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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파키 님의 서재입니다.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준파키
작품등록일 :
2022.05.14 20:02
최근연재일 :
2022.06.16 17:4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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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14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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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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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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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숙취 때문에 메이만 보내놨더니 대체 무슨 일이 터진 건지··· 어쨌건, 이틀 만에 돌아온 그리운 중환자실은 어때?”

“거지 같아요.”

“회복 계열 마법 쓸 수 있는 헌터들이 정성스럽게 치료해줬으니까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을 거래.”


뒤늦게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에디씨는 내가 목숨에 지장이 없다는 걸 알고 놀려댔다.


“우로보로스··· 뉴스로 많이 본 놈들이지만 설마 이렇게 빠꾸 없는 놈들일 줄이야.”

“녀석들이랑 부딪친 적 한 번도 없었어요?”


우로보로스 놈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 독일 영국 다음으로 미국 아니었나.


“녀석들이 커졌을 때쯤엔 이미 난 은퇴했으니까. 그 녀석들은 성유물 연구소는 안 노리더라고. 항상 S급 헌터 여러 명 배치하고 여유 있을 땐 성유물의 계약자까지 불러서 그런가.”

“우리는 그걸 안 건든다가 아니라 못 건드린다고 하죠.”

“그보다 인화야, 상태를 보니까 또 물불 안 가리고 날뛰었나 보구나?”“뭐, 그렇게 됐죠.”

“그래서, 몇 명 죽였냐?”“예?”

“그 정도로 격하게 싸웠으면, 누구 한 명 쯤 죽였을 거 아니야.”“아무도 안 죽였거든요! 아마도···”

도명호야 지 발로 걸어서 사라졌으니 멀쩡할테지만, 솔직히 목에 개미산 뿌렸던 놈은 잘 모르겠다. 내 대답을 들은 에디씨는 예상 외였는지 잠시 턱을 매만지며, 어째선지 아쉬워했다.


“그럼 스탯엔 변화가 없겠네.”

“사람을 죽여도 스탯이 성장해요?”

“각성자에 한정해서. 오히려, 이런 말 하긴 좀 그런데 종이 같아서 그런지 사람을 죽이면 흡수되는 효율이 더 높아.”


뭔가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들어버린 기분이다.

딱히 불살주의자라서 손대중을 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약 누군가를 죽이고 그로 인해 무슨 스킬이 생겼더라면 앞으로 그 스킬을 볼 때마다 누굴 죽인 생각이 들어 살기 힘들 것 같다.


“아무튼 힘이 생겨서 신난 건 알겠지만, 너무 날뛰지마. 메이가 엄청 걱정했어. 너 S급인 녀석한테 덤볐다며?”

“그땐 어쩔 수 없···”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려던 찰나, 문득 만약 거기서 내가 나가지 않았다면 호진이는 죽지 않았을까.

보니까 녀석들이 도망치고 얼마 안 가서 봉황 길드의 정예 공략대가 왔었다.

만약 내가 다른 길드가 도울 것을 믿고 수비에 집중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을까.


“···”

“돌발적인 충동으로 한 행동이 아니라, 제대로 상황을 보고, 그게 옳다고 판단해서 행동했던 거야?”

“예···”

“그럼 후회하지마.”

“네?”“방금 조심하라고 주의 줬던 주제에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지만 말이야. 너가 별 생각 없이 움직인 게 아니라, 충분한 각오와 생각을 한 후에 내린 결론이었다면 후회 하지 마. 뒤돌아보면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고,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래야겠지만, 적어도 그 당시의 너는 그걸 몰랐으니 니 기준에선 최선을 다한 거잖아? 그럼 니가 할 건 후회가 아니라 반성이야.”


머리를 긁적이던 에디씨는 뒤늦게 손에 있던 봉투를 내게 건냈다.


“도넛이랑 커피나 먹어라. 뭐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오리지널에 아메리카노로 샀어. 여기 도넛은 왜 이렇게 비싸냐? 고작 6개 사는데 10달러 가까이 들었어.”

“근데 메이는요?”“메이도 널 이름으로 부르더니 나 모르는 사이에 서로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어?”

“예, 뭐 그렇죠. 그래서 메이도 어디 아파서 진료 받고 있어요?”

“아니? 마음에 드는 원피스 찢어버려서 새 옷 사러 간다면서 카드 좀 더 빌린다던데?”


아 카드···

그러고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메이씨 카드 엄청 긁었지.


“에디씨, 카드 내역 보셨어요···?”

“너무 길어서 그냥 안 봤어. 대충 얼마 빠져나갔는지는 알아.”“어, 그게, 꼭 갚겠습니다···”

“돈을 수영장에 물 푸듯 쓴대서 쫄았더니 별로 안 썼더만 뭘.”

“네?”

그게 얼마 안 썼다고···?


“200억 조금 넘던데? 비싸기에 비싼 돈이지만 뒷배한테 말하니까 선뜻 내줬어. 그리고 듣기론 이번에 너랑 메이가 활약한 거 있어서 마켓 쪽에서 오늘 너희가 산 것들은 돈 안 받겠다더라.”

“네···”


중급 헌터랑 하급 헌터의 금전감각은 격이 다르고 상급 헌터는 거기서 격이 또 한참 다르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200억을 푼돈 취급받을 줄이야···

나도 등급이 높아지면 그렇게 되는 건가?


“그것보다 너한텐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엔 정보통제해서 너랑 메이가 활약한 건 세간에 안 퍼트릴 거야.”

“네?”

“전에 너랑 약속한 것도 있지만, 메이의 출신이 세간이 알면 조금 그렇잖아? 마켓쪽에 다행히 성유물 연구소랑 연줄이 조금 있어서 그쪽도 협조해주기로 했어.”

“아, 뭐, 그런 거라면 전 상관없어요. 그보다 에디씨, 그 스폰서라는 게 어디에요?”

“아 그게 말이지··· 어떻게 된 건지 말해주기가 좀 그러네?”


뭔 소리야 대체.

못 말한다면 못 말하는 거고 말해도 되는 거면 말해도 되는 거지.


“원래 딱히 비밀로 할 필요가 없었는데, 갑자기 아까 너한테 자기 정체를 말하지 말래···너 혹시 밉보이기라도 했냐?”

“누군질 알아야 밉보이든 꼬리를 흔들든 하죠, 혹시 우로보로스라던가 그런 거 아니죠?”“걔네랑 난 만나본 적도 없어. 어쨌든 난 너희 대신 일처리 해야하니까 나가볼게. 그거 먹고 오늘은 쉬어.”


에디씨가 나가고 도넛을 하나쯤 먹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라···”

진짜 히어로물에 나올 법한 유치하고 진부한 대사다.

하지만, 내 목표도 에디씨에 꿀리지 않을 정도로 유치한 덕분인지, 다른 말 백마디 보다도 마음에 와닿는 기분이다.


“상태창.”


********

이름:유인화

성유물:알파

힘:D 민첩:D-

저항:E+ 체력:C

마력:F 행운:E+


스킬


개미산(E)

의태:자이언트 맨티스(D)

검성의 자질(A)

********


“어···?”


뭐야, 왜 호진이 녀석의 스킬이 나한테 생겨난 거야?


[내가 흡수했으니까.]


그러자, 그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알파가 입을 열며 자신의 짓임을 자백했다.

대체 왜···


[아까우니까. 상당히 쓸만한 스킬을 갖고 있던데 마침 운 좋게 녀석의 신체랑 닿아서 흡수할 기회가 생겼었어. 어차피 죽을 거면 우리가 흡수해도 상관없잖아?]


기회라는 건 그때 실수로 녀석의 복부에 살짝 찍혔을 때인가.

아니 그것보다 이건 아니지!


[왜? 딱히 스킬을 가져간다고 녀석의 신체가 사라지거나 하는 건 아니야. 너희처럼 후천적인 각성자들은 육체가 불안정해서 죽어도 마석 같은 것도 안 생기고 마력이 대기로 흩어질 뿐이야.]


착각하고 있었다.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할 때가 있어 이 녀석을 나랑 같은 존재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 녀석의 본질은 성유물, 결코 인간이 아닌 존재.

이 녀석에게 있어 사람의 목숨의 가치는, 너무나도 가볍다.


[너가 죽게 만들어 놓고 그 힘까지 뺏어간 게 그렇게 죄책감이 들어?]

“그야 당연하지!”

[그럼, 그 녀석의 부탁 들어주면 되겠네.]

“···!”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부탁에서, 서로 기브 앤 테이크인 거래가 됐잖아? 녀석도 그편이 더 안심될걸?]

“이런···”

[무엇보다, 능력의 흡수는 그 녀석도 동의했어.]

“뭐?”

내면의 목소리에 불구하고, 독실이라 해도 밖에 목소리가 들린다는 걸 알고도 무심코 윽박을 지르려던 찰나, 이어지는 알파의 말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완전히 니가 죽인 마수에서 스킬을 흡수하는 거랑 다르게 이미 다 죽어가는 녀석에게서 숟가락만 올려서 흡수하는 건 생각보다 제약이 많아. 흡수되는 본인이 저항한다면 끽해야 개미 손톱만한 마력만 흡수됐겠지. 녀석은 어디까지나 자기 의지로 힘을 넘겨줬어.]

“지금 안 혼나려고 둘러대는 거 아니야?”

[내가 너한테 거짓말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어? 무엇보다 니 심장의 주도권이 나한테 있는데 왜 너한테 혼날 걸 걱정해.]

“···”


확실히 이 녀석과 알게된지 아직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이 녀석은 나한테 거짓말을 할 녀석은 아니다.

하지만, 설사 호진이 녀석이 흡수하는 걸 허락했다 해도, 그걸 쓰는 건 다른 문제다.


[그럼, 마력으로 분해할 거야? A급 스킬인 만큼 D급인 지금의 너한텐 꽤나 쓸만한 수준으로 스탯이 오르겠지만, 잘 생각해. 그게 정말로 니 꿈을 이루기 좋은 방법인지.]

“···!”


내 꿈··· 사람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는 것.


[맞아, 그게 니 꿈이야. 그런데 그렇게 자존심만 세우고 보기 좋은 것만 골라서 살면, 언제쯤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여유부리면서 강해지면 너는 오늘 같은 일을 몇 번이나 겪게 될까?]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반박할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알파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귀를 통해 뇌로 직접 꽂혀온다.

악마의 속삼임이란 이런 것일까.


[난 인간이 아니라 윤리 같은 건 모르겠지만, 너가 약한 탓에 죽게 된 놈의 힘을 허울 땜에 굳이 버리는 것보단, 속죄니 뭐니 해서 그 녀석의 힘으로 그 녀석 같은 피해자를 안 만드는 게 더 옳지 않을까?]


꿀꺽-


분명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도, 나는 알파의 말에 화를 내는 것도 논파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정말 강해지고 싶다면, 그딴 쓰잘데기 없는 걸 전부 버려, 탐욕스럽고 추하더라도, 너가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고, 먹을 수 있는 건 다 뺐어. 이루고 싶은 꿈이 있잖아? 남의 꿈을 부숴서라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면, 어떤 때라도 지키고 싶은 꿈이 있다면, 그게 맞는 각오를 보여.]


[스킬(검성의 자질)을 분해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알파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스킬 분해창이 떴다.


[뭐 어디까지나 내 의견이 그렇다는 거고, 선택은 계약자인 니 몫이니까 알아서 해.]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걸 다 부수고, 아무런 미련 없이 스킬을, 호진이의 잔재를 떠밀어 보내고 싶었지만, 나는 끝내 손가락을 올리지 못했다.

분해하는 것도, 분해 자체를 취소하는 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은 흘러가 창은 결국 사라져버렸다.




새로운 댓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인화가 좀 발암캐거나 고구마 일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애는 착해요... 아니 착해서 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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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켓 +1 22.05.18 117 5 11쪽
8 마켓 22.05.17 13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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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미집에 왜 왔니 22.05.14 27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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