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14,808
추천수 :
219
글자수 :
908,591

작성
22.12.07 02:26
조회
54
추천
1
글자
16쪽

80.

DUMMY

*



“맛있어.”


민서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감탄을 했다.


진짜 맛있다는 이야기였다.


홍인수는 오랜만에 만난 후배이자, 동생이자, 조직의 주요한 재원이자, 아직까지도 참 특이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많이 드십쇼.”

“예. 후룹.”


별다른 메뉴는 아니었다. 그냥 동네에서, 평범한 김치찌개 집에 가서 돼지고기와 육수와 김치가 우러난 국물을 마실 뿐이었다.


TV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전 달 서울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의 신분이 파악되어 각국과 각계의 놀라움을 사고 있습니다.

피의자는 미국의 ‘마이클 샌더스’ 물리학 박사로, 미국 이공계의 젊은 천재 중 한 명으로 불리웠던 인물입니다.

82년 미국에서 태어난 박사는 그 동안 어떤 전과를 보유한 적이 없었으며 대학과 근무 연구소에서 성실한 인격으로 평가받던···


사회적으로 인격을 가장하는 것은, 매우- 그리고 지독하게 힘든 일이었지만 때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자신의 일면을 감추고 보여줄 수 있는 인격들만으로 사회에서 생활을 하는 지능이 뛰어난 천재들도 있는 법이었다.


자신의 재능과 지능을 그런 식으로밖에 유용하지 못하고, 비뚤어졌다는 것이 인류로서도 손실에 가까운 일이었다.


결국 건전한 인간성과 상식, 그저 보편적인 감성 정도가 도리어 더 절박한 요소일 지 몰랐다. 아니, 분명히 그러했다. 인간에게는.


같잖은 지성과 인격을 잃어버린 차갑기만 한 이성은 그리 칭송받을 만한 대상은 되어주지 못했다.


마이클 샌더스는 부족한 인간이었고, 자신의 유약함을 야욕과 다른 이들에 대한 파괴주의로 풀어내려 한 인격적인 장애자였다.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들어가 그에게 소망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는 유약하고, 모자라고, 불쌍한 인간일 뿐이었다.


“텔레포터는, 얌전히 갇혀 있습니까?”


민서의 물음에 홍인수가 양복 재킷을 벗어 셔츠 위에 앞치마를 대신 올리며 말했다.


“아직까지는. 통제가 불가능한 류의 인간은 아닌 듯 해요. 조직으로서는 잘 된 일입니다. 가장 좋은 건 결국 얼마의 시간이 들던 회유를 하는 거죠. 그런 특질의 JE를 재난 상황 따위의 임무에 써먹을 수 있다면 사회적 이득이 적잖이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후루루룹. 쩝쩝. 민서는 고개를 처박고 오랜만에 먹는 고향의 맛에 심취한 채였다.


자기가 물어놓고 듣는 건지도 알 수 없을만큼 애매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가 답했다.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네요. 복잡한 일들은. 다들 알아서 하시겠죠. 마스터가 수뇌부 급으로 올라가는 건 언제 일입니까?”


홍인수는 휘휘 젓가락으로 국물을 젓다가 고기 몇 점을 꺼내어 먹었다.


“음. 아직은 먼 일이죠. 좀 더 연차를 쌓아야 하고···. 뭣보다 아직까지 커맨더가 정정합니다. 십 년은 더 걸릴 지도.”


히에엑. 민서는 밥을 먹다가 헛숨을 삼키며 반응했다.


“거 먼 미래의 일이군요.”

“그렇죠. 그 전까지 다치지 말고 건실하게 계속 일하십시오. 조직에 있어서 재머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당신은, 정말로 아주 유용한 인간이에요.”


쩝.


“조직의 유용성에 비례해 연봉이 올라가거나 하는 제도가 혹시 있습니까?”


민서는 돼지고기를 먹으며 물었다.


“어차피 자원은 한정적이니, 정말로 가치대로 받았다면 저는 이미 거부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냥 적당히 받고 만족하시죠.”


민서가 그 말에 살풋 웃었다.


“농담입니다. 제가 어딜 가서 무슨 일을 하겠어요. 충성을 바칠 테니까 근속 상장이라도 만들어서 주세요, 나중에.”


홍인수는 입맛을 다시다가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고려해보죠.”



*



한현서, 는 올해로 29살이었다.


곱게 기른 단발의 끝이 살짝 웨이브가 진 헤어스타일의 미인이었다.


애쉬 그레이로 살짝 염색을 한 머릿결이었고, 나름대로 뾰족한 선들로 표현 가능한 이목구비들은 선명한 인상을 남성들에게 남길만큼 예쁜 편이었다.


그녀는, 최길우와 만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날이 추웠기에 약속 장소 근처의 카페에 들어와서 바깥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으로 공원의 시계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시계탑은 서울에서 동네를 찾아오면 금방 발견할 수 있을만큼 유명한 장소였고, 여기저기 표지판으로 위치를 알려주는 약속 장소였다.


눈이 오지는 않았지만 바깥의 날씨가 제법 매섭다. 한파가 찾아오고 나면 서울의 겨울은 혹독한 편이다. 다른 나라의 이들이 잘 견디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잘 차려 입은 투피스의 양복 치마 차림에 겉에는 롱패딩을 걸친 상태였다. 여성용 로퍼에 올이 두껍고 진한 하의로 추위를 가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는 조금 일찍 나온 셈이었고, 그가 때로는 긴급을 요하는- 그러니까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조직에서 일을 하는 일원이라는 점에서 다소는 더 기다릴 용의까지도 있었다.


첫 만남이었지만 말이다.


기어코 그의 부친은 사랑하는 맏딸의 혼처를 위해서 약속을 잡았다. 최길우의 의사보다는, 형석의 의견이 더욱 강한 일이었다.


어차피 이십대 중반을 넘어가는 무렵의 그 역시 상대를 생각해봐서 나쁠 것 없는 일이었다. 점퍼 조직의 일은 특히나 고되고, 힘들다. 혼자서 이겨낼 수 있다면 무리가 없겠지만 때로는 동반자가 오래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었다.


최길우에게 자신의 딸을 소개시켜 주는 일은, 그런 관점에서 커맨더로서 조직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2시에 만나기로 한 것이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오후 2시. 점심을 먹기에도 다소 늦은 때였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최길우에게 맞춘 일정이었다.


1월 14일. 토요일 점심. 그녀는 상대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바라보고 있던 정면의 시계탑에서 그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2시 정각이 되고, 그녀가 손톱으로 핸드폰 액정을 운율감있게 두드린다. 톡, 토도독, 톡. 받아둔 연락처로 연락을 할까-말까 고민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곧바로 연락을 하는게 아무래도 속이 좁아보이는지, 이대로 더 기다려야 하는지가 고민의 주제였다.


그리고, 2시 1분이 되기 전, 약 30초 즈음 지났을 때 그녀가 있는 자리에서도 소리가 들리도록 옆에서 벌컥, 소리가 났다.


카페 내부의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거기서 튀어나온 게 20대 중반 무렵으로 보이는 사내다. 단정하게 머리를 정리하고, 라이더 자켓 따위를 입고 있었고, 바지도 무광의 검은 가죽 바지다. 안에는 두터운 셔츠 같은 걸 대충 껴입었다.


곧바로 어디 오프 로드에서 익사이팅 스포츠라도 즐길 것 같은 차림새였다. 전체적으로. 눈매가 서글서글한 사내가 그녀를 보더니 씨익 웃으면서 다가왔다.


뭐지, 라고 느낄 새도 없이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한현서 씨 맞죠. 늦진 않았을 텐데. 기다렸다면 미안합니다.”

“아녜요 저도 금방···.”


쿨럭.


하는 기침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채 말을 다 잇기도 전이었다. 카페에서 듣기에는 제법 위독해 보이는 소리처럼도 들린다. 마른 기침이라기엔, 제법 소리에 물기가 섞인 듯하다. 상상해보자면 피나 가래가 끓을 때 내는 기침과도 비슷하다.


그녀는 자연스레 소리가 들린 쪽으로 눈길이 갔다. 최길우가 나온 화장실의 뒤쪽이었다. 마침 그가 호쾌하게 열고 나온 문이 채 닫히지 않고 있었다.


그가 손끝으로 대충 닫으려 밀었으나 무언가에 걸린 것처럼 채 문이 닫히지 않고 다시 밀려서 열렸다.


문에 슬쩍 걸려 있는 것은, 누군가의 손처럼 보인다. 그녀는 잠시 눈을 찌푸렸다가 다시 떴다. 초점을 명료하게 만들어서 봐도 사람 손이었다. 보통, 저 자리에 있으면 바닥에 있는 거 아닌가?


그것도, 힘없이 온 몸을 대고 널브러져 있는 장면 따위가 연상이 된다. 심지어 약간 붉은 액체가 묻어 있는 것도 같았다.


“억.”


여자도, 놀라면 갸녀린 하이톤의 비명보다는 헛숨 삼키는 소리나 굵은 소리가 날 때가 많이 있었다.


그녀는 다른 걸 생각하지 못할 만큼 갑작스러운 사실에 그런 소리를 냈다. 딸꾹질이 나는 것도 같았다.


최길우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고, 뒤로 고개를 돌렸다. 애초에 기침 소리가 났을 때부터 그 역시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것을 알았다. 최길우가 입을 열었다.


“음···. 사정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미안합니다. 원래 오늘 이 떄 쯤에는 끝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상대가 생각보다 집요했고, 심지어 패거리가 스무 명 쯤 더 있지 뭡니까. 죄송하지만 일단 얼굴을 뵈야 해서 왔는데···.”


그가 장황하게 헛소리같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그 헛소리가 사실이라는 점이다.


“중국에서 사람을 사고 팔던 흉악한 집단의 두뇌입니다. 다른 조직들과도 엮여 있는 것 같아서 저는 일단 조직에 넘기고, 사후처리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안해요, 현서 양. 저는 정말 만나고 싶었는데.”


미간을 밉지 않게 찌푸리며 간곡하게 말하는 그 투가 제법 진정성이 있어 보였다. 뭣보다, 그 얼굴이 그녀의 취향에 가까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단 어쩔 수 없어서 잠깐 왔습니다.”

“어··· 네.”


그녀는, 한현서는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말하고 있는 사정에 대해서 그녀가 관여를 할 만한 주제가 하나도 없었던 탓이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약속을 파토낸다고 한다면 화라도 내야 하겠으나, 눈에 버젓이 보이는 저 피를 토하는 듯한 사람의 흔적에 다른 반박을 하기도 뭐했다.


그러니까, 굉장히 눈 앞의 남자는 긴급하고 심각한 사정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양해해주셔서 고마워요. 커맨더에게는 제가 말씀 드릴게요. 미안합니다.”


최길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화장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점퍼’라는 것을 한현서 역시 이해했다. 그녀의 부모님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어릴 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상식에 잠시 괴리를 느껴야 했던 때도 있었지만, 나이를 점차 먹어가면서 사회와 그 이면에 있는듯이 보이는 조직들의 관계에 대해서 나름의 정립을 한 상태였다.


그녀가 바라보는 남성은 아마 깨나 시간이 없는 부류의 인간이었고, 지금 화장실로 들어간다면 그대로 지구 어딘가로 사라질 사람이었다.


그대로 카페의 화장실로 발걸음을 돌리는 그의 손길을, 한현서는 불쑥 일어나서 덥썩 잡았다.


덥썩.


그야말로, 움직임이 멎게 되자 최길우가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았다. 의아한 표정이었다. 한현서는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몰랐, 진 않았다.


생각보다 그가 마음에 들었던 점이 컸으리라.


한 눈에 상당히, 호감을 살 정도로 말이다.


“······.”


최길우는 아주 잠깐 고민을 했다. 이대로 시간을 더 지체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커맨더의 장녀와 약속을 하고서 이대로 무시하고 가버리는 것이 괜찮은 일인가.


사회적 관계나 인간의 도의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다시금 화장실의 로비라고 할만한 세면대 밑바닥에서 미약한 신음을 흘리는 중국인 사내를 생각하고, 최길우는 일단 붙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그···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가서 하시죠, 그럼. 잠깐만 기다리시면 될 거 같기도 합니다.”


한현서가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손을 붙잡은 채 걸어갔다. 화장실 문을 슬쩍 열자 깨나- 처참한 광경이 있었다. 험상궃은 인상의 사내가 상상 그대로 널브러져 있다.


세면대 아래에 보통 사람이 저렇게 넘어져 있다면 급성 발작이나 심장병, 혹은 지독하게 술을 많이 마셨을 때 외에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최길우는 잡은 손이 불편하지 않게 높이를 유지하면서 슬쩍 몸을 굽혀 아래에 있는 사내의 몸에 손을 대었다.


그러면서 작게 눈짓을 했고, 한현서가 용케 알아들어 다른 손으로 화장실의 문을 닫았다.


공용 화장실의 로비라 할만한 세면장이 있는 부분이었다. 세 명이서 널브러지고 서 있자 공간이 비좁다.


최길우는 슬쩍 삐져나온 손을 발로 툭 정리하며 화장실 문이 닫히는 걸 보고 도약을 했다.


양 손에 붙잡은 이들을 같이 옮기는 단체 도약이었다.


후욱, 하는 소음과 함께 한현서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그녀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였다. 아주 어릴 적에, 기억이 희미한 시절에 겪었는 지는 모른다. 이성을 자각하고 머리가 크고 나서는 적어도 기억에 없었다.


텔레비젼의 화면이 오프되어서 빛이 가운데로 모이며 사라지듯이, 그녀의 시야가 점멸했다.


신체 내적으로 이질감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영화의 한 장면이 부자연스럽게 끊어지듯 시각이 사라지고,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유지되었다.


어딘가로 이동했다, 라는 것은 뒤늦게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 순간에 온도나 습도, 대기의 흐름이나 냄새, 소리와 공간감이 달라졌다.


외적으로 확연하게 드러나는 이질감은 그녀가 가만히 있는 그 순간, 그녀를 둘러싼 주변이 바뀌었음을 말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니까 숨을 한 번 몰아쉬는 시간보다 적은 간격을 지나 시야가 돌아왔다. 잠깐 저혈압 따위로 눈 앞이 핑 돌았다가 촛점을 찾는 것이나 비슷했다.


그리고 다른 감각으로 먼저 알아챈 것처럼 생경한 환경이 그녀를 맞이한다.


최길우와 눈 앞에 있던 어떤 낯선 사내의 모습도 같이였다. 그녀는, 점퍼 조직의 본부 기지에 모습을 나타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점퍼들이 출입구로 사용하는 포인트였다. 하얀색의, 작은 방. 별다른 인테리어나 꾸도 없이 단촐한, 창고나 마찬가지인 방.


최길우는 그녀의 손을 슬며시 놓으면서 방의 문 쪽으로 다가섰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형광등으로 밝혀지는 출입구 쪽에서 벽에 붙은 버튼을 주먹으로 치듯이 눌렀다.


흔하게 집안의 인터폰같은 모습으로 달려 있었고, 수화기의 역할을 하는 게 있어 소리가 나고 말이 들어간다.


“아, 리시버. 현 시각 임무 중 복귀. 민간인 1명과 강력 범죄 용의자 1명 동행입니다. 민간인은 커맨더의 자녀 분이십니다.”


수화기에 대고 그가 버튼을 누른 채로 말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기실에서 당직 인원이 내용을 듣고 보고를 올리고, 곧 올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1분이 지나지 않아 벌컥, 문이 열렸다. 조직의 보고 체계와 반응 속도는 제법 기민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점퍼가 아닌 상주 인원 중 전투 요원이었다. 최길우와는 오래도록 보고 지내 막역한 사이인 남자였다. 콜른Collen이라는 이름의 스웨덴 인이었다.


최길우보다 조금 작은 키에, 갈색빛이 도는 밝은 머릿결을 하고 잘 웃고는 하는 백인 사내다.


움직이기 용이한 복장에 이런저런 장구류 따위들을 착용한 남자가 들어오면서 최길우에게 말했다.


“고생 많네. 점퍼는 아닌 거지. 유치장에 구류해두고 신문이라도 하나? 이 쪽은 휴게실에라도 모셔다 두면 될 것 같고. 아니면 커맨더를 뵙는게 나을까?”


영어였고, 최길우 역시 영어로 답했다.


“별 말을. 그렇게 해줘. 점퍼는 아니고. 연루된 조직들 이름이랑 정보좀 빼내면 될 것 같은데. 현서 양은 말대로 안내해주고. 사실 현장에 아직 용건이 남아서, 다녀와야 해.”


그렇게 말하면서 최길우가 한현서를 바라보며 당부를 건넸다.


“어··· 그리 오래 걸리진 않겠죠. 잠깐 기다리고 계세요. 안내해 줄 겁니다.”


한현서가 고개를 끄덕였고, 최길우는 그대로 다시 도약을 해서 모습을 감추었다. 콜른이 널브러진 사내의 바이탈 사인을 약식으로 체크하고는, 곧 익숙하게 어깨춤에 들쳐 업고는 방문을 나섰다.


그가 사라지면서 말을 했다. 한국말이었다.


“잠깐만 있으세요, 아가씨. 금방 돌아와서 휴게실을 안내해 드리죠.”

“네, 네.”


한현서는 어딜 가든 쉽게 주눅이 드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러나 왜인지, 심각한 일들을 처리하는 현장처럼 보이는 조직의 분위기에 몸을 사리는 태도를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백인 남성이 사라졌고, 그녀는 본부 기지의 출입 포인트에 잠시 홀로 남아있었다.


*

ren-ran-HG5QX-GXV5A-unsplash.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4 89. 22.12.23 53 0 16쪽
93 88. 22.12.21 41 0 20쪽
92 87. 22.12.20 43 0 17쪽
91 86. 22.12.17 63 0 19쪽
90 85. +2 22.12.14 59 1 15쪽
89 84. 22.12.12 48 1 23쪽
88 83. 22.12.09 54 1 16쪽
87 82. 22.12.08 54 0 11쪽
86 81. 22.12.07 53 1 13쪽
» 80. 22.12.07 55 1 16쪽
84 79. 22.12.07 48 1 14쪽
83 78. 22.12.04 45 1 21쪽
82 77. 22.12.03 53 0 13쪽
81 76. 22.12.02 58 0 30쪽
80 75. 22.12.02 46 0 12쪽
79 74. 22.12.01 42 0 13쪽
78 73. 22.11.29 52 0 22쪽
77 72. 22.11.28 50 0 18쪽
76 71. 22.11.25 57 0 23쪽
75 70. 22.11.25 51 0 13쪽
74 69-2 22.11.25 36 0 11쪽
73 69-1 22.11.25 39 0 10쪽
72 68. 22.11.24 39 0 15쪽
71 67. 22.11.23 37 1 16쪽
70 66. 22.11.22 42 0 23쪽
69 65. 22.11.21 40 0 17쪽
68 64. 22.11.20 37 1 29쪽
67 63. 겨울 22.11.19 46 0 11쪽
66 62. 22.11.18 30 0 17쪽
65 61. 22.11.18 28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