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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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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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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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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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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5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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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

DUMMY

*



전략의 기본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이었다.


마이클은 당장 움직이지는 않았다. 상대가 수성을 해야 하고 본인이 공격자의 입장이라면, 가장 예상치 못한 시기를 노려 빈틈을 찌르는 것이 쓸만한 전략일 것이다.


어느 정도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라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게 자연스럽다. 며칠은 별다른 일 없이 넘겼다.


서울이 목표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성동격서의 작전도 따로 구상하지는 않았다. 그러잖아도 점퍼 조직에 비해 체급이 낮은 편인 마이클의 단체는 모든 자원과 인원을 모아서 한 군데에 투자해도 될까말까, 한 상황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의 실패 가능성이라도 있고, 확실하지 않다면 한 군데에 모조리 때려 박아서 승부를 보는 것이 그나마 낫다. 그들은 천천히 공격을 하기 위한 준비를 이어나갔다.



*



12월 17일은 토요일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12월의 중순에 이르는 날짜이기도 했다. 날씨는 그만큼이나 더 추워져서, 이제는 가을옷으로는 버틸 수 없을 정도의 기온과 바람이었다.


서울에서 맞이하는 4번째 겨울이었다. 민서로서는 말이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대학교로 진학을 해서 서울로 올라오고, 자취를 하고. 그리고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고 다른 길을 모색했다.


정확히는 모색이라는 이름의 허비를 했다, 고 봐도 좋았다.


다만 방구석에 가만히 있었다고 그 시간을 온전히 버린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살아있는 그 시간도 그의 인생의 일부들이었다. 때로는 원인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자책감 따위에 휩싸여서 스스로를 비관하게 되고는 하지만.


그 시간의 자신또한 소중한 대상이었다.


인생이라는 건, 남을 미워해서도 그렇고 스스로를 용납하지 않아서도 그렇고. 그런 식으로는 잘 살아가기가 어렵게 되어진 무언가였다.


늘 나아질 필요는 있었지만.


근원적인 부분에 대한 끝없는 비관은 결국 삶을 지탱할 수 없게 만드는 안 좋은 습관일 뿐이다.


어쨌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자신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또 자신의 삶이나 해야할 일들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그렇게 보내다가 무력해진 어느 시점에 괴인을 만났다. 정확히 따지자면 괴인까지는 아니었다. 괴능력자일 뿐이었지.


홍인수가 성격이 괴상한 편은 아니었으니.


그 다음의 일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정신없이 지나간 사건들이었다. 그 자신의 의지보다도, 다른 이들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을 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고 또 다치는 일도 없었지만.


한 해는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린 시절의 낭만을 꺼내들어 견주어 보아도 뒤지지 않을 모험을 한 것 같기도 했고.


"정신나간 폭탄마만 없다면 평화로울 것 같은데."


민서가 입을 열었다. 그는 시내 어느 거리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연인들이 오가면서 팔짱을 끼고 걷는 것도 보이고. 나름대로 슬슬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상가들의 분위기가 들떠 보였다.


그는 긴 패딩 코트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약간은 눕듯이 벤치에 몸을 기대어 건물들의 옥상이나 하늘, 그리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상체 즈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하고 있었다.


점퍼 조직의 비상 상황은 여전했다. 실제로 사건이 터지는 순간은 짧다 보니, 결국은 이런 식으로 일상적인 시간들을 보내게 되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점퍼 조직의 요원들이 감당하는 임무의 강도도, 다소는 줄어든 상황이었다. JE라는 자원이 워낙 희소하다 보니, 무턱대고 그 양을 깎아낼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모든 인원들이 언젠가 일이 터졌을 때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은 하고 있었다.


24시간, 조별로 연락망을 유지하는 것 또한 그런 일환이었고. 민서가 알기로 '야가미'는 쉴더로서 내내 조직의 커맨더의 곁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보호를 받는 커맨더나, 쉴더나 고생스러운 일정이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는 인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어차피 자유롭게 움직이는 처지들이었으니. 그 일과에 다소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문제였으니.


민서 역시 송일우와 같이 하는 일정을 지속하고 있었다. 지금도, 겨울 날 남자 둘이서 시내 구경을 하다가 그가 잠깐 무언가를 사러 간 상황이었다. 참 칙칙한 광경이었지만.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다.


언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괜한 불안감이 들어 수정과 만나는 일은 다소 자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만일 어딘가에서 일이 벌어진다면 재머로서 그는 그 현장에 있어야 하거나, 혹은 그러기 전에 이미 현장에 휘말릴 확률이 높았다.


민서가 발휘할 수 있는 역장은 계속해서 순조롭게 그 크기를 키워간다.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아주 미약하게는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었고.


어느덧 7, 8km를 커버하는 수준이었다. 만일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서울에서 벌어진다면 뜬금없이 저번처럼, 상대 점퍼와 마주치는 일이 있을지도 몰랐다.


민서는 쓸만한 장갑을 사러 간다며 가게에 들어간 송일우를 기다리면서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없었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삶을 살아가며 그들의 일을 할 뿐이다.


서울은 그가 생각하기에도 평화로운 도시였다. 치안도 좋았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휴전선 위에 있는 잠재적인 위협만 제외한다면, 아주 살기 좋은 땅이었다. 분단이라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아마 지금까지보다 국가적 발전도 수월해질 확률이 높았다.


그 땅에 존재하는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건 결과적으로 투자가들이 투자를 할 요인이 늘어난다는 말이었으니.


반도가 통합된다고 해도 그 위의 중국이나, 러시아같은 거대한 공산주의 국가들의 태도는 또한 외교적인 문제이겠지만.


어차피 공산주의는 낡은 사상이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그것이 쇠락하고 각국간의 수월한 협조와 이해, 경제적 공동 발전으로의 길을 트는 게 결국 세계 정세에서의 살 길이었다.


민서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무렵, 송일우가 가게에서 나섰다. 적당히 마음에 드는 장갑을 고른듯한 그가 늘어지게 벤치에 몸을 누이고 있는 민서의 어깨를 툭 쳤다.


"갑시다."

"어, 예. 다 골랐습니까? 마음에 들어요?"


송일우의 취향이 겉보기에 그다지 세련되고 또 섬세한 편은 아니었다. 자기 나름대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는 결국 기능미를 가장 중요시한 차림들을 늘 하고 다닌다. 작업복이라 해도 좋을만큼, 질기고 튼튼하고- 몸을 외부에서 잘 보호하며 움직이기 편한 옷들만을 챙겨 입는다. 배색도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 그가 고른 장갑은 그저 짙은 갈색의 두터운 장갑이었다. 그의 다른 취향대로 손을 잘 감싸고, 움직이기도 적절해 보이고... 과장을 조금 보태서 초심자가 휘두르는 나이프 정도는 한 두 번 막아낼 수 있을 것처럼도 보였다.


민서의 물음에 송일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착용감도 좋고. 펀치를 방해하지도 않겠네요."


한다는 소리가 역시 전투를 상정한 이야기다. 해야 하는 일들이 일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어차피 교전 상황이 되면 껴야 하는 건 조직에서 나오는 보급품이 아닙니까?"


민서가 벤치에서 일어서며 답했다. 송일우는 걸어갈 방향을 처다보며 입을 열었다.


"뭐, 그렇기는 하지만. 언제나 갑작스러운 일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저번에 당신도 그랬고요."


그 기억을 들추어내자 민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긍정했다. 아주 낮은 확률로, 그런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확실히. 그런 때를 상정해서 송일우와 계속 같이 움직이는 것이기도 했고.


"상대가 어떻게 나오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거추장스러운 동행을 달고 계속 움직여야 하는만큼. 그들의 관심사는 그들이 경계하는 인물들에 대한 것으로 자주 옮겨가게 된다.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그 미치광이들이 속히 처리가 되어야,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도 벗어나는 것이다.


"그간의 행적으로 본다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습니다. 메트로폴리스 따위에 무차별적인 폭탄 테러를 일으켜도 놀랍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조직은 각국의 치안 단체와 계속해서 공조중인 것 같고...."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일이 벌어진다면, 곧바로 요원들이 투입되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경계 태세가 쭉 이어지고 있었다. 미치광이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는 중이다. 어떤 조직에서 말단들은 때 아닌 연속적인 야근으로 체력이 갉아 먹히고 있을 지도 모른다.


점퍼 조직 쪽의 인원들도 그다지 다르지는 않을 테였다. 애초에 조직에서 일하는 이들도 세계 여러 나라의 수뇌부들과 협조를 주고 받으면서 각국에서 지원 받은 인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인간, 마이클의 움직임은 그 즈음 시작되고 있었다.



*



후욱, 하고.


윤민혁은 연속적으로 도약을 시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목표로 하는 도시는 서울이었다. 그리고 아마 서울에는 한국인인 재머, 가 있을지 몰랐다.


그들의 계획의 시행을 위해서 재머가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는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했다.


재머 본인이 아니고, 조직 내부에 내통자가 없는 이상 쉽사리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마이클이 조직을 나온 건 꽤나 오래 전의 일이었고, 조직 내부의 보안이 철저한 점퍼 조직에 간자를 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차라리 정면에서 폭탄 테러를 벌이는 게 난이도가 낮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마이클은 역시 그런 선택을 하려고 했다. 물리적으로 돌파를 하는 방법을.


어쨌든, 윤민혁은 '재머'의 능력 범위를 알아 보기 위해 서울 곳곳을 며칠에 걸쳐서 계속해서 도약을 했다. 재머가 움직이고 있는 것도 생각해야 하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서울의 시 외곽부터 시작해서 계속된 점프는 점점 더 중심부로 좁혀 들어갔다. 마이클의 추론대로 재밍 범위가 수 km인 것으로 가정을 하고 그 정도의 사이 간격을 둔 탐색이었다.


서울 외곽의 지역구들을 여러곳 돌았지만 그의 점프가 왜곡되는 현상은 벌어지지 않았다. 조금 더 중신부로 가까이 다가갔지만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우연하게도 재머가 빠르게 움직이는 와중에 그 범위가 달라져서 한 번도 걸리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대략적으로 그들이 일을 벌일 수 있는 구역들을 정해둔 마이클의 조직은 슬슬 일을 벌이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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