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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파키 님의 서재입니다.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준파키
작품등록일 :
2022.05.14 20:02
최근연재일 :
2022.06.16 17:4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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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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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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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자객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메이, 내가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건데, 너 운전면허 시험 딸 때 채점하던 시험관 이름이랑 연락처 좀 알면 좀 줘라.”


대체 왜 얘를 통과시켜줬는지 면담 좀 해야겠어.


“그나저나 놀이공원이라, 진짜 10년만이네···”


중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서울 오면서 들른 이후로 관심 한 번 가진 적 없는 공간에 다시 오게 되니 기분이 신기했다.


“10년, 제가 태어나기도 전이군요.”

“메이 넌 놀이 공원에 가본 적 있어?”

“아니요,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거에 박사님이 물어보긴 했지만 그땐 관심이 없어서 거절했습니다.”


없던 관심이 갑자기 생겨난 이유가 뭘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메이는 그걸 묻기도 전에 내 팔을 붙잡고 매표소로 달리기 시작했고 스탯 차이 때문에 나는 헬륨 풍선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끌려갔다.


“자유이용권 2장 주세요.”


순식간에 결제까지 마친 메이는 종이로 된 얇은 팔찌를 내 손에 채우고 다시 입구 안으로 끌고 갔다.


“오, 돈 좀 쓴 티가 나네.”


놀이공원이라는 이름답게 입구를 넘어가자 놀이기구는 아직 보이지 않음에도 꽃밭과 조형만으로도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느낌이었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메이, 기왕 온 거 뽕은 뽑고 가자, 뭐부터 탈···메이?”


몇 번을 마를 걸어도 대답이 없어 옆을 돌아보니 방금까지 옆에 있던 메이는 어느새 구석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서 마치 어린애처럼 이것저것을 만지거나 쓰고 있었다.


“인화씨, 이거 보시죠.”


어이없어하며 가게 안으로 따라 들어가자 메이는 기린의 뿔이 달린 머리띠 한 쌍을 내밀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뭐 대충 요약하자면 자신이 알아본 바로는 놀이공원을 최대한 즐기는 방법은 그 공간에 동화되는 것이고 그걸 위한 제일 효율적인 방법은 그곳의 물건들을 사용하거나 걸치는 것이라는 등, 하여튼 쓰고 싶다는 소리였다.


확실히 주위의 내 나이 또래 중에서도 이걸 쓰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고 직원들도 하나 같이 상품들을 직접 쓰고 움직이는게, 옷 색만 잘 맞추면 명찰을 보지 않는 한 이곳의 직원과 손님을 구분하기 힘들 것 같다.

“이런 말 하면 한심하지만, 어차피 돈은 너한테 있으니까 사고 싶으면 사. 까짓거 왔는데 같이 써줄게.”

“알겠습니다. 금방 결제하고 오겠습니다.”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뛰어가는 메이를 보고 있자니 무심코 웃음이 세어나왔다.


“어린애 맞네.”



*


휘이이이-


기린 머리띠를 쓰고 사람들을 따라 무작정 걸으니 10분 정도 지날 때쯤 티비에서나 봤던 놀이기구가 가득한 문자 그대로 유원지가 펼쳐졌다.

사람들의 고함과 놀이기구가 움직이는 소리로 가득 찬 공간에서 살짝 어지러웠지만, 반대로 그만큼 기분이 들떠지는 것 같았다.


“뭐부터 타볼래?”

“각성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같은 기구들은 등급이 높을수록 감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기분을 낼 수 있는 기구들을 중심적으로 타는 걸 추천합니다.”“그럼 뭐가 좋은데?”

“던전으로 벼려진 헌터들의 감각으로 마음가는 대로 움직이기 힘든 저건 어떨까요?”


손가락으로 메이가 가리킨 곳엔 어린아이들과, 천장에서 불똥이 튀기고 부딪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범퍼카가 있었다.

시간도 길지 않고 한 번에 사람들도 제법 타는 덕분인지 줄이 짧진 않지만 금방 금방 줄어드는 게 지금부터 기다리면 다른 기구들보다 빨리 탈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저거부터 타볼까. 내가 줄 설 테니까 군것질하고 싶은 게 있으면 사서 먹고 와.”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빨리 탈 수 있다는 거지 주말의 놀이공원인 만큼 20분 정도는 기다려야겠지.


“아뇨 줄을 기다리는 것 또한 놀이공원의 즐길거리라 했습니다. 힘겹게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드디어 온 차례에서 기구를 즐기는 것이라고.”

“이상한 약팔이 같은 소리를 들어선···”


놀이기구고 뭐든 안 기다리고 편하게 즐기는 게 제일 좋지.


“그리고 제가 오자고 해놓고 인화씨를 기다리게 해놓는 건 너무 면목이 없기도 하고요.”

“마음대로 해.”


그렇게 20분 가까이 줄을 서며 먼저 놀고 있는 사람들이나 주위의 풍경을 구경하며 드디어 차례를 얻었고 드디어 우리의 차례가 왔다.


“차 타고 1시간가까이 와서 처음 즐기는 놀이가 범퍼카라니···”

이따 옷 벗으면 가슴에 벨트 자국 안 남을지 모르겠네.

범퍼카가 작동되기 시작되자 명절길 경부선도 한 수 접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차들이 자기들 멋대로 움직이며 운전자들이 반사적으로 뒷목 잡는 시늉하게 만들 접촉 사고가 연달아 일어났고 나는 일단 이쪽으로 몰려오는 범퍼카들을 요리조리 피했다.


쾅-

“으악!?”


이 속도감 설마···


“인화씨, 방심하셨군요.”

“하···”


반대로 넌 이곳을 전력으로 즐기고 있구나.

내 측면을 들이박은 다음 짧게 돈 후 이번엔 후방을 노리고 메이의 차가 달려왔고, 나는 핸들을 크게 꺾어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쾅-


“···진짜 제어가 잘 안 되긴하네.”


하지만 내 의도와는 달리 다른 방향에서 직진하던 차랑 부딪쳐버렸고, 이어서 메이의 차하고도 부딪쳤다.

머리 부분이 두 번 흔들리며 어이가 없으면서도, 묘하게 즐거웠다.


“그래, 놀러 왔으니까 점잔 떨 필요 없지!”

쾅-


“호, 적극적인 움직임이시군요, 하지만 감당은 하실 수 있겠습니까.”


서로 부딪치거나 피하고, 어쩔땐 아예 처음 보는 사람 차에 치이거나 치는 등 우리는 기다린 시간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안 됐지만, 우리는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 생각할 정도로 충분히 즐겼다.


“아, 생각보다 재밌었다. 이제 뭐 타지?”

“저 애슬레틱은 단순히 자극만 보면 롤러코스터보단 못하지만 조형등이 화려하고 물 위를 달리기에 배를 타는 느낌을 준다 합니다. 그렇기에 높은 걸 무서워하는 어린애부터 어른들까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는 군요.”

“그럼 그걸로 갈까.”



*

“놀이공원은 시간 낭비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즐겁네.”

“사전 조사를 한 도움이 됐군요.”

확실히 메이의 말대로 나도 메이도 각성자인 만큼 단순히 높이 올라가고 떨어지거나 흔들리는 걸론 즐거움을 못 느꼈을 거다.

하지만 사전조사로 그런 자극과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기구만 고른 덕에 우리는 걱정과 달리 비각성자들처럼 기구를 즐기는 것이 가능했다.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니 파랗기만 하던 하늘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이제 뭐 탈래?”

줄을 기다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앞으로 1, 2개가 한계일 것 같아 메이에게 물어보니 그녀는 자리를 옮기자 했다.


“버스를 타고 맹수들을 구경할 수 있는 사파리 투어 같은 기획이 있다는데 어떻습니까.”

“아프리카의 맹수···”

마침 일주일간 대여했던 던전도 맹수들이 사는 초원 같은 공간이니 무언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거랑 별개로 각성자가 돼서 매번 각기다른 생물을 죽이기 전까진 동물원을 좋아하기도 했다.


“그래, 가보자.”

사파리가 있는 곳으로 가니 줄이 꽤 있긴 했지만 처음 탔던 범퍼카 정도였기에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기다리며 줄을 서는 공간의 벽에 있는 사진들을 보며 어떤 동물들을 볼지에 대한 기대로 대화를 하고 있으니 금방 차례가 왔다.


[이봐, 계약자. 우린 언제 돌아가.]


아까부터 조용히 있더니 갑자기 왜 그래?

알파의 목소리는 상당히 가라앉은 게 상당히 기분이 나빠보였다.


[이딴 곳에서 시간 낭비할 시간에 던전이나 한 번 더 돌아.]

야, 나도 조금 쉬자.

[저런 거랑 꺅꺅거리면서 노는 게 뭐가 즐겁다고.]

어차피 이것만 타고 돌아갈 거니까 조금만 더 참아.

[흥.]


어째선지 잔뜩 삐진 알파를 뒤로 하고 우리를 태운 버스는 나무로 된 문이 열리자 출발했다.

문을 넘어가자마자 누워있거나 밥을 먹는등 평화롭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 곰들이 보였다.

이어서 가이드는 곰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고 반쯤 흘려듣는 나와 다르게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


[계약자, 널 기준으로 대각선 방향에 있는 놈, 아까부터 널 보고 있었어.]

“!?”

[반응하지말고 하품하듯 천천히 흘겨봐.]


알파의 갑작스러운 지시대로 행동하니, 분명 내가 고개를 돌린 순간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창가쪽으로 돌린 녀석이 있었다.

놀러 온 사람중에 각성자가 많아 신경쓰지 않았는데 그 녀석에게도 마력이 느껴졌다.

요령 좋게 숨기고 있는 게 못해도 상급 수준인 걸 보면, 아마 고명호가 말한 자객아닐까.


메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직도 녀석을 눈치채지 못하고 가이드의 설명과 창 밖의 동물들에 집중하고 있었다.

알파, 언제부터 쫓고 있었어?

[물 위에서 그 이상한 기구를 탄 이후부터.]

난 관심없는 척 할테니까 녀석을 계속 감시해.


그렇게 긴장 속에서 사파리는 끝났고 우리는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들어왔던 방향을 반대로 되돌아갔고, 아직 사람들이 꽤 있어서 그런지 놈은 당당하게 뒤를 따라왔다.

어느새 입구까지 나온 직후, 자동차를 찾으려는 메이에게 나는 바지를 뒤적거리는 시늉을 하며 당황한 연기를 했다.


“아, 메이! 나 아까 화장실에서 지갑을 놓고 온 것같아서 잠깐 다녀올테니까 차에서 기다려.”

“알겠습니다.”


메이는 의심없이 차로 먼저 발을 옮겼고 알파는 내 행동이 이해가 안가는지 핀잔을 줬다.


[저 여자한테 맡기면 금방 끝날 걸 왜 수고스럽게 떨어뜨리는 거야?]

“오늘 하루, 즐기고 있었잖아. 찬물 끼긴 싫어.”


화장실을 가는 척하다 한적한 공간으로 걸어들어가니 녀석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까부터 보고 있던 거 아니까 나와라.”

“···생각보다 눈썰미가 있군. 조직에서 노리라고 한 이유가 있었어.”

“10분, 10분 안에 서로 일 끝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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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던전 브레이크 22.06.04 50 0 10쪽
22 마인 22.06.03 54 0 10쪽
21 마인 22.06.02 53 2 11쪽
20 유령의 성 22.05.31 63 2 10쪽
19 유령의 성 22.05.30 60 2 9쪽
18 적응 훈련 22.05.28 66 2 10쪽
17 적응 훈련 22.05.27 70 1 10쪽
16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6 68 1 11쪽
1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5 78 0 11쪽
14 역공 +1 22.05.24 87 1 10쪽
13 역공 22.05.23 78 0 12쪽
12 역공 22.05.21 8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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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테러 22.05.19 102 2 12쪽
9 마켓 +1 22.05.18 117 5 11쪽
8 마켓 22.05.17 139 2 10쪽
7 성유물 22.05.16 171 3 11쪽
6 성유물 22.05.15 188 5 11쪽
5 몽둥이질 +1 22.05.14 210 6 11쪽
4 카르마 시스템 22.05.14 235 7 11쪽
3 개미집에 왜 왔니 22.05.14 27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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