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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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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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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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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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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9-1

DUMMY

*



“재머Jammer라.”


마이클은 조직에 대해서 제법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 비단 연구소에서 뿐만이 아니라, 점퍼 조직의 기지에서도 일했던 경험이 있는 이였다.


조직의 점퍼 요원들이 받게 되는 코드 네임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그런 투에 따라서 적당히 붙여본 이름이었다.


만일 유진이 겪은 바에 따라 생각한 정보들이 맞다면, 그런 특질의 점퍼에게 붙을 이름이나 별명은 ‘재밍’일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작용하며 거리에 관계없이 능력을 발휘하는 점퍼들의 천적. JE능력에 대한 간섭을 생각한다면 그런 이름이 적당해 보였다.


"재머, 좋지. 우리에게는 텔레포터가 있었는데. 저쪽도 허를 찌르는 유닛이 있었군."


마이클은 글라스에 진한 블랙 커피를 따라두고 빨대로 마시고 있었다. 그에게 이야기를 건 것은 유진이었고, 지금 그들은 마이클의 주요 자산들이 모여 있는 미국의 어느 저택에 있었다.


고풍스럽다, 라고 할만한 엔티크 가구들로 채워져 있는 넓은 서재였다. 좁은 창문은 그마저도 커튼이 반쯤 가리고 있어서 바깥의 햇빛을 내부에 다 채워넣지 못하고 있다.


하나만 불을 켜둔 조명이 실내를 어스름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는 서재의 긴 테이블 자리에 앉아 있었고, 유진은 그의 탁상 너머에 서서 이야기를 하던 차다.


"재머라고 부르면 되는 겁니까. 상대의 능력 범위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게 만약 서울 전역을 커버한다면 당장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요."

"...설마, 그러기야 할까."


마이클은 낙천적으로 이야기했다. 그 정도로 강대한 특이 능력이라면 대부분의 점퍼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봉쇄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점퍼가 비상식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있는 대도시의 인프라에 귀속되는 부분이 있다.


순간이동 능력 말고는 별다를 게 없는 개인이 도시를 벗어나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결국 한정적이었으니. 그들은 딱히 초인은 아니었다. 상리를 벗어나는 특수 능력을 하나 덤으로 갖고 있을 뿐이었지.


"그만한 능력이 있었다면 애초부터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대부분 막았을 거다. 갑자기 그 정도로 능력을 개발하거나 발현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비관적인 예측이로군. 아마 도시에서 우연히 엮였다고 했으니... 기껏해야 반경 수 km 정도겠지.... 허를 찌른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범위다, 그러면."

"그렇겠습니까."


유진이 먼 곳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그는 마이클을 따르는 처지였고, 계획의 줄기를 결정하는 의견이나 선택들에 대해서는 보스의 것에 동의하는 게 쉬운 태도였다.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겼지만 미리 알았다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운이 좋았어. 수고했다. 얼굴을 노출시킨 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마이클은 권태로운 손가락을 뻗어 글라스에 담긴 커피를 마셨다. 책을 보거나, 기계를 다루거나, 복잡한 일들을 하면서 먹기에 편한 방식이었다. 집무실에 있는 아무 컵에나 진한 커피를 가득 따라두고 스트로를 이용해 마시는 건 말이다.


"움직이는 건 예정대로 한다. 겨울이 가기 전에 서울 시민들에게 진한 트라우마를 심어 줄 거야. 그리고 나아가 국제 사회와, 점퍼 조직에게도. 그리고 혼란을 틈타서 조직의 본부를 타격하고... 하나씩, 하나씩. 각개 격파한다."


그가 글라스를 탁, 하고 테이블에 두며 말했다.


"점퍼 요원만 잡으면 결국 이기는 싸움이지. 우리는 상대방의 숫자와 대략적인 정보를 알고, 상대는 우리의 정체를 정확히 모른다. 기습하는 입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어."


글라스에 있던 커피는 어느새 다 비워져서 유리잔만 남았다. 마이클은 주름진 눈가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스터 윤도 있고... 결국 체스같은 거다. 만약 네가 별다른 특이성이 없는 점퍼였다면 아마 조직을 정면에서 와해시키는 건 생각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혹시 모르지."


유진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미국도 지방에 따라서 차이야 있겠다만 겨울은 다를 바 없이 춥다. 그리고 마이클은 내부 난방을 약간 춥도록 부족하게 하는 편이었다. 돈도 많은 양반이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덕분에 청년은 아직도 외투를 걸친 채였다.


"그럼 사전 탐사는 계획대로 진행하고... 점프 없이 몇 사람 붙여주시면 준비 마치겠습니다."

"그래, 그러도록 해. 한번 더 걸리는 건 골치 아프지. 그건 얼굴을 들키는 것과도 다른 문제이니."


마이클의 말에 유진은 고개만 끄덕거렸다. 곧이어 별다른 말을 덧붙일 것 없이 도약으로 그의 집무실에서 사라진다.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두 보스와 부하 사이는 말이다.


*


한형석의 곁에는 여전히 야가미가 붙어 있었다.


조직의 수뇌부는 언제나, 24시간 가동중이라 생각하면 옳았다. 결국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위치란 누구보다도 쉴 수 없는 자리였다. 다른 이들이 휴식을 생각할 때도 결국 비상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염두에 일을 두고 놓을 수 없다.


한형석은 4일, 늦은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에 조직의 기지로 돌아왔다. 잠시 자택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뜻밖의 정보가 들어와 다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커맨더, 코치, 야가미, 그리고 그 외 비 점퍼 인물들 중 몇이었다. 지휘관 실에 모인 인물들은. 현장 요원들 중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브레이커와 소드 마스터도 자리했다.


메리와 홍인수였다.


"민서 군이 상대를 목격한 것 같다고."


김민서는 잠시 기지 내 개인실에서 쉬고 있었다. 송일우가 이야기를 전달하러 지휘관 실에 들렀다.


송일우가 입을 열었다.


"예. 보통 체격에 검은 머리. 동양인이거나, 한국인일 확률도 높다고 합니다. 나이는 20대 초중반 정도. 국적은 다를 수 있겠지만. 근접 전투력이 저희만큼 높다고는 하지 않더군요. 자신의 움직임에 완벽하게 반격을 하지 못하고 도주한 걸 보면 말입니다."

"흐음."


커맨더는 턱끝을 메만졌다. 그가 굵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동양인 젊은이라. 최근에 조직과 연이 있었던 사내는 아니로군. 그럼 결국 자연적으로 발생한 외부 점퍼들 중 한 명이라는 건데.... 조직과 커넥션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대담하게 일을 벌일 수가 있는가?"


코치가 말을 받았다.


"조직적인 연계일 수 있겠습니다. 저희와 같이 일을 했던 누군가가 만약 일을 꾸미고 있고, 천문학적인 확률로 외부의 점퍼를 발견해 동료로 삼았다면."

"그렇긴 하지.... 그런데 다만,"


한형석이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면서 이야기했다. 좌중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세대 내의 점퍼들 중에 용의자는 없네. 그렇다면, 생각을 달리 해보게 되지. 점퍼가 아닌 사람을 넣는다면 내 기억에도 허점은 많네. 심지어 기록으로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고. 그런 이들 중 누군가가 다른 생각을 품었다면 그럴싸하지."


한형석은 투실한 볼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아마도... 내 부족한 견해로 추론해보자면. 상대도 무언가 특질을 가진 '점퍼'일 지 모르겠군. 점퍼가 아닌 이에게, 손을 대지도 않고 도약 능력을 이전시킬 수 있는 종류 말이야. 그렇게 되면 용의선상은 무진히 넓어지게 되니."


코치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상당히 센 편인데요. JE를 그렇게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니. 점퍼의 제약을 많이 무너뜨리는 일이군요."


기본적으로 점퍼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뚜렷이 눈에 보이는 한계들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지만, 자신의 몸에 국한되고, 다른 이에게 능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손을 대어야 한다거나... 말이다.


"아마 무기질을 멋대로 옮길 수는 없을 걸세. 그렇게 전능한 능력이라면 이미 그들이 전 세계의 주요지들을 다 폭발시키고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겠지. 아마 다른 제약은 그대로이겠지. 무게나,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의 수나, 도약의 전후에 걸리는 약간의 텀이나."


홍인수가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는 좌우로 나뉘어져 앉는 긴 테이블 자리에 앉아 등을 뒤로 기댄 채였다.


"뭐... 텔레포터인겁니까? 전송기가 상대인가 보군요, 이번에는."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지휘관실의 푸른빛 조명이 좌중의 표정을 밝히고 있었다. 한형석이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그렇지. 뭐, 어떻게든 될 것 같기는 하네."


그가 다른 수뇌부 요원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머가 최강이거든."



*



전략의 기본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이었다.


마이클은 당장 움직이지는 않았다. 상대가 수성을 해야 하고 본인이 공격자의 입장이라면, 가장 예상치 못한 시기를 노려 빈틈을 찌르는 것이 쓸만한 전략일 것이다.


어느 정도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라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게 자연스럽다. 며칠은 별다른 일 없이 넘겼다.


서울이 목표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성동격서의 작전도 따로 구상하지는 않았다. 그러잖아도 점퍼 조직에 비해 체급이 낮은 편인 마이클의 단체는 모든 자원과 인원을 모아서 한 군데에 투자해도 될까말까, 한 상황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의 실패 가능성이라도 있고, 확실하지 않다면 한 군데에 모조리 때려 박아서 승부를 보는 것이 그나마 낫다. 그들은 천천히 공격을 하기 위한 준비를 이어나갔다.



*


작가의말

다소 짧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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