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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파키 님의 서재입니다.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준파키
작품등록일 :
2022.05.14 20:02
최근연재일 :
2022.06.16 17:4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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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14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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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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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마켓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카페에서 이야기를 마친 나와 에디씨, 메이 셋은 다음날 아침 63빌딩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채 해어졌다.


“다녀왔습니다~”

어쩌다 보니 5일 만에 돌아온 내 집은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내가 나갔을 때와 조금도 바뀌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고 음식 같은 건 몇 개가 썩어 그 악취 탓에 옷을 갈아입기 전에 음식물부터 버려야 했다.

벌써 5년째 살고 있는 이 낡은 원룸은 내가 열심히 활동하는 헌터라고 헌터 협회에서 대출 지원을 해준 덕에 겨우 산 내 유일한 휴식처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으어어, 살 것 같다~!”


오랫동안 던전에 있었던 만큼 구석구석 샤워를 한 다음 틀 없는 매트릭스에 등을 기대며 막 깐 캔맥주를 들이마시니 오늘의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은 상쾌함이 느껴졌다.


[으엑, 이건 대체 뭐야···? 쓰고 찝찝해···!]

“풉, 이 새끼 폼이랑 폼은 다 잡더니 완전 애였네.”


깨어난지 얼마 안 된 만큼 입맛도 어린애였던 건지 맥주맛에 알파가 질색을 하며 화를 냈다.

그건 그렇고 드디어 혼자가 됐어···


“크흠···”


맥주 한 모금을 더 마신 다음 문득 떠오른 게 있어 캔을 앉은뱅이 식탁 위에 올려두고, 주위를 둘러봤다.

[뭐해?]

아니 나도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건 아는게 그냥···

멍하니 침대 위에 올라간 나는 그대로 배게 하나를 끌어안고 그대로 누운 다음, 그래도 악을 지르며 이리저리 뒹굴렀다.


“우와아! 성유물이라니! 흔한 아티팩트나 재각성도 아니고 성유물! 그것도 특별한 성유물! 진짜지!? 이거 꿈 아니지!?”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마수한테 심장이 뚫려서 죽었고 그대로 죽기 직전 펼친 망상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하지만 던전을 돌면서 느낀 공포, 보스에게 입은 부상에서 느껴지는 고통! 무엇보다 언제나 그대로인 순대국밥의 맛까지!

이 모든 것이 내가 현실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훌쩍···”


술을 마신 채 격렬하게 움직여서 취기가 돈 걸까, 하품할 때 빼곤 몇 년 간 본 적도 없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엄마, 아빠··· 나 성유물 계약자래···! 아, 엄마랑 아빤 성유물이 뭔지 모르지···?”

성유물은 고사하고 각성자란 게 나타나기 전에 돌아가신 분들인데···


“···”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벌써 볍새 시절을 까먹었냐며 손가락질 받아도 할 말이 없지만, 문득 이 힘이 10년만 일찍 있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생겨났다.

이 힘이 있었다면 나는 부모님을,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냐! 앞으로 잘 하면 되지!”


그래, 이젠 더 이상 무력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아도 된다.

나도 사람들을 지키고 구할 수 있다.

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착각하지마, 넌 이제 겨우 중급 헌터 수준에 불과해. 이제까지보다 더, 그 누구보다도 더 강해져야 한다고.]

그때까지 내 주접을 조용히 들어주고만 있던 알파가 짜증이 조미료 포함 짜증이 8할 정도 담긴 핀잔을 날렸다.


그래, 니 말이 맞아.

난 더 강해져야 한다.


“그걸 위해서! 오늘은 일찍 자자! 아, 깐 건 다 마셔야지.”

[우웩!? 그거 마시지 말라고!]




*

마시던 맥주캔만 비우고 곧바로 자려 했지만 뒤늦게 찾아온 흥분은 내가 잘 수 있게 해줄 턱이 없었고 그 결과 3시간 정도의 쪽잠 수준으로 잘 수밖에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정신은 말똥말똥했다.

혹시 스탯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평일엔 매일 아침 몇 시간 씩 운동했던 습관 덕일지도 모른다.


“벌써 일주일 가까이 운동 못했네··· 뭐 어때.”


근손실이 신경 쓰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 운동이란 그저 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반쯤 매달리다시피 했던 것에 지나지 않았기에 강해질 힘을 얻은 지금 그다지 미련은 없다.


“그건 그렇고 너무 일찍 왔나···”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까진 아직 2시간 가까이 남은 상태로 마켓도 이제 막 열려 직원들도 분주한 상태였다.

소풍 나가는 초딩도 아니고, 머리가 식은 다음 생각해보니 너무 성급했다.


“아침이나 먹을까···”


편의점 가다가 본 것 같··· 아니지, 나도 이제 다른 계약자들처럼 돈이랑 돈은 다 싹쓸이할 수 있을 텐데, 미리 사치 좀 부려도 되지 않나.


[뭐 대단한 거라도 먹어보려고?]


아무래도 어제의 순대국밥이라는 문화충격 이후 음식에 대한 흥미가 솟아났는지 알파의 목소리는 기대감에 살짝 올라가 있었다.


“모닝 세트.”

[별로 대단해 보이는 이름은 아니네···]


뭐 사치 부리겠다고 말해놓고 할 말은 아니지만 적당한 가격에 나쁘지 않은 맛과 양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서민 음식이지.

근데 하급 헌터였을 땐 돈 문제도 있었지만 시간이나 근손실 문제 등으로 잘 안 먹어서 특별한 날엔 꼭 이걸 먹는게 지난 10년간 내가 정한 룰이다.


콧노래를 부르며 아까 올 때 봤던 햄버거 가게쪽으로 걸어가던 중, 어떤 커플의 어깨와 부딪치고 말았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닙니··· 응? 유인화 니가 여긴 웬일이냐?”

“전호진?”


살다살다 이런 날 저 자식과 만나게 될 줄이야.


“오빠 아는 사람이야?”“어, 내 동기야.”


동기라는 건 미성년자가 헌터가 되기 위해선 1년 정도 아카데미라 불리는 교육기관을 다닐 필요가 있는데 나랑 장호진은 그곳에 비슷한 시기에 들어갔던 걸 말하는 거다.


“이게 몇 년 만이냐? 잘 지내고 있어?”

“뭐, 나름···”


녀석은 중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난 듯 나를 반갑게 보고 있지만 내 쪽은 그렇게 기분이 좋지 만은 않다.

이 녀석은 나랑 다르게 기초 스탯이 B급으로 시작해 지금은 A급까지 올라간 흔히 말하는 재능충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놈으로 지금은 대형 길드에 입사해 공략대의 메인 딜러가 되어 인터넷이 이름을 치면 가장 먼저 얼굴이 나올 정도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


“요즘도 헌터로 살고 있어? 그렇게 노래 부르던 등급은 조금 올랐고?”

“···뭐 조금은.”

내가 이 녀석과의 재회를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

그건 이 녀석의 재능에 대한 질투도 부정할 수 없지만, 그 이상으로 이 녀석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다.

아카데미에서도 손꼽히는 재능충이었던 녀석은 다른 의미로 손꼽히는 재능을 가진 내 근처에 굳이 다가와 친한 척을 하며 던전 실습에서 같이 활동해주거나 다른 녀석들에게도 나를 소개해줬다.


처음엔 그게 호의라 생각했지만, 녀석과 함께 다니면 어째선지 매번 주위 사람들이 나와 녀석을 비교하며 녀석을 찬양하고, 나를 동정, 아니 비웃었다.

녀석은 나를 자신의 위치를 더 높이기 위해, 바닥 속의 바닥 역할로 나를 끌고 다닌 거였다.

내가 녀석과 파티를 짜서 내가 실수하고 녀석이 그걸 수습할수록 녀석의 평판은 올라가고, 그런 짐덩이인 나에게 화를 내지 않고 계속 상냥하게 대해주는 것으로 인성에 대한 칭찬도 추가적으로 생긴다.


물론 그런 손익계산이 있었다고 하나 녀석이 베푼 호의들이 도움이 안 된 것은 아니었기에 증오하는 것까진 아니었지만, 기분이 더러운 건 더러운 거였기에 아카데미를 졸업한 순간부터 녀석과 관련된 모든 연을 끊었고, 녀석도 나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의 평판을 위해 끌고 다닌 짐덩이, 그 활용 기간이 끝난 이상 볼 일이 없겠지.

솔직히 말해서 이 녀석이 날 알아보는 건 둘째치고 이렇게 지나가다 붙잡고 말을 건다는 것 자체가 조금 의아하다.


“지윤아 내가 있잖아, 아카데미 시절 때 얘랑 자주 어울렸는데 얘가 실수한 걸 내가 다 커버해줬어, 어떤 일이 있었냐면···”

역시 그럼 그렇지, 한참 꼬시고 있는 여자한테 말 붙일 건더기로 쓸려고 잡은 거였어.

반갑다고 할 땐 언제고 녀석의 시선에 나는 이미 안중에도 없어진 지 오래고 어깨로 감싸고 있는 여자의 얼굴과, 그보다 조금 밑을 왔다 갔다 하기 바쁘다.


본성이 악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병풍 역할로 이용되는 건 좀 많이 거지 같은데, 눈치 없는 새끼인 척하고 분위기 한 번 곱창내봐?

“어디 가는 길이야?”

“얘가 그거 하나 못 잡았다 결국 진형 망가져서 우리 다 탈락할 뻔했는데 내가 딱~ 응 뭐라고?”

“어디 가는 길이야? 나 아침 가볍게 때우로 모닝 세트 먹을 건데, 같이 갈래?”“어? 어, 그게···”

“왜, 내 이야기하는데 내가 빠지면 쓰간.”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낄 줄은 몰랐는지 호진이 녀석의 얼굴엔 약간의 당혹과,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든 짜증이 섞여 있었다.

걱정 마 새끼야, 나도 너랑 오래 얼굴 보기 싫어.


“아, 미안. 나 아무래도 약속 시간 당겨진 것 같다. 밥은 다음에나 먹도록 하자.”

“어, 그럴래?”

야, 야, 표정 관리 좀 해라, 좋아하는 게 너무 티난다.

녀석과 더 어울리기 싫었기에 나는 대충 손을 흔든 다음 그대로 녀석이 없는 쪽으로 뛰어가다시피 사라졌다.


“쯧, 갑자기 오늘 하루 일이 안 되려나 초장부터 재수 없는 놈 얼굴을 보네.”

“친구가 아니셨던 겁니까?”

“엄머 씨발!? 메, 메이씨?”


귀 바로 앞에서 엄습해온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그 자체를 묘사한듯한 목소리와 살짝 따뜻하고 습한 입김에 수염에 뭐 묻은 고양이처럼 발작하며 뒤를 돌아보니 오피스룩을 입었던 어제랑 다르게 새하얀 롱스커트 차림의 메이씨가 서있었다.


“에, 에디씨는···”

“박사님은 어제 과음하셔서 현재 숙취로 화장실에서 벗어나지 못하시고 계십니다. 아마 점심 이후에나 움직이실 수 있으시련지···”

“아··· 예···”

“박사님께 돈도 헌터 증명서도 모두 받아왔기에 당초의 계획엔 아무런 문제 없으니 걱정하지않으셔도 됩니다.”

“네?”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랑 메이씨랑, 둘이서 마켓에 가서, 그러니까 쇼핑을 간다고?

어 이거 완전 데···


“어후!”


짝-


정신차려 유인화, 상대는 호문쿨루스야!

사람이 아니라고!


“왜 그러시죠? 유님?”

“그, 모닝 세트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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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던전 브레이크 22.06.06 49 1 10쪽
23 던전 브레이크 22.06.04 51 0 10쪽
22 마인 22.06.03 54 0 10쪽
21 마인 22.06.02 53 2 11쪽
20 유령의 성 22.05.31 64 2 10쪽
19 유령의 성 22.05.30 60 2 9쪽
18 적응 훈련 22.05.28 67 2 10쪽
17 적응 훈련 22.05.27 70 1 10쪽
16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6 68 1 11쪽
1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5 78 0 11쪽
14 역공 +1 22.05.24 87 1 10쪽
13 역공 22.05.23 79 0 12쪽
12 역공 22.05.21 83 0 10쪽
11 테러 +1 22.05.20 162 1 11쪽
10 테러 22.05.19 102 2 12쪽
9 마켓 +1 22.05.18 117 5 11쪽
» 마켓 22.05.17 140 2 10쪽
7 성유물 22.05.16 172 3 11쪽
6 성유물 22.05.15 189 5 11쪽
5 몽둥이질 +1 22.05.14 210 6 11쪽
4 카르마 시스템 22.05.14 235 7 11쪽
3 개미집에 왜 왔니 22.05.14 27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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