효율이 좋은 일들이.


수정은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저녁밥을 먹고 다시 방에 돌아와 TV를 켜두고 뒹굴거리다가 하루를 마쳤다.


*


12월 4일.


겨울의 한기는 방 안에서 녹여진 체온의 따스함을 손쉽게 빼앗아가고는 한다. 몇 걸음 채 걷지도 않았건만, 패딩 점퍼 너머로 다가오는 겨울날의 바람이 금세 몸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수정은 아침에 집을 나섰다. 4일은 일요일이었고, 개신교도인 그녀는 늘 가고는 하는 교회에 간다. 보통 주일 예배라고 말하는 걸 드리러 가는 길이다. 그녀의 부모님 또한 같은 종교였고, 그녀가 속한 청년층의 예배가 다소 이른 시간에 시작되어 먼저 나서고 있었다.


주택가를 나서고 버스를 타고, 약 삼십 분 거리에 교회 건물이 있었다. 대단한 대형 건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백 명 단위의 사람들이 시간을 나누어서 예배를 드리곤 하는 곳이었다.


늘 하는, 익숙한 걸음과 순서로 예배를 마칠 때까지 몇 시간이 걸렸다. 보통 일요일, 개신교도들이 말하는 주일은 교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다. 그녀는 나름대로 독실한 크리스쳔이었다.


익숙한 사람들, 혹은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CCM을 찬양 예배 시간에 부르고, 설교를 듣고, 예배 식순에 따라 봉헌을 드리고, 성찬을 먹고 마시고, 축도를 듣고 끝난다.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어른들과 인사를 한다. 부모님도 오며가며 만나고, 점심도 보통은 교회에서 다 같이 하는 편이었다.


따로 정해진 조별로 이런저런 일상적인 이야기나, 신앙적인 고민과 주제에 대해서 서로 경험을 나누고 해답을 찾아본다.


지상 4층에,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교회 건물은 제법 안락하고 따뜻했다. 내부에서는 겉옷을 벗고 있어야 했지만, 종종 바깥으로 나설 때는 여전한 추위에 몸을 떤다.


그렇게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저녁 무렵이 되어서 오후 예배까지 드리고서 그녀는 집으로 발길을 향했다.


문득 이 녀석은 무얼 했나 싶어,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핸드폰에 있는 김민서의 연락처를 찾아보았다. 인터넷 메신저를 쓸까 하다가, 편리한 걸 좋아하는 터라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한 7시 반 즈음 되었다. 따로 챙겨먹기도 애매하고, 아마 집에서 저녁밥을 먹을 예정이다.


뚜루루루. 별다른 특색도 없는 착신음이 지난다.


어두워진 거리. 시내는 이런저런 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12월에서 몇 주가 더 지나면 크리스마스다. 이른 곳은 벌써부터 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장식 따위에 힘을 주고 있었고, 야외에도 이런저런 조명들이 슬슬 빛나기 시작하는 시즌이었다.


겨울은 언제나 남다른 감상과 추억을 선물한다. 만물이 그 행동을 늦추는 동결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몸이 굳고, 한기에 아린 감각만이 손발 끝이나 말단을 채우면 생각이나 정신은 도리어 더 도드라진다.


집에 앉아서 가만히 책을 읽기에 좋은 계절. 따뜻한 이불이나 난로 앞에서, 사람이나 소리들마저 숨을 죽인 밤에 차분하게 글을 읽기에 적당한 계절이었다.


인생에 대해서 다양한 생각이나 감상을 느껴보고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때이기도 했고. 어쩌면 이 즈음에 졸업을 하고, 또 떠밀리듯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보다 이렇게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지는 게 더 좋을지도 몰랐다. 그녀 스스로에게도.


이런 시간을 가지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똑같아 보이던 인간관계마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예전부터 늘 잘 알던 편한 친구였던 김민서와의 관계도 최근에는 더 의지하는 면이 있는 듯했다. 언제나 비슷한 표정이나 태도를 보이던 친구였지만, 힘든 시기에는 왜인지 더 힘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안정감, 이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렇게 잠시 이런저런 상념처럼, 뜬 발걸음으로 버스를 타고 또 거리를 지나는 동안 김민서에게 통화음이 계속해서 연결되었다.


바쁜 건지. 쉽사리 받지 않는다.


*


띠리리리리리.

nicolas-thomas-PLDkBHbM3Hc-unsplash.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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