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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파키 님의 서재입니다.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준파키
작품등록일 :
2022.05.14 20:02
최근연재일 :
2022.06.16 17:4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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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5
추천수 :
77
글자수 :
147,331

작성
22.06.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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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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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오, 하루 사이에 마음을 굳혔나보네.”

“예, 제가 바라는 힘이 뭔지 알았어요.”

“뭔데?”

“쓰러지지 않는 힘이요. 설령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끈질긴 힘이요.”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 것.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이란 그런 힘이 아닐까.


“쓰러지지 않는 힘이라··· B급 스킬 중에 부합하는 스킬이 있나?”

“그건 알파가 찾아봐 준다네요.”


알파가 깃든 성유물의 성능을 이용하면 내가 원하는 힘에 부합하는 스킬을 순식간에 찾을 수 있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 쓸 생각이야?”

“네.”


에디씨와 메이가 보는 앞에서 교환권을 찢자, 교환권은 그대로 혼자 불이 붙더니 그대로 잿더미가 됐고, 동시에 내 눈앞에 상태창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고풍스러운 화면이 떴다.

화면에는 스킬의 목록들이 끝없이 있었고 내가 뭔가를 건드리기도 전에 알파가 주도권을 넘기자 컴퓨터한테 자동으로 일처리를 맡기는 것처럼 스스로 빠르게 넘어갔다.


[몇 분 정도 걸릴 것 같으니 넌 니 일 봐.]

“어 좀 뭔가 추릴게 많나봐요.”

“그래? 보통 스킬 목록이 그렇게 많이 뜨진 않을 텐데, 혹시 카르마 시스템 때문에 너가 얻을 수 있는 스킬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은 건가?”

“에디씨, 던전은 구해주셨나요?”

“응, [맹수의 초원]이라고, C급 던전이야. 유령의 성보단 마수의 수준이 조금 높지만, 너도 스탯은 충분히 올라갔을 거 아니야.”

“맹수의 초원, 몇 번 들어본 적은 있는 던전이에요.”


여기도 유령의 성이랑은 다른 이유로 인기가 없는 편으로 문자 그대로 던전이 초원 그 자체인 탓에 숨거나 휴식을 취할 곳이 거의 없다.

모든 방향에서 마수들이 습격해올 위협이 있는데다, 그 마수들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완벽히 대응해서 가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라 유망주 헌터가 자기 능력을 단련하기 위해서 쓰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거 아니고선 사람들이 잘 찾는 곳은 아니다.


“확실히 얻을 수 있는 스킬이 꽤 있겠네요.”

“그렇지. 아, 던전에 나오는 마수들 목록 정리해서 줄까? 원하는 목표가 생기면 더 수월할 거 아니야.”

“그래주면 전 고맙죠.”


[다 찾았다.]


에디씨가 준 목록을 잠시 보는 동안, 드디어 선별을 끝냈는지 알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한 거야?


[그래, 아마 너한테 제일 어울리는 스킬이 이걸 거야. 한 번 상태창 봐봐.]


****************

이름:유인화

성유물:알파

힘:B- 민첩:B-

저항:D+ 체력:B

마력:D+ 행운:E+


스킬

액티브


개미산(E)

의태:자이언트 맨티스(D)

배니싱(C)


패시브

검성의 자질(A)

경화(D)

기력 흡수(B)


카르마 시스템

열화된 리치의 소울(15/300)

듀라한의 소울(20/50)

블러드 울프의 소울(100/300)

********


패시브 쪽에 스킬이 하나 추가되며 동시에 어제 잡았던 블러드 울프의 소울이 카르마 시스템에 추가됐지만 내가 놀란쪽은 다름 아닌 스탯 쪽이었다.


“힘이랑 민첩이, B-?!”

“엄청 올랐네? 며칠 전만 해도 C때 아니었어?”

“혹시 어제 블러드 울프들을 잡은 게 도움이 됐던 걸까요.”


아니 겨우 서너마리 잡은 게 스탯이 이렇게 올라?


[그 늑대들은 자기 등급을 훨씬 넘은 놈들이야. 거기에 C급 밖에 안 되던 너가 해치웠으니 그 성장폭도 크겠지.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좀 높긴하네. 이 종 자체가 특별한 건가?]


냉정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이 성장폭은 알파에게도 상당히 놀라운 결과인 것 같다.


[어쩌면 그 늑대 종이 너의 심장을 앗아갔던 거랑 연관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가능성도 낮다고 못받으며 알파는 억지로 가설을 내봤지만 내가 봐도 단순히 그것 때문은 아닌 것 같다.

혹시 우르로보스 놈들이 마수를 강하게 만들면서 뭔가 변한 건가?


“그건 그렇고 이 기력 흡수라는 스킬은 뭐야?”

“기력 흡수? 그걸 골랐어?”


어째선지 에디씨의 목소리가 경악했다고 해야할까, 망할 게 뻔히 보이는 주식에 전 재산 꼴아 박은 사람을 말리는데 실패한 것 같은 목소리를 냈다.


“나쁜, 스킬인가요?”

“나쁘고 자시고, 꽝 중의 꽝 스킬이지. 문자 그대로 자기가 마수를 죽일 때마다 기력을 뺐는데, 그런 거야 그냥 포션이나 힐러한테 부탁하면 해결되는 문제니까.”

“야 알파 너···!”


[그건 성유물이 없는 평범한 놈들 이야기고.]

“···어, 일단 알파도 아무 생각 없이 한 짓은 아닌가 봐요.”

[카르마 시스템이랑 기력 흡수 스킬을 접목하면 넌 이제까지보다 더 효율 좋게 마수의 힘을 흡수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기력 흡수의 기력이란 부분이 바로 체력이야. 너도 몇 번 써봐서 알겠지만 성유물의 힘으로 사용된 체력은 포션으론 안 채워져. 너가 오랫동안 싸우려면 이 스킬이 제격이야.]

“그,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것 같으면서도 또 깊게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난해한 설명에 나는 머리를 감싸며 몇 번을 더 들으며 에디씨에게 알파의 말을 전하니, 에디씨는 알파의 의도가 제대로 이해가 됐는지 깊게 깨달은 듯한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카르마 시스템의 존재로 스킬의 효과도 변할 수 있는 건가··· 성배나 다른 성유물과도 조금 달라. 가능하면 직접 비교를 해보고 싶지만··· 마침 이 나라에도 한 명 있고.”

“···에디씨, 이 던전 오늘부터 갈 수 있는 건가요?”

“응? 어, 결제는 미리 해뒀으니까 이번주까진 편하게 써.”

“인화씨, 태워드리겠습니다.”

“아니야 그리 멀지도 않고 나 혼자 갈게.”

“우로보로스가 인화씨를 노리고 있습니다. 언제 습격 받을···아.”


뒤늦게 메이가 일어서 따라가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쟤는 다 좋은데 거리감을 못 잰단 말이야···”


나도 혼자 있고 싶은 시간 정도는 있다고.

오피스텔을 나와 혼자 멍하니 길을 걸으며 문득 위를 올려보니 화창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그저 멍하니 혼자 걸을 뿐이고 이제까지 내 인생에서 더없이 익숙한 것 일터인데 엄청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한달, 이제 한달쯤 됐나···”


최하위급이었던 내가 고작 한 달 만에 상급 헌터라 부를 수 있는 B급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이 성장은 아직 멈추지 않을 거다.

그 사실이 기쁘기보단, 뭔가 딱 와닿지가 않는다.


그냥 인터넷 뒤져보면 종종 나오는 재각성이나 노력 끝에 등급을 높였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내 일이지만 딱 그런 느낌이다.


“내가 이런 보상을 받아도 되는 걸까.”

[니가 한 것에 대한 결과일 뿐인데 보상이라고 할 것도 없잖아.]


내 고민을 이해하지 못한 알파가 갸웃거렸지만 지난 번에도 말했듯 재능이 보답받지 못했던 놈들은 모른다.

내 상황이 싫은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지금 들떠서 너무 기뻐하다, 어느 순간 이 모든 것들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눈을 뜬 순간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닐까 두렵다.


“알파, 너 더 좋은 계약자 생겼다고 나 버리는 거 아니지?”

[별 걱정을 다하네.]

“너 나 버리면 알아서 해, 질철질척하고 끈질긴 집착이 뭔지 보여줄게.”


뭐 그 전에 심장이 사라져 죽겠지만.


[넌 내 계약자야. 내가 널 버릴 리가 없잖아?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널 안 놓쳐. 설령 니가 싫다고 해도.]

“그래주면 고맙고. 아 뭔가 머리가 아프다, 단 거나 먹자.”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싫어하진 않아,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


하지만 이렇게 머리를 싸매다 보면 가끔씩 단 게 땡길 뿐이다.

···아까 말 끊고 나가버린 거 사과할 겸 메이 것도 좀 챙겨가야겠다.



*

“···”

“아직도 삐져 있는 거야?”

“삐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인화가 같이 가겠다는 자신을 무시하고 그대로 떠나버린 이후에도 메이는 멍하니 문을 주시하고 있자 오늘 인화와 나눴던 이야기를 리포터로 기록하던 에디가 보다못해 핀잔을 줬다.


“메이 넌 묘하게 인화한테만 살갑게 구는 것 같던데, 인화한테 뭐 특별한 거라도 느낀 거야?”

“특별한 거··· 인화씨는 조금 남들과 다르다곤 생각하긴 합니다. 다른 성유물의 계약자들과 봐도 말이죠.”

“그런 것 같긴 하더라.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원한다라··· 뭐 첫 브레이크 때 부모님을 잃었으니 그런 꿈을 가진 것도 이해는 가지만, 역시 좀 특이한 애지.”


에디가 인화에 대한 감상을 내뱉었지만 메이는 그것을 흘려듣는 동시에 인화와, 그 안에 있는 알파에 대해 골똠히 생각했다.

메이는 성유물에서 태어난 호문쿨르스였기에 인화 안에 있는 알파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알파와 직접 대화는 할 수 없었지만, 성유물의 파장을 통해 알파의 감정 같은 것을 미세하게 느낄 수 있었기에 인화가 알파와 대화할 때 알파의 기분 같은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부럽다···’


알파가 가지고 있는 감정은 다름 아닌 소중한 보물을 자신이 독점하고 있다는 것에서 나오는 만족감이었다.

만약 자신이 반푼이가 아니라 온전한 성유물이었고, 만약 인화와 계약했다면 알파처럼 인화의 기억과 마음을 전부 알 수 있고, 그와 숨기는 것 없는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질투라는 감정을 품었지만 메이는 아직 자신이 가진 이 감정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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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던전 브레이크 22.06.06 49 1 10쪽
23 던전 브레이크 22.06.04 51 0 10쪽
22 마인 22.06.03 54 0 10쪽
21 마인 22.06.02 53 2 11쪽
20 유령의 성 22.05.31 64 2 10쪽
19 유령의 성 22.05.30 60 2 9쪽
18 적응 훈련 22.05.28 67 2 10쪽
17 적응 훈련 22.05.27 70 1 10쪽
16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6 68 1 11쪽
1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5 78 0 11쪽
14 역공 +1 22.05.24 87 1 10쪽
13 역공 22.05.23 79 0 12쪽
12 역공 22.05.21 83 0 10쪽
11 테러 +1 22.05.20 162 1 11쪽
10 테러 22.05.19 102 2 12쪽
9 마켓 +1 22.05.18 117 5 11쪽
8 마켓 22.05.17 139 2 10쪽
7 성유물 22.05.16 172 3 11쪽
6 성유물 22.05.15 189 5 11쪽
5 몽둥이질 +1 22.05.14 210 6 11쪽
4 카르마 시스템 22.05.14 235 7 11쪽
3 개미집에 왜 왔니 22.05.14 27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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