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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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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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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0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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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64.

DUMMY

*



저녁 즈음.


한국은 저녁 7시 무렵이었다. 민서는 정해진 일과를 마치고 서울에 있었다. 제법 긴 하루였다. 전투 요원들이 받는 훈련은 아직은 그 시간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죽을 맛이었다. 다양한 소형 화기들의 사용법을 익히고, 실제 전투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의 수에 대한 대비책을 익힌다.


김만철은 코치로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었다. 김민서의 의사와는 상관 없을 정도로, 몸에 때려 박아서 지식을 넣어주고는 했다.


조직에서 새롭게 실현되어 사용되는 시뮬레이터 역시 큰 도움이 되었다. 촉감과 후각,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재현하는 시뮬레이터는 적절한 보조 기구들만 있으면 거의 현실과 같은 훈련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것도 하나의 훈련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말이다. 민서는 최근에는 어느 폐창고 따위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상황에 대한 훈련을 반복학습하고 있었다. 굳이 그가 선두에 나서서 모든 적들을 처리할 필요는 없었다. 목적은 결국 살아남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올바른 대응 방법을 익히고, 사격술을 사용해 적을 견제한다.


그 과정에서 결국 가장 좋은 것은 적을 먼저 처리하는 일이었다. 실제 교전 상황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이 총을 가지고도 제대로 상대를 맞추지 못한다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어질거리는 시야 속에서 정확한 조준으로 십여 미터 근방의 적을 맞출 수만 있어도 상당한 전투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선 그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점퍼 조직 특유의 방탄 피복 따위로 몸을 감싼다면 다양한 상황에서의 생존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어차피 어지간한 탄환으로는 잘 뚫리지 않는 방어구들이다. 대구경의 총을 가져와서 갈겨대야 위험할 뿐이지.


물론 충격량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 더럽게 아프고, 실신에 이르거나 전투 불능의 상황에 빠질 수는 있었다. 뼈가 부러질 수도 있었고. 방탄 피복이 막아주는 건 관통에 집중되어 있었다.


김민서는 생전 생각해본 적도 없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상황을 겪으면서 익숙해져 가야 했다. 실제로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 지나 자신이 맞닥뜨리게 될 지 모르는 순간들이었다. 어쨌거나, 피를 흘리지 않고 배울 수 있을 때 잘 배워두어야 했다. 김민서는 조직에서 가르쳐주는 다양한 기술과 지식들을 부지런히 흡수하기 위해 애를 썼다.


다양한 종류의 피지컬 트레이닝 또한 곁들여졌다. 운동 선수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에 준하는 훈련들이었다. 물론 모든 양을 소화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 시간들을 버텨낸다는 점에 있어서, 스스로의 체력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근력 또한 붙고 있었고.


장기간의 운동이 반복될 수록 근질 또한 전체적으로 향상되어 간다. 거기에 정확한 자세로 내뻗는 기술들을 습득한다면 안정적인 근접 거리 전투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홍인수나, 송일우 따위의 전문적인 근접 전투원들을 상대로 무언가 해볼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건 적어도 연 단위의 기술 습득과 훈련, 실전 경험이 쌓여야 도전해볼만한 일일 것이었다.


조금 늦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기지에서 훈련을 받고, 이후 시간에는 스위스의 연구소로 넘어가 짧막한 실험에 참여한다.


언제나 김민서가 하는 일은 결국 비슷했다. 그가 트리거로서 조종할 수 있는 정신 상태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그로 인한 JE2의 작용을 연구소의 시설물들이 측정하도록 돕는 것 뿐이다. JE에 대한 직접적인 관찰은 현대 과학 기계로 불가능했지만 그와 영향을 주고 받는 다른 모든 요소들은 측정이 가능했다.


뇌파, 호르몬. 주로 김민서의 체내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의 재밍 능력은 꾸준히, 시간과 비례하여 강력해지고 있었다. 그 상승세에 멈춤이 없다는 점에 있어서, 정말로 언젠가 꾸었던 김민서의 꿈같은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세계 곳곳에 있는 점퍼들이 그의 능력으로 인해 그의 곁에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다가오는 건 꺼릴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미치광이나 인격에 따라서는 주의를 기울여야할 필요도 있었다.


그렇게 어디인지 모를 조직의 기지와 연구소를 지나 김민서는 다시 서울에 도착했다. 조직의 점퍼들에게 충분한 잔여 도약 횟수가 없다면, 그는 있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거나 할 때도 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어차피 한국을 들러야 하는 요원이 있었기에 그의 일정에 따라 서울에 도착했고, 집에 돌아온 상태였다.


아침에 나갔을 때와 그리 다르지 않은 환경이었다. 어딘가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 같은 기분에 다시 옷가지를 정리하고, 침대에 대충 걸터 앉았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저녁 식사도 해먹어야 했지만 잠시 앉아 있기로 했다.


자연스레 손이 리모컨으로 움직여서 TV를 틀어두었다. 그리고 그 때였다.


띠리리리, 하고 그의 핸드폰이 울린다. 조직에 관여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국제적인 통신이 가능한 위성 전화 모델로 바꾸어 들고 다니던 차였다. 원래 가지고 다니던 스마트폰 역시 주머니에 넣어두고, 다니기는 했지만 주로는 그것을 사용한다.


소리는 전화의 착신음이었다. 민서는 별 생각없이 울리는 전화에 폴더폰을 열어 받았다. 위성 전화기 역시, 스마트폰처럼 고성능의 기기가 있었지만 민서는 조직에 들어오기 전 임시로 받았던 물건을 계속해서 쓰고 있었다. 손에 잘 맞기도 했고, 튼튼하기도 했다. 굳이 이전에 쓰던 스마트폰 기기가 있는데 새로운 모델로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였기도 하다.


“여보,”


‘세요.’ 하고 민서가 인삿말을 건내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제법 다급한 투였다. 조직의 사람들은 보통 어지간한 일에 다급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애초에 세계 각지에 있는 위기 상황들과 마주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으니까.


어느 정도 수준 이하의 긴급한 상황들과 재난에는 이미 익숙해지고 무뎌져 있는 것이다. 그런 이들이 목소리를 띄우며 호흡도 가다듬지 못한 채 빠르고,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건 민서가 느끼기에도 정상은 아니었다.


-당장 와야 되겠어! 집인가? 비상이야. 조직 시설물이 직접, 타격당하고 있어. 미친. 쏟아지는구만.


통신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는 야가미 소우타의 것이었다. 그의 발음이나 어휘는 이미 완연한 한국인의 것이었다. 민서가 알아듣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그가 말하는 것들이 정확하고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타격당하고 있다고? 시설물한테 타격이라니. 어디서 포격이라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그러기에는, 점퍼 조직이라는 단체는 세계의 균형을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는 각 강대국과 모조리 협약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을 건드릴만한 거대 단체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점퍼 조직의 일은 늘 다른 사회의 분쟁에 참여해서 그것의 종식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점퍼 조직이 직접 타격을 당한다면, 그건 현 지구의 선진국들이 단체로 돌아버렸거나, 혹은 개중 하나의 지도자가 돌아버렸거나, 그도 아니라면- 조직 외의 점퍼들 중 누군가가 대담하게도 일을 꾸민 것일 테였다.


기본적으로 점퍼는, 점퍼 능력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과 똑같았다. 조직을 이루고 조력을 얻어내고, 자본과 기술력을 갖추고 극악한 계획을 실행해내는 여타의 모든 일들은 인간 개인의 경험과 능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점퍼 조직을 능가할 만한 외부 단체는 없다고 해도 좋았다.


그러나 저번부터 보여준 어느 점퍼의 테러는 남다른 대범함을 보인다. 민서는 그 순간 대강의 일들을 상상해냈다. 그 역시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그런 폭발은 처음 겪는 것이었다. 점퍼 기지로의 공격 역시, 그들이 아직 잡히지 않아서 새로이 일을 꾸몄다면 그럴싸한 상황이기도 했고.


“예 집입니다. 침대 옆이에요.”


야가미는 대답도 없었다. 아마 곧바로 도약을 시도했으리라. 민서는 그 짧은 순간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그때 하늘을 드론에 매달린 채 날고 있던 사내를 다시 보는 걸까.


적이 점퍼라면 재머인 민서의 참전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재머로서 발휘하는 능력의 범위는 이전부터 꾸준하게 늘고 있었고, 현재는 약 5km정도의 범위를 갖고 있었다.


하나의 넓은 교전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범위였고, 그 정도면 재머로서 현장에서 움직이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후욱. 하는 익숙한 소리가 민서의 방 안에 들려왔다. 곧이어 야가미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조금 헝클어진 머리. 전투용 장구들을 차고 있는 모습이다. 손에는 헬멧을 들고 있었고.


야가미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민서를 처다 보았다. 그가 다짜고짜 말하며 그 손을 민서에게 가져다 댄다. 어깨에 올리는 손길을 민서는 피하지 않았다.


“어, 일단 기지로 가지. 장비만 챙겨입고 바로 현장으로 가겠네. 상황이 비상이야. 이러고 있는 시간에 뭐가 더 터질지 모르겠네.”


그가 원래 민서에게 반말을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만큼 정신이 없다는 의미도 될 것이고, 어느 정도 점퍼 조직에서 임무들을 같이 수행하며 친근해졌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야가미가 턱, 하고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미 발동하고 있던 도약이 시행된다. 단체 도약에 대한 거절은 없었고 둘은 그대로 기지로 이동한다.


*


점퍼 기지.


기지의 내부는 바깥이 보이지 않는 지하라 날씨나 해의 움직임으로 시간은 알 수 없었다. 그 이전에 점퍼가 아닌 김민서는 그곳의 위치 또한 알 수 없었고. 조직 기지의 위치는 기밀 중의 기밀 같은 것이었다. 비점퍼 요원들의 경우에도 출입구가 없는 기지 내부로 점퍼들의 이동에 합류해 들어오기 때문에, 실제로 기지가 지구상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점퍼들의 점퍼가 위치 좌표만 있다면 거리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사실 어느 다른 행성의 토양 아래에 대형 건물을 공사로 지어두고 국소단위의 테라포밍으로 그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다만, 점퍼의 능력은 차치해두고서 현재까지 지구상의 국가들이 모아 온 저력이 그 정도의 일을 쉽사리 감당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기지는 분명 지구 어딘가에 위치한 자리였지만.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은 점퍼 조직의 어느 시설물이었다. 기지의 좌표는 비밀이었지만 그 외 장소들의 위치는 관련자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었다. 나름의 기밀이고 또한 극비 사항이었지만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하고 또 직접적인 관련자들이 실무를 하고 생활을 해야 하는 공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지 전체에 울리는 경보음과 비상 상황이 일어났음을 의미 하는 소리나 대원들의 구호 따위가 어지럽게 건물 내부를 장식했다.


민서는 조직의 장비 창고에 도착했다. 여타의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전투용 장비들을 불출拂出해서 받았다. 입고있는 옷의 외투를 벗고 방탄용 피복들을 껴입었고, 일단 소형 화기로 권총과 그 외 장갑과 헬멧을 받았다. 그가 장비를 착용하는 걸 본 야가미가 곧장 그의 어깨에 손을 다시 얹었다.


“점퍼 기지에서 운용하는 감옥, 태평양 어딘가로 갈 거네.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지. 어떤 미치광이 새끼가 고고도高高度에서 쇳덩이랑 폭탄 따위를 투하하고 있어. 조직 건물은 개박살이 났고. 자네랑 나는 같이 해당 위치에서 끝까지 올라가 본다. 자네 재밍 능력이 닿는 곳까지 가면 걸리겠지.”

“어, 뭐라구요?”


제대로 이해가 가는 말은 아니었다. 고고도에서 뭐라고?


“적은 점퍼야. 한, 두 명 정도가 대기권 어딘가 상공에서 낙하 물리 실험을 하고 있네. 그걸 막는게 자네랑 내 임무고.”

“그런 씨······.”


일단 한국말이니까 이해는 간다. 실제로 머릿속에서 장면이 그려지는 꼴은 아니었지만. 야가미는 그러거나 말거나, 민서가 머뭇거리는 와중에 헬멧을 빼앗아 그의 머리에 처박아 끼워놓으며 어깨에 손을 댔다.


“일단 그쪽으로 가지.”


후욱, 하고 두 명의 신형이 기지에서 사라졌다.


*


폭탄이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


아니, 실제로 폭탄이 떨어지고 있기도 했다.


중력 가속도에 따라, 상공 수십 km 위의 까마득한 자리에서 낙하하기 시작한 강철 케틀벨이나, 혹은 속에 화약을 잔뜩 담은 쇠 구슬 따위가 떨어지고 있었다.


수십 km의 거리는 중력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한참이나 걸리는 거리였다. 약 수 분 전에, 점퍼 조직의 감옥에 닿게끔 고고도에서 계산되어 투하된 물건들이 땅바닥에 처박아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끊임없이 증폭된 물리력은 그 자체로 비슷한 크기의 폭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화약이 들어있는 텅스텐 철구鐵球의 경우에는 더욱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 냈고 말이다.


수십 km 상공은 마치 어느 정도 우주 공간과 마찬가지의 환경을 갖고 있었다. 희박한 대기, 차가운 온도, 지구의 중력이 다소 줄어들어 적용되고 있는 위치였다. 그러나 잠깐 정도는, 더욱이 방호복을 입고 있다면 아무런 문제 없이 사람이 있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름으로 따지자면 ‘중간권’이라 불리는 위치였다. 일반적인 대류가 흐르고 비행 물체들이 유영하는 자리가 상공 20km 수준이었고, 그 위에 50km까지가 성층권이라 불리는 친숙한 위치이다. 그보다 높이 올라가면 있는 자리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들 따위가 지구로 다가오다 불타버리는 위치가 중간권이었다.


유성을 떨어뜨려 맞추는 일이 물론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십 수백 개의 탄환들을 가지고 있고, 정밀한 계산을 해낸 뒤에 투하하고 있으며 시행 착오를 거치며 일부가 정확한 지점에 떨어지고 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대륙 규모의 자연 현상을 관측하고 분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일이었다. 마이클, 박사는 몇 개의 대형 드론과 유사 인공 위성을 띄워 대류를 관측했다. 정확히는 이 폭격에 필요한 지역의 흐름만을 정밀하게 말이다.


그것을 그가 가지고 있는 가장 정밀한 컴퓨터에 입력해 낙하 운동의 예측 프로그램으로 계산해 정확한 좌표를 산출해냈다.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떨어뜨려야 아래에 있는 착탄 지점에 정확하 가 닿는지 말이다.


텅스텐제 철구, 그러니까 포탄과 비슷한 것이나 혹은 운동용의 케틀벨처럼 잡는 곳을 만들어둔 물건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것이 땅바닥에 가 닿는 순간에 나는 소리는 콰앙-! 이라고 짧게 서술할 정도의 폭발력은 아니었다. 이미 그 자체로 전술적인 규모의 폭탄들이었고, 하나의 낙하체가 떨어질 때마다 반경 수십 미터가 초토화 되고 있었다. 점퍼 조직에서 운용하는 감옥은 태평양 어딘가, 무인도 위에 지어져 있다. 감옥이 섬 전체의 면적을 사용하는 건 아니었고 그 일부를 덮고 있을 뿐이었지만 낙하체는 이따금씩 그 근처를 직격하거나, 혹은 감옥 건물을 정확히 때려 맞추기까지 한다.


바다에 떨어진 물건은 그 자체로 거대한 물보라를 만들어내고, 작은 해일처럼 파도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지상에 낙하한 텅스텐 제 케틀벨은 거대한 열에너지와 폭발적인 위치에너지를 갖고 땅에 닿아, 지면을 그대로 까뒤집고 수 m의 대지에 구덩이를 만들어내는 폭발을 일으켰다.


간혹 철구 중에는 그 속이 화약으로 가득 차 있는 폭탄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지면에 닿는 순간 화약으로 인한 폭발력을 더하며 화려하게 지상을 불태웠다. 상공에서 폭격기로 해내는 강습과 다름이 없었다.


감옥 상공에서, 지구의 자전 방향에 따라 대각선으로 올라간 어느 자리. 공기가 희박하고 대기권 내이지만 마치 우주와 같이 어슴푸레한 밤하늘 같은 공간에서 마이클과, 윤민혁이 있었다. 그들은 우주복처럼 생긴 방호복을 입고 얇은 두께의 헬멧마저 낀 상태이다.


그들이 다른 비행 동력을 가진 채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중간권의 상공에 나타나며 더플백이나 뚜껑이 열려 있는 상자 따위에 담아둔 철환들을 곧바로 쏟아내곤 그들 역시 그것들과 함께 낙하하고 있었다.


그러나 철구들과 다른 점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텔레포터에 의해서 움직이는 마이클 역시 윤민혁과 마찬가지로 점프로 상공에 나타났다가 조금 낙하한 지점에서 사라졌다. 윤민혁은 마이클이 제대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그 다음에 점프로 움직인다.


텔레포터는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점퍼이기는 했지만 난이도가 높은 작업에 있어서 혹시 실수가 있다면, 그가 눈으로 위치를 확인한 뒤 곧바로 마이클을 챙겨서 단체 도약을 해야 했기에 그렇다.


초고도의 상공에서 투하된 텅스텐제 케틀벨이나 포탄들은, 자유낙하를 하며 거센 중력의 영향을 받아 가속도를 입어갔다.


수 초만에 이미 상당한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고, 수십 km의 상공에서 계속해서 가속하는 와중에 음속을 초월했다. 그 표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작은 운석처럼도 보인다. 순수한 위치 에너지에 의한 포격이었다. ‘점퍼’의 점프는 위치 에너지에 관해서 완벽한 해답과도 같은 것이었다.


거대한 규모의 상공까지 올라가는데 눈 하나 깜박일 시간이면 충분했고, JE를 제외한 어떤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음속을 넘는 속도로 아래로 꽂히는 철구들은 강철의 비처럼도 보였다. 마이클이 모아둔 탄환들은 그야말로 수 백 개가 넘었다. 한 번에 하나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서, 근력이 허락하는 한 상당한 양을 단번에 투하할 수 있었다. 그것을 백 수십 번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노동이었지만, 그 아래의 땅에서 맞이할 환경에 비한다면 더없이 편안하고 안락한 처지임은 분명했다.


음속의 몇 배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가 부닥치는 철구들은 그 자체로 전차의 포격보다 두 세배가 넘는 위력을 발휘했고, 점퍼 조직의 감옥섬은 그야말로 현대 화기에 의한 집중 포격을 받는 것과 다름이 없는 처지에 놓였다.


붉게 물든 텅스텐제 철구가 눈에 채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들어 지상에 꽂히고 주변을 터뜨린다. 제법 튼튼한 구조로 지었다지만 그래봐야 콘크리트 건물인 감옥이 몇 번의 포격을 버티지 못하고 통째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전차의 포격을 견딜 수 있는 건물 따위는 짓기 어려웠다. 본격적인 방공호가 아니라면 말이다.


점퍼 조직의 감옥 섬에 있던 요원들이나, 죄수들은 때아닌 공습에 피난을 가야 했다. 우선 조직의 점퍼들이 최소한의 보호장구를 걸치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착탄 지점들은 생각보다는 성긴 화망을 구성했다. 아무리 정확한 예측에 수백 발의 탄환을 쏟아 붓는다고 하더라도 몇 발인가가 부닥치면 사실 성공적인 일이었다.


그 와중에 기지 공습 매뉴얼에 따라 한 곳에 모여있는 요원들을 점퍼들이 최대한 피난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수감되어 있는 범죄자들의 도움마저 받았다. 감독관 중 최고 권환을 지닌 요원은 수감자들의 구속구를 해제할 수 있는 키를 갖고 있었고, 그는 상황이 나빠지자 망설임없이 구속을 해제했다.


일단 그들이 도피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감독관과 여타 인원들의 구출을 돕는다면 조직에서 그들에 대한 대우에 선처를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실내 방송이 마비되기 직전에 음성으로 전역에 전파된 방송은 수감자들이 자유를 얻게 했다. 처음에는 쭈뼛대며 죽음의 위기에 도약을 하지 못하던 수감자들도, 점점 가까워지는 포탄 소리에 자기들의 살 길을 도모하며 점프를 해댔다.


일단 범죄자들을 구속하는 것도 중요하고,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음의 위기 앞에서라면 어쩔 수 없었다. 수인들을 태우고 항해를 하던 배가 만약 폭풍에 휩쓸려 난파되고 만다면 그 안에 있던 이들에 대한 통제나 처우에 대해서 어떤 상위 관리자가 탓을 할 수 있겠는가. 자연 재해 앞에서 인간의 구속이나 통제는 하잘 것 없는 것이었다.


범죄자들이 풀려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결국 일을 벌인다면 또 다시 잡아들이면 될 뿐이었다. 처음에 그러했던 대로 말이다.


방침에 따라, 점퍼들이 풀려났고 개들 중 아주 소수, 몇몇은 다른 이들의 탈출을 도왔다.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고 감옥섬, 무인도에 남아 있는 인원들은 없게 되었다.


그 위에 강철의 비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얇은 선을 그려내며 섬을 초토화 시키는 탄환들이 내리 꽂혔다.


콰-앙. 그야말로 폭발의 소리였다.


*


그리고 그런 현장의 근처에 민서가 나타났다. 야가미는 민서를 데리고 몇 명의 조직 인원들을 구출시켰다. 민서를 데리고 오기 전에도 그러했고, 데리고 가서 난 다음에도 그러했다. 그 과정에서 다행히 포탄 세례의 범위에 들지는 않았다.


민서는 정신이 다 아찔한 와중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항상 유지가 가능한 재밍 능력을 발동시켰다. 총탄이나 폭탄이 터지고 있는 곳에서도, 외부 환경과는 관계 없이 JE2를 발현시키는 키 포인트를 잡아챌 수 있었다. 민서의 재밍 능력은 이제 어느새 완성 단계에 가까웠다.


거의 항시 발현에 가까운 재밍 능력의 범위는 수 km였다. 섬의 지면에서는 마이클이나 윤민혁에게 도저히 닿지 않는 거리였다. 우선적인 눈대중이나, 암산으로 거리를 생각했던 야가미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에 의아해했다. 생각보다 상대는 더 높은 천공에서 이곳을 노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야가미는 거침없이 점프를 사용했다. 보호구를 입은 터라 기초적인 방어의 역할은 될 것이다. 헬멧도 일단은 끼고 있었고. 야가미는 사람이 없는 감옥섬에 포탄이 떨어지는 와중에, 그 수풀 사이 어딘가에서 민서의 어깨에 다시 손을 대었다.


“갑시다.”

“으에.”


민서는 정신과 달리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말 역시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고. 야가미는 급박한 사태 속에서 어지간히도 정신이 없는지, 다시 예전처럼 존대 투를 사용했다. 상급자나, 베테랑이라고 위기 가운데 늘 침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건 환상이었지. 인간은 누구나 지독하게 투하되는 폭격과 폭발 속에서 패닉에 빠진다. 다만 다른 이를 바라보고 해야 할 일들을 할 뿐이다. 단순하게 그것 뿐이었다.


귀가 찢어지도록 따가운 폭발음이 주변을 덮고 있었고, 포격의 진동이 섬 전체를 울리는 듯했다. 야가미의 도약이 실행되었다.


후욱, 하고 둘이 섬에서 사라졌다. 태평양 어딘가에 있는 온난 기후의 섬, 수풀 속에서 두 명의 신형이 없어진다.


*


첫 번째로, 야가미는 그대로 상공으로 올라갔다. 지상에서 닿지 않는다면 어디 쯤에 있는 것인가. 민서가 발휘하는 재밍의 범위는 5km를 넘는다. 반경이었고, 민서가 만약 상공에 있다면 완벽한 구 형태의 역장을 형성한다.


야가미는 상공 10km즈음 부근으로 올라섰다. 아무것도 없었다. 쏜 살의 수 배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또 낙탄되는 포탄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상공 바로 위에서 쏟아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방향은 조금 다를 수 있었다. 10km라면 에베레스트보다 조금 더 높은 고도였다. 이 부근은 항공기들이 비행 궤도로 사용하는 고도였고. 구름이 아래로 보인다. 야가미는 관성을 잃어버렸다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몸을 가누며 민서를 일단 팔을 엇갈려 고정시켰다.


바닥이 없는 허공에서 놓치지 않으려면 이것이 최선이었다. 다소는 거리가 떨어져도 도약 횟수가 충분히 남아 있으니 안전하겠지만, 불필요한 낭비를 볼 필요는 없었다.


야가미는 그대로 다시 상공으로 움직였다.


20km부근, 30km부근.


공기가 희박해지는 곳이었지만 그들이 그 공간에서 오래 버텨야 하는 건 아니었다. 야가미는 계속해서 고도를 높였고, 80km 부근에서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점퍼 조직의 감옥섬에 포격이 착탄되고 나서 불과 수 분 내에 이루어진 추적이었다. 마이클과 윤민혁은 아직 상공에 나타나며 포탄들을 뿌리고 있었다.


마이클과 윤민혁이 있는 곳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고, 때로는 감옥섬의 곧은 상공 위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우연히 그들의 점프 순간이 겹쳤다. 재머가 근처에 있을 때, 그 반경 수 km 범위의 역장 안에서 점프를 시행한다면 모든 점퍼는 좌표가 김민서의 바로 근처로 고정되게 마련이었다. 홍인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후욱, 하는 예감이 나쁜 점프의 전조음은 점퍼들끼리 마치 제 2의 청각 속에서 들리는 것과 같이 귓가에 다가온다.


일종의 예감에 가까웠다. JE라는 에너지는 현대의 측정 장비로 그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에너지였고, 점퍼들은 때로 그것을 물리적인 감각의 영역 너머에서 느끼고는 했다.


이번 경우에는, 야가미와 김민서가 그것을 먼저 듣고 느꼈다. 재머에게 이끌린 점퍼들은 도약지에 도착해 눈을 뜰 때까지, 자신들의 점프가 궤적의 오류가 생겼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


상공 80km. 지구의 구체의 모습이 보이며 대양과 대륙, 대기의 모습마저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서 네 인간은 서로 마주쳤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확률이 아닐 수 없었다. 점퍼들은, 그저 순간이동을 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한없이 티끌처럼 작고 또 하잘것 없는 존재들이었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의 존재라는 건 그렇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 불합리할 정도의 광대함과 숫자의 규모 속에서 인간이 마주친다는 건 불가능에 한없이 가까운 일이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보통의 상식을 가진 이들은 인지에 텀이 생기게 마련이다.


먼저 그들을 발견한 건 역시 도착해 있던 재머와 쉴더였다. 마이클과 윤민혁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전신을 감싸는 우주복 형태의 방호복을 입고 있었고 제각기 철구들을 나르는 가방이나 함 따위를 들고 있다가 떨어뜨리는 와중이었다. 이미 아래로 추락하고 있는 중에 만난 것이라, 그 만남은 사실 순간이었다.


한 순간이 지나 마이클과 윤민혁이 시야를 회복할 때 즈음엔 이미 그 아래에 있었고, 일단 야가미는 점프를 사용해 다시 그 위에 있는 이들과 정확한 고도를 맞추었다.


잠깐의 텀. 그 상공에서 일을 벌이는 건 제법 대담한 배짱과 기발한 상상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야가미는 한 손으로는 팔을 엇갈리고 어깨 동무를 하듯 김민서를 끼고 있었고, 남는 오른 손으로 장전된 권총을 들었다.


어차피 눈으로 보이는 거리라면 점프는 정확한 위치와 각도, 방향을 설정한 채 실행할 수 있었다. 야가미는 그대로 손을 뻗어 권총을 겨누었다. 그리고 쏜다. 타, 탕!


윤민혁과, 마이클의 경우에는 다시 그들이 아래로 자유 낙하를 하는 과정 중에 그들을 목격하고 총격을 당했다. 아래로 추락하는 속도는 제법 금세 가속도가 붙어서 총격이 정확히 맞지는 않았다. 맞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입고 있는 방호복 또한 겉멋이 아니었기에 부위에 따라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도 있었다.


상당히 질기고 튼튼한 소재와 플레이트가 들어 있는 방호복이었다. 야가미는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두 적을 확인했고, 자신의 총탄이 빗맞았음을 알았다. 어느새 다시 가속도의 차이에 따라 멀어지는 아래의 두 적이다.


야가미는 눈으로 그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저들이 사라진다면 아마 아주 먼 곳으로 일테다. 그는 그 순간을 확인하기 위해 주시하며 도약을 준비했다.


마이클과 윤민혁은 역시 뜬금없는 상황에 눈을 크게 뜨며, 우주 공간이나 다를 바 없는 곳까지 찾아온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을 수준의 심정이었다. 윤민혁이 먼저 벗어났다. 긴급한 사태에서, 순서와 상관 없이 먼저 도약을 한 것이다.


마이클은 빤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본질적으로 점퍼가 아니었기에 스스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저 지상 어딘가, 텔레포터가 그의 좌표를 확인하고 ‘불러오기’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도리어 투명한 헬멧 안에서 씨익 웃으며 그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어차피 만나기로 하려 했던 이들이다. 점퍼 조직의 점퍼들. 그가 일하던 곳의 구성원들이었고, 심지어 몇몇은 그 얼굴을 알기까지 했다. 마이클이 각 조직에서 최고 연구자는 아니었기에, 그렇게 눈에 띄는 편은 아니었어서 아마 저들은 그를 알아보기 힘들 테였다. 비 점퍼 요원들 중에 몇은 혹시 몰랐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이클도 나름대로 흑발로 염색을 하고, 약간의 성형을 통해서 인상을 바꾼 뒤였다. 눈썰미가 어지간히 예리하지 않다면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는 그의 모습을 제대로 기억해내기 어려울 테였다.


야가미는 윤민혁이 사라지는 걸 보고 그 근처로 도약을 준비했다. 그리고 마이클이 사라지지 않는 걸 보고는 망설임 없이 총을 쏴 댔다.


타, 타타타탕! 초고도에서 쏘아지는 총알도 다름 없는 총알이었다. 다만 그것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 ‘텔레포터’가 불러오기를 완료했다. 마이클의 모습은 사라졌고 총알은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야가미는 그대로 민서와 어깨동무같은 자세를 한 채였다. 그가 도약을 한다. 근거리였다. 윤민혁이 사라진 곳이 아니라, 마이클이 사라진 지점으로 바꾸었다.


한 텀 뒤에 둘이 상공에서 한 번 도약을 했고, 수 초 내에 그 점프의 흔적을 읽어낸 야가미가 ‘불러오기’로 사라진 마이클의 뒤를 추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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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본 소설은 실제 과학적 상식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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