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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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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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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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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1.

DUMMY

중국에서 돌아오고 나서, 금세 2월이 되었다.


김민서의 시점에서의 일이었다.


시간이 빠르다.


2023년. 어느덧 20대 중반에 접어들고도 일 년이 지났다.


스물 네 살.


20살 까지의 삶은 어찌 보면 타력에 의해서 떠밀리듯 달려온 시간들이 많았다.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은 갑자기 놓아져버려서, 궤도에서 떨어진 채로 자신의 발로 달음박질 해야 하는 시간들이었다.


대학의 교수들도 그렇고, 누구도 성인의 삶에 대해서 밀접하게 관여하고 터치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그래야 한다는 규율과 강박 속에서 줄을 맞추고 밀려 온 삶에서 외부적 강력이 사라지고 자신의 꿈을 향해 서서 걸어가야 할 시점이 되어서 대부분의 청춘들은 동력을 잃고야 만다.


이전까지는 성인이라는 좁은 문을 보고 살아갔다면, 그 이후에는 문득 평생과, 죽음이라는 문을 바라보고 남은 수십 년 이상의 세월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아주 확고한 뜻과 목표, 비전이 없다면 사실 힘을 잃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렇게 쉽게 포기했는 지도 모른다.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말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백수처럼 시간을 보냈다. 집 구석에 있다가, 말도 안되는 일을 마주쳐서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왔다.


어느덧 돌아보니 20살이 지나고서 3, 4년의 시간이 지났다.


아직도 죽지 않았구나!


라는 자각을 하고 보니 꽤나 사회에서 일원이라 분류가 될만한 나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직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그만큼, 누군가와 제대로 관계하지 않고 동떨어져 섬처럼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당장 앞으로의 십 년 정도의 삶들은 구체적인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당장에는 끝나지 않을, 열정을 불살라 볼만한 일과 조직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누구에게나 열정이 있다. 가장 괴로울 때는, 젊은 날에 그것을 불사르지 못할 때이다. 도리어 그것을 모조리 사용할 수 있을 땐, 분에 넘치도록 행복한 나날들인 것이다.


누구나, 그리고 혹여나 당신이 남자라면 더욱이, 결국에는 삶에 있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신나는 모험을 바라고야 마는게 어쩌면 속마음일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지금의 삶은 이전에 방구석에 있을 때보다는 썩 만족스럽고 좋았다.



*



이런 순간조차 말이다.


민서는 조용히 손을 들고 있었다.


중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중국 어느 지방에 와 있었다.


남부, 휴양지로 유명한 해안가의 도시였다. 그런 도시라고 해도, 서울보다 한참이나 큰 넓이에 사람도 깨나 많은 편이나. 내륙쪽 지역에서 바닷가의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그런 도심지의 어딘가. 몇 개의 거리를 넘어 바깥에서는 시끄럽게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소란을 떨며 일상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한 때.


다소 으슥한 곳에 위치한 건물의 지하 창고에서 민서는 손을 들고 있다.


운동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니었고, 타의에 의해서 하는 중이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철컥, 하고 들리는 지겨운 쇳소리는 한 바퀴 돌아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불빛조차 미약한 지하 창고. 십 수 명의 사람들이 민서를 둘러싸고 있었다. 민서는 그저 긴 팔 긴 바지의 평범한 일상복 차림이었고, 머리에는 그리 크지 않은 컴팩트한 모양의 투명 헬멧을 쓰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손을 뻗어 들고 있는 것은 권총류의 총기들이었다. 본격적인 소총 이상의 자동화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안심감을 느껴야 하는가.


스릴이 넘치는 상황이지만 자신의 일이라 유쾌하지는 않았다.


“푸.”


민서는 작게 입술을 마찰시켜서 미약한 소리를 뱉었다. 지나친 긴장감에 숨을 몰아 쉬거나 말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웠다. 작게, 입에 들어온 부스러기를 뱉어내듯 한숨을 토해낼 뿐이다.


그 소음에도 주변에 있는 이들이 움찔 하는 것이 느껴졌다.


완연하고 확실한 경계 태세였다. 민서가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었다. 단순히 모여 있는 조직의 아지트에 갑자기 순간이동으로 나타났고,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한 명 정도 제압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와 같이 나타났었던 이가 같이 한두 명을 더 쓰러뜨렸고, 곧이어 ‘좀 많네··· 잠시만요, 뭐 좀 들고 올게요.’라고 중얼거리더니 사라진 뒤였다.


민서는, 스스로는 어딘가로 사라질 수 없는 인간이었다. 사라졌으면 좋겠지만. 공간이동에 대한 능력은 없었다. 그는 그저 갑옷을 입은 채로, 무방비하게 이곳에 노출되어 있을 뿐이다. 장갑도 제대로 끼고 있었고, 뭐 달려들어서 벗기기 전에는 총에 맞아도 관통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복서의 주먹에 맞는 것처럼 좀 많이 아플 뿐이지.


여러 대를 연발로 맞는다면 몸이 곪을 지도 모르겠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어둑한 시야의 조명. 풀페이스 방탄 헬멧의 유리 너머로 보이는 이들은 가지각색의 인간들이었다. 하나같이 날붙이나 둔기가 아닌 총기류를 소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전투력이 높은 무장 조직이 아닐까 싶었다. 그간 지독하게 굴렀으므로,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 중에서 몇 정도는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방탄 소재의 옷들은 이런 전장에서 반칙에 가까운 무장이다.


제대로 된 방어구 없이 맨 몸으로 나서는 무뢰배들 사이에서 날뛰기는 적절하다.


그러나 혼자서 20명에 가까운 손을 당해내기는 아무래도 힘들었고, 민서는 팔을 반쯤 굽혀서 머리 위로 들어올린 채 고요하게 숨만 쉬고 있을 뿐이다.


적막함.


그와는 대비되는 불편함 가운데서 민서가 슬쩍 눈을 감았다가 떴고,


후욱- 하는 도약 특유의 전조음이 들렸다. 민서는 속으로 안심했다. 이제야 왔구나, 하는 생각에.


탕!


이라고 쓰기에는, 조금 차이가 있는 종류의 소음이었다. 평범한 권총이나 소총 종류는 아니었다. 샷건의 탄환이 나가는 것같은 무식한 총성이 들렸고, 민서의 자리에서 잘 보이지 않는 원형의 포위 외곽에서 한 명이 날아갔다. 쿠당탕!


총에 맞으면, 보통 사람은 날아가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살이 패이며 내부 장기에 상처를 입고 실혈사를 하거나, 쇼크사를 한다. 맞은 자리가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면 살 확률도 있다.


그런데 발길질에 맞은 것처럼 날아가 허접한 나무 테이블을 밀쳐내는 움직임은 약간의 인지 부조화였다. “우아악!” 탕, 탕, 타탕! 누군가 비명처럼 소리를 먼저 냈고, 총성이 울렸다. 민서는 그 틈에 바짝 바닥에 엎드렸다. 사내들은 저들끼리 모여 있어 함부로 움직이거나 총을 쏘지도 못했다. 외곽에 있는 몇이 들고 있던 권총으로 갑자기 나타났을 누군가를 겨누고 사격했다.


그러나 나타났을 누군가는 권총의 총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총성을 만들어냈고, 방아쇠를 당겼다.


최길우는 들고 있는 펌프 액션 샷건을 마음껏 유용했다. 탄창에 들어 있는 탄환들은, 피스메이커라 불리는 종류들이었다. 끝이 뭉뚝한 고무와 같은 재질로 되어 있었고, 사격지에 명중하면 그대로 분해되어 흩어진다. 사람의 몸에 관통상을 입힐 수는 없었고, 대신 강력한 충격력과 저지력을 보유한 종류이다.


그것을 탄창에 끼워 수십 발을 만들고 펌프 액션으로 아무 곳으로나 갈겨댔다. 어차피 고무탄이었고, 유일한 아군인 재머는 자신과 같이 방탄 피복으로 온 몸을 감싼 무장 상태였다.


상대들은 실탄을 들고 있는 와중이니, 사정을 봐줄 이유나 필요는 없었다. 길다란 소총 정도의 크기의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는 물건을 견착도 하지 않고 적당히 배 즈음에 가져다 대고 마구잡이로 쏘아댔다. 두껍고 질긴 것으로 받쳐 입은 터라 나름대로 충격을 완화해준다. 그렇게 갈겨대면 최길우라 하더라도 총 끝이 다소는 흔들리지만, 어차피 몇 걸음 거리에 사람밖에 없는 장소였다. 뒤로 날려버리고 밀어낸다고 생각하면 적절한 사격법이었다.


쾅, 쾅 쾅! 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모르는 샷건의 총성이 연이어서 들렸다. 권총으로 소극적으로 대응을 했으나 샷건의 소리가 더욱 빠르고 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외곽부터 사람들이 파헤치듯 날아갔고, 최길우는 스텝을 밟듯이 재빨리 움직이며 상대의 근거리로 파고들어 총구를 바로 앞에 두고 사격을 했다.


손 한 뼘 거리 정도를 총구에서 이격시켜 상태의 몸통이나 어깨, 허벅지 따위의 부위들을 갈겨댔다. 특별히 급소에 얻어맞지 않는다면 단발의 살상력은 없는 탄환이었다. 마치 만화나 영화의 CG처럼, 건장한 사내들이 우습게도 뒤로 날아가 엎어졌다.


샷건으로 대강의 사내들을 날려버리며, 지루했는지 한 손으로 샷건의 총구 즈음을 잡고 그대로 돌려 뭉툭하고 묵직한 목재 손잡이로 몇 사람인가의 머리나 어깨 정도를 후드려 팬다. 최길우가 작정하고 배트처럼 휘두르는 총의 위력이 차라리 피스 메이커 탄환보다 더 과격한 종류였다.


사내들이 달려들어 포위를 하려고 하면, 다시 샷건을 쏴서 거리를 벌렸고, 다시 주춤거리며 권총을 쏘려 손을 들어 올리면 그들부터 먼저 쏘았다.


탕, 타탕! 그럼에도 대담하게 권총 사격을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유의미한 저지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일순간 행동이 멈추는 와중에도, 최길우는 방아쇠를 당겼다. 쾅!


몇 사람 남지 않자 그대로 달려 들어 앞발로 밀듯이 차서 날려버렸다. 겨울, 중국의 남부 휴양지. 그리 껴입지 않은 추레한 몰골, 혹은 도리어 양복 따위로 차려 입은 범죄 조직의 일당들이 바닥에 사이 좋게 패대기 쳐졌다.


“으아아아악!”


발악을 하듯이, 혹은 공포감을 느끼듯이 누군가 권총으로 최길우의 머리를 노리고 쏘았다. 탕! 그러나 풀페이스 헬멧은 흠집 하나 남지 않았고, 최길우는 그대로 탄환의 위력에 잠시 밀려나 자리에 멈추었다가, 그대로 샷건의 총구를 슬쩍 내려 자신을 쏜 이의 몸통을 노려 쏘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사내까지 말을 잃었다.


신음같은, 으스스한 소리만이 실내 창고에 남았다. 먼지가 그득한 창고 바닥에 엎드린 채 있던 민서가 주변의 과격한 소음이 멎은 걸 느끼고 슬쩍,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 보았다.


“다 끝났습니다.”


끙끙 앓는 양 십 수명의 중국 조직 폭력배들을 널브러뜨린 채 최길우가 말했다.


그들은, 임무 중에 의외로 넝쿨처럼 얽혀 있는 인신매매 조직들을 하나하나 때려잡고 있는 와중이었다. 이런 일들이 점퍼 조직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엘리트 전투 요원의 일정이 허락하며 또 그렇게 큰 기회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할애 받아 하게 되는 임무이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손이 닿을 때 정기적으로 소탕을 해주어야,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범죄로 인한 압박감이 줄어들고 치안률에도 다소의 반등이 있을 것이다. 어설프게 손을 댄다면 일시적인 악화를 불러올 때도 있었으나, 점퍼 조직은 오래도록 확실하게 사후 처리를 할 만한 의지와 능력이 있는 이들이었다.


민서는 어쩐지, 최길우와 있을 때는 늘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몸을 털며 완전히 일어섰다. 팀원이 마음 놓고 날뛸 수 있도록 얌전히 숨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 왜 그랬습니까?”


민서는 툭툭, 몸 이곳저곳에 묻은 먼지를 떨어내며 물었다. 아직 현장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 여전히 헬멧은 벗지 못한 상태였다.


“음? 뭐가 말입니까.”


최길우가 짐짓 모른다는 듯 시침을 떼며 마구 부려먹은 샷건의 탄창을 갈아끼고 간단한 점검을 하고 있었다.


“아니, 사람을 이런 악의 구렁텅이같은 소굴에 내버려두고 그냥 달아나다니. 제대로 된 심장을 가진 사람이 할 짓입니까? 연약한 제가 걱정되지도 않았어요?”


최길우가 보기 좋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

“어?”


김민서가 드물게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 최길우가 많은 것을 느낀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어?”


가볍게 긍정을 하자 김민서는 순간 반 즈음 농담으로 했던 일에 울컥해서 날아차기를 시도했고, 그대로 발밑에 널브러진 어느 조직원의 팔목을 밟고 앞으로 넘어졌다.


최길우는 어느 몇 명의 조직원에게 확인 타격을 입힌 김민서를 보며 조용히 얘기했다.


“음. 일단 여기 현장은 대강 정리가 되었으니··· 외부로 넘기고 또 돌겁니다. 오늘은 일단 쉬죠. 이번 주내로 다 정리할 것 같습니다.”


바깥의 시간은 오후였다.


짧은 폭력배 소탕이 끝나고, 그들은 본부로 귀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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