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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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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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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5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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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DUMMY

*



서울에서 일이 벌어진다면 가장 빠르게 깨닫는 건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점퍼였다.


현재 서울에 있는 조는 김민서와 송일우가 유일했다. 나머지는 기지에 있는 이들도 있었고, 각국에서 들어오는 위급한 의뢰를 처리하고 있는 조도 있었다. 리시버와 다른 한 명이 한국의 지방에서 일시적으로 임무 수행 중인 것은 김민서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민서가 이상을 깨달은 건 매스 미디어를 통해서였다.


그들이 대비하고 있는 어떤 상황을 실제로 마주하는 최악의 경우이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터진 데다가, 대비하지 않았는 데도 알게 될 정도로 그 규모가 컸다는 이야기니까.


-서울 강남 상공에서 미상의 헬기가 모습을 드러내 비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대응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군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탐지 체계를 검토하고 협조를 위해 서두르고 있......


인터넷 영상 플랫폼의 공영 방송국 생방송 채널에서 속보가 지나가고 있었다. 저녁 길거리에서 자연스레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집어들어 인터넷을 들어갔다가, 온통 기사와 검색어가 새로 뜬 기사나 심상치 않은 단어로 도배가 되어 있기에 찾아본 결과였다.


"이런 미친......"


민서는 그간 잘 하지 않던 욕지기가 치밀었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예상을 약간 뛰어넘는 모습이었다. 옆에서 걷고 있던 송일우도 상황을 파악하며 실시간으로 인상을 와작, 일그러뜨렸다.



*



가장 빠르게 반응한 건 ‘최길우’였다.


그 역시 한국에 있었으나, 위치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은 아니었다. 때마침 의뢰가 마무리 되고 조직과 연락을 하던 와중에, 조직 내의 태스크 포스에게서 가장 먼저 정보를 전해들었을 뿐이었다.


사건이 터지고 방송국을 통해 매스 미디어가 상황을 전할 때까지, 한국 내의 치안 조직과 공조를 하던 점퍼 조직이 조금 먼저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남아공,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이집트의 주요 도시에 대해 즉각적인 비상 상황을 전달받을 수 있는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었다.


서울은 개중에서 상대의 대담함과 성향을 미루어볼 때 제법 위험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였고, 이번에도 역시 대상이 되었다.


최길우는 때마침 보고를 하기 위해 말을 하다가 새로운 임무와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


그가 서울, 강남 일대가 한 눈에 보이는 상공에 먼저 나타난 이유였다.


그는 다른 이들의 눈을 신경쓸 겨를은 없었다. 어차피 상공에서 좁쌀만한 인형이 움직인다고 지상의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도 않을 테였다. 보더라도 착각이라고 치부할 것이었고.


운 좋게도, 일을 꾸미고 있는 이들은 화려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가 일대를 관찰할 수 있는 고도에서 바라보자 눈에 금방 띄었다.


커다란 헬기 하나가 누가 보아도 발견할 수 있게끔, 서울 시내의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휴전중인 국가로, 총기를 비롯한 각종 무력 규제에 강력한 힘을 싣고 있는 남한이라는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상상처럼도 보였다.


드론과도 규모가 다른 일이었다. 심지어, 한 대도 아니었다. 세 대의 헬기가 제각기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혼란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길우는 곧장 보기 싫은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헬기 중 한대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발사되었다. 헬기에 열린 출입구 쪽, 측면에서 튀어나간 발사체였다. 그리고 그건 화약을 담고 있었음이, 순식간에 증명되었다.


서울 강남은 넓은 대로변과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는 고층 건물들이 자태를 자랑하는 장소였다. 개중 하나의 옥상 부근에, 깨닫기 싫지만 개인용 로켓 정도로 보이는 물건이 날아가 박았다.


쾅-!


멀리서 폭발음이 들린다. 최길우는 그 비현실적인 광경과 효과음에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재난이었다.


그가 막아야 하는 종류의. 가급적 빠르게 달려가 손을 댈수록, 막을 확률이 높은 것이었다. 시간이 늦어질 수록 터진 둑처럼 최길우의 두 손만으로는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것이다.


최길우는 곧바로 허공에서 떨어지는 와중에 도약을 시도했다. 그가 한 호흡 뒤에 사라졌고, 헬기가 있는 대로변 근처 빌딩 옥상에 모습을 나타낸다.



*



최길우가 현장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민서와 송일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따로 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았지만 서울에 있었고, 매스컴을 통해 곧바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일단 그들도 강남에서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했다. 임무를 수행할 때 자주 들르곤 하는 빌딩이었다. 김민서가, 홍인수와 만나서 이야기를 했던 지점이다.


그들 역시 어렵지 않게 소란의 근원지를 찾을 수 있었다. 건물에 막혀서 정확하게 상황을 볼 수는 없었지만 소리의 근원은 명확했다.


해당하는 방향으로 다시 한 번 도약을 한다.


근처 건물의 옥상으로 자리를 옮기자 서울에서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김민서와 송일우는 도심 한 가운데를 날아다니는 헬기와, 건물의 조금 위의 고도에서 프로펠러를 돌리며 소음을 키우는 헬기들을 보아야 했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거리는 아수라장이었다. 폭발이 일어났는지 건물에서 확인할 수 있는 어느 빌딩의 옥상이 무너져 내려 있었다. 마치 시내에서 로켓런쳐라도 누군가 발사한 듯한 모습이다.


옥상을 이루던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렸고 폭발의 잔향과 연기가 바람에 실려 흩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비명이 다소 멀게 들린다. 그들이 있는 옥상에서 거리가 멀기 때문도 있었고, 민서와 일우의 정신이 아득해지는 중이었기 때문도 있었다.


한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이들이 겪기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전쟁을 겪지 않고, 고도화된 한국에서 나고 자란 세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순간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화약과 피가 난무하는 전장터가 있었지만, 서울의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실들이었다. 실제로 전쟁이 벌어진 지는 벌써 칠십 년이 지난 때였으니.


실제로 눈 앞에서 건물이 폭파되는 장면은 아찔한 소음과 열기의 여파, 전염되는 패닉과 혼란 속에서 사람이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고도로 성장하고 현대화된 사회에서 그런 장면은 그저 유순하게만 살아온 이들에게 지독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김민서는 일단 자신의 뺨을 본능적으로 한 대 때렸다.


짝!


정신이 전혀 들지는 않았지만, 얼얼한 뺨의 통증이 아주 약간은 느껴졌다. 그는 떨리려는 손에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지금 자신이 바라보는 현실과 스스로를 다소 동떨어지게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라도 당장 움직일 수 있다면 나은 것이었다.


송일우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정말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군요. 상대방의 실력에 감탄을 할 지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네는 농담은 어딘가 위안이 되는 면이 있는 것이었다.


김민서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려했고, 송일우가 도약을 시도했다. 일단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관측할 수 있는 시야를 위해서였다. 지금 그들이 바라보는 건 날아다니는 헬기의 조금 떨어진 후면이었다.


송일우는 현장 바로 앞으로 움직였다.



*



불타버린 폐허, 라는 말이 어울렸다. 송일우와 김민서는 로켓으로 인해 쑥대밭이 된 건물의 옥상에 나타났다. 커다란 빌딩의 옥상의 넓은 면의 일각이 무너져 내렸다. 반파라고 해도 좋은 수준이었다. 그 바로 아래층은 공실이었다. 직접적인 인명 피해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매캐한 화약의 냄새와 검게 타들어간 콘크리트 돌조각, 먼지와 자욱한 안개.


고층 빌딩의 옥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이것저것 뒤섞여서 느껴졌다. 송일우와 김민서는 옥상에서 그나마 멀쩡한 뒤쪽 구간에 선 채였다. 헬기가 날아다닌다.


정면에서 느껴지는 헬기의 위압감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재난이나 재앙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잘 정돈된 시내 거리에서 이 따위 비쥬얼을 구경할 줄이야, 송일우는 속으로 배짱 좋게 지껄였다.


헬기는 그들이 있는 건물 옥상보다 조금 높게 있었다. 다른 고층 건물들보다는 약간 아래였다. 그러니까, 시내의 도로를 바로 아래로 둔 건물 사이 상공에 헬기가 비행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검고 군데군데 은빛으로 색을 나타내는 톤의 헬기였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양력의 반대 방향으로 부는 바람이 소란스럽다.


헬기의 머리 부분이 정면으로 보인다. 다소 멀리 떨어져 내부의 인형까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송일우는 움직이고 있는 물체의 내부로 순간이동을 하는 일에 대해서는 다소 불안한 감이 있었다.


점프 능력도 개인차가 있었고, 고도의 훈련에 따라서 실전에서 쓰일 수 있는 활용법에 차이가 있었다. 3차원적으로 움직이는 다각도의 전장에서는 결국 리시버나, 마스터, 혹은 점퍼 조직에서 오래도록 임무를 수행한 여타의 베테랑 요원들이 필요했다.


송일우는 배짱도 좋고 개인 전투 능력 또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도록 훌륭한 편이었지만 점퍼로서의 정밀도에서는 다소 무딘 편이었다.


그는 섣불리 점프를 하지는 못했고, 그들의 동태를 지켜보았다. 상대편에서 이쪽을 노린다면 곧바로 피한다. 시간을 끌고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헬기 역시 그들을 인지했는지 슬쩍 그 머리를 돌리려 작게 선회를 했다. 헬기의 측면의 승강구는 열려 있는 채였고, 누군가가 타고 있었다. 송일우와 김민서에게는 불행하게도, 심지어 길고 흉흉해 보이는 쇳덩이의 끝을 그들에게 겨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고정해둔 채 운용하는 본격적인 기관총의 총구였다.


“이런,” ‘씹.’


송일우는 차마 뒷말을 뱉지도 못하고 긴장한 채 준비하던 도약을 실행했다. 머리를 웅크리며 뒤를 돌았다. 곁에 있던 민서를 가리면서 말이다.


어차피 방탄 피복을 입고 있었으니, 타격만으로 단번에 목숨을 잃지는 않을 테였다. 머리만 맞지 않는다면. 아마 골절상은 입을 테지만.


다행히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적의 움직임을 유도하며 도약을 준비하던 송일우의 점프가 더 빨랐다.


헬기가 움직이며 정확하게 조준점이 송일우와 김민서를 향했고, 그것의 방아쇠를 쥐고 있던 필리핀인 청년, 이 발사를 했다.


묵직한 총열이 벼락처럼 총탄을 쏟아내기 직전에 송일우와 김민서가 먼저 모습을 감췄다. 후욱, 하는 미세한 소리였다. 그리고 곧 그 위로 대구경의 납탄들이 그 머리를 앞다투어 박았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


대구경의 기관총의 격발음은 벼락이 지나가는 소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서울 도심에서 듣기에는 썩 시끄러운 소리였다. 저녁, 크리스마스를 2주 정도 남기고 있는 어느 날.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장식이나 다소곳하게 거리를 걷는 연인들이 인도를 채울 무렵 모든 정감과 일상적인 광경을 박살내는 총성이었다. 초당 수십에서 백발을 쏟아내는 쇳덩이의 움직임에 사라들의 패닉이 심화되었다.


크리스마스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반짝이는 도심의 조명이 도리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거리를 평화롭게 걷던 연인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사방으로 달려 나갔다. 도로를 지나던 차들도 통제를 잃고 마구잡이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정체나, 차선을 벗어나 들이 박는 차들은 없었다.


새 떼에게 총을 쐈을 때 그것들이 모조리 달아나듯이 시민들이 자리를 피한다.


서울, 강남은 이전에 마이클이 드론을 이용해 폭탄을 던졌던 곳과도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번화가이기도 했다. 서울 전역은 이곳저곳에 정치적 주요 기구나, 다국적 기업들의 본사들도 많이 있는 곳이었으니 자연스레 경계 수준도 많이 올라가는 구간들이 많이 있었다.


미리 마이클의 존재를 짐작하고 각국의 중심지에 치안 조직들과 연계를 하고 있던 점퍼 조직이 있었기에, 군경의 대응은 제법 빠른 편에 속했다.


헬기가 모습을 드러내고, 폭발이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근처에 진을 치고 있던 경찰 병력들이 당도하기까지 수 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시민들은 빠르게 해당 지역에 돌입해서 사이렌을 울리고, 대피를 위한 통제를 유도하는 경찰 부대를 금방 만날 수 있었다.


투두두두두, 하고 큼지막한 납탄들을 부려댄 발칸은 빌딩 옥상을 마저 초토화시켰다. 이미 일각이 반파된 콘크리트 뒤로, 멀쩡했던 옥상의 바닥들이 기관총에 패이고 순서대로 무너져내려갔다.


필리핀인 사내, 마이클의 부하는 한참이나 기관총을 갈겨댔다. 약 십 수초는 넉넉하게 넘도록 말이다. 철근이 드러나도록 콘크리트들이 갉히고 패이고, 부서졌다. 옥상에 다행히 폭발할만한 시설물이 없어서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겨울 저녁. 해는 이미 졌고 건물들의 조명만이 사람들의 시야를 밝히는 도심지에서 악몽 같은 교전이 시작되었다.


*

tommaso-calderara-3_Mil2jvoHI-unsplash.jpg


작가의말

*(민서의 JE2로 만들어지는 역장은 점퍼를 구분할 수 있도록 점차 능력이 개발되어갔다. JE를 이용해 대상을 구분하며, 민서가 익숙하게 인지하는 조직의 점퍼들은 역장의 왜곡에서 선택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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