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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파키 님의 서재입니다.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준파키
작품등록일 :
2022.05.14 20:02
최근연재일 :
2022.06.16 17:4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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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14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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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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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성유물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서, 성유물에서 태어난 인간이요?”

나도 나름 유니크한 새끼라고 생각했는데 평범한 편이었구나.


“정확히 말하면 성유물에서 추출한 힘을 인간의 세포랑 결합시켜 태어난 인조인간, 즉 호문쿨루스야. 나이는 참고로 6살.”

“아··· 네···”


에디씨는 마치 이거라면 쉽게 이해하겠지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추가로 설명을 해줬고 실제로 이해가 잘 되긴 했지만, 뭐라고 해야할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서 what은 이해가 됐지만, why가 이해가 안 됐다.


“도대체 왜요?”

“연구의 일환이었어.”

“도대체 무슨 연구기에···”

“성유물의 양산화. 메이의 경우도 그렇고 알파도 그렇고 전부 양산화 연구에서 나온 산물 같은 존재야.”

“양산화요?!”


성유물을 양산한다, 즉 인간의 손으로 만든다는 말에 나는 진짜 내 귀에 사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뻔했다.


“성유물의 숫자가 대량으로 늘게 된다면 분명 헌터들의 질도 비약적으로 올라갈 거야. 그렇게 되면 던전 공략은 물론이고 아직까지 뺏긴 채 되찾지 못한 마수들의 영역도 되찾을 수 있을 테고.”

“훌륭하신 동기네요··· 윤리성 쪽으론 어떤진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사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도 신성 모독이니 윤리적 문제니 해서 욕 먹는 세상인데 거기에 성유물의 힘을 주입해서 만들었다는 게 세상에 알려지기라도 했다간, 에디씨 한 명이 문제가 아니라 성유물 연구소 자체의 존속이 위태로워지겠지.


“연구소 쪽이 허락을 했다는 게 더 놀랍네요···”

“허락 못 받았는데?”

“예?”

“그래서 호문쿨루스는 메이 한 명뿐이야. 프로토타입으로 만들고 보여줬는데 아까 너가 한 말이랑 비슷한 소리 하며 퇴짜 놓더라고.”

“에디씨, 어제 만났으면서 이런 소리하면 실례란 건 아는데, 혹시 대가리에 총 맞으신 적 있어요?”


진짜 미친 새낀가.

혐오에 가득찬 내 시선을 맘껏 받던 에디씨는 헛기침을 하며 눈을 피했다.


“뭐, 나도 내가 선을 자주 넘는다는 건 일단 인지하고 있어.”

“그걸 아시면서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정의를 위해서지.”

“예?”

“정의, 저스티스, 내 모든 행위는 오직 정의를 이루는 것 이외의 목적 따윈 없어.”


미국인이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에디씨는 마치 히어로 코믹북에 나올 법한 대사를 당당하게 내뱉었지만, 그 말에 거짓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의도가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나는 에디씨가 알파를 연구하며 한국에 온 덕분에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어, 그럼 메이씨? 잘 부탁해요···”

“그냥 메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유님.”

“일단 여기 정리하기 전에 밥부터 먹고 오자. 던전 도느라 너도 배고플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그러네···”


흥분과 긴장 속에서 잊고 있었지만 밥을 안 먹은 지 벌써 10시간은 된 것 같다.


“근처에 밥 먹을 곳이 있나?”

“아, 저 자주 가는 곳 있어요. 같이 가죠. 그보다 두 분, 비위는 좋으세요?”

“응? 뭘 먹으러 가는 건데?”

“한국에 와서 안 먹으면 왔다고 할 수 없는 거요.”


*

“인화야··· 여기 들어있는 거, 돼지지···?”

“외견을 보건데 돼지의 귀를 시작으로 창자나 허파등, 다수의 내장으로 보이는군요.”

“역시 내장이지!? 이걸 먹는다고?”

“후루룩~ 네? 뭐라고요?”


막 나온 따끈따끈한 순대국밥을 두고 숟가락도 안 든 채 한참을 보고만 있던 에디씨가 안색이 새파래진 채 따지기 시작했다.


“이거 없어서 못 먹는 거에요, 얼마나 맛있는데요. 일단 한 번 드셔보세요.”


피순대랑 당면순대 다 넣어주는 국밥집이 요즘 얼마나 적은데.

주위에 손님들로 북적이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나만의 단골 같은 곳이 아니라 나 같은 하급 헌터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곳으로 다른 국밥집보다 돈은 조금 받지만 그 대신 국물도 진하고 고기도 잔뜩 넣어주는 데다 밥은 무한리필인, 그야말로 던전에서 시달리느라 배고프고 지친 헌터들에게 든든한 국밥을 선사하는 작은 천국 같은 곳이다.


“이거, 위생은 괜찮은 거지···?”

“당연히 괜찮죠. 애초에 에디씨는 상급 헌터라 식중독 같은 거에 걱정 없잖아요. 어차피 한국에서 오랫동안 있어야 한다면서요, 그냥 눈 딱 감고 먹어보세요. 못 먹겠으면 설렁탕 시키시면 되니까.”

“으음··· 그래 뭐··· 딱 한 입이라면···”


에디씨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지만 자기만 빼고 주위에서 뚝배기에 얼굴을 집어넣는 기세로 먹는 사람들을 보며 부추와 밥이 섞은 국밥 한 숟갈을 입으로 넣었고, 에디씨는 눈을 크게 뜨더니 멍한 얼굴로 다시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셨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네?”

“그쵸? 고기도 같이 드셔보세요. 얘네가 생긴 게 좀 그래서 그렇지 엄청 쫄깃해요.”

“맙소사··· 진짜 꽤 맛있어!”


솔직히 한국에서도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게 순대 국밥이라 못 먹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헌터로 살았던 덕분인지 에디씨의 입맛에 상당히 잘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메이씨는 에디씨랑 다르게 처음부터 아무런 불만도 없이 잘 먹고 있었다.

호문쿨루스는 비위 같은 게 아예 없는 걸까?


어쨌건 둘 다 걱정과 다르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우리는 후식으로 커피라도 마실 겸 카페로 이동해 앞으로의 계획을 정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까도 말했지만 장비랑 던전 예약 정도는 내가 구해줄 수 있어. 스킬북이나 아티팩트는 힘들지만. 가격도 가격이고, 그런 건 외국에 막 온 헌터에게 잘 안 팔거니와 상성 같은 절 잘 따져서 힘들어.”

“저도 그 정도까진 안 바라고 있어요. 우선 오늘 돈 던전 대여 기간 좀 연장해주실 수 있어요?”“그건 문제없지. 얼마나 인기 없는지 이번 주가 싹 비어있더라. 그거 소유하고 있던 길드한테 말 잘하면 하루치는 깎아줄지도 모르겠어.”


아무리 하급 던전이라도 어떻게 하루만에 구한 건가 했더니 대형 길드들이 사유화한 던전을 빌린 거였군.

에디씨는 예전에 상급 헌터라고 했으니, 한국의 대형 길드와 인맥이라도 있나?


“그러고 보니 성유물로 마수의 힘을 흡수할 땐 마석이 안 나오던데, 다른 성유물도 그래요?”

“엥? 마석이 아예 안 나와? 이상하네··· E급 마석은 그럴 수도 있어도 보스 개체가 분명 D급이라고 했으니까 나오긴 했을텐데···”“어?”


뭐야 다른 성유물도 그런 거 아니었어?


“보통 성유물로 마수의 힘을 흡수하면 마석의 등급이 낮아지긴 해도 아예 사라지진 않거든.”

“엥?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없었는데요?”

“그러게··· 어쩌면 그게 알파만의 특징인가? 사실 말은 안 했지만 너가 발현한 의태라는 스킬도 다른 성유물 계약자에겐 나타나지 않은 스킬이야.”

“이게요?”


하지만 확실히, 다른 성유물 계약자 중 신체가 마수처럼 변했다는 말은 찌라시로도 들어본 적이 없다.

알파, 아는 거 없어?


[저기, 아까 그 순대국밥이란 거 언제 또 먹어?]

뭐?


[응? 내일이야? 아니면 이틀 후?]

성유물도 맛이 느껴져?


[너랑 기초적인 감각은 공유가 되거든, 아무튼!]

···던전 돌고 별 일 없으면 항상 먹긴 하는데···


[그럼 지금 바로 돌자!]

헛소리 하지 말고, 방금 에디씨가 한 말 중에 짐작가는 거 없어?


[없어, 애초에 다른 성유물이 어떤지도 몰라. 직접 본다면 모를까.]


“으음··· 아무래도 알파도 다른 성유물을 직접 봐야 알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게 알파만의 특징일지도 모르겠어.”

“알파만의 특징이요?”

“성유물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야. 알파의 경우 직접 보진 못했지만 얼음을 다루는 힘이 있는 것 같고, 호수의 성배는 물을 다뤄, 이건 알지?”

“그야 뭐, 유명하잖아요.”

성유물은 각각 한 가지 속성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건 굳이 헌터가 아니라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그거 말고도 스탯의 강화폭이라거나 발현되는 스킬의 종류등에도 차이가 있어. 이른바 성유물의 개성 같은 거지.”

“개성···”

“아까의 성장 폭도 그렇고, 너가 혼자서 던전을 공략하고 격상의 상대를 쓰러뜨린 걸 감안해도 스탯 상승이 너무 높아. 이제까지 나온 데이터들을 조합해봤을 때, 알파는 다른 성유물에 비해 마수의 힘을 흡수하는 효율이 특히 높은 것 같아. 카르마 시스템이라는 것도 금시초문이거든.”


성유물인 걸 감안해도 어딘가 이질적인 능력.

알파는 단순한, 성유물 자체가 단순과는 거리가 먼 특별한 존재지만 어쨌건 평범한 성유물이 아닌 건가.


“어쩌면 알파가 내가 개조하기 전까지 아무런 능력도 없던 이유가, 다른 성유물과도 다른 이질적인 특징 때문에 던전을 만든 자들이 쉽게 건들지 못했던걸까?”

“던전을 만든 존재들이요?”

“응, 공간과 차원을 넘나들며 복잡한 건축물과 구조물이 즐비한 던전이 단순히 우연히 형성된 자연발생이라고 믿긴 힘들잖아. 분명 과거에 그걸 만든 이들이 있을 거야. 그것이 이 땅에 존재했던 과거의 문명의 존재들일 수도 있고 아에 다른 세계의 지성체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신일지도요.”


신이 내린 시련, 던전이 막 나타났을 때 멸망론자나 사이비들이 외치던 말들이었지만, 사실 마수들의 힘이나 던전을 직접 돌다보면 진짜 신이 우리에게 내린 시련 같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신이라는 단순하고 속 편한 말로 치부하는 건 이해와 연구를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야. 위대하다, 신의 권능이다, 이런 건 그냥 모른다는 걸 형편 좋게 포장한 말에 불과해. 누가 인지를 초월한 존재가 했다는 걸 몰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탄생한 어떤 존재이고 어떤 힘과 메커니즘으로 던전을 만들었는지 해명하는 게 바로 과학자가 할 일이야.”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던전에 대해 연구하는 만큼 그런 음모론자들이랑 충돌한 적이 있는지 에디씨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그 안에는 깊은 감정들이 느껴졌다.


“이야기가 딴 길로 새버렸네. 어쨌건 던전의 대여 연장은 내가 지금 해둘테니까 내일은 장비 좀 보러 마켓에 가자.”

“잠 잘 곳은 정하셨어요?”

“호텔 잡아뒀지, 근데 오래 머물거니까 빌라나 오피스텔을 구해보려고.”

“요즘 서울 땅값 비쌉니다.”


안 그래도 높았다는데 던전이 생긴 이후엔 대형 길드 근처 같은 곳은 아예 가격이 자릿수부터 다른데 그마저도 자리가 없다더라.


“뭐, 방법이 있으니까. 원하면 너도 하나 구해줄까? 바로 만날 수 있게 옆집을 구해줄게.”

“···에디씨 아까부터 진짜 이 말만큼은 안 하려고 했는데요.”


진짜 이 양반이 가지가지하네.


“평생 모시고 받들겠습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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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던전 브레이크 22.06.04 5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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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마인 22.06.02 53 2 11쪽
20 유령의 성 22.05.31 64 2 10쪽
19 유령의 성 22.05.30 6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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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적응 훈련 22.05.27 7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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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5 78 0 11쪽
14 역공 +1 22.05.24 87 1 10쪽
13 역공 22.05.23 78 0 12쪽
12 역공 22.05.21 8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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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테러 22.05.19 102 2 12쪽
9 마켓 +1 22.05.18 117 5 11쪽
8 마켓 22.05.17 13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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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카르마 시스템 22.05.14 23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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